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정치연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07.01 노동당―정의당 통합은 우경화다
  2. 2013.11.11 노동·정치·연대의 출범을 보며

※ 이 글은 지난주 노동당 당대회를 앞두고 발표한 글이다.




노동당 당대회에 부쳐
급진좌파인 노동당이 정의당과 통합하는 것은
오른쪽으로의 이동이다


6월 4일 국민모임, 노동당, 노동·정치·연대, 정의당 등 4자 대표가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을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총선 준비를 위해 9월쯤에는 “구체적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민주노총 전 위원장들 일부와 공공부문 노조 전현직 대표자 일부, 지식인, 예술인, 법률가 등도 지지 선언을 발표했다. (이에 관한 <노동자 연대> 입장은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에 대해”를 보시오.)

그런데 진보 재결집 논의가 진전될수록 노동당 안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5월 23일 3차 전국위원회에서 독자파 전국위원들은 진보결집기획단 활동을 사실상 정지시키기로 결정했다. 나경채 대표가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서 일방적으로 국민모임 정동영과 단일화해 사퇴하는 등 당론과 절차를 어기며 진보 재결집을 추구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이 때문에 나경채 대표는 6월 28일 당대회에 당원총투표 안건을 대의원 현장 발의로 냈다. “공동선언에 기초하여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추진한다”를 총투표로 결정하자는 것이다.

합당과 해산을 포함한 당의 진로를 결정하는 문제이므로 당원총투표를 통해 가능한 한 많은 당원들을 토론에 끌어들이고 결정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는 더 민주적으로 보인다.(그러나 결집파의 이번 총투표 안건은 모호한 점이 있다.)

한편, 진보 재결집을 적극 추진해 온 것은 나경채 대표, 김종철·강상구 전 부대표 등이 중심인 ‘진보결집 전국당원모임’이다. 반면, 사회당계와 옛 진보신당 독자파 일부가 모인 신좌파당원회의는 좌파정당 독자 노선을 주장한다. 연합보다 노동당 강화가 우선이라는 ‘당의 미래’도 지금의 진보 재결집 논의에는 비판적이다. ‘무지개사회주의자연대’는 아직 공식 입장이 없다.

사실 ‘노동당’ 전체의 정치는 주류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의당보다 왼쪽에 있는 좌파 개혁주의라 할 수 있다. 노동당은 정의당의 온건한 개혁주의를 비판하며 좌파 정당을 표방해 왔다.

그런데 정의당, 국민모임, 노동·정치·연대, 노동당 진보결집파의 최근 행보를 보건대, 진보 재결집 정당이 정의당보다 더 왼쪽 정당이 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통합 대 독자’ 갈등은 기본으로 오른쪽으로 향하는 통합 움직임에 합류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급진좌파 정당인 노동당이 주류 개혁주의 세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통합에 참여하는 것은 오른쪽으로의 이동이므로 그 통합에 반대하는 것이 옳다.

현재 통합에 반대하는 쪽은 좌파 독자성과 ‘운동 정당’의 기치를 유지하며 기회를 엿보자고 주장한다.

반면, 진보결집파인 김종철·장석준 전 부대표 등은 노동당과 정의당의 강령이 별 차이 없다고 반론을 편다. 이대로 가면 노동당의 약화가 되돌릴 수 없어져서 오히려 좌파에 불리해진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주류 사회민주주의 수준인 정의당 강령이나 4자 대표 공동선언이 “노동당은 위기의 시대를 넘어설 사회주의 대전환을 위해 탄생했다”고 규정한 노동당 강령에 못 미치는 것은 자명하다. 정치적 차이를 흐리는 방식으로 통합 참여를 정당화하려는 것은 솔직하지 못한 자세다. 이런 태도는 진보 재결집이 진보정치를 더 우경화시키는 데 일조할 거라는 의심을 키울 수 있다.

권태훈 부대표가 <레디앙> 릴레이 기고에서 다룬 ‘노동당 위기론’이 더 솔직한 진보결집파의 논거로 보인다.

