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티격태격하다 ‘노동개혁’ 법안 합의 처리할 수도 있다



<노동자 연대> 164호 | 발행 2015-12-23 | 입력 2015-12-23



박근혜가 12월 22일 개각을 단행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실시한 개각의 요점은 최경환을 총선에 내보내고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유일호를 주저앉혀 새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만든 것이다.


신임 경제부총리는 박근혜표 ‘경제 살리기’ 법안들(기업 지원, “노동개혁”)의 국회 통과를 진두지휘해야 한다. 공공, 금융 등 “4대 개혁”도 추진해야 한다. 시장주의적 성장론자이자 박근혜의 심복 유일호를 그 자리에 내정한 까닭이다.


그런데 현역 의원인 그는 총선에 나가려고 바로 한 달 전에 국토교통부 장관을 사퇴했다. 반대로 최경환은 “국가비상사태”라더니 총선 출마를 위해 국회로 돌아갔다. 친정체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정권의 녹록지 못한 처지를 보여 준다.


“노동개혁” 입법을 계속 추진할 심복 부총리도 필요하지만, 내년 총선 공천권 등에서 김무성·유승민 등을 견제할 당내 카드도 필요한 것이다. 기업주들을 위한 입법도 이뤄내고, 권력 누수도 막겠다는 몸부림인 셈인데, 조중동 같은 기업주 언론마저 개각을 비판한다.


그만큼 범여권이 일사불란하지 않다. 새누리당 소속인 국회의장 정의화가 개악 법안들의 직권상정(사실상 날치기)을 거부해 박근혜가 체면을 구겼다. 이 때문에 최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박근혜의 일방통행 스타일에 불만을 드러냈다. 물론 정의화가 입법부 수장으로서의 자존심을 세우는 수준 이상으로 버티진 않을 것이다. 그는 12월 22일에 쟁점 법안 합의를 중재하려고 시도했다.


무엇보다 온갖 탄압과 협박, 집회 금지 조처를 남발했지만, 경찰은 세 차례의 민중총궐기 집회를 막지 못했다. 11월 14일 대규모 민중총궐기(실제로는 노동자대회+α)에 이어 두 차례 더 이어진 민중총궐기는 노동자들이 박근혜 정권에 맞서 완강하게 싸우고 있음을 보여 줬다.


야당을 압박하려고 대통령 긴급명령권 얘기도 나오지만, 최근 박근혜 지지도 조사에서 부정적 답변이 한 달여 만에 50퍼센트를 넘는 여론의 역풍도 불고 있다.


“반기업으로 보이면 안 된다”


한편, 12월 16일 박근혜 정권을 “신독재”라고 규정한 새정치연합 문재인은 같은 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떤 법을 ‘재벌특혜법’이라는 식으로 규정짓고 논의 자체를 거부한다면 반기업 집단처럼 비칠 수 있다”며 쟁점 법안들의 논의 재개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1일 문재인은 김무성을 만나 각종 개악 법안들의 상임위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노동자 표를 의식해서 ‘악법 반대’ 꼬리를 흔들고는 정작 당론을 결정할 때는 ‘반기업 집단처럼 보이면 안 된다’는 계급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지금 새정치연합은 안철수의 탈당(과 동조 탈당)으로 어수선한데다 당내 주도권 쟁투로 말미암아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엇박자를 내면서 어제 한 말 다르고 오늘 한 말 다를 만큼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와중에도 새정치연합이 자본가들을 의식해 쟁점 법안 처리 의사를 밝혀 왔다는 점이다. 새정치연합은 “노동개혁 법안 반대”가 아니라 “합의 처리”를 말해 왔음을 알아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새정치연합의 행보에 노동자들의 삶과 조건을 의탁해서는 안 된다.




- 독자·지지자 들의 후원으로 운영하는 노동자 정치 신문을 정기구독/후원 하세요! 
정기구독하기 | 후원하기 (1천 원부터 가능)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12·2 여야 밀실 합의 이후

박근혜의 ‘노동개혁’ 강공을 막아야 한다



<노동자 연대> 163호 | 발행 2015-12-09 | 입력 2015-12-09



12월 7일 박근혜는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과 원내대표 원유철을 청와대로 불러 개악 법안들을 조속히 통과시키라고 재촉했다.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 법안들 ... 손도 못 대고 계속 걱정만 한다. 한숨만 쉬면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느냐”, “내년에 ... 선거를 치러야 되는데 정말 얼굴을 들 수 있겠느냐”, “늦어지면 [경제가] 다 죽[는다] ... 죽기 전에 치료도 하고 빨리빨리 살려 놔야지.”


“노동개혁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법 등 즉시 통과시키려는 법안들이 경제 위기 심화 속에서 ‘기업 살리기’를 위한 것임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특히 고통전가를 위한 노동 개악 입법화에 기업주와 정부, 여당이 얼마나 목매고 있는지 보여 준다. 한국 경제 상태가 심상치 않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기업살리기’ 법을 통과시키라는 것이다.


박근혜는 테러방지법도 강조했다. “대한민국이 테러방지법조차 없는 게 전 세계에 알려지면 얼마나 테러를 감행하기 만만한 나라가 되겠는가.” “혼이 비정상”인 것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고이지만, 집회에 참가해 마스크를 썼다고 시위대를 ‘테러리스트’에 비유하는 대통령이 테러방지법을 강조하는 것은 이 법이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단속도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컨대, 박근혜는 경제 위기가 본격적으로 깊어지는 국면에서 이에 대한 저항을 막으려고 친기업·반노동 악법을 제정하고 억압 조처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것이 민중총궐기 살인 진압과 이후 민주노총에 대한 집중 탄압의 배경이다. 


민주노총 본부와 금속노조를 포함한 8개 노조 사무실 동시 압수수색, 위원장 등 조합원에 대한 구속과 체포영장 남발, 독재정권 때나 쓰던 형법상 소요죄를 끄집어내 민주노총을 폭동단체로 몰아 가기 등. 


강공


이런 강경 탄압은 살인 진압 면피용일 뿐 아니라, 무엇보다 사전에 기선을 제압해 ‘노동개혁’에 맞선 민주노총 파업을 약화시키하려는 술책들이다. 노조 상층 지도자들의 조직 보존주의를 자극해 그 일부가 투쟁을 회피하도록 만들고, 이를 이용해 전열을 흐트러뜨릴 속셈일 테다.


