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의 우파 본색 ─ 그에게 반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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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박근혜의 자칭 ‘신년 간담회’는 일종의 도발이었다. 카메라와 녹음기도 못 들고 오게 해 놓고는 기자들을 자신의 탄핵소추 사유를 모두 부인하는 발언의 통로로 삼았다.


정작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심리에서는 사실 해명을 충실히 안 하는 박근혜가 기습적으로 해명성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다.


정치적으로 유폐돼 언로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이런 꼼수를 부린 것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범과 자기 지지자들에게 신호를 준 것이다. ‘어떻게든 버텨 보자.’


가랑비에 옷 젖을라 출판·사상의 자유 보장하라! ⓒ사진 조승진


5일 헌재 심리에서 박근혜 변호 대리인단은 촛불 운동은 ‘민주노총이 주도하며 주체사상을 따르는 운동으로 국민 민심과는 거리가 멀다. … 역대 정권도 다 측근 비리가 있었다’ 하고 나불댔다.


박근혜 특유의 우익 결집 시도와 운동 갈라치기, 피장파장 물타기 수법을 다 보여 준 것이다.


이런 의도가 뜻대로 잘 될지는 모르겠다. 박근혜의 입지는 줄고 있다.(대오를 유지해 퇴각하려는 이런 전술이 장기적 재생에는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5일 〈CBS〉는 청와대 전 정책조정수석 안종범이 검찰과 특검 조사에서 박근혜가 거짓말한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전 문화체육부장관 유진룡은 박근혜의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에 항의했다가 자신이 경질됐다고 폭로했다.


5일 헌재 심리에 증인으로 나온 청와대 행정관 윤전추는 최순실이나 청와대 전 간호장교 신보라 등의 진술과 모순되는 증언을 했다. 진실을 감추려는 자들끼리도 아귀가 안 맞는다.


같은 날 재판에서 검찰은 혐의를 죄다 부인하는 최순실에게 ‘나라의 격을 생각해 공소장에 최소한의 사실만 담았다, 증거는 차고 넘친다’ 하고 반박했다.


특검 수사도 문화계 블랙리스트, 삼성과의 공모(뇌물죄 혐의) 등으로 박근혜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정황들을 볼 때, 이 나라 지배계급이 박근혜를 보호하는 게 자신들의 위신 지키기에도 더는 걸맞지 않고 정치체제 안정에도 불리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당연히 정권 퇴진 운동의 규모와 기세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배자들이 박근혜 정권에게 기대한 바, 즉 경제 위기 고통전가와 그것을 위한 우파적 사회 단속이라는 지배계급의 필요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래서 권한대행 황교안이 우파적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내각의 신년 업무보고에서는 여전히 평범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하고, ‘김정은 참수’ 부대를 조기에 창설하겠다고도 했다. 국민의례 관련 대통령 훈령을 고쳐, 국민의례에서 세월호 희생자나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금지하려고도 한다.


또한 5일에는 검찰이 사회과학 도서 정보 제공·공유 사이트인 ‘노동자의 책’을 운영했다고 대표 이진영 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진영 씨는 철도노조 조합원이기도 하다.


사상 표현물을 공유하는 것조차 구속될 범죄라는 것은 국가보안법의 악법성을 보여 준다. 또한 박근혜·황교안 체제의 우파적 본질을 다시 확인해 준 것이다.


황교안 내각은 박근혜 정권의 대표 적폐들인 친제국주의 정책, 고통전가, 민주적 권리 억압을 어떻게든 더 이어 가려고 몸부림치는 것이다.


△퇴진운동은 박근혜뿐 아니라 황교안 내각 사퇴 등 적폐 청산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매주 수십만 명 규모를 유지하지만,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이 국회 탄핵소추 가결 이후 맹렬하던 기세가 잠시 숨을 고르는 상태이다.


야당들도 국회는 책임을 다했다는 듯이 운동과 거리를 둔다. 황교안의 적폐 행각을 견제하기보다는 대선 정국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과의 동맹을 염두에 둔 운동 내 일부 세력들도 대선 정국 대비에 더 관심을 쏟는 듯한 인상을 준다.


황교안은 그 잠깐의 틈을 타 반격의 잽을 날린 것이다. 대선 정국 전에 세력 균형을 조금이라도 우파에게 유리하게 돌려놓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황교안 내각은 구성원도, 하는 일도 모두 적폐인 것이다.


따라서 이 운동이 처음부터 박근혜 개인 제거가 아니라 정권 퇴진을 요구한 것은 옳았다. 1월에도 광장과 거리에서의 시위가 여전히 중요하다.


황교안 내각에 강경하게 맞서는 것은 조기 탄핵의 압박을 더 키우는 효과도 낳는다.


대중 투쟁이 유지돼 정치 지형이 조금씩이라도 왼쪽으로 계속 이동하는 것이 1천 일을 맞은 세월호 참사 문제 해결 등 적폐 청산에도 유리할 것이다.

박근혜 퇴진 운동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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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전국 촛불 집회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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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총리 내정은 박근혜의 ‘공안’ 통치 선전포고




박근혜가 친정 체제를 강화해 정치적 위기에 대응하려 한다.


박근혜는 한 달 넘게 공석인 국무총리 자리에 법무부장관 황교안을 내정했다. 이는 사정과 ‘공안’ 통치로 정치적 반대자들을 억눌러 권력 누수를 막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다.


여권은 비록 4·29 재·보선에서 승리했지만, 성완종게이트로 촉발된 불법 대선자금 의혹, 세월호, 민주노총 파업 등으로 지지율 하락 등 최근 위기를 겪었고, 이런 요인들은 잠시 가라앉았을 뿐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경제·안보 위기에 내재한 지배계급 내 분열 위험도 여전하다.


그러니 공안통치와 사정 정국으로 통치 기강을 세우는 것 말고는 뾰족한 다른 출구가 마땅치도 않다. 결국 충실한 황교안으로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식이 되고 만 것이다.


공안 검사 출신인 황교안은 법무부장관 2년여 동안 박근혜, 김기춘 등과 코드를 맞추며 강성 우익 정부의 돌격대장 구실을 해 왔다. 


헌법재판소에서 직접 공개변론을 맡아가며 진보당 위헌정당 해산에 앞장섰다. 그는 진보당 같은 좌파를 “암적 존재”로 부르며 해산 결정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헌법의 적으로부터 우리 헌법을 보호하는 결단”이라고 칭송했다.


또한 법무부장관 직을 이용해 검찰총장 채동욱을 내쫓으면서까지 국정원 등 국가기관들의 총체적 대선 개입 사건 수사를 좌초시킨 것도 그의 ‘공’이다. 최근 터진 불법 대선 자금(성완종 게이트) 수사에도 정권 핵심부로 불똥 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무엇보다 검찰이 세월호 참사를 수사할 때 해경에 대한 수사를 유병언 수사로 돌려 진상을 축소 은폐하려 한 당사자다. 박근혜와의 교감 속에서 이뤄진 일이었다. 또, 황교안은 목포해경 123정장에 대한 과실치사죄 적용도 반대했다.


바로 이런 ‘공’ 때문에 박근혜는 황교안을 총리에 내정한 이유를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고 ... 조용하면서도 철저하고 단호한 업무스타일”이라고 밝혔다. 황교안은 2년 전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안보·사회질서 교란세력 … 에 엄중히 대처해 법은 언제나 지켜진다는 신뢰를 쌓겠다”고 말했다.


이런 자가 총리가 되면, 최근 본격화된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와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에 대한 탄압도 더욱 거세질 것이다. 민주노총 파업 투쟁에 강경 탄압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위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도 더 거세질 것이다.


