이 영상은 2007년 7월 2일 이라크 바그다드 거리에서 미 육군 헬기 두 대가 비무장 민간인들을 학살하는 장면입니다. 그 중 두 명은 로이터통신 기자였다고 합니다. 계속 보면, 이들을 구조하려던 민간인들도 공격 당해 사망합니다.

이 동영상은 Wikileaks라는 미국의 정부와 기업 폭로 웹사이트(http://www.collateralmurder.com/)을 통해 인터넷에 공개돼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미 국방부 내부의 제보라고 합니다.(천안함 사건도 이런 제보자가 있다면...)

이 영상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저지른 일이 평화와 민주주의가 아니라, 학살과 점령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이라크 인들이 무장 저항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진짜 테러리스트는 미국 제국주의 군대이고, 이들을 전쟁에 투입한 미국 지배자들이며, 이 전쟁을 지지하고 후원한 강대국 정부들과 다국적 기업들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바로 이런 전쟁에 참여해 떡고물을 받아 챙기겠다고 설치는 겁니다.

풀 버전은 해당 사이트에 가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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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한국은행 총재 임기가 끝납니다. 후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인 김중수가 내정됐죠. 정권 초기 청와대 팀이었다가 촛불 후 개각에서 외곽으로 나갔던 인사입니다. 청와대의 의중을 충실히 반영할 인사라는 거죠.

이젠 전임 총재인 이성태와 정부가 최근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 시기를 놓고 논쟁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한국은행 즉,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가 논쟁꺼리가 됐습니다.

오늘은 출구전략이 아니라 이 중앙은행 독립성 문제에 제 생각을 적어보려 합니다. 한국에선 이른바 관치금융의 기억이 있어 중앙은행 독립성 보장을 요구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깁니다. 심지어 지금 잡음이 인 신임 한국은행 총재를  임명하면서 청와대는 중앙은행 독립성을 염두에 뒀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독립은 금리 정책 등 화폐공급에 관해 중앙은행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죠. 즉, 중앙은행의 정책이 '정부에게서' 독립해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지금 같은 때, 이 주장은 매우 솔깃하게 들립니다. 정부가 매우 인기 없는 친재벌 우파 정부기 때문이죠. 별로 실력도 없어 보입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복잡하고 어려운 화폐의 공급과 수요를 다루는 재정정책과  환율정책, 아니면 출구전략 따위는 전문성도 없고 지지층 동향에 휩쓸리는 정치인들이 어설프게 개입하는 것보다 전문 관리들이 국가적 장기적 전문적 안목에서 처리하는 게 나을 듯도 합니다.

그래서 진보 언론들도 이명박 정부의 여러 차례 간섭을 두고 중앙은행 독립을 해친다고 비판했고, 한국노총 금융노조와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은 정부의 한국은행 개입에 반대했습니다. 이들은 신임 총재 김중수가 청와대와 친하고, 통화정책 전문가로서 검증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습니다.

그러나 이해할 측면이 있다고 말하는 게 그것을 옳게 본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앙은행 독립성은 원리상 진보진영이 반대해야 하는 정책입니다.

지난 역대 정부들의 관치금융이 여러 관료적 부작용과 노조 탄압 문제를 낳은 건 사실이지만, 그것은 국가가 주도해 유치산업을 보호하고 주력 산업에 투자를 집중한 한국 자본주의 발전 경로에서 나타는 필연적 현상이었습니다. 국가가 은행을 통해 총저축을 통제해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정부에서 은행이 독립해야 한다는 것은 이젠 덩치가(덩치와 함께 자신감과 욕구도 함께) 커진 개별 대자본들의 욕구이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통제하는 은행에서 빌린 돈은 꼬리표가 붙어 자유로운(?) 투자에 제약이 따르니까요.

중앙은행은 상업은행들에 화폐를 독점 공급하는 은행입니다. 통화 정책에 매우 핵심인 기구입니다. 이런 중앙은행을 선출권자인 국민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정부 영향력에 떼내온다는 건 실질적으로나 이데올로기적으로나('통화주의') 핵심 신자유주의 프로젝트의 하나입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대자본이 중앙은행과 금융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을 더 크게 하려는 겁니다.

