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쇄신’이 사기극이었고, 새누리당의 본색이 “완전 극우”(강금실)라는 게 거듭 드러나고 있다.

새누리당은 29일 야당 추천 몫인 헌법재판소 재판관 조용환 후보 인준을 부결시켰다. 진보적이라고 보기는 힘들고, 천안함도 ‘북한의 공격이 맞다’는 사람인데도 ‘정부 발표를 확신’하지 않는다고 퇴짜를 놓은 것이다. 또 박근혜는 “이번 총선이 [FTA 폐기를 막을] 구국의 결단이 돼야 한다”며 독려하기 시작했다.

‘1퍼센트만을 위한 종합선물세트’를 자신들의 핵심 기둥으로 삼고 나선 것이다.

어리석게도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이제 와서 “새누리당의 쇄신쇼를 너무 믿었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경제 민주화’니 ‘보수 삭제’니 하는 박근혜의 쇄신 사기극은 처음부터 집권당 붕괴 위기를 수습하려는 시간 벌기에 불과했다. 정권재창출은 이명박과 박근혜 공동의 목표다. 박근혜는 정권의 측면 지원도 필요하고, 새누리당 분열도 막아야 한다.

그럼에도 표를 얻으려면 이명박과 단절한 모양새를 내야 한다. 쇄신을 하자는 박근혜 비대위가 이명박 정부 실세들에게 ‘스스로 물러나 달라’고 애원해 온 것도 이런 모순 때문이다.

정강·정책과 당명을 바꾸면서 ‘좌클릭’ 시늉도 했다. 우익 변호사 전원책은 이런 박근혜에게 “이제 보수의 적이 됐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잠깐의 사기극이 끝나자마자 박근혜 비대위는 조용환 부결과 한미FTA 공세를 통해 친이계를 포함한 보수층 결집에 나서고 있다.

4년 전 자기들이 보기에도 수구 부패라고 내친 미래희망연대(친박연대)와 합당을 했고, 이제는 이회창의 자유선진당과 총선 연대를 논의하려 한다. 한미FTA 전도사 김종훈은 영입 1순위다. 용산참사 살인주범인 김석기, 농민 시위 살인진압과 철도노조 탄압 주범인 허준영도 버젓이 새누리당 예비 후보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사실 이것은 전통적 방식으로 위기를 벗어나려는 최근 이명박의 반동 시도와도 연결돼 있다.

이명박은 26일 “학교폭력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공개 독려했다. 그 뒤로 경찰은 ‘학교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국가보안법 등 공안 탄압도 확대되고 있다.

청소년, 이주자, 범죄자, 좌파 활동가 등을 속죄양 삼아 사회불안 심리를 부추기고 경찰력 등 권위적 통제 강화를 정당화해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키려는 전형적 수법이다.

이런 시도는 마치 199010월 노태우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권위주의 공안 통치를 다시 강화하려 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기층의 불만과 분노가 워낙 컸기 때문에 이듬해 강경대 열사 사망 후 ‘5월 투쟁’의 역풍을 맞고 도리어 공안 통치를 주도하던 내각이 붕괴했다.

그러나 지금 타협적이고 모순된 민주통합당이 주도하는 야권공조로는 박근혜와 이명박의 반격에 효과적으로 맞서기 힘들다. 일부 NGO 개혁 인사 영입과 정책(실천은 아직 아니다) 일부 좌클릭으로 지지도는 일시 올랐지만, 당장 “여당일 때는 한미FTA 추진한다고 해놓고 야당이 되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박근혜의 논리에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진보진영만이 FTA를 두고 우파에 맞서 분명하고 일관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야권연대는 진보진영의 주도성과 대중투쟁 건설에 종속돼야지 그 반대가 돼서는 안 된다

따라서 진보진영의 주도 속에 부패, 빈부 격차, 노동 탄압에 대한 분노가 이명박 정부에 대항한 총체적 항의로 발전하도록 투쟁을 건설하며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99퍼센트의 요구를 쟁취하는 길이고, 선거에서도 진보진영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이다.