그러나 황교안의 ‘법치주의’는 박근혜 일당과 재벌에 대해서는 늘 피해갔다.


황교안은 검사 시절, 삼성의 정경유착 비리가 폭로된 삼성 X파일 수사를 맡아 삼성과 검찰의 고위 관련 인사들은 모두 불기소처분하고, 도리어 이 비리를 폭로한 이상호 기자(당시 MBC)와 노회찬 전 의원을 기소했다. 이 일로 노 전 의원은 의원직을 잃었다.


검찰 퇴직 후에는 삼성, SK 최태원 부정 사건 따위를 맡는 대형로펌 태평양에서 월 1억 원씩 보수를 받으며 전관예우 특혜를 누려 왔다. 병역 면제 의혹도 있다.


이 때문에 그는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전관예우와 세금포탈로 재산을 불려왔다는 의혹으로 진땀을 빼야 했다. 납득할 만한 해명도 없이 이런 자가 청문회를 통과해 법무부장관이 된 것을 보면, 새누리당의 추악함은 물론이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얼마나 별볼일없고 꾀죄죄한 집단인지도 알 수 있다.


노동운동은 황교안 총리 임명에 반대할 뿐만 아니라 그 의사를 투쟁으로도 표출해야 한다.




황교안의 ‘법치주의’가 뜻하는 바



황교안에게 법은 자본주의 특권세력의 기득권 질서 수호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래서 국가보안법과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처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들에 애착이 크다. 그는 이 법들에 대한 해설서를 개정판까지 내며 우파적 해석을 매뉴얼화해 왔다.


《국가보안법》개정판(2011)에서는 “[국가보안법은]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따라 그 개정이나 폐지가 논의될 수 없는 국가의 기간(으뜸이나 본바탕이라는 뜻)법”이라고 했다. 또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수 있다는 “인식”만으로도 이적행위 요건이 성립한다는 주장도 담았다.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 기준에 관한 고찰>(2005)이란 논문에서는 노동조합 쟁의행위가 “사유재산제도를 부인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근로자의 근로조건의 개선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관련된 사항으로서 사용자가 처분가능한 범위 내의 사항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쉽게 풀이하면, 아무리 노동조건에 관한 사항이라도 노동 관련 입법과 관련한 파업은 무조건 불법이라는 것이다. 직접적 사용자인 기업주가 처분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정리해고 반대 파업도 사유재산 처분권에서 유래하는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법이다. 황교안의 해석대로라면 노동조합은 있으나마나한 존재가 될 것이다.


《집회·시위법 해설》개정판(2009) 서문에서는 2009년 용산참사 강제진압의 주원인이 “농성자들의 … 불법·폭력성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본문에선 개정판 출간 당시 위헌 논란 중이던 야간집회 금지 조항을 “합헌”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집시법이 4·19 혁명이 야기한 사회 혼란을 “5·16 혁명”이 바로 잡으려고 만든 법이라고 말하는데, 집회에서 폭력이 벌어지면 참가자 모두 공범이라는 공동정범 이론의 지지자다.


황교안이 수호하려는 “법 질서”는 “약자가 권리를 침해받고 있을 때는 침묵하던 법이, 견디다 못한 약자가 그걸 세상에 알리고 바로잡기 위해 몸을 일으키는 순간, 뒤늦게 개입하여 약자만을 처벌”(《불멸의 신성가족》, 김두식, 창비, 2009)하는 바로 그 법 질서다.


※ <노동자 연대> 149호 온라인판에 게재(http://wspaper.org/article/15890)된 기사에 약간 살을 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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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탄압은 노동계급 운동을 겨누고 있다



우익과 통치자들은 진보당 지도부 일부의 사상이 북한 체제에 우호적이라는 정치적 약점을 이용해 탄압의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했다. 남북 통치자들 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그런 정치가 눈엣가시이기도 했을 것이다. (부분적으로는 장기 집권을 위한 선거 대책 차원에서 야권연대 분열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 전혀 혁명적이지 않은 진보당을 사상 탄압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진보당이 노동계 진보정당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노동운동이 급진적 정치사상과 만나 기존의 지배질서에 도전하는 방향으로 성장하지 않도록 ‘종북·내란’ 운운 호들갑을 떨며 본보기를 삼으려 한 것이다.


다시 말해, 국가보안법과 형법 제90조를 이용해 사상 탄압은 급진적 정치사상들을 노동운동 안에서 고립ㆍ격리하려는 박근혜와 우익ㆍ통치자들의 시도의 하나다. 특히, 궁극적으로 혁명적 사회주의 사상이 노동운동과 만나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다.


그런 점에서 종북, 친북 같은 것은 사실 90퍼센트는 빌미다. 이번 재판에서도 검찰과 재판부는 북한과 연계됐다는 점은 정작 거의 다루지 않았다. 검찰은 1심 구형에서 “북의 지령이 없더라도 독자적 정세판단 후 군사적 행동을 할 수 있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했다. 


실제로 북한과 관계가 없거나 북한 체제를 혁명적으로 비판해 온 사회주의자들도 이 법들의 처벌 대상이 돼 왔다. (이 글이 나간 후 북한에 비판적인 옛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 지도부 출신들이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상 유죄를 확인 받았다. 다행히 집행유예이긴 하지만 말이다. 1990년대에는 북한을 사회주의가 아니라 국가자본주의라고 규정한 ‘국제사회주의자들’이 10년 동안 1백 명 넘게 구속된 바 있다.)


이것은 저들이 처벌하고 옥죄려는 것이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라는 뜻이다. 사상과 표현, 결사의 자유는 자본주의의 오물에 맞서야 하는 노동계급에게는 필수적인 수단이다.


칼 마르크스의 말처럼, 사상이 수백만 대중을 사로잡아 물질적 힘이 될 때, 진정으로 그 위력을 발휘한다. (자본주의의 이윤을 생산하고 따라서 언제든지 멈출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노동운동이 이렇게 발전하는 것을 막으려고 지배자들은 사상의 자유 자체를 가로막고 탄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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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선동죄는 ‘형법 안의 국가보안법’




“국정원 ‘내란음모 정치공작’ 공안탄압규탄대책위원회”는 최근 ‘5월 12일 강연 녹취록’을 새롭게 정리해 공개했다. 이것을 보고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참석자들 사이에 모종의 연락망이 있다는 것과 이석기 의원과 참석자들의 (과장되고 잘못된) 정세 인식과 정치 노선뿐이다.


그러므로 이를 근거로 중형을 선고한 것은 이 재판이 전형적인 사상 탄압 재판이라는 뜻이다.


국가보안법은 머릿속 생각을 처벌하는 희대의 악법이다. 박근혜가 김정일을 만난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안 되고, 이석기 의원이 북한 체제에 대해 우호적으로 ‘말’한 것은 죄가 된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행위자의 ‘내심의 목적’을 재판부가 자의로 재단해 처벌하기 때문이다. 행위를 처벌하는 부르주아 사법 원리마저 부정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형법(1953년)보다도 국가보안법(1948년)이 먼저 제정된 나라다. 냉전적 반공주의와 친서방 자본주의 확립을 목표로 미군정이 수립한 이 우익 국가는 냉전 격화 속에서 아래로부터의 저항을 제압하려고 국가보안법을 만들었다. 국가보안법은 처음부터 “내부의 적”에 맞선 한국 자본주의의 ‘체제수호법’이었던 것이다.


형법 제90조 내란의 ‘예비ㆍ음모ㆍ선동ㆍ선전’의 죄 항목은 형법을 만들 때 국가보안법을 없애는 대신 이 법의 기능을 형법으로 옮기려고 만든 ‘쌍둥이’ 조항이다. (거꾸로 말하면, 국가보안법이 우파의 말과 달리 ‘내부의 적’을 처벌하는 내란죄 처벌 법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이승만과 그 후배 독재자들은 두 법을 모두 유지하며 저항 단속의 무기로 애용했다.