결국, 은행의 독립성, 그리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그것이 [잘된 선택이든 나쁜 선택이든] 선출된 정부가 [대중에 책임을 지려고] 정책을 선택할 '권리와 의무'를 빼앗으려는 겁니다. 결과적으론 주로 정부 지출을 늘리는 걸 막는 구실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경제 위기에 필요한 정부 지출은 주로 복지 지출이잖아요.

1998년 독일 사민당이 슈뢰더를 앞세워 기민당을 물리치고 십수 년만에 집권했을 때, 사민당 정부는 독일연방은행을 통제할 연방정부의 재무부장관에 오스카 라퐁텐을 임명했습니다.

오스카 라퐁텐은 사민당 좌파였고, 당시 당 대표였습니다. 라퐁텐은 정부 지출을 늘려 신자유주의 정책과 반대되는 정책을 펴려했으나 중앙은행의 독립을 해치려 한다는 비난을 시작으로 독일과 유럽 보수 언론들의 맹공격을 받다가 결국 취임 석 달 만에 사임합니다.(사임 압력에 굴복한 총리 슈뢰더와 사민당도 잘못을 했죠.)

한국도 IMF 위기 후 형식적으로 중앙은행을 독립시키고, 금융통화위원회를 만들어 형식상 독립기구를 통해 금리 등을 결정했습니다. 다행(?)히도 노동자들의 저항과 한계기업들의 도산, 서민들의 불만이 어우러져 정권이 압력을 크게 받은 덕분에 IMF가 강요한 초고금리 정책을 1999년부터는 저금리로 역전되었던 겁니다.


문제는 이 저금리 정책이 카드-부동산-주식(펀드) 거품 정책으로 귀결됐다는 데 있는 거죠. 이명박 정부의 저금리 정책도 똑같습니다. 거품 유지에 목매다는 저금리 정책입니다.

지금 금리 정책 자체는 자본 간에도 이해관계가 틀립니다. 예를 들어, 지금 현금 자산을 많이 보유한 자본가들은 금리인상을 바라겠죠. 반면에 부동산 자산을 많이 가진 자본가들은 금리인상에 반대할 겁니다. 아직까진 출구전략 논쟁은 저들의 논쟁입니다.

다만, 소득이 줄어 돈을 빌려 써야 하는 서민들 처지를 봐서 저금리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거죠. 취업후 등록금 상환제를 두고 대학생들이 금리를 낮춰 달라고 요구하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선출된 정부도 [기업주들의 영향으로] 대중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려 하질 않는데, 시스템 상으로 어떤 책임도 기층에 지지 않는(선출직 임기와도 관련 없는) 전문관료들이 결정권을 쥐고 있다면, 어찌 될까요.

이들은 누구에게 더 영향을 받을까요.

어제 삼성전자 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하던 23살의 박지연 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했습니다. 온양과 기흥의 삼성반도체공장 노동자 중에 같은 병으로 벌써 9명이 죽었고, 현재 투병중인 이까지 더하면 스무 명이 넘습니다. 박지연 씨는 고3 때부터 조기 취업으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스물한 살에 빛나던 청춘이 시들고 결국 스물셋에 한많은 세상을 떴습니다.

그러나 언론들은 보도도 제대로 하질 않죠. 이쯤되면, 누구나 언론계의 삼성장학생들을 떠올릴겁니다. 삼성장학생은 언론계에만 있나요. 장학생은 삼성만 관리하나요? 경제관료들은 모든 대기업들의 핵심 관리 대상입니다.

이들은 공직을 떠나면 대기업이나 대형 로펌에 취업하고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정권이 들어서면 고위적 관료로 다시 들어옵니다. 이른바 회전문 인사입니다. 핵심 금융관료였던 이헌재, 윤증현 등 모두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자들이 돈의 흐름을 통제하는 거야말로 진짜 관료주의 아닐가요. 이런 자들에게 중요한 정책 결정을 민주적 통제 수단 없이 넘겨야 할까요.

이명박 정부는 아이들 무상급식도 반대하고 저소득층 지원 예산은 깎으면서 은행들이 돈놀이하다 위기를 겪자 3백억 달러나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와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해 주면서 지원해 줬습니다. 나쁜 정부입니다.

