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성사 다짐한 금융노조 전체 지부 합동대의원대회

“기―승―전―‘노동개혁’인 정권에 이기려면 파업에 총력 참가해야 한다”


<노동자 연대> 180호 | 입력 2016-09-12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이 예정된 9월 23일 총파업에 총력 동원할 것을 재차 결의했다. 9월 10일(토) 서울 강서구 KBS스포츠월드에서 열린 금융노조 전체 지부 합동대의원대회에는 전국 34개 지부의 대의원 4천8백여 명(재적 5천 9백여 명)이 집결했다. 체육관이 꽉 차서 자리에 앉지 못하는 대의원들이 있을 정도였다. 참석자 규모만큼이나 열기도 높았다.


△총파업 전국에서 올라 온 각 지부 대의원들과 투쟁 열기로 가득찬 금융노조 지부 합동 대의원대회장. ⓒ사진 제공 금융노조



이날 안건은 근무자 전원의 9·23 파업(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집결) 참가 결의와 이후 계획될 2, 3차 파업(시기와 방법은 위원장 일임) 참가 결의였는데, 당연히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지부 대의원들은 산별 대의원들과 달리 대체로 현장의 부서와 영업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므로 이런 높은 참석률은 이번 성과연봉제 반대 파업에 대한 현장 노동자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열의와 투지야말로 이후 파업을 방해하려고 전방위적으로 벌어질 정부와 사측의 협박과 회유를 이기고 파업을 성사시킬 실질적 동력이다. 일부 대의원들은 지부별 참석 규모를 살펴보며 파업 규모를 예상하기도 했다.


금융노조 김문호 위원장은 경총 회장이 성과연봉제만 되면 정년이나 임금피크제가 필요없다고 한 말을 상기시키며, 4~5만 명 규모 파업으로도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전국의 영업점들이 실제로 멈춰야 정부와 사용자들이 움찔이라도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큰 열의를 발휘하고 있는(이날도 가장 많이 참석) NH농협지부와 기업지부와 더불어 시중은행 빅4 지부(KB국민, 우리, 신한, 하나/외환)의 책임이 크다.


사실 그동안 금융산업은 산별 사용자 전원이 사용자협의회(노사 합의로 구성)에 가입해, 비교적 무난하고 괜찮은 조건에서 산별 임단협을 이뤄 왔다. 그러나 이제는 사용자 대다수가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해 산별노조 지도자들은 큰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게다가 올해 금융산업 사용자들은 사용자협의회 탈퇴 전부터 성과연봉제 외에도 “호봉제 폐지, 임금 동결, 신입 직원 초임 삭감, 저성과자 관리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전반적 임금 비용 삭감(착취율 강화)이 최근 “노동개혁” 공세의 목적임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여기에 쉬운 해고(“해고연봉제”)는 노동자 개개인의 임금을 삭감하기 위한 지렛대이자, 특정한 조건에서는 실제 해고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데서 받침대 구실을 할 것이다.


웰스파고


성과주의는 직접적인 임금 삭감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날 소개된 미국 웰스파고 은행의 대형 스캔들은 그 폐해를 보여 준다. 미국 4대 은행 중 하나라는 웰스파고는 성과지상주의로 직원들을 내몬 결과, 최근 직원들 5천여 명이 허위 계좌 2백만 개를 만든 게 적발돼 벌금 1억 8천5백만 달러를 물게 되고, 수십억 달러를 고객에게 변상하며, 연루된 노동자들도 수천 명이 해고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노동개악 공세가 본격화할 때 우려한 대로, 임금피크제는 성과연봉제로 이어지고, 공공부문 공격은 민간부문으로 확대돼 왔다. 따라서 더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자세로 싸워야 하고, 가능하면 더 많은 노조들이 이에 반대하는 공통의 목적으로 연대하고 단결해 싸워야 한다. 이날 대대에서도 박근혜 정권의 행태 전반을 폭로하고 규탄하는 발언이 많았고 호응도 많이 받았다.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상수 위원장도 참석해 연대 투쟁을 다짐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도 지지하러 왔다. 공공운수노조는 금융노조와 함께 6월 18일 10만 노동자대회를 여는 등 금융-공공 공조를 해 왔고, 9월 27일부터 철도노조 등을 중심으로 파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양대 노총의 두 주요 산별이 시기를 비슷하게 조율해 파업하며 서로 응원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2000년대 초반 연이은 파업들과 2014년 하루 총파업의 경험과 전통이 있는 것이 큰 장점이지만, 새 세대 금융 노동자들은 직접적인 투쟁 경험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금융노조와 각 지부들이 정부와 사측의 협박과 회유에 단호하게 맞서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투쟁 선배 격인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의 파업 계획이 큰 힘이 될 것이다.


또한 하루 파업이지만 먼저 파업을 하는 금융노조 파업의 기세가 공공운수노조 파업에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도 이날 공공운수노조 조상수 위원장의 연대 발언을 조직한 것은 좋은 시도로 보인다. 대의원들도 공공운수노조의 금융 파업 지지·연대 약속, 그리고 이후 공공 파업에 대한 지지 호소에 큰 박수로 화답했다.


다만, 시중은행 ‘빅4’의 일부 지부가 대의원 동원에 눈에 띄게 소홀했던 것은 옥의 티였다. 지금 한국의 사용자들이 노동개악에서 만큼은 일치단결해 공격하고 있으므로, 예전처럼 노사 협조로 각개약진이 가능하다고 안일하게 생각하다가는 각개격파당하기 십상일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식으로 연대 투쟁을 약화시키면 다른 노동자들까지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이날 토의 안건으로 발표된 ‘대의원 행동 지침’에는 ‘총파업 조직을 해태하는 지부는 산별 본조에 신고하라’는 지침도 있었다. 지금은 ‘단결’, ‘총력’, ‘파업’이 필요한 때다.


△총파업 대고객 안내문 파업을 위한 준비가 현장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사진 제공 금융노조



△연대 이날 합동대대에는 금융노조 파업을 지지하며 한국노총, 민주노총, 정의당 등 여러 노동계 인사가 참석했다. ⓒ사진 제공 금융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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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강요

정부 협박에 위축되지 말고 단호하게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노동자 연대> 174호 | 입력 2016-05-18



4월 말 박근혜가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을 직접 챙기겠다고 한 뒤, 곳곳에서 무법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총선 참패를 인정하지 않고, 자기 기대를 ‘배신한’ 그 결과를 뒤집겠다는 뜻이다. 총선 결과로 고무된 노동자들이 기대감을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기선을 제압하려는 것으로도 보인다.


박근혜는 경제 위기 고통전가 쟁점을 부각해야 자기 계급을 단속해 레임덕도 막을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바로 그런 통치 전술이 총선 참패의 큰 요인이 됐음도 봐야 한다. 기층의 반발은 더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공공부문 노조 지도자들은 6월 18일 10만 노동자대회를 열고 9월 총파업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저항에 찬물을 끼얹으려고 박근혜 정부가 산업 구조조정 얘기를 꺼내 들었지만, 그런 구조조정은 지배계급 안에서도 분열을 낳을 수 있다. 그래서 정작 그 문제에는 조심스러운 대신 임금 개악에는 앞뒤 안 재고 달려들고 있다.


