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임원 직선제 선거 논쟁

“준비된 투쟁”론은 당면 투쟁을 회피하는 핑계일 뿐


<노동자 연대> 138호 | 발행 2014-11-24 | 입력 2014-11-22



민주노총 임원선거 기호4번 전재환ㆍ윤택근ㆍ나순자 팀(이하 전재환 선본)은 핵심 기치로 “준비된 통합 지도부”를 내세운다.


전재환 선본은 십수 년간 민주노총 상층 지도부 층의 주류를 이뤄왔던 세력들(이른바 중앙파ㆍ자주파ㆍ국민파)이 연합한 후보 조다. 현 집행부 승계 후보 조이기도 하다. 후보들 자신도 각각 금속, 보건, 지역본부에서 위원장 자리를 거쳤다. 민주노총의 핵심 의결ㆍ집행 기구인 중앙집행위원회의 구성들이었던 것이다.


이들은 상층 활동 경험이 많은 것을 강점으로 삼고 있다. 폭넓은 대표성을 갖고 있고 상층 경험이 많으니 민주노총의 “통합과 단결”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투쟁성이라는 면에서 보면 결정적 약점이다. 이들은 민주노총 상층의 보수적 투쟁 회피와 관료적 타성이 낳은 폐해에 공동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전재환 선본의 주장에서 이에 대한 반성적 평가는 거의 없다.


전재환 후보는 2005~06년 비정규직 악법 통과 국면에서 금속연맹 위원장과 민주노총 비대위원장을 지냈고 오랫동안 중집의 구성원이었다. 그러니 전재환 후보가 중앙 임원을 하지 않았으니 자신은 책임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안일하다. 어쨌든 그는 동료 관료들의 무사안일과 타성, 개혁주의를 전혀 비판하지 않는다.


전재환 선본은 2016~17년 총ㆍ대선에 맞춰 준비된 투쟁을 하자고 주장한다. 당장 박근혜 정부의 파상공세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이런 계획은 무책임한 투쟁 대기론일 뿐이다.


또, 지역 순회 연설회에서 ‘사업 계획과 예산을 중앙위로 넘기고, 대의원대회는 중앙위 결정을 추인하는 기관으로 만들자’고 주장했다. 의결 기관의 기능을 약화시켜 관료적 조율과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수밖에 없는 것은 그동안 민주노총 지도부가 대의원대회의 투쟁 결정을 임의로 유보ㆍ철회시키는 식의 태도를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료주의가 낳은 문제를 관료주의를 강화해 해결할 수는 없다.



‘나중에 보자는 놈 치고 무서운 놈 없더라’


전재환 선본의 강조점은 “준비된 투쟁”론에 있다. 당선 후 1년 간 준비해 2016~17년 총ㆍ대선 일정에 맞춰 노동계급 전체의 요구를 걸고 정치투쟁을 하자는 것이다.


전재환 후보는 TV 토론에서 ‘긴박하다고 해서 현장이 준비가 안 돼 있는데 총파업 동참할 리 없다. 준비된 공세적인 파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급 전체의 요구를 걸고 전 조합원이 함께 준비하고 투쟁하자는 것에 투사라도 이의는 없을 것이다. 단위노조 임단협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된 투쟁”론의 문제점은 ‘준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준비’를 이유로 지금 당면한 투쟁들을 회피ㆍ외면하는 것이 진정한 문제다.


지난해 말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 탄압과 민주노총 침탈에 광범하고 즉각적인 분노가 있었다. 그러나 민주노총 지도부는 즉각 대중적 항의를 선언하지 않고 준비가 필요하다며 2월 말 총파업을 선언했다. 이런 소심한 대응은 민주노총 본부 침탈로 무리수를 둔 정권에 도리어 한숨 돌릴 여유를 줬고, 정권의 탄압에 대한 노동자들의 촉각만 둔감해졌다.


정작 두 달을 준비했다는 파업은 정권과 기업주들에게 별 타격을 주지 못했다. ‘나중에 보자는 놈 치고 무서운 놈 없더라’는 말이 들어맞은 상황이었다.



‘준비된 투쟁론’과 정권 교체


민주노총의 전략적 정치적 투쟁의 시기가 총대선 시기로 맞춰진 것을 보면, 이 투쟁의 핵심 목표는 정권 교체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적 교섭의 대상이 될 개혁 정부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불가피하게 새정치민주연합과의 연대로 귀결된다.


이를 위한 핵심 수단 하나가 “진보대통합”과 “반신자유주의 반박근혜 범국민전선”이다. ‘진보정치 통합’이 민주노총이 승리하는 야권연대―정권교체로 가는 지렛대인 것이다.


이는 제9대 김영훈 집행부가 2012년 총ㆍ대선 국면에 추구한 전략이다. 전략적 야권연대를 위해 노동운동의 투쟁성과 독립성을 약화시킨 결과, 정치 지형을 노동계급에게 유리하게 바꾸는 일은 더 어려워졌다. ‘총선 승리 후 총파업’ 계획은 총선 패배 후 흐지부지 없던 일이 돼 버렸다.


한편, 전재환 선본의 전략은 진보당 중앙위가 인준한 “당 혁신과 진보정치 단결을 위한 우리의 출발” 문서와 흡사하다. 중앙파와 국민파 지도자들 다수가 노동정치 재편에서 진보당을 배제하자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선거 연합을 하고는 이제 그들의 전략을 그대로 채택한 것이다.


진보당은 이 문서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새로운 진보대통합은 민주노총 전농 전여농 중심의 진보대통합이어야 한다 … 진보대통합에 기초해서 야권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쌍용차, KEC, 현대차 비정규직, 철도, 전교조, 공무원연금 등 숱한 문제에서 새정치연합은 중재를 자처하며 노동자들이 투쟁을 중단하고 불필요한 양보를 하도록 종용하는 구실을 해 왔다. 이 당이 자본가 계급의 비주류에 기반을 둔 친자본주의 정당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계급의 투쟁성과 독립성을 해치고 일관된 투쟁 건설 노력을 해친다.


더구나 이런 전략에 따라 ‘진보대통합’을 민주노총 지도부가 추구한다면, 그것은 배타적 지지 방침 결정 시도로 이어져 필연적으로 노동운동을 분열시켜 약화시킬 것이다.



진보ㆍ좌파 다원주의와 정치 방침



노동조합은 기본적으로 노동조건과 생활조건의 방어를 위해 특정 부문의 노동자들을 단결시키는 조직이다. 정치적 견해는 불가피하게 다양할 수밖에 없다.


민주노동당이 2008~12년에 사분오열해 재규합이 난망한 지금, 진보정당과 좌파들 안에서 자유롭게 지지를 선택하는 진보ㆍ좌파 다원주의가 투쟁으로 조합원들을 단결시키는 데에 현실적이고 현명하다.


한편, 전략적 야권연대는 분명히 반대해야 하지만, 모든 야권연대가 문제라는 좌파 일각의 고집은 지나치다. 국회에서 특정 개혁 입법 발의를 쟁취하거나 특정 악법을 저지하려고 부르주아 야당과 불가피하게 전술적 공조를 취해야 할 때도 있다. 선거에서 특별히 수구적인 후보에 맞서, 그리고 그에 비해 민주당 후보가 노동자들에게 진보적으로 비쳐지는 인물일 때 특정 선거구에서 후보 단일화 추진이 불가피할 때가 있다.


최근 노동조합 투쟁이 어려움을 겪은 것이 야권연대 노선 탓만은 아니다. 민주노총 상층 지도자들의 투쟁 회피와 개혁주의가 가장 큰 약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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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당 인터넷게시판 악플 놀이 뒤에 숨어 다시금 참여당 통합 문제를 거론하려 기회를 엿보는 듯하다. 진보정치세력의 통합 문제는 제껴두고 9.25 당대회의 충격이 가시기만 기다리고 있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내가 그렇게 보는 근거  중 하나가 일주일 넘게 미뤄서 열린 10월 4일 최고위원회 결과다. 그 정도 하찮은 내용이라면 당대회 당일날 회의를 열어서 공표해도 됐다. 그런데 민주노총 위원장까지 나서서 게시판에 해명 글을 쓰게 할 정도로 개판인 상황을 만들어 놓고 나서 열린 최고위의 결과가 고작 진보대통합 계속 추진하겠다는 한마디 뿐이란 말인가. 

사실 그 결정에 숨겨진 비수는 진보대통합을 최고위원회가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수임기관은 이제 용도폐기됐다는 것인데, 지난 서너 달 동안 참여당 문제로 벌어진 지난한 당 안팎의 논쟁의 구도를 살펴보면 그 의도를 알 수 있다. 

그동안 당내 공식기구 안에서 참여당 통합 반대의 주요 목소리는 수임기관에 속한 전직 대표 둘을 중심으로 한 의원단과 일부 광역당부 위원장들에게서 나왔다. 수임기관 용도 폐기는 내용적으로 참여당 통합 당론 결정 시도를 부결시킨 9.25 당대회를 현 당 지도부가 거부하고 싶다는 의사 표현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 지도부 내에서 벌이는 행태들, 그리고 조직 동원해 퍼붓는 유치한 게시판 여론몰이가 집요함에 따른 소신과 다수파의 힘을 보여주기보다는 당대회에서 패배한 지도부의 몽니 부리기로밖에 비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현 지도부는 아직 파악하지 못한 듯하다. 한참 독이 올라있다는 건 알겠는데, 아무리 봐도 별로 무섭지가 않다. 

 

노무현 정부 시절, 비정규직 확대와 정리해고에 맞서 싸웠던 이들의 참여당 통합 반대가 분파적 야욕인가.


첫째, 당대회가 끝나자마자 김선동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대회 원안을 부결시킨 반대파에게 “분파적 야욕, 정파적 아집”이라고 저주를 퍼부었다.

그런데, 6월 정책당대회 때 신상발언을 통해 “최고위 안에서 논쟁할 땐 하더라도 최고위의 의견으로 중앙위에 안건이 올라오면 최고위는 의견 통일해 행동해야 하고, 중앙위 안에서 논쟁할 때 하더라도 중앙위 안건으로 대의원대회에 올렸으면 중앙위원들은 자기 의견을 접고 원안을 지지해야 하는 게 당적 태도”라고 일갈한 바 있다. 즉, 당기구가 결정하면 무조건 군말없이 따르는 게 당원의 자세라는 것이다. 

불과 석 달 전, 자기 입으로 한 말을 완전히 뒤집고 민주노총 현직 위원장과 민주노동당의 창당 대표는 물론이고 기륭의 김소연 분회장 같은 현장의 헌신적 투사들마저 분퍄적 야욕 분자로 몰아버린 그 협량으로 아무리 통큰 대통합으로 새시대를 열어보자 한들 말발이나 서겠는가. 그런 자세로 강기갑 전 대표 등을 비난한다고 설득력이 있겠는가. 

둘째, 현 지도부를 지지하는 일부 논자들은 당대회 원안 부결로 진보대통합 관련한 모든 안건이 부결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니 원점에서 참여당 문제를 다시 재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만약의 경우 [참여당이 급진적이라고 거북스러워 한] 5·31 합의문도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주장은 우선, 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사무총장이 한 답변을 모두 부정하는 것으로 자기들이 보위하겠다는 지도부를 일약 당대회에서 거짓말을 한 꼼수쟁이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자기 논리에 취해 자신들이 휘두른 도끼가 자기 발등을 찍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더구나, 현 지도부가 임기 1년 내내 가장 중요하게 다룬 사업이 바로 진보대통합 사업이었다. 그런데 이제 당대회에서 모든 진보대통합 추진 사업이 부결됐다면, 이것이야말로 현 지도부가 엄중하게 책임을 지고 사퇴를 해야 할 사건 아닌가. 대통합을 추진해야 할 지도부가 협량으로 진보신당을 설득하지 못했고, 끝내는 자기당 당원들도 설득하지 못했으니 이 책임을 누가 어떻게 져야 하는가.

나는 당대회 직후 당게에 올린 글에서 이런저런 ‘현실적인’ 이유로 당 지도부 사퇴 촉구가 슬기롭진 않다고 밝힌 바 있는데, 당 지도부를 엄호하려는 당원들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으니 보는 내가 답답할 지경이다. 사퇴를 거부한 당 지도부가 스스로 퇴진이 마땅하다는 명분을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당론이 정해졌는데도 맘에 안 든다고 지도부가 사보타지를 계속하는 것은 집요함이 아니라 무능으로 비춰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셋째, 당대회에서 다수를 얻었든 그렇지 않든 정해놓은 규칙에 따라 참여당 통합 안건은 부결이 된 것이다. 당헌으로 정한 규칙에 따라 당론이 되기엔 자격이 미달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상대적 다수를 얻었다고 재추진하자고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다수파의 권위를 스스로 허무는 것이고, 당을 깨자는 것이다. 

왜냐면, 원치 않은 당론으로 정치적 처신이 구속될 불편을 더 자주 감수해야 하는 것은 (6월의 창당 강령 폐기 때처럼) 당연히 소수파 그룹일텐데, 다수파가 당론 불복종을 이렇게 관례화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소수파에게는 향후 처신에서 족쇄를 풀어주는 것이다. 

자칭 다수파가 9.25 당대회 결정을 뒤엎더라도 반대파에게는 부당하게 뒤집힌 당론을 따를 하등의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자칭 다수파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무기를 스스로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럼 65퍼센트가 35퍼센트에게 끌려가야 하냐고 반론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왜 진보신당의 다수파인 통합파에게는 당을 깨고 합치자고 말하지 못하는가. 그들도 당대회에서 패배했지만 다수파인데 말이다. 진보신당 통합파는 54퍼센트지만, 민주노동당 당권파는 65퍼센트라고 우긴다면... 그러면 3분의 2 규정은 왜 있는 거냐고 반문할 수 있다. 당헌으로 정해 놓은 상황이 무시된다면, 소수파가 당대회 결정을 안 따를 때 뭐라 할 말이 있겠는가.

넷째, 그들이 유시민과 살림 합치는 걸 방해했다고 원래 한집 식구이던 권영길, 강기갑, 김영훈을 공격해서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자산이 있는가.

8.28 당대회 직전 <민중의소리> 인터뷰에서 야권통합정당론자인 조국 교수는 이정희 대표에게 진보 통합도 못하면서 참여당 통합을 기웃거린다면서 자기 동네부터 챙기라고 핀잔을 준 바 있다. 

자기 편을 설득도 못하지, 포용도 못하지 도대체 지도력을 발휘 못 하는 리더들의 값어치가 올라갈 수 있을까. 서울시장 선거에서 최규엽 소장이 부진한 것, 서울시장 선본 구성이나 강원도 인제군수 선거에서 푸대접 받은 것이 과연 우연일까. 

국민들은 참여당도 진보로 보니 진보대통합 대상이라고 우기는데,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참여당도 진보로 보는 그 대중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그냥 형제로 본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운동 때 노회찬 전 의원은 아직도 자신을 민주노동당 의원으로 사람들이 부른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형제 통합도 못하는 지도력으로 참여당과 통합해 민주당과 맞먹는 통합정당을 만들겠다고 하면 사람들이 인정해 줄까. 참여당 지지자들의 인터넷 여론에 홀리는 건 자유지만, 그 자유엔 책임이 따른다. 

다섯째, 현재의 위기 국면과 우경화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경제 대공황의 공포, 심상치않은 한국경제 상황, 그리고 이명박 정부와 사장들의 필사적인 고통전가 노력은 정치 위기, 이데올로기 위기를 낳고 있다. 지배의 정당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조직 노동운동 바깥에서 희망버스 운동 같은 행동으로도 표출돼 왔다. 이럴때 진보정당이 기성 정치 질서에 순응하는 방식으로 적응하면 기회를 잡기가 더 힘들어진다. 

당 지도부가 참여당에 한 눈 팔다 진보대통합에 실패하면서 지금 국면의 주도권은 일단 ‘혁신과 통합’ 같은 야권통합론자들에게 부분적으로 넘어가 있다. 이들은 민주당을 배제하는 세력이 아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민주당에게는 여전히 대주주 구실을 되찾을 기회가 남아 있다. 그것은 대중의 반한나라·비민주당 정서를 봤을 때 매우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당 지도부들은 민주당의 야권연대 내 패권주의를 막으려고 참여당과의 비민주 통합진보정당을 만들려고 한다지만, 참여당과의 통합 결정은 필연적으로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분열을 낳을 것이므로 그 뜻은 이뤄질 수 없다. 이미 참여당과의 통합 시도만으로 진보신당과의 통합도 불발시켜버렸지 않은가. 
 
끝난지 만 4년도 안 된 노무현 정권에서 맞아 죽고, 해고돼 죽고, 배고파 죽은 사람들이 그 정권을 계승하는 당을 환영하지 않는 것은 역사적 정당성이 있는 것이다. 누구도 참여당을 민중을 대신해 용서해줄 권리도 없다. 

친노 개인들이야 노무현을 존경하면서도 진보적일 수 있고, 진보정당의 당원으로서도 손색 없을 수 있지만, 친노를 정치 지향으로 채택한 정당은 진보가 아니다. 그래서 참여당 포함한 통합은 불안정한 동맹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일단 대중의 비민주당(과 그 아류인 참여당) 정서와 맞지 않고, 그것이 우리 편을 분열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참여당과의 통합 부결이야말로 분열이 더 커지는 것을 막은 것이다. 현재 어려워진 국면의 책임은 명백히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부에게 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 지도부에게 고언하건대, 참여당과 유시민에게 자신들의 정치적 신용을 담보 잡히는 행태를 더는 지속하지 마라. 친자본 정치세력의 비주류 정당을 끌어들여 덩치 키우기를 하는 건 고도의 전략이나 책략이 아니라 친자본 일색의 정치 구조를 유지하는 일에 협조하는 것일 뿐이다. 

수십 년 동안 품어 온 인민전선 전략의 실현이 눈 앞에 와 있다고 여기겠지만, 수십만 당원과 수백만 노조원을 지지자로 거느리던 1930년대 공산당들도 인민전선 집권으로 모두 더 작은 친자본 중간계급 당들에게 견인당하다가 정치적으로 파산했다. 

프랑스 공산당은 자신들도 기여한 순전한 폐허 위에서 지난한 반나찌 게릴라 투쟁으로 겨우 신용을 회복했지만, 결국은 그 노선을 바꾸지 않은 채 전후 정치 구조에 적응했다가 지금은 사회당의 아류 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스페인 공산당은 패배의 크기가 너무 커 그후 반세기 넘게 반전의 기회조차 가져보질 못했다. 

물론 민주노총의 지지를 받는 조건에서는 참여당과 통합해도 우경화는 할테지만 당의 근본 성격이 바뀌진 않을 것이다. 그런 기반이 유지되는 조건에서는 현 지도부가 기층의 압력 때문에 우경화에서 방향을 반대로 틀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지금의 노선이 ‘지금 여기’에서 분열과 우경화, 진보적 계급정치의 존재감 약화를 불러오고 있다는 사실이 바뀌지 않는다.  