결국 ‘증거는 없지만 내란을 목적으로 모인 것은 분명하고 그래서 유죄’라는 자의적 판결은, 형법 제90조 자체가 내면의 양심을 처벌하는 ‘형법 안의 국가보안법’ 조항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법무장관 황교안은 지난해 국회에서 “내란 선동은 … 내란에 대해 고무적 자극을 주는 일체의 언동”이라며, 행위로 옮겨지지 않은 말과 생각까지 처벌하는 조항임을 분명히 했다. 


내란죄의 “국헌 문란” 개념은 국가보안법의 “국가 변란” 개념보다 더 폭넓게 저항적 사상을 처벌할 수 있다. 

(※ ‘귀게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성격이 더 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교안 본인이 쓴 《국가보안법》[구판은 《국가보안법 해설》]도 ‘국가 변란’이 ‘국헌 문란’ 개념보다 더 좁은 개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국가 변란이 혁명이나 타국과의 전쟁으로 완전히 새로운 국가체제가 수립하려는 행위를 지칭하는 개념이라면, 국헌 문란은 그것을 포함할 뿐만 아니라 현 국가체제 안에서 특정 정부기관을 타격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헌법기관 중 일부를 정지시키거나 변혁하는 것’에서 ‘상당 기간 기능하지 못하게 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이 차이 때문에 전두환, 노태우처럼 군사쿠데타를 통한 정부기관 접수 시도는 내란죄 국헌문란으로는 처벌돼도 국가보안법상 국가 변란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이 개념으로는 맘만 먹으면 정부 퇴진, 국정원 해체, 국회 보이콧 같은 주장과 투쟁 등도 처벌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한 예비와 음모, 선전과 선동을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 퇴진 주장도 누가 하냐에 따라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절차상 합법이라도 민의에 반하는 정부의 중도 퇴진을 요구하고 행동할 귄리를 부정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라고 할 수도 없다. 선거 기간과 이후가 판이한 정부를 제어할 수 없다면, 선거라는 것 자체가 이후에는 무의미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승만과 박정희 전반기가 직선제로 유지된 독재였다는 것도 이런 사례다.


그래서 내란 선동죄의 성립 조건을 엄격히 적용하라는 진보당 변호인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한편, 이런 내란죄를 적용함으로써 박근혜 정부와 우익 통치자들은 국가보안법만 썼을 때는 얻지 못할 또 다른 이점을 얻었다. 현존 국가체제 안에서 개혁을 추구하는 온건 개혁주의 지도자들이 ‘내란 음모’ 혐의자들을 방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경제ㆍ안보 위기 속에서 이미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던 온건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배신적 태도 때문에 노동운동은 진보당 방어 문제에서 분열했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국가보안법을 형법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제안해 온 자유주의자들의 국가보안법 ‘개폐’론이 꾀죄죄하고 위선적이라는 것도 다시 한 번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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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의원 등 내란음모 무죄 — 드러난 ‘사상 재판’의 실체

사상 탄압 중단하고 관련자들을 무죄 석방하라




8월 11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 음모” 사건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내란 음모 혐의는 무죄로, 내란 선동과 국가보안법상 이적 혐의는 유죄로 선고했다.


서울 고등법원 형사9부는 내란 음모의 주체라 할 “RO” 조직의 실체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음모의 주체가 없으니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증명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검찰은 내란을 실제로 계획하고 준비했다는 증거를 재판에서 내놓지 못했다. 2013년 5월 12일 회합 ‘녹취록’은 이미 재판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이 총 8백여 곳을 위조한 것이 드러났다.


재판부의 판결은 박근혜 정부의 “내란 음모” 소동이 사실은 정치적 마녀사냥일 뿐이었다고 인정한 셈이다.


“내란 음모”로 잡혀갔는데 내란 음모의 증거가 없다면, 구속자들은 모두 무죄 석방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피고인 측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도 재판 후 바로 이 점을 지적했다.


“지하혁명조직 RO가 존재한다, 그리고 조직원들이 사전에 준비 행위를 했다, 폭동을 모의하기 위해 모였고, 내란을 합의했다는 것이 [내란 음모와 선동죄 기소의] 핵심적인 기둥이었는데요. 내란음모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 4개의 기둥에 대해서 [2심] 재판부는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다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내란 선동도 무죄로 봐야 [합니다.]”(YTN 라디오 ‘강지원의 뉴스! 정면승부’)


그런데도 재판부는 내란 선동죄와 국가보안법은 유죄라고 판결한 것이다. 결국 구속자들은 2~9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 판결대로라면, 비공개 모임에서 토론했을 뿐인데 이것이 살인보다 중한 죄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회합 참석자들이 이 의원과 상명하복 관계에 있고 발언에 적극 호응한 점 등을 보면 참석자들이 가까운 장래에 내란 범죄를 결의ㆍ실행할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구체적 ‘행위’가 없어도 참석자의 ‘내심의 목적’을 추정해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재판부는 이 재판이 개인의 정치 사상(내면의 양심)을 단죄하는 ‘사상 재판’이라는 것을 자인한 것이다. 선고 결과만 봐도, “RO”의 실체 여부는 진정한 쟁점이 아니었다.


박근혜와 이 나라 통치자들은 노동운동 일부의 친북사상을 마녀 사냥하고 처벌함으로써 경제ㆍ안보 위기 속에서 고조될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저항을 분열시키고 위축시키려 한 것이다.



우익의 압력에 순응한 사법부


내란 음모의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도, 굳이 형법상 내란 혐의에 유죄를 유지한 것은 재판부가 박근혜 정부와 우익의 압력을 판결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형법상 내란죄로 좌파를 단속하려는 행정부의 의도에 한편이 된 것은 사법부 역시 통치자들의 일원으로 체제를 수호하는 데서 한마음이라는 방증이다.


현재 한국의 우익과 지배자들은 세계 자본주의 위기에서 비롯한 경제와 안보 위기감 때문에 갈수록 신경질적이 되고 있다. 자본주의 계급지배 질서를 유지하려고 자유민주주의라는 외양이 일부 훼손되는 것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재판부가 핵심 증거들을 기각한 것은 자유민주주의와 3권 분립을 내세운 통치기구의 일부로서 대중에게 존재(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RO”의 실체와 내란 음모 혐의는 검찰의 증거로는 도저히 입증됐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짝퉁 박정희” 정권의 유신 흉내는 ‘유신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유신 스타일’일 뿐이라는 것이 이번 판결에서도 드러난 것이다. 이것은 노동운동이 마녀사냥에 그다지 위축되지 않고 민영화와 고통전가에 맞서 곳곳에서 싸워 온 덕분이기도 하다.


결국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재판부의 판결은 검찰의 기소가 무리했다는 것을 드러냈다. “RO” 조직을 전제로 논리를 세운 법무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청구도 정당성이 크게 훼손됐다. 이 판결대로라면, 정부는 순전히 진보당의 강령과 활동만을 놓고 위헌 정당임을 증명해야 한다. 정치 사상 탄압이라는 본질을 더 노골적으로 드러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동운동은 세월호 참사, 의료 민영화 등 각종 개악과 고통전가 공세에 맞서 파업과 거리 투쟁 등 더 투쟁적 저항을 해야 할 때다.


(다음 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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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e-나라지표’를 통해 공개된 공식 통계를 보면, 국가보안법 기소율과 구속율 모두 2011년부터 다시 증가 추세다.


