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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11 카다피 독재와 서방 제국주의는 공범


한국에서 일부 자주파 인사들은 카다피를 반제국주의 지도자로 묘사해 왔다. 반대로 일부 개혁주의자들은 카다피의 독재가 서방의 인권ㆍ민주주의 가치와 대립해 왔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그러나 둘 다 진실이 아니다[각주:1]

카다피가 1969년 쿠데타로 미군과 영국군을 몰아내고 석유를 국유화해 일부 복지를 제공하기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의 정치체제가 민주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복지 제공이 지속적이었던 것도 아니다.

1980년대 미국 대통령 레이건은 카다피를 “미친개”로 불렀다. 그는 1986년에 카다피를 죽이려고 트리폴리를 폭격했다. 60톤의 폭탄이 쏟아졌고 카다피의 수양딸 등 수백 명이 죽었다.

그가 한때 팔레스타인 해방 투사들의 피신처를 제공하고, 시리아, 이집트 등과 아랍연방을 구성하려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짐바브웨의 무가베 같은 제3세계 독재 정부들도 후원했다.

그는 이처럼 한때 제국주의와 갈등했지만, 그것을 독재 정당화에 이용했다. 서방과 갈등이 (베네수엘라 차베스처럼) 진정한 사회 진보를 두고 벌인 갈등도 아니었다. 

그런데 2003년부터는 태도를 바꿔 제국주의에 빌붙어 왔다.
그는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했고, 2003년 이라크전쟁에서 미군이 초기에 이라크 정권을 무너뜨리고 후세인을 사형시키는 것을 본 뒤, 완전히 항복했다.

미국은 실체도 없는 대량살상무기 개발 계획을 포기하라고 압박했는데, 2003년 12월 카다피는 결국 대량살상무기 포기 선언을 했다.


미국은 그 대가로 2004년 리비아와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고 경제 제재를 해제했다. 2006년에는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다.

그뒤, 서방 지배자들은 카다피를 “지역의 실력자”로 부르며 유착 관계를 형성하고, 리비아의 석유 자원 수입, 유전 개발과 각종 건설 투자, 무기 수출로 돈벌이에 나섰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중동 지역의 동맹이 절실했던 미국에게 ‘반미 투사’로 알려진 카다피의 지지는 전쟁의 이데올로기를 선전하는 데 매우 소중했다. 승전 가능성이 적어질수록 미국 지배자들에게 중동에서 동맹의 존재가 중요해 졌다.

유럽 열강들도 원유 매장량이 세계 8위이고 지중해와 접한 리비아와 관계 개선 상황을 한껏 이용했다. 카다피의 ‘안정적인’ 통치와 석유 독점 때문에 서방 강대국들은 카다피와 유착을 통해 안정적으로 전략적·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려 했다.


서방 열강의 제국주의자들에게는 중동 혁명의 와중에도 석유 밖에 보이는 것이 없다. 출처: http://atopy101.com, stitch님의 작품.



전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는 “리비아가 서방과 돈독한 파트너가 되면서 전 세계가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미 국무부 대변인 숀 맥코믹도 “리비아는 … 미국과는 물론 국제사회와 건설적인 관계를 맺고 있고 앞으로 발전 여지도 많다”고 말했다.

2004년 영국 블레어, 2007년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 2008년 미 국무장관 라이스가 카다피와 회담하려고 리비아를 방문했다.

선두주자는 카다파의 서방 질서 편입 과정을 중재한 영국 블레어였다.
블레어는 회담과 동시에 영국계 석유기업 셸과 BP의 유전(석유와 천연가스) 개발권을 확보하고 미사일과 방공시스템, 시위 진압 장비 등도 판매했다.


블레어는 리비아 장교들을 영국사관학교 샌드허스트에서 교육시키고 군사자문단을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과거 리비아를 식민 지배했던 이탈리아에서 부패 총리 베를루스코니는 2008년에는 식민지배 피해 보상 명목으로 25년간 50억 달러를 개발 원조하겠다는 협정을 카다피와 맺었다.

이탈리아는 지금 EU 회원국 가운데 리비아에 무기를 가장 많이 팔고 있고, 전체 석유 수입의 4분1 가까이를 리비아에 의존한다.


2007년 정상회담 후 프랑스도 원자로와 비행기, 군수물자 등을 1백억 유로어치 판매했다.


미국의 전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는 2008년 리비아 방문 때 카다피에게서 20만 달러가 넘는 선물을 받았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양국 관계 개선 전망에 매우 흥분해 있다”고 카다피에게 전했다.