박근혜 정권은 흔히 그랬듯이 12월 5일 제2차 민중총궐기 금지, 참가자 전원 검거, 복면 착용시 가중 구형 등 혹독한 탄압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런 강경수가 뜻대로 관철된 것은 아니다.


행정법원은 집회를 허용했고, 총궐기 당일에는 민주노총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청소년들까지 5만 명(주최측 추산)이 참가해 도심을 행진했다. 이들은 노동 개악 중단,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철회,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과 살인 진압 책임자 처벌, 대통령 사과 등을 요구했다. 정부가 강경하게 탄압했음에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위축되지 않고 저항한 것이다.


사실 여당의 계산으로는, 박근혜가 새누리당 대표단을 불러 압박한 법안 상당수가 12월 2일 여야 원내대표 합의에 따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어야 했다. 애초에 지역 예산과 연계해 이끌어낸 그 밀실 합의의 목적이 박근혜 귀국 전에 개악 법안들을 처리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합의 목록 중 상대적으로 부차적인 관광진흥법과 국제의료사업지원법만이 통과됐고 나머지는 미처리 상태로 정기국회 종료를 앞두게 됐다.


최고 통치자의 통치스타일이 유신 스타일이라고 해서 유신 체제가 그리 쉽게 돌아오는 건 아니다. 지난 1년만 해도 비록 노동운동이 많은 투쟁에서 차질을 빚었지만, 그 과정에서 박근혜 정권도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물론 심각한 경제 상황 때문에 박근혜가 12월 ‘노동개혁’ 공세를 매우 강도 높게 밀어붙이겠지만, 결과가 예정돼 있지는 않다. 민주노총이 ‘노동개혁’ 법안심사가 재개될 시 즉시 실질적인 효과를 내는 총파업에 돌입해 파업을 지속한다면 박근혜의 강경수에 차질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새누리와 새정치연합의 부당 거래


새누리당은 이 법안들을 통과시키려고, 내년도 정부 예산 편성에서 총선용 지역구 예산을 챙기려는 새정치연합의 요구를 들어 줬다. 이미 예산 “증액 심사는 … 밀실 흥정으로 전락 ... ‘누이 좋고, 매부 좋은’식 거대 양당과 정부의 ‘잇속 챙기기’ 부당 거래로 변질되고 있[었]다.”(국회 예결위원이기도 한 정의당 서기호 의원의 11월 27일 브리핑)


그래서 새누리당이 개악 법안들을 통과시켜 주지 않으면 예산 수정 논의를 모두 폐기하겠다고 협박했을 때, 새정치연합이 12월 2일 원내대표 간 밀실 합의의 유혹을 거부할 수 없었던 것이다. 바뀐 국회법은 정부 예산안이 의결 시한까지 합의되지 않으면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


결국 총 3조 5천억 원이 ‘선거용’ 예산으로 자리바꿈했다. 그 대가로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이 통과됐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테러방지법, “노동 개혁” 법안 등도 통과될 위험이 커졌다.



새정치연합의 뻔뻔함은 그 당의 계급적 본질에서 비롯


여야 간 기막힌 밀실 합의로, 박근혜가 취임 후 여러 정치 위기 속에서도 거듭 위기를 넘겨 온 비결 하나가 다시 드러났다. 바로 새정치연합의 구실이다. 


12월 1일 민주노총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새정치연합 당대표 문재인은 노동 개악 5법 반대가 당론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몇 시간 만에 원내대표가 이를 뒤집어 버렸다.


문재인은 12월 6일 국회 토론회에서는 ‘비정규직 관련 개악은 반드시 막겠다’고 공언했다. 노동 개악 ‘5법 반대’에서 말이 또 바뀐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도 국정원이 감청과 금융정보 뒤지기를 손쉽게 하는 문제만 막으면 통과에 협조하겠다고 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관심 없고 자신들의 부패가 정쟁 차원에서 들춰질 것만 두려운 것이다.


이 당이 근본에서 (비주류일지라도) 기업주들에 기반을 둔 당이기 때문이다. 지금 기업주들은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위해 ‘노동개혁’에 찬성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이 당은 “노동개혁을 거부하는 것은 청년들과 나라의 미래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라는 박근혜의 기만성 협박을 이겨 낼 수 없다.


물론 새누리당보다는 지배계급 내 지위와 기반이 부차적이긴 하다. 그래서 그 약점을 만회하려고 포퓰리즘적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가끔 노동자·민중 운동의 힘도 조금은 빌려야 한다.


그래서 새정치연합이 특정 쟁점에서 일시적으로 (선거적 반사이익을 위해) 박근혜 정권과 충돌할 수는 있지만, 노동계급과 피억압 대중의 이익을 일관되게 편들 수는 없다.


그나마도 경제·안보 위기, 총선·대선 주도권 다툼, 지배계급과 포퓰리즘적 기반 사이의 모순된 압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내분에 휩싸여 있다.



새정치연합이 ‘노동개혁’을 막길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


이런 배경을 살펴보면, 민주노총 지도자들이 11월 하순에 새정치연합을 믿고 12월초 ‘노동개혁’ 저지 총파업 투쟁을 철회한 것은 실수다. 다른 악법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태도가 박근혜에게 강경수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본 계기 중 하나인 듯하다.


따라서 민주노총 지도자들이 새정치연합이 개악을 막아 주리라고 바라는 것은 요행수를 앞세우는 것이거나 투쟁 회피주의일 뿐이다. 


노조 지도자들의 이런 태도는 현장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는 데 방해가 될 뿐이다. 대안과 확신 대신 불확실함과 의구심, 모호함을 심어 주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더는 새정치연합에 기대를 걸지 말고, 파업 투쟁 건설에 전력해야 한다.