여론에 따른다고 다 구체적이고, 관념성을 배격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조를 만드는데 갤럽에 의뢰하고 시작할 것인가. 전투적 노동운동 싫다고 하면 민주노총과 관계를 끊을 생각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흩어진 진보정치세력을 다시 규합해 노동운동과 진보적 대중의 힘과 투쟁을 강화하는데 복무할 생각을 해야 한다. 주체를 분열시키는 외연 확대는 외연 확대가 아니라 그냥 자중지란적 분열일 뿐이다. 이미 2008년에 충분히 고통스럽게 겪은 일 아닌가. 

지금 민주노동당의 2008년 분당이 이전의 여러 우경화 불씨에 불붙인 이후 지금 대중운동이 얼마나 우경화 때문에 애를 먹고 있는지 경험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소속이든 아니든 진짜 좌파라면 민주노동당의 우경화 행보에 제동을 걸려고 싸워야 하고, 현재로선 그렇게 해야만 노동자 대중운동의 후퇴를 막고 급진 부위를 정치적으로 강화해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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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 후보로 박원순 변호사가 뽑혀 여론조사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무소속 박원순후보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을 제치고 단일 후보가 된것은 “‘안철수 바람’을 토대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 현실정치에 대한 비판 정서 등이 맞물리면서 나타난 결과”(<미디어오늘>)로 볼 수 있다.

박원순 후보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의 창립을 주도하고, 2000년 총선 낙천·낙선 운동을 비롯해 국가보안법 반대,재벌 개혁,부패 추방 등 권력 감시 운동에 앞장서 온 진보적 NGO의 대표 인사다.

이처럼 기성 정치 바깥에서 진보·개혁적 사회운동 경력을 쌓아 온 박원순 후보의 부상은 ‘제도권’ 정치에 대한 비판이 반한나라·비민주당의 온건 개혁주의로 향하는 최근 경향을 보여 주는 듯하다.


박원순 후보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제가 만난 시민들의 공통된 요구는 ‘내 삶을 바꿔 달라’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기성 양당 구조가 전혀 평범한 다수의 삶을 보호하거나 개선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불만을 잘 보여 준다.

이런 불만이 왼쪽을 향하고 있다는 것은 우파 ‘시민후보’로 나섰던 이석연이 박원순 후보와는 대조적으로 “기성정치의 벽을 뚫는데 한계가 있다”며  꾀죄죄하게 중도 사퇴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경제 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안철수·박원순 바람이 불면서 한나라당 지지율은 물론이고 민주당과참여당, 친노 정치인들의 지지율이 주춤하거나 추락한 것도 이같은 대중적 반감의 한 사례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위기감이 크다. 대선 전초전이라는 서울시장 선거에 제1야당이 후보를 못 내 체면을 구겼기 때문이다. 당대표 손학규가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철회했는데,민주당은 손학규 말고는 뚜렷한 대안이 없는 형편이다.

이런 민주당의 위기는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민주당은 부자감세,한미·EUFTA, 미디어악법 등 중요한 쟁점마다 결정적 순간에 한나라당과 타협하며 반MB대중의 뒤통수를 쳐 왔다.


진보정치


문제는 이런 상황에 진보정치 세력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그동안 진보의 독자적 목소리보다는 민주당과의 협력이나 참여당과의 통합을 더 중시해 왔다. 기성정당 질서에 편입되는 방식에 중점을 둔 것이다.

반대로 진보정치 세력의 단결을 통해 기성 정치와 구분되는 대안을 내놓으려는 노력에는 소홀했다. 그
러다 보니, 최근 몇몇 선거에서 선거연합으로 실리를 얻기는 했지만 막상 정치적 존재감은 후퇴했다.

이번 경선에서 민주노동당 최규엽 후보가 기대와 조직력보다 저조한 지지를 받은 것도 진보세력이 분열해 있고 독자적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못 드러내는 상황에서 ‘어차피 사퇴할 후보’로 비춰진 것이 가장 컸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좌파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며 진보 염원 청년·대중과 함께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박원순 후보는 “노동3권만큼 중요한 시민권이 어디 있냐”며 노동계급 문제에 우호적이긴 하다.

또 친환경 무상급식공공 무상 보육고용안정과 청년 실업 해결서울시와 산하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해고자 복직[각주:1]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이를 위해 “토건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보편적 복지 예산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했다.

진보진영은 박원순 후보와 이러한 진보적 요구·과제들을 지지하되, 이명박 정부와 우파의 방해를 뚫고 이런 과제들을 실현 가능하게 만들 독립적인 대중행동 건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역겨운 적반하장 검증론


한나라당은 아름다운재단이 재벌 기부 받은 것을 두고 “위선진보”라고 비난한다청와대 대통령실장 임태희도 “순수한 나눔이 아니면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우선 ‘도적으로서 완벽한 정권’인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그런 말을 할 자격 자체가 없다.

SLS그룹와 부산 저축은행들의 로비자금이 청와대까지 흘러 들어갔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것이“순수한 나눔”인가불법 탈세를 저지른 이건희 사면에 앞장선 자들은 또 어느 당이었던가이 정부야말로 재벌의 ‘차떼기’후원 대가로 탈세,노조 탄압산재 노동자 외면감세 혜택을 줘 왔다.

임태희는 “자선사업하는게 대기업의 본분은 아니”라고도 했는데기업의 공익 기부는 면세 혜택을받기 때문에 기업들 스스로 이미지 전략으로 활용하는 ‘영리’ 사업일 뿐이다

오히려 최근 “따뜻한 자본주의”니 “자본주의 4.0”이니 하면서 ‘기부’를 강조하다가 이제 박원순을 비난하는 <조선일보>의 행태가 더 일관성 없고 황당무계하기만 하다. 

늘 뒤가 구린대가성 돈을 받아왔던 자들 눈에 세상이 구려 보이는건 똥개 눈에 뭐만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그래서 한나라당이 박원순 후보를 “청문회 수준으로 검증”하겠다고 했을 때,한 네티즌은 “무조건 봐 주겠다는 뜻”이라고 비웃었다[각주:2].

사실 한나라당의 속마음은 “좌파 야합 정치쇼”라는 마녀사냥 용어에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2008년 총선에서 개혁 공천하겠다며 박원순 후보를 “전국구 1번자리”인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했다김문수가 두 번이나 박 후보를 직접 찾아갔다. 아름다운 재단에는 이명박도 기부한 바 있다그냥 자기들끼리 “우파 전향검증쇼”나 하는 게 어떨까.


온정적 개혁주의
 

우파들의 헛소리와달리 박원순 후보의 정책과 대안은 온정적 개혁주의다.

박원순 후보는 사회적 기업을 통한 복지 제공이 공공복지의 보완 구실을 하며 일자리 창출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이것은 좋은 취지와 부분적으로는 현실가능한 정책을 담고 있지만경제 위기와 양극화의 진정한 원인 에도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회적 기업도 이윤 논리를 따르는 ‘기업’이므로 돈 없는 복지 소비자인 서민들에게 복지 전달자 구실을 하려면 결국 정부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비용 절감 압력도 피할 수 없다. ‘아름다운 가게’조차 박봉을 감수하는 직원과 무급 자원봉사자들 없이는 유지가 어려운 상태다.

참여연대에서는 정부와 기업에 의존하지 않는 시민운동을 표방해 온 박원순후보가 아름다운재단부터는 정부와 대기업 후원을 중요하게 여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한편, ‘기업’이 복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의도치 않게 복지의 민영화라는 신자유주의에 부응할위험이 있다.

그래서 보편 복지는 부자 증세로 국가의 복지 재원을 늘리고 제도화하는게 가장 효과적이다. 일자리는 국가의 직접 투자로 공공부문에 복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사회적 기업보다 더 효과적이다.

것은 재벌에게 “나눔”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친기업 정부·재벌 체제에 맞선 정치적 대중투쟁으로만가능하다.

그런데 박 후보는 “시위는 어차피 사그라지게 되어 있[]”면서“참여연대 15천명 회원이면 간사 50~60명이 지속적으로 사회의 맑은 샘물을 만들어 낼 수 있[]”고 말한 바 있다. 대중의 주체적 행동을 중시하기보다는 대중을 공익적 엘리트들의 수동적 후원자로 여기는 것이다.

한편, 사회적 기업 방식의 허약함은 이명박이 아름다운재단의  파트너인 하나은행과 미소금융을 하면서 아름다운재단의 
마이크로크레딧(서민소액저리대출) 사업이 파탄난 데서도 드러난다.

박 후보는 “시민운동을 적처럼 대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이명박 정부는 미소금융 사례에서 보듯 최근 시민운동이 중요시해온 협치를 곳곳에서 파괴했다. 

그 결과, 시민운동도 정치세력화해야 한다는 정서가 생겼는데, 그 대표주자가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의 빅텐트론이다. 박원순 후보의 출마도 이 연장선에 있다고 보는데, 이는 빅텐트론에서 보듯 여전히 민주당 의존성을 버리진 못했다. 이 문제는 앞으로 박원순 후보로 모아진 기대감과 정치적 긴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박 후보가 내세우고 힘겨운 서민과 청년들이 공감하는 소박한 이상조차도 민주당과의 공동정부에 의존하는 방식보다는 독립적인 대중행동에 바탕해야 이룰 수 있다고 본다.  


※ 이 글은 일부 축약해 <레프트21> 66호에 실렸습니다. ☞ 기사 보기

 

  1. 상당히 민감한 공약이며 당선된다면 꼭 지켜져야 하는 공약 1순위를 다투는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본문으로]
  2.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인사청문회 대상 중 82퍼센트가 위장전입과 투기 전력자다. 탈세도 심각하다. 그런데 이들은 거의 인사청문회를 무사통과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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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부가 925국민참여당이 통합 대상임을 확인하려는 임시당대회를 소집했다. 그것도 수임기관 내부의 이견 때문에 합의가 안 되자, 당권파 지도부가 직접 대의원 서명을 받아 당대회를 소집했다.

이런 초유의 상황은 당권파 지도자들의 참여당 통합 의지가 강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당 안팎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함께 보여 준다.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하지 않는 김성진 최고위원조차진보신당에서 부결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국민참여당과 하자는 태도에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고 할 정도다.

물론 진보신당 독자파가 진보 대중의 단결 염원을 거부한 것이 이런 상황을 초래한 한 요인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도 아닌 국민참여당과통합하겠다는 것이 정당화될 순 없다. 이정희 대표도 인정했듯이진보정치대통합은 진보정당이 분열되어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지지자들의 요구에서 출발한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 부결 이후에 진보신당 통합파 지도자들과 민주노총 임원들, 진보 지식인들이 결성한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통합연대(이하 통합연대)가 진보대통합을 다시 추진할 수 있도록 인내하고 기다려 주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 민주노동당이 이번 당대회에서 참여당과의 통합을 결정하면, 이들을 내치면서 진보대통합을 거의 파산시키겠다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바로 이런 과정이 반복돼 오면서 진보대통합이대중들에게 감동을 주고 대중을 움직일 수 있는 기회는 모두 사라지고 남은 것은 감동이 아니라 짜증과 상처들”(손호철 교수)뿐이게 된 것이다.

짜증과 상처를 낳은 핵심은 참여당과의 통합 시도다. 참여당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노동자·민중을 고통스럽게 한 정권을 계승하겠다는 당이기 때문이다.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금속노동자 선언은노동자들이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던 신자유주의 정치세력과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경악스러운 소식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런 역사 때문에 권영길 의원은참여당이 통합하고자 한다면 먼저 넘어야 할 산이 있고 건너야 할 강이 있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노동당 이의엽 정책위원회 의장은 최근통합의 길에서 과거를 불문하겠다어떤 조직적 성찰이나 반성, 이런 얘기를 어떤 결정도, 표현도 한 바 없음을 명확히 말씀드린다며 참여당에게 구애했다. ‘묻지마 통합을 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참여당 지도부는 이미 민주노동당 수임기관의 간부를 비공식적으로 만나참여당이 논의에 참여하는 강령의 작성이 새 정당 참여의 필수 요건이라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경악

 

논의에 참여해서 참여당은 무엇을 요구하려는 것일까?

그것은 참여당의새로운 진보정당 추진위원회강령정책분과위원회가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알 수 있다.

여기서는 진보 양당이 얼마 전 합의한 강령 초안이전반적으로반기업 정서가 드러나는  편향적 태도를 담고 있다고 비판한다. 기업에 부담을 줄파견제 철폐적시되는 것경계하며, “‘무상의료’, ‘무상교육’[]…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참여당이 ‘5·31 합의문을 동의한다고 했던 것이 결코 진심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왜냐하면 진보 양당의 강령 초안은 5·31 합의문과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참여당이 5·31 합의문에 동의했다’는 근거로 참여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던 세력은 정당성을 잃은 것이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이의엽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런 모순을 해명하기는커녕 “[5·31 합의문] 문구 수정은 당연하다유연하고 대중적으로 가다듬어야 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참여당이 진보를 향해 다가오고 있으니 통합할 만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으며, 진보의 가치를 포기하면서까지 친자본주의 정당과 통합하겠다는 것이 진정한 의도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진보정치의 성장을 위해 외연 확대는 필요하지 않나 하는 고민은 있을 수 있다. 세력이 있어야 힘이 있고, 힘이 있어야 진보와 개혁을 쟁취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이런 정서를 이정희 대표는 921일 당원 호소문에서진보정당이 더 이상 언제까지 무력하게 국회 안에 존재하는 것에서만 의미를 찾겠습니까. … [국민들은] 우리가 표 찍어 주고 이기게 해 줄 테니, 제발 합치기만 하라고들 하십니다하고 표현했다.

민주노동당 송재영 경기군포위원장도참여당 합류가 오히려반신자유주의 정치 전선을 확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참여당 견인론이다.

물론 몇몇 쟁점에서 참여당과 공조를 취할 수도 있다. 오세훈 투표 거부 운동 같은 쟁점은 함께하는 것이 유용했다. 세력 확대나 의석수 늘리기도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 개혁을 쟁취할 동력을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미FTA를 찬성하고무상의료’, ‘파견제 철폐를 거부하는 당과의 통합이 어떻게반신자유주의 정치 전선을 확대하는 것일 수 있겠는가. 노동자 정당인 민주노동당은파견제 철폐를 요구하지만 참여당은반기업적이라는 이유로 반대한다.

이런 계급적 이해관계는 화해불가능한 것이므로 참여당과 진보정당이 합당한다고덧셈의 정치가 이뤄질 순 없다참여당이 “’노동자 정당’의 면모를 보이는 것을 경계”하는 친자본가당이기 때문이다.

정희 대표는 “당원들의 힘”이 있기에 “진보의 원칙은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하지만, 이 민주노동당은 좌파적 창당 강령을 폐기하는 등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지향하는 참여당과의 통합을 위해 진보의 가치들을뺄셈하고 있다.

반면 참여당은 이것으로 만족하지 못해 민주노동당이계급적 편향성을 못 벗었다며, 통합하면민주노동당 당원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겠다고 한다.

참여당 창당 주역인 천호선은 그 지향점을중도적인 국민의 지지도 받을 수 있는 대중적 진보정당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819일 발표한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금속노동자 선언문의 지향점과 완전히 대조적이다.

통합 진보정당은 노동자계급, 특히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정당이어야 하며, … 거리에서 대중과 함께 싸우는 정당이어야 한다. …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 노동자가 주인 되는 새로운 세상, 변혁적 가치와 지향을 분명히 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이명박 정부의 반노동·반민주적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을 막고 개혁을 쟁취하려면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이 핵심이다. 통합진보정당은 이것에 도움되는 수단이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위력적인 투쟁이 진보의 대안을 현실가능한 것으로 보이게 할 때야말로 진정한 외연 확대가 가능하다.

그래서노동 쪽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면 실제로는 힘을 못 쓰게 됩니다라는 강기갑 의원의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실제로 권영길, 천영세, 강기갑 등 민주노동당 전 대표들까지 반대하는데도 참여당과의 통합 시도가 계속된다면 외연 확대는커녕 민주노동당뿐아니라 민주노총까지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진보대통합에 적극적이었던 진보교연 김세균 상임대표도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합당안이 통과된다면, … 민주노동당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국민참여당 배제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지지하는 모든 세력들을 최대한 결집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 참여당과의 통합안이 통과됐을 때, 이런 반발이 어떤 분열과 파장을 낳을지 지금으로서는 분명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서 안철수 신드롬으로 표현된 기성 정치의 위기는 대중과 유연한 방식으로 만나되, 기성 정치와는 결이 다른 진보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다. 안철수와 박원순이 뜨는 동안 민주당·참여당과 유시민의 지지율이 정체·추락한 것은 이를 잘 보여 준다.

따라서유연한 진보는 원칙을 저버리는 것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면서 그 원칙을 표현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권영길 의원의 말은 일리가 있다.

민주노동당 당대회 결과가 무엇이든,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며 노동자 단결과 투쟁을 위한 진보대통합을 추구했던 운동의 성과와 결속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계속 이어져야 한다.

 

 
※  이 글은 약간 축약돼 <레프트21> 65호에 실렸습니다. ☞ 기사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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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에서 국민참여당과 통합하자는 분들은 국민참여당이 5.31 합의문에 동의했으니 합당 대상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참여당은 지난 7월 중앙위원회에서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5.31 합의문이 정당에게 요구한 것은 권한 있는 의결기구에서 승인을 받아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합당 결정 권한이 있는 당대회를 여는데, 참여당이 공지한 당대회 안건과 9월 17일 상임중앙위원회 결과 공지를 보면, 이번 당대회에 5.31 합의문 승인 안건은 없습니다. 즉, 참여당은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과 달리 합당을 결의할 권한이 있는 의결기구인 당원대회에서 5.31 합의문을 승인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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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전국당원대회 소집공고(2011. 9. 14)


o 일시 : 2011년 10월 1일(토) 17:00

o 안건 :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민주노동당과의 신설합당 및 수임기관 구성의 건

   - 국민참여당은 민주노동당과의 신설합당을 통해 한국사회의 진보와 정치개혁을 염원하는 진보개혁세력과 인사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진보정당을 건설한다.

   - 신설합당과 관련하여 정당법 제19조와 20조의 규정에 따른 제반 업무를 수행하는 수임기관의 역할을 상임중앙위원회가 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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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당은 17일 저녁 서울 마포 중앙당사에서 유시민 대표의 주재로 제18차 상임중앙회의를 열어, 10월 1일 임시전국당원대회에서 민주노동당과의 신설합당에 대한 안건이 가결될 경우, 새로운 진보정당의 당명·당헌·강령정책 등에 대한 민주노동당과의 최종합의안을 11월 중 임시전국당원대회를 통해 결정할 것을 중앙위원회 안건으로 제출키로 결의하였다.
― 2011.9.18 참여당 공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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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대회 개최를 확정한 참여당 제5차 중앙위원회의 자료집의 내용, 그리고 이의엽 정책위 의장의 인터뷰 발언을 볼 때,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참여당이 5.31 합의문을 법적 효력을 갖는 단위에서 승인할 생각이 없다는 걸 알고 있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듭니다. 아래 링크의 글과 거기에 링크된 본문들을 따라가 보시면, 5.31 합의문에 동의한다는 참여당의 본심과 실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당 지도부는 지금 참여당이 5.31 합의문 동의 세력이라고 우길 게 아니라, 참여당 강령정책 담당자와 만난 간부가 누군지, 무슨 대회를 했는지, 이의엽 정책위 의장의 발언 진의는 무엇인지부터 밝혀야 할 것입니다. 