△우리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나? 한 금융공기업에서 노동자들을 줄 세우고 성과연봉제 동의서 작성을 강요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나 고용안정 수준이 높은 공기업 노동자들을 ‘철밥통’으로 몰아붙이면 여론에서 불리하지 않다고 봤을 것이다. 게다가 정부와 기업주들은 상반기에 공무원, 공기업 부분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에 성공하면 내친김에 민간 대기업, 은행들로도 이를 확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박근혜도 5월 13일 야당 원내대표들과 만나 “[성과연봉제를] 공공기관에서 도입해야 민간으로도 전파된다”며 속셈을 분명히 드러냈다.


노동자들도 성과연봉제가 저성과자 퇴출 등 노동 개악의 일부로서 노동자의 처지를 크게 불안하게 할 것을 안다. 5월 1일 노동절 한국노총 노동자대회에서나 14일 금융공기업지부 합동대의원대회에서는 ‘해고(노예) 연봉제 철회’라는 구호가 인기를 끌었다.


종합해서 보면, 최근 공공부문 사측의 무리수는 정부의 의지가 강해서만이 아니라 노조가 쉽게 양보할 태세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금융노조 소속 공기업지부들이 교섭권은 산별노조에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 개별 교섭을 거부하고 (아직은 미약하지만) 저항을 시작한 것이 한 사례가 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 개악’과 임금체계 개악이 노동계급 전체의 임금을 줄이려는 목적인 만큼 먼저 맞붙게 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1차 저지선 구실을 해야 한다. 나머지 노동자들이 이 투쟁들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그 점에서 노동운동 일각에서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투쟁을 지지하길 꺼리는 분위기를 부추기는 것은 운동의 심각한 약점이 될 수 있다.


공기업 경영진들과 정부의 억지와 위선


금융산업을 총괄 지휘하는 금융위원장 임종룡도 금융공기업 노사를 강하게 압박해 왔다.


올초 이 기업들 경영진들은 산별교섭을 위한 금융사용자협의회에서 일방 탈퇴했다. 개별 협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라는 금융위의 종용이 배경이었음이 일부 드러났다. 임종룡은 5월 10일 금융공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불러 또 성과연봉제를 닦달했다.


임종룡은 “금융 공공기관은 대표적인 고임금 구조 …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보수가 필요하다"는 비난도 했다. 노동부장관 이기권도 “공공기관과 금융회사는 정부의 보호와 지원으로 상위 10퍼센트의 임금 … 정년 연장의 최대 수혜자”라고 장단을 맞췄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금융을 수행한 대가로 이 노동자들이 그 유탄을 맞고 고통을 겪어 온 일은 말하지 않는다. 그 결과, 일은 줄지 않은데 사람이 줄어서 금융권 전체가 연평균 2천5백 시간이 넘는 노동시간에 시달린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는다. 게다가 정책금융 등 공공서비스 노동자들의 업무 성과를 어떻게 개별로 매길 수 있을까? 시중은행에서도 성과 압박은 오히려 부실 대출을 늘리는 등 부작용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한술 더 떠 이기권은 “노조가 임금체계 개편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동의권 남용”이라고까지 얘기했다. 노조가 노동자의 이익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시키는 대로 하라’)는 오만하고 역겨운 발상이다. 결국 ‘노조가 동의 안 해 준다고 성과연봉제 강행을 기권하지 마라’고 독려한 셈이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94조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임종룡, 이기권이 임금이 너무 높으니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한 것은 명백히 노동조건의 불리한 변경을 촉구한 것이다. 그러므로 노조 동의가 없어도 된다는 것은 ‘지배하는 힘이 곧 정의’라는 궤변일 뿐이다.


이처럼 부패한 특권층다운 언사들로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 공공부문 현장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개입한 결과, 곳곳에서 인권까지 유린하는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


금융노조는 5월 13일 직원들이 죄인처럼 서서 추궁당하는 장면으로 보이는 사진을 공개했다. 회사 간부가 성과연봉제에 찬성하는 개별 동의서를 내지 않은 직원들을 불러서 협박하는 모습을 노조 간부가 긴급 출동해 찍은 것이다. 알고 보니 산업은행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런 작태들 때문에 애초 성과연봉제는 찬반조차 물을 필요가 없다고 했던 금융노조 공기업지부들은 신속히 조합원 찬반투표를 조직해야 했다. 주택금융공사지부가 85.1퍼센트, 기술보증기금지부에서는 98.57퍼센트, 주택도시보증공사지부도 90.2퍼센트가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성과연봉제에 반대했다. 산업은행지부에서도 94.8퍼센트가 반대했다. 노조 위원장의 독단적 배신에 당해 버린 예금보험공사노조(상급단체 없음)도 애초 조합원 전체 투표에서는 62.7퍼센트가 반대했었다.


자산관리공사에서는 사측이 직원 76퍼센트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찬성한다고 발표하자 노조가 곧바로 찬반투표를 실시했는데 80.4퍼센트가 성과연봉제에 반대했다. 그럼에도 사측은 5월 10일에 동의서 결과를 근거로 취업규칙 변경을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 노조는 당연히 이를 부산지방노동청에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다만 성과연봉제 관철이 어려워서 사퇴하겠다는 최고 경영자를 설득하려다가 뒤통수를 맞고(사측이 기습적으로 사퇴를 걸고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조합원 총회를 소집하려 함) 오히려 노조의 동력을 약화시킨 금융노조 한국감정원지부 사례는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지금 국면에서는 경영진을 설득할 수 있다거나 속마음은 다르겠지 하는 식의 생각을 조금치도 해서는 안 된다. 결국 지부 집행부는 총사퇴했고 현재 선거를 준비 중이다.


조선업 구조조정과 은행 성과연봉제가 무슨 상관?


임종룡은 5월 10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 두 기관에 대한 자본 확충이 절실한 만큼 성과연봉제 도입 등 철저한 자구노력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주채권은행 구실을 해야 하고 수출입은행은 현대중공업에 가장 많은 대출을 해 준 금융기관이다. 그런데 산업은행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4조 원 규모나 되는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추가 지원을 결정한 것은 청와대와 금융위였다.


자신들의 결정 때문에 부실 채권 문제가 더 커진 것인데도, 정부가 그 책임을 노동자들의 임금에 전가하려는 것은 파렴치하다. 더구나 정부 차원에서 조선업 구조조정을 다루는 국면에서 사실상 정부의 개입 수단이 될 두 은행을 성과연봉제 문제로 옭아매는 것은 행여나 있을 반발을 잠재울 뿐만 아니라 구조조정의 결과적인 책임마저 엉뚱하게 금융공공 노동자에게 떠넘기려는 치졸한 꼼수다. 그리고 경제 위기를 빌미로 노동자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전형적인 고통전가 책략이다.


조선업 구조조정이나 자금 지원과 해당 기관 노동자들의 임금은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들끼리 반목하게 만들려는 비열한 술책을 중단해야 한다.(글을 마무리한 상황에서 산업은행 사측이 금융위의 자본 확충 협박을 핑계로 노조를 무시하고 확대된 성과연봉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총력 저항을 다짐한 금융노동자들


5월 14일 서울 강서구의 KBS스포츠월드 체육관에는 전국에서 모인 금융노조 공기업지부 8곳(금융위원회 산하 7곳, 국토교통부 산하 2곳 중 집행부가 총사퇴한 한국감정원지부를 제외한 8곳) 대의원들과 시중은행지부 상임간부들 1천여 명이 모여서 9월 파업을 공식 결정했다.