- 독자·지지자 들의 후원으로 운영하는 노동자 정치 신문을 정기구독/후원 하세요! 
정기구독하기 | 후원하기 (1천 원부터 가능)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12·2 여야 밀실 합의

새정치연합이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뒤통수를 쳤다


<노동자 연대> 162호 | online 입력 2015-12-04


12월 2일 새벽,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양당의 원내대표 간 밀실 합의로 노동 개악, 테러방지법 등 각종 악법이 순식간에 통과될 상황이 됐다. 벌써 이 합의로 12월 3일에 ‘학교 앞 호텔허용법’이라던 관광진흥법과 의료영리화(민영화)의 물꼬를 틀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이 전격 통과됐다.


이 기막힌 밀실 합의로 박근혜가 취임 후 숱한 정치 위기 속에서도 위기를 거듭 넘겨 온 비밀 하나가 다시 드러났다. 바로 새정치연합의 구실이다. 12월 1일 민주노총 상급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새정치연합 당대표 문재인은 노동 개악 5법 반대가 당론이라고 약속했는데, 만 하루가 가기 전에 ‘노동 개악 법안 즉시 논의 시작’을 포함하는 여야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비록 환노위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들과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반발하고 있지만, 상황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면서 더 불투명해졌다. 이 밖에도 국정원의 반민주적 감시·수사 권력을 강화해 줄 테러방지법과 사이버테러방지법, 의료와 공공서비스 민영화로 가는 길을 닦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미국의 제국주의적 대북 압박을 도울 북한인권법 등이 여야 합의로 통과될 위험에 처했다.


새누리당은 각종 법안들과 내년도 정부 예산 편성을 연계해 새정치연합을 압박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들 지역구 예산을 포함시키려 했던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이 “밀실 합의”를 번복할 수 없었던 이유다.(바뀐 국회법은 정부 예산안이 의결 시한까지 합의되지 않으면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


이미 예산 수정은 양당 간 밀실 거래로 진행돼 왔다. 국회 예결위원이기도 한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11월 27일에 "예산안조정등소위원회 증액심사는 정부와 거대 양당의 밀실 흥정으로 전락 ... '누이 좋고, 매부 좋은'식 거대 양당과 정부의 '잇속 챙기기' 부당거래로 변질되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결국 내년 총선에 대비한 지역 개발 예산들을 늘리면서 재해 대비 예산이 2천억 원 깎이는 등 총 3조 5천억 원이 선거용 예산으로 자리바꿈했다.


결국 새정치연합은 내년 총선에 대비하려고 노동 악법들과 테러방지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같은 악법들을 “합의처리”해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해외에 계신 대통령께서 폴짝 뛰면서 기뻐할 일이다.


박근혜 정권의 악행에 분노하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새정치연합이 거기에 제동을 걸어 주길 바라기도 한다. 흡족하진 않아도, 새정치연합이 박근혜에 반대하는 표를 얻으려면 그리 해야 할 것이라고 여긴다. 게다가 새정치연합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 시절에 독재 정권에 항의해 온 자유주의적 야당의 후신이기도 하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은 노동운동 내 온건한 일부나 온건 엔지오들과도 연계를 맺고, 심지어 민주노총과 협력하는 모양새를 띄기도 한다. 그러나 이 당은 기본적으로 기업주들에 기반한 당이다. 물론 새누리당보다는 그 계급 내 지위와 기반이 부차적이긴 하다. 그래서 그 약점 때문에 포퓰리즘적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당이 주로 대변하는 계급적 이익의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 당이 특정 쟁점에서 일시적으로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과 충돌할 수는 있지만, 노동계급과 피억압 대중의 이익을 일관되게 편들 수는 없는 이유다. 따라서 그들이 새누리당과 충돌할 때조차도 많은 경우는 지지 여론과 득표에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것이지 진지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지금 세계경제 위기에서 비롯한 한국 자본주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노동계급에 대한 고통전가 공세는 지배계급의 거의 일치된 견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중국과의 무역 비중이 커져 왔음에도 미국과의 정치·군사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안보 위기도 겪고 있다.


때문에 새정치연합은 그들의 허장성세와 달리 경제·안보 위기를 돌파하려고 박근혜가 내놓는 의제들에 일관되게 반대할 수 없고 줄곧 타협해 온 것이다.


이런 요인들 탓에 새정치연합은 노동운동은 물론이고 사실상 자신들의 당원인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진보교육감들을 곤란하게 할 예산 등에도 합의해 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운동이 일시적으로 거리를 점거하는 투쟁만으로는 개악 공세를 막아내기 어려울 것이다. 기업의 이윤에 실질적으로 타격을 가하는 파업이 필요한 이유다.


새정치연합에 기대 박근혜의 개악 공세를 막는다는 전략은 위험하다


이런 배경을 살펴보면, 노동운동(특히 민주노총) 지도자들이 새정치연합을 믿고 노동 개악 저지 총파업 투쟁을 미뤄온 것은 큰 실수다. 이는 다른 악법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이종걸은 (노동운동을 달래려고) 노동 개악 법들을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한다’고 한 것이 성과라고 포장한다. 임시국회의 시점을 명기하지 않았고, “합의 처리”라 했으므로 자신들이 합의하지 않으면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국회 절차 상 환노위 처리가 지연되면 본회의 처리가 당장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노동개악 법안들이 임시국회로 밀린 것은 성과가 아니다. 의료민영화, 테러방지법 등 그동안 노동운동이 반대해 온 개악 법안들이 다음 주 안에 통과될 위험이 커졌다. 노동 개악 법안들만 남게 되면 이를 빨리 통과시키라는 기업주들과 우파의 (새정치연합에 대한) 압박은 더 커질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새정치연합이 버틸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긴박해진 마당에도 그런 생각을 고수하는 것은 노동계급의 삶을 운에 맡기겠다는 태도에 불과하다. 상층 지도자들의 이런 모호함은 오히려 현장 노동자들이 파업 투쟁을 결심하고 나서는 데 방해가 될 뿐이다. 대안과 확신 대신 불확실함과 의구심, 모호함을 심어 주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지금이라도 계획대로 독자적 파업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좌파는 좌파답게 원칙 있게 지도부의 동요를 비판하고 압박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현장에서 총파업을 건설하자고만 하는 것은 중요한 운동 내 정치 쟁점을 회피하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기만 ― 지배계급의 플랜B 정당의 운명


파리 참사를 계기로 박근혜 정권이 다시 꺼내든 테러방지법과 사이버테러방지법 같은 경우, 새정치연합이 여당이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자신들 주도로 입법 발의한 바 있다.(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국정원 기능이 강화되는 것에 반감을 드러내 법안 처리에 소극적이었다. 이런 태도는 이명박 정부가 테러방지법을 다시 발의했을 때 서로 바뀌었다.) 지금도 원내대표 이종걸은 대안적 테러방지법을 내놓겠다는 황당한 언사를 하고 있다.