관련 보기 ☞ http://enlucha.tistory.com/164


현재 참여당 새진추의 강령정책분과위원회(위원장: 노항래 참여정책연구원장)은 자당 웹사이트 당원대회 토론방에 올린 공지사항 글에서5.31 합의문이 기초가 된 진보 양당의 8.28 강령 잠정 합의문을 고쳐야 한다며 비판하는 의견을 올려달라고 떠 있더군요. 

승인 문제가 아니라 동의도 하지 않고 있으며, 통합 가결만 되면 5.31 합의문을 남김없이 뜯어 고칠 태세네요. 


관련 보기 ☞ http://www.handypia.org/mbstop/New/3341799

 

이런 여러 행위가 이번 임시당대회 안건과 관련해 문제가 되는 것은 5.31 합의문이 금과옥조의 문서라서가 아닙니다. 진보대통합을 위한 수임기관이 진보신당의 부결 사태에도 해산하지 않고 곧바로 참여당과의 통합으로 방향을 틀 수 있는 근거가 국민참여당의 5.31 합의문 동의라는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아니라면 참여당과의 통합을 ‘진보’대통합이라고 우기는 억지스런 상황은 발생할 수 없죠. 5.31 합의문 수준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고 실질적으로 부정하는 세력과 진보대통합(합당)을 추진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참여당은 여전히 당 차원에서 노동, 민중, 자본주의 비판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정당입니다. 이 당이 그 앞에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기존 진보정당과는 다른 자유주의적 친자본가당이라는 방증입니다. 당의 인적 기반보다 지지 대중(미조직 노동자, 청년층 등)을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렇게 따지면 한나라당도 노동자들의 지지를 많이 받습니다.이념과 기반, 실천을 종합해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참여당의 당원 해설 자료를 보면, 우리 당을 계급 편향적인 당으로 규정하고, 사회주의 강령 폐기를 긍정적 변화로 해석합니다. 아울러, 대중적 진보정당이란 중도적인 유권자들로부터 지지 받는 정당이라고 말합니다.


관련 보기 ☞ http://www.handypia.org/mbstop/New/3341889


자유선거제도를 도입한 나라에서 자본가당이 표를 자본가에게만 얻으면 정치권력을 잡을 수 없죠. 그래서 보수정당들이 실제로는 계급정당이면서 서민, 국민, 시민 찾으면서 국민정당 흉내를 내는 것입니다. 계급간 이해 충돌은 화해할 수 없으므로 진보정당은 계급정당임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진보정당이 노동계급 중심 정당(노동자로만 구성되진 않으므로)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이 당은 정체성에 기초해 자본주의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당장 참여당은 한미FTA가 국회 외통위에 상정됐는데, 한줄 논평도 없죠. FTA 자체를 반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들은 이명박이 재협상한 것 말고 노무현 정부가 합의한 원안에 찬성합니다. 
관련 보기 ☞ http://www.handypia.org/?vid=mbstop&mid=brief&search_target=content&search_keyword=%EC%9D%B4%EB%B0%B1%EB%A7%8C&document_srl=2939538


이미지 출처: atopy님의 블로그. http://atopy101.com/entry/freetrick



무상급식 같은 문제와 달리 FTA 원천 반대 여부는 정치세력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수준의 쟁점입니다. FTA 자체가 민중의 삶을 희생해 기업 이익을 극대화하는 조약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보가 말하는
 한미FTA의 독소조항이란 것들은 모두 원안 자체에 있던 것입니다. 최근 위키리크스가 한미FTA 체결 과정에 관해 폭로한 내용을 보면, 모두 원안 협상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이죠. 


불행하게도 이정희 대표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FTA는 어떤 나라와, 어느 정도의 규모로, 어떤 내용으로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한미 FTA의 경우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등 ‘독소조항’의 위험성이 매우 높아 우리가 갈 바가 못 된다고 본다.” 라는 위험천만한 인터뷰를 한 바 있습니다. 야권연대/참여당과 합당에 대한 열의가 지나쳐 그 당들과 보조를 맞추려다 보니 나온 잘못이 아닌가 합니다. 이명박 표 FTA는 반대한다니 그 문제에 한정해 연대하면 되지, 합당 대상은 아닙니다. 
관련 보기 ☞ http://news.donga.com/3/all/20110822/39700369/1


또 유시민은 자신이 복지부 장관일 때 의료 시장화 정책을 추진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데, 이것은 거짓말입니다. ☞ http://enlucha.tistory.com/160 사실 그가 2007년 대선용으로 내놓은 저서 ‘대한민국개조론’(2007)에서는 의료 시장화에 대한 확신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바 있습니다. 유시민이 장관시절, 입법예고했다가 폐기된 의료법 개정안의 독소조항은 이명박 정부에서 통과 시도했던 의료법 개정안의 그것들과 같습니다. 유시민과 참여당 자체를 진보로 감싸다간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것도 일관되게 할 수 없다는 거죠. 


이처럼 과거와 현재에 명백하게 결이 다른 차이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번갯불에 콩 볶아 멋듯이 참여당과의 통합을 밀어붙이면 진보 운동의 분열을 낳을 위험성이 대단히 큽니다. 민주노동당은 당분간 우경화 우려와 혼란에 시달릴 테고요.

안철수 신드롬이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이라면, 그 기성정치권과 뼛속부터 다른 진보의 정체성을 강화하며 세력을 키워야 대안 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겁니다. 백번 양보해 참여당 지도부의 좌선회 가능성을 열어둔다 하더라도 그것은 엄청난 실천의 변화를 통한 입증 과정이 뒷받침돼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그들에게 그럴 의사가 크게 없어 보입니다. 


저는 민주노동당 중앙위원으로서 임시당대회 참여당 통합 안건은 부결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민주노동당 당원토론방에 9월 20일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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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대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2012년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를 만들고, 대선에서 진보적 정권 교체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진보 양당의 통합만으로는 이런 목표 달성이 힘드니까 참여당과도 통합해 덩치를 키워 민주당과 대등하게 연립정부를 추구하자는 것이 개혁주의 지도자들 상당수의 생각인 듯하다.

자주파 경향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국민참여당 8문 8답’이란 문건은 “2012년 … 진보개혁진영의 다수파 국회를 형성하여 … 각종 노동개혁입법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 [그것이] 노동운동의 어려움을 뚫고 나갈 전략적 돌파구”라고 주장한다.

진보신당 심상정 전 대표도 “대선을 통해 진보정당이 연합 정치를 할 때 공정거래위원장, 국세청과 같은 곳의 인사권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실제 개혁이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참여당 대표 유시민도 최근 <레디앙> 인터뷰에서 “[진보 양당 통합으로] 무슨 현실을 바꾸는 일을 도모하겠는가”라며 “권력의 일부로 노동ㆍ사회 정책을 바꾸는 것이 싫다면 정치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들은 모두 의회나 정부에 진출해서 권력을 공유해야지 실질적인 진보ㆍ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물론 진보정당이 원내교섭단체를 이루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의회나 국가기구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아래로부터 투쟁을 건설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관료 집단
 
이 때문에 그것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참여당과의 통합이나 민주당과 연립정부 구성하기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의회와 정부에 진출한다 해서 그것만으로 사회를 뜻대로 바꿀 권력을 확보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왜 노무현이나 오바마는 정권을 잡고 의회를 장악하고 나서는 약속했던 개혁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기득권 세력을 대변하는 정책을 추진했을까.

이에 관해 노무현 정부 내내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던 김병준의 증언은 시사적이다. 

“관료집단 커뮤니티는 … 관료조직 외부의 이해관계자와 고객 집단까지를 포함[한] … 일종의 네트워크이고 … 커뮤니티의 정서가 때로는 대통령이나 집권세력의 철학이나 정책보다 우선합니다. … [예컨대] 정확한 자료를 필요로 하는데 … 기획재정부의 세제실이나 국세청이 쥐고 … 청와대에서 가져오라 해도 안 가져옵니다.” 

아무리 뛰어난 의원이나 대통령도 대기업과 관료, 보수 언론 등이 맺은 이 항구적 “네트워크”의 전방위적 압력과 노하우를 극복하기 힘들다. 국가기구의 포로가 되는 것이다. 

얼마 전 <한겨레21>이 인터뷰한 대기업의 고위 임원도, 지금은 한나라당마저 ‘좌클릭’하며 재벌을 욕하지만 “선거만 끝나면 다시 우리를 찾아와 앞으로 잘해 보자고 손을 내밀 것”이라며 “누가 집권하든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병준은 “집권해도 세상 그렇게 못 바꾼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유시민도 올해 1월 한 토론회에서 “막무가내로 대통령이 의지를 발휘한다고 해서 실제 그것이 현실로 가는 게 아닙니다” 하고 집권 시절 경험을 털어놓은 바 있다.

노무현이 4대 개혁 입법 실패 후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말했다가 퇴임 후에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강조하는 등 오락가락한 것은 이런 무력감을 배경으로 나온 것이다.

주류 지배자들은 선출된 정치인들이 의회나 행정부에서 추진하는 개혁이 자신들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여길 땐 그동안 구축한 “네트워크”를 동원해 가차 없이 선출된 권력을 무력화하려 한다. 

우파들이 타협적이던 노무현조차 ‘탄핵’하려 했던 것이나, 별 볼 일 없는 수준이던 노무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조차 사법부가 위헌 판결을 내려 무력화했던 것을 떠올려 보라. 

자기 제한
 
더 극단적인 역사적 사례들도 있다. 

1970년 칠레판 민주대연합으로 집권한 ‘사회주의자’ 아옌데 대통령은 비밀리에 주류 엘리트들에게 기존 헌법 준수 서약까지 했는데도 집권 내내 관료 조직의 사보타주와 기업주들의 파업, 언론의 마녀사냥, 군부의 쿠데타 음모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아옌데는 자신이 임명한 참모총장 피노체트가 일으킨 유혈 쿠데타를 통해 제거됐다.[각주:1] 

이런 사례들은 단지 의회ㆍ정부에 진출한다고 개혁이 가능해지는 게 아니라, 주류 지배자들의 비공식적 네트워크에 맞선 아래로부터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런데 위로부터의 개혁 노선은 “투표로 심판하자”며 노동운동이 선거 때까지, 또 의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참고 기다리라고 요구하게 되기 때문에 투쟁 방법뿐 아니라 투쟁 목표도 자기제한적으로 된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요구가 야 5당이 주도한 희망시국대회에서는 국정조사 요구 등으로 낮춰진 것이 한 사례다.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1997년 대중파업으로 노동자들은 당시 한국 정치의 중심에 섰다. 지배계급은 굴욕적으로 후퇴했고, 1년 뒤 일당국가가 해체됐으며,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이 본격화됐다. ⓒ사진 제공 금속노조

그러나 주류 지배자들은, 특히 경제 위기 시대에 오직 대중투쟁이 자신들을 위협할 수준으로 발전해 적당한 양보로 대중과 온건파 저항 지도자들을 달래지 않으면 훨씬 더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고 느낄 때 양보에 나선다.

 따라서 법 개정을 통해 투쟁에 유리한 조건을 만든다는 생각은 앞뒤가 바뀐 것이다. 대중투쟁의 힘이 강력해야 악법을 막거나 개혁 입법을 쟁취할 수 있는 것이다. 

1996년 민주노총이 민주적 노동법 개정을 위한 총파업 준비를 마치고도 국회 논의와 새정치국민회의(민주당의 전신)를 바라보며 파업 실행을 미루자, 김영삼 신한국당(한나라당의 전신) 정권은 도리어 그해 말 정리해고를 도입하는 악법을 날치기 통과시켜 버렸다. 

뒤늦게 투쟁에 나선 민주노총은 이듬해 1월까지 이어지는 대중파업으로 이미 국회에서 통과된 ‘정리해고법’ㆍ‘안기부법’ 등 악법들을 철회시켰다. 진보 국회의원 한 명 없이도 투쟁의 힘으로 대통령 사과를 받고 악법을 막아 낸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 정권이 집권하자마자 그 노동악법들을 다시 통과시켜 노동자들의 뒤통수를 쳤다. 당시 민주노총 지도부는 민주당 정권에게는 강력한 반대 행동을 하길 두려워했다.(결국 불신임됐다) 

따라서 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것보다 대중투쟁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의원단이나 대통령이 아니라 조직노동자들의 투쟁이 사회개혁의 진정한 동력이다.

“아래로부터 쟁취한 개혁은 계급 조직을 강화하고, 그리하여 미래의 진전 가능성을 보여 준다. 위에서 선사한 개혁은 수동성을 부추기고, 노동자들을 체제 내로 포섭시키는 경향이 있고, 따라서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을 억제할 수 있다”는 영국 사회주의자 토니 클리프의 경고는 경청할 가치가 있다.


※ 이 글은 <레프트21> 64호에 실렸습니다. (☞ <레프트21> 보러 가기

  1. 아옌데는 노동자들이 주류 지배자들의 쿠데타와 사보타주에 대응하는 자주적 기관을 공장과 지역에서 발전시켰으나 아옌데는 이 운동을 오히려 탄압했다. 헌정질서를 벗어나면 안 된다면서 투쟁을 억제시키고 자신의 개혁을 기다리라고 했다. 결국 우익 쿠데타에 맞서는 정치적 무장을 할 수 없었다. 그 결과, 민중운동 수만여 명이 쿠데타로 학살됐다. 빅토르하라도 이때 살해당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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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진보진영은 국민참여당(이하 참여당)을 민주당과 같은 자유주의 정치세력으로 여겨왔다. 5·31 진보대통합 합의문이 “새로운 진보정당’이 보수세력, 자유주의세력과 구별되는 진보정치세력의 독자적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명시한 까닭이다. <레프트21>은 아예 자유주의적 친기업주 당이라고 규정했죠. 

반대로 참여당 통합에 찬성하는 쪽은 참여당이 5·31 진보대통합연석회의 합의문에 동의했으므로 이제 진보정치세력이라고 주장한다. 좌선회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통합에 찬성하는 민주노동당 지도부로선 참여당을 진보로 규정하면, 당대회 결정 위반이라는 비판도 피할 수 있다. 6월 민주노동당 당대회는 “진보진영과 통합을 추진한다”고 결정한 바 있기 때문이다. 우경화의 끝은 꼼수정치인지도 모른다. 
 
참여당 대표 유시민도 “합의서에 나오는 ‘자유주의 세력’은 민주당을 지칭하는 것”이라면서 합의문을 승인한 자신들을 진보대통합의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시민 스스로 7월 19일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5.31 합의문에는 우리의 의견이 토씨 하나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불평했다. 중앙위원회에선 “[합의문] 동의는 문을 열고 들어가는 형식에 불과하고, 일단 논의 자리에 들어가서 우리의 내용을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반대파를 설득했다. 진보대통합 합의문과 정면 충돌하는 자기 당의 강령을 손보지도 않는다. 뭘 동의하고 승인한 걸까.
 
최근 한 토론회에서 유시민은 스스로 차이가 많다면서도 통합하려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정권 교체라는 당면 목표’를 위해 “우리 모두 순진해질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차이는 묻지 말라는 뜻이다.
 
그런데 정작 유시민 본인은 순진하지 않은 듯하다. 그는 “인간이란 … 불안정하고 모순덩어리다. 국가권력을 두고 다투는 정치라는 사업은 그 속에서 하는 것이다. … 속으로 갑갑해도 뭔가 일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하면 자기 입장을 바꿔야 한다”(<레디앙> 2011.8.17)고 주장한다.
 
중요한 것은 입장을 바꿀 땐 명확한 해명과 단절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 유시민의 좌선회는 전혀 기존 입장을 바꿨다는 것을 믿을 수 없는 행보로 가득차 있다.


사람 헷갈리게 하는 FTA 찬반
 
2007년 “한미FTA는 체결했으면 한다. 정부 각료로서 … 경제학자로서 내 소신”이라던 유시민은 올해 7월 전국농민회총연합에 찾아가 “제가 대통령이었다면 한-미FTA를 그렇게 하자고는 못했을 것 … FTA 비준 문제도 우리 당은 이제 민주노동당과 함께 반대한다”며 사과했다.
 
그런데 사흘 뒤 참여당 대변인 이백만은 노무현 정부가 체결한 한미FTA는 “미국측이 큰 손해를 봤다면서 재협상을 … 강요할 정도로 떳떳한 협상”이었다고 논평했고 그 한 달 전 참여당 부설 참여정책연구원은 “FTA로드맵”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미래의 진보> 북콘서트에서 유시민은 “[과거 잘못을] 논리적으로 끝까지 규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제한 속에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눙치는 발언을 했다. <미래의 진보>에는 FTA가 잘못이라는 말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지난 봄 한EU FTA로 국회 로텐더홀에서 민주당을 뺀 야당이 농성할 때도, 이 농성에 참가한 참여당 최고위원 유성찬은 날치기에 반대하는 것이지, FTA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이백만의 논평에 유시민이 침묵한 것을 봐도, 참여당은 사실상 이명박 표 FTA만 반대한다는 것인데, FTA 자체를 반대하는 진보진영과는 여전히 견해 차이가 [참여당과 한나라당의 견해차보다] 크다.

이미지 출처: atopy님의 블로그. http://atopy101.com/entry/freetrick

 
 

아예 거짓말로 책임회피하는 영리병원

최근 한나라당은 영리병원 도입을 노무현 정부가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유시민은 “2006년 4월 중순 [자신의 건의로] … 정부에서는 영리의료법인은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이후로 일체의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20064월 중순 청와대 관저에서 있었던 주요정책에 대한 긴급업무보고에서 제가 당시 장관으로서 영리의료법인은 허용하지 않는 것이 국민보건이나 국가운영에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대통령께 말씀드렸”으며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이것을 받아들여 “그 이후 정부에서는 영리의료법인은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이후로 일체의 논의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의 유시민 복지부장관은 2007년 2월 의료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그런데 이것은 노무현이 그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의료 등 서비스 산업 중시 방안을 구체화한 것이다. 시장 도입의 방식으로 의료 등 서비스 산업에서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 발상은 삼성경제연구소도 주장한 것이며, 이 발상이 고스란히 한미FTA 추진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 개정안에 관해선 내용은 그해 2월 23일 유시민의 장관 사퇴를 촉구하며 수백여 사민사회단체들이 합동으로 발표한 성명서 일부를 인용해 보자.  

 
의료기관의 영리행위를 조장하는 조항을 끼워 넣은 것으로 독소조항이 삽입된 것  … ‘병원경영지원회사’ 설립을 포함한 의료기관의 영리성 부대사업을 대폭 확대하여 사실상의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 병원 간 인수합병을 허용하여 병원을 일반기업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 의료기관의 환자에 대한 유인알선을 허용하여 환자유치행위를 허용하고 민간보험사와의 가격계약을 허용하는 것 등이다. 참여정부가 추진해왔던 시장주의에 따른 의료의 상업화, 의료산업화정책의 종합판이 바로 이번 의료법 개정안의 주요 골자” 

이 법 개정 시도는 결국 이해당사자들까지 반발하면서 무산됐지만, 이명박 정부가 2010년 재추진했던 의료 민영화란 정확히 이 법을 다시 처리하려는 것이었다. 영리병원 관련해선 명백히 두 정권 사이에 연속성이 있을 뿐아니라, 문제의 2006년 4월 이후에도 유시민 본인이 영리병원 도입 시도를 했던 것이다. 이명박의 의료민영화는 수만 명이 온라인 명을 하는 등 반대 여론이 거셌다[각주:1].

