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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02 휴일이 늘어야 하는 이유 2
한국인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깁니다. 한국 다음 순위 국가들보다도 두 달 (8시간×23일[주5일제 기준]×2) 정도 더 일합니다. 

그러니 아침 출퇴근 전쟁 시간대 버스와 지하철은 조는 사람, 멍한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쉴 시간, 놀 시간이 없으니 여가생활이라곤 대체로 친구들과 술먹기 뿐입니다. (글로 배워서~)

이런데도, 기업주 모임인 경총이나 정부는 한국에 휴일이 너무 많다고 불평해 왔습니다. 제헌절, 식목일 등 매년 국가지정 공휴일이 줄어왔습니다. 심지어 반쪽짜리 주5일제 도입하면서 근로기준법의 유급 생리휴가를 무급으로 바꿔버렸습니다.

기성 언론에선 추석을 앞두고 '민족의 명절'이다 뭐다 하고 떠듭니다만, 정작 평범한 월급쟁이들의 억울한 마음은 다루질 않습니다.

올핸 추석이 주말과 겹쳐 명절이라기보단 금요일 하루 더 쉬는 것 밖에 안 되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ㅠ.ㅠ 올해는 추석 이틀에 개천절 하루, 총 3일이 사라졌네요...

장시간 노동, 휴일 노동은 한국 노동자들에게 아직도 피할 수 없는 굴레입니다. 저도 예전 직장에서 새벽 퇴근, 새벽 출근을 자주 해봤지만, 아주 사람 얼을 빼놓습니다. 그런데 또 이렇게 앉아서 휴일을 도둑맞다니... 


달력의 빨간 날, 즉 법정공휴일은 어느 회사에서나 유급 휴일이기 때문에 공휴일의 축소는 정해진 월급에 일 더 시켜먹겠다는 것 밖엔 되지 않습니다. 법정공휴일을 축소하면 애써 머리띠 매고 투쟁하고 임금 교섭해서 올려 놓는 임금이 뒤로 몰래 깎이는 겁니다.

한마디로 '부지런한 한국인'이란 이미지는 '사람 부려 먹는데 부지런한 사장'과 '권리 찾아 먹는데 게으른 노동자'의 다른 이름이 아닌가 합니다. 원래 두 몸인데, 이걸 한 몸으로 합쳐 놓으니 사람 헷갈리게 하는 그림이 된 거죠. 

최근 몇 년간 웰빙이니 삶의 질이니 언론 보도가 많았습니다만, 먹는 것, 여가 이용법, 여행지 정보는 넘치는데, 막상 이걸 위해서 월급을 올려야 한다거나 휴일을 늘려야 한다거나 하는 주장을 하는 언론이 없었습니다.

있다면, 주식, 부동산 등등. 하지만, 한 실험에서 월가의 투자 전문가와 원숭이의 랜덤 투자 수익률이 같았다고 하죠. 몇몇 구조적 주가 조작을 하는 기관 투자가들 빼곤 개미들이 벌 수 있는 돈이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펀드 폭락 사태는 평범한 이들이 감당하기 힘든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의 현실을 잘 보여줬습니다.

부동산으로 돈 벌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온 좋게 집 하나 샀다 해도 내 집만 오르는 게 아니므로 내 집값 올라봐야 새 집 구할 땐 제자리입니다.

이 순환을 벗어나는 길은 두 가지 뿐인 듯합니다. 새 아파트 분양을 받거나 강남 아파트를 사는 건데, 2천년 대 내내 분양가가 집값과 똑같이 올랐습니다. 결국 남는 길은 강남 아파트 사기. ㅋ 가능하지 않은 일입니다.

결국, 일자리를 얻고 지키기. 조금이라도 더 월급 받기. 이게 평범한 젊은이들에게 웰빙의 출발점입니다. 우리에게 여유있는 삶, 즐길 수 있는 삶은 난관이 참 많네요.

정말 최소한 설과 추석은 일주일을 모두 쉬어야 합니다. 토요일도 정식으로 법정공휴일로 하고, 주말과 겹치는 법정공휴일은 다음 월요일에 쉬어야 합니다. 주류 엘리트들은 교육과 언론에서 가족과 민족의 가치, 양보와 여유의 가치를 자랑만 하지 말고, 여염집 갑남을녀가 그런 고귀한 가치를 배울 수 있게 휴일을 충분히 보장해줘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휴일을 줄이며 일해야 하는 건 우리 삶이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자기 금고 채우기만 바쁜 사장들 말고 정부가 좀 나서서 우리들을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우리 회사 사장'이 아니라 국가(정부와 국회)가 유급휴일인 법정공휴일을 줄이는 데 열심이라는 겁니다. 세상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출된 대표들이 선출되지 않은 기업주들을 위해 자신을 선출한 주권자들을 쥐어짜고 사실상 임금 삭감을 강요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노동자 집회 같은 데 가 보면 "시키는대로 일만 한 죄밖엔 없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돌이켜 보면 그건 진짜 죄인 겁니다. 충분한 휴식을 요구하는 건 충분한 임금을 요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은 미래를 어떻게 꾸려 나갈까 하는 문제입니다.  

누구라도 충분히 쉬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적·경제적 여유는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을 살펴보는 실천적·문화적 역량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평범한 이들에겐 충분한 임금과 여가 시간을 요구할 이유가 많습니다.

······

사실 무엇보다 휴일이 줄어드는 게 당장 걱정되는 이유는 이명박과 그 똘마니 국회가 일하는 날이 더 늘어난다는 것이죠. 정말 최소한 이들에겐 휴일을 많이 보장하면 안 될까요.
무급으로~ 쭈욱~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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