☞ 이 글의 보충 설명은 여기로

클릭하시면 커집니다. 지난해 말에 만든 인포그래픽인데, 카메룬 다이아몬드 등을 이미 지적하고 있죠. ㅋ


모든 비리와 의혹은 이명박으로 통한다


지난해 말 한나라당 친박계 이혜훈은 “싱가포르를 주목하라”고 기자들에게 강조했다.

BBK 실소유주 기업으로 의심받는 다스가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겼다는 것이다. 다스는 이명박의 형 이상은이 대주주고, 아들 이시형이 근무한다.

이제 다스에 대한 국세청과 검찰의 압수수색은 불가능하다. 싱가포르와 한국은 범죄인 인도 협정도 맺어져 있지 않다. 즉 도곡동 땅과 BBK를 잇는 다스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상득의 맏아들 이지형도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정권이 바뀌면 권력형 부패가 드러날까 봐 두려운 MB 일가가 의혹의 핵심 근거지들을 빼돌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이 나올 만하다.

지금 이지형이 일하는 BRIM이란 회사는 이상득 연루설이 나오는 CNK1천만 달러의 대출을 받는 데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CNK 주가조작 사건 발각 후 <조선일보>조차 이명박·이상득 형제의 자원외교 전반에 의혹을 제기했다.

자원외교 과정에서 오고간 돈들과 이상득의 괴자금의 연관성도 의혹의대상이다.

지금 악취를 풍기고 있는 이상득, 박희태, 최시중은 모두 이 정권의 최고 실세그룹인 옛 ‘6인회’ 멤버들이다. 이들이 특권을 위한 입법과 부당거래를 위해 받아 챙기고 돌린 돈들이 지금 문제가 된 것이다.

따라서 각종 의혹 사건에서 온통 비서와 보좌관들 수준에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은 분통터지는 일이다.

깃털이 아니라 몸통을 수사해야 한다. 권력형 부패의 정점에는 바로 이명박이 있다


☞ 이 글은 축약해 <레프트21> 75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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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분처럼 쏟아내는 이명박 정권 실세와 일가 비리는 이들의 1퍼센트 본색을 잘 보여 준다.

지난해 SLS그룹과 저축은행들의 뇌물 로비 자금을 받아 실세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더니 결국 ‘상왕’ 이상득의 비자금 일부가 들통났다. ‘방통대군’ 최시중은 정권과 조중동의 방송 장악을 위한 미디어악법 날치기 대가로 ‘쇼핑백’으로 돈을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카메룬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을 발견했다고 외교부 보도자료까지 조작해 고위 관료들이 주식 시세 차익을 챙긴 CNK 사건을 두고 기획재정부 고위관료는 “자원 개발은 99퍼센트가 가짜라고 보면 된다”고 털어놨다.

1퍼센트 특권층과 정권 실세들은 특혜를 주는 대가로 부정한 돈을 주고 받아온 것이다. 오죽 이런 습성이 몸에 뱄으면 자기들끼리 당대표를 뽑으면서도 돈봉투가 돌았겠는가.

더 뻔뻔한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이명박은 퇴임 후 갈 집을 사는 데 국비를 사용했다. 급기야 자기들에게 유리한 선거 결과를 내려고 선관위 홈페이지를 사이버테러해서 투표를 방해하기까지 한다. 집권당이 국가기구를 ‘테러’한 것이다.

사실 소득세를 원천징수당하면서 이런 특권 정치에서 배제된 노동자들에게는 부자 정치인들이 부자 감세 등 1퍼센트 정치를 펴 온 것 자체가 합법적 부패라 할 만하다.

이명박 본인이 자신의 감세 정책으로 종부세를 9분의 1이나 덜 냈다. 지난해 상위 소득 0.8퍼센트가 총 66백여억 원의 세금을 덜 냈다. 4년 동안 총 부자 감세 규모가 약 90조 원이다.