그 뒤 노무현 정부는 대선 직전인 2007년 11월 23일 국회 본회의에 민주노동당을 뺀 여야 합의로 경제자유구역 내 국내 자본의 영리병원 진출을 사실상 허용하는 법안을 상정했다. 반대표는 민주노동당 의원단과 무소속 임종인 의원 뿐이었다. 유시민은 이날 국회본회의에 참석해 찬성표를 던졌다.

유시민은 2007년 대선 예비 후보 시절에 발간한 <대한민국 개조론>이란 책에서 의료산업 시장화를 통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고, 이런 발상이 노무현 정부의 핵심 플랜인 ‘비전 2030’과 연계돼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노무현 표 한미FTA도 일단 발효되면 경제자유구역 내 국내 자본의 영리병원 진출을 막을 수 없고, 이것이 의료보험 민영화로 가는 참병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열린우리당 의원이었던 최재천조차도 2008년에 지적한 바 있다. 설상가상으로 그뒤 경제자유구역 지정도 더 확대돼 왔다.
 
도둑이 뒷문으로 들었는데, 문지기가 앞문 막았으니 죄가 없다고 하면 누가 인정해 주겠는가. 참여당의 과거와 현재는 이렇게 연결돼 있고, 유시민은 지금 명백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 잘못을 인정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과거 행적을 거짓으로 감추면서 입장을 바꾸는 것을 누가 진정성 있는 좌선회라고 볼 수 있겠는가.


음주운전
 
그런데도 유시민은 자신들에 대한 신자유주의 규정에 반감을 드러낸다. “종북”, “빨갱이” 낙인과 같다는 것이다. “당시 정책 중 신자유주의 정책 있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미안하다. … [그러나] 신자유주의 추종자라는 [규정은] … 아주 비민주적이다.”
 
술 먹고 운전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격이다. 신자유주의 정책도 폈지만, 복지도 늘렸으므로 신자유주의가 아니라고 한다면, 이명박 정부도 신자유주의가 아니다. 그러면, 진보진영은 근 15년 동안 유령과 싸우고 있단 말인가.

이런 모순을 지적하며 참여당의 진보대통합 참여를 반대하는 진보세력에게 유시민은 “탐미주의적 열정”이라고 비꼬았다. “큰 불이 나서 난리인데, 좀 더 우아하고 고상하고,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그러나 참여당이 진보대통합에 쉽게 끼지 못하고 “자존심을 굽히[는]” 정치적 비용을 많이 쓰고 있는 까닭은 본인 스스로 지적했듯이 참여당이 너무 오른쪽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05년 노무현의 대연정 제안을 옹호하며 “[민주노동당과의 타협은] 한나라당과의 타협을 위해 오른쪽으로 이동해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왼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 타협의 정치적 비용이 민주노동당 쪽과 할 때 훨씬 더 많이 들어간다”고 말한 바 있다.
 

계급과 국익

지금도 이백만은 한나라당에게 “지지층이 강한 반대를 하더라도 [한미FTA 등] 국가의 장래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면 소신껏 추진했다. 이게 바로 ‘노무현 정신’”이라고 일갈한다. 유시민은 신자유주의 비판에 “대통령이 국민 일부에만 맞는 정책 패키지를 선택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고 답한다.
 
이처럼 참여당이 계승하는 노무현 정신은 노동자·민중의 이익보다 ‘국익’을 우선하는 정치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사회는 계급사회다. 계급 사회에서 정치는 어느 계급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익’ 정치는 모든 계급을 대변하는 정치가 아니라 국가를 지배하는 세력의 이익을 보호하는 정치가 변장한 것에 불과하다. 참여당이 친기업가 정당이란 건 그래서다.

가뜩이나 세계경제가 커다란 위기 속에서 그 지속불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는 때, 대중과 함께 
반자본주의 대안을 모색해야 할 진보정치세력이 자본주의를 수호하려는 [그래서 앞으로 계속 동요할] 친기업가정당과 당을 합쳐 공생 발전한다는 것은 아무리 좋게 봐도 헛발질이다.  
 
지난해 참여당은 건강보험료를 보편적으로 인상해 보장성을 높이자는 ‘건강보험하나로’ 운동조차 재정 안정성을 해쳐 국익에 역행한다며 비판하는 정책연구서를 낸 바 있다.

“일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하면 입장을 바꾸”는 유시민과 참여당의 실용주의 정치는 계급 기반과 득표 기반이 다른 엘리트 정치의 전형적인 특성이다.
 
참여당이 “자본주의의 한계와 폐해를 극복하며 … 초국적 자본과 재벌 등 모든 독점 권력을 반대하고, 노동자, 민중이 … 사회생활 전반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정치권력을 수립하기 위한 진보적 대중정당”에 함께하겠다면서도, 강령에 “기업하기 좋은나라”, “군사력의 강화” 등을 포함하고 한미FTA를 여전히 지지하면서 민주노동당 노동정책을 “친노동·반기업”이라고 비판할 수 있는 이유다.
 
이런 당과 함께 정권 교체를 추진하다간 노동자들에게서 진보정치의 신뢰만 잃을 것이다.
  1. 당시 이명박 정부는 복지부가 나서서 의료민영화가 아니라고 해명했는데, 유시민의 해명과 비교해 보면 재밌다. 참여당과 통합이 한나라당 반대도 일관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경고를 잘 새겨야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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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고 논쟁해야
 


민주노동당 게시판에서 일부 당원들이 이정희 대표를 비판하는 당원들이 ‘출신’과 ‘근본’을 따진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어제 후다닥 써서 글을 올렸는데, 꼼꼼히 다듬지 못해 오해가 있을 수 있어 다시 다듬어 정리를 했다. 

일단 참여당 통합에 반대해 이정희 대표를 비판한 당원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왜곡이다. 나만해도 정치적 과거 그 자체 때문에 진보에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거나 출신 성분을 따진 바가 전혀 없다. 내가 펌한 최미진 기자의 <레프트21> 기사도 과거 그 자체를 비난하진 않았다.

사실 출신이나 과거 등은 어떤 정치인이나 정치집단을 평가할 때 부차적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현재의 선택과 실천이다. 자신의 출신 배경 대신 노동자운동의 대의를 따르겠다는 정치적 선택과 실천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노무현이 부자 가문이나 명문대 출신 엘리트라 반민중 정책을 편 것은 아니지 않은가.

혁명가들의 경우를 봐도 출신보다 조직적 실천의 내용이 더 중요하다. 엥겔스는 자본가 집안에서 태어나 혁명 활동 내내 사장이었고, 레닌이나 트로츠키도 여유있는 중간계급 가정 출신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출신 배경이 아니라 노동계급의 자기 해방을 위한 투쟁이라는 정치적 선택을 늘 인생에서 앞세웠다.
 
민주노동당의 노동자·농민 당원들도 권영길 전 대표에게 언제 서울대 출신이라고 비난한 적 있던가. 2004년 민주노동당의 국회의원들 중엔 서울대 출신도 있었고, 고졸의 여공, 농민 출신도 있었지만, 당원과 지지자들은 그들을 학력으로 구분하지 않았다. 단지 진보의 원칙을 지키고 노동자·민중의 투쟁과 권리를 옹호하는 데서 하나 돼 앞장 서길 바랐다. 

돌아보면, 민주노동당이나 아니면 다함께를 포함한 당내 좌파들이 개인의 과거 그 자체를 문제 삼아 진보로 오겠다는 사람을 막은 적은 없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미FTA 반대 투쟁 국면에서 민주노동당에 입당한 노무현 정부 비서관 출신 정태인 씨가 그런 경우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대했고 실제로 한미FTA 운동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나는 정태인 씨를 환영했다. 

열린우리당 의원 시절, 부족한 민주노동당의 법안 발의 요건을 채워주면서 반신자유주의 정책에 함께 반대했던 임종인 전 의원이 열우당의 기득권과 단절하겠다며 탈당했을 때, 많은 당원들이 그를 격려했고 안산 재선거에서 당이 공식으로 그를 진보 후보로 선정하고 지원했다. 나는 그 때 민주노동당의 결정을 지지했다.

정치 지도자들의 정치적 과거가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현재의 행보와 연결될 때다. 그 출신 배경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지금의 실천으로 반영되고 있을 때다. 

예를 들어. 민주당의 손학규가 야권연대한다고 깝죽대다가 가끔 한나라당을 돕는 뻘타 날리면, 한나라당에 반대하고 재집권을 막으려는 사람들은 ‘역시 한나라당 출신은 안 돼’ 하고 말한다. 이명박이나 박근혜에 대해 우리가 변화 가능성을 믿지 않는 것도 같은 원리다. 

따라서 누군가가 진보에 가담할 때는 정치적 과거 그 자체보다 과거를 어떻게 평가하고 어떻게 단절하냐가 더 중요하다.  

한편, 애석하게도 계급투쟁에서 대체로 지배자들이 더 계급의식적이다. 그래서 지배자들 편(지배계급 성원/그를 돕는 국가관료나 전문가/대체로 친체제 성향인 중간계급 등)에서 분열이 생겨 우리 편에 가담한 인물이 생겼다는 것은 우리 편의 도덕성과 힘의 증거다. 그것은 우리 편의 사기를 높일 수 있다.  

물론,  이건희, 정몽구, 전두환, 박근혜, 조중동 사주들 같은 이들에게서 개과천선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진 않는다! 그런 착각은 특정 집단들이 딛고 서 있는 사회적 존재조건/이해관계(토대)를 무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특정한 개인이나 존재조건이 다른 이데올로기 동조자들이 개인적으로 과거의 속성에서 변화할 수 없다고 절대화하는 것은 경직되고, 결정론적 인식이다. 

그 과거를 공유하는 집단 내부에서 분열과 단절이 일어날 가능성 등을 우리 인식 상에서 부정하는 이런 태도는 좌파의 행동 반경을 불필요하게 좁고 수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각주:1]

적지 않은 2008년 촛불항쟁 참가자들이 진보정당에 지지를 보내거나 가입했다. 대체로는 그 전에 노무현 정부를 지지했다가 실망한 사람들, 아니면 정치에 크게 관심 없던 사람들이었다. 공통점은 反한나라 反이명박 非민주였다. 

참여당 통합에 반대하는 이들이 이런 입당을 반대하거나 문제라고 한 적이 결코 없다. 오히려 이들을 더 끌어들일 조직적 수단을 강구하자고 주장했다. 진보대통합도 그중 하나였다.[각주:2]   

이런 예만 봐도 참여당 통합 찬성파 당원들이 반대파 당원들에게 [마치 옛 인민군을 연상시키는 용어인] ‘근본과 출신성분을 따지며 편가르기 한다’고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왜곡과 모략에 가까운 짓이다. 다함께 등은 진보정당이 우경화하는 방식으로 개혁적 대중을 전취하려는 것에 반대하는 것일 뿐이다.   

이정희 대표의 친노적 과거에 관해 말하자면, 최근 이정희 대표의 현재 행보가 여러 비판적 논자들에게 과거 친노 행보를 떠올리게 한 것은 사실이다. (물론 전혀 다른 견해도 있다.)

이정희 대표는 과거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강금실을 지지했다. 2007년 대선 예비경선에서 한명숙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각주:3]

그런데 지금 공교롭게도 이정희 대표가 당권파 실세 지도부를 등에 업고 참여당과의 통합을 앞장서 그것도 매우 비민주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는 민주당의 한명숙 후보 단일 후보 만들기에 앞장섰다. 유시민과는 공동으로 대담집을 냈다. 

설상가상으로 이 과정이 매우 비민주적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의 사퇴와 민주당 후보 지지는 당대의기구 어디에서도 논의되거나 승인된 바 없다.

지금은 당대회는 진보진영과 통합하라고 결정했는데도, 진보정당이 아닌 참여당과 합당 사안을 비공개 수임기관회의에서 결정하려 하고, 수임기관회의는 당대회 3분의 2 결정사항인 이 문제를 어물쩍 과반수로 통과시키려 한다. 당내 대의기구를 통한 토론을 회피하면서 요상한 설문으로 한 당원 여론조사로 분위기를 조성해 이런 비민주성을 덮으려 한다. 
참여당 통합 문제로 진보신당과 통합이 불발되게 생겼는데도 막무가내다.

발언 수준도 과도하고, 그 기준도 민중운동진영보다 참여당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노무현 정부의 반민중적 정책들에 대한 비판을 단순한 감정적 ‘앙금’으로 치부하고 참여당 인사들의 과거를 묻지 말자더니, 최근에는 노무현 정부에 진보세력이 참여해서 잘 되도록 도왔어야 한다고 한다. 

사실 이정희 대표의 과거 평가가 맞는 것도 아니다.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 단상 점거까지 하는 내부의 격렬한 반대를 물리치고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했지만, 얻은 것 하나 없이 비정규직 악법과 악질적인 노사관계로드맵을 받았을 뿐이다. 민주노동당도 내부 논란이 있었지만, 2004년 4대 개혁 입법에 개혁공조로 협조했다가 열우당이 스스로 포기하는 바람에 뒤통수만 맞고 말았다. 

진보에게 책임이 있다면, 더 가열차게 투쟁하지 못해 노무현 정부의 반민중 정책을 막지 못한 데 있다. 헛된 기대로 시간을 끌다가 기회를 놓치고, 정권이 한나라당으로 넘어갈까 봐 제대로 힘을 동원해 싸우지 못했다. 지금 이정희 대표의 반성과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성찰해야 진보가 혁신된다

과거에 대한 성찰이 현재의 실천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정희 대표의 입당 전 과거보다 입당 후 과거를 더 주목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왜냐면 입당 전 과거는 개인의 과거지만, 입당 후 과거는 민주노동당의 의원과 당 대표로서 현재 실천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당원으로서 행동한 입당 후 과거, 곧 정치적 현재가 진짜 문제다. 헌정회 우대법 찬성 사건, 호전적 대북결의안 기권 사건, 한-EU FTA 때 뒤통수 맞은 사건, 당 강령 개악, 지역구를 이해찬에게 물려받은 일, 거듭 당대의기구에서 급진적 정책에 반대했던 일, 현대차 비정규직 때 농성 해제 종용에 참가한 일 등. 


물론 입당 후 이정희 대표가 잘못만 했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나는 쌍용차 때 공장에 뛰어들어가고 국회에서 온 몸을 던질 때, ‘이제는 망치를 들어 벽을 부숴야 할 때’라며 거리투쟁을 호소할 때는 사심 없이 칭찬하고 함께했다. 
말그대로 잘 한 건 지지하고, 못 한 건 비판해왔다. 나는 그게 올바른 태도라고 생각하고 일관성을 지켜왔으니 껄끄러울 것도 없다.

한편, 대중운동 출신이 아니라서 문제를 일으킨다는 비판도 조야해서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이 비판은 좀더 맥락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당의 출생과 기반 때문이다. 

이 당은 민주노총이 노동자정치세력화를 하기로 결의하면서 탄생한 당이다. 민주노총은 이 당이 정치적으로 생존하고 성장하는 데에서 돈과 사람의 핵심 젖줄이었다. 민주노총 기반 때문에 성장을 못했다는 주장도 2002년~2004년까지 선거적으로 성장했던 것을 보면 사실과 다르다. 

민주노총 공식기구와 조합원들은 제2의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위해 통합 진보 정당을 지지한 것인데, 아무리 살펴 봐도 참여당과 합당은 노동자정치세력화라고 부를 수는 없다. 민주노총 산별대표자회의도 이 때문에 참여당 통합 논의가 부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이정희 대표가 한진중공업에서 잘못된 합의를 한 채길용 집행부를 비판하면서 민주노총이 그를 제명해야 하고, 연대파업으로 한진과 유성, 전북 버스 등의 투쟁 승리를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면, 대중운동 출신이 아니니 어쩌지 하는 말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정희 대표가 참여당은 통합 대상이 아니라 하고 진보신당에 대한 과거의 앙금을 씻자고 민주노동당 당원들에게 호소했다면 친노 과거 소리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정희 대표가 진보정치의 외연 확대를 위해 거리로 나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올곧게 대변하는 유일한 세력이 되자고 했다면 엘리트 출신이니 뭐니 하는 조야한 비난도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정희 대표가 기층 투쟁의 요구를 대변하기보다 단순한 정치적 중재자가 되려 하고, 더 나아가 그런 정치관에 기초해 매우 비민주적 방식으로 친자본가정당들과 당을 합치려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진보정당의 정체성과 기반, 원칙까지 흐리는데, 민주노동당이 맺고 있는 노동 등 기층 운동과의 관계 때문에 [이런 우경화 행보가] 민중운동 전반에 혼란과 분열을 낳을 수 있어 반대하는 것이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며 논쟁해야 한다. 최소한 이정희 대표를 옹호하려는 논자들은 일부의 과잉 표현을 빌미 삼아 비판자들을 싸잡아 매도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쟁점은 이정희 찬반 논쟁도 아니고, 자주파 찬반 논쟁도 아니며, 진보의 외연 확장 찬반 논쟁도 아니다. 

진보의 원칙을 지키며 외연을 확대하자는 주장과 우경화해 외연을 확대하자는 주장 사이의 논쟁이다. 우리는 참여당 합당 아니면 진보의 외연 확대가 불가능한 것처럼 구도를 설정하는 것 자체가 왜곡이라고 생각한다. 왜곡된 논점이 아니라 정확한 논쟁 구도에서 자신들의 정당성을 증명하려 해야 한다. 그러나 진보진영이 단결해 경제 위기에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원칙에 선다면, 는 힘들 것이라고 본다. 


