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해고와 임금 삭감 위한 정부지침 폐기하라



<노동자 연대> 166호 | 발행 2016-01-27 | 입력 2016-01-27


고용노동부가 1월 22일 노동개악 2대 지침 발표를 강행했다.


이번 정부지침은 기업주가 “근무성적 부진”을 명분으로 노동자들을 해고할 수 있게 해 준다. 또 노동조합 혹은 노동자 과반의 동의 없이도 사측이 일방적으로 임금피크제·직무성과급제 도입 등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가능하게 해 준다.


정부는 이를 “공정인사 지침” 등으로 포장했지만, 정부지침이 노동자들에게 미칠 영향은 매우 해악적이다.


첫째, 정부지침은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을 노린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공공기관에서 임금피크제를 관철한 데 이어, 올해 제조·금융 대기업을 필두로 민간부문으로 이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임금피크제는 근속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연공급제를 공격하는 조처이기도 한데, 정부와 사용자들은 이를 지렛대 삼아 임금체계 전반을 성과에 따른 임금 지급 방식으로 개편하고자 한다. 경제 위기가 장기화·심화하면서 임금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지배자들에게 이는 사활적인 과제다.


성과에 따른 임금 지급은 노동자들을 성과 경쟁으로 내몰아 단결을 어렵게 만들고 노동자들을 파편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해악적이다.



저성과


둘째, 정부지침은 노동자들을 성과에 따라 줄 세워 고용도 위협한다. 심각한 경영상 위기가 아니더라도 사용자들이 언제든 필요에 따라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해 상시적 해고 가능성을 열어 주기 때문이다. 이는 사용자들이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데도 용이한 수단이 될 것이다.


과거에 KT, 외환·국민은행 등에서 저성과를 핑계로 직무를 빼앗고 특수 부서로 발령 내 퇴출을 압박한 사례들을 보면, 정부의 주장과 달리 그것이 그저 ‘극소수 불성실 노동자’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노동자들 다수가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임금 삭감이나 노동강도 강화 같은 공격에 저항하기가 더 어렵다고 느끼게 만들었던 것이다. 다만 이런 공격 중 일부는 법적 제약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의 정부지침은 바로 이런 제약을 없애려는 것이다.


요컨대, 정부지침 강행의 목표는 깊어지는 경제 위기에서 기업의 이윤을 보전하려고 노동계급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노동자들을 ‘저성과자’로 낙인 찍어 인건비를 줄이고 상시적 해고를 가능한 조건을 만들려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저성과자’는 수익성 하락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기업주들, 감언이설 공약을 지킨 게 없는 박근혜, 그리고 위기에서 헤어나올 줄 모르는 자본주의 체제다. 노동개악은 자신들의 ‘저성과’의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악랄한 공격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정부지침 폐기를 요구하며 즉각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하고 나선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불법”이라고 협박하며 탄압을 강화하고 나섰지만(법무장관 김현웅은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ISIS 테러와 북핵 위기를 가중시킨다는 황당무계한 소리까지 했다!), 이 투쟁이 실질적으로 조직될 때만이 수많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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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총궐기 정당하다

탄압을 중단하라



<노동자 연대> 162호 | 발행 2015-11-25 | 입력 2015-11-25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는 노동자·민중 10만 명이 참가했다. 기업주 살리기에 혈안이 돼 노동자·민중의 삶을 나락으로 내모는 박근혜 정부를 향한 분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참가한 것이다.


집회에서는 노동계급 전체의 임금·고용·노동조건 후퇴를 가져올 “노동개혁” 저지, 반민주·반노동적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의료 민영화 중단, 민중생존권 보장 등의 정당한 요구가 넘쳐났다.


그러나 하반기 노동개악 공세를 밀어붙이려는 박근혜 정권에게 집회 참가자의 안전 따위는 안중에 없었다. 오히려 그날 냉혹하게 폭력을 휘두른 주역은 바로 경찰이었다.