또 1997년 정리해고, 파견제 등을 도입하는 신한국당(당시 여당, 한나라당 전신)의 노동법 날치기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대중파업으로 좌절됐다. 당시 제1야당이자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는 날치기는 무효라며 국회 농성 등을 벌였다. 그러나 파업과 경제공황 등의 여파로 그해 말에 극적으로 집권한 김대중은 취임식도 하기 전에 (야당 시절에는 구속을 지지했던) 전두환·노태우를 사면했다. 그리고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노조 상층 지도자들을 구슬려 정리해고 등을 도입했다.


테러방지법은 당시 미국 부시 정부의 “테러와의 전쟁”(미국 제국주의의 세계 패권 전략)에 부응하고자 하는 것이었고, 국내의 민주주의적 권리를 더욱 위협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정학적 측면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의존은 한국 지배계급의 생래적 특성이라고 할 만하다.


또한 경제공황 속에서 그 책임과 대가를 노동계급에게 전가하는 것은 이윤을 보호하려는 기업주들의 당연한 대응이었다. 한국의 기업주들은 그 기회를 이용해 오히려 1987년 이후 성장해 온 노동운동에 타격을 주고 싶어 했다. 결국 노동조합의 파업권에 제약을 가하는 법률이 노무현 정부 아래서 ‘노사관계로드맵’이라는 이름으로 통과됐다. 노무현 정부 때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비정규직 확대를 공식화해 주는 비정규직 악법도 발의했다. 두 법은 한나라당 협조 속에 2006년에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노동운동과 사회운동 일부는 일관되게 이를 막는 데 힘을 쓰지 못했다. 한나라당의 재등장을 막으려면 ‘민주정부’를 도와야 한다거나, 경제 위기라서 경쟁력 회복에 일조해야 한다는 개혁주의 때문이었다. 민주노총 상층 지도부가 1년 전에 대중파업으로 철회시킨 정리해고, 파견제 도입 등을 1년 만에 스스로 합의한 것이 그 사례다.


당시 새정치연합의 전신은 집권당으로서 자신들이 국내에서의 반발과 저항도 더 잘 관리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려고 했다. 지배계급 주류의 환심을 삼으로써 자신들이 국가기구를 더 잘 통제할 수 있고 재집권도 가능하리라 기대했던 것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기대를 걸어 보기도 했던) 선진노동자들이 투쟁 과정에서 이미 십수 년 전에 깨달았듯이, 새정치연합이 노동계급을 위해 무언가를 일관되게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다. 새정치연합이 국회 농성 등으로 ‘강력하게’ 새누리당과 우파의 폭주에 반대할 때조차도 정작 그것에 맞서거나 가끔 그것을 좌절시키는 진짜 동력은 노동계급의 투쟁에서 나왔다.


물론 이들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보다는 지배계급 내에서 부차적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노동운동이나 민중운동의 힘도 조금은 빌려야 하는 처지다. 이 때문에 이들이 야당일 때는 우파 정부에 반대 목소리를 내 반사이익을 실제로 얻기도 한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 때문에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에서 약진한 것이 이런 과정이었다.(비록 대중의 신뢰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아 진보정당들과 꼭 내키지만은 않았던 ‘야권연대’를 해야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때조차도 그들은 2012년과 2013년에 중재를 명목으로 MBC, 철도노조 파업 중단을 유도하는 등 모순적인 구실을 했다.


결국 정리하면, 새정치연합은 기업주와 부자들에게 자신들이 한국 자본주의를 새누리당보다 더 안정적으로 잘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 받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들이 노동자·민중의 투쟁에 편을 드는 척할 때조차도 일관되지 않고 지배계급 내 우파와 기업주들의 눈치를 보며 좌고우면하는 이유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새정치연합, 갈팡질팡하다가 배신하다



<노동자 연대> 135호 | 발행 2014-10-06 | 입력 2014-10-02


새정치연합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진상규명기구 설립은 애당초 포기했다. 그래 놓고, 특검 추천권 문제로 사안을 가두더니, 마침내 특검 추천에서 유가족 참여를 배제하는 합의를 했다.


여권과 우익의 집요한 공격을 받던 가족대책위가 ‘이번에는 설마’ 하고 새정치연합과 협의했는데,새정치연합은 아주 제대로 배신을 했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를 핑계로 국회 등원을 거부해 왔지만, 따져 보면 정작 한 것도 없다.


장외투쟁을 한 것도 아니고, 전국 순회를 하며 진실 홍보나 서명운동에 도움 준 것도 아니다. 한 것이라곤 ‘유민 아빠’ 김영오 씨의 단식 중단을 설득하려는 제스처용 ‘동조 단식’뿐이었다.


이제 와서 내년도 정부 예산 심의에 참여해 자기 지역구나 유관 이익단체를 챙기고 싶은데, 그냥 들어가기는 눈치 보이니 특별법 합의라는 모양새가 필요했던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가족을 이용하고 버린 것이다. 세월호는 자신들의 정략적 이익을 챙기려는 핑계였을 뿐이다.


박영선은 트위터에 “이 땅에서 약자의 서러움과 눈물을 닦아 주는 일이 이렇게도 힘든 것인지 …” 하며 가증스런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새정치연합은 노골적으로 친자본주의적인 정당으로서 친기업 경제 살리기를 발목 잡는 모양새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새누리연합’이라 부르는 게 전혀 이상할 게 없다. 항운 규제 완화와 직결된 부패의 한 부분인 새정치연합이 진실 규명에 적극적일 리도 없다.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주요 NGO 대표들과 일부 종교 지도자들이 이런 새정치연합을 믿고 중재자를 자처하며 9월 30일 ‘여야는 물론이고 유가족들도 원칙을 양보하라’는 제안문을 발표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진실 규명의 적들에게 또다시 배신당한 세월호 유가족들



<노동자 연대> 135호 | 발행 2014-10-06 | 입력 2014-10-02


박근혜는 9월 30일 각료회의에서 ‘야당의 발목 잡기 때문에 국정과 경제 살리기가 표류한다’고 했다. 특별법 타협 불가는 물론이고 단독 국회도 불사하라는 메시지를 새누리당에 전한 것이다.