특히 박근혜 정부 첫 해인 2013년 기소율은 1997년 이후 처음으로 80퍼센트를 넘겼다. 구속자 수(38명)와 기소 건수(94건) 자체도 이명박 때(연평균 구속자 22.2명, 기소 55.8건)보다 증가했다.


기소권을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의 본색 드러내기가 특히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국가기구의 강경화 추세는 국내에서 경제 위기, 지정학적 위기 등을 배경으로 자라나는 통치자들의 위기감과 초조함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자본주의는 지난 몇 년간 대체로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미국 정부의 양적완화 덕을 보며 버텨 왔다.


종속변수


그러나 회복되지 않는 세계경제 위기에서 나홀로 탈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에서 비롯한 최근 신흥국 위기는 한국 경제에도 경고등을 울리고 있다.


이런 처지에 국가재정 문제가 시급한 쟁점이 됐다. ‘공공부문 정상화’와 ‘민영화’ 문제가 시급해진 이유다. 한국 정부 자신이 경기부양으로 인플레를 용인했으므로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도 커져 왔다.


이런 다급함 때문에 박근혜는, 한두 해 전부터 조금씩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조직 노동운동 전반을 동시다발로 공격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박근혜로선 노동운동과 본격 대결을 시작하기 전에 견제구를 날려야 할 뿐 아니라, 급진 좌파들의 노동운동 개입에도 대처해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그래서 저들은 갈수록 대안으로서의 매력을 잃어가는 친북사상을 단죄의 이유로 내세움으로써, 탄압의 계급적 성격을 은폐하고 심지어 진보정치 세력 안에서 분열을 유도하려 한다.


이에 더해, 남한 통치자들이 통제할 수 없는 강대국들의 갈등 구조 속에서 벌어지는 (대북 적대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 상황이 주는 효과도 무시해선 안 된다.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각별히 친북사상을 문제 삼아 남북 간 전쟁시 내부 반란 위험을 과장한 것도 시사적이다.


(물론 박근혜는 올 봄 지방 선거 대응이나 정치 위기 예방 차원에서 대북 포퓰리즘 정책을 활용하고 싶은 유혹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진보진영을 분열시키는 효과도 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전략과 무관하게 움직일 수 없는 한국 통치자들의 처지 때문에 그런 독자적 움직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세계 자본주의 위기와 제국주의 간 갈등 모두에서 종속변수인 한국 통치자들의 불안감 때문에 ‘외부 위협과 연계된 내부 세력’이라는 속죄양을 계속 찾게 될 것이다.


최근 ‘NLL 발언’을 이유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박창신 신부를 정식으로 수사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2ㆍ25 총파업


진보당 탄압과 최근 우익의 공세에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증거가 불충분해도 재판부의 무죄 선고를 기대하기는 힘들다(선고일 2월 17일). 만에 하나 내란 음모에서 무죄가 나오더라도 국가보안법은 유죄가 나올 것이다.


그러므로 진보정치 세력과 노동운동은 단호하게 내란음모 피고인들의 처벌(마녀사냥)에 한 목소리로 반대해야 한다. 다행히 10만여 명이 구속자 석방 탄원 운동에 동참했다.


이제 초조해진 박근혜가 조직 노동운동 곳곳을 동시에 공격해야 하는 처지가 되면서, 노동자들의 투쟁이 일반화된 전국적 저항으로 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물론 박근혜는 그럴수록 신경질적으로 나올 것이다.


조직 노동자들은 지난해 하반기에 그랬듯이, 이번에도 박근혜의 교란ㆍ위축 시도에 흔들리지 말고 ‘2ㆍ25 총파업’ 등 자신의 요구와 의제를 앞세운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좌파도 여기에 기여해야 한다.


그런 투쟁이 성공적일수록 저들의 강경한 공세는 그 쓸모를 잃고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




※ <레프트21> 120호. 약간 보충 설명을 덧붙였다. ☞ <레프트21>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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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은 친북사상뿐 아니라 북한과 아무 관계 없는 급진적 사상도 공격하는 무기다



국가보안법은 제주 4·3항쟁과 여순항쟁을 진압한 뒤 만든 악법이다.(1948년) 형법보다 먼저 만들어진 악법으로 ‘헌법 위의 법’으로 불려왔다. 내란의 ‘예비ㆍ음모ㆍ선동ㆍ선전’의 죄는 1953년 형법을 만들 때 국가보안법의 기능을 그대로 옮겨놓은 조항이다. 둘 다 ‘행위’뿐 아니라 원천적으로 ‘사상’ 자체를 처벌하는 쌍둥이 악법이다. 


이것들은 냉전과 한국전쟁이라는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남한 지배자들의 정치ㆍ경제 지배질서를 수호하려고 만든 악법들이다. 처음부터 ‘체제 수호법’이었던 것이다. 근래의 심각한 경제ㆍ안보 위기 속에서 이 법들이 요란하게 전면에 나선 맥락이 여기에 있다. 일각의 ‘반통일 악법’이란 분석이 편협한 이유다.


이 악법들의 체제 수호법적 특성은 1991년 5월 국가보안법 개정 때 더 분명해졌다. 당시 “분신정국”으로 불린 대규모 항의운동 속에서, ‘소련 붕괴 등 냉전질서가 해체되고 있으니 냉전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거나 최소한 개정은 해야 한다’는 여론이 크게 일었다. 


그러나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은 이를 거꾸로 개악에 이용했다. 국가보안법의 단죄 대상에 북한을 가리키는 ‘정부 참칭 단체’ 말고도 ‘국가 변란 선전ㆍ선동 단체’를 추가한 것이다. 북한과 아무 관계 없는 급진적 좌파들까지 쉽게 처벌할 수 있게 한 이 개악법을 민자당은 날치기 통과시켰다.


물론 북한의 핵 ‘위협’을 빌미로 삼는 반공주의 논리는 이후로도 계속됐다. 그러나 종북, 이적, 간첩 등은 빌미일 뿐 본질은 “내부의 적” 단속이다. 최근 탄압에서 법무부가 ‘노동자ㆍ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을 통합진보당 해산과 내란음모죄 기소의 근거로 삼은 것은 결코 레토릭(수사)이 아니다. 


극소수 특권층이 다수 노동 대중을 지배하는 사회에서 노동자 권력 사상을 토론하고 그에 따른 정치조직을 만들 자유는 노동계급에게 절대로 필요한 권리다. 


그것을 국가가 ‘이적’이라고 가로막는다면, 그것은 국가의 적이 노동계급이라는 걸 고백하는 것일 뿐이다. 원세훈이 ‘민주노총, 전교조 등’을 일컬어 “내부의 적”이라고 한 것은 지배계급의 계급의식적 일원으로서 가진 진심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보안법과 형법 내란죄 조항을 이용한 사상 탄압은 궁극으로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말한 바, 즉 현실의 노동계급 운동과 과학적 사회주의가 만나는 것에 대한 지배자들의 두려움을 반영한다. 


북한의 사이비 사회주의(=국가자본주의)에 반대하며 노동자 권력을 지지해 온 국제사회주의자들이나 사노련 등이 이 법의 제물이 돼 온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전혀 혁명적이지 않지만 노동운동에 상당한 기반이 있는 진보당이 희생양이 된 것도 노동운동과 사회주의 정치의 만남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우익 정권의 전술인 것이다. 


이런 탄압을 통해 박근혜 정부는 또한 본격적인 내핍 정책을 앞두고 좌파를 단속하며 억압적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한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기죽지 않고 자신들의 요구를 내놓고 저항에 나서는 것이 가장 훌륭한 반격이 될 것이다. 아울러, 급진적 좌파가 노동계급 운동 속에 뿌리내리도록 끈질기게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저들의 음험한 탄압에 대한 가장 좋은 대응책일 것이다.