그렇다고 이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게 한국은행의 시스템상 독립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목욕물 버리다 애 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스 은행가들은 정부 지원 덕분에 [돈놀이 하다 맞은] 경영 위기를 넘겨 놓고는 한숨 돌린 지금은, 다시 막대한 보너스 놀이를 하며 각국 정부들에게 흑자 재정을 유지하라고 비아냥거리고 있습니다.

은행들의 돈놀이 경영을 막고 공공을 위한 서민 금융에 힘쓰도록 요구하는 게 더 중요한 거 아닐까요.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이 중앙은행 독립이 아니라, 은행 국유화와 공공성(금융의 민주화) 강화를  요구해야 하는 이유는 이처럼 분명합니다. 국유화는 시장주의와 관료주의에 반대해 민주적·민중적 통제를 하라는 요구입니다. (당연히 장기적으로 권력의 주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표의식을 함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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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 급식회사의 경영자인 순재와 보석, 이들과 결탁(?)한 교감 자옥, 그리고 이들의 가족인 평교사 현경. 이들은 무상급식에 어떤 의견일까요. 갈비를 나눠 먹기 싫어하는 해리가 무상급식을 좋아할까요. 집없는 신애와 세경에게 전교생 무상급식과 선별 무상급식 어떤 게 좋을까요.

무상급식 문제가 쟁점입니다. 한나라당과 우익들은 ‘사회주의’(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반대하고, 그 반대편에선 사상 최대의 연대 기구라는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약칭, 친환경무상급식연대)를 만들었습니다. 무상급식 도입이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쟁점처럼 됐습니다.

민주노동당 이수정 서울시의원이 1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무상급식 찬성이 79퍼센트(78.93)나 되네요. 응답자의 절반은 고교까지 무상급식이 이뤄져야한다고 답했습니다. 엊그제 출범한 ‘친환경무상급식연대’에 2천 개가 넘는 단체가 참여했습니다. 한나라당 일부도 찬성한다죠. 저들의 우려대로 무상급식은 이제 국민적 지지를 받는 요구가 됐습니다.

지난해 경기도 김상곤 교육감과 한나라당이 장악한 경기도의회의 충돌로 시작한 무상급식 논쟁이 이렇게 큰 지지를 받는 사회적 쟁점이 된 겁니다. 진보 공직자가 해야 할 좋은모범을 보인 거죠. 올 지방선거는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이런 복지 의제가 주도할 듯합니다. 경제 위기가 갈수록 개별 가정의 문제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금융권은 사상 최대인 가계 부채의 위험성을 경고할 정도입니다.

한나라당은 부자에게 웬 무상급식이냐고도 합니다. 그렇겠죠. 부자에게 단체급식은 ‘사랑하는 우리 아이’에게 최상의 식단을 못 준다는 뜻이니까요. 저들은 무상급식을 위해 돈도 내기 싫고, 밥상도 섞기 싫은 겁니다. 

바로 얼마 전에 ‘저출산 대책’ 어쩌구,‘생명 존중 낙태 금지’ 저쩌구 하던 자들이 아이들 밥값 부담 좀 덜어주는 일에 핏대 세우며 반대하는 꼴이 우습네요. 저출산이계속되면 급식 예산 같은 건 금방 줄어들텐데, 뭐하러 애 낳으라고 선동하는지, 참.

저들은 보편적 무상급식이 낳은 정치적효과를 우려합니다. 누구나 혜택을 받는 보편적 복지제도에서 사람들은 그것이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여기게 됩니다. 보편적복지제도의 도입과 확산은 증세(와 부자증세)를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혜택이 보편적이므로 재원 부담도 국가와 사회의의무가 되니까요. 그들은 무상급식 만큼이나 무상급식 도입 후가 두려울 겁니다.

