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구속 이후

사법 적폐 청산에 필요한 일들

 

265호 | 2018-10-31 

| 주제: 공식정치, 국가기관

 

이춘식 할아버지는 13년 만에 일본 기업의 강제징용 배상 대법원 판결을 받아 내고 소감을 말했다. “혼자만 남아 슬프고 서럽다.”

양승태 대법원이 대미·대일 관계를 고려해 판결을 일부러 질질 끄는 동안 피해자 동료들이 모두 사망했기 때문이다.

양승태 체제 아래서 벌어진 사법 농단의 본질이 (삼권분립 훼손 같은 권력 구조 문제가 아니라) 국가기관들이 사법권을 이용해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임을 이보다 더 잘 보여 주는 사례도 드물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 농단이 사실상 고의적 행위이자 범죄임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문재인이 임명한 대법원장과 대법관들로 구성이 일부 바뀐 새 대법원 아래에서도 구 여권과 연계된 사법 농단 수사가 그동안 심각하게 방해받았다. 법원의 위상과 권력을 (외풍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동류 의식(계급 의식이 더 정확한 말일 것이다)에서였을 것이다. 법원은 대놓고 재판 개입 증거를 인멸한 유해용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또한 주거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양승태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두 번이나 기각했다.

그러다가 결국 강제징용 판결 사흘 전인 10월 27일에야 임종헌이 구속됐다. 임종헌은 법원 내 요직인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지낸 자로, 사법 농단의 실무 지휘자로 지목받아 왔다.

 

임종헌은 사돈의 회사인 세종호텔 노조 탄압 판결에도 도움을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원본] [원본 정보]ⓒ조승진

 

그동안 ‘합법적’으로 자기 방어를 해 오던 법원도 임종헌 구속영장 기각까지 하는 건 무리라고 본 듯하다. 여론 악화 때문에 특별재판부라도 도입되면, 사법권을 독점해 온 법원 권력이 손상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별법까지 만들어 설치될 특별재판부가 양승태 일당을 무죄 판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임종헌 구속이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의심이 크다. 이른바 사법권 독립과 권력의 추악한 실체를 지난 몇 달 간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비공개로 조사한 판사들이 80명 남짓이라는데, 이들 다수가 임종헌을 책임자로 지목했다고 한다. 이는 고위 판사들의 카르텔이 흔들리는 것을 보여 주는 일이지만, 또한 임종헌 선에서 수사 확대를 막자는 공감대가 판사들 사이에 형성된 탓일 것이다.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면 양승태는 물론이고, 임종헌의 직속 상관인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지낸 박병대·차한성·고영한 등과 각각의 거래 재판에 임했던 판사들 모두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종헌은 구속 나흘째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검찰이 임종헌 구속 기한인 20일 안에 그 윗선인 양승태 등의 죄를 입증해 기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임종헌이 구속됐어도 법원에게는 무죄나 집행유예를 판결할 기회가 남아 있다. 

그러나 꼼수일지라도 법원 권력의 핵심부에 있던 인사를 구속한 것은 대중의 적폐 청산 염원이 아직은 무시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는 뜻일 게다.

애초에 노동자·서민의 거대한 운동으로 전임 우파 정권이 쫓겨나지 않았더라면, 추악한 사법 적폐의 비밀들이 폭로되기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요컨대, 아래로부터의 대중 투쟁이 중요하다. 민주노총의 11월 투쟁이 사법 적폐 청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강력한 반우파 정서 때문에 우파에게 돌파구가 확 열리지는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10월 30일 스스로 공개한 보고서도 자신들이 정권을 잃은 요인으로 강경 대북·안보 노선을 지적했다. 즉, 너무 우파적이라서 지지를 잃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우파들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 부진을 이용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문재인의 우선회로 실망감이 커지면서 정치적 틈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 운동 지도자들은 문재인에게 지지와 협력을 제공할 것이 아니라 그의 우선회에 맞선 투쟁으로 그 공백을 메워야 한다. 그래야 세력균형을 더 왼쪽으로 이동시켜 적폐 청산에도 유리하다.

 


사법 농단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

사법 농단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부당한 재판 거래가 벌어지기 전에 이미 국가 권력의 피해자들이었다. 쌍용차 노동자처럼 정부와 사용자의 대량 해고에 저항한 노동자들이나, 유신 독재 피해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위안부’ 할머니, 세월호 유가족, 전교조, 진보당 등.

사법 적폐 청산이 노동자·서민층의 정의이고 염원인 이유다.