경찰은 반나절짜리 집회를 막으려고 집회 며칠 전부터 계엄령 바로 아래 단계라는 갑호비상령을 발동했다. 교통 방해를 이유로 행진을 불허했으며, 전국에서 경찰 병력 2백84개 중대 2만여 명을 동원했다.


그래서 정작 서울 도심 교통을 마비시킨 것은 경찰버스 6백79대가 동원된 거대한 ‘경찰 차벽’이었다. 조준 카메라(모니터)가 달린 신형 물대포가 처음부터 차벽 위에서 시위대가 행진해 오기만 기다렸다. 경찰 차벽은 방어벽이 아니라 공격적 진압 무기였다.


참가자들을 겨눠 고압 직사로 쏘아댄 물이 이날 하루 20만 2천 리터였고, 여기에 섞은 유독물질 파바(PAVA, 물대포용 합성 캡사이신)가 6백51리터였다. 이는 지난해 1년 동안 경찰이 쓴 총량의 각각 24배, 3배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행진에 참가해 경찰 차벽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화학약품 물 폭탄 수십 년치를 ‘하사’ 받은 것이다. 이도 모자라 경찰은 차벽에 오르는 걸 막는다며 경찰버스마다 식용유와 실리콘을 발라 놨는데, 그 양이 모두 2백 리터가 넘었다.


경찰은 이날 시위대를 무찔러야 할 적으로 여겼음에 틀림없다. 결국 행진 초기부터 광화문과 종각 일대는 최루액의 흰 거품으로 넘쳐났고 많은 부상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농민 백남기 씨가 직사 물대포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가슴 이상 가격 금지라는 경찰 규정을 경찰이 위반한 것이다.)


이 물대포를 쏜 경찰은 충남도경 소속으로 밝혀졌는데, 누가 봐도 기절해 축 늘어진 백남기 씨의 몸 위로 계속 직사 물대포를 퍼부었다. 이 ‘살인’ 물대포는 그를 구하러 달려간 시민들의 몸통마저 정확히 겨눴다. 그중 백남기 씨를 위해 몸으로 물줄기를 막던 한 명이 결국 쓰러졌다.(새누리당은 이 참가자가 쓰러지면서 가격한 것이 백남기 씨의 중태 원인이라는 사이코패스적 헛소리를 해대고 있다.)


이날 고압 직사 ‘살인’ 물대포 발사자들은 심지어 부상자들을 실어 나르려고 온 구급차 안에까지 물대포를 쏘고, 이런 모습들을 촬영하는 기자들에게까지 무차별 조준 사격을 해댔다.


짐승에게도 차마 하기 힘들 끔찍한 짓들을 경찰이 민간인 시민들에게 저지른 것이다. 이 때문에 유신 독재에 저항하며 20대를 시작한 백남기 씨는 인생의 황혼에 원통하게도 유신 독재자의 딸 때문에 사경을 헤매게 됐다.


경찰청장 강신명은 파면돼야 하고, 물대포를 현장에서 운영한 자들은 살인미수(만약 불행히도 사망시에는 살인)죄로 처벌받아야 한다.



△이것이 테러다 백남기씨가 ‘살인’ 물대포를 맞은 직후 모습 ⓒ<노동자 연대>



살인 진압 정당화를 위한 사이코패스들의 발뺌




백남기 씨 부상 현장을 영상으로 확인하고도 정권이 폭력시위 근절 운운하는 것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은 ‘ISIS를 척결하듯이 불법시위를 척결해야 한다’고 했고, 공안검사 출신자들인 국무총리 황교안과 검찰총장 후보자 김수남은 ‘불법필벌’만 외치고 있다. 경찰총장 강신명은 ‘민사상 책임‘까지 운운하고 있다. 행진의 자유를 가로막힌 채 유독성 화학물질을 뒤집어쓰며 고통받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진압 비용을 대라는 것이다!