이명박은 자기 친구들인 건설사와 땅부자들을 위해 막대한 세금을 부어가며 4대강을 파헤치고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을 고수했다. 그 대가로 많은 이들이 농지를 빼앗기거나, 전세 대란 속에서 서러운 경험을 해야 했다.

지난 4년 동안 10대 재벌의 유보이익은 3백조 원이 넘었는데, 이명박 정권은 이런 이익 보장을 위해 가장 공들인 일은 생존권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때려 잡는 일이었다.

정리해고 반대 파업 때 살인 진압에 시달렸던 쌍용차 노동자들은 벌써 20명이 정리해고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고, 용산에선 철거민 5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장 통제 강화로 현대차에서만 두 명이 자살했다.

각종 비리 혐의로 궁지에 몰린 이명박이 이제 와서야 골목 상권 운운하며 대기업 때리기를 하는 시늉을 하지만, 그 뒤에서 99퍼센트 민중을 고통에 빠뜨릴 한미FTA 발효를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이명박 정권의 부정부패는 1퍼센트 특권층 정부가 추구해 온 노선의 필연적 귀결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의 반MB 대안이 비리 색출을 위한 국정조사 같은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됐다. 이 무도한 정권은 진작 쫓겨나야 했고, 한나라당은 해체돼야 했다.

사실 지난해 말에 그런 기회가 왔다. 복지 확대 요구에 오세훈이 우파적 반격을 시도하다 역풍을 맞아 한나라당은 오히려 서울시장 자리만 뺏겼다. 그러자 정권은 밀리기 전에 쐐기를 박으려고 한미FTA 날치기를 강행했지만 도리어 거리에서 반대 투쟁을 만났다.

집권당이 거듭 역풍을 맞던 국면에서 선관위 디도스 공격이 한나라당의 소행으로 밝혀졌다.이것은 결정타로 보였고, 한나라당은 실질적인 해체 위기에 직면했다. 정권 내부에서 서로를 겨눈 생존 투쟁이 시작됐고, 그 결과 정권 실세 비리가 연이어 폭로됐다. 탈당 소동도 일어났다.


물타기


집권당 해체 위기를 막으려고 긴급 투입된 것이 박근혜였다. ‘공공의 적’ 이명박을 대신해 박근혜가 해야 할 첫째 임무는 한나라당 당권을 장악해 집권당을 향한 대중적 분노에 물타기를 하며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둘째는 그 과정에서 민주당을 국회로 다시 불러 들이는 것이었다.
 

MBC 자막 실수 뉴스. 새누리당 로고 패러디 버전. 한나라당 로고의 민소희 버전.


민주당이 지배계급의 제2당으로서 박근혜 비대위를 구원해 줬다. 애초부터 한미FTA 반대에 진정한 열의가 없었던 민주당이 투쟁 시늉마저 팽개치고 연말에 조건 없이 등원해 버린 것이다.

야권연대에 집착하며 민주당 꽁무니를 좇던 진보진영은 뒤통수를 맞았다. 그럼에도 박근혜 비대위의 본질을 폭로하며 공세를 늦추지 말아야 했다. 집권당의 자중지란 위기는 새해에도 계속됐기 때문이다. 친이계 고승덕이 친이계의 전당대회 돈봉투 건을 터뜨린 것이다.

사실 이명박 세력의 비리가 계속 터지는 것은 박근혜에게도 괴로운 일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세력도 청산돼야 할 낡은 부패 세력의 일부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또 한나라당이 해체 위기를 벗어나려면 공공의 적이 된 이명박과의 차별화에 성공해 대중적 공분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그 차별화 자체가 친이계와의 분열 위험을 안고 있는 목표다.

사실 박근혜도 그런 모순된 처지를 알기 때문에 비대위 내부 강경파들의 ‘정권 실세 용퇴·탈당론’과 거리를 둬 왔던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 비대위는 디도스 특검법을 도입하겠다면서 막상 본회의는 열지 않는 등 꼼수로 대중적 분노의 열기를 식히는 데만 급급해 온 것이다.