바로 그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박영선은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완구와 3차 합의를 했다.


합의 내용은 ‘여야 합의로 특별검사 후보군 4인을 추천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어려운 인사는 배제하고, 유족 참여는 추후에 논의’하기로 했다. 박영선은 야당 몫의 추천권에 유가족의 의사를 반영하겠다고 하지만, 이렇게 뒤통수만 치는 사람들을 어떻게 믿겠는가.


유족 참여는 보장하지 않으면서, 진실 규명에 적극적인 인사는 (중립성을 추구한답시고) 배제할 근거를 만들어 놨다. 정권의 압력에서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성역 없는 수사를 하길 바라는 유가족과 지지자들에게 합의문이 ‘최악의 공수표’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족대책위는 이를 거부하기로 했다.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해 특검 후보 추천에서 배제되어야 할 주체는 여당이지 유가족 대표가 아닙니다. … [합의문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특검의 범위를 정하는 형국이 되었습니다.”(9월 30일 가족대책위 기자회견문)


사실, 가족대책위는 “‘진상조사위원회 내에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라는 주장을 완화[해서라도] … 어떻게든 합의에 이르고 싶”어 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를 배신할 절호의 기회로 악용했고, 이는 또한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자신감을 키워 줬다.


권영국 변호사의 말처럼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 여부가 특검의 독립성과 실효성이 실제로 담보되는지를 보여 주는 상징이 될 것”(<한겨레>)이었는데도 말이다.



유가족 음주 시비에 구속영장 청구? 이건 마녀사냥이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조직을 총동원해 세월호 유가족 때문에 민생이 파탄 난다는 식의 흑색 선전을 해댔다. 이것이 먹히는 데에는, 유가족을 정략적으로만 이용해 온 새정치연합의 무능과 위선이 도움이 됐다.


결국 경찰은 가족대책위 전(前) 임원들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쌍방 폭행이냐, 아니냐’로 상호 진술이 엇갈리고, CCTV 화면에서도 불분명한 점이 있으며, 도주 우려도 없는 경미하고 흔한 음주 시비 사건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괘씸죄이자 여론몰이를 통한 가족대책위 압박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안타깝게도 세월호 참사 일반인대책위도 가족대책위와 반목하고 사실상 여권에 유리한 언행을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야비한 책략으로 ‘강요된 타협’을 이끌어 내려 한 것이다. 야합 이후 압박은 더 거세질 것이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노동자 연대〉134호 기사 보기 ☞ http://wspaper.org/article/14907


[서평] 《싸가지 없는 진보》 (강준만, 인물과 사상사, 1만 3천 원, 2014)


무례한 강준만 씨, 

민주당의 실패를 좌파 탓으로 돌리지 마시길



노동운동이나 좌파 활동가들이 어리석게도, ‘나만 옳다’든가 ‘내가 다 안다’는 우월감 따위로 자기 주변 사람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강준만 교수(이하 직책과 존칭 생략)가 낸 《싸가지 없는 진보》라는 책의 제목만 보고 ‘그래 고칠 건 고쳐야지’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유감스럽게도 진보 활동가들의 태도나 성품에 관한 조언을 담은 책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해, 강준만이 이 책에서 문제 삼는 것은 사실 선명한 좌파 정치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유시민 등 새정치민주연합 안팎의 이른바 ‘강경 친노’ 그룹을 “싸가지 없음”의 주된 비난 대상으로 삼는다. 그것은 강준만의 주된 관심이 민주당의 재집권에 가 있기 때문이다.(그는 새정치연합을 민주당이라고 부른다.) 물론 친노 그룹이나 486 등의 이중성, 위선을 꼬집는 것은 옳다. 


그러나 강준만이 보기에 “싸가지 없음의 원조는 좌파 진보”다. 


“자신만이 옳고 보수는 몹쓸 집단이라는 식의 태도 … 자신과 상대를 ‘선과 악’으로 구분하고 과도한 적대의식을 보이면서, 국민들에게 양자택일을 종용하는 것”(107쪽)은 바로 ‘좌파 진보’의 습성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싸가지 없는 진보》에서 척결하자는 진짜 알맹이는 주류 지배자들, 당장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타협적인 좌파적 정치인 것이다.


강준만은 수년 전부터 ‘진보진영’의 ‘증오 상업주의’를 비판해 왔다. 우파 정부를 ‘적대’하는 정치가 힘을 얻으면서 정치 양극화를 조장하고 민주당이 중도 표를 얻는 데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가 2012년 대선 후보 선정 과정에서 안철수를 지지한 것도 이런 취지에서였다.


 “새 정치의 실천에서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새누리당과 대립하거나 새누리당을 적대시하는 프레임이다. … 오히려 선의의 경쟁을 벌여야 한다.”(243쪽) 


그의 대안은 선의의 경쟁과 협력에 기초해 정권을 주고받는 보수-중도(강준만은 ‘진보’라 부름) 양당 체제다. 따라서 강준만이 척결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런 부르주아 양당 체제 구축을 방해하는 좌파 정치인 것이다.



양극화가 ‘선악의 정치’ 때문인가


강준만이 보기에 ‘좌파 진보’의 ‘싸가지 없는 정치’는 기본적으로 선악의 정치다. 내가 선이고, 적이 악이므로 화해가 불가능한 타도 대상이다. 그리고 “반대 편에 대한 싸가지 없는 언행은 지지자들을 열광시키는 동시에 단합의 대열로 이끌 수 있다.”(51쪽)


강준만이 보기에 이런 정치는 ‘싸가지 없게 보여’ 중도적 유권자들을 새누리당에게 내줄 뿐이다.