※ <레프트21> 116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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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는 박근혜, 노동운동이 막아야 한다 ②

헌법이 반박근혜 경전이 될 수 있을까 



민주당은 올해 내내 친자본주의 정당으로서 그 한계를 보여 왔다. 우파의 ‘종북’, ‘대선 불복’ 프레임에 말려 NLL 대화록 물타기, 통합진보당 마녀사냥,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등에 굴복해 왔다.


우파가 이런 공격들을 통해 각인시키려 해 온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바로 반공주의적 자유시장 자본주의 체제 질서를 뜻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법이론 ‘전투적 민주주의’는 전투적 자본주의론이라 부를 만하다.


냉전 초기 독일 헌법에서 베낀 것이라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개념과 용어가 한국에서는 유신헌법에서 처음 등장했고, 이 유신헌법 기초 작업에 참여한 김기춘이 지금 정권의 실세라는 것도 시사적이다.


이 자본주의 지배 질서를 옹호한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이해관계가 별반 다르지 않다. 민주당이 최근 대선 불복론에 맞설 새 프레임이라고 들고 나온 ‘헌법 불복론’이 진보세력에게 그다지 쓸모 있는 것이 못 되는 까닭이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우익이 ‘헌법’ 운운하며 방방 뜨고 있는 것을 보라.


헌법이란 그 나라 통치자들이 국가 운영과 관련해 서로 약속한 활동 규칙들의 총체다. 다만 그것을 만들고 개정할 때 당시의 계급 세력균형이 일부 반영될 뿐이다. 그래서 군사독재가 강력할 때 만든 유신헌법보다는 1987년 노동자ㆍ민중의 항쟁의 여파로 개정한 헌법이 조금 더 민주적인 것이다.


모순


그럼에도 그 계급적 본질 때문에 ‘87년 헌법’조차도 일관된 체제 수호 논리를 기초로 해, 노동자ㆍ민중의 민주적 권리에 대한 서로 모순된 규정들의 조합들로 이뤄져 있다.


어느 조항들은 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의 자유와 노동3권을 보장하지만, 또 다른 조항들은 ‘국가안보’란 명목으로 기본권에 대한 국가의 자의적 제약을 가능하게 해 놓았다. 가령 국가보안법의 최악의 독소조항인 제7조는 헌법 제37조 2항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진보당 해산 청구 건도 마찬가지다. 선거에서 2백여만 명의 지지를 받아 국회의원이 여섯 명인 진보정당을 최고위 권력자들 몇 명이 없앨 수 있는 게 대한민국 헌법이기도 하다.


물론 헌법의 모순된 조항을 이용해 법적 투쟁에 활용하고, 저들 통치 논리의 위선과 기만을 폭로할 수는 있을 것이다.(사상의 자유 인정 않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식으로.)


그러나 진보와 노동운동의 정치적 정당성 자체를 헌법에서 찾거나 우파의 공격에 맞서는 방패로 삼는 것은 자기 모순을 잉태하는 것이다. 모순된 ‘헌법 가치’들로는 당장 공격받는 전교조, 공무원노조, 진보당 등에게 진정한 [그리고 일관된] 변호 논리를 제공할 수 없다.


그러기는커녕 민주당의 헌법수호론은 우파와 새누리당에게 자신들의 체제 수호적 ‘결백’을 인정받으려는 논리에 불과하다. 


따라서 민주당이 진보당 해산 심판에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이석기법’*이나 이석기ㆍ김재연 의원 제명 논의에 새누리당과 발을 맞추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 광범한 대중을 생각해 비판할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따라서 개혁주의의 발로일 뿐 아니라 민주당과의 계급연합의 발로이기도 한 헌법수호론에 의존하려 해서는 안 된다. 


노동운동과 진보진영에게는 헌법이 아니라 ‘노동계급과 차별받는 사람들의 이익’이 민주적 권리 보장을 위한 핵심 근거가 돼야 한다. 


(※ 노동계급 전체에 이로운 것이 사회 전체에도 이롭다. 노동계급의 이익이 사회의 보편적 이익인 것이다. 물론 이 점은 노동계급 운동이 스스로 나머지 대중에게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한편, 우리 사회가 날카롭게 계급으로 분단된 사회라는 점에서 서로 적대하는 계급의 통일과 공동선을 말하는 헌법은 사회 변혁 운동에서 부차적인 문서일 뿐이다. )



* ‘이석기법’

새누리당은 국회의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기소되면, 해당 의원의 수당과 자료제출 요구권을 박탈하겠다는 악법을 만들려 한다. 판결 확정 전 무죄추정의 원칙도 내다버리는 악법이다. 



※ 레프트21 115호.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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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검은 9월 25일과 26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을 형법상 내란 음모와 선동,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와 이적표현물 소지 등 혐의로 기소했다.[각주:1] 


그러나 검찰의 중간수사결과발표는 국정원의 구속영장 내용에서 별반 달라진 게 없다. 한 달에 걸친 구속 수사로도 밝혀낸 게 없는 것이다.


검찰은 이른바 ‘RO’ 조직이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는 비밀 지하혁명 내란 조직이라고 했지만, 정작 ‘RO’를 반국가단체로 기소조차 하지 못 했다. 국정원과 검찰이 구속, 기소, 압수수색을 한 모든 기준이 RO 모임 참석·가입 여부였는데 말이다.


새로 추가된 증거는 친북 표현물들인데, 이는 오히려 국가보안법적 사상 탄압의 성격만 확인해 줄 뿐이다.


이런 것들은 ‘내란음모 사건’의 본질이 왜곡·과장된 반공 국가주의 마녀사냥이고, 이 사건이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우파 정권의 정치 재판이라는 걸 확인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법리적으로는 무리로 보이는 이 재판의 희생양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내란 조직의 실체도 제대로 못 밝혀내면서도 이런 억지 기소가 가능한 것은 형법의 내란죄 조항들이 국가보안법 못지 않은 악법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26일 오후 2시에 한 것도 치사한 짓이다. 이날 오전 박근혜의 기초연금 공약 먹튀 뉴스의 비중을 줄여 보려는 꼼수다.


사건을 터뜨린 때부터 수사결과 발표 시점까지 죄다 각종 개악 등의 물타기에 써먹고 있는 것이다. 또, 국정원은 국내 정치 개입과 수사권 보유가 정당하다고 시위했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정견의 차이에도 함께 힘을 모아, 반공주의 마녀사냥에 반대하며, 정치사상과 표현·결사의 자유를 위해 일관되게 싸워야 하는 이유다



  1.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홍순석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한동근 전 수원시위원장 등.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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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란의 ‘예비·음모·선동·선전’의 죄의 약사와 본질



대한민국은 일반 형법보다도 국가보안법이 먼저 만들어진 나라다. 국가보안법은 일제의 치안유지법을 모태로 해서 행위가 아니라 사상을 처벌하는 악법이다. 


이 희대의 악법은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에 반대하는 제주 4·3 항쟁 진압 과정에서 일어난 여순항쟁 직후에 만들어졌다.(1948년 12월 1일) 


냉전반공주의를 뼈대로 한 우익독재국가 수립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제거하려 한 것이다. 이처럼 국가보안법은 대한민국 정치체제가 시작할 때부터 그 본체에 아로새겨진 악법이다. 


[그 뒤, 이승만의 국가보안법과 박정희의 반공법을 전두환이 합쳐 놓은 게 지금의 국가보안법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주류 지배자들에게 국가보안법은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따라 그 개정이나 폐지가 논의될 수 없는 국가의 기간법”(법무장관 황교안)인 것이다. 