저들이 말하는 선별 급식(잔여주의 복지)은 기본소득 관련글에서 지적했듯이 사회적 낙인 효과가 있습니다. 시혜 대상이라는 게 떳떳하게 내세울 꺼리가 못 됩니다. 자신의 가난을 증명해야합니다. 심지어는 가난을 유지해야 하기도 합니다. 어설픈 소득 향상이 혜택을 앗아가 버릴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들은 경기도선관위를 앞세워 무상급식 지지 서명이 불법 선거운동이라며 탄압에 나서는 한편, 한나라당 이름으로 선별 급식안을 내놓았습니다.

이런 선별 복지(잔여주의 복지)는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복지 정책입니다. 최소한의 보장은 해주되, 나머지는 개인들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겁니다. 자본가들은 당연한권리를 요구하는 국민들을 “하나 주면 하나 더 달라고 하는 거지떼”로 생각하는 듯합니다.[각주:1] 

덧붙여, 기업의 구실을 살펴 볼 필요도 있습니다. 정부가 보장하는 무상급식은 당연히 직영급식이 돼야 합니다. 지금 다수 학교가 위탁 급식입니다. 급식 회사와 계약해서 외부 민간 기업이 급식을 공급하는 거죠. 이 급식 기업들이 LG나 CJ 같은 대기업들입니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대기업의 노다지 시장을 위협하는 주장입니다.

위탁 급식은 기업 수익성을 위한 조치라는 점 말고도 또다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입찰 계약제는 저가 입찰을 유도하므로 급식업체 직원들의 임금과 식재료 비용을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위탁 계약이 종료되면, 급식업체에서 해당 학교에 보낸 직원들은 일단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대기업이 돈을 버는 동안, 파견노동의 불안정성, 급식의 질이 모두 사실은 악화됩니다.

이런 식의 신자유주의(복지)야말로 지난 30년간 경제를 망치고 인구의 다수를 고통과 절망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는 거품 호황이 사실은 개인들의 소비 부채에 의존해서 유지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소득은 역재분배됐는데, 복지는 비효율적 투자라고 외면 당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교육과 복지 예산이 조 단위로 삭감됐습니다.   


반면, 무상급식 찬성파들은 여론을 등에 업고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17일에 이정희·조승수 등 민주노동당·진보신당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모여 의무교육 대상자 무상급식을 위한 학교급식법 발의를 했습니다. 헌법이 규정한 “의무교육의 무상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취지를 반영했다고 합니다.

‘부자 급식’어쩌구 하는 자들에게 급식은 교육 과정의 하나라고 반박한 것입니다. 전국 초중교 전면 무상급식 실시에 드는 예산 추정치는 1년에1조 7천억 원 정도라고 합니다.(국회 예산처) 이명박이 4대강이나 국정 홍보에 쓰는 돈을 생각하면, 이 예산은 진짜 별 거아닙니다. 오세훈의 서울시 예산을 보면, 시정 홍보 예산이 급식 예산의 거의 열 배더군요. 민주노동당 이상규 서울시장 후보는 지금 서울시 예산이면, 무상교복, 반값 등록금도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아쉬운 것은 법에서 정한 의무교육이 중학교까지라는 것이겠죠. 고교생 때야말로 먹어도먹어도 배고플 땐데....
보편적 의무 (공)교육 자체가 노동계급에게 유리한 것이므로 무상급식도 노동계급의 문제기도 합니다. 꼭 돈 문제만은 아닙니다.

맞벌이 부부 노동자는 좀더 삶의 여유를 갖추게 될 것입니다. 보편적 권리 의식을 교육받는  노동계급 아이들은 훨씬 더 사회적 자신감을 갖고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될 겁니다. 직영급식을 하게 되면, 급식 관련 직무에 더 안정적인 일자리가 생겨날 것입니다. 똑같은 비용이라도 직영이면, 위탁업체에 들어가는 관리비용이 줄고 식자재 구입을 더 책임있게 할 수 있으므로 친환경 급식으로 노동계급 자녀들 영양 상태도도 더 좋아질 수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정치인들도 매우 열심히 여기에 참여한다는 겁니다. 무상급식 실현하겠다는데 과거를 들춰서 미안하지만, 집권당 시절에 민주노동당이창당 때부터 요구해왔는데도 거들떠도 안 봤습니다. 오히려 친환경 급식을 못하게 할 수도 있는 한미FTA를 추진했죠.