한때 1만여 명을 훨씬 넘던 노동당의 당권자 수는 2010년 이후 감소하기 시작해 통합진보당 창당 직후인 2012년 초에 약 6천6백 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후 사회당과 통합한 2012년 4월 후 당권자 7천7백여 명으로 반등했다. 그런데 올해 초 당대표 선거에서 당권자 수는 5천5백60명이었다. ‘노동당’ 체제에서도 당원 감소세가 멈추지 않은 것이다. 그것도 20~30대 청년 당원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운영되는 지역 당원협의회가 62곳뿐이고, 그나마 상근자는 4.5명에 불과하다. 김종철 전 부대표는 ‘중앙당 적자가 매달 7백만 원이고 중앙당 상근자에게 최저임금 수준밖에 줄 수 없어 대신 근무시간을 줄였다’고 밝혔다.(6월 22일 당대회 쟁점 끝장토론)

결국 현 상태로는 노동당이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유의미한 진보정치세력으로서 구실을 하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진보 재결집론에 깔린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권태훈 부대표는 진보 분열이 위기의 큰 원인이고, 이런 분립 상태가 지속되면 정의당으로 표 쏠림 현상이 생겨 노동당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장석준 전 부대표가 진보 재결집을 통해서 “노동당 강령의 메시지가 드디어 그 수신자에 가 닿기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진보정치 재결집: 소망과 현실

새누리당 정권이 고통전가 정책을 쉼 없이 밀어붙이고, 새정치민주연합이 노골적인 친자본주의 정책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정의당 등 진보결집 정당이 새정치연합을 대체하겠다는 것은 쉽지는 않아도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급진좌파가 이 당에 꼭 포함돼야 하느냐 하는 것은 별개 문제다. 왜냐하면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이 추구하는 정치는 주류 사회민주주의와 가까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당면한 정세에 대한 좌파의 과제와 연결되는 문제다.

우선, 현 국내외 정치·경제 상황은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때와 같지 않다.

민주노동당 창당 시기는 1997년 한국 경제 공황과 부르주아 자유주의 세력의 집권 이후 노동운동의 정치적 각성이 최초로 주류 정당들에게서 독립적인 노동자 진보정당으로 이어지던 때였다. 이런 때는 좌파가 (독자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런 노동계급 정치의식의 이동에 함께하며 단결과 협력을 추구하는 것이 미덕일 수 있었다.

그러나 진보정치 통합 노력은 두 차례나 분열을 겪었다. 동아시아에서의 제국주의적 갈등의 고조와 2008년 이후 세계경제 위기의 심화는 노동운동 안에서 결정적인 정치적 분화를 낳았다. 그것이 2008년 민주노동당의 분열, 특히 2012년 통합진보당 분열의 근본 배경이 됐다.

결국 사회민주주의 경향과 스탈린주의 경향이 분리했다(노동당, 정의당 vs 옛 진보당). 개혁주의 경향도 좌우로 분화했다(노동당 vs 정의당). 더 급진적인 좌파들은 지금의 진보 재결집 논의에서는 빠져 있다. 이런 분열·분화 상태가 현재 한국이 처한 경제적·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쉽게 해소되지는 못할 것이다.

둘째로, 관악을 재선거에서 국민모임 정동영이 큰 표차로 낙선한 것이나 노동당 당세가 약해진 것 등 때문에 지금 4자 통합 협상은 정의당이 주도할 공산이 큰 게 사실이다. 노동당 내 독자파들도 재결집의 핵심이 정의당과 노동당의 통합 문제라고 보고 있다.(당대회 끝장 토론 중)

정의당은 내부에 이질적인 경향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최근 당 강령 개정을 봐도 대체로 주류 사회민주주의를 추구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진보당 ‘내란 음모’ 사건 때 “헌법 내 진보”론을 설파하기도 했던 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는 6월 24일 <레디앙> 인터뷰에서 “고데스베르크 강령(1959~1989년 독일사회민주당의 강령)처럼 낡은 이념과 과감한 단절을 통해 진보정치의 가치와 정통성을 계승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독일 사민당의 고데스베르크 강령(1959)은 “노동계급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국민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도날드 서순, 《사회주의 100년: 20세기 서유럽의 좌파》, 이 책은 장석준 노동당 전 부대표가 추천한 책이기도 하다.)