인적 쇄신’ 대신 박근혜가 우회로로 택한 것이 당명 변경과 당 정강·정책의 중도화다. “큰 시장, 작은 정부의 기조”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추구한다는 기존 정강을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강한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 경제 민주화를 실현한다”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

사실 신자유주의 이명박 정부도 2008년 금융 위기 직후 2백조 원에 육박하는 지급 보증을 하는 등 정부 개입이 결코 적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도 말로는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집권했지만 비정규직 악법을 추진했고 부자 감세와 한미FTA를 추진했다.

따라서 2007년 대선 때만 해도 ‘줄푸세’라며 강경한 신자유주의를 주장했고, 1퍼센트 특권정책의 종합판인 한미FTA 날치기에 적극 동참했던 박근혜의 ‘변신’은 눈속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것을 대단한 변화인양 홍보할 수 있는 것은 거리 투쟁이 가라앉고 저들이 말하는 일상적 의회정치가 복원돼 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최근에도 한미FTA 발효, 석패율제 등을 합의한 것에서 보듯, MB 심판보다 자본가당 간의 양당 구도 복원에 더 열심이었다.

한편에서 양당 구도 복원을 하는 과정에서 양당이 ‘좌클릭’을 경쟁적으로 했다는 것은 시사적이다. 이것은 완전하진 않지만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완충지대로서 이들 정당들의 변신·외연확장성을 [물론 과장해서도 안 되지만[각주:1]] 일면적으로 무시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그 점에서 통합진보당이 양당 구도에 협착된 것은 주체 역량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런 객관적 상황 변화와 의도적 배제에서 비롯했다고 본다.)


2중대
 
 

결국 이런 과정 속에서 1월 하순부터는 집권당이 끝도 모르던 추락에서 잠시 숨을 둘린 듯하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박근혜와 문재인의 지지율이 다시 오르면서 안철수와 진보정당들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도 두 당과 보수 언론들이 줄기차게 양 당의 좌클릭 효과를 과장하면서 진보정당을 배제하려는 노력을 펴면서 지배계급 양당 [공존] 구도가 복원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진보진영이 이명박 정권은 어차피 끝났다면서 선거 때 심판하자며 지금 아무런 정치적 동원을 하지 않는 것은 정확한 세력관계 평가와 그에 따른 진정한 과제를 외면하는 것이다

오히려 그 사이에 한숨 돌린 이명박은 희망버스 계좌를 뒤지고 참가자들을 소환하는 등 뒤통수를 치려고 하고 있다. 한미FTA 발효도 준비하고 있다. KTX 민영화도 하려 한다. 심지어 한중FTA를 추진하려 하고노동시간 단축을 명분으로 조직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 조건도 공격하려 한다. 

그래서  통합진보당이 민주당에게 먼저 야권후보 단일화를 먼저 제안하며 선거 국면으로 초점을 옮기는 것은 실수다. 저들에게 시간만 벌어주는 격이고, 그리 해서는 애초에 선거가 저들에게 유리한 전투 장소이므로 선거전도 오히려 힘들게 치를 수밖에 없다.

연말 한미FTA 투쟁 같은 거리 투쟁의 재개를 모색해야 한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거리의 여당이었고,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은 상승했었다. 여전히 기회는 있다.
 

집권당의 위기 요소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추락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명박과 한나라당 지지율은 지난해 말 곤두박질친 뒤로 회복 조짐이 아직 없다.

 
이명박의 부패 추문과 집권당의 내분도 쉬이 가라앉진 않을 것이다. 박근혜의 말뿐인 정강·정책 쇄신 ―경제민주화 포함과 흡수통일 배제 ―를 두고도 정몽준은 “정치적 계산으로 개입하면 할수록 꼬이는 것이 경제”라며 반발했고, 박세일은 “무원칙”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대중에게 계속 진정성 있는 개혁으로 비춰질지도 의문이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말대로 “한미 FTA를 이대로 발효되게 둔다면 경제민주화 정강정책을 아무리 넣어봐야 소용이 없다.” 박근혜가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임명한 검사 출신 정홍원은 2007년 대한 변협이 삼성 X파일 특검 때 그를 특별검사 후보 중 하나로 추천했을 때 친삼성 인사라고 항의를 받았던 인물이다.