△1천여 명이 모여 9월 파업을 결정했다 5월 14일 금융공기업지부 합동대의원대회. ⓒ사진 제공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이날 참가한 대의원들은 시종일관 진지하게 연설을 경청하고 구호를 외쳤다. 대부분 젊어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금융노조 투쟁을 경험하진 못했겠으나, 새롭게 불만과 분노를 표출하는 세대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 김문호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기업은행장에게 항의 면담을 갔더니 사측이 은행장실이 있는 층 전체의 방화벽, 철문 등을 모두 내리고 막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부는 어떻게든 상반기에 공기업을 해치우고 올해 안에 민간 은행들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고 한다면서, 9월 파업에 이어 2차, 3차 파업도 실행하자고 했다.


한 공기업지부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는 퇴출을 통한 일자리 돌려막기를 일자리 창출이라 부른다’고 성토했다. 모든 대표자들이 결사 반대를 약속했다.


최근 금융노조는 4월부터 기업은행, 산업은행, 자산관리공사 등 공기업지부들을 순회하며 결의대회를 해 왔다. 이 순회 결의대회에 근무 중인데도 수백 명이 참석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2천 명이 넘게 모이기도 했다. 금융노조는 6월 18일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자대회(서울 여의도 예정)에는 역대 최대로 참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한국노총이 최초로 서울 도심에서 노동절 집회를 열었을 때 금융노조는 2만여 명이 참가해 분노가 차오르고 있음도 보여 줬다.


물론, 5월 안에 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하겠다고 정부와 사측이 협박을 하는 마당에 9월 파업은 늦어 보인다. 아무래도 20대 국회에 대한 기대감이 큰 듯하고, 사측의 불법 무리수가 법원에서 불인정 받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는 듯하다. 한편에서는 불만은 크지만 기층 노동자들의 투쟁 경험이 많지 않고 지도부가 철밥통론에 맞서 파업 같은 수단을 과감히 사용할 자신감이 높지 않은 듯도 보인다. 그래서 선도적으로 공공부문의 투쟁을 이끌기보다 시중은행 지부들까지 포함해 합법파업을 하려는 소극적 생각에서 파업 시점을 9월로 잡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측의 교섭 거부로 낸 쟁의조정신청에 중앙노동위원회가 성실교섭을 권고하는 행정지도 결론을 낸 것(16일)에서 보듯 저들만큼이나 우리도 투쟁 상황이 뜻대로만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자산관리공사, 산업은행 등이 노조 반대에도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 강행을 결정했다.(기업은행도 성과연봉제(안)을 사내망에 공개했다.)


만일 효과적으로 저항하지 못해 성과연봉제가 지난해 임금피크제 때처럼 어이없게 도입되면 나머지 노동 개악의 현장 관철도 더 쉬워질 것이다. 따라서 여의치 않으면 언제든 파업을 앞당긴다는 태세를 갖추려 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층의 전투성을 드높일 투쟁들을 늘려가야 한다. 시중은행 지부들도 행여라도 방심하지 말고, 6월 18일 집회에 최대로 힘을 집중하는 등 지금부터 투쟁의 시동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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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 울산 동구·북구, 경남 창원 성산, 경북 경주


<노동자 연대> 169호 | 발행 2016-03-16 | 입력 2016-03-16

민주노총이 4월 총선 전략 선거구로 선정한 울산 북구와 동구에서 “민중단일후보/민주노총후보”가 선출됐다.

이로써 민주노총이 전략선거구로 선정한 네 곳(위 두 곳에 경남 창원성산과 경북 경주가 있다) 모두 노동계 단일 후보가 결정됐다. 울산 북구의 윤종오 후보(무소속, “민주와 노동”), 울산 동구의 김종훈 후보(무소속, “민주와 노동”), 창원성산의 노회찬 후보(정의당), 경북 경주의 권영국 후보(무소속, 시민혁명당)가 그들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울산 북구 윤종오 후보, 울산 동구 김종훈 후보, 창원성산 노회찬 후보, 경북 경주 권영국 후보.



네 후보 모두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으며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강요하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심판하겠다고 하고 있다.

노회찬 후보는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재치있는 언변으로 노동계급의 마음을 잘 대변한 것으로 유명하다. 노 후보는 당면한 “노동개혁”에 맞서 정리해고제한법을 제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는 삼성그룹과 검찰의 유착을 폭로했다가 정치 보복성 판결로 의원직을 뺏긴 바 있다. 이번에 창원에서 새누리당을 꺾고 정치적 ‘복권’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각각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울산 북구청장, 동구청장을 지냈던 윤종오 후보와 김종훈 후보는 재임시 새누리당 소속의 울산시장과 충돌을 불사하며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했다. 이런 복지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간접 지원하는 것으로, 지역 노동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새누리당의 색깔론 공격에도 불구하고 두 후보가 지역에서 높은 지지를 받는 이유다. 두 후보는 쉬운해고금지법,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법 등을 공약으로 내놓고 박근혜의 “노동개혁” 저지 투쟁의 대변자가 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권영국 후보는 용산참사의 실질 책임자인 새누리당 김석기 후보를 정조준해 떨어뜨리겠다고 말했다. 초대 민주노총 법률원장을 지낸 그는 용산참사, 각종 주요 노동사건의 변호를 맡았고, 쌍용차 대한문 농성 연대,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등 운동 건설에도 직접 나선 “거리의 변호사”로 유명하다.

이 지역들 모두 새누리당이 강세인 영남 지역이지만, 동시에 노동자 밀집 거주지이기도 하다. 특히 창원과 울산은 중요한 공업도시로 노동자 정치 운동의 중요한 근거지이기도 하다. 이곳들에서는 노동계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 새누리당을 긴장시키고 있다.

민주노총 전략선거구들에서 노동자들이 수만 명씩 단일후보 선출에 참가하거나 지지를 표현하고 있는 것은 노동계 후보가 새누리당의 콧대를 꺾고 노동자 투쟁이 전진하는 데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따라서 최근 서로 우경화 경쟁을 벌이는 더민주당이나 국민의당과의 야권연대보다는, 오히려 이 당들을 비판하며 노동계급의 투지에 더 강력히 호소해 계급투표 응집력을 높이는 것이 더 효과적인 선거운동일 것이다.

이를 통해 이 네 후보들이 선전하고 당선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고, 총선 이후에도 계속될 “노동 개혁” 공세에 맞설 현장 투쟁 건설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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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티격태격하다 ‘노동개혁’ 법안 합의 처리할 수도 있다



<노동자 연대> 164호 | 발행 2015-12-23 | 입력 2015-12-23



박근혜가 12월 22일 개각을 단행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실시한 개각의 요점은 최경환을 총선에 내보내고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유일호를 주저앉혀 새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만든 것이다.


신임 경제부총리는 박근혜표 ‘경제 살리기’ 법안들(기업 지원, “노동개혁”)의 국회 통과를 진두지휘해야 한다. 공공, 금융 등 “4대 개혁”도 추진해야 한다. 시장주의적 성장론자이자 박근혜의 심복 유일호를 그 자리에 내정한 까닭이다.


그런데 현역 의원인 그는 총선에 나가려고 바로 한 달 전에 국토교통부 장관을 사퇴했다. 반대로 최경환은 “국가비상사태”라더니 총선 출마를 위해 국회로 돌아갔다. 친정체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정권의 녹록지 못한 처지를 보여 준다.