또한 도날드 서순은 유럽 사회민주주의 운동이 “1960년대에 자본주의 폐지라는 목표를 단념했다”고 주장하는데, 그 상징적 출발점 중 하나로 1959년 발표된 고데스베르크 강령을 꼽는다.

냉전의 한복판에서 자본주의 반대를 포기한다는 것은 현대 사회민주주의 운동이 냉전적 반공주의를 적극 수용하는 것을 함축하는 것이었다. 반공주의와 사회민주주의의 결합은  노동계급 투쟁의 분출을 대할 때나, (냉전 시기) 제국주의 간 지정학적 경쟁에서 (자국과 경쟁하는 스탈린주의 국가에 반대해궁극적으로 자국 지배계급을 편든다는 뜻이었다.

즉,사회민주주의가 더 노골적으로 자본주의 폐지나 계급투쟁을 기각하고 부르주아 민주주의 정치 체제 안에서의 선거적 ‘변화’ 추구에 머물겠다는 것을 뜻했다. 이것은 단지 친소 공산당을 배척하는 문제만은 아니었다 계급투쟁적 방식에 반대하는 것이었으며, 국가 안보 개념을 수용한 ‘헌법 내 진보’로 가는 길이었다.

그래서 오늘날 유럽의 주류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은 ‘개혁 없는 개혁주의’ 단계를 지나 ‘개혁을 빼앗는 개혁주의’가 돼 있다.

이 때문에 옛 민주노동당의 창당 강령은 “사회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자고 했던 것이다. 또 유럽에서 시리자 같은 좌파 개혁주의가 부상하는 맥락이기도 하다.

“위기의 시대에 사회주의 대전환”을 추구하는 노동당의 지향은 주류 사회민주주의 지향보다 왼쪽이다. 천호선, 심상정 등 정의당 지도부가 올 초 백령도 해병대와 천안함 위령탑을 방문해 “튼튼한 안보”를 주문한 것도 노동당의 “평화주의”와 정치적 차이가 있다.

따라서 급진좌파라면, 지금의 위기 국면에서 온건한 개혁주의 정당에 합류해 정치적으로 우경화할 게 아니라 다가올 격변에 대비해 반자본주의·반제국주의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맞다.

당장 박근혜는 더 쉬운 해고와 더 낮은 임금을 위해 노동계급 전반의 조건을 악화시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급진적 대안을 내놓고 대중투쟁을 건설하는 데 직접 헌신할 ‘운동정당’이 더 중요하다.

주류 사회민주주의적 관점에서 공무원연금 삭감을 사실상 지지하는 태도를 취한 정의당과 ‘조직’을 합쳐서는 이런 과제 수행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정의당은 ‘현대화’와 ‘진보의 세속화’, ‘생활진보’의 이름으로 ‘운동권 정당’과 결별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군부대를 방문해 “튼튼한 안보”를 말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따라서 노동당이 독자적인 급진좌파 정당으로 남아 있으면서도, 노동자 투쟁, 민주주의, 세월호 등을 놓고 공동전선 방식으로 단결과 협력을 꾀하는 게 전체 노동운동에도 이로울 것이다.

<노동자 연대> 151호 | online 입력 2015-06-26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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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 ‘노동ㆍ정치ㆍ연대’가 출범했다. 노동ㆍ정치ㆍ연대는 노동정치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가 노동 중심의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고 만든 중앙추진체다.


연석회의에는 공공운수현장조직(준), 노동자교육기관, 노동자연대다함께, 노동자정당추진회의, 노동포럼, 전국현장노동자회, 혁신네트워크 등 7개 단체가 가입해 활동해 왔다. 노동ㆍ정치ㆍ연대는 전국에서 더 많은 단체와 개인들의 가입을 받을 계획이다.