  1. 그래서 노동자주의가 초좌파주의가 만나면 매우 경직된 원칙과 전술을 주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가령, 민주노동당의 성격, 체제에 정상적으로 뿌리내린 노동조합의 구조 등 개혁주의를 분석할 때 특히 그렇다. [본문으로]
  2. 그 와중에 노무현 자살과 참여당 창당으로 그 부근의 정치적 공백이 부분적으로 메워졌고, 지금은 야권연대 노선이 대체로 이 공백(민주당에서 왼쪽으로 이탈했으나 기존 진보정당 수준까지는 채 오지 못해 그 오른쪽에 존재하는 수백만 명의 대중, 특히 새세대 청년들)을 채웠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진보대통합 논의가 야권통합의 압력을 받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본문으로]
  3. 2008년 민주노동당 비례 후보로 영입 당시 인터뷰에서 이정희 대표는 강금실 지지 당시 민주노동당 당원이 아니었으므로 흠이 될 문제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형식적으론 맞지만, 친노와 진보정당은 당시만 해도 결이 완전히 달랐는데, 좀더 정치적 단절 과정을 분명히 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을 지금도 갖고 있긴 하다. 문제는 당시 당 지도부가 급하게 전략공천을 밀어붙이면서 그런 민주적 과정을 외면한 탓이 크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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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위/노혁추 비판: 진정, 진보대통합의 우경화에 파열구를 낼 수 없는 것은 누구인가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급진적 성격의 창당 강령을 폐기하고 민주당과 연립정부 구성이라는 전망 속에 참여당과 당 통합까지 시도하면서,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는 진보대통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진보대통합을 지지하고 개입하면서 진보대통합의 우경화를 저지하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우경화하는 진보대통합을 폭로하면서 진보대통합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을 정당화하는 목소리도 있다. 진보신당 독자파가 대표적인 경우이지만,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 공동실천위원회’(이하, 사노위)와 노동자혁명당추진모임(이하, 노혁추)도 바로 이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의 진보정당들은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계급정당이 아니라 “부르주아 좌파정당”에 불과하고 이들이 추진하는 진보대통합은 “노동자 투쟁을 배신한 인민전선[의] 재판”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다함께가 이런 진보대통합을 지지하면서 그 속에서 우경화를 저지하려고 투쟁하는 것은 “대중의 꽁무니를 쫓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들은 최근에 발표한 <사노위>15호 “다함께, 자신의 모순을 말하라!”와 16호 “전태일 정신과 노무현 정신의 만남 ― 진보정치의 파산에 대한 수줍은 자기고백”, <혁명> 창간준비 1호 “민주노동당 강령 개정 ;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격”“진보대통합, 처음엔 비극(悲劇) 이젠 소극(笑劇)!” 등의 기사에서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

사실 얼마 전에 격렬한 논쟁 끝에 분열한 사노위와 노혁추가 이 문제에서 한 목소리를 내면서 함께 다함께를 비판하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한 점이 있다. 사노위 분열에 대한 다함께의 분석과 평가(전지윤,《마르크스21》10호, “사노위의 실패가 좌파에게 보여 주는 것”)에 대해서는 둘 다 약속한 듯이 침묵하고 있다는 점도 그렇다. 마치 외부에 화살을 돌리면서 자신들 내부의 난점은 회피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물론 현재 진보양당 지도자들이 주도하는 진보대통합의 방향에 대해 강력한 비판을 한다는 점에서는 두 단체와 다함께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 그 외에도 두 단체와 다함께는 공통점이 많다. 자본주의를 적당히 고쳐 쓰자는 개혁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변혁해야 한다는 입장도 같고, 이를 위해서 혁명가들의 독립적 당이 필요하고 이런 당을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도 같다.

따라서 이들이 “사회주의노동자당 건설의 지향을 명백히 밝히지 않는 어떤 ‘진보’도 현재의 막장 정치지형을 넘어설 수 없다”(사노위)면서, 마치 지금의 대립이 혁명적 당을 건설하려고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대립인 것처럼 규정하는 것은 정직한 태도가 아니다.

진정한 대립은 혁명가들이 노동계급 대중의 개혁주의 의식과 조직에 연루를 맺고 그 속에서 영향력을 넓히며 혁명적 당을 건설할 것인가, 아니면 노동계급 대중 조직과 연루되길 회피하면서 그 밖에서 혁명적 당을 건설할 것인가에 있다.

“자본주의적 노동자당”

두 단체는 민주노동당 같은 노동계급 대중조직에 연루를 맺고 개입할 필요성을 부정한다. 여기에는 민주노동당의 성격에 대한 혼란이 깔려있다.

예컨대 사노위는 “민주당과 진보정당 사이에 실개천이 흐른다”며 자본가 정당인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성격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 노혁추는 민주노동당이 강령 교체로 “노동자정당이라는 성격조차 잃게”됐으며 “부르주아 좌파 정당”이라고 말한다. 또 진보정당들이 “노동자당을 참칭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체제 내에서 노동자계급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레닌과 볼세비키는 확고한 전략적 원칙과 전술적 유연함을 통해 결국 대중에 뿌리내리고 역사상 최초츼 사회주의 혁명을 주도했다.

이런 주장은 개혁주의에 대한 비판이라는 일부 합리적 핵심은 있지만, 옳다고 볼 수 없다. 러시아 혁명가 레닌은 영국 노동당을 일러 “자본주의적 노동자당”이라고 규정한 바 있는데, 이는 개혁주의 정당이 노동계급에 기반하고 있지만, 자본주의 개혁을 목표로 삼는 모순을 지적한 것이었다. 이런 정치로는 두 계급의 이익이 충돌할 때, 일관되게 자기 기반인 노동계급의 이익을 옹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혁주의는 저항과 순응이라는 대립물이 복잡하게 통일된 모순적 혼합물인 것이다.
따라서 레닌은 개혁주의 정치를 비판하면서도 그 당이 기반하고 있는 노동자들과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민주노동당도 자유주의 정당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노동조합 운동의 정치적 표현체로서 등장했다. 투쟁 속에서 각성한 [그러나 혁명 투쟁의 경험은 없는 한국의] 선진 노동자들의 첫 독립적 정치 표현체가 개혁주의정당인 것은 자연스런 것이었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은 지금도 여전히 인력과 재정에서 조직 노동자들, 특히 민주노총 조합원들에 기반하고 있다.

물론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관계는 주로 노조 상층 간부들을 매개로 한다. 당 지도자들과 노조 지도자들은 정치투쟁과 경제투쟁 사이에 개혁주의적 분업을 따른다. 당은 노조 상층 지도자들의 보수성에 치묵하고, 정치 활동은 선거와 의회정치로 협소화된다. 그래서 이 당은 운동 안에서 모순적 구실을 한다.

그래서 다함께는 2004년 민주노동당의 의회 진출을 환영하면서도 이렇게 경고한 바 있다.

“기성 권력 체제는 민주노동당에게 ‘존경받을’ 수 있도록 ‘덕망’ 있게 행동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 “장외 투쟁”을 삼가고 의회 내에서 협상과 타협을 통해 부르주아 정당들과 “상생”하라는 것이다. … 민주노동당은 혁명적 사회주의 정당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런 압력에 조금씩 적응할 것이다. (최일붕, <다함께>30호, 2004년 5월1일)

그러므로 다함께가 “민노당에 대한 분명한 정치적 규정을 회피”(사노위)했다는 비난은 근거 없는 것이다. 다함께는 이 당의 개혁주의적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비판해 왔다.

그러나 동시에 이 당이 노동운동과 맺은 유기적 관계를 보고 이 당에 개입해 온 것이다. 이 당의 노동계급적 기반 때문에 노동운동의 쟁점들이 당내에 반영되고, 이 당의 정책과 실천이 노동운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최근 전북 버스 노동자들은 민주당 비판을 회피하는 민주노동당 지도부에게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이들은 모두 파업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에 가입한 조합원들이었다. 투쟁 상황이 당내 쟁점으로도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혁명가들은 이런 관계를 이용해 노동자 대중과 그 운동 속에 개입하고 활동하면서 스스로를 훈련하고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것을 주요한 도전 과제로 삼을 필요가 있다.


민주노동당 강령 후퇴와 진보대통합

민주노동당 강령 논쟁이나 진보대통합 쟁점에 개입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중요하다.

민주노동당의 강령에 있던 반자본주의적 요소를 일소하는 창당 강령 폐기에 혁명가들이 반대 운동을 조직하는 것은 노동운동의 우경화를 막는 주요한 과제였다.

제도권에 진출해 의원까지 배출한 진보정당의 강령에 반자본주의적 요소가 있었던 것은 사회주의자들의 선전·선동을 위해서도 유리한 것이었다. 사회주의가 ‘소수 괴짜들의 주장’이 아니라는 상징적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반대로 [같은 이유로] 민주노동당의 강령 후퇴는 그 상징적 효과 때문에 노동운동의 급진성을 후퇴시키고 혁명가들에게도 불리한 조건을 만든다. <조선일보>가 ‘민주노동당은 제도권 정당 중에서 유일하게 강령에 사회주의를 담고 있었다’며 강령 교체를 환영한 이유이기도 하.

민주노동당을 우경화시키려면 바로 노동운동과의 유기적 관계 때문에 노동계급 기반과 멀어지거나, 아니면 이 운동의 전투성을 약화시켜야 한다. 아직 이들은 노동계급 기반가 단절하기보다 노동운동의 전투성을 약화시켜 수동적 기반으로 만들려는 것으로 보이나.

따라서 혁명가들은 노동운동의 전투성과 급진성을 약화시키는 맥락에서 추진된 민주노동당 강령 후퇴를 반대하는 운동을 민주노동당 안팎에서 건설해야 했다.

실제로 다함께는 이번에 강령 후퇴 반대 투쟁을 통해 민주노동당 안팎의 노동자 대중을 향해 사회주의에 대한 선전ㆍ선동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강령 후퇴에 반대하는 전투적 소수파를 결집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당대의원 대회에서 노동조합원들, 심지어 자주파 활동가들까지 포함해 대의원 3분의 1이 강령 후퇴에 반대표를 던지게 됐다.

강령 후퇴가 “이제야 자신들의 계급적 본성을 드러내 제 자리를 찾아간 것”(노혁추)일 뿐이라며 냉소하며 반대 운동을 회피해서는 결코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없다.

혁명가들이 진보대통합을 지지하면서 그 과정에 개입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노혁추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진보대통합은 총선ㆍ대선 선거 대응을 위한 개편”일 뿐이라고 냉소한다.

그러나 그것은 일면적 진실일 뿐이다. 진보대통합은 단결에 대한 노동자들의 열망이기도 하다는 것을 봐야 한다. 최근 실시한 금속노조 조합원 여론조사에서 73.8퍼센트가 진보대통합에 기대감을 나타냈고, 88.7퍼센트가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비슷한 여러 여론조사와 같은 결과다.

민주노총 조직 노동자 다수는 아직 통합 진보 정당을 노동계급 정치세력화의 표현이라고 여기고 노동계급이 이 당으로 단결하길 바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혁명가들은 자신의 독자적 조직과 정치를 유지하면서도 진보대통합을 지지하면서 통합 진보 정당이 노동계급의 단결을 고무하고 투쟁 건설에 유용한 구실을 하도록 개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후통첩

물론 현재 개혁주의 지도자들이 강령 후퇴와 참여당과 통합 등을 통해 진보대통합을 “노동자 투쟁을 배신한 인민전선 재판”(노혁추)으로 몰아가려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이런 우경화를 폭로하고 비판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진보정당 운동에 대한 참여 자체를 반대한다”(노혁추)면서 단지 밖에서 비판적 폭로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밖에서 폭로하면서 “노동자들은 즉각 민주노동당과 단절하고 진정한 계급정당을 고민”(노혁추)하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그것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진보대통합을 지지하고 그 과정에 개입하면서, 진보대연합이 참여당과 통합이나 민주당과 연립정부 구성 등으로 나가지 않도록 투쟁하는 게 더 나은 대응이다.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노동자들에게 단순히 ‘진보정당을 버리고 혁명정당으로 오라’고 최후통첩할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투쟁하면서 혁명가들의 입장과 노선이 왜 더 올바른지를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사노위와 노혁추는 이런 관점이 없다. 심지어 노혁추는 “노동자들의 99퍼센트 이상은 민주노동당의 밖에, 90퍼센트 이상은 민주노총의 밖에 있지 않은가? 의회주의와 조합주의에 물들지 않은 이들이 바로 노동자계급의 미래”라고까지 주장한다.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노동자들에게 개입할 생각은커녕, 거의 인연을 끊자는 식인 것이다. 게다가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노총 밖에 있는 노동자 90퍼센트’의 다수가 민주당이나 심지어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정말 모르는 것인지 어처구니없기까지 하다.

이런 종파적 태도의 이면에는 진보정당들의 우경화가 오히려 왼쪽의 공백을 낳아서 급진좌파에게 유리한 기회를 줄 것이라는 생각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사노위는 “다수의 노동자들이 통합을 원한다? 그렇다”면서도 “진보대통합의 기만성을 폭로해 나가야 한다”고만 주장한다.

조직 노동자 다수가 영향력을 받고 있는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이 우경화하는 것을 저지하고 방향을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그것을 폭로하면서 기다리면 자기들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는 헛된 기대만 하는 셈이다. 운동의 우경화를 방관해 종파가 성장하겠다는 발상은 종파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레닌은 “반드시 대중이 있는 곳에서 작업해야만 한다”고 주장했고 “아무리 반동적일지라도 프롤레타리아나 반프롤레타리아 대중이 있는 기구들과 협회 및 결사체들에서 체계적으로, 참을성 있고, 끈덕지고 끈기 있게 선전과 선동을 하기 위해 어떠한 희생도 치를 수 있어야만 하며, 어떠한 난관도 극복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이런 대중 속에서] 활동하기를 거부하는 것은 … 대중을 반동적인 지도자들, 부르주아지의 앞잡이들, 노동귀족들, 또는 부르주아화한 노동자들의 영향력 하에 내버려둠을 뜻”하기 때문이다.

즉 개혁주의 조직과 단절해야 혁명가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이런 종파적 자세는 결과적으로 진보대통합 연석회의에 참가신청한 다함께를 반자본주의 단체라며 배제한 채 우경적 조항을 삽입하고
, 참여당 통합을 기정사실화하려 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좌파에게 절이 싫으면 중이 나가라는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태도를 결과적으로 [의도하든 않든] 도울 될 뿐이다. 이대로 된다면 그 상황은 누구에게 유리할까.

사노위와 노혁추처럼 개혁적 진보정당과 어떤 협력도 할 수 없다는 종파적 태도는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책략에 이용돼 우경화를 재촉하는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영향력만 강화시켜주는 것이다. 이런 태도로는 이 당 지도부의 우경화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전투적 당원 노동자들과 소통하거나 대화할 수 없으며 따라서 사태에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보정당의 우경화, 계급연합에 파열구를 낼 수 없”(사노위)는 것은 진보대통합에 비판적으로 개입하는 다함께가 아니라 오히려 사노위와 노혁추다. 이들은 혁명가들이 독자적인 강령과 조직을 꾸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만 보고, 독자적 강령과 조직을 바탕으로 현실에 개입하며 유연한 전술을 구사할 필요성은 외면해 버린다.(그 점에서 두 단체는 당 건설과 운동 개입을 혼돈하고 있다.)

전자는 후자를 위한 당연한 전제다. 다함께도 민주노동당 개입 활동을 위해 독자 조직과 [기관지 중심의] 실천, 강령을 포기한 적이 결코 없다. 그러나 당 건설 선포만 하면 나머지 과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사노위와 노혁추는 한 무리의 혁명가들이 모여 강령에 합의하고 사회주의노동자정당을 선포하면 자동으로 노동계급에 대한 지도력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실제로 얼마 전까지 사노위와 노혁추는 바로 이런 방식으로 당 건설을 하려다가 실패한 바 있다. 이들은 혁명적이지 않은 노동계급 대중 속에서 이들의 운동과 유기적 연관을 맺으면서 함께 경험하고 때로 타협하고 때로 논쟁하면서 당을 건설하는 지난한 과정을 건너뛰려 했다.

그러나 사노위 실험이 실패하면서 이런 발상의 한계가 드러났다. 실제로 이들은 “강령으로 무장하지 않고는 꽁무니 전술과 정치적 대기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고 그토록 강조하지만, 막상 강령은 제정도 못 하고 분열했다.


대중과 함께 배우기

이들은 전쟁과 전략에 관해 늘 떠들지만, 막상 전투가 일어나면 ‘전투 하나로 전쟁이 결정나지 않는다’며 참전을 기피하는 장군과 같다. 추상적으로 그 말 자체는 맞지만, 실전에서 전투 없이 승리하는 전쟁은 없다.

민주노총의 공식 결의로 만든 ‘비혁명적인’ 진보정당조차 국회의원을 당선시키는데 4~5년이 걸렸고 지금도 민주노총 조합원의 5퍼센트 정도를 당원으로 조직했을 뿐인데, 혁명정당이 현실 개입 속에서의 지난한 고투와 노력 없이 강령 통일과 창당 선언으로 만들어진다고 보는 것은 몽상이다.

지금 혁명가들은 진보의 단결과 투쟁을 바라면서 동시에 민주당과 선거연합도 필요하다고 보는 노동자들의 모순된 의식에 개입해야 한다. 이 과제의 성패는 그들과 함께하면서 그들의 투쟁 경험과 개혁주의 의식이 모순을 빚어내는 지점을 포착해 운동과 의식의 도약을 끌어내는 능력에 달려 있다. 앞서 예로 든 전북 버스나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의식이 고정불변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회피하는 사노위와 노혁추의 태도는 노동 계급 대중이 투쟁 경험을 통해 스스로 성장해야 한다는 “노동계급의 자기해방” 원칙과 어긋난다.

“노동계급 다수의 견해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는 혁명은 불가능하며 이러한 변화는 대중들 [자신의] 정치적 경험으로써 창출되는 것이지 선전만으로 생겨나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레닌, ≪공산주의에서의 “좌익”소아병≫)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 속에서 곳곳에서 노동계급은 저항을 개시했고, 아랍에서는 혁명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혁명이 현실인 시대에 혁명가들은 성장해야 한다. 그래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

이런 조건에서 진보정당 지도자들의 우경화는 선진노동자들과 이 지도자들 사이에 간극을 낳을 것이고 진보진영 안에서 정치 양극화가 벌어질 것이다. 이 간극을 이용해 운동을 전진시키고, 혁명가들의 세력을 넓혀 계급을 투쟁으로 단결시킬 책무가 혁명가들에게 있다. 사노위와 노혁추가 이 중차대한 과제를 회피하지 않길 기대한다.

※ 이 글은 <레프트21> 62호 온라인 기사로 실린 것을 약간 보완한 것이다. (☞ 기사 바로 가기)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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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들은 참여당 통합 반대가 속좁은 진보가 참여당을 두려워해서라며, 참여당과 통합해 그들을 견인하고 진보의 외연을 넓혀 대중성을 얻고 집권으로 가자고 말씀들하십니다. 과연 그럴까요.


참여당은 당세로 치면 민주노동당과 비교도 안 되고, 심지어 진보신당보다도 당비 내는 당원이 적습니다. 민주노동당처럼 탄탄한 지역 활동가 조직망을 전국에 갖춘 것도 아닙니다. 선출 공직자는 비교도 안 되죠. 야권 단일후보로 뽑혀 일대일 구도 속에서 총력 지원을 받아도 참여당 후보는 당선을 못 합니다. 유시민도 바로 그 당사자 중 하나죠. 


그런데 요상하게도 통합 관련해 참여당의 기세가 민주노동당 지도부보다 등등합니다. 참여당이 내년 총선에 독자로 출마하게 되면 비례후보만 내겠다는 것은 어느 당을 협박하는 걸로 보이나요. 노무현 정부 실패에 진보도 책임지라는 오히려 큰소리를 칩니다. 그런데도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지도부는 진정성을 받아주자며 감싸기 바쁩니다. 