박정희와 전두환 군사 독재 체제에 뿌리를 둔 정치 세력과 재벌들이 한사코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해 온 이유다. 


반면, 좌파와 많은 자유주의자들은 국가보안법이 폐지돼야 그나마 한국의 정치체제를 ‘자유민주주의’라 부를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체제에 적대적인 사상에게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그 체제에는 사상의 자유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을 떠받치는 핵심 세력 중 하나인 국가정보원이 이번에는 형법의 내란죄 혐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로써 저들은 국가보안법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얻기 어려웠을 효과를 거두고 있다. 사상의 자유 탄압이라는 본질을 숨기고, “충격과 공포” 속에서 더 효과적으로 진보진영을 고립·분열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법 적용은 역설이게도 도리어 형법의 내란죄 조항이 얼마나 굉장한 ‘악법’인지를 보여 줄 뿐이다. 


내란의 ‘예비·음모·선동·선전’의 죄는 1953년에서야 형법을 만들면서 특별법인 국가보안법을 대체하려고[국가보안법을 폐지하되 그 기능을 그대로 알박기 해 놓으려고] 만든 조항이다. 


특히, 내란 선동·선전의 죄는 형법이 [법리상] 표방한 ‘행위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국가보안법처럼 사상을 처벌하는 독소 조항이다.(당시 국회에서 이런 이유로 이 조항에 반대하는 의견이 제시됐다.) 


[물론 이승만과 반공주의 야당은 형법 안에 이같은 국가보안법 대체용 조항을 만들어 놓고도 정작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않았다. 여하튼, 제정 과정을 보면 국가보안법과 형법 내란죄는 반공 국가주의의 쌍둥이라 할 수 있는 셈이다.]


법무장관 황교안도 4일 국회 체포동의 요청 이유 설명에서 “[내란 음모죄는] 실행계획의 세부에 이르기까지 모의할 필요는 없다 … [선동죄는] 내란에 대해 고무적 자극을 주는 일체의 언동”이라고 말했다.고무줄 잣대라는 걸 자인한 것이다.


즉, 내란죄의 예비·음모·선전·선동의 죄로도 얼마든지 사상과 표현의 자유, 노동계급 정치조직 결사의 자유를 억압하고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형법의 내란죄도 국가보안법과 마찬가지로 냉전적 반공주의를 본질로 하는 반민주·반인권·반노동 악법인 것이다.


박정희와 전두환이 이승만이 만든 국가보안법을 계승·발전시키면서도 거듭 내란음모죄를 공안탄압에 이용해 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로써 그동안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되, 형법을 보완하면 된다고 했던 친민주당 자유주의자들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술한 것인지 또 한 번 드러났다. 


게다가 한국 지배자들은 1991년에 이미 국가보안법을 개정하면서 친북과 관계 없는 좌파까지 탄압할 수 있도록 “국가 변란” 개념을 추가한 바 있다. 


그런데 형법 내란죄의 “국헌 문란” 개념은, 공안검사 출신 법무장관 황교안조차, 국가보안법의 “국가 변란” 개념보다 더 포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국가 탄압이 성공을 거둔다면, 저들은 국가보안법을 보완할 반공 국가주의의 새 ‘탄압 무기’를 33년 만에 다시 확보하는 셈이다. 


이들은 내란죄 조항을 되살려 정치로나 조직으로나 북한과 전혀 관련 없는 [또한 북한을 시장자본주의와 본질에서 차이가 없는 국가자본주의 체제로 보고 비판하는] 좌파들, 그리고 2008년 촛불항쟁 같은 운동까지 법으로 찍어누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민주적 체제 단속의 폭이 더 넓고 쉬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북한의 위협,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것을 빌미로 삼는 반공 국가주의의 형식논리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이든 형법 내란죄든 종북, 이적, 간첩 등은 빌미일 뿐 본질은 체제 내부 단속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동운동과 진보진영은 내란죄 조항을 되살려 공안 천국의 물꼬를 트려는 저들의 추악한 의도를 똑바로 봐야 한다. 


경제·안보 위기를 배경으로 남한 국가의 진정한 주인들이 노골적으로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향수를 드러내는 지금, 내란죄 적용 시도가 되살아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우파 권위주의 정권의 마녀사냥에 맞서 우리가 사상과 정견의 차이를 넘어 단결해 싸워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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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 강부자, 병역기피, 탈세 … 고위 관료는커녕 통반장 자격도 없다




박근혜정부가 장관 한 명 없이 출범했다. 새 행정부가 개점휴업인 셈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는데, 이미 절반이 지난 정부 같은 느낌도 준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강력한 정치양극화 속에서, 복지공약 뒤집기로 득표층마저 흔들리면서 지지율이 추락했고, 뒤이어 내각 후보로 내놓는 인물들이 죄다 문제투성이라는 게 강력한 반작용을 낳은 것이다. 분노한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민주당도 대충 넘어가주기 매우 힘든 것이다.


[※ 3월 4일 아침에 앵그리버드보다 화난 얼굴에 스타카도 말투로 대국민 위협 담화를 박근혜가 했는데, 민주당이야 엄청난 압박을 받겠고 그래서 인사청문회 통과에는 좀더 수월해질 수 있겠지만, 상황을 뒤집지는 못할 것이다. 내가 물론 박근혜의 초기 위기를 과장해서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빠진 것처럼 보는 것은 아니다. 예상보다 빠르게 정치 위기를 겪고 있는 점을 지적하려는 의도다.] 


명진스님은 인사청문회를 보고 “누가 더 더러운 걸레인지, 방걸레인지 똥걸레인지, 걸레 경연대회같다”고 힐난했다


탈사모(탈세 사랑 모임)’, ‘전사모(전관예우를 사랑하는 모임)’ 같은 말이 나오는 박근헤 1퍼센트 특권층 우익 내각 후보 명단을 보는 “보통사람들”의 마음도 명진스님과 같을 것이다.   


[첫 지명자가 낙마한 ‘덕분에’] 가까스로 총리가 된 검찰 출신 정홍원은 한보그룹의 서울 수서지구 개발 비리 사건을 수사한 뒤에, 바로 그 한보아파트를 분양 받아 시세차익을 챙겼다


경제부총리 후보 현오석은 2001년 당시 고위층 특혜 분양 비리가 터졌던 경기 분당 파크뷰아파트를 분양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국방장관 후보 김병관은 군 재직 시절, 군사보호구역 해제 예정지를 미리 헐값에 매입했다가 되팔아 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차익이 무려 80배나 된다. 손자병법을 3백 번이나 읽었다는 실력이 투기와 위장전입에서 드러나는 듯하다.


안전행정부 내정자인 유정복은 자기 형이 있는 회사에 특혜를 주는 개입을 한 의혹을 명쾌하게 해명 못 하고 있다. 


특히, ‘전관예우’ 관행이 사법, 경제, 국방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드러났난 것이 시사적이다. 고위관료 집단과 기업주, 각종 이익단체 등 1퍼센트 세력이 권력과 특권을 매개로 얼마나 단단하게 얽혀 있는지 보여 준다.


검찰 출신인 정홍원과 법무장관 후보 황교안도 퇴직 후 대형 로펌에서 매달 수천에서 1억 원씩 보수를 받았다외교부 관료 출신인 윤병세도 대형 로펌에서 큰 돈을 받고 재산을 불렸다., 


경제기획원을 거쳤던 현오석도 전관예우 관행을 이용해 재정경제부에서 1억 원이 넘는 특혜를 받았다. 교육부 관료 출신인 서남수도 퇴직 후 사학재단에서 전관예우 혜택을 크게 받았다. 


김병관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까지 했던 전력을 이용해 국방부를 상대로 무기수입상의 브로커로 활동했다. 현 고위장성 연루 의혹까지 나올 정도다.