이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최소한의 도리이자 출발점은 재판의 원상 회복일 것이다. 그러려면 재심이나 지연된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돼야 하고, 억울한 구속자들이 석방돼야 한다. 또한 재판이 아닌 불이익과 사찰 관련 문제는 신속히 국가의 사과와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사법 농단 세력을 철저히 수사해 법정에서 강력하게 단죄하는 것이다. 물론 철저한 사법부 개혁은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법적 단죄로써 지배계급이 함부로 저항 세력을 탄압할 수 없게는 할 수 있다. 피해자 구제는 그 하나다.

 


특별재판부를 어떻게 봐야 할까?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을 내놓았다. 그 안에 따르면, 대한변협과 이 재판을 맡을 법원(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의 판사들이 자기들 안에서 판사들을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그중 3명을 골라 임명하자는 것이다.

법원 밖이 아니라 안에서 새로운 합의부를 신설하는 형식이므로 위헌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파의 위헌 시비의 핵심은 유죄 판결을 목적으로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마녀사냥식 여론 재판으로 보이게 하려는 속셈이다. 그러나 현행법 하에서도 재판부 기피나 제척이 가능하므로, 양승태 ‘장학생’들에게 재판을 맡기지 말자는 법이 꼭 위헌으로 해석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문제는 사법 농단 고위 판사들에게 유죄를 판결할 수 있느냐다. 대중 다수가 기존 법원을 못 믿겠으니 특별 재판부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확실하게 단죄를 하고 싶어서다.

재판 거래 건으로 검찰에 비공개 출석한 판사만 최소 80명이라는데, 법원의 재판부 무작위 배당을 믿을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법원 스스로 압수수색·구속 영장 기각으로 판결 의중을 미리 선보이지 않았던가.

 

노동자들이 법과 법원을 불신하는 것은 당연하다 [원본] [원본 정보]ⓒ출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특별재판부 설치 제안은 사법 농단의 계급적 본질을 꿰뚫어 본 노동자·서민층의 불신을 반영한 것이다. 우파가 박주민 안이 특별재판부의 1심을 국민참여재판으로 하도록 한 것에 특히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파는 만에 하나 특별재판부가 구성되더라도 확실하게 유죄와 실형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거나, 유죄 판결을 인정하지 않을 속셈으로 지금 위헌 시비를 거는 듯하다.

법원 권력의 일부인 현직 판사들 중에서 선발되는 특별재판부의 판사들은 계급적 압력 속에서 판결하게 될 것이다. 결국 재판부 구성 방식보다는 어느 사회세력의 압력이 더 큰지가 수사와 판결에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법원 개혁?

지난 반년 간 고위 법관들은 대부분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다. 사법 농단이 가능했던 것은 이들과 당시에 정권을 쥔 우파, 기업인들의 이해관계가 계급적으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이 일부 바뀐 현 대법원과 문재인 정부도 사법 적폐 청산에 적극적이지 않았다(앞에서 설명).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에 정권의 의지 부족도 한 요인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된다. 여기에도 계급 문제가 있는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 자신이 6월에 내린 친기업적 판결도 우파 대법원이 법 개악을 기다리며 7년간 판결을 미룬 적폐를 계승한 것이었다. 그 판결은 휴일 초과 근무에 초과수당을 할증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는데, 그 판결이 가능하도록 민주당은 2월에 법을 개악했고 대법원이 이를 받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김명수 대법원은 이석기 전 의원 등 진보당 수감자들을 석방·사면하지 않는다.

김명수 대법원은 10월 30일, 표현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며 변희재의 이정희 전 진보당 대표 종북 낙인 찍기를 무죄 취지로 판결했다. 법원은 삼성의 무노조 공작 수사를 방해하는 판결을 내려 왔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물론이고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도 사법 적폐 청산 같은 사법부 개혁이 충분히 실행될 수 없다.

진정한 사회 혁명이라면 애초에 기존 국가를 대체할 새 국가의 일부로서 완전히 새로운 재판부를 민주적으로 구성해 구 체제의 부패 범죄·비리들을 처리할 것이다. 대중의 개혁 염원을 실현하려면 운동은 훨씬 더 근본적인 변화를 지향해야 한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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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1년반: 개혁 염원 배신과 진보·좌파 세력 견제

 

264호 | 2018-10-25 

| 주제: 공식정치, 주류정치

 

문재인 정부는 8~9월에 심각한 지지율 위기를 겪었다.

다급하게 앞당겨 추진한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하락세는 멈췄지만, 역전된 건 아니다.

상반기의 지지율 고공 행진을 이끈 핵심 동력은 4월의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이었다.

반면, 나머지 쟁점들에서는 갈수록 큰 실망을 자아내는 일이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특히, 노동과 사회·경제적 쟁점이 그렇다. 줬다 뺏은 최저임금 개악, 줄 듯하다가 뺏기만 한 노동시간 개악, 있는 일자리만 날아가게 한 제조업 구조조정, 비정규직 제로를 하겠다더니 정규직화 제로로 드러난 비정규직 대책 등은 노동자들을 분노케 했다. 해당 사업장들에서 조직화와 투쟁이 등장하는 배경일 것이다.