“노동개혁” 입법을 계속 추진할 심복 부총리도 필요하지만, 내년 총선 공천권 등에서 김무성·유승민 등을 견제할 당내 카드도 필요한 것이다. 기업주들을 위한 입법도 이뤄내고, 권력 누수도 막겠다는 몸부림인 셈인데, 조중동 같은 기업주 언론마저 개각을 비판한다.


그만큼 범여권이 일사불란하지 않다. 새누리당 소속인 국회의장 정의화가 개악 법안들의 직권상정(사실상 날치기)을 거부해 박근혜가 체면을 구겼다. 이 때문에 최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박근혜의 일방통행 스타일에 불만을 드러냈다. 물론 정의화가 입법부 수장으로서의 자존심을 세우는 수준 이상으로 버티진 않을 것이다. 그는 12월 22일에 쟁점 법안 합의를 중재하려고 시도했다.


무엇보다 온갖 탄압과 협박, 집회 금지 조처를 남발했지만, 경찰은 세 차례의 민중총궐기 집회를 막지 못했다. 11월 14일 대규모 민중총궐기(실제로는 노동자대회+α)에 이어 두 차례 더 이어진 민중총궐기는 노동자들이 박근혜 정권에 맞서 완강하게 싸우고 있음을 보여 줬다.


야당을 압박하려고 대통령 긴급명령권 얘기도 나오지만, 최근 박근혜 지지도 조사에서 부정적 답변이 한 달여 만에 50퍼센트를 넘는 여론의 역풍도 불고 있다.


“반기업으로 보이면 안 된다”


한편, 12월 16일 박근혜 정권을 “신독재”라고 규정한 새정치연합 문재인은 같은 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떤 법을 ‘재벌특혜법’이라는 식으로 규정짓고 논의 자체를 거부한다면 반기업 집단처럼 비칠 수 있다”며 쟁점 법안들의 논의 재개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1일 문재인은 김무성을 만나 각종 개악 법안들의 상임위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노동자 표를 의식해서 ‘악법 반대’ 꼬리를 흔들고는 정작 당론을 결정할 때는 ‘반기업 집단처럼 보이면 안 된다’는 계급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지금 새정치연합은 안철수의 탈당(과 동조 탈당)으로 어수선한데다 당내 주도권 쟁투로 말미암아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엇박자를 내면서 어제 한 말 다르고 오늘 한 말 다를 만큼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와중에도 새정치연합이 자본가들을 의식해 쟁점 법안 처리 의사를 밝혀 왔다는 점이다. 새정치연합은 “노동개혁 법안 반대”가 아니라 “합의 처리”를 말해 왔음을 알아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새정치연합의 행보에 노동자들의 삶과 조건을 의탁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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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여야 밀실 합의

새정치연합이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뒤통수를 쳤다


<노동자 연대> 162호 | online 입력 2015-12-04


12월 2일 새벽,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양당의 원내대표 간 밀실 합의로 노동 개악, 테러방지법 등 각종 악법이 순식간에 통과될 상황이 됐다. 벌써 이 합의로 12월 3일에 ‘학교 앞 호텔허용법’이라던 관광진흥법과 의료영리화(민영화)의 물꼬를 틀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이 전격 통과됐다.


이 기막힌 밀실 합의로 박근혜가 취임 후 숱한 정치 위기 속에서도 위기를 거듭 넘겨 온 비밀 하나가 다시 드러났다. 바로 새정치연합의 구실이다. 12월 1일 민주노총 상급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새정치연합 당대표 문재인은 노동 개악 5법 반대가 당론이라고 약속했는데, 만 하루가 가기 전에 ‘노동 개악 법안 즉시 논의 시작’을 포함하는 여야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비록 환노위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들과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반발하고 있지만, 상황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면서 더 불투명해졌다. 이 밖에도 국정원의 반민주적 감시·수사 권력을 강화해 줄 테러방지법과 사이버테러방지법, 의료와 공공서비스 민영화로 가는 길을 닦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미국의 제국주의적 대북 압박을 도울 북한인권법 등이 여야 합의로 통과될 위험에 처했다.


새누리당은 각종 법안들과 내년도 정부 예산 편성을 연계해 새정치연합을 압박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들 지역구 예산을 포함시키려 했던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이 “밀실 합의”를 번복할 수 없었던 이유다.(바뀐 국회법은 정부 예산안이 의결 시한까지 합의되지 않으면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


이미 예산 수정은 양당 간 밀실 거래로 진행돼 왔다. 국회 예결위원이기도 한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11월 27일에 "예산안조정등소위원회 증액심사는 정부와 거대 양당의 밀실 흥정으로 전락 ... '누이 좋고, 매부 좋은'식 거대 양당과 정부의 '잇속 챙기기' 부당거래로 변질되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결국 내년 총선에 대비한 지역 개발 예산들을 늘리면서 재해 대비 예산이 2천억 원 깎이는 등 총 3조 5천억 원이 선거용 예산으로 자리바꿈했다.


결국 새정치연합은 내년 총선에 대비하려고 노동 악법들과 테러방지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같은 악법들을 “합의처리”해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해외에 계신 대통령께서 폴짝 뛰면서 기뻐할 일이다.


박근혜 정권의 악행에 분노하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새정치연합이 거기에 제동을 걸어 주길 바라기도 한다. 흡족하진 않아도, 새정치연합이 박근혜에 반대하는 표를 얻으려면 그리 해야 할 것이라고 여긴다. 게다가 새정치연합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 시절에 독재 정권에 항의해 온 자유주의적 야당의 후신이기도 하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은 노동운동 내 온건한 일부나 온건 엔지오들과도 연계를 맺고, 심지어 민주노총과 협력하는 모양새를 띄기도 한다. 그러나 이 당은 기본적으로 기업주들에 기반한 당이다. 물론 새누리당보다는 그 계급 내 지위와 기반이 부차적이긴 하다. 그래서 그 약점 때문에 포퓰리즘적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당이 주로 대변하는 계급적 이익의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 당이 특정 쟁점에서 일시적으로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과 충돌할 수는 있지만, 노동계급과 피억압 대중의 이익을 일관되게 편들 수는 없는 이유다. 따라서 그들이 새누리당과 충돌할 때조차도 많은 경우는 지지 여론과 득표에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것이지 진지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지금 세계경제 위기에서 비롯한 한국 자본주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노동계급에 대한 고통전가 공세는 지배계급의 거의 일치된 견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중국과의 무역 비중이 커져 왔음에도 미국과의 정치·군사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안보 위기도 겪고 있다.


때문에 새정치연합은 그들의 허장성세와 달리 경제·안보 위기를 돌파하려고 박근혜가 내놓는 의제들에 일관되게 반대할 수 없고 줄곧 타협해 온 것이다.


이런 요인들 탓에 새정치연합은 노동운동은 물론이고 사실상 자신들의 당원인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진보교육감들을 곤란하게 할 예산 등에도 합의해 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운동이 일시적으로 거리를 점거하는 투쟁만으로는 개악 공세를 막아내기 어려울 것이다. 기업의 이윤에 실질적으로 타격을 가하는 파업이 필요한 이유다.