“정치와 선거는 20퍼센트가 결정하는 싸움이다. … [진보와 보수의 고정 지지층을 뺀 나머지 사람들은] ‘보수의 분노’나 ‘진보의 분노’ 내용에 공감하기보다는 그들의 분노 표출 방식, 즉 태도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다. 바로 여기서 싸가지가 문제가 된다.”(23쪽)


이를 납득시키려고 강준만은 진보적이지만 싸가지 없는 사람과, 보수적이고 탐욕스러운데 대인관계의 매너가 좋은 사람을 대비시킨다. 중도적 유동층에게는 후자가 더 매력있게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저급한 실용주의적 발상이다.


그런데 정치적 계급 양극화가 벌어지는 것은 경제 위기 시대에 사회적 양극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주들은 노동자를 쥐어짜기 바쁘고, 정부는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으로 이런 기업주들을 돕고, 노동자ㆍ민중의 저항을 탄압하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


이런 추세는 이 사회 자체가 화해할 수 없는 이해관계들로 계급 적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다. 따라서 계급 양극화 시대에 계급 간의 합리적 소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지배계급을 대표해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해야 하는 박근혜 정부는 지배 질서에 흠집이 나거나 노동자 대중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는 양보는 한사코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므로 “있는 그대로의 세상”은 노동계급이 앞장서는 전투적인 대중투쟁과 선명한 좌파 정치를 필요로 한다. 이것들이야말로 (우파 통치에 맞서는) 현재의 운동에서 부족한 요소들이다. (물론, 강준만의 단순화와 달리, 좌파정치가 선악의 가치 판단 문제로 단순화되진 않는다.)


현실에서는 오히려 (강준만의 한탄과 달리) “보수주의자들을 … 이해하고 더 나아가 존중까지 해야 한다”(200쪽)는 온건한 개혁주의 정치의 영향력이 큰 것이 문제를 낳고 있다. 


예를 들어, 세월호 운동에서도 원칙을 저버리고 유가족까지 배신하면서 박근혜 정부와 타협하려다가 운동을 위기에 빠뜨린 것은 새정치연합과 주요 NGO들의 리더들이었다. 이런 식의 ‘타협’ 노력을 적극 지지했던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이 탈진영론을 내세우는 것은 시사적이다.


새정치연합의 리더십 위기는 온건 개혁주의가 운동을 지배하는 이런 현실에서 온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노골적으로 친자본주의적인 중도 정당으로서 기업주들의 이윤을 보호해 주면서도 이런 양극화를 봉합하려 애쓰는 가련한 처지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타협 불가’라는 새누리당에 새정치연합이 매달리게 만드는 근본 요인이다.


결국 강준만은 종로에서 뺨 맞고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 도덕의 부재?


책 곳곳에서 강준만은 진보측의 이데올로기 자체가 싸가지 없는 태도를 낳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 즉 목적이 도덕적이면 어떤 비도덕적 수단을 써도 정당하다는 스탈린주의의 도덕관을 마르크스 자신의 것인 듯 비난한다. 일종의 ‘허수아비 때리기’다.(그런 점에서 이택광이 진보는 도덕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고 강준만을 비판한 것은 부적절한 반론이다.)


스탈린주의 체제는 ‘마르크스ㆍ레닌주의’를 표방했지만, 그 체제는 노동계급의 자기해방이라는 고전 마르크스주의 원칙에 적대적인 체제였다. 그러나 미국도 소련도 아닌 진정한 마르크스주의 전통은 계속 존재해왔다.


그러므로 설사 마르크스주의 도덕 이론이 확고하게 정립돼 있지 않을지라도 스탈린주의를 들어 마르크스주의를 비난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다.


친노 정치인들은 물론이려니와, 강준만이 사례로 든 1997년 한총련 프락치 사망 사건이나 2012년 통합진보당 중앙위 폭력 사태가 마르크스주의와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나? 해방 정국에서 조선공산당이 소련의 지침을 따라 반탁에서 찬탁으로 선회한 것을 마르크스주의의 ‘도덕적 오류’로 보는 비판도 난데없다.


마르크스주의 도덕은 계급 분단의 현실에서 출발한다. 서로 화해할 수 없는 이해관계로 분단된 사회에서 모든 계급이 공통 으로 미덕으로 삼아야 할 가치는 모호한 추상에 그칠 수밖에 없다. 선한 자세로 주어진 일에 충실한 것(“가만히 있어라”)이 미덕이라는 정적주의(quietism)가 파업할 때는 동료 노동자를 배신하고 파업을 파괴하는 악덕이 된다.


따라서 마르크스주의 도덕에서는 노동계급의 자기 해방 의식과 활동, 조직에 이로운 연대와 억압에 대한 저항 등이 미덕이 된다. 


반대로 개인에 대한 테러, 핵무기, 여성ㆍ인종 등에 대한 각종 차별 사상은 노동계급에게 미덕이 아니다.


정권 교체와 의회 협상의 파트너로서 새누리당을 존중하자는 강준만에게는 마르크스주의 도덕이 “싸가지 없음의 원조”로 보일 것이다.



어차피 민주당을 찍을 수밖에 없다?


강준만의 주장은 좌파정치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칼날로, 민주당 리더들에게 좌파진보와 더는 가까이 지내지 말라는 조언이다.


그런데 강준만은 자기 논리의 전제인 ‘어차피 30퍼센트는 민주당을 찍게 돼 있다’는 생각 자체가 “싸가지 없는” 발상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진보정당들이 죽을 쑨 6ㆍ10 지방선거에서도 진보정당들은 합쳐서 전국적으로 2백만여 표 정도를 득표했다. 이 투표자의 다수는 광역단체장 투표, 또는 2012년 대선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겠지만,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즉, 새정치연합이 이른바 중도적 유동 표를 잡으려고 지금보다 더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때, 왼쪽으로 이탈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7ㆍ30 재보선에서 야권 심판이 일어난 것도 부분적으로 이 때문이다.


강준만의 계획대로 ‘중도’ 유동층을 잡으면서도 진보적 유권자들을 새정치연합의 고정 지지층으로 묶어 놓는 방법이 있긴 하다. 그것은 진보정당, 좌파정치세력들이 위축, 몰락하는 길이다.


그래서 강준만이 “싸가지 없는 진보” 담론을 통해 “좌파 진보”를 비난ㆍ고립시키려 하는 것은 그가 의도했든 아니든 (친자본주의) 보수-중도 양당체제를 구축하려는 프로젝트에 정확하게 부합한다.