사이코패스를 연상시키는 이런 대응은 정권의 살인 진압 책임을 면피하고 우익 여론을 결집시키며, 장차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정당화하려는 계산된 발언들일 것이다.


이미 경찰은 46개 단체 대표를 소환했고, 집회 참가자 7명을 구속했으며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체포 전담반을 대규모로 꾸렸다. 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는 아예 원천 금지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이런 권위주의적 방침은 정권 수장인 박근혜 본인이 앞장서 부추겨 온 것이다. 11월 24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는 “테러단체들이 불법시위에 섞여 들어와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억지 근거로 불법 시위 엄단과 (국정원의 국내 수사 권한을 대폭 늘리는) 테러방지법 제정 등을 촉구하며 강경 대처를 지시했다.


그동안 박근혜는 툭하면 정권과 자신에 대한 비판자들에게 “혼이 비정상”, “병 걸리셨어요?” 등 천박한 언어로 우익의 적대의식을 북돋워 왔다.(우익은 그래야 알아듣는다.)


11월 23일치 <동아일보>가 국정원이 북한과 연계된 지하조직을 적발했고 그 구성원 중에 민주노총 조합원이 있으며 이들과 민중총궐기의 연계를 조사중이라고 보도한 것도 시사적이다.


이뿐 아니다. 14일 살인 진압의 총책임자인 경찰청장 강신명은 서울지방경찰청장 시절, 수배중인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를 핑계로 삼아 민주노총 본부 건물을 최초로 침탈한 당사자였다.


이런 무모한 도발의 대가가 경찰청장으로 ‘영전’한 것이었으니, 강신명이 경찰청장 취임 후 강경 기조로 내달리고, 후임 서울경찰청장 구은수가 최근 민주노총을 별 망설임 없이 침탈한 것도 자연스러운 결과로 볼 수 있다. 통치술로서 ‘인사가 만사’라는 격언의 생생한 사례다.


11월 21일 서울경찰청은 불법 폭력 행위 증거를 찾겠다며 민주노총 본부와 금속노조 등 산하 노조 사무실 여덟 곳을 침탈했다. 압수수색 작업에만 경찰 6백90명이 투입됐고, 이 작업을 ‘보호’할 무장 병력만 23개 부대 1천8백40명이 동원됐다.


경찰은 14일 민중총궐기의 불법 폭력성 주도 혐의를 찾겠다고 했지만, 정작 압수수색 영장에는 지난 4월의 세월호 1주기 시위들, 5월 1일 노동절, 9·23 총파업 집회도 관련 대상으로 포함됐다. 경찰 폭력에 완강히 저항한 집회들만 골라낸 것이다.


결국 경찰은 여섯 시간을 뒤진 끝에 얼음깨기 퍼포먼스에 쓴 해머, 개인물품인 손도끼 따위를 들고가 폭력 시위 용품을 찾아냈다고 일방적으로 언론에 발표했다.(물론 경찰 헬멧과 무전기 하나씩이 발견됐는데, 그것만 가지고 폭력시위의 증거라고 할 수는 없다. 그것은 경찰 폭력에 저항한 증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살인 진압의 책임을 자기들이 명명한 ‘불법 폭력 시위 전문 단체들’에 떠넘기려는 것이다.



민주노총 침탈 책임전가 모략이자 “노동개혁” 견제구 


 


민주노조운동의 전국적 센터인 민주노총 본부와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등 산하 핵심 노조들을 침탈하고 협박하는 작태는 명백히 노동운동을 능멸·모욕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을 겨눈 이유는 민중총궐기 참가자 다수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기도 했거니와, 박근혜 개악 공세의 알맹이가 “노동개혁”이기 때문이다. “노동개혁” 법안들의 국회 처리 절차가 시작된 상황에서 통과를 위해 공안 탄압도 불사하겠다는 정권의 의지를 전하는 견제구인 것이다.


경제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 때문에 박근혜의 탄압은 더 신경질적이 되고 있다. 최근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해체’ 운운하는 것도 한 사례다.