지갑만 썩은 게 아니라 생각도 썩었다. 반민주·반노동 문제가 두드러진다.


정홍원은 “국기 경례 거부하는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 자격이 없다”고 하는 자고, 황교안은 “[국가보안법은]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따라 그 개정이나 폐지가 논의될 수 없는 국가의 기간(으뜸이나 본바탕이라는 뜻)법”이라는 자다그는 “사유재산제도를 부인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 사용자가 처분가능한 범위 내의 사항이”어야 하므로 노동 관련 입법이나 정리해고 반대 파업이 모두 불법이라고 한 바 있다.


김병관은 제대 후 “종북세력 척결의 결사대가 되겠습니다” 하고 떠들고 다녔다. 교육부장관 후보인 서남수와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 유정복은 청문회에서 5·16이 쿠데타냐는 질문에 즉답을 회피했다


[※ 토요일(2일)에 국정원장으로 내정된 남재준은 육사-육참총장 출신이다. 군 회식 때마다 애국가를 불렀다는데, 노무현 초기에 ‘정중부의 난’ 운운하며 나댔던 인물이고, 국정원의 방첩업무가 죽었다고 벼르고 있는 인물이다. 금융위원장 내정자 신제윤은 한미FTA 협상팀이었고, 2004년 전경련 파견 근무 후 친재벌 정책을 펴겠다고 호언했던 모피아 출신이다.]


한편, 국토부장관 후보 서승환과 통일부장관 후보 류길재는 박정희 쿠데타를 지지하고 동조해 고위직을 지낸 자들의 아들이다. 현오석은 유신 정권의 경제개발계획에 직접 참여했던 자다. 심지어 CIA 요원이라는 의혹을 받는 김종훈까지 신설 공룡부처[각주:1]에 내정했다. 


오죽하면,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조차 “무슨 고구마 줄기도 아니고 자고 나면 문제가 터지고 있다”고 하는 말이 나오겠는가. 당 지도부에서조차 일부 인사의 자진 사퇴 얘기가 나오자, 원내대표 이한구는 “좌파가 낙마시키려는 후보를 물러나게 할 수 없다”고 맞섰다.(누가 진정으로 파당적인가???)


여야를 떠나 이런 자들에게 장관이 적격이라는 말을 한다면, 그 입들에 걸레를 물리고 싶다.



※ 이 글은 <레프트21> 99호에 축약해 실렸습니다. 여기에 주말 사이 드러난 내용을 약간 보충해 넣었습니다. ☞ http://www.left21.com/article/12655


  1.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은, 미래창조과학부로 개인정보관리, 전자정부 관련 사항이 집중돼 이 새 부처가 ‘빅브라더’로 가는 길을 닦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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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식 법치주의의 앞잡이가 되려는 황교안은 법무장관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안보·사회질서 교란세력, 서민 권익 침해 범죄에 엄중히 대처해 법은 언제나 지켜진다는 신뢰를 쌓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의 앞잡이 구실을 했던 황교안이 ‘서민 권익 침해 범죄에 엄중히 대처’할 거라는 말은 이명박이 ‘4대강 사업을 반성한다’는 말 만큼이나 황당한 얘기다.


황교안을 삼성X파일 수사를 맡아 삼성과 검찰의 고위 관련 인사들은 모두 불기소처분하고, 이 정경유착 비리를 폭로한 이상호 기자와 노회찬 전 의원은 기소한 당사자다.[각주:1] 


검찰 퇴직 후에는 삼성, SK 최태원 부정 사건 따위를 맡는 [그 자체로 1퍼센트 수호 세력인] 대형포럼 태평양에서 월 1억 원씩 보수를 받으며 전관예우 특혜를 누려왔다. 


황교안에게 법은 사회질서 교란세력을 척결하는 수단일 뿐이다. 이를 포장하는 ‘국가안보’와 ‘국민 안전’이란 담론은 모두 1퍼센트 특권세력의 기득권 질서 수호의 다른 말일 뿐이다.


황교안은 국가보안법, 집시법 해설서를 개정판까지 내면서 반동적 해석을 매뉴얼화해 온 자다.


《국가보안법》개정판(2011)에서는 [국가보안법은]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따라 그 개정이나 폐지가 논의될 수 없는 국가의 기간(으뜸이나 본바탕이라는 뜻)법”이라고까지 했다.


그는 이 책에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수 있다는 “인식”만으로도 이적행위 요건이 성립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 기준에 관한 고찰>(2005)이란 논문에서는 노동조합 쟁의행위가 “사유재산제도를 부인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근로자의 근로조건의 개선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관련된 사항으로서 사용자가 처분가능한 범위 내의 사항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쉽게 풀이하면, 아무리 노동조건에 관한 사항이라도 노동관련 입법과 관련한 파업은 무조건 불법이라는 것이다. 직접적 사용자인 기업주가 처분가능한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정리해고 반대 파업도 정당성이 없다. 그 파업은 사유재산 처분권에서 유래하는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대로면 노동조합은 있으나마나한 존재가 될 것이다.


《집회·시위법 해설》개정판(2009) 서문에서는 2009년 용산참사 강제진압의 주원인이 “농성자들의 … 불법·폭력성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본문에선 개정판 출간 당시 위헌 논란 중이던 야간집회 금지 조항은 “합헌”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집시법이 4·19 혁명이 야기한 사회 혼란을 “5·16 혁명”이 바로 잡으려고 만든 법이라고 말하는데, 집회에서 폭력이 벌어지면 참가자 모두 공범이라는 공동정범 이론의 지지자다.


황교안의 “법 질서”는 “약자가 권리를 침해받고 있을 때는 침묵하던 법이, 견디다 못한 약자가 그걸 세상에 알리고 바로잡기 위해 몸을 일으키는 순간, 뒤늦게 개입하여 약자만을 처벌”하는 바로 그 법 질서다.


황교안은 지금 전관예우와 세금포탈로 재산을 불려왔다는 의혹을 해명 못 하고 있다. 이런 황교안이 “법의 신뢰” 운운하는 걸 듣고 있자니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날 것 같다




  1. 이런 자가 명문 경기고 동창이란 이유로 노회찬 전 의원에게 10만 원 후원금을 보냈었다는 사실은 이들이 명문 학벌 인맥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 주는 사례일 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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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에 대해서도 … 아버지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그렇게까지 하시면서 나라를 위해서 노심초사하셨습니다. 그 말 속에 모든 것이 다 함축돼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요.”


박근혜가 또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박근혜는 30여 년 전 일기에서 “유신 없이는 아마도 공산당의 밥이 됐을지도 모른다 … 혼란 속에 나라를 빼앗기고 공산당 앞에 수백만이 죽어 갔다면 그 흐리멍텅한 소위 민주주의가 더 잔학한 것이었다고 말할지 누가 알 수 있으랴” 하고 민주주의 혐오증을 드러낸 바 있다.


이것이 “바뀌네” 쇼를 하며 전태일과 ‘국민대통합’ 하겠다던 박근혜의 실체다. 



△“아버지보다 더한 딸이다” 9월 12일 새누리당사 앞에서 박근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오열하는 ‘인혁당 사건’ 희생자 유가족들. ⓒ사진 고은이



이런 본색 때문에 수도권 청장년 세대와 중도층에서 ‘박근혜 거부’ 정서는 꽤 강력하다. 이들이 연말 대선 때 박근혜 반대표를 찍으려고 투표장으로 몰려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박근혜는 갖고 있다. 그래서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외연 확대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말도 했다. 