그래서 저는 진정으로 참여당을 두려워하고 끌려가는 분들은 참여당 통합을 말하는 당 지도부라고 생각합니다. 이 비교도 안 되는 덩치의 당과 통합해야 집권의 길로 갈 수 있다는 것은 그 당이 그만큼 주류 질서 속에 있는 당이기 때문이죠. 


기성 정치판에 내놔도 손색없는 국정운영 경력들(진보의 처지에서 보면 한심하거나 가증스러운), 인지도 짱인 유력 대선 후보 등. 참여당과 통합해서 얻는 대중성은 주류 질서에 영합하고 편입해 얻는 것이죠.

 

한마디로 참여당을 경외하는 당 대표와 지도부들이 최근 행보를 통해 인정받고 싶어하는 대상은 바로 이 나라의 주류 질서/주류 지배자들입니다. 한국의 현재 지배 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하지 않겠다는 것이죠. 


그래서 반자본주의적인 창당 강령도 없애고, 헌정회법 개정안 찬성으로 전직 주류 엘리트들의 뒤를 봐 주는 데 협력하는가 하면, 당장 절실한 투쟁들을 모아 강력한 연대 건설에 앞정서는 대신 투쟁의 섟을 죽이며 1년 반 뒤를 기다려 선거에서 심판하자 하고, 파업 농성장에 민주당과 동행해 농성 해제나 종용하며, 호전적인 주류 엘리트들의 대북결의안에 반대하지 못해 왔죠. 이제는 참여당과 통합해 위험하지 않은 정당임을 보여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죠. 


현재 참여당과 통합은 참여당의 좌경화가 아니라 민주노동당의 우경화를 통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이’ ‘유’ 있는 통합 추진. 컨셉과 멘트, 장소까지 정말 불온하기 짝이 없는 행사다.



노동자·민중을 때려잡고 절망을 강요하며 눈물 짓게 한 자들과 합치는 게 더 좋은 일이라는 듯한 태도를 진보정치 지도자들이라는 사람들이 보이고 있으니, 결국 노동자·민중을 위한다는 정치라는 말은 다 듣기 좋은 말이고, 사실은 지도자들 몇 몇, 그리고 자기들 종파의 권력 참여에 더 관심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비록 국가보안법을 인정하는 실수를 한 적이 있고 때로 의견 차이도 있지만 진보신당은 함께 진보의 요구를 들고 진보적 대중운동 속에서 일해 온 진보의 식구들입니다. 진보대통합의 일차 기준과 원칙은 진보세력이 통크게 단결한다는 것이 돼야 합니다. 


진보진영에서 누가 참여당에게 합의문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습니까. 합의문 승인한 단체와 통합을 한다는 것이 아무나 승인만 하면 통합해야 한다는 해석은 진의를 왜곡하는 무리한 해석입니다. 합의문 정신에 걸맞는 진보단체여야 자격이 있는 겁니다. 참여당은 정확히 말하면 합의문을 만든 연석회의에 참가신청을 했으나 진보정당이 아니라는 다수 견해로 연석회의에 포함되지 못한 세력입니다. 


합의문 만들 때도 진보세력이 아니라고 배제된 세력이, 권한도 없는 회의(중앙위)에서, 합의문을 안건 자료로 첨부하지도 않은 채 통과시킨 ‘동의한다’는 한마디 표현이 그토록 믿음직스럽습니까,

그 당의 지도자들은 합의문과 충돌하는 강령은 전혀 손대지 않았고, 이명박의 한미FTA는 반대하지만 노무현의 한미FTA는 떳떳한 협상이었다는 집단이고 백주에 공권력의 이름으로 노동자와 농민을 때려 죽인 과거를 두고 한나라당에게 "국가 이익을 위해 지지층의 여론을 어기고 정책을 추진할 수 있냐, 그것이 노무현 정신"이라고 일갈하는 집단입니다. 


이정희 대표는 노무현 정부에 참여의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으면 어땠을까 하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진보진영이 노무현 정부에서 참여의 방식을 사용하지 않은 게 아닙니다. 4대 개혁 입법 투쟁 때 민주노동당이 중심이 돼 국회 안팎에서 힘을 몰아준 바 있고요.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 단상 점거 사태를 겪으면서까지 노사정위원회에 참가했습니다. 


그 결과는 어땠습니까. 4대 개혁 입법은 멀리 안드로메다로 가 버렸고, 민주노총은 노사관계로드맵이라는 족쇄를 차더니 결국 비정규직악법으로 카운터펀치를 맞았습니다. 이것이 원칙 없는 정권 참여, 원칙 없는 진보의 길이 낳을 패배의 길을 미리 보여 주는 것입니다. 2007년 대선에서 저조한 성적이 바로 이런 잘못된 과거와 관계 없다고 볼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참여당과 통합보다 진정으로 노동자·민중의 개혁과 변화 염원을 대변할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야 합니다. 다행히 전여농, 진보교연, 민주노총 전현직 지도부들이 참여당 통합에 반대하는 견해를 제출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산별대표자회의도 진작에 이런 결정을 한 바 있죠.

이 뜻을 받아 안아야 하고,
 우리 당의 전현직 대표 등 지도자들이 이런 원칙 없는 행보에 제동을 거는 데 앞장서 주시길 바랍니다.

대중적 진보정당, 즉 진보정치의 대중화란, 각성한 노동 대중의 폭넓은 참여가 활발해질 때 이뤄지는 것입니다. 즉 원칙있는 진보의 외연 확장을 뜻하는 것이지 원칙도 없고 정체성도 버리면서 진보 딱지 붙인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물론 진보정치가 폭넓은 노동 대중 속에 뿌리내린다는 뜻의 진보정치의 대중화가 말처럼 쉽게 달성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도로 가야 애초의 목표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모습처럼 애초 목표가 흐려져 본말이 전도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자본주의 위기의 시대, 혁명의 현실성이 다시 주목 받는 시대에 적어도 거꾸로 가진 말아야죠. 보기에 먹음직스럽다고 독 묻은 사과를 먹을 순 없습니다. 우리는 백설공주가 아니라서 왕자가 와서 살려주지 않습니다. 개혁은 투쟁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것이고, 참여당과 통합은 대중투쟁의 결기를 꺾을 뿐입니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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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쓴 표현도 아니고 모욕적일 수 있어 공개적으론 말하지 않아 왔지만, 이정희 대표는 본인을 두고 진보진영 안에서 ‘트로이의 목마’라는 말들이 오고가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갈수록 정치적 신뢰가 없어진다.

아니나다를까 이정희 대표는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통합 진보 정당에 국민참여당이 합류하는 것을 멋대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27일 중앙당 대변인실이 공지한 질의응답 내용을 인용해 보자.

-이정희 대표 답변 1
통합진보정당과 민주당이 다가올 총선에서 야권연대 테이블에 앉게 됩니다. 민주당과는 야권연대를 더욱더 강력하게 해나갈 것입니다.

-이정희 대표 답변 4
진보신당이 지금까지 국민참여당에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셨지만, 저는 이것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총선 후보 결정 방식에 관해서는, 이렇게 답변한다.

-이정희 대표 답변 10
총선 후보 ... 결정방식은 ... 서로 간의 내정해놓고 당원들에게 무조건 받아들이라고 하는 방식으로 할 수는 없는 것 ... 진보정당의 힘은 당원 민주주의에 있습니다.

이 앞뒤 안맞는 답변을 듣고 있으니 이정희 대표에게 ‘당원 민주주의’는 필요할 때 가져다 쓰는 소품 같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민주노동당 당대회는 진보진영과 진보대통합을 하라고 방침을 결정하고 수임기관을 구성하도록 결정했다. 그런데 이정희 대표와 당 지도부는 진보정당이 아닌 당과 당대당 통합을 어떤 당내 대의기구의 결정도 없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정희 대표와 당 지도부가 진보정치의 원칙과 규율, 단결과 정체성을 파괴하는 당사자라는 비판을 면하려면, 최소한 당원 앞에 공개적으로 왜 국민참여당이 진보정당인지 밝혀야 한다.[각주:1]

그런데 지도부가 현재까지 대는 유일한 근거는 진보진영연석회의 대표자 최종합의문을 그들이 승인했다는 것 뿐이다.

그러나 막상 합의문 작성 당사자들 가운데는 애초부터 참여당의 진보대통합 참가를 반대해 왔고 반대하고 있는 세력이 있다. 이것 만으로도 당 지도부가 진보대통합 대상에서 누구를 더 중시할 것인가를 다시 고민해야 하고, 참여당 통합론이 진보의 분열을 낳을 거라는 경고를 떠올려야 할 이유가 된다.

여러 반대의 근거가 있지만, 핵심은 그들이 진보정치세력이 아니라는 것. 유시민이 자기 당 중앙위에서 이 합의문을 배포조차 안 한 상태에서 통과를 요구하면서 했다는 말, “합의문 통과는 들어가는 형식일 뿐이고 일단 들어간 뒤에 바꾸면 된다”는 말이 빈말인지 아닌지는 지금도 밝혀지고 있고, 앞으로도 밝혀질 것이다. 

이정희 대표가 과거 불문을 외칠 때, 유시민과 그 세력은 적반하장으로 진보정당에게 참여정부에 반대만 해서 실패하게 만든 책임(‘정부 실패에 관한 진보의 몫’)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며 진보정당의 과거를 문제삼고 있다. 계급, 반정부 투쟁, 민주당과 차별화 등등의 소수파 전략을 버리라며 노골적인 우경화를 요구한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가 만든 과오가 ― 정리해고법, 부동산 폭등, 가계부채 증가, 노사관계로드맵, 공무원전교조 옥죄기, 비정규직법, 한미FTA, 파업에 손해배상청구 관행, 경인운하, 강정해군기지(대양해군) 등 ― 지금도 살아서 노동자·민중의 목줄을 죄고 현재의 투쟁 과제로 생생한 상황에서 진보정당 대표가 그들에게 과거를 묻지 않겠다?

2003년 11월 25일 대구 세원정공 앞에서 열린 금속연맹 집회. 연단 아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노동탄압에 항거한 열사들의 사진이다. 노무현 정부의 노동탄압은 장기적 경제위기의 댓가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인 정부가 가는 필연적인 길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가던 길은 이명박이 가려던 길이고, 차이가 있다면 이명박이 노무현보다 그 길을 더 난폭하고 빠르게 지나가려 한다는 점 뿐이다.


이정희 대표는 어이없게도 참여당의 적반하장에는 ‘일리가 있다’ 하고 진보세력이 참여당에게 과거 성찰을 요구하는 것은 ‘앙금’이라고 표현했던데, 그것은 지난 시기 노동자·민중의 투쟁을 모욕하는 표현이다.

참여정부의 과거에서 진보가 문제삼는 본질―신자유주의와 경제위기 고통전가, 제국주의 추종―은 이명박의 현재이고, 다음 정권에서도 투쟁의 핵심 쟁점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참여정부의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것은 진보정치의 현재 과제를 흐리는 것이고, 진보정치의 미래를 묻지 않겠다는 뜻일 뿐이다.

 이정희 대표는 개인적으로 당시 진보정당의 당원으로 노동자민중의 편에서 참여정부와 맞서 싸운 과거가 없기 때문에 과거 불문을 쉽게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당시 그렇게 해 왔고 지금도 그것이 옳았다고 생각하는 [오히려 그런 싸움이 너무 약해서 문제였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과거 불문’을 할 수 없고, 그럴 자격도 없다.

오늘도 고통받는 노동자·민중이 그들의 과오를 용서하지 않은 상황에서 진보정당이 과거 불문 운운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이명박이 그토록 인기가 없는데도 민주당 지지가 그를 뛰어넘지 못하는지, 야권단일 후보가 돼도 참여당 후보가 단 한 번도 당선되지 못 하는지 당 지도부는 그 이유를 모르겠는가.

국민참여당은 개혁적일지라도 그 당의 기반과 실천, 이념을 봤을 때, 신자유주의 추진했던 고위관료와 공기업 경영진 출신들에게 의존하는 자유주의적 친자본가당일 뿐. 그 당 지도부들이 진보라고 내놓는 정책들이 안쓰러울 정도로 허접한 이유도 그 때문인 것이다.

자유주의적이라 한나라당보다는 낫겠지만 친자본가당이라서 노동자·민중이 바라는 진보 개혁 정당이나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의 이런 점이 정부 운영 과정에서 어느 정도는 역사적으로 검증됐기 때문에 온갖 미사여구와 몸부림에도 지지를 온전히 회복하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부분적으로 세력을 회복해 다시금 차악(차선) 논리를 되살리고 있지만, 문제는 거듭 지적했듯이 여기에 진보정치 지도자들의 불필요하게 관대한 태도가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과거 불문 논리가 말도 안 된다는 것은 이정희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왜 참여당과는 통합이 되고, 민주당과는 안 되는지를 설명하는 논리를 봐도 알 수 있다. 이정희 대표는 민주당의 근본(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켜 민주당은 통합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과거 불문 논리는 자가당착이다.

그 점에서 금속노조 여론조사 결과가 시사적이다. 88.7퍼센트가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필요하고 85.3퍼센트가 이명박 정부 심판을 위해 민주노총의 정치총파업 등 총력투쟁이 필요하다고 답했는데, 국민참여당을 비롯 다양한 세력과 진보정당이 합쳐야 한다는 여론도 57.2퍼센트였다.

완전히 모순되는 의식인데, 당 지도부는 이것을 참여당 통합론의 근거로 삼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아진인수다. 그동안 진보 양당 지도부가 얼마나 참여당 지도부와 진보정당의 차이를 흐리고 감춰왔으면 즉, 얼마나 우경화했으면 전투적인 노동자들에게서 이런 결과가 나왔겠는가 하고 봐야 한다. 한마디로 진보정당이 우경화해 놓으니 조합원 의식조사에서도 이런 모순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 아래서 이들에게 표찍는 것으로는 권리 보호도, 생존권 수호도 진보 개혁도 전혀 안 되니 노동자·민중이 독자적으로 정치세력화하자고 해서 만들고 성장해 온 당이다. [발전 수준이 비록 의회개혁주의 정도에 머물러 있지만 말이다.]

그런 당이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지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전혀 변한 게 없는 노무현 정부의 후신들과 당을 함께해도 될 세력으로 보였다는 것이니, [참여당 통합파처럼 얼씨구나 할 소재가 아니라] 그야말로 창피하고 진보정당 지도부라면 부끄러워 해야 할 결과인 것이다.

이런 모순된 의식은 진보정당과 민주노총 지도부가 계급동맹을 고려하면서 현장의 잠재력을 억누르는 방식으로 투쟁을 이끌어 온 탓이 가장 크다고 본다.

쌍용차, 금호, KEC, 한진, 유성, 현대차 비정규직 등을 떠올려 보자. 당시 진보정당의 구실은 민주당 정치인을 데려가 중재하는 것에 불과했다. 이런 자기 제약적인 투쟁 조직과 투쟁 리더십 때문에, 싸우고 싶고 그래서 단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선거에서는 친자본가당과도 동맹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모순된 의식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진정이 있다는 것은 전북 버스 노동자들이 보여 준다. 이들 중 투쟁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으로 집단 가입한 노동자들이 민주노동당 지도부에게 호소문을 냈다. (☞ 바로가기) 사실 이런 노동자들의 각성된 호소에 응답해야 하는 것이 진보정당 지도부의 첫째 의무일 것이다. 현실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사실, 국민참여당 지도부에게 과거 성찰을 요구하며 조건부 참여를 내거는 것 자체가 우습다고 생각한다.[각주:2] 진정성있게 진보로 전향하려 한다면 요구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통렬하게 자기 비판하며 자신의 과거 이념과 실천, 그리고 계급기반과 단절하고 와야 하는 것이다. 그게 실천적 과거 성찰이다.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진보가 뭉쳐서 기득권 세력의 질서를 뒤흔들며 싸워야 한다. 그런 싸움 속에서 대중의 의식과 사기가 올랐을 때, 저쪽에서 전향자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런 상황을 만들 정도의 제대로 된 싸움하자고 진보가 뭉치자는 것 아닌가. 그런데 참여당이나 민주당이 그런 싸움에 동의할까.

결국 참여당과 통합, 이에 바탕한 연립정부 노선이 모두 문제가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참여당과 통합한다거나 야권연대로 연립정부 구성하겠다는 것은 진보정치의 정체성, 진보세력의 단결을 해치고, 진보적 대중운동의 목표와 예각을 가로막고 교란하는 잘못된 노선이다. 특히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경기동부 당권파의 참여당 통합론은 진보정당의 규율도 해치는 것이다. 당장 우경화 행보를 중단해야 한다.

 

  1. 그나마 정성희 최고가 맑시즘2011에 연사로 참석해 정치적 이견자들과 토론하며 공개적 주장을 편 것은 입 꼭 다문 다른 지도부보다 진일보한 행동이라고 봅니다. 비록 이 문제에서 만족스런 답을 주진 못했지만요. [본문으로]
  2. 그것은 마치 “안 돼요, 돼요, 돼요”하는 우스갯소리처럼 오히려 저들이 조건을 수용해 와 줬으면 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 순진한 발상의 대가가 유시민이 진보대통합 합의문을 승인하면서 덫에 걸린 것이구요.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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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수임기관이 7199시간 회의 끝에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문제를 “진보신당과의 통합 문제가 일단락 된 후, 최종 결정한다”고 결정했다.

권영길 의원, 이병수 대구시당 위원장 등 국민참여당 합류 반대파들은 소수파였다. 이정희 대표와 장원섭 사무총장, 김창현 울산시당 위원장 등은 “당장 통합을 추진한다”를 원안으로 제시했고, 우위영 대변인 등은 표결로 원안을 통과시키자고 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일부 서울 지역 위원장들이 비공개 회의장 밖에서 지도부의 의도에 반대하는 팻말 시위를 벌이고 당내 서명운동이 벌어지는가 하면,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져 일부 지역에서 노동자 당원들의 집단 탈당 경고가 나오는 등 당 안팎에서 반대 목소리가 서서히 결집한 효과로 당권파 지도부는 수임 기관 안에서 다수인데도 원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이는 그동안 국민참여당과도 통합 가능하다는 생각을 밝혀 왔고 심지어 유시민에게 경기도지사 단일 후보 자리까지 양보했던 진보신당 심상정 전 의원이나 6월말 국민참여당도 통합 대상이라고 밝혔던 노회찬 전 의원이 최근 다시 말을 바꾼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718일 민주노총, 진보 양당, 사회단체, 진보학계를 망라한 인사들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이나, 이를 염두에 두고 진보정당의 강령과 실천이 우경화하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것이 드러났다.

친자본주의 정당인 국민참여당을 무원칙하게 진보대통합에 포함시키려는 진보정당 일부 지도자들의 행태에 비판적인 압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는 진보대통합을 앞두고 진보정치의 우경화에 반대하는 다양한 세력들이 효과적으로 힘을 모아 한목소리를 낸다면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행보를 좌절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


이 때문에 국민참여당은 공식 논평에서 “대통합이 결코 쉽지 않은 길임을 보여 준다. 국민참여당은 … 민주노동당의 고뇌와 고충을 이해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번 결정은 당장 통합 논의를 하겠다는 것은 막았지만, 민주노동당 경기동부(와 울산) 당권파 지도부가 국민참여당과 통합하려는 시도를 공식화하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진보의 자격


첫째, 수임 기관 회의의 결정문은 “국민참여당이 5.31 연석회의 최종합의문과 부속합의서에 동의하고 참여정부의 오류와 한계를 일정하게 성찰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이 진보대통합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둘째, 국민참여당의 참여 문제를 놓고 “당원 및 노동자 농민 등 기층 민중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겠다고 결정했다.