기업주들의 이윤을 보호하려 정부는 위기의 고통을 노동계급에 전가해야 한다. 물론 노골적으로 특권층을 대변해 온 정부가 벌이는 고통전가가 노동계급 대중의 지지를 받을 리 없다.


결국 ‘당근’ 부족으로 박근혜 정권은 다소 무리수가 따르는 탄압(‘채찍’)과 이데올로기적 마녀사냥(종북, 테러, 집단이기주의 등의 표상으로 대중을 서로 이간질해 희생양 삼기)에 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경제·안보 위기 때문에, 대중의 일부를 포섭해 통치의 정당성을 갖출 조건이 취약해지고 개악 공세는 정치적 불안정을 낳을 수밖에 없어서 히스테리가 심해지는 것이다.


박근혜의 노동개악, 테러방지법 시도 등이 1996년 경제 위기 조짐 속에서 악법 날치기를 시도한 김영삼 정부를 부분적으로 연상시키는 이유다. 김영삼은 정리해고 도입, 파견 허용 등 노동법 개악안과 87년 항쟁의 성과로 막힌 안전기획부(국정원의 전신)의 국내수사권을 되살리는 안기부법 개악안을 크리스마스 다음날 새벽 집권당 단독으로 날치기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물론 지금의 국면이 그때처럼 노동운동의 분출로 끝날지는 미지수다.


노동운동의 대응이 미지수인 이유는 조직 노동운동, 특히 민주노총의 지도자들이 거듭 기회를 놓치며 실질적 파업 투쟁을 회피해 왔기 때문이다. 일부 지도자들은 새정치민주연합 일부 의원들의 국회 처리 지연 약속에 기대를 걸며 정작 중요한 파업 투쟁을 회피했다. 일부 좌파는 파업 시기를 총궐기에 즉각 연동시키기보다 국회 상황에 연동시키면서 이 문제에서 개혁주의 지도자들을 사실상 추수했다.


이런 안일한 대응 덕분에 기회를 얻은 박근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속전속결에 이어 “노동개혁” 법안, “민생”으로 포장된 의료 등 민영화 법안, 테러방지법 등을 조속히 통과시키라고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지금은 12월 5일 총궐기에 기대는 것도 늦을 수 있다. 금속노조와 제조공투본이 “강행시 끝장총파업” 식으로 투쟁을 계획한 것은 맥없이 느껴진다. 당장 실질적 파업 소명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좌파들이 좌파답게 노조 지도자들을 비판하며 압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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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국회 대응”

국회 밖에서 노동계급 고유의 방식으로 싸워야 한다


<노동자 연대> 161 | 발행 2015-11-14 | 입력 2015-11-14



박근혜는 11월 10일 자신의 각종 개악 정책들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향해 “혼이 비정상”이라며 히스테리를 부렸다.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은 12일, “[노동개악] 법안을 가로막는 것은 국정을 방해하는 비애국적 행위이자 미래 세대에 대한 적대 행위”라는 막말을 했다.


이는 지지율 하락 속에서도 국회의 “노동개혁” 처리 절차를 앞두고 여권과 우익의 투지를 독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매우 신경질적인 막말로 표현되는 것은 최근 경제 위기가 악화되면서 지배계급 안에서 불안감이 번지는 것과 관계 있는 듯하다.


현재 새누리당이 제출한 “노동개혁” 법안들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자동 상정됐다. 이 법안들은 11월 16일 환노위 전체회의를 거쳐 환노위 법안심사소위가 시작되는 20일 이후 안건 상정돼 다뤄질 예정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국회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상정시 무기한 파업’이라는 파업 계획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국회 대응계획도 발표했다. 10월 30일에는 민주노총 지도부가 새정치민주연합 환노위 소속 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노동개혁” 반대 당론 채택과 환노위 상정 저지를 요구했다. “노동개혁” 저지를 위한 야권공조를 요구한 것이다. 물론 정의당도 야권 공조의 대상이다.