박근혜의 두 마리 토끼 잡기는 여전히 모순 속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국정조사나 디도스특검법 등 한나라당의 협조가 필요한 국회 차원의 요구만 제기할 것이 아니라 거리로 나와 정권에 대한 대중적 항의를 불러 일으켜야 한다.
민중의 힘 같은 공동 투쟁을 위한 상설연대체는 이럴 때 구실을 하라고 만든 것 아니겠는가. 그래야 박근혜 비대위의 모순을 더 키워 집권당의 분열과 위기를 더 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조직 노동자들 일부가 보여 준 투지는 그런 투쟁 건설이 가능하다는 조짐을 보여 줬다. 현대차 노동자들이 연초에 하루 파업으로 요구 조건을 상당히 따냈고, MBC노조도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파업을 막 시작했다.

현 집권당이 직면한 위기의 깊이를 볼 때, 진보진영이 이런 투쟁들을 모아 정권 자체와 대결하는 투쟁을 진지하게 건설한다면 집권당의 위기를 진보 대안 건설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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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를 과장하면, 빅텐트론(야권단일정당론)처럼 독자적 진보정치의 존재 의의를 인정하지 않게 될 수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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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덕이 한나라당을 최종 정리하는 역할을 할 줄이야.” 정두언의 탄식이다.

2008년 당 대표 경선 당시 박희태 쪽에서 돈봉투를 뿌렸다는 폭로는 풍전등화의 한나라당을 ‘올킬’하는 태풍이 되고 있다. 차떼기당·성나라당에 이어 ‘돈봉투당’이 된 것이다. “깊은 한숨이 전염병처럼 방을 돌았다”는 1월 초 한나라당 의원 오찬 풍경은 이런 위기감의 한 단면이다.

난파선의 침몰이 시작되면서 여기저기서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가히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다.

친이계와 연합해 박근혜를 견제하던 정몽준은, 총부리를 돌려 친이계가 당시 자신을 견제하려고 박희태를 지원했다고 폭로했다. 사실상 돈 살포 배후로 이명박과 이상득을 지목한 것이다.

홍준표는 친이계 핵심 안상수와 겨뤘던 2010년 당대표 선거에서도 돈과 향응 제공이 있었다고 폭로하더니, 10일에는 이명박과 박근혜가 겨룬 2007년 대선 경선에서도 돈봉투가 돌았다고 폭로했다. 대선 경선 돈봉투 의혹 폭로에는 친이계 출신 원희룡도 가세했다.

돈봉투 자금 출처로 이명박의 대선 잔금도 거론된다. MB 측근인 청와대 정무수석 김효재가 돈배달을 했다는 의혹이 일자 검찰은 돈봉투 전달자가 박희태의 비서라고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김효재와 박희태(의 비서들은) 모두 돈봉투와 디도스 의혹에 연루돼 있다. 박희태는 이명박과 이상득의 지원으로 당대표를 하고 국회의장까지 올랐다.

이제 한나라당과 정권 실세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냈던 인명진도 비례대표 돈 공천 의혹을 제기했다.

이상득을 캐던 검찰은 이명박 정권에서 이상득·강만수 못지 않은 실세인 방송통신위원장 최시중의 뒤를 캐기 시작했다. 수백 억 규모의 비리 의혹이다. 게다가 ‘상왕’ 이상득은 물론이고 내곡동 사저 의혹으로 부인과 아들도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이 개입된 게 분명하다면 대통령 탄핵 사안”이라는 선관위 사이버테러 사건도 여전히 이명박의 뒷목을 잡고 있다.

