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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계급, 정체성

정체성은 우리의 본질에 내재하며 중요한 물음을 던진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누구인가? 무엇이 나를 규정하는가? 나는 내가 누구와 함께라고 믿는가? 이 물음들만큼이나 중요한 다른 물음도 있다. 나는 무엇이 아닌가? 나는 내가 누구와 함께가 아니라고 믿는가? 이런 관념들이 인종·공동체·민족·국민 개념과 뒤얽히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우리는 정체성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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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 않은 글인데, 깊이가 상당해서 곱씹어 가면서 읽었다. 친구들에게 일독을, 이왕이면 숙독을 권한다. 얼마 전에 이 주제로 필자의 강연을 직접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진가를 알지 못해 그러지 못한 게 아쉽다.


정체성정치가 차별 문제를 개별화시킴으로써 문제를 차별을 자아내는 구조에서 개인의 주류 질서 편입 문제로 바꿔버린다고 비판하고 그 메카니즘을 요약한 것은 탁월하다. 부족한 나로선 좀 더 설명과 예시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지만 말이다. 


차별을 자아내는 사회 구조를 변혁하는 것은 피억압집단이 체제에 맞서 단결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문제가 개별화되면, 체제 편입 요구가 정당화되면서 미시적 차별로 쟁점이 협소화된다. 이렇게 되면, 노동계급이나 하층민이 아니라 중간계급 전문직 계층의 개인주의적이고 성공 지향적인 세계관과 닮게 된다. 

 

이에 비춰 보면, 최근 차별 문제에 대한 한국 진보진영의 담론 지형도 후자의 경향이 우세해져 왔다. 차별을 구조에 대한 집단적 저항에서 개인들이 사용하는 혐오 표현의 문제로, 개인의 태도(attitude) 문제로, 미시적으로 해결할 (“내 삶이 달라져야 ~~”) 문제로 국한시키는 경향.

 

쉽게 설렁설렁 볼 일 은 아니다. 좌파들도 이런 정치의 영향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체제의 주류 질서에서 인정하고 편입되는 것, 애티튜드, 미시적 해법 등을 중시하는 것에서 우리는 중간계급 전문직 세계관의 자유주의적/개인주의적 면면을 엿볼 수 있다. 좌파 내부의 이데올로기도 굉장히 혼란스럽고 모순된 상황인 것이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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