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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8.21 내란 선동죄는 ‘형법 안의 국가보안법’
  2. 2013.11.26 국가보안법 탄압의 본질은?


내란 선동죄는 ‘형법 안의 국가보안법’




“국정원 ‘내란음모 정치공작’ 공안탄압규탄대책위원회”는 최근 ‘5월 12일 강연 녹취록’을 새롭게 정리해 공개했다. 이것을 보고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참석자들 사이에 모종의 연락망이 있다는 것과 이석기 의원과 참석자들의 (과장되고 잘못된) 정세 인식과 정치 노선뿐이다.


그러므로 이를 근거로 중형을 선고한 것은 이 재판이 전형적인 사상 탄압 재판이라는 뜻이다.


국가보안법은 머릿속 생각을 처벌하는 희대의 악법이다. 박근혜가 김정일을 만난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안 되고, 이석기 의원이 북한 체제에 대해 우호적으로 ‘말’한 것은 죄가 된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행위자의 ‘내심의 목적’을 재판부가 자의로 재단해 처벌하기 때문이다. 행위를 처벌하는 부르주아 사법 원리마저 부정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형법(1953년)보다도 국가보안법(1948년)이 먼저 제정된 나라다. 냉전적 반공주의와 친서방 자본주의 확립을 목표로 미군정이 수립한 이 우익 국가는 냉전 격화 속에서 아래로부터의 저항을 제압하려고 국가보안법을 만들었다. 국가보안법은 처음부터 “내부의 적”에 맞선 한국 자본주의의 ‘체제수호법’이었던 것이다.


형법 제90조 내란의 ‘예비ㆍ음모ㆍ선동ㆍ선전’의 죄 항목은 형법을 만들 때 국가보안법을 없애는 대신 이 법의 기능을 형법으로 옮기려고 만든 ‘쌍둥이’ 조항이다. (거꾸로 말하면, 국가보안법이 우파의 말과 달리 ‘내부의 적’을 처벌하는 내란죄 처벌 법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이승만과 그 후배 독재자들은 두 법을 모두 유지하며 저항 단속의 무기로 애용했다.


결국 ‘증거는 없지만 내란을 목적으로 모인 것은 분명하고 그래서 유죄’라는 자의적 판결은, 형법 제90조 자체가 내면의 양심을 처벌하는 ‘형법 안의 국가보안법’ 조항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법무장관 황교안은 지난해 국회에서 “내란 선동은 … 내란에 대해 고무적 자극을 주는 일체의 언동”이라며, 행위로 옮겨지지 않은 말과 생각까지 처벌하는 조항임을 분명히 했다. 


내란죄의 “국헌 문란” 개념은 국가보안법의 “국가 변란” 개념보다 더 폭넓게 저항적 사상을 처벌할 수 있다. 

(※ ‘귀게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성격이 더 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교안 본인이 쓴 《국가보안법》[구판은 《국가보안법 해설》]도 ‘국가 변란’이 ‘국헌 문란’ 개념보다 더 좁은 개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국가 변란이 혁명이나 타국과의 전쟁으로 완전히 새로운 국가체제가 수립하려는 행위를 지칭하는 개념이라면, 국헌 문란은 그것을 포함할 뿐만 아니라 현 국가체제 안에서 특정 정부기관을 타격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헌법기관 중 일부를 정지시키거나 변혁하는 것’에서 ‘상당 기간 기능하지 못하게 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이 차이 때문에 전두환, 노태우처럼 군사쿠데타를 통한 정부기관 접수 시도는 내란죄 국헌문란으로는 처벌돼도 국가보안법상 국가 변란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이 개념으로는 맘만 먹으면 정부 퇴진, 국정원 해체, 국회 보이콧 같은 주장과 투쟁 등도 처벌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한 예비와 음모, 선전과 선동을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 퇴진 주장도 누가 하냐에 따라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절차상 합법이라도 민의에 반하는 정부의 중도 퇴진을 요구하고 행동할 귄리를 부정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라고 할 수도 없다. 선거 기간과 이후가 판이한 정부를 제어할 수 없다면, 선거라는 것 자체가 이후에는 무의미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승만과 박정희 전반기가 직선제로 유지된 독재였다는 것도 이런 사례다.