그런데, 지금은 김진표마저 “무상급식은 전국적 의제”라며 무상급식 찬성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그는 참여정부 교육부총리 시절에 무상급식에 반대했죠. 이는 중도 개혁을 표방하는 정당이 여당일 때와 야당일 때 태도를 얼마나 크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민주당이 올해 다시 내놓은 뉴민주당플랜은 비정규직 사융사유 제한을 두자는둥 진보 성향을 강화했습니다.

5+4협상 국면에서 “가치연대를 추구하자”는 진보신당의 목소리가 대중적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한 데는 이런 상황도 조금 작용했다고봅니다. “무상급식” 의제도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와 심상정 전 대표 등이 먼저 핵심 과제로 제시했지만 지금 더 큰 세력이 자신의 의제로 삼으니까 역시 묻히네요.[각주:2]

민주당안의 무상급식 찬성파 중 천정배·이종걸 등과 유시민 등은 자신들의 특정한 복지 전략(논리)에 바탕한 듯합니다. [각주:3]

참여정부는 유시민이 복지부장관일 때, “사회투자 국가(정책)론”을 국가복지노선으로 채택하려다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정권이 레임덕으로 들어간데다(한나라당이 조금의 복지 확대도 반대했죠) 주무장관인 유시민이 국민연금 삭감에만 열을 올려서 동력이 생기질 않았습니다.

"사회투자(국가)론" 영국의 신노동당이 '제3의 길'을 표방하며 제시한 복지정책 묶음입니다. 
복지가 경제 성장과 배치되는 비생산적 지출이 아니라 성장과 연계된 투자라고 말합니다. 복지를 투자로 보는 개념은 “결과의 평등”(고전적 복지국가) 대신 “기회의 평등”을 강조하는 태도와 연결됩니다.

한마디로, 공정한 경쟁을 위해 출발선을 맞춰줘야 한다는 정책입니다. 그래서 이 노선은 아동·교육 복지를 매우 강조합니다.[각주:4] 영국의 블레어 정부에서 거의 유일하게 늘어난 복지 부문이 아동급여 액수와 아동보육 예산입니다. 지난 포스트에서 다뤘듯이 고용 분야에선 기존의 실업급여 지급보다 재교육과 재취업 지원에 예산을 주로 쓰죠. 그것이 ‘기회의 평등’을 제공하면서 인적 ‘자원’의 질을 높이는 ‘투자’니까요. 

15일에 열린 복지국가 제안대회에서천정배가 발표한 교육 분야 발표문의 제목은 “교육이야말로 최고의 ‘복지’이고 ‘최선’의 투자이다” 였습니다. 17일 학교급식법개정안 발의 기자회견문은 민주당 쪽에서 작성한 듯 보이는데, "무상급식의 전면실현을 이뤄내는 과정은 건설토건사업 중심의 성장전략을 대체하는 ‘사람중심의 역동적 성장전략’을 사회적으로 합의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시장주의의 상식에 나름 부합합니다. 현실에서 제3의 길이 거부할 수 없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흐름과 복지의 조화를 이룰 거라는 앤서니 기든스의 말은 틀렸습니다. 도리어 경제 성과와 관계 없이권리로 제공돼야 하는 "보편적 복지"의 정당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가 됐습니다. 그 결과, 영국에서 이런 복지 전략은 성공보다 실패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동 복지를 늘린 대신, '투자 효율성' 없는 다른 보편적 복지제도들이 희생됐습니다.

한편, 교육 투자가 성장을 위한 인적 자원 투자라면, 교육은 경제의 하위 개념이 된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습니다[각주:5]. 복지의 관점에선 학생의 권리가 강조되겠지만, 이런 인적 자원 '투자'의 관점에선 학생들이 권리와 (수혜의 대가로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라는) 의무를 함께 부여받습니다. 수월성 교육과 돈 되는 학문의중시, 규율의 강조가 뒤따릅니다.

반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진보진영은 보편적 복지를 도입·확대한다는 취지에서 무상급식을 오래 전부터 요구해 왔습니다. 보편적 복지제도는 누구나 혜택을 받는다는 겁니다. 그것은 복지가 국가와 사회가 사람들에게 당연히 지급해줘야 할 의무라고 규정하는 겁니다. 사람들에겐 당연한 권리가 되겠죠.