새정치연합에 기대 박근혜의 개악 공세를 막는다는 전략은 위험하다


이런 배경을 살펴보면, 노동운동(특히 민주노총) 지도자들이 새정치연합을 믿고 노동 개악 저지 총파업 투쟁을 미뤄온 것은 큰 실수다. 이는 다른 악법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이종걸은 (노동운동을 달래려고) 노동 개악 법들을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한다’고 한 것이 성과라고 포장한다. 임시국회의 시점을 명기하지 않았고, “합의 처리”라 했으므로 자신들이 합의하지 않으면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국회 절차 상 환노위 처리가 지연되면 본회의 처리가 당장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노동개악 법안들이 임시국회로 밀린 것은 성과가 아니다. 의료민영화, 테러방지법 등 그동안 노동운동이 반대해 온 개악 법안들이 다음 주 안에 통과될 위험이 커졌다. 노동 개악 법안들만 남게 되면 이를 빨리 통과시키라는 기업주들과 우파의 (새정치연합에 대한) 압박은 더 커질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새정치연합이 버틸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긴박해진 마당에도 그런 생각을 고수하는 것은 노동계급의 삶을 운에 맡기겠다는 태도에 불과하다. 상층 지도자들의 이런 모호함은 오히려 현장 노동자들이 파업 투쟁을 결심하고 나서는 데 방해가 될 뿐이다. 대안과 확신 대신 불확실함과 의구심, 모호함을 심어 주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지금이라도 계획대로 독자적 파업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좌파는 좌파답게 원칙 있게 지도부의 동요를 비판하고 압박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현장에서 총파업을 건설하자고만 하는 것은 중요한 운동 내 정치 쟁점을 회피하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기만 ― 지배계급의 플랜B 정당의 운명


파리 참사를 계기로 박근혜 정권이 다시 꺼내든 테러방지법과 사이버테러방지법 같은 경우, 새정치연합이 여당이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자신들 주도로 입법 발의한 바 있다.(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국정원 기능이 강화되는 것에 반감을 드러내 법안 처리에 소극적이었다. 이런 태도는 이명박 정부가 테러방지법을 다시 발의했을 때 서로 바뀌었다.) 지금도 원내대표 이종걸은 대안적 테러방지법을 내놓겠다는 황당한 언사를 하고 있다.


또 1997년 정리해고, 파견제 등을 도입하는 신한국당(당시 여당, 한나라당 전신)의 노동법 날치기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대중파업으로 좌절됐다. 당시 제1야당이자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는 날치기는 무효라며 국회 농성 등을 벌였다. 그러나 파업과 경제공황 등의 여파로 그해 말에 극적으로 집권한 김대중은 취임식도 하기 전에 (야당 시절에는 구속을 지지했던) 전두환·노태우를 사면했다. 그리고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노조 상층 지도자들을 구슬려 정리해고 등을 도입했다.


테러방지법은 당시 미국 부시 정부의 “테러와의 전쟁”(미국 제국주의의 세계 패권 전략)에 부응하고자 하는 것이었고, 국내의 민주주의적 권리를 더욱 위협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정학적 측면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의존은 한국 지배계급의 생래적 특성이라고 할 만하다.


또한 경제공황 속에서 그 책임과 대가를 노동계급에게 전가하는 것은 이윤을 보호하려는 기업주들의 당연한 대응이었다. 한국의 기업주들은 그 기회를 이용해 오히려 1987년 이후 성장해 온 노동운동에 타격을 주고 싶어 했다. 결국 노동조합의 파업권에 제약을 가하는 법률이 노무현 정부 아래서 ‘노사관계로드맵’이라는 이름으로 통과됐다. 노무현 정부 때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비정규직 확대를 공식화해 주는 비정규직 악법도 발의했다. 두 법은 한나라당 협조 속에 2006년에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노동운동과 사회운동 일부는 일관되게 이를 막는 데 힘을 쓰지 못했다. 한나라당의 재등장을 막으려면 ‘민주정부’를 도와야 한다거나, 경제 위기라서 경쟁력 회복에 일조해야 한다는 개혁주의 때문이었다. 민주노총 상층 지도부가 1년 전에 대중파업으로 철회시킨 정리해고, 파견제 도입 등을 1년 만에 스스로 합의한 것이 그 사례다.


당시 새정치연합의 전신은 집권당으로서 자신들이 국내에서의 반발과 저항도 더 잘 관리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려고 했다. 지배계급 주류의 환심을 삼으로써 자신들이 국가기구를 더 잘 통제할 수 있고 재집권도 가능하리라 기대했던 것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기대를 걸어 보기도 했던) 선진노동자들이 투쟁 과정에서 이미 십수 년 전에 깨달았듯이, 새정치연합이 노동계급을 위해 무언가를 일관되게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다. 새정치연합이 국회 농성 등으로 ‘강력하게’ 새누리당과 우파의 폭주에 반대할 때조차도 정작 그것에 맞서거나 가끔 그것을 좌절시키는 진짜 동력은 노동계급의 투쟁에서 나왔다.


물론 이들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보다는 지배계급 내에서 부차적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노동운동이나 민중운동의 힘도 조금은 빌려야 하는 처지다. 이 때문에 이들이 야당일 때는 우파 정부에 반대 목소리를 내 반사이익을 실제로 얻기도 한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 때문에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에서 약진한 것이 이런 과정이었다.(비록 대중의 신뢰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아 진보정당들과 꼭 내키지만은 않았던 ‘야권연대’를 해야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때조차도 그들은 2012년과 2013년에 중재를 명목으로 MBC, 철도노조 파업 중단을 유도하는 등 모순적인 구실을 했다.


결국 정리하면, 새정치연합은 기업주와 부자들에게 자신들이 한국 자본주의를 새누리당보다 더 안정적으로 잘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 받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들이 노동자·민중의 투쟁에 편을 드는 척할 때조차도 일관되지 않고 지배계급 내 우파와 기업주들의 눈치를 보며 좌고우면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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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총궐기 정당하다

탄압을 중단하라



<노동자 연대> 162호 | 발행 2015-11-25 | 입력 2015-11-25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는 노동자·민중 10만 명이 참가했다. 기업주 살리기에 혈안이 돼 노동자·민중의 삶을 나락으로 내모는 박근혜 정부를 향한 분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참가한 것이다.


집회에서는 노동계급 전체의 임금·고용·노동조건 후퇴를 가져올 “노동개혁” 저지, 반민주·반노동적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의료 민영화 중단, 민중생존권 보장 등의 정당한 요구가 넘쳐났다.


그러나 하반기 노동개악 공세를 밀어붙이려는 박근혜 정권에게 집회 참가자의 안전 따위는 안중에 없었다. 오히려 그날 냉혹하게 폭력을 휘두른 주역은 바로 경찰이었다.


경찰은 반나절짜리 집회를 막으려고 집회 며칠 전부터 계엄령 바로 아래 단계라는 갑호비상령을 발동했다. 교통 방해를 이유로 행진을 불허했으며, 전국에서 경찰 병력 2백84개 중대 2만여 명을 동원했다.


그래서 정작 서울 도심 교통을 마비시킨 것은 경찰버스 6백79대가 동원된 거대한 ‘경찰 차벽’이었다. 조준 카메라(모니터)가 달린 신형 물대포가 처음부터 차벽 위에서 시위대가 행진해 오기만 기다렸다. 경찰 차벽은 방어벽이 아니라 공격적 진압 무기였다.


참가자들을 겨눠 고압 직사로 쏘아댄 물이 이날 하루 20만 2천 리터였고, 여기에 섞은 유독물질 파바(PAVA, 물대포용 합성 캡사이신)가 6백51리터였다. 이는 지난해 1년 동안 경찰이 쓴 총량의 각각 24배, 3배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행진에 참가해 경찰 차벽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화학약품 물 폭탄 수십 년치를 ‘하사’ 받은 것이다. 이도 모자라 경찰은 차벽에 오르는 걸 막는다며 경찰버스마다 식용유와 실리콘을 발라 놨는데, 그 양이 모두 2백 리터가 넘었다.