한편, 검찰은 디도스 사건이 최구식과 박희태의 비서 둘이 공모해 ‘공을 세워 윗선에 더 잘 보이려고 일으킨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공을 세우려고 범행을 기획·실행했다는 비서관들이 범행 전 또는 범행 성공 뒤 ‘의원님’들께 ‘전과’를 왜 알리지 않았는지 여전히 미스터리다.

이상득과 최시중을 건드린 검찰의 이런 허술함이 오히려 청와대 개입설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 관계자는 돈봉투 사건을 두고 “실비를 보전해 주는 관행까지 문제 삼아 의혹을 제기하면, 여야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어리석게 돈 살포를 두둔해 제 무덤을 파는 언행을 계속하고 있다.

이명박으로선 레임덕을 넘어 자칫 데드덕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데드덕


일부에서는 박근혜 쪽에서 친이계를 공격하고 물갈이 하기 위해 ‘돈봉투’를 터뜨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음모론은 지금 한나라당이 직면한 위기를 과소평가하는 것이고 박근혜 비대위의 상황통제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생각은 ‘주류 엘리트가 지배하는 집권당의 부패와 정치 위기’라는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지금 상황은 누구의 음모로 누가 희생되는 문제가 아니다. 한나라당 주류 모두 부패의 주범이고, 바로 그 때문에 폭발 직전인 대중의 불신과 분노가 원심력으로 작용해 분열과 해체 위기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BBK 소방수를 자임해 2008년 공천을 받은 뒤 “이상득의 양아들”이란 소리까지 들었던 고승덕이 공천 갈등 속에서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 자체가 원심력이 더 커진 현 위기의 방증이다.

이런 상황은 비대위로 전면에 나선 박근혜에게도 치명타다. (박근혜의 전력과 본질을 더 알고 싶으신 분은 링크한 기사를 참조하시오. ☞ 바로 가기

우선 강경 친이계 일부(와 비리 혐의자들)이 박근혜 음모론을 믿고 보복 폭로를 하려 한다면 그것은 또다른 부패 폭로 아귀다툼 복마전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박근혜 라인도 한나라당 부패한 우파 정치의 중심에 서 왔던 세력이기 때문이다. 

△명박과 친박 모두 쪽박찰 날이 임박하고 있다. 틈을 주지 말고 투쟁으로 압박해야 한다. ⓒ사진 출처 청와대


박근혜로 치면, 박정희 독재의 정치적 복권을 추구하고, 박정희가 부정축재한 자산으로 떵떵거리며 살아온 것이다. 또 박근혜는 2002년과 2008년 두 번이나 한나라당에서 분열한 전력이 있다.[각주:1] 누가 누굴 몰아세울 처지가 모두 못 되는 것이다

박근혜가 우파적 부패 정치를 청산하려면 자기 살점을 베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적전 분열은 박근혜의 대선가도에도 치명타다. 
그래서 박근혜는 인적 쇄신론과는 약간 거리를 두고, 정책 쇄신론에 비중을 둬 온 것[각주:2]이다. 대선에 도움을 받으려면 이명박과 완전히 갈라설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박근혜와 이명박 사이에 퇴임 후 안전 보장 등을 놓고 밀약이 있다는 설까지 나온 바 있다박근혜는 한나라당 정강에서 “보수” 용어를 삭제하자는 의견은 ‘논의된 바 없다’고 즉답을 피했지만, ‘현정권 실세 자진 용퇴론’은 개인의 의견이라며 분명하게 거리를 뒀다

그러나 이제 박근혜 비대위도 어쩔 수 없이 검찰에 돈봉투 의혹 등을 수사해 달라고 의뢰해야 하는 처지다. 박근혜의 바람과 달리 ‘헤쳐모여 식 재창당론’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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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정두언, 남경필 등 친이계 출신 쇄신파들은 해체 후 재창당이 아니면 탈당하겠다고 박근혜를 압박했다. 사실상 이명박과 결별하자는 것이다. 자칫하면 한나라당이 난파선에서 유령선으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11일 열린 박세일의 자칭 중도신당 창당발기인대회에는 예전 같으면 한나라당 공천 후보로 줄을 섰을 전직 의원과 고위 관료 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그러나 창당을 주도한 인물들의 면면만 봐도 ‘보수낡은당’인 이 당은 한나라당을 대체하기보다 보수대분열의 한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만사돈통당