이들은 노동기본권과 고용안정 보장, 민영화 중단, 보편복지, 한미FTA 등 신자유주의 경제협정 폐기, 노동악법ㆍ반민주악법 폐기 등 노동계급의 당면 문제 해결을 기본 과제로 내놓고 있다.


그동안 노동계 진보정치의 분열로 ‘각개 기어가기’가 노동조합의 투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왔다. 그것은 또, 공식 정치에서 진보정치의 존재감을 왜소화시켰다.


이런 상황에 비춰 보면, 민주노총의 전ㆍ현직 지도자들과 노동운동가들이 모여서 노동계 정당을 재건해 노동자 정치운동의 사분오열 상황을 극복하자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이날 출범식에 권영길ㆍ단병호ㆍ이수호ㆍ임성규ㆍ신승철 등 민주노총 전ㆍ현직 위원장들과 정의당ㆍ노동당 지도부가 대거 참석한 것도 노동자 정치운동의 단결 염원을 보여 준 것이다.


물론 걸어온 길보다 갈 길이 더 많이 남아 있다. 진보정치 운동의 분열이 남긴 정치적 상처가 아직도 심하기 때문이다. (※ 물론 아직은 역량상 당장 당을 만들어내는 수준의 활동을 할 수는 없다. 단체와 취지를 알리는 것과 함께 아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노총과 연계한 공동 선거대응 협의틀을 만드는 게 당분간은 주된 활동이 될 듯하다.)


그럼에도 노동ㆍ정치ㆍ연대의 출범은 노동운동 내 주요 지도자들이 진보정치의 분열과 그로 말미암은 주변화를 극복하려고 나서기 시작했음을 보여 준다.




배신의 역사?



한편, 이런 재편과 단결을 위해서는 옛 민주노동당 등 정치세력화 운동의 최근 과거를 공정하고 정직하게 평가하는 일도 중요할 테다. 


그런데 일부 좌파는 민주노동당과 제1기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역사를 지도자들의 온통 배신으로 점철된 역사로만 평가한다.(이런 평가에 따르면 노동·정치·연대의 출범도 과거의 재탕일 뿐이다.) 


물론 민주노동당 지도자들은 노무현 정부와 일부 노조 지도자들의 배신에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또, NL계 지도부가 ‘묻지마 야권연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추진한 것도 잘못이었다.


그러나 ‘올바른 대중과 배신적 지도부’라는 구도로만 사태를 설명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정확하지도 않다.


이런 관점으론 우여곡절 속에서도 2007년 무렵까진 선진 노동자들 속에서 이 당이 성장했고, 또 선거적 성공이 노동자들의 정치적 자신감을 고무하기도 했다는 점을 설명할 수가 없다.


그래서 ‘배신적 지도자’론은 개혁주의를 지지했던 대중을 결국 수동적 허수아비로 보는 일종의 엘리트주의로 빠질 뿐이다. 올바른 강령으로 무장한 좌파가 우파 지도자들을 제거하고 지도권만 잡으면 노동운동의 정치적 약점들이 바로잡힐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런 발상은 종파주의와 선전주의로 빠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개혁주의는 배신과 음모로만 설명할 수 없다. 개혁주의는 체제 안에서 겪는 노동자들의 소외, 즉 자신들이 사회를 집단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경험과 생각에 기초한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개혁주의를 벗어나 혁명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종파적ㆍ선전주의적 태도가 아니라 개혁을 위한 투쟁 속에서 대중 자신이 자신감과 조직을 구축해 가는 과정 속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 좌파가 대중과 교류하며 실천 경험 속에서 올바름을 입증해 가는 끈기 있는 노력과 과정이 필수적인 것이다.


바로 이런 과정을 회피했기 때문에, 2000년대 내내 민주노동당 바깥에서 그저 선전주의적 비판에 주력했던 일부 좌파들은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민주노동당 분당 후에 생긴 정치적 공백을 노렸던 일부 좌파들의 실험이 실패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의 경험뿐 아니라 그 바깥 좌파의 경험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



※ 레프트21 115호. ☞ 바로가기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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