부유층 눈치 보느라고 부동산 문제에 어정쩡하게 대처하고, 국민연금 개악의 운을 띄운 것도 서민들 화를 돋웠다. 박근혜가 하려던 신자유주의적 규제완화를 추진했다. 제주 관함식과 주민 탄압도 감점 요인이다.

이런 상황은 지지층을 결집하고 정권을 안정시킬 카드가 문재인에게 별로 없음을 보여 준다. 판문점 선언 비준을 국회를 거치지 않고 국무회의에서 강행해 버린 것이 이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듯하다.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 트럼프의 일방적 군축조약 폐기 선언으로 거듭 확인된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미·중 갈등 심화, 문재인이 유럽 순방 중에 각국 지도자들의 동조를 별로 못 얻은 일 등 사정이 썩 좋지 않다. 북·미 간 물밑 협상도 크게 진척이 없어 보인다. 백악관은 북·미 정상회담 예상 일시를 계속 뒤로 미루고 있다. 이 상태라면, 일각의 기대와 달리 트럼프가 중간선거에서 이긴다 해도 북·미 간 화해 무드가 이어질지 미지수다.

적폐 청산은 감속 중

남북 문제와 함께 지지율 고공행진의 요인이었던 적폐 청산이 지지부진한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정부가 갈수록 우파 눈치를 더 많이 보기 때문이다.

10월 초 이명박이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는데, 그것 말고는 별 진척이 없다.

사법 농단 수사가 진척이 없으니, 국가가 그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배상하는 일도 진척될 리 없다. 기무사 수사, 5·18 발포 명령권자 수사, 심지어 세월호 참사 조사도 지지부진하다.

오히려 집권 1년 반을 넘기면서 민주당 인사들의 비리 연루 소식이 슬슬 나온다. 새로운 부패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도 적폐 구조와 그 수혜 세력에 유착돼 있음을 보여 준다.

그래서 재벌 총수들을 (그가 아무리 부패 범죄자라도) 계속 감옥에 가둬 두지도 못하고, 전임 정권 비리·부패 청산 운운하면서도 국가기관의 중·하급 관료까지 다 숙청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물론 적폐 청산에 지배자들의 저항이 거센 건 사실이다. 삼성 측의 무노조 공작에서 노조원이 피해자가 아니라거나, 증거를 제출했더니 증언이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판사들의 뻔뻔함을 보면 기가 막힌다.

그러나 문재인 본인이 재판 중이던 이재용을 우대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문화체육부 블랙리스트 관련 관료 중 단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았다. 검찰은 자유한국당 권성동(검사 출신) 등이 연루된 강원랜드 취업비리 수사 외압 의혹을 무혐의 처분했다.

청와대 스스로 전교조 인정하기를 기피하고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 등 양심수 석방 등도 노골적으로 기피한다. 삼권분립 운운하며 법원과 국회 탓만 하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은 오히려 지지층 이반을 낳을 것이고 남북 화해 주도 말고는 문재인에게 지지층을 결집시킬 카드가 별로 없다 [원본] [원본 정보]ⓒ평양사진공동취재단


대조적인 유시민과 이재명

친문 핵심 인사들은 좌파와 노동운동이 발목을 잡은 게 노무현 정부 실패의 최대 요인이라고 본다. 문재인 자신과 유시민이 대표적이다.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과 우파 언론이 노무현을 탄핵까지 하며 못 살게 굴었는데도, 노동운동 탓을 더 많이 하는 건 친노 진영의 계급적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파병, 노조법 개악, 한미FTA 체결, 제주 해군기지 건설 결정, 평택 미군기지 이전, 국민연금 개악, 비정규직법 개악 등 수많은 우파적 정책을 추진했다. 당시 진보진영은 필요한 수위의 저항을 제기하지 못했고 그 틈에 우파가 노무현에 대한 대중의 환멸로부터 반사이익을 얻었다.

여권으로서는 지금의 반우파 정서를 계속 민주당 지지로 묶어 놓으려면 좌파가 이익을 얻는 걸 막아야 한다. 그런데 그 방식을 두고는 여권 내부에서 의견이 갈리는 듯하다.

여당 대표 이해찬은 진보·좌파 세력을 달래가며 단속하는 게 낫다고 보는 듯하다. 민주노총을 찾아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복귀를 설득한 것도 그였다. 물론 이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이다.