 그러나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끌어내면서 전태일 동상에 헌화하겠다는 식의 추잡한 연극은 처음부터 오래 갈 수 없는 운명이었다. 추악한 본색은 웬만한 화장으로 가려지지 않고 있다. 아니, 가려질 수도 없다. ‘광폭’ 행보는 이제 독재정권의 ‘광기 어린 폭력’을 옹호하는 행보가 되고 있다. 


박근혜는 박정희 독재를 사과하거나 반성하거나 하는 일을 결코 할 수 없는 인물이다. 무엇보다도 박근혜의 현재가 유신체제의 유산을 딛고 서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박정희가 강탈한 재산으로 만든 육영재단, 영남학원(영남대), 정수장학회, 한국문화재단 등이 박근혜가 1퍼센트 특권층의 삶을 유지하며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돼 왔다. 


청와대를 나온 박근혜에게 전두환은 청와대에서 발견한 박정희의 비밀 자금 6억여 원(현재 가치로는 수백억 원)을 줬다. 그리고 박근혜가 활동을 재개한 첫 기반은 육영재단과 영남대재단이었다. 1995년부터는 11년간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지낸다.



1979년 강남은마아파트 전단지. 평당 68만 원으로 계산하면, 박근혜가 받은 6억 원의 현재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은마아파트 30채를 살 수 있는 돈이었다. 이를 지금 시세로 하면???



지금도 <부산일보>의 실질적 소유주인 정수장학회는 아바타 사장을 심어 놓고 박근혜 비판 보도를 한 기자들을 징계ㆍ해고하며 편집권을 통제하고 있다.


박정희 일가의 돈은 단 한 푼도 들어가지 않은 이런 강탈 ‘재단’들을 박정희가 죽은 뒤에도 박근혜 일족이 소유하게 된 데에는 또 다른 ‘유신 적자’ 전두환의 배려가 크게 작용했다. 전두환은 비자금을 종자돈으로 줬을 뿐아니라, 문제의 재단들을 국가가 환수하지 않고 박근혜가 운영하도록 했다. 


정수장학회의 장학생 출신자 모임인 상청회는 박근혜의 대선 사조직 기반이다. 7인회 소속인 김기춘과 현경대가 이 모임의 1,2대 회장 출신으로 상청회 두 축이라 불린다. 


현재 장학금을 받고 있는 재학생들 모임인 청오회도 2007년 이후로 정치적 동원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시사인>은 출결 관리를 하며 행사에 동원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도 있다.


또한 최근 폭로된 자료를 보면, 박근혜와 그 친지, 측근들 스물두 명이 문제의 재단 네 곳 중 최소 두 곳 이상의 이사를 순환하며 맡아 왔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에서 정수장학회 공대위 주최로 "정수장학회 해체 촉구와 고(故) 김지태 유족 입장발표 및 독립정론 부산일보 쟁취를 위한 상경 농성 돌입"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 박재광


박근혜는 박정희의 반동적 이데올로기와 정책도 고스란히 상속 받았다.


5ㆍ16 쿠데타, 유신, 장준하 의문사, 인혁당 사형 등에 대한 박근혜의 반동적 입장과 생각은 확고한 신념으로 굳어져 있어서 쉽게 가려지지도 바뀌지도 않는 것이다. 


올해 초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이 부상하자, 박근혜는 “제주를 [해군기지가 있는] 미국의 하와이처럼 만들자”고 말했는데, 사실 제주도에 미군이 사용할 해군기지를 만들자는 제안을 한국에서 가장 먼저 한 자가 바로 박정희였다. (실제 공군기지로 사용한 건 일본 제국주의였다. 그 알뜨르 비행장은 강정 해군기지 완공시 부속 공군 기지/활주로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박정희는 1969년 6월 1일 <워싱턴포스트>와 기자회견을 하면서 제주도의 미 해군기지 제공 의사를 밝혔다. 막 취임한 미 닉슨 행정부에게 잘 보여 지지와 지원을 받으려는 속셈이었다. 당시 미국은 해군기지가 있던 오키나와를 일본 영토로 반환하는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었다.


최근 김종인과 이한구 등이 대선 캠프의 주도권을 놓고 다투는데, 사실 2인자들을 여럿 두고 경쟁시키며 일인 권력을 강화하는 방식도 박정희의 것이다. 


박근혜가 철두철미하게 박정희의 ‘아바타’처럼 구는 것은 정치·재정적 ‘유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스스로 유신체제 권부의 일원이었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1974년부터 공식적 퍼스트레이디로 청와대에서 공식으로 예산과 비서관을 두고 정치 활동을 했고, 유신 말년에 새마음운동 총재로 행사를 열 때는 장관, 서울시장, 정주영 같은 재벌들이 ‘수행’으로 나서는 등 위세도 대단했다. 그는 구국여성봉사단으로 1백만 명이 넘게 사람들을 모아 ‘거느렸다.’ 


박근혜가 최근 ‘1975년 인혁당 사건 판결은 고문과 허위 자백에 바탕한 조작이었다’는 2007년 법원의 재심 판결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자신도 이 범죄의 책임자 중 하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때 이미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처럼 뼛속까지 독재 DNA로 충만한 박근혜에게서 ‘과거사 반성’이니 ‘경제 민주화’와 ‘복지’ 따위를 기대하는 건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사실 박근혜가 내건 “100퍼센트 국민대통합”이란 구호도 “1퍼센트에 맞선 99퍼센트” 같은 [계급투쟁을 상징하는 구호가 유행하는 등] 급진화에 맞불을 놓는 우파적 구호에 불과하다. 


게다가 박근혜의 핵심 기반인 1퍼센트 지배자들은 ‘경제민주화’ 같은 사기성 구호들조차 불편해 한다. 이는 세계경제 위기가 다시 확산하면서 한국 경제에도 위기감이 감도는 것과 결코 무관치 않다. 


게다가 우파 집권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가 “경제 민주화”나 “복지국가” 같은 구호들을 내세우는 것이 사람들의 기대감을 자극해 오히려 부메랑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 때문인지 요즘은 박근혜 본인도 ‘경제민주화’와 ‘줄푸세’는 다를 게 없고, 감세를 강하게 말하지 않는 건 이명박이 감세를 잘 해서라며, 복지를 위한 재정 확대(증세)에는 반대한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며 뒷걸음치고 있다.


물론 박근혜의 본색이 이렇다고 해서 당장 쿠데타가 일어나고 유신 체제가 복귀하는 일이 벌어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위기 조짐들 속에서 박근혜의 당선은 지배계급 내에서도 각별히 구시대적인 우파들이 득세할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박근혜는 진흙탕 선거전으로 판 자체를 더럽게 만들어 노동계급 청년세대가 냉소적으로 투표에 기권하도록 만드는 한편, 우파를 단단히 결집시키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계산하는 듯하다. 진보진영의 자중지란과 민주당의 지리멸렬 덕분에 이런 책략이 어느 정도 통할 수 있는 것이다.(건질 게 별로 없던 문재인의 오늘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보라.)


그러나 2002년에도 이회창 대세론이 거셌지만, 미군의 여중생 살해 사건에 항의하는 청년들의 시위가 서울 한복판에서 최대 40만 명까지 참가하는 운동으로 발전하면서 결국 이회창은 집권에 실패했다. 


당시 거대한 대중투쟁은 노동자ㆍ청년 들 속에서 냉소를 걷어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줬다. 


그러한 반우파 대중투쟁과 진보 대안 건설 노력을 결합시키는 것을 통해서 진보의 가치와 요구를 의제화하고 우리 편의 사기를 높인다면 박근혜 대세론에 균열을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대선 이후 (누가 당선하더라도) 불의한 반민주ㆍ반노동 정책들을 쉽게 추진 못 하게 할 힘을 축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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