경찰은 이날 시위대를 무찔러야 할 적으로 여겼음에 틀림없다. 결국 행진 초기부터 광화문과 종각 일대는 최루액의 흰 거품으로 넘쳐났고 많은 부상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농민 백남기 씨가 직사 물대포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가슴 이상 가격 금지라는 경찰 규정을 경찰이 위반한 것이다.)


이 물대포를 쏜 경찰은 충남도경 소속으로 밝혀졌는데, 누가 봐도 기절해 축 늘어진 백남기 씨의 몸 위로 계속 직사 물대포를 퍼부었다. 이 ‘살인’ 물대포는 그를 구하러 달려간 시민들의 몸통마저 정확히 겨눴다. 그중 백남기 씨를 위해 몸으로 물줄기를 막던 한 명이 결국 쓰러졌다.(새누리당은 이 참가자가 쓰러지면서 가격한 것이 백남기 씨의 중태 원인이라는 사이코패스적 헛소리를 해대고 있다.)


이날 고압 직사 ‘살인’ 물대포 발사자들은 심지어 부상자들을 실어 나르려고 온 구급차 안에까지 물대포를 쏘고, 이런 모습들을 촬영하는 기자들에게까지 무차별 조준 사격을 해댔다.


짐승에게도 차마 하기 힘들 끔찍한 짓들을 경찰이 민간인 시민들에게 저지른 것이다. 이 때문에 유신 독재에 저항하며 20대를 시작한 백남기 씨는 인생의 황혼에 원통하게도 유신 독재자의 딸 때문에 사경을 헤매게 됐다.


경찰청장 강신명은 파면돼야 하고, 물대포를 현장에서 운영한 자들은 살인미수(만약 불행히도 사망시에는 살인)죄로 처벌받아야 한다.



△이것이 테러다 백남기씨가 ‘살인’ 물대포를 맞은 직후 모습 ⓒ<노동자 연대>



살인 진압 정당화를 위한 사이코패스들의 발뺌




백남기 씨 부상 현장을 영상으로 확인하고도 정권이 폭력시위 근절 운운하는 것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은 ‘ISIS를 척결하듯이 불법시위를 척결해야 한다’고 했고, 공안검사 출신자들인 국무총리 황교안과 검찰총장 후보자 김수남은 ‘불법필벌’만 외치고 있다. 경찰총장 강신명은 ‘민사상 책임‘까지 운운하고 있다. 행진의 자유를 가로막힌 채 유독성 화학물질을 뒤집어쓰며 고통받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진압 비용을 대라는 것이다!


사이코패스를 연상시키는 이런 대응은 정권의 살인 진압 책임을 면피하고 우익 여론을 결집시키며, 장차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정당화하려는 계산된 발언들일 것이다.


이미 경찰은 46개 단체 대표를 소환했고, 집회 참가자 7명을 구속했으며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체포 전담반을 대규모로 꾸렸다. 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는 아예 원천 금지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이런 권위주의적 방침은 정권 수장인 박근혜 본인이 앞장서 부추겨 온 것이다. 11월 24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는 “테러단체들이 불법시위에 섞여 들어와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억지 근거로 불법 시위 엄단과 (국정원의 국내 수사 권한을 대폭 늘리는) 테러방지법 제정 등을 촉구하며 강경 대처를 지시했다.


그동안 박근혜는 툭하면 정권과 자신에 대한 비판자들에게 “혼이 비정상”, “병 걸리셨어요?” 등 천박한 언어로 우익의 적대의식을 북돋워 왔다.(우익은 그래야 알아듣는다.)


11월 23일치 <동아일보>가 국정원이 북한과 연계된 지하조직을 적발했고 그 구성원 중에 민주노총 조합원이 있으며 이들과 민중총궐기의 연계를 조사중이라고 보도한 것도 시사적이다.


이뿐 아니다. 14일 살인 진압의 총책임자인 경찰청장 강신명은 서울지방경찰청장 시절, 수배중인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를 핑계로 삼아 민주노총 본부 건물을 최초로 침탈한 당사자였다.


이런 무모한 도발의 대가가 경찰청장으로 ‘영전’한 것이었으니, 강신명이 경찰청장 취임 후 강경 기조로 내달리고, 후임 서울경찰청장 구은수가 최근 민주노총을 별 망설임 없이 침탈한 것도 자연스러운 결과로 볼 수 있다. 통치술로서 ‘인사가 만사’라는 격언의 생생한 사례다.


11월 21일 서울경찰청은 불법 폭력 행위 증거를 찾겠다며 민주노총 본부와 금속노조 등 산하 노조 사무실 여덟 곳을 침탈했다. 압수수색 작업에만 경찰 6백90명이 투입됐고, 이 작업을 ‘보호’할 무장 병력만 23개 부대 1천8백40명이 동원됐다.


경찰은 14일 민중총궐기의 불법 폭력성 주도 혐의를 찾겠다고 했지만, 정작 압수수색 영장에는 지난 4월의 세월호 1주기 시위들, 5월 1일 노동절, 9·23 총파업 집회도 관련 대상으로 포함됐다. 경찰 폭력에 완강히 저항한 집회들만 골라낸 것이다.


결국 경찰은 여섯 시간을 뒤진 끝에 얼음깨기 퍼포먼스에 쓴 해머, 개인물품인 손도끼 따위를 들고가 폭력 시위 용품을 찾아냈다고 일방적으로 언론에 발표했다.(물론 경찰 헬멧과 무전기 하나씩이 발견됐는데, 그것만 가지고 폭력시위의 증거라고 할 수는 없다. 그것은 경찰 폭력에 저항한 증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살인 진압의 책임을 자기들이 명명한 ‘불법 폭력 시위 전문 단체들’에 떠넘기려는 것이다.



민주노총 침탈 책임전가 모략이자 “노동개혁” 견제구 


 


민주노조운동의 전국적 센터인 민주노총 본부와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등 산하 핵심 노조들을 침탈하고 협박하는 작태는 명백히 노동운동을 능멸·모욕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을 겨눈 이유는 민중총궐기 참가자 다수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기도 했거니와, 박근혜 개악 공세의 알맹이가 “노동개혁”이기 때문이다. “노동개혁” 법안들의 국회 처리 절차가 시작된 상황에서 통과를 위해 공안 탄압도 불사하겠다는 정권의 의지를 전하는 견제구인 것이다.


경제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 때문에 박근혜의 탄압은 더 신경질적이 되고 있다. 최근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해체’ 운운하는 것도 한 사례다.


기업주들의 이윤을 보호하려 정부는 위기의 고통을 노동계급에 전가해야 한다. 물론 노골적으로 특권층을 대변해 온 정부가 벌이는 고통전가가 노동계급 대중의 지지를 받을 리 없다.


결국 ‘당근’ 부족으로 박근혜 정권은 다소 무리수가 따르는 탄압(‘채찍’)과 이데올로기적 마녀사냥(종북, 테러, 집단이기주의 등의 표상으로 대중을 서로 이간질해 희생양 삼기)에 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경제·안보 위기 때문에, 대중의 일부를 포섭해 통치의 정당성을 갖출 조건이 취약해지고 개악 공세는 정치적 불안정을 낳을 수밖에 없어서 히스테리가 심해지는 것이다.