친문 친위세력은 진보·좌파 세력을 아예 입 다물게 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 노무현 시절에 부동산 원가 공개, 국민연금 개악, 한미FTA 체결 등으로 여권 대선 주자들이 반발해 노무현이 고립된 일을 반면교사 삼아 미리 위험 요소를 제거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여권의 내분을 막으려다 되레 앞당기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친문 친위세력이 최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유시민을 추대해 사실상 정치 일선에 복귀시킨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노무현재단은 사실상 정치조직이다. 한명숙·문재인·이해찬 등 친노 그룹의 좌장격 인물들이 이사장직을 맡아 왔다. 햇병아리 초선 의원에서 일약 경남도지사로 올라선 김경수가 노무현재단 실무자 출신이고, 이재정 경기교육감, 정현백 전 여성부장관 등이 재단 이사 출신이다.

유시민은 진보 연하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데 달인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복지부 장관할 때 국민연금 개악을 지휘했고, 한미FTA 등 신자유주의적 시장 개방에 적극 찬성했다.

유시민은 국민참여당·민주노동당 합당을 추진할 때(2011년 말) 이를 반대하는 참여당 당원들을 이렇게 설득했다: 합당은 진보진영이 문재인/민주당 정부 아래서 정권에 대한 좌파적 반대로 나아가지 못하게 안에서 개입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민노당 이정희 대표의 헌법 존중 의지를 이런저런 형식의 만남에서 확인했다.

그런데 이와 대조적으로,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기본소득 재원으로 삼자는 정책을 내놓고 국회의 법 개정과 민주당의 당론 채택을 요구했다. 성남시에서 호평받았던 청년배당을 경기도 차원에서 확대 실시하기로 했다.

이재명 지사의 개혁 약속이 대중의 개혁 염원을 고무하고 기대를 부추기는 것은 우선회를 시작한 문재인 정부에게는 탐탁찮은 일일 것이다.

경찰은 겨우 휴대폰 2대를 압수할 목적으로 이 지사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을 벌였다. 드루킹을 만난 적이 없다는 거짓말이 들통났던 김경수는 민주당 전체의 보호막을 얻었는데 반해, 이 지사가 수차례 해명된 사건으로 수사받을 때는 민주당의 누구도 편들며 나서지 않는다. 청와대의 의중이 작용했을 것이다. 문재인은 방북 수행단에 접경지 단체장인 이 지사를 포함시키지 않았다.(이 지사가 최근 자신이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을 너무 심하게 공격했다고 한 건 친문에 대한 경고이기도 타협 신호이기도 하다. 결국 실패하고 우파만 고무하게 될 얼치기 개혁 정부와 타협하기보다는, 공언한 개혁을 한사코 실행해 대중을 고무하는 것이 이 지사 자신에게나 노동자·서민에게나 좋은 일일 것이다.)


보수대통합 추진하는 우파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구두선에 불과함이 슬슬 드러나면서 지지율 위기를 겪자, 우파가 기운을 되찾고 있다. 우파는 박근혜 퇴진 이후 책임 공방과 돈 문제 등으로 사분오열했었다. 그러나 최근 보수대통합 운운하며 내후년 총선에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것에 대한 위기감도 작용할 것이므로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

민주당은 부패 폭로로 대응한다. 적폐 청산 프레임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유치원 비리 폭로도 이 맥락 속에서 벌인 일로 볼 수 있다. 임명 과정에서 상처받은 유은혜 교육부장관을 돕는 것이기도 하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 개인은 상당한 용기를 발휘했지만 말이다.

유치원 운영자들은 교육공무원의 비리를 파헤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원생들을 안 받겠다고도 했다. 

자유한국당과 보수 언론은 오보를 불사하며 서울교통공사 등의 정규직 전환 비리 등을 문제 삼는다. 전형적인 피장파장 전법이지만, 이 공격은 민주당 정부, 민주당 지자체, 공기업, 노조 등을 모두 겨냥한다.

문재인의 지지율이 떨어져도 우파가 곧바로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는 것은 아직까지 강력한 반우파 정서 때문이다. 특히 노동운동의 동향이 만만찮다. 승리한 박근혜 퇴진 운동에 조직 노동운동이 (초기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덕분이다.

노동계 안팎의 개혁주의 지도자들이 문재인과 일전을 벌이기를 꺼리므로, 투쟁들이 보편화되는 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말이다.

중도파 정부는 구두선으로 표방한 개혁에 실패하면 좌우 양쪽의 공격을 받는다. 그런데 노무현 후반부와 달리 지금은 우파가 분열해 약화돼 있다. 노동자 투쟁에 유리한 요인이다.

그러나 임금과 노동조건 개악이 목적임을 분명히 한 문재인과 사회적 대화를 추구하는 건 잃을 게 더 많다. 자칫 노무현 후반부처럼 좌파적 대안을 건설할 기회를 놓치고 우파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 유리한 조건들을 이용해서 문재인의 신자유주의에 단호하게 반대하는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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