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탄압은 노동계급 운동을 겨누고 있다



우익과 통치자들은 진보당 지도부 일부의 사상이 북한 체제에 우호적이라는 정치적 약점을 이용해 탄압의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했다. 남북 통치자들 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그런 정치가 눈엣가시이기도 했을 것이다. (부분적으로는 장기 집권을 위한 선거 대책 차원에서 야권연대 분열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 전혀 혁명적이지 않은 진보당을 사상 탄압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진보당이 노동계 진보정당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노동운동이 급진적 정치사상과 만나 기존의 지배질서에 도전하는 방향으로 성장하지 않도록 ‘종북·내란’ 운운 호들갑을 떨며 본보기를 삼으려 한 것이다.


다시 말해, 국가보안법과 형법 제90조를 이용해 사상 탄압은 급진적 정치사상들을 노동운동 안에서 고립ㆍ격리하려는 박근혜와 우익ㆍ통치자들의 시도의 하나다. 특히, 궁극적으로 혁명적 사회주의 사상이 노동운동과 만나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다.


그런 점에서 종북, 친북 같은 것은 사실 90퍼센트는 빌미다. 이번 재판에서도 검찰과 재판부는 북한과 연계됐다는 점은 정작 거의 다루지 않았다. 검찰은 1심 구형에서 “북의 지령이 없더라도 독자적 정세판단 후 군사적 행동을 할 수 있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했다. 


실제로 북한과 관계가 없거나 북한 체제를 혁명적으로 비판해 온 사회주의자들도 이 법들의 처벌 대상이 돼 왔다. (이 글이 나간 후 북한에 비판적인 옛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 지도부 출신들이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상 유죄를 확인 받았다. 다행히 집행유예이긴 하지만 말이다. 1990년대에는 북한을 사회주의가 아니라 국가자본주의라고 규정한 ‘국제사회주의자들’이 10년 동안 1백 명 넘게 구속된 바 있다.)


이것은 저들이 처벌하고 옥죄려는 것이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라는 뜻이다. 사상과 표현, 결사의 자유는 자본주의의 오물에 맞서야 하는 노동계급에게는 필수적인 수단이다.


칼 마르크스의 말처럼, 사상이 수백만 대중을 사로잡아 물질적 힘이 될 때, 진정으로 그 위력을 발휘한다. (자본주의의 이윤을 생산하고 따라서 언제든지 멈출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노동운동이 이렇게 발전하는 것을 막으려고 지배자들은 사상의 자유 자체를 가로막고 탄압하는 것이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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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재판

자유민주주의의 낮은 기준도 지키지 않는 마녀사냥 중단하라




11월 12일 내란음모 의혹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국가정보원의 녹취록 왜곡이 2백72곳이나 되는 사실이 드러났다. “선전수행”이 “성전수행”으로, “구체적으로 준비하자”는 “전쟁을 준비하자”로, “전쟁 반대 투쟁을 호소”는 “전쟁에 관한 주제를 호소”로 바뀌었다. 


국정원은 “의도가 있거나 왜곡을 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양심의 자유를 무시하는 자들이 자신들의 양심은 그냥 믿으라니 설득력이 없다. 


게다가 이런 부실한 증거들을 가지고 법무부는 ‘RO’가 통합진보당의 지도그룹이라며 위헌 정당 해산 청구까지 했다.


결국 지금으로선 경찰 첩자 구실을 한 자가 제공한 동영상ㆍ음성 파일, 증언이 검찰이 유죄라고 내놓은 거의 유일한 증거다. 이는 국정원의 핵심 방식이 침투와 파괴 공작이었다는 점을 보여 준다. “내부 사람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전 국정원장 원세훈) 


침투 공작은 직접적으로 운동과 조직을 파괴할 뿐 아니라, 그 내부에 불신과 공포, 회의감을 조장해 간접적 파괴 효과도 낸다. 야비하고 비열하기 짝이 없는 비도덕적 수단인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국정원은 개인의 곤란한 사정을 이용해 교활한 협박과 매수로 첩자 구실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저들이 침투 파괴 공작을 해서라도 단죄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일부 지도자들이 친북 사상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진보당 자체는 의회민주주의의 규칙을 따라 선거를 통한 집권을 추구해 왔다. 이른바 RO 모임이 열린 지난해 5월경 진보당의 실제 강조점도 평화운동 건설에 있었다.  


그러므로 정부가 내란음모 사건을 터뜨리고 진보당을 위헌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활동의 위법성 이전에 특정한 사상(양심)을 문제 삼는 것이다. 이 재판을 사상의 자유 자체를 위축시키려는 사상 재판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이는 또한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구속자들이 즉각 석방되고 무죄 판결을 받아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재판의 진정한 쟁점


아무리 한계와 흠이 많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일지라도, 혁명적 사회주의 사상이든 친북 사상이든 말과 글로 표현할 자유를 허용해야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라 부를 수 있다. 


그래서 이 재판에서 ‘RO’의 실체나 조작 여부는 진정한 쟁점이 아니다. 내란이든 친북이든 내놓고 토론할 자유도 없는 사회를 어찌 민주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자유주의적일 수도 없다. 


최소한의 형식적 자유를 보장해야 자유주의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라 부를 수 있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는 노동계급의 사상과 표현, 결사의 자유 보장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마녀사냥식 재판에서 유린되고 있는 것은 단지 입증되지 않은 친북 사상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들 그 자체다.


박근혜의 우익 정부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이름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일부 훼손하는 것은 그들이 자본주의 계급지배 질서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데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에서 비롯한 경제ㆍ안보 위기 때문에 우익 통치자들이 더 노골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퇴행이 아래로부터의 저항에 부딪히지 않고 무사 통과되기가 그냥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그렇기를 바라야 한다. 


결국 이 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탄압이 궁극으로 겨누는 것은 계급지배 질서에 도전하는 사상과 운동들이다.



※ <레프트21> 116호에 실렸습닌다. ☞ 바로가기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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