박근혜의 노동개악, 테러방지법 시도 등이 1996년 경제 위기 조짐 속에서 악법 날치기를 시도한 김영삼 정부를 부분적으로 연상시키는 이유다. 김영삼은 정리해고 도입, 파견 허용 등 노동법 개악안과 87년 항쟁의 성과로 막힌 안전기획부(국정원의 전신)의 국내수사권을 되살리는 안기부법 개악안을 크리스마스 다음날 새벽 집권당 단독으로 날치기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물론 지금의 국면이 그때처럼 노동운동의 분출로 끝날지는 미지수다.


노동운동의 대응이 미지수인 이유는 조직 노동운동, 특히 민주노총의 지도자들이 거듭 기회를 놓치며 실질적 파업 투쟁을 회피해 왔기 때문이다. 일부 지도자들은 새정치민주연합 일부 의원들의 국회 처리 지연 약속에 기대를 걸며 정작 중요한 파업 투쟁을 회피했다. 일부 좌파는 파업 시기를 총궐기에 즉각 연동시키기보다 국회 상황에 연동시키면서 이 문제에서 개혁주의 지도자들을 사실상 추수했다.


이런 안일한 대응 덕분에 기회를 얻은 박근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속전속결에 이어 “노동개혁” 법안, “민생”으로 포장된 의료 등 민영화 법안, 테러방지법 등을 조속히 통과시키라고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지금은 12월 5일 총궐기에 기대는 것도 늦을 수 있다. 금속노조와 제조공투본이 “강행시 끝장총파업” 식으로 투쟁을 계획한 것은 맥없이 느껴진다. 당장 실질적 파업 소명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좌파들이 좌파답게 노조 지도자들을 비판하며 압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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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국회 대응”

국회 밖에서 노동계급 고유의 방식으로 싸워야 한다


<노동자 연대> 161 | 발행 2015-11-14 | 입력 2015-11-14



박근혜는 11월 10일 자신의 각종 개악 정책들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향해 “혼이 비정상”이라며 히스테리를 부렸다.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은 12일, “[노동개악] 법안을 가로막는 것은 국정을 방해하는 비애국적 행위이자 미래 세대에 대한 적대 행위”라는 막말을 했다.


이는 지지율 하락 속에서도 국회의 “노동개혁” 처리 절차를 앞두고 여권과 우익의 투지를 독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매우 신경질적인 막말로 표현되는 것은 최근 경제 위기가 악화되면서 지배계급 안에서 불안감이 번지는 것과 관계 있는 듯하다.


현재 새누리당이 제출한 “노동개혁” 법안들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자동 상정됐다. 이 법안들은 11월 16일 환노위 전체회의를 거쳐 환노위 법안심사소위가 시작되는 20일 이후 안건 상정돼 다뤄질 예정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국회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상정시 무기한 파업’이라는 파업 계획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국회 대응계획도 발표했다. 10월 30일에는 민주노총 지도부가 새정치민주연합 환노위 소속 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노동개혁” 반대 당론 채택과 환노위 상정 저지를 요구했다. “노동개혁” 저지를 위한 야권공조를 요구한 것이다. 물론 정의당도 야권 공조의 대상이다.


박근혜가 필사적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상황에서 국회(야권 공조)를 통한 ‘정치적’ 중재 노력보다는 민주노총의 파업 투쟁이 더 효과적인 반격일 것이다.


대중 파업은 “노동개혁”이 지키려고 하는 바로 그 기업주들의 이윤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국회 표결에 대비해 “국회 대응”도 필요하지만, 그런 국회 압박의 동력으로서 국회 바깥에서 효과적인 대중 투쟁을 조직해야 하는 것이다.



국회 절차에 대응하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첫째, 박근혜 정부는 국회 개악 입법의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입법 절차를 우회한 개악도 추진하고 있다. 가령 ‘쉬운 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취업규칙 개악 등은 아예 행정지침으로 처리하려 한다. ‘시행령 통치’ 스타일을 “노동개혁”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이미 현장에서는 “노동개혁”의 내용을 관철시키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이미 임금피크제 등을 상당히 관철했고, 내친김에 성과차등연봉제의 연내 관철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병원 사측은 취업규칙 변경을 위한 직원 투표를 강행했다가 부결되자, 이사회 결의로 통과시켜 버렸다. 이런 일이 경북대 등 나머지 국립대병원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대응과 야권 공조에 우선순위를 두면 당면한 공격에 맞서는 투쟁의 타이밍을 놓칠 우려가 있다. 이는 노동법 개악 저지를 위한 투쟁 동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둘째, 박근혜 정부는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노동개혁”을 연내에 관철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런 강박은 경제 위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기업주들이 가하는 압력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에서도 협상(야당의 중재) 자체로써 국회 일정을 지연시키거나 안건을 부결시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게다가 새정치연합은 노동법 개악에 반대한다고 말은 하지만, 일관되지가 않다. 통상임금, 노동시간 단축시 임금과 노동조건 유지 등에서도 매우 의심스러운 입장이다. 민주노총 지도부와 간담회를 할 때 새정치연합 소속 환노위 의원들은 ‘당론은 당 지도부와 상의하겠다’, ‘상임위 상정은 못 막으니, 논의 시 민주노총과 충분히 사전 논의하겠다’ 정도로만 답했다. 그 뒤 보름이 지났지만 환노위 일정 공조 이상 더 나아진 문제는 없는 듯하다.


‘민생’


새정치연합도 새누리에 비하면 조력자 구실이지만 자본가 계급에 기반을 둔 친자본주의 정당이기 때문인데, 이를 잘 아는 박근혜와 여권은 ‘민생’을 내세워 그들을 압박하는 것이다.(‘민생’이란 말은 기업주들의 민원을 해결해 주는 일을 뜻하는 코드명 구실을 해 왔다. 아니나 다를까, 11월 8일 새정치연합은 교과서 국정화 반대 농성을 정리하며 ‘민생최우선주의’를 내세웠다.)


따라서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노동개혁” 법안들을 다루기 전에 노동운동이 외부에서 강력한 압박을 가하지 않는다면, 새누리당과 정권의 밀어붙이기에 새정치연합이 찔끔 저항하다가 멈추고, 찔끔 버티다가 끌려가는 익숙한 모양새가 될 확률이 매우 크다.


민주노총이 파업 동력보다 일부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활약에 기대려 하면 할수록, 오히려 새정치연합을 매개로 새누리당의 책략에 발목 잡힐 수도 있다.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중요하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의 개악을 저지하려면 민주노총이 실질적인 파업 투쟁 조직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 불필요한 후퇴나 양보 없고 이윤에 타격을 가하는 단호한 대중투쟁만이 박근혜의 공세에 맞서는 힘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럴 때 새정치연합도 무시 못할 압박을 느낄 것이다.


민주노총 중앙과 산별 지도부는 ‘상정시 파업’ 계획을 제출했었다. 그런데 막상 총궐기 다음주에 법안들이 상정되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투쟁 지침은 “상정시”에서 “처리시”로 슬쩍 바뀌는 듯하다. 이런 상황은 주저와 망설임을 반영하는 것이고, 구체적인 국면에서 야권 공조 중시냐 대중 투쟁 중시냐는 우선순위가 충돌하는 문제다.


