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134호 기사 보기 ☞ http://wspaper.org/article/14906


참여연대 20년과 NGO 개혁주의의 정치 참여




현재 서울시 선출직 공직자의 투톱이라 할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 교육감은 참여연대 창립자들로 둘 다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지냈다.


그 참여연대가 ‘진보적 시민운동’을 표방하며 창립한 지 20년이 됐다. 


참여연대는 초기부터 노동운동 친화적인 활동들을 해 왔고, 각종 개혁 입법 쟁취에 앞장서 왔다. 낙천ㆍ낙선 운동 등 부패 반대 활동은 국민적 지지를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신자유주의 정책들에 저항하는 운동에도 비교적 함께해 왔다.


박원순과 조희연의 당선에서 보듯, 참여연대는 이 사회의 특권층 부패과 차별, 이윤 시스템에 분노하고 사회를 조금 더 인간적으로 바꾸고 싶어하는 진보적 청장년층에서 아직도 영향력이 상당하다.


그런데 참여연대는 20년 동안 엄격한 내규로 구성원들의 정치 참여를 제한해 왔다.


이는 비정치적이고 중립적인 시민운동을 표방하는 것이 입법을 위해 좌우파 모두와 협력할 수 있고 국민적 압력에도 유리하다는 NGO식 실용주의 발상이기도 하다. 


2005년까지 국회에서 제정된 법의 12.1퍼센트, 14대에서 17대 국회까지 개정된 법의 5.3퍼센트가 참여연대 주도 법안이었다.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기층의 압력을 대변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공식정치 안에서도 명망성을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초에 ‘진보적’ 시민운동을 표방한 단체가 순전히 비정치적일 수는 없다. 그래서 실제로는 주류 보수 정당의 경쟁 정당, 즉 민주당과의 협력에 주로 의존해 왔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까지 참여연대는 정부와의 협력적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비중이 꽤 높았다. 집행위원 이상 임원 40명이 정부 위원회 1백1개에 참여했다.


선출직 공직자로 진출한 임원 출신들도 압도 다수가 민주당이었다(소수는 진보정당).


반면, 2008년 이명박 정부 이후 군중집회, 농성 등을 포함한 직접행동의 비중이 이전보다 세 배 가까이로 늘었다. 우파 정부가 진보적 NGO들을 거버넌스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참여연대의 정치 방침은 독자 정치세력화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정치적 당파성을 외면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예를 들어, 박원순 시장과 조희연 교육감과는 당선 과정에서부터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에는 1백36개의 거버넌스 위원회가 존재한다.


그런데 민주당 집권시 비판을 아끼고, 운동을 민주당의 보조물로 제한하려 해 온 것이 참여연대의 문제였다. 


예를 들어, 최근 박원순 시장의 우경화 행보에도 참여연대의 예리한 비판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9월 3일 참여연대 등 여러 진보 단체들이 주최한 서울시의 제2롯데월드 프리오픈 규탄 기자회견문에서 프리오픈을 결정한 박원순 시장의 이름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가 지지자들에게 실망과 환멸을 준 집권 후반기에 참여연대 회원이 20퍼센트 넘게 감소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또,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나 국정원 정치개입 규탄 촛불시위,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운동에서 참여연대는 참가자들의 민주적 의사를 반영하기보다 운동 안으로 민주당 개혁파 입장을 전달하는 벨트 구실을 해 왔다.


그런데 최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이태호 사무처장은 ‘탈진영론’을 주장한다.


“[사회의] 보수화보다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진영화에 맞서야 할 것 같다. …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야 한다. 진영 논리는 사회 발전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복지를 위해서 세금을 더 걷으려면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대화 상대가 보수일 수 있다. 시민운동이 조금 더 건전해지려면 상대와 협력하고 대화해야 한다. 진영 간의 모욕과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


고통전가에 여념이 없는 박근혜 정부와 노골적인 협력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동안 참여연대가 운동 안에서 민주당 개혁파를 대변하는 구실을 해 온 것을 감안하면, 이런 계급 협력주의는 최근 새정치연합에 가해지는 중도화(우경화) 압력과도 관계가 있는 듯하다. 또한 국회가 ‘진영 논리’로 마비되면 NGO식 실용주의도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진보정당들조차 존재감이 약화된 조건에서 NGO 개혁주의가 민주당 의존증을 버리기는 힘들 것이다. 이는 최근 세월호 진실 규명 특별법 여야 협상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안에서 참여연대 리더들이 취한 태도로도 드러났다.


더 근본적인 사회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이라면 참여연대보다 더 급진적이고 독립적인 노동자 정치가 필요하다.



□ 기사에는 없는 내 덧붙임.


우경적 탈진영론의 문제



이태호 처장의 탈진영론은 노동자 운동이 양당 체제에서 벗어나 계급적 독립성을 추구하자는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과도 존중하고 소통하자는 것이므로 운동의 예각을 약화시키는 우경화 주장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탈진영론이 나오는 맥락은 강준만 교수의 “싸가지 없는 진보” 담론이 뜬 것과 일맥상통으로 보인다. 


사실 그동안 운동들을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두 당 사이의 진영논리 안에 가둔 것은 NGO 개혁주의와 자유주의, 그리고 진보정당의 주요 개혁주의 리더들이었다. 그들은 ‘전략적 야권연대’라는 명목으로 노동운동과 기층의 저항을 민주당 지지라는 양당 간 진영 논리에 가두려 해 왔다.