좌파 진보를 경원시하면서도 굳이 새정치연합을 ‘진보’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이런 목적의식의 산물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서유럽의 비교 고찰에서 보듯, 노동자 대중정당이 제도권에 없는 것은 노동자 운동에 다소 불리한 일이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세월호 참사 석 달

여야의 기만적인 특별법 합의 시도 반대한다





7월 24일이면 세월호 참사 1백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다시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고가 일어나면 결과가 다를 수 있을까?”


구조 늑장과 무능ㆍ무책임으로 참사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관련 국가기관들과 박근혜의 행태를 보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조차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이들은 필수적인 안전 규제를 해체하고 구조 책임을 방기해서 노동계급 사람들과 그 자녀들에게 지옥문을 열었던 자들이다.


그런데 책임을 지기는커녕 그들은 이제 문을 가리고 숨기는 데에 급급하다. 범여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있다.


여야 합의 한 달 만에 겨우 시작된 국회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해당 기관들이 요청대로 자료를 제출한 비율이 3퍼센트에 불과하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7월 2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의 말실수를 빌미로 새누리당이 국정조사 일정을 거부하기도 했다. 명분은 ‘대통령을 욕되게 했다’는 것이다.


청문회 파행


당시는 해양경찰청 기관보고 중이었고, 청와대와 해경의 사고 당일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이날의 청문회 파행은 박근혜 정부 책임론을 어떻게든 피해 가려는 술책이었던 것이다.


국정조사특위 위원장 새누리당 심재철은 유가족들의 청문회 모니터링을 한 명으로 제한했다. 새누리당 조원진은 국정조사 파행에 항의하는 유가족에게 ‘나서지 말라’는 폭언도 했다.


여권의 이런 행태를 보면,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라도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이 정권 퇴진 요구와 결합돼야 함을 알 수 있다.


제1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여당 견제 구실도 못 한다. 오히려, 지지율이 하락하고 여권 내 통제력이 다소 약화된 박근혜를 돕는 결과를 내고 있다. ‘새누리 2중대’라는 비아냥까지 듣는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국정조사 준비만 부실한 것이 아니라 여권의 조직적 방해에도 속수무책이다.


그리고 공작정치 전문가 이병기의 국가정보원장 임명에 사실상 동의해 줬다.


10일 청와대 회동을 통해 국정 협의 모양새를 취한 것은 ‘국가대개조 범국민위원회’ 따위로 신자유주의적 국가 개조를 추진하는 박근혜에게 ‘국민적 합의’를 추구한다는 소통 이미지만 제공해 줬다.


노동계급의 분노에 직면해 난관에 처한 박근혜를 새정치연합이 구해 주려는 것은 이들이 현 통치체제를 유지하는 데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친자본주의 정당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조기 레임덕은 국가적 위기’라는 식이다.



가족대책위의 특별법을 수용하라



이처럼 공식 정치 영역에서 기대할 게 없는 상황에서 ‘세월호사고희생자/실종자/생존자가족대책위원회’가 대한변호사협회의 도움을 받아 독자적인 특별법(안)을 제출한 것은 정당하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권한을 가진 독립적 기구’가 구성돼 임무를 맡아야 한다. 기구 성원의 절반은 피해자 가족이 추천하는 인물들이어야 한다.(검찰과 경찰 등을 도저히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독립기구가 위력을 발휘하려면, 검찰과 똑같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 대책이 수립돼 실제로 실행되려면 철저한 진상규명에 바탕해 이 기구가 내놓은 대안들이 구속력을 가져야 한다. 기구의 활동시한은 최대 3년까지 보장돼야 한다.


수사권·기소권


그러나 기존 국가기구, 특히 검찰과 행정부에 대한 불신에 기초한 가족대책위 측의 특별법을 양대 정당이 요구 그대로 수용할 리 없다. 두 당 모두 이런 국가기관들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착해 있다. 이미 두 당의 논의가 가족대책위를 배제한 채 이뤄져 왔다.


새누리당은 물론 새정치연합이 낸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안)도 이에 턱없이 못 미친다.


그래서 피해자 가족들의 특별법 제안을 지지하는 서명이 벌써 3백50만 명을 넘어섰다. 가족대책위는 민주노총 노조들의 공장 안까지 들어가 서명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이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


안전 관리와 구조 과정의 새로운 비리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서 주류 정당들도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7월 16일까지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합의한 배경이다.


두 당이 세월호 특별법을 만든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별 실효 없던 특검 수준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대중적 압력을 만드는 데 노동운동이 구심점이 돼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7~8월 임단투 등 개별 투쟁들과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 운동을 결합해, 파업과 시위를 포함한 총력 투쟁을 벌이는 것이다.





<노동자 연대> 130호 |  발행 2014-07-14 | 입력 2014-07-12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집권당이 선거에서 이겼는가



※ 6·4 지방선거 종합 평가는 ‘[이렇게 생각한다] 지방선거, 대안 부재로 여권은 참패를 모면했을 뿐 교육감 선거, 진보 후보라는 대안 존재로 보수 참패’ 기사를 보시오.



지방선거 후 일각에서는 “세월호 심판론보다 박근혜 구하기가 막판 위력을 발휘한 것이라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며 이후 박근혜가 “정세 주도권을 쥐고 드라이브 걸 듯”하다고 전망한다.


참패를 못 시킨 실망감과 최근 공세 때문에 이런 시각이 호응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평가와 전망은 일단 실제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전국 정당득표 합계도, 광역단체장 득표 합계도 야권에 뒤졌다. 서울에서 크게 졌고, 텃밭인 부산, 대구 등에서도 득표가 줄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구해 줍쇼’로 선거를 치른 부산시장 득표율은 박근혜의 대선 득표율(부산)보다 10퍼센트나 하락했다. 정몽준이 얻은 표는 서울의 새누리당 정당득표보다도 적다.(부산시장 선거도 그렇다.) 우파 결집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이 민 보수 교육감 후보들이 17곳 중 13곳에서 진보 후보들에게 졌다. 진보 교육감 후보들의 득표는 4년 전보다 전국에서 골고루 성장했다. (경쟁이 다자 구도였고 4년 전 보수 후보가 당선했던 곳에서 진보 교육감의 득표율은 4년 전 당선한 보수 후보들의 득표율보다 높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에 대한 항의 투표는 있었지만, (당연하게도)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심판론’의 온전한 수혜자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러므로 선거 대안이 부재한 단체장 선거에서는 (교육감 선거와 달리) 정권 심판 정서가 선택지를 찾기 힘들었다. (제도권 선거에서는 흔쾌히 표를 몰아줄 야당이 있을 때만 투표를 통한 정권 심판이 가능하다. 이것-제도의 근원적 특성과 이에 따른 새민련의 꾀죄죄함, 진보정당의 존재감 없음-이 이번 선거에서 선거심판론의 맹점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참패를 모면한 이유다. 아울러, 단순히 당선자 수 등만 보고 선거 결과와 (정세에서의) 맥락을 판단할 수 없는 이유다.