그래서 내란 선동죄의 성립 조건을 엄격히 적용하라는 진보당 변호인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한편, 이런 내란죄를 적용함으로써 박근혜 정부와 우익 통치자들은 국가보안법만 썼을 때는 얻지 못할 또 다른 이점을 얻었다. 현존 국가체제 안에서 개혁을 추구하는 온건 개혁주의 지도자들이 ‘내란 음모’ 혐의자들을 방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경제ㆍ안보 위기 속에서 이미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던 온건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배신적 태도 때문에 노동운동은 진보당 방어 문제에서 분열했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국가보안법을 형법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제안해 온 자유주의자들의 국가보안법 ‘개폐’론이 꾀죄죄하고 위선적이라는 것도 다시 한 번 증명됐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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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은 친북사상뿐 아니라 북한과 아무 관계 없는 급진적 사상도 공격하는 무기다



국가보안법은 제주 4·3항쟁과 여순항쟁을 진압한 뒤 만든 악법이다.(1948년) 형법보다 먼저 만들어진 악법으로 ‘헌법 위의 법’으로 불려왔다. 내란의 ‘예비ㆍ음모ㆍ선동ㆍ선전’의 죄는 1953년 형법을 만들 때 국가보안법의 기능을 그대로 옮겨놓은 조항이다. 둘 다 ‘행위’뿐 아니라 원천적으로 ‘사상’ 자체를 처벌하는 쌍둥이 악법이다. 


이것들은 냉전과 한국전쟁이라는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남한 지배자들의 정치ㆍ경제 지배질서를 수호하려고 만든 악법들이다. 처음부터 ‘체제 수호법’이었던 것이다. 근래의 심각한 경제ㆍ안보 위기 속에서 이 법들이 요란하게 전면에 나선 맥락이 여기에 있다. 일각의 ‘반통일 악법’이란 분석이 편협한 이유다.


이 악법들의 체제 수호법적 특성은 1991년 5월 국가보안법 개정 때 더 분명해졌다. 당시 “분신정국”으로 불린 대규모 항의운동 속에서, ‘소련 붕괴 등 냉전질서가 해체되고 있으니 냉전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거나 최소한 개정은 해야 한다’는 여론이 크게 일었다. 


그러나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은 이를 거꾸로 개악에 이용했다. 국가보안법의 단죄 대상에 북한을 가리키는 ‘정부 참칭 단체’ 말고도 ‘국가 변란 선전ㆍ선동 단체’를 추가한 것이다. 북한과 아무 관계 없는 급진적 좌파들까지 쉽게 처벌할 수 있게 한 이 개악법을 민자당은 날치기 통과시켰다.


물론 북한의 핵 ‘위협’을 빌미로 삼는 반공주의 논리는 이후로도 계속됐다. 그러나 종북, 이적, 간첩 등은 빌미일 뿐 본질은 “내부의 적” 단속이다. 최근 탄압에서 법무부가 ‘노동자ㆍ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을 통합진보당 해산과 내란음모죄 기소의 근거로 삼은 것은 결코 레토릭(수사)이 아니다. 


극소수 특권층이 다수 노동 대중을 지배하는 사회에서 노동자 권력 사상을 토론하고 그에 따른 정치조직을 만들 자유는 노동계급에게 절대로 필요한 권리다. 


그것을 국가가 ‘이적’이라고 가로막는다면, 그것은 국가의 적이 노동계급이라는 걸 고백하는 것일 뿐이다. 원세훈이 ‘민주노총, 전교조 등’을 일컬어 “내부의 적”이라고 한 것은 지배계급의 계급의식적 일원으로서 가진 진심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보안법과 형법 내란죄 조항을 이용한 사상 탄압은 궁극으로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말한 바, 즉 현실의 노동계급 운동과 과학적 사회주의가 만나는 것에 대한 지배자들의 두려움을 반영한다. 


북한의 사이비 사회주의(=국가자본주의)에 반대하며 노동자 권력을 지지해 온 국제사회주의자들이나 사노련 등이 이 법의 제물이 돼 온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전혀 혁명적이지 않지만 노동운동에 상당한 기반이 있는 진보당이 희생양이 된 것도 노동운동과 사회주의 정치의 만남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우익 정권의 전술인 것이다. 


이런 탄압을 통해 박근혜 정부는 또한 본격적인 내핍 정책을 앞두고 좌파를 단속하며 억압적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한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기죽지 않고 자신들의 요구를 내놓고 저항에 나서는 것이 가장 훌륭한 반격이 될 것이다. 아울러, 급진적 좌파가 노동계급 운동 속에 뿌리내리도록 끈질기게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저들의 음험한 탄압에 대한 가장 좋은 대응책일 것이다.



※ <레프트21> 116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가기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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