이는 이미 민주노총 산별대표자회의가 613일 “진보정당의 통합을 앞둔 엄중한 시기에 국민참여당과 관련된 논란은 부적절한 것임을 확인”했는데도 이 결정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이제는 민주노총의 결의마저 무시하고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셋째, “진보신당과의 통합 문제가 일단락된 후, 최종 결정한다”고 한 것도 문제다.

이것이 ‘통합한 후’에 최종 결정하겠다고 하는 것이라면 국민참여당의 합류를 반대하지만 진보대통합은 찬성하는 진보 대중과 진보정당 당원들의 참여를 막는 효과를 낼 것이다.

그런데 “통합 문제가 일단락된 후”라는 문구는 여의치 않을 경우 아예 진보신당과 당대당 통합을 포기하고 국민참여당과 통합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진보대통합을 진보대분열로 만들 수도 있는 위험한 결정인 것이다.

그래서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도 “당혹스럽다”며 “논란의 불씨를 계속 남겨 놓았”다고 논평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그동안 당대회 등 당내 공식 대의체계 안에서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당원들의 의혹 제기와 비판이 나올 때마다 ‘당은 공식 결정한 바 없다’며 대답을 회피해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경기동부(와 울산) 당권파 지도부가 장악한 수임 기관의 비공개회의에서 [친자본주의인] 자유주의 정당과 통합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진보대통합의 원칙을 훼손한 당 지도부가 진보정당의 당내 민주주의마저 완전히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민주노동당 당대회와 중앙위원회는 “진보대통합”을 결정하고 추진하기로 해 왔지 진보정당이 아닌 정당과 통합은 결의한 바가 없다.[각주:1]

당권파는 당대회에서 새로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할 안건을 자신들이 장악한 비공개 회의에서 통과시키려 한 것이다. 형식 논리로만 봐도 수임기구의 결정 시도 자체가 월권 행위이고, 당론 위배인데도 말이다.

이 역시 당의 우경화와 무관하지 않다. 친자본가적 정당일수록 상층 지도자들 몇몇이 당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비민주적


한편, 국민참여당이 진보진영 연석회의 합의문의 내용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통과시킨 까닭을 유시민은 당시 자기 당 중앙위원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이 동의는 문을 열고 들어가는 형식에 불과하고, 일단 논의 자리에 들어가서 우리의 내용을 반영하도록 하겠다.”

유시민에게 합의문 승인은 쉽게 말해 진보대통합 논의 안에 들어와서 헤집어 놓겠다는 ‘트로이의 목마’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실제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고려해 노동”계급”과 사회주의 “이념”을 강령에서 폐기해 버린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달리 국민참여당 지도자들은 진보진영 연석회의 합의문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자신들의 강령은 ―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보장”하고 “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며 “군사력을 강화”하겠다는 ― 털끝만큼도 건드리지 않고 있다.

이런 강령과 태도에서 참여당이 노동운동에 기반한 진보정당들과는 완전히 다른 계급 기반을 대변하는 친자본주의 정당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참여당은 [평당원 구성과 일부의 지향과 관계없이 실제로는] 노무현 정부의 고위 관료 출신 정치인들(과 이들과 연계된 상층 중간계급 인사들)이 지배하는 당이다. 

유시민은 이제 “노무현 대통령을 대신해 사과할 자격이 나에게 없다”면서 “주관적으로는 둘 다 피해자”라거나 “민노당이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망하게 함으로써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냐는 의구심이 있다”는 궤변까지 늘어 놓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적반하장을 논박하며 참여정부의 과거와 그 주축 인사들에게 “우리는 노동자·민중을 대신해 너희들을 용서할 자격이 없다”고 꾸짖어야 할 진보정당 지도자들이 오히려 국민참여당 지도부에게 진보대통합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해 주려고 애쓰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수임기관의 결정은 국민참여당의 진보대통합 합류와 이로 말미암은 진보정치의 우경화에 반대하는 다양한 세력들에게 가능성과 경고를 동시에 줬다.

이제 진보대통합을 우경화시키려는 시도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들은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경기동부(와 울산) 당권파의 행보에 일단 제동을 건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더욱더 힘을 모아 강력한 운동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

  1. (※ 6월 19일 정기 당대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 방침’ 中 2번 항, “민주노동당은 신설합당 방식으로 진보신당 등 타 정당을 포함한 진보진영과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한다.”) (※ 6월 19일 정기 당대회가 만장일치로 승인한 ‘진보대통합 연석회의 합의문’ 中 2번 항, “‘진보정치대통합으로 설립될 새로운 진보정당’이 보수세력, 자유주의 세력과 구별되는 진보정치세력의 독자적 발전과 승리를 위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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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화로 치닫는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최근 행보에 비판적 의견들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최근 행보에 비판적이면서 원칙적인 진보대통합을 지지하는 진보진영 인사들이 모임을 꾸려 토론회를 개최한 것이다.

이 모임에는 임성규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 민주노총 임원들부터 이병수 민주노동당 대구시당 위원장, 김혜영 민주노동당 전 충남도당 위원장, 정종권 진보신당 전 부대표, 김세균 진보교연 상임대표, 박노자 교수, 김정범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 등 진보 양당과 사회단체, 학계까지 포함하는 열아홉 명의 인사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최근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사적 소유 제한, 노동계급 정치세력화 등을 담은 기존의 좌파적 강령을 자본주의를 그대로 인정하는 진보적 민주주의 강령으로 후퇴시키고 국민참여당을 진보대통합에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비판적인 의견을 모아보자는 취지로 토론회를 제안했다.

그 첫 토론회가 718일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통합 진보 정당, 어떻게 건설돼야 하는가? ―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문제와 강령 문제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열렸다.

발제자로는 토론회 제안자들인 김세균 진보교연 상임대표, 임성규 전 민주노총 위원장, 차수련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박승희 민주노총 여성위원장, 정종권 전 진보신당 부대표 등이 나섰고, 그밖에 민주노동당 김성진 최고위원이 참석했다.

세 시간을 훌쩍 넘는 토론 시간 동안 김성진 최고위원을 빼고는 발제자들과 청중석 발언에서 국민참여당과 통합 움직임,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강령 후퇴를 우려하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김세균 진보교연 상임대표는 통합 진보 정당의 목표가 “[자본주의 극복을 담보하는] 신자유주의 반대 진보대통합”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사회의 기본 모순은 자본주의 모순이고, 주요 모순은 신자유주의 공세와 이 공세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 민중의 모습”이므로 진보대통합은 “주요 모순 해결을 목표로 해야 한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을] 반성은 안 하고 변명만 하는” 국민참여당은 통합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에 동의하는 세력들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통합 진보 정당의 강령에 관해서는 “사회주의 이상의 계승을 넣느냐 마느냐는 … 부차적 문제”지만 국민참여당이 대중적 진보정당을 만든다면 “차별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사회주의 이상과 원칙의 계승’은 강령에 명시적으로 밝히는 것이 좋겠다”고 주장했다.


박승희 민주노총 여성위원장은 “통합 진보 정당의 방향의 핵심은 노동 중심성의 강화 … 무엇보다 노동자의 당이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최근 행태들에 대해서는 “정세도 비관적이지 않은 데 왜 진보정당은 지금 거꾸로 가고 있느냐”며 비판했다.

통합 진보 정당의 노동 중심성 강화를 위해 “새 정당의 토대는 아래로부터 조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민주노동당의 경험에서 보듯 “투표와 세액공제만 하고 아래로부터 참여가 없는 제도만으로는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할 수 없다고 입증됐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임성규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조합원들은 … 갑자기 유시민하고 손잡는다고 하니까 헷갈려서 모르겠다 … 뒤에서 입이 찢어지는 사람들만 몇 사람 있고, 나머지는 다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성규 전 위원장은 백설기에 밀가루를 섞으면 이도저도 아닌 음식이 된다며, “밀가루를 붓는 게 바로 국민참여당을 포함시키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령 개정에 관해서도 “사회주의는 … 전 인류가 해 보지도 못한 것은 새로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순덩어리인 자본주의를 바꿔내거나, 아니면 자본주의를 극복해 새로운세상으로 가기 위한 목표를 잃지 않는 것이 진보의 첫번째” 덕목이라는 것이다.

그는 노동자 중심성 훼손도 비판했다. “임금 노동자는 노동부 통계로만도 16백만 명이다. 그 부양가족까지 2.9명을 곱해 거의 48백만 명이 다 된다. 자본가들은 한줌도 안 된다. 노동자들이 무시받는 진보정당[] … 진보의 탈을 쓴정당일 뿐이다.”


차수련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사회주의 강령을 삭제했을 때 크게 분노했고, 뭔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말로 발제를 시작했다.

20년 동안 노동운동 현장에 있으면서 나름대로 깨지고 당하고 하다 보니까 자본주의 모순과 폐해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인간을 비인간적인 구조로 내모는 사회를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자본주의를 뛰어넘자고 하는데,그 대안이 사회주의 아닌가?”

차 전 위원장은 국민참여당 통합에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국민참여당은 우리와 결이 다르다. 전해투 투쟁할 때, 대우정밀 노동자들이 단식하면서 쓰러져 나갈 때, 운동권 출신이라는 정치인들, 국회의원들 우리 앞에 코빼기도 안 비쳤다. 우리를 만나주지도 않았다. 그게 바로 우리와의 차이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은 집토끼, 들토끼 다 놓치는 것밖에 안 된다. … 노동운동 해 왔던 상황에서 볼 때, 이건 길이아니고 오히려 노동운동을 말아 먹을수 있다.”

그래서 이 난국을 타개하려면 민주노총이 나서야 한다. “민주노총이 잘 싸우고 제대로 할 때, 민주노동당이 제대로 선다. 민주노총은 투쟁조직이다. 각오하고 제대로 싸워야 한다.”


정종권 진보신당 전 부대표도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부를 비판하며 국민참여당과 통합에 반대하고 통합 진보 정당에 친사회주의 강령이 포함돼야 한다는 데 동조했다.

참여당과 통합하자는 것은 진보 독자노선을 포기하고 폐기하자는 것 … 미국식 양당구도로 가자는 것 … 그들은 한국을 통상국가로 본다. 진보와 통상국가론자가 함께할 수 없다.

참여당은 어떤 수식을 붙이든지 간에 진보가 아니라 자유주의 세력이다. 그래서 통합 진보정당에선 사회주의에 대한 우호성과 친화성을 표현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반면, 김성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행보가 비판의 초점이 되는 게 거북스럽다는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일관했다.

내가 왜 왔지 싶은 생각이 든다. 실제 민주노동당이 공식적으로 참여당 문제에서 결정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할수있는 이야기는 없다.

꿩먹고 알먹고 하려고 했는데, 꿩도 놓치게 생겼다. 꿩을 먼저 잡고 알은 나중에 먹으면 된다.

참여당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고, 이런 토론회도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김성진 최고위원은 “참여당 어떻게 볼것인가 하는 문제로 진보진영이 분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는데, 분열을 야기한 것은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진보정당이 아닌 국민참여당을 진보대통합에 참여시키려 하는 것인데, 이 문제를 회피하면서 분열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발언이었다.




청중석에서도 두 가지 쟁점을 놓고 비판적인 의견들이 쏟아졌다
. 특히 민주노동당 지도부이자 불성실한 발제를 한 김성진 최고위원에게 비판이 집중됐다
.

민주노동당 노년위원회 소속이라고 밝힌 참가자는 “노동자 계급의 관점에서 볼 때, 진보정당의 통합은 원칙이 있어야 한다. 신자유주의와 통합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하고 주장했다.

노동계급이 탄생했을 때부터 사회주의 사회를 실현해야 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 새세상연구소는 진보적 민주주의를 관철하고 설득하겠다고 하는데, 그것이 노동계급에게 설득되고 관철될 수 없다. 이것은 새로운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다.”


한 참가자는 “김성진 최고위원은 참여당 문제가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 없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이 토론회도 그렇다고 얘기했는데,이것은 부적절한 접근법이다.

이정희 대표 자신이 대표이고, 공인이고, 국회의원이다. 그런 분이 유시민하고 계속해서 정치적 밀월 의혹을 자아냈고, 공동 출판을 했다. 모든 언론이 다 얘기했다. 그런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비판도 않고 공식적인 결정을 한바 없다는 것은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

참여당과의 통합은 시간상 옳지 않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정책이나 이데올로기만으로 접근하는것도 충분하지 않다. 참여당의 기반을 보면, 진보 양당은 조직 노동자들과 맺고 있는 관계가 유기적이다. 그러나 참여당은 전혀 유기적이지 않다. 선거 때나 찍는다.

참여당의 돈은 어디서 나오나? 자본가들로부터 나온다. 자본주의 정부의 공직에 있었거나 지금 있는 자들에게서 나온다. 조직 기반도 민주노동당은 운동하는 사람들이 몸으로 뛰는 것이 조직 기반인 반면에, 참여당의 조직기반은 참여정부의 공직에 있던 자들이거나 자본가들이다.

물론, 이 당의 평당원들 중에는중간계급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후에 이들을 끌어오는 게 맞다. 그 당과 통합해선 안 되고, 노동계급이 힘을 길러서 점점 자본가들보다 강화되는 것을 통해 중간계급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민주노동당 김어진 서초구위원장은 당원모임에서 나온 얘기를 소개하며 김성진 최고위원이 당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주 금요일에 지역 당원모임을 했는데 당원들이 ‘탈당 절차가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탈당 절차를 물은 한 당원은 한미FTA 문제가 논쟁될 때 노무현을 이해해 줘야 하지 않겠냐면서 불편해 하셨던 분이다그 분이 참여당은 민주당의 아류 정당이라고 했다그분은 정체성을 말했다이런 당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바로 국민참여당 문제 때문에 강령 문제가 그토록 중요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성진 최고가 내일 수임위에서 … 적어도 정체성이라는 단어와 참여당이 민주당의 아류라고 말한 당원들의 목소리에 지도부가 귀를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를 전달하기를 촉구한다.” 


민주노동당 당원이라는 민주노총 건설 조합원도 민주노동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군대 간 아들이 휴가 나와서 ‘아빠는 좌빨’이라고 하는 얘기 들으면서도 민주노동당을 지지했는데. 왜 윗대가리들이 모여서 사회주의 강령을 없앴는지 이해할 수 없다. 사회주의 강령을 없애고 국민참여당과 통합한다고 하는데, 노무현 정부 때 포항에서 건설노조 집회할 때 [경찰 진압으로] 죽은 하중근 열사랑 집회 할 때 같이 있었다.

노동조합의 궁극적인 목적이 뭔가. 공장의 주인이 되는 것 아닌가. 그게 사회주의다. 이상한 말 붙이지 말고. 우리는 노동자 정당으로 사회주의 정당으로 남아야 한다.”


다른 참가자도 참여당에 비판적이었다.

진보대통합 하자고 하다가 왜 갑자기 참여당 통합이 나오나. 민주당은 바로 김주익 열사를 죽였던 당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 김진숙 씨를 죽이려고 한다. 참여당이 변했다지만, 나는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이 변한 것 같다. 이정희 대표의 과거가 궁금해진다.

한진투쟁 승리, 유성 투쟁 연대하기 위해, 비정규직 투쟁 연대하기 위해 진보대통합 하자고 한 것이다. 따라서 진보 정파들이 투쟁 속에서 협력하기 위한 통합이어야 하고, 이명박에 맞서 진보적 대안을 건설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집권 전략을 제시하는 진보대통합이 돼야 한다.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대안을 제시할 때 참여당의 지지자들 마저도 진보대통합으로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병수 민주노동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발제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참여당과 통합에 있어서 민주노총 중집 등에서 현실적으로 그건 안 된다는 입장을 내는 게 가능한가? 그런 것만 있다면, 국참당과 통합도 상당히 막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연석회의가 참여당과 통합으로 갈 때, 우리 대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의견을 듣고 싶다.”


이날 토론회를 후원한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의 정용건 위원장이 발언을 했다.

민주노총 중집에서는 참여당과의 통합 문제에 대해 우려스럽다고 확인한 바 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참여당과 통합을 고집하면] 민주노총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참여당과 통합하는 문제를 고집하면, 결국 가고 싶은 사람들은 가면 된다. 우리가 소수파처럼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다.”


청중 토론이 끝나자 발제자들 몇 명이 답변을 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김성진 최고위원은 청중 토론에서 비판의 초점이 된 것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람 불러다 놓고 이러시면 안 된다 싶다. 현재 지형에서 봤을 때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

이에 김세균 진보교연 상임대표가 민주노동당의 비공식 주장을 폭로하며 비판했다.

78일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이 비공식적 자리에서 참여당과 같이 해야겠다고 요청을 했다. 자신들을 지지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얘기를 듣고보니 문제가 심각하게 느껴졌다.

참여당과 연합하는 문제는 … 당대회에서 논의할 사항이다. 이 문제도 강력하게 주장해 주길 바란다.”

토론을 마무리하며 사회를 맡은 김인식 민주노동당 서울 중구위원장은 “지역 수준에서도 이런 토론회를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준 데가 있다. 앞으로 이런 토론이 더 확산돼야 한다. 오늘은 입장을 내는데 집중했다면, 어떻게 공동으로 실천할 수 있을까 하는 점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80여 명의 참가자들은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무원칙한 연합정치 행보를 비판하는 의견에 공감했다. 특히 민주노총 소속 참가자들이 비판적 의견을 많이 낸 것은 원칙있는 진보대통합,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에 도움이 되는 진보대통합을 위한 노력이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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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내가 민주노동당 홈피 당원토론방에 쓴 글(☞ 이정희 대표 유감/보완 글)에 달린 반론 댓글과 그에 대한 내 댓글이다.


우리dlp

1. 당 대표로서 출판기념회를 가지면 안되는지 궁금합니다. 게다가 본인도 "공식 당무는 아니"라고 밝힌바 있는데, 출판기념회를 하려면 허락을 맡아야 하는건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이미 출판기념회 관련한 이야기는 한달이상을 떠돌았었고, 그래서 연기도 됬었는데, 이 과정에서 무수한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했을거라 생각하는데 당게에 올라오지 않으면 당내 민주주의를 무시하는건지 또한 궁금하네요. 


2. 최고위 회의록 찾아봤습니다. 김성진 최고께서 "책 출판하시는 겁니까?"라고 묻네요. 제가 보기엔 몰라서 물었다기보단, 확인의 차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미 지난 1월, 3월등 민중의소리에서 기획을 할 때마다 향후 책으로 낼 것이다라며 몇차례 공표했던 사실인데.. 많은 일반당원들도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인데 과연 몰랐을까 싶기도 합니다.