박근혜가 필사적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상황에서 국회(야권 공조)를 통한 ‘정치적’ 중재 노력보다는 민주노총의 파업 투쟁이 더 효과적인 반격일 것이다.


대중 파업은 “노동개혁”이 지키려고 하는 바로 그 기업주들의 이윤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국회 표결에 대비해 “국회 대응”도 필요하지만, 그런 국회 압박의 동력으로서 국회 바깥에서 효과적인 대중 투쟁을 조직해야 하는 것이다.



국회 절차에 대응하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첫째, 박근혜 정부는 국회 개악 입법의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입법 절차를 우회한 개악도 추진하고 있다. 가령 ‘쉬운 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취업규칙 개악 등은 아예 행정지침으로 처리하려 한다. ‘시행령 통치’ 스타일을 “노동개혁”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이미 현장에서는 “노동개혁”의 내용을 관철시키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이미 임금피크제 등을 상당히 관철했고, 내친김에 성과차등연봉제의 연내 관철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병원 사측은 취업규칙 변경을 위한 직원 투표를 강행했다가 부결되자, 이사회 결의로 통과시켜 버렸다. 이런 일이 경북대 등 나머지 국립대병원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대응과 야권 공조에 우선순위를 두면 당면한 공격에 맞서는 투쟁의 타이밍을 놓칠 우려가 있다. 이는 노동법 개악 저지를 위한 투쟁 동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둘째, 박근혜 정부는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노동개혁”을 연내에 관철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런 강박은 경제 위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기업주들이 가하는 압력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에서도 협상(야당의 중재) 자체로써 국회 일정을 지연시키거나 안건을 부결시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게다가 새정치연합은 노동법 개악에 반대한다고 말은 하지만, 일관되지가 않다. 통상임금, 노동시간 단축시 임금과 노동조건 유지 등에서도 매우 의심스러운 입장이다. 민주노총 지도부와 간담회를 할 때 새정치연합 소속 환노위 의원들은 ‘당론은 당 지도부와 상의하겠다’, ‘상임위 상정은 못 막으니, 논의 시 민주노총과 충분히 사전 논의하겠다’ 정도로만 답했다. 그 뒤 보름이 지났지만 환노위 일정 공조 이상 더 나아진 문제는 없는 듯하다.


‘민생’


새정치연합도 새누리에 비하면 조력자 구실이지만 자본가 계급에 기반을 둔 친자본주의 정당이기 때문인데, 이를 잘 아는 박근혜와 여권은 ‘민생’을 내세워 그들을 압박하는 것이다.(‘민생’이란 말은 기업주들의 민원을 해결해 주는 일을 뜻하는 코드명 구실을 해 왔다. 아니나 다를까, 11월 8일 새정치연합은 교과서 국정화 반대 농성을 정리하며 ‘민생최우선주의’를 내세웠다.)


따라서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노동개혁” 법안들을 다루기 전에 노동운동이 외부에서 강력한 압박을 가하지 않는다면, 새누리당과 정권의 밀어붙이기에 새정치연합이 찔끔 저항하다가 멈추고, 찔끔 버티다가 끌려가는 익숙한 모양새가 될 확률이 매우 크다.


민주노총이 파업 동력보다 일부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활약에 기대려 하면 할수록, 오히려 새정치연합을 매개로 새누리당의 책략에 발목 잡힐 수도 있다.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중요하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의 개악을 저지하려면 민주노총이 실질적인 파업 투쟁 조직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 불필요한 후퇴나 양보 없고 이윤에 타격을 가하는 단호한 대중투쟁만이 박근혜의 공세에 맞서는 힘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럴 때 새정치연합도 무시 못할 압박을 느낄 것이다.