노동운동이 세월호 책임 규명, 민영화, 연금 개악, 서민 증세 등 공분의 쟁점들에서 파업과 거리시위로 앞장서 투쟁하며 의제화할 때, 이런 식의 진영화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진정성이 진정 인정 못 받는 이유



이태호 처장은 최근 <한겨레> 인터뷰에서 ‘진보진영이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 체결에는 우파 정부를 대할 때처럼 싸우지 않은 것이 지금 운동이 [중간 대중에게]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시 노동운동과 농민운동, 좌파는 2007년 내내 ‘노무현 퇴진’을 내걸면서까지 한미FTA 체결에 격렬하게 저항했다. 상반기에 대규모 투쟁이 있었고, 금속노조도 파업에 나섰다. 시위대 수만 명이 경찰의 물대포 등 폭력 진압을 뚫고 광화문까지 진격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가 영하의 날씨에 물대포를 쏜 것도 이 때다.


물론 이 투쟁이 동원한 사회·경제적 힘은 노동자 운동 상층 지도자들의 자기 제약을 넘어서지 않았다. 또한 反FTA(신자유주의)·反제국주의·反우파를 기치로 한 진보대연합적 정치 대안 구축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


서로 다른 요인을 뒤섞어 사람을 현혹하는 것은 궤변이다. 대중의 불신은 ‘과거’가 아니라 ‘지금’ 때문에 생긴다. ‘왜’ 지금 우파 정부에 맞선 저항을 전투적으로 완강하게 건설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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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체제의 환심을 사려는 박원순 서울시장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은 여야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최근 내홍을 겪는 상황에서도, 여야 간 다툼에서도 빠져 있으면서 개혁 이미지를 유지한 덕분인 듯하다.


물론 대선은 3년이나 남았고, 경제 위기로 정치 상황의 유동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 지지율 추세가 계속 유지될지는 단정할 수 없을 것이다.


개혁주의 정치는 집권 가능성이 커질수록 기성 정치ㆍ경제 체제에 더 아첨하기 마련이다.


개혁주의가 결국 자본주의 국가 기구를 운영하려는 것이므로 개혁주의자들에게 당선은 대중의 심대한 불만이라는 요인과 함께, 기성 자본주의 질서의 수호자들과 얼마나 원활한 관계를 맺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기성 체제는 이것을 ‘국정 운영 능력’이라 부르며, 개혁주의 정치인들에게 이를 입증받길 요구한다. 그래서 대체로 말해, 개혁주의 정치인들은 갈수록 지지 대중의 기대와는 어긋나는 실천을 자주 하게 된다.


참여연대 창립자 박원순 시장의 최근 행보도 그래 보인다.


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과 노동조건 개선 문제에서 박 시장은 중립적 중재자처럼 행동한다.


미국계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를 시정에 깊숙이 끌어들였고, 싱크홀, 작업장 안전사고, 석촌호수 문제 등 안전 문제가 곳곳에서 제기된 제2롯데월드 건축과 관해서는 모호한 태도로 롯데그룹의 편의를 봐 줘 왔다.


독재 미화 집단인 박정희기념재단에는 시유지를 민영화해 넘겨주는 특혜를 주려 한다.


맥킨지 컨설팅도 모자라 맥킨지 간부를 부시장급으로 영입함



3월 5일 서울시는 맥킨지에 의뢰한 ‘시정 주요 분야 컨설팅 결과’를 발표했다. 무려 30억 원이나 들였다.


컨설팅 결과는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SH공사, 서울시설공단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공기업들을 공공성보다 수익성 기준으로 뜯어고치라는 것이었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공공성이 중요하지만 효율성도 중요하다”고 그 결과에 호응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고통전가 정책인 ‘공공부문 정상화’ 계획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올해 SH공사는 공공임대 아파트 공급 계획을 축소했고,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노동자 복지와 인력 감축을 추진해 왔다. 애초에 기업주를 위한 민영화, 기업 합병과 구조조정 등의 컨설팅으로 악명 높은 맥킨지에게 거액의 컨설팅을 맡긴 것이 문제였다.


설상가상으로 박 시장은 아예 맥킨지 간부를 서울시로 영입했다. 9월 16일 맥킨지 한국지점 서울사무소 파트너 출신 서동록을 경제진흥실장에 임명했다. 이 자리는 ‘서울형 창조경제’를 이루겠다며 부시장급으로 신설한 직책이다.


박정희기념재단에 특혜를 주려 함



서울시는 마포구에 있는 박정희기념ㆍ도서관 부지를 박정희기념재단에 매각하려고 한다. 박정희기념재단에 대한 특혜다.


애초 박정희기념관 건립은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이 우파들을 달래 보수층 표를 더 얻어 보려고 내놓은 공약이었다. 김대중 정부는 건립비용 수백억 원을 국고로 지원했다. 민주당 서울시장 고건은 한 술 더 떠, 시유지를 기념관 터로 무료 제공했다. 완공까지 10년 넘게 임대료를 내지 않는 특혜였다.


기념관이 완공되면 건물을 기부채납(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무상으로 사유재산을 받아들이는 것) 받고 시설의 절반을 공공도서관으로 하는 조건이긴 했지만, 우파는 돈도 별로 들이지 않고 국가의 재정으로 독재 정부를 미화하며 왜곡된 역사를 홍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는 완공 후 기부채납을 요구하지 않았다. 박정희기념재단은 그 틈을 타 공공도서관을 폐쇄했다. 그러자 서울시는 시정 지시가 아니라 아예 부지를 팔아 넘기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민영화’ 방식의 특혜다. 공공을 위해 써야 할 건물과 땅을 독재 미화 세력의 소유로 넘겨주는 것이다. 아마 박원순 서울시장은 매각으로 서울시 수입을 늘리고, 우파의 환심도 살 수 있는 꿩 먹고 알 먹기라는 계산을 한 듯하다.


서울시의 박정희기념ㆍ도서관 터 매각 결정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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