또한, 지난 연석회의에서는 동의하는 세력은 함께한다고 문을 열었었고, 참여당이 함께 하고 싶다고 했었죠. 이에대해 지금 우리-신당 양당간 협상이 중요하니 합의후에 논의하자며 미뤄왔었습니다. 5.31일 합의도 되었고, 이제 참여당을 받을지 말지, 안받으면 이러저러해서 못받는다라고 하는 어찌보면 밀린숙제를 처리하고 가는 것 필요한 일 아닐까요?  어찌되었든 끼워달라고 한 상대에 대해 '가부'를 알려줄 필요도 있는거구요. 이 얘길 정리하자고 한게 잘못한 일인지 싶습니다.


3. 문제 해결과 반성은 다릅니다. 물론 반성없는 미래는 의미없겠지만, 해결하기 위해 반성하자고 하는것은 옳은 표현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해결하기 위해서는 힘을 키워야지요. 이정희 대표가 "반성을 요구하는것이 적절치 않다고 했습니다" 해석하고싶은 사람의 의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겟지만 저에게는 "반성을 핑계로 함께하고자 하는 과거의 잘못이 있는 사람을 내치지는 말자"라고 들립니다. 

혹시라도, 반성을 요구하지 말자해서, 우리가 "정리해고 도입, 한미FTA, 비정규직 등 노동악법, 공공서비스 민영화, 국민연금 개악, 해외 파병"등을 또다시 결정해야 한다면 그때 한미FTA를 찬성하고, 정리해고를 도입하고, 노동악법을 생산하고... 하겠다는건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이라도 정리해고 실수였다. 한미FTA미안하다, 노동악법 되돌리자 하는 세력이 있으면 누구와도 손잡고 현실에서 바꾸기 위한 힘을 키우는것 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4. 제가 무식해서 그런진 몰라도, 계급정당과 대중정당이 공존할수 없다곤 생각지 않습니다. 다행히 님께서도 "계급정당과 대중정당은 대립되는 게 아닙니다"라고 이야길 하고 계시구요. 저도 유시민 건방지다 생각합니다. 전에는 "민주노동당은 동지는 많으나 친구는 없다"고 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기층당원들의 힘을, 그들의 삶을 보지 못한 건방진 언행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참여당과 통합이, 유시민 한사람과 통합이라 생각지 않습니다. 유시민과 통합 안할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갈 수 있는 수많은 참여당 당원을 잃는것은 안타깝습니다. 그들속에는 민주주의와 노동, 평화, 복지, 인권등과 같은 가치에 동의하며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굳이 그런 사람들과 계급이네 대중이네 하며 갈라서 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 마음이었다면 애초에 "종북정당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진보신당과의 협상은 불가능 했겠지요. 


5.  현실을 바꾸는 모든 방법에서, 견인해 낼 수 있었다면 , 그걸 실현하지 못한 것 또한 아쉬움이겠지요. 

조금 다른이야기로 "흔히 진보의 정책에는 저작권이 없다"라는 표현을 합니다. 꼭 우리가 실현하지 못해도, 우리가 내걸었던 공약이라 하더라도, 다른 정권이 이를 실현한다면 그것으로 의미 있다는 표현이지요. 지금은 안그렇지만, 한나라당에서 전면 무상급식을 실현하고, 정부책임등록금제를 실시하고, 최저임금을 노동자평균임금50%로 한다면, 왜 우리를 따라하느냐 할게 아니라, 쌍수를 둘고 환영할 일입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역시, 국회의원 배출 역시 현 제도권안에 들어가 현실을 바꾸는데 조금이라도 더 힘을 발휘하기 위한, 우리에게 불리하기만 한 법과 제도를 바꾸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이정희 대표의 본회의 반대토론으로 대표적 반민생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부결시킨 적이 있었지요.) 가능하면 이렇게도 막고, 저렇게도 성사시키고 해야 합니다. 이런 아쉬움을 두고 한 말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진짜 진보의 힘은 노동 대중의 각성과 자주적 행동력 만이 아니라, 이 주변으로 보다 많은 중간층을 인입해내는 것이며, 이를 토대로 실제 노동대중과 중간층의 현실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거꾸로 생각하고 있다. 그들처럼 하다간 영토를 확장하긴커녕 자칫 자기 살던 집마저 무너질 수 있다.


우리dlp님의 의견에 답변하겠습니다. 


1. 당 대표로서 출판기념회를 하면 안 되는 거냐고 물으셨습니다. 여기에 중요한 단어가 빠진 것 아시죠? 저는 진보정당 대표가 비진보정당 대표와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하는 걸 문제 삼은 겁니다. 


2. 최고위 회의록 말씀하셨는데, 회의록을 정확히 옮기면 “출판하는 것은 사실이예요?”라고 돼있습니다. 김성진 최고위원이 속으론 미리 알고 있었는지 저는 알 길이 없죠. 그러나 님이 적은 “책 출판하시는 겁니까.”와 회의록의 정확한 문구는 미묘한 뉘앙스와 해석의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반론을 위해 인용할 땐 정확히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3. 문제 해결과 반성은 다르다고 말하셨습니다. 저는 반성 자체가 문제 해결이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문제 해결의 핵심은 힘이죠. 저는 그 필요한 힘을 국참당과 통합 노선이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하는 거죠. 무엇보다 노무현 정부의 과거 실책은 지금 민중을 옥죄는 현실입니다. 과거 성찰은 그래서 진보의 현재 과제와 연결돼 있다고 주장한 겁니다. 힘을 발휘하려면 한 방향으로 힘을 집중해야 하는 법입니다.


사실 저는 유시민 등에게 반성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웃기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안이한 사고의 허점을 국참당이 이용한 거죠. 합의문을 승인해서. 정작 자신들의 강령은 하나도 안 바꾸면서요. 진보신당의 합의문 문제 트집잡아 연석회의 깨고 나면 연석회의 합의문은 아무 의미 없는 문서 됩니다. 그러면 유시민과 국참당은 그 합의문 때문에 발목 잡힐 일 없습니다. 


4. 참여당 당원 가운데 진보적인 당원들과 함께하자고 하셨습니다. 저도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들을 진짜 진보정당 지지자, 당원으로 만들고 싶다면 이정희 대표를 비롯해 일부 진보정치 지도자들이 국참당 지도부를 진보로 포장해 주는 걸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그들이 더 왼쪽으로 옮길 이유를 없애는 어리석은 짓입니다. 


5. 노무현 정부를 견인해 낼 수 있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정부에 참여해서 견인하겠다고 민주노총이 그 무리수를 둬가며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했지만, 노사관계로드맵과 비정규직악법이라는 철퇴를 맞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자본가당의 행정부에 각료로 참여하는 것과 이정희 대표가 민주노동당 이름으로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깁니다. 이건 논점을 왜곡하는 것이죠.
 

삭제 수정 댓글
2011.07.15 14:55:06



5-1. 우리 당은 노동자정치세력화 프로젝트를 핵심으로 해서 만들어진 당입니다. 그래서 이 당의 계급기반은 노동입니다. 중간층, 즉 중간계급 대중을 끌어당기려면 노동의 힘이 강력해 그들이 우리를 신뢰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일의 선후관계가 분명한데, 이를 대립시키고 중간층 흡입을 위해 노동 정체성을 약화시키자는 것은 사실상 노동계급정당이라는 정체성을 포기하자는 것이고 실제로 개혁을 쟁취할 힘을 약화시키는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님의 글 마지막 문단이 이런 주장이라고 단정해 비판하기엔 조금 짧고 모호합니다. 그래서 논지를 분명히 하는 걸로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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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sunday

 용서라고요? 진보신당은 용서를 받는다는 말 자체로도 우리와 함께하지 않을 것 입니다.

 왜냐면 그들의 기준은 용서를 빌어야 할 주체는 우리지 그들이 아닙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십시요. 그 사람들은 우리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대다수 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자기들의 존재의의이자, 단결을 꾀하는 구심점으로 활용하였습니다.

 노동자 정치? 민중? 그 어느것도 진보신당 내에서 '종북주의'보다 더 강한 단결을 이끈 사항은 없었습니다.  님이 용서를 하던, 우리가 용서를 하던 그것은 지금 그들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진보대통합이 확실하게 한걸음 나아간다면 저는 국민참여당이 지난날에 대한 확고한 반성과 권력에 대한 욕구를 거세하지 않고 손쉽게 우리를 이용해 진보란 방패를 얻는 것에 반대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의 무조건 적인 배제는 민심을 거스르는 큰 패착이 될 것 입니다.

 민심은 통합을 원했고, 그러기에 우리가 진보대통합을 외치는 것이고, 진보대통합이 그나마 힘을 얻어 진보신당이 합의안에 대한 '인정'이라도 한 것 입니다. 그리고 그 민심에서'배제'란 것은 우리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2011.07.16 00:02:44
김문성

님의 마지막 문장에는 동의합니다. 

민심은 통합을 원했고, 그러기에 우리가 진보대통합을 외치는 것이고, 진보대통합이 그나마 힘을 얻어 진보신당이 합의안에 대한 '인정'이라도 한 것 입니다. 그리고 그 민심에서'배제'란 것은 우리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과 통합을 해야 합니다. 엄밀하게 말해서 누가 누굴 용서할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분당 당시 탈당파나 당권파나 우경화와 패권주의라는 잘못을 저지른 건 마찬가지입니다.

구원(舊怨)을 떨치고 현명한 방법을 찾아 진보 대중의 단결 염원에 부응해야 합니다. (제 본의는 용서하자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진보신당에 대한 어떤 감정이든 우리 스스로 결단을 내려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말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국민참여당은 실제로는 진보가 아니므로 진보신당 문제와 함께 다뤄질 문제가 아닙니다. 국참당은 우리가 ‘배제’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해선 안 되는 통합인 겁니다. 진보대통합을 바란 민심의 다수가 국민참여당을 진보로 본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일 그런 민심이 생긴다면 그것은 민주노동당 일부 지도부가 국민참여당 지도자들을 진보로 색칠해 주고 있기 때문이고, 상시적(묻지마) 야권연대에 충성을 다해 왔기 때문입니다. 국참당이 진보냐와 상관없이 통합하라는 민심이라면, 그 민심은 민주당과도 통합하라는 민심일 겁니다. 

국참당이 진보라는 진보정치 지도자들은 사기를 치는 것이고, 진보는 아니지만 국참당과 통합하자는 지도자들은 그렇다면 왜 민주당과는 통합할 수 없는지부터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할까요?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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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대표는 노동자 진보정당의 대표답게 행동해야 한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713일 유시민과 함께쓴 책의 출판기념회 참가 여부를 두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고민을 토로했다.

이 보도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의문은 이 출판기념회가 문제가 된 것은 진보정당의 대표로서 적절한 행보냐가 쟁점인데, 당기구나 당원게시판이 아니라 왜 페이스북에서 여론을 수렴하는 척하냐는 것이다. 그것도 출판기념회를 하루 앞둔 시점에 말이다.

여러 당원들이 당대회 때도 국민참여당 문제로 질문과 의견을 많이 냈고, 당원게시판에도 비판적인 글들과 학생위원회 유시민 초청 논쟁이 벌어졌다. 당대표라면 당연히 당기구와 당원게시판에서 먼저 당원들의 의견을 듣고 묻고 토론하고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나는 이정희 대표가 당내 민주주의를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 의문은 이정희 대표의 개인적 행보를 보면서 더 짙어진다.

공개된 612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이번 책의 출판 여부는 당 최고위원들도 몰랐던 듯하다. 이정무 <민중의소리> 편집장의 변으로는 이미 올해초부터 이 책의 기획은 진행돼 왔다.

이정희 대표는 이 책의 서문에서 “꽃길을 내고 길 폭을 넓혀 함께 걸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심지어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에게 보낸 610일치 공개편지에서도 빨리 국민참여당 합류 여부를 결정하자며 채근하기까지 한 바 있다.

그리고 국민참여당은 최근에 진보정당과 반 년 넘게 통합에 관한 대화를 해 왔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정기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지도부들은 반복되는 질문에 국민참여당과 통합 등 관계 문제는 당에서 공식으로 논의하거나 결정한 바 없다고 답했는데, 막상 당 대표는 국민참여당과 거리좁히기를 개인적으로 지속해 왔던 것이다.

사진 출처: 국민참여당 웹사이트.


이정희 대표는 이런 행보를 비판하는 이들에게 “과거에 대해 반성을 요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정희 대표의 본인의 경험이 그러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국민참여당의 진보대통합 참여에 반대하는 많은 당원들과 진보 활동가들이 문제삼는 ‘과거’는 단지 옛날의 안 좋은 기억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지향과 기반에 관한 문제이고, 현재의 정치적 과제 문제.


과거는 묻지 마세요?


울부짖으며 저항하는 국회 밖의 민중과 의사당의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내팽개치고 저들이 통과시킨 악법이 한두 개가 아니다.

정리해고 도입, 한미FTA, 비정규직 등 노동악법, 공공서비스 민영화, 국민연금 개악, 해외 파병 등 민주당 정권 10년이 만든 죄악이 이명박 정부의 도움을 받아 아직도 살아서 노동자·민중에게 고통을 안기고 있는데, 이를 앞장서 해결해야 할 진보정당이 그들의 과거를 묻지 않는다면 어떻게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가 등장한 배경에는 오히려 노무현 정부의 개혁 배신이 대중의 환멸을 낳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 있다. 진보정당이 질적으로 그들과 다른 정치를 제대로 추구하지 못했던 대가로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기회로 바꿔놓지 못했다.

그래서 과거에서 진짜 배워야 하는 교훈은 진보정당이 자유주의 자본가당들 사이에 있는 차이를 흐리는 게 아니라 분명히 하면서 단결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정희 대표는 [국민참여당이] 진보의 방향으로 발걸음을 떼어주신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한다. 국민참여당이 진보대통합 합의문을 승인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유시민과 국민참여당 지도부는 기존 진보정당들을 ‘계급적[이념적] 진보정당’이라고 부르면서 자신들은 ‘대중적 진보정당’을 지향한다고 선긋기를 분명히 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정희 대표도 이에 동조했다. 그런데 유시민과 참여당 지도부의 이 용어법은 우리를 소수의 골방분자로 매도하려고 의도된 것이다.


계급 vs 대중?


계급정당과 대중정당은 대립되는 게 아니다. 한국에서 우리가 대변하고 설득해야 할 노동계급 대중이 17백만 명에 이른다. 집권을 거부하는 것도 아니다. 저들의 용어법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목표로 탄생한 민주노동당을 경멸하는 편견의 표출이고 진보대통합을 교란하려는 의도된 상징 조작에 불과하다.

유시민은 건방지게 진보정당에게 ‘정부에 반대하고 민주당과 차별화’하면서 투쟁하고 계급을 내세우는 ‘소수파 전략’을 포기하라고 말한다. 참여정부에 반대만 해서 한나라당이 살아나게 한 것에 진보진영도 성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진보대통합 합의문에 동의한다면서, 이 합의문의 지향·정책과 정면 충돌하는 자신들의 강령을 바꾸지 않는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어떤가. 노동‘계급’과 사회주의 ‘이념’을 포기하면서 진보대통합 합의문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강령을 바꿔 버렸다. 유시민이나 국참당 지도부의 같잖은 충고에 단 한마디도 반론하지 않는다. 국민참여당과 가까이 하려다가 당 안팎에서 반발이 생기고, 애초 기획했던 진보 양당 통합마저 위태로워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국민참여당과 통합 논의 때문에 정작 자기 위치를 잃고 있는 정당은 어느 정당인가? 어느 당이 어느 당에게 끌려가고 있는가?[각주:1]

이정희 대표는 《미래의 진보》 서문에서 “참여정부가 시도한 개혁이 성공하지 못한 것은, 진보진영이 참여와 비판의 방법을 고루 활용하며 정부가 개혁과 진보의 길을 강력하게 밀고 가도록 해야 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것과 마치 동전의 앞뒷면처럼 전체에서 잇닿아 있다”고 썼다.

얄궂게도 참여당 대변인이자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이백만이 이 문구 그대로 이정희 대표의 말이라며 인용해 자기 트위터에 올렸다. 왜 그랬을까.

문제는 이것이 완전히 그릇된 평가라는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2005 정부에 참여해서 친노동 정책을 견인하겠다 그 무리수를 둬가며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했지만, 노사관계로드맵과 비정규직악법이라는 철퇴를 맞았을 뿐이다.

한미FTA와 제국주의 전쟁 파병, 공공서비스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한나라당과 대연정 운운하는 정부에 진보정당이 어떻게 참여하나. 노동자 농민이 집회 현장에서 경찰에 맞아 죽는데, 진보정당이 그 정부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 문제인가, 아니면 그 정부를 제대로 타격하지 못한 것이 문제인가.


FTA 반대? 재협상?


이정희 대표가 그렇게 평가하는 까닭은 결국 연립정부를 꾸리자는 결론을 유도하려는 셈법일 것이다. 그런데 참여정부 실패에 진보도 책임있다는 평가야말로 유시민 등이 자신들의 반성(성찰)을 전제로 진보정치세력에게 요구하는 것이고, 저들이 반성 시늉을 했으므로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에게 요구할 문제다.

저들의 반성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사실은 진보정치세력을 함정에 빠뜨리는 길이다.

연합을 고려하는 지금에도 민주노동당이 이렇게 후퇴하는데, 연립정부를 본격 추진한다면, 이런 압력은 통합 진보 정당이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투쟁을 가로막는 구실을 하게 만들 것이다.

예를 들어, 왜 ‘한미 FTA 반대’가 당론인 당이 야권공동 요구 작성 때 ‘FTA 재협상’에 합의하는가. 야권연대를 하더라도 FTA 반대는 독자적으로 투쟁하고, ‘일방 비준 강행시 실력 저지’만 합의해서 그렇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지금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취하는 정책이야말로 기층 투쟁을 망가뜨리는 지름길이다.

정권 참여가 중요하다 해도 어떤 정권인지가 더 중요하고, 어떤 정권인지보다 노동 대중의 각성과 자주적 행동력이 더 중요하다. 그것이 진짜 진보의 힘이니 말이다. 국민참여당을 진보대통합에 끌어들이는 것은 이 힘을 분열시키고 혼란에 빠뜨려 마비시키는 길이다.

호위호식하며 민중을 억누르고 탄압한 참여정부 고위관료 출신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헛된 자신감 말고 기층의 대중투쟁을 조직해 개혁을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할 때다.

이정희 대표는 기층 민중의 투쟁의 전통을 이어받겠다며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탄생한 정당의 대표라는 것을 다시 되새겨 한다.


※ 이 글은 민주노동당 웹사이트 당원토론방에 올린 글(☞ 바로가기)을 다듬어 <레프트21> 온라인 기사(☞ 바로가기)로 실은 것을 보완한 것이다.

참고: 이정희 대표가 알아야 할 것들 1 (☞ 바로가기)



  1. 국민참여당(과 민주당)과 연합하려고 그들의 문제점에 눈감는 행태는 마치 1920년대 제국주의 국가들과 우호적으로 동맹하려던 소련 지배자들과 코민테른의 행태를 떠올리게 한다. 역사가 아이작 도이처는 당시 “코민테른은 동맹을 숭배하는 병에 걸린 듯했다”고 쓴 바 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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