그래서 이런 전략에선 무상급식 도입이 끝이 아니라 이를 디딤돌 삼아 국가부담 증가를 위한 부자 증세를 요구하고, 다른 복지제도를 늘리라는 요구로 일관되게 나갈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아동·교육 복지에 특화된 사회투자국가론보다는 '확장성'이 크다고 할까요.

어떤 취지에서 도입되든 저는 무상급식에 찬성합니다. 무상급식 찬성파의 세력이 커진 것도 환영합니다. 비록 하이킥의 순재 가족들은 좀 힘들어 지겠지만 말입니다. 아무리 사소한 개혁 요구라도 사람들이 뭉쳐서 행동하며 쟁취하려 하는것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지지자가 많아져야 대중운동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크고, 요구를 쟁취하는 데도 유리합니다.

많은 경우, 하나의 요구로 뭉친 다양한 세력들 사이에선 요구 실현 방법론에서 차이가 드러납니다. 저는 대차게 싸워야 한다고 봅니다.  대기업주들과 조중동, 이명박 정부는 보편적 무상급식 같은 초보적 개혁조차 극렬 반대하는 더러운~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저들을 대화와 토론으로 설득하는 데 주력하려면. 지난해 등록금 인하 논쟁시 이종걸의 협상이 보인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 겁니다[각주:6].
저들이 버티는 건 현실의 권력을 쥐고 있기 때문인데, 그 권력을 약화시키는 투쟁 없이는 협상의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세력관계에 변동이 생겨야 저들이 버틸 힘이 줄어듭니다. 지금 출발은 좋습니다.

개혁 요구를 함께 내놓아도 이를 실현할 방법론에서 차이가 나는 건 '지향점으로서 대안'(=이념과 전략)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진보정당들이 정책 대안 뿐만 아니라 이념적(거대담론) 대안 제시도 게을리 해선 안 되는 까닭입니다.


  1. '무상급식'이 아니라 '책임급식' 등으로 표현하면 반발이 적을 거라는 의견도 있더군요. 마케팅 차원인지, 프레임론 차원인지 모르겠지만, 문제의 출발점을 헷갈린 거라고 봅니다. 단어를 바꿔 홍보했다고 그들이 반대하지 않았을까요. 부자들과 이 정부는 단어가 아니라 내용에 반대하는 겁니다. '책임급식' 표현도 나름의 효용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무상'복지가 '권리'라는 생각을 더 늘리려면 이런 인기 있는 쟁점에서 '무상'을 강조할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본문으로]
  2. 진보신당이 처음부터 너무 온건한 의제를 잡은 게 문제 아니냐는 의견도 있긴 합니다. 저는 복지가 완전 꽝이고 기득권 보수파가 꼴통들인 한국의 객관적 현실 탓으로 보는 게 맞다고 봅니다. [본문으로]
  3. 정동영은 최근 '역동적 복지국가'가 앞으로 자기가 내세울 정책브랜드라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종걸·심상정이 유시민을 두고 '무상급식 반대'라고 비판했던데, 요건 좀 실수라고 봅니다. 유시민은 예산 조정에 현실적으로 시간이 걸리니 단계별로 실시하자고 한 것 뿐입니다. 아마도 자신의 국정 운영 경험을 과시하려 단계별 실시를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본문으로]
  4. 민주당 이종걸이 대학 등록금 문제에 열의를 보인 것도 이와 연관있는 건 아닐까요. [본문으로]
  5. 애초에 이런 의도가 사회투자국가론의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제 3의 길 노선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국면에서 고전적 복지국가를 유지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자본에게 일부 복지 분야(아동과 교육처럼 어차피 자본에게 노동력 재생산이라는 투자 유인이 있는 분야)를 자본의 재생산에 도움이 되거나 투자 가치가 있는 분야로 포장하는 것입니다. [본문으로]
  6. 바로 이 점 때문에 대자본의 신자유주의와 타협하려 한 '제3의 길'은 진보와 복지의 관점에서 보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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