(좀 더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조직 노동운동이 살아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충분히 강력한 것은 아니어서 엎치락뒤치락하는 계급 세력관계가 간접적으로 반영돼 여권이 그럭저럭 참패는 모면하게 된 것이다.


(정리해 보면,) 이번 지방선거가 보여 준 정치적 양상은 박근혜 정부에 항의하려고 여권 밖 정당들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그리고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는 앞으로 박근혜가 우파적 도발을 할 수록 오히려 더 큰 난관을 조장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따라서 국민 다수가 박근혜 정부를 지지한다는 따위의 부정확하고 비관적인 분석은 일부 온건한 개혁주의 지도자들에게 투쟁을 제약할 핑계거리만 줄 뿐이다. 박근혜 퇴진 같은 급진적 요구와 노동운동과의 연대를 멀리하는 식으로 말이다. 


ps 1. 야당이 압승을 못 했으므로 여권이 이겼다는 평가에 깔린 실망감은 도덕적으로 정당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적확함이나 현명함과는 거리가 멀다. 문자 그대로 여권승리론은 박근혜 정부 항의 투표 대중이 모두 새민련에 표를 몰아줬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다. 여권승리론이야말로 구제할 수 없는 야당 의존론이나 선거주의인 셈이다. 그러므로 이번 선거에서의 여권신승론이 급진적이지 않고, 비관적 온건파들을 정당화하는 구실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문제는 물론이고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조차 아무 한 일이 없는 새정치연합에게 우리가 왜 표를 줘야 하겠는가. 그렇다면, 애초에 선거 대안이 충실하지 않은 마당에 선거심판론에 전적으로 의존한(그래서 결과에 좌절까지 하게 된) 것이 ‘오버’ 아니었겠는가.


ps 2. 세월호 심판론이 몇몇 박빙 지역에서 충분히 위력을 발휘 못한 것은 그것을 담을 그릇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한미FTA를 추진한 자(김진표)가 한미FTA 체결에 앞장선 자를 앞선 게 무슨 대단한 의미가 있겠나. 경기와 부산에서 무효표가 평균보다 많고, 경기는 평균보다 투표율이 낮은 것도 시사적이다. 

강원, 충청에서 광역 정당득표에서 새정치연합은 새누리에 뒤졌는데도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박빙으로 이겼다. 서울, 경기, 인천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새정치연합 후보들은 당락 여부와 관계 없이 정당득표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 새정치연합이 실적에 비해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은 반사이익을 부분적으로 얻었기 때문이다. 기층 여론은 명백히 여권을 이탈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던 것이다. 

반대로 노동계급이 분명하게 우위에 선 세력관계는 아니라는 것이 이 정당득표 결과에서도 드러나는 것이다. 중장기 세력균형과 단기적 흐름 모두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ps 3. 지금은 정권의 정치적 난관의 틈새 속에서 노동운동이 투쟁력을 복원하고 있다. 이것이 최근 여타 사회운동과 조직노동운동 사이의 관계다. 지난해 가을 국정원시국회의가 (일점 돌파한다며) 특검법 청원에만 매달렸는데, 결과적으로는 국회와 민주당만 쳐다보다가 이도 저도 아니게 됐다. 당시 노동운동과 거리를 두자는 주장이 꽤 있었다.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의 특별법 서명운동은 옳고 성공해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통치자들을 약하게 만들려면 (촛불시위의 관점을 넘어서) 노동운동이 저항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는 전국적 시야를 가질 필요가 있다. 노동운동이 밀어붙여 세력균형이 우리 편에게 유리해질 때, 진상규명도 더 쉬워질 수 있다. 1988년 5공청문회나 광주청문회가 그랬듯이 말이다.(☞ 관련 글 바로 보기)


□ 선거가 실제 세력관계를 그대로 반영하나



선거 결과를 놓고 일희일비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선거의 의의와 효과를 너무 크게 보는 것이다.


부르주아 선거제도는 진정한 사회적 세력관계를 간접적으로만 (심지어 왜곡된 결과로) 반영한다. 그러므로 사회적 세력균형 측정에서도 흔히 선거는 핵심 지표 기능을 하기에는 부족하다. 선거를 전후한 사회적 세력관계와 그 맥락이 더 중요하고, 많은 경우, 그것은 직접적 대중투쟁을 통해서 더 정확히 반영된다. 


왜냐하면, 자본주의에서 제도권 선거에는 진정으로 대중이 바라는 선택지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배자들이 만든 제도적, 현실적 제약 때문이다. 변변한 야당이 없으면 집권당이 싫다는 투표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이것이 자본가 양당 체제의 효과다. 선출 공직자에게 진정한 이 사회의 권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이유들로 선거로 세상이 바뀌지도 않는다는 경험칙이 쌓이면서 노동계급 대중의 기대치도 낮아져 왔다. 


노동계급 진보정당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데다가, 결선투표도 없고 비례투표제는 부분적이며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제가 기본인 한국에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가 당선한 것이나, 2007년 이후 새누리당 정권의 연속 집권을 보고 한국 민중의 다수가 군사독재세력을 지지한다고 볼 수 없는 것과 같다.


1987년 대선 이후에도 한나라당이 압승한 2007~2008년 대선·총선 이후에 대중투쟁이 오히려 고조됐다. 마땅한 선거 대안이 없었을 뿐, 대중이 보수화한 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선거의 외형적 숫자만 보고는 진정한 세력관계를 파악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