그것은 쓰나미 같은 반한나라당 태풍의 뿌리가 반보수·반특권층 정서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 돈봉투 의혹이 터지기 전 여론조사에서 이미 한나라당의 쇄신을 믿을 수 없다는 답변이 절반을 넘었고, ‘이 당의 가장 큰 문제점이 부자정당’이라는 응답이 40퍼센트나 됐다.

최근 <한국일보> 여론조사에서는 2004년과 비교해 자신이 보수 지향이라는 답변이 8.5퍼센트나 줄었다. 특히 20·30대는 자신의 성향이 보수라는 답변이 11퍼센트 남짓에 그쳤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층에서조차 “보수” 용어 삭제에 절반이 찬성했다.

따라서 박근혜의 딜레마는 계속될 것이다. 아무리 중도층에 구애를 해도 어지간한 변화로는 반한나라당 정서를 달래기 힘들 것이 분명하다. 오히려 강경 우파들이 작은 변화마저도 ‘좌파’ 운운하며 반발해 ‘보수대분열’만 낳을 가능성이 더 크다.

박근혜식 공천 쇄신이 동아줄이 되기도 힘들 것이다. 상황이 워낙 더러워서 이름값 있는 누구라도 이런 시궁창에 오길 꺼릴 것이 분명한 데다, 백번 양보해 설사 1급 청정수를 갖다 붓는다 해도 시궁창에 부은 물이 1급 청정도를 유지할 순 없다.

민중당 출신의 이재오와 ‘따먹문수’, 사법 정의를 지키는 소신 개혁 검사로 이름 날리던 ‘보온상수’와 ‘막말준표’, 이들 모두 1996년 신한국당 창당시에는 성공적인 개혁 공천으로 불렸다. 2000년 총선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영입 인사는 오세훈이었다.

10년이나 야당으로 지낸 뒤에는 그 때처럼 쌈박한 영입이 쉽지 않은 듯하다. 이명박이 주도한 2008년에조차 조전혁과 강용석 따위가 세대교체 영입파들이었다.

그럼에도 저들은 역겨운 쇼를 하며 일부를 달래 불만을 무마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돌려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칠 것이다.

이미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비대위는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회의’ 등을 개최하며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좌파 마녀사냥을 다시 확대하려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거짓말과 꼬리 자르기를 통해 디도스와 돈봉투 사건을 적당히 덮어 버리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위기를 무마할 시간을 주지말고 밀어붙여야 한다. 총선까지 기다리지 말고 뿌리부터 썩은 정권에 대한 분노를 지금부터 행동으로 조직해야 한다.

최근 유사 전례로 비교되곤 하는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도 처음엔 사건 주범 모두 진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2년 만에 대통령 닉슨이 사임하는 사태로 발전했다. 베트남전 반대 운동과 흑인 민권운동 등이 정권의 위기를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1퍼센트 특권층 정치의 위기’를 진보 대안 세력의 성장 기회로 삼으려면 정권을 총체적으로 반대하는 대중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 이 글은 축약해 <레프트21> 73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1. 2002년은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만들었다고 복당했고, 2008년엔 자신만 남고 공천탈락한 친박계들을 탈당시켜 친박연대로 선거에 임했다. [본문으로]
  2. 박근혜 비대위는 정책적으로 완고한 신자유주의보다는 국가 개입을 상대적으로 강조하는 경향 정도로 볼 수 있겠다. 물론 이를 두고 완전한 중도화라거나 커다란 차별화라고 볼 순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예민한 정국에서는 미묘한 정책적 차이가 훨씬 더 큰 정치적 균열에 이바지할 수도 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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