이때 카다피는 15억 달러를 미국 정부에 배상했고, 미국 석유기업들은 이 돈을 대줬다. 미국은 그동안 러시아 다음으로 리비아에 무기를 가장 많이 판 나라다.

서방 지도자들은 2009년에는 카다피를 G8 회의에 초청했고, 유엔총회에서 연설할 기회를 주기도 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G8회의에 나란히 초청된 카다피와 이명박. 이명박은 독재자와 잘 통했다. 이 회의 후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카다피가 갑자기 내 손을 잡고 흔들며 뭐라고 말을 막 하더라. … 내 말에 굉장히 감동받은 것 같은데 어느 대목에서 감동받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진 출처: 청와대 웹사이트



카다피도 화답했다.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정부에게 유전 개발 등 거액의 사업권을 줬고, 자유시장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카다피는 2008년 ‘혁명’(사실은 쿠데타) 39주년 연설에서 “내년 초부터 자유시장 경제 조처들을 도입한다”며  “자본주의 체제를 도입하면 걱정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서방과 카다피 모두 위선자인 것이다.

서방의 강대국들은 카다피가 저항 세력을 학살하도록 무기와 돈을 제공한 당사자다. 서방 지배자들이 민주주의 운운하거나 인도주의적 군사 개입을 말할 때 그것은 다른 속셈을 감추려는 것일 뿐이다.

카다피가 ‘주권’을 말하는 것도 위선이다. 그가 해외에서 용병을 불러들이는 데 쓰는 돈은 막대한 석유개발 이권을 독점해 다국적 기업들에게 나눠 준 대가로 받은 돈이다.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은 중동을 순방하며 무기 세일즈를 한 직후에 ‘카다피의 학살을 막아야 한다’며 위선을 떨었다.

그가 “영국이 아랍 정상들에게 무기를 판매하는 것은 전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하고 얘기하는 동안 리비아 학살 동영상에는 영국제 장갑차가 진압에 사용되는 장면이 나왔다.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정책자문위원장을 지낸 ‘네오콘’ 리처드 펄은 세계적 컨설팅 기업인 모니터그룹 소속으로 연간 3백만 달러를 받는 카다피 자문팀에 참여해 왔다.

오바마 정부도 불과 몇 달 전에 카다피와 무기 수출 계약을 추진한 바 있다. 카다피는 ‘테러와의 전쟁’을 돕겠다며 미국의 전투기, 헬기, 탱크를 수입해 왔다.

결국, 카다피는 반제국주의이기는커녕 제국주의에 빌붙어 온 독재자일 뿐이고, 서방은 카다피의 독재와 학살을 도와준 공범들일 뿐이다.

서방 강대국 지배자들이 카다피를 단죄하려 한다면, 그것은 카다피가 더는 안정적으로 리비아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해 주지 못한다고 판단했을 때일 것이다. 패권과 석유 자원을 위협하는 민중혁명을 차단하려고 결심했을 때인 것이다.

이명박과 카다피의 유착 관계

한국은 카다피의 학살 만행을 공식적으로 비난하지 않은 나라 가운데 하나다. 

외교부가 지난주 유엔의 인도적 지원에 6억여 원을 내겠다고 발표한 것이 대응의 전부다.

한국 기업들이 리비아가 경제를 개방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건설기업들이 현재 리비아에서 따낸 공사 수주액은 40조 원이 넘는다. 

2009년에 이명박은 G8 회의에서 만난 카다피가 “[아프리카 개발에 도움을 주겠다는] 내 말에 굉장히 감동을 받은 것 같다”며 흡족해 했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지난해 7월 리비아에서 과도한 첩보 행위가 발각돼 국정원 요원들이 추방됐을 때, 이명박 정부는 ‘형님’ 이상득을 카다피에게 특사로 보냈다. 

당시 이상득은 “용서해 달라”며 “양국 정상이 서로 방문하고 새로운 관계로 발전시키자”고 카다피를 달랬다.


※ 이 글은 축약해 <레프트21> 52호에 실렸습니다. ☞카다피와 서방의 공범 관계이명박과 카다피의 유착



  1. 의도는 다르지만, 두 견해 모두 카다피 식의 제3세계 독재를 반제국주의 국가로 보는 공통점이 있다. 예를 들어, 최병천은 리비아나 북한식의 ‘반제론’은 틀렸다며 서방의 제국주의적 개입 지지론을 정당화한다. 이에 대해서는 http://left21.com/article/9399를 보라. 이 기사를 보완한 포소트도 곧 올릴 계획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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