제약


노사정 간 사회적 논의나 새정치연합과의 공조를 우선하면, (기반상 파업을 꺼리는) 공조 상대를 의식해 파업 같은 전투적 전술을 스스로 제약해야 한다는 압력이 생긴다.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최근 <한겨레>의 민주노총 20주년 특집 기사나 정의당의 국회 내 논의(‘정치적 해법’) 중시 등이 내포한 정치적 함의가 위험한 이유다.


한편, 야권 공조 같은 원내 협상을 더 중시하는 발상에는 “노동개혁” 문제가 국회에서 법을 다루는 ‘정치’ 문제이므로 노동조합 조직들은 의회 정당들의 ‘전문적인’ 정치 협상에 의존해야 한다는 생각도 깔려 있다. 이는 정치와 경제의 분업을 받아들이는 개혁주의 논리이기도 하다.


이 개혁주의 논리는 아래로부터의 자력 행동 방식보다는 위로부터의 협상을 통해 정치·경제·사회적 조율을 해 나가려는 노동조합 고위 상근간부층의 이해관계와도 맞닿아 있다.


이런 전술로는 현장 노동자들의 활동과 의식이 발전하기가 힘들다. 노동계급 전체의 이해가 걸린 문제에 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나서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참을성과 끈기를 가지고 설득하고 조직하려는 좌파의 구실이 매우 중요한 때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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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회적 합의?



9월 13일 노사정 야합을 비판하는 입장들이 모두 견결한 파업 투쟁으로 저항하자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노사정위원회가 사회적 대표성을 갖지 못한 합의를 했다며 ‘진정한 사회적 합의’를 촉구한다. 정의당이 대표적이다.


심상정 대표는 박근혜의 행정부 독주 스타일을 비판하면서 “노사정위에서 배제돼 온 비정규직과 청년들, 그리고 시민사회계까지 두루 포함한” 국회 내 사회적 합의기구를 제안했다. 이런 식의 국회 내 논의기구에 대한 기대는 민주노총 지도자들에게서도 나온다.


파업으로 박근혜 정부의 공세를 막아 내기 어렵다는 생각에 국회 내 논의기구를 구성해 속도전에 제동을 걸어 시간을 벌자고 생각할 법도 하다. 게다가 민주노총과 청년, 비정규직들이 사회적 논의기구에 포함된다면 정부와 기업주들의 갈라치기에 대응하기가 더 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제안이 박근혜식 일방적 속도전 스타일에 흠집을 내는 것일 수는 있어도, “노동개혁”에 대한 효과적 반격이 되기는 어렵다.


이미 여권은 노사정위 야합 이전 7~8월에 민주노총의 ‘국회 내 논의 기구’ 제안을 거부한 바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그저 “노동개혁”에 노동계도 동참한다는 외피가 필요했을 뿐임을 보여 줬다.(그것이 꽤 유용한 수단이긴 했지만 말이다.)


공상

사실 경제 위기 때문에 노동계급에게 고통을 떠넘기려는 정부의 공격을 대화로 막아 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공상적 기대다.


국회 내 과반 다수당인 여권이 만일 국회 내 논의기구 구성에 동의한다면, 그것은 “노동개혁”을 밀어붙이는 데 더 그럴듯한 외피가 필요해서지 진정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가 아닐 것이다. 그런 필요를 느낄 때는 지금의 “노동개혁” 공세가 강력한 노동자 저항에 부딪힐 때일 것이다. 결국 박근혜 정부와 여권의 태도를 바꾸게 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대중 투쟁이다.


문제는 국회 논의 기구에 기대하는 것이 노동자들의 견결한 투쟁을 구축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국회 내 논의기구 제안에 기대를 걸게 되면, 여권 내 동향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협상에 수동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그런데 새정치연합 소속인 은수미 의원조차 자기당 지도부의 여야 합의 가능성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또 지도자들이 아무리 말로 투쟁에 무게중심을 둔다고 해도, 둘을 병행하려고 하면, 정부와 기업주들이 협상에 임할 진정성을 증명하라고 압박하는 것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렵다.


노조 지도자들이 이런 압력 속에서 좌고우면하며 주춤하는 것은 현장 조합원들에게 진지하게 파업을 건설하는 것인지 의구심을 줄 것이다. 그래서 이른바 ‘투쟁과 협상 병행론’은 조합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보다는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양보론이 돌파구를 열 수 있을까


9월 24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한겨레> 전종휘 기자는 ‘정규직의 일정한 희생 통한 감동을 줘야 일정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보전분을 청년고용 지원에 쓰는 식으로 말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나 일부 노조 지도자들도 비슷한 제안을 한 바 있다.


흔히 이런 주장은 투쟁으로는 어차피 막아 낼 수 없다는 생각의 반영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양보론이 투쟁의 힘을 극대화하고 민주노총이 하반기 파업을 단호하게 건설하는 데 방해가 된다.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들이 양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투쟁 전선을 흐리게 만드는 데 주요한 구실을 했던 것을 떠올려 보라.


게다가 양보론을 노동운동이 수용하면, 조직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동안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덕을 봤다는 우파의 분열 담론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청년 실업이 조직 노동계급의 고임금과 고용안정 탓이라며 노동계급 내 이간질에 열중하는 박근혜 정부에 맞서 단결하는 게 중요한 데 말이다.


한국은 OECD 내에서 국민총소득 중 기업소득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다. 노동자들이 양보할 이유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민주노총이 조합원들뿐 아니라 더 큰 위험에 처한 미조직 노동자들을 대변해 싸움에 나서는 것이 진정한 노동자 연대다. 그럴 때, 더 큰 지지를 받아 낼 수 있을 것이고 노동자들의 사기도 오를 것이다.



좌파 포퓰리즘의 약점


노동운동 안에서 양보론과 비관론이 유포되는 것에 반대해 좌파들은 투쟁의 힘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노동당은 “국회 내 사회적 기구 구성과 같은 출구전략을 짤 때가 결코 아니다”라고 옳게 강조했다.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변혁정치> 10호(10.1.)에서 11·14 민중총궐기 투쟁을 특집으로 다뤘다. “투쟁 속에 답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저항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노동자 파업’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노동당은 피해 대중이 거리에서 연대해서 싸우는 방식을 더 선호한다. 추진위도 재벌 이윤 환수 운동을 부각하면서 민중총궐기 투쟁에 기대를 거는 듯하다. 거리에서 민중적 저항을 구축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파업 같은 계급투쟁 방식에 토대를 두고 거리 항의가 결합될 때 진정으로 지배자들을 위협할 수 있다. 10~11월 총파업 투쟁이 현실적일 때 11·14 민중총궐기 같은 거리 투쟁도 더 힘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좌파는 민주노총의 노동 개악 저지 파업 건설에 기여하는 것을 당면 과제로 삼아야 한다. 좌파들이 대체로 박근혜의 노동 공세를 ‘경제 위기 시대에 이윤 보호를 위한 자본의 총공세’로 분석하는 만큼 이윤에 타격을 주는 파업을 강조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 조합원들 사이에서 선동해야 할 뿐만 아니라, 상층 지도자들의 소심함과 투쟁 회피 문제에도 정치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좌파는 오랜만에 들어선 좌파 집행부를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비판을 삼가는 듯하다. 그러나 좌파가 침묵하고 기층의 압력이 약할수록 좌파 집행부가 현장 노동자들의 투쟁 열망에 부응하도록 하는 일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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