민주노총 중앙과 산별 지도부는 ‘상정시 파업’ 계획을 제출했었다. 그런데 막상 총궐기 다음주에 법안들이 상정되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투쟁 지침은 “상정시”에서 “처리시”로 슬쩍 바뀌는 듯하다. 이런 상황은 주저와 망설임을 반영하는 것이고, 구체적인 국면에서 야권 공조 중시냐 대중 투쟁 중시냐는 우선순위가 충돌하는 문제다.


제약


노사정 간 사회적 논의나 새정치연합과의 공조를 우선하면, (기반상 파업을 꺼리는) 공조 상대를 의식해 파업 같은 전투적 전술을 스스로 제약해야 한다는 압력이 생긴다.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최근 <한겨레>의 민주노총 20주년 특집 기사나 정의당의 국회 내 논의(‘정치적 해법’) 중시 등이 내포한 정치적 함의가 위험한 이유다.


한편, 야권 공조 같은 원내 협상을 더 중시하는 발상에는 “노동개혁” 문제가 국회에서 법을 다루는 ‘정치’ 문제이므로 노동조합 조직들은 의회 정당들의 ‘전문적인’ 정치 협상에 의존해야 한다는 생각도 깔려 있다. 이는 정치와 경제의 분업을 받아들이는 개혁주의 논리이기도 하다.


이 개혁주의 논리는 아래로부터의 자력 행동 방식보다는 위로부터의 협상을 통해 정치·경제·사회적 조율을 해 나가려는 노동조합 고위 상근간부층의 이해관계와도 맞닿아 있다.


이런 전술로는 현장 노동자들의 활동과 의식이 발전하기가 힘들다. 노동계급 전체의 이해가 걸린 문제에 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나서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참을성과 끈기를 가지고 설득하고 조직하려는 좌파의 구실이 매우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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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회적 합의?



9월 13일 노사정 야합을 비판하는 입장들이 모두 견결한 파업 투쟁으로 저항하자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노사정위원회가 사회적 대표성을 갖지 못한 합의를 했다며 ‘진정한 사회적 합의’를 촉구한다. 정의당이 대표적이다.


심상정 대표는 박근혜의 행정부 독주 스타일을 비판하면서 “노사정위에서 배제돼 온 비정규직과 청년들, 그리고 시민사회계까지 두루 포함한” 국회 내 사회적 합의기구를 제안했다. 이런 식의 국회 내 논의기구에 대한 기대는 민주노총 지도자들에게서도 나온다.


파업으로 박근혜 정부의 공세를 막아 내기 어렵다는 생각에 국회 내 논의기구를 구성해 속도전에 제동을 걸어 시간을 벌자고 생각할 법도 하다. 게다가 민주노총과 청년, 비정규직들이 사회적 논의기구에 포함된다면 정부와 기업주들의 갈라치기에 대응하기가 더 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제안이 박근혜식 일방적 속도전 스타일에 흠집을 내는 것일 수는 있어도, “노동개혁”에 대한 효과적 반격이 되기는 어렵다.


이미 여권은 노사정위 야합 이전 7~8월에 민주노총의 ‘국회 내 논의 기구’ 제안을 거부한 바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그저 “노동개혁”에 노동계도 동참한다는 외피가 필요했을 뿐임을 보여 줬다.(그것이 꽤 유용한 수단이긴 했지만 말이다.)


공상

사실 경제 위기 때문에 노동계급에게 고통을 떠넘기려는 정부의 공격을 대화로 막아 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공상적 기대다.


국회 내 과반 다수당인 여권이 만일 국회 내 논의기구 구성에 동의한다면, 그것은 “노동개혁”을 밀어붙이는 데 더 그럴듯한 외피가 필요해서지 진정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가 아닐 것이다. 그런 필요를 느낄 때는 지금의 “노동개혁” 공세가 강력한 노동자 저항에 부딪힐 때일 것이다. 결국 박근혜 정부와 여권의 태도를 바꾸게 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대중 투쟁이다.


문제는 국회 논의 기구에 기대하는 것이 노동자들의 견결한 투쟁을 구축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국회 내 논의기구 제안에 기대를 걸게 되면, 여권 내 동향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협상에 수동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그런데 새정치연합 소속인 은수미 의원조차 자기당 지도부의 여야 합의 가능성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또 지도자들이 아무리 말로 투쟁에 무게중심을 둔다고 해도, 둘을 병행하려고 하면, 정부와 기업주들이 협상에 임할 진정성을 증명하라고 압박하는 것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렵다.


노조 지도자들이 이런 압력 속에서 좌고우면하며 주춤하는 것은 현장 조합원들에게 진지하게 파업을 건설하는 것인지 의구심을 줄 것이다. 그래서 이른바 ‘투쟁과 협상 병행론’은 조합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보다는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양보론이 돌파구를 열 수 있을까


9월 24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한겨레> 전종휘 기자는 ‘정규직의 일정한 희생 통한 감동을 줘야 일정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보전분을 청년고용 지원에 쓰는 식으로 말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나 일부 노조 지도자들도 비슷한 제안을 한 바 있다.


흔히 이런 주장은 투쟁으로는 어차피 막아 낼 수 없다는 생각의 반영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양보론이 투쟁의 힘을 극대화하고 민주노총이 하반기 파업을 단호하게 건설하는 데 방해가 된다.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들이 양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투쟁 전선을 흐리게 만드는 데 주요한 구실을 했던 것을 떠올려 보라.


게다가 양보론을 노동운동이 수용하면, 조직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동안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덕을 봤다는 우파의 분열 담론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청년 실업이 조직 노동계급의 고임금과 고용안정 탓이라며 노동계급 내 이간질에 열중하는 박근혜 정부에 맞서 단결하는 게 중요한 데 말이다.


한국은 OECD 내에서 국민총소득 중 기업소득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다. 노동자들이 양보할 이유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민주노총이 조합원들뿐 아니라 더 큰 위험에 처한 미조직 노동자들을 대변해 싸움에 나서는 것이 진정한 노동자 연대다. 그럴 때, 더 큰 지지를 받아 낼 수 있을 것이고 노동자들의 사기도 오를 것이다.



좌파 포퓰리즘의 약점


노동운동 안에서 양보론과 비관론이 유포되는 것에 반대해 좌파들은 투쟁의 힘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노동당은 “국회 내 사회적 기구 구성과 같은 출구전략을 짤 때가 결코 아니다”라고 옳게 강조했다.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변혁정치> 10호(10.1.)에서 11·14 민중총궐기 투쟁을 특집으로 다뤘다. “투쟁 속에 답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저항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노동자 파업’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노동당은 피해 대중이 거리에서 연대해서 싸우는 방식을 더 선호한다. 추진위도 재벌 이윤 환수 운동을 부각하면서 민중총궐기 투쟁에 기대를 거는 듯하다. 거리에서 민중적 저항을 구축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파업 같은 계급투쟁 방식에 토대를 두고 거리 항의가 결합될 때 진정으로 지배자들을 위협할 수 있다. 10~11월 총파업 투쟁이 현실적일 때 11·14 민중총궐기 같은 거리 투쟁도 더 힘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좌파는 민주노총의 노동 개악 저지 파업 건설에 기여하는 것을 당면 과제로 삼아야 한다. 좌파들이 대체로 박근혜의 노동 공세를 ‘경제 위기 시대에 이윤 보호를 위한 자본의 총공세’로 분석하는 만큼 이윤에 타격을 주는 파업을 강조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 조합원들 사이에서 선동해야 할 뿐만 아니라, 상층 지도자들의 소심함과 투쟁 회피 문제에도 정치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좌파는 오랜만에 들어선 좌파 집행부를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비판을 삼가는 듯하다. 그러나 좌파가 침묵하고 기층의 압력이 약할수록 좌파 집행부가 현장 노동자들의 투쟁 열망에 부응하도록 하는 일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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