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구속 이후투쟁해야 정권교체도 의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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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파면 3주 만에 구속되는 모습에 수많은 사람들이 묵은 체증이 확 가시는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서울구치소에는 박근혜 말고도 그동안 증오의 표적이 된 박근혜 측근들이 몇몇 있다.

박근혜가 임기 동안 가장 애써서 지키려 했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살맛난다. 박근혜는 다른 누구보다 기업주들의 이익을 지키려 온몸을 던졌다. 기업의 인건비 절감을 위해 그는 노동자들의 임금 수령을 마치 도둑질인 양 취급했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요구하는 청년들에게 중동에나 가라고 모욕했다. 많은 여성들을 질 낮은 시간제 일자리로 내몰았고, 애 낳는 도구 취급했다.

보통 사람들의 나라가 아니라 기업주들의 나라를 만들려고 살육을 마다하지 않았던 군사 독재자들을 국가적 영웅으로 만들려 했다. 자기 애비 때문에 평생 고초를 겪은 인혁당 피해자들이 받은 국가배상금을 도로 뺏는 만행을 저지른 것도 독재의 영웅화에 방해됐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전두환이 1980년 광주민중항쟁에 개소리를 해댄 것도 이 맥락 속에서 벌어진 일이다.

정권의 그런 기조에 방해가 되면 국가의 만행이나 잘못으로 자식 잃은 가족들도 범죄자, 돈벌레 취급하며 모욕을 줬다. 멀쩡한 노조를 억지스런 이유로 법외노조로 만들며 불법 단체 취급했다.

정당한 시위와 행진이 경찰 폭력에 가로막힌 것에 분노해 항의를 주도한 조직 노동자 지도자가 구속됐고, 반백의 노인이 살인 물대포에 목숨을 잃었다. 정부가 회피한 세월호 구조에 나섰다가 민간 잠수사들은 오히려 정부에게 과실치사 기소를 당했고, 한 잠수사는 구조 과정의 고통과 억울함을 호소하고는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이렇게 돌아보니 박근혜의 구속은 너무나 기쁜 일이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의 작은 시작일 뿐이라는 점도 명백하다.

박근혜 구속은 끝이 아니다 더한층의 사회 정의 실현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사진 사진공동취재단

지배계급 다수가 박근혜 제거를 결심한 뒤로 곳곳에서 선긋기를 하고 있지만, 박근혜가 소중히 지키려던 것들까지 내다버리진 않는다. 재판은커녕 기소도 아직 안 된 상황에서 사면 얘기가 나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펼쳐지고 있다. 물론 지배의 안정성에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지배자들 사이에서 통하는 의리일 것이다.

공소 유지

그래서 박근혜 일당의 수사와 재판도 주시해야 한다. 기소와 추가 수사, 유죄 판결까지는 아직 많은 과정이 남았다.

이미 정치적 단죄를 받은 박근혜이지만, 유죄 판결과 실형 집행까지 받아야 지배자들이 평범한 사람들을 당분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박근혜의 유산을 청산하는 데 조금이라도 더 유리할 수 있다.

정권 실세 중 비구속자들 가운데는 황교안과 우병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세월호 진상 규명 방해 책동이 파헤쳐져야 한다.

뇌물을 제공한 나머지 재벌 총수들도 구속돼야 하고 뇌물죄임이 명시된 유죄 판결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노동 개악과 고통전가 정책들이 통념상으로도 정당성 없다는 게 입증될 것이다.

문화계뿐 아니라 진보·좌파에도 적용됐을 게 틀림없는 블랙리스트 사찰 정치를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민주적 권리들이 신장되려면 보안 사찰 기관들의 권력부터 약화돼야 한다.

앞으로 작성될 박근혜 공소장에 뇌물죄 혐의 등이 추가되면, 최순실 등의 기소 내용도 변경될 것이다. 더 많은 자들이 기소돼야 하고, 더 준엄하게 처벌받아야 한다.

특검은 자신들이 기소한 김기춘, 조윤선, 이재용 등에 대한 공소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인력과 재정이 줄고 추가 수사를 할 수 없어, 기존 수사 결과물만으로는 재판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뇌물죄는 이재용과 박근혜 둘 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으므로 이재용은 사활을 걸고 재판에 임할 것이다.

특검의 공소 유지와 ‘박근혜 범죄단’의 유죄 판결을 받아 내는 데서 검찰 특수본의 추가 수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자칫 특검의 구속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나면 사회 정의의 실현은 그만큼 불철저해지는 것이다. 이에 고무돼 우익이 사기를 조금이라도 회복하면 수많은 대중이 절실하게 염원한 박근혜 적폐의 청산과 진정한 사회 개혁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세월호

세월호 인양 문제도 박근혜의 유산이 전혀 청산되지 않은 대표적 사례다. 해양수산부는 박근혜가 파면되자마자 세월호를 인양했다. 그동안의 죄과를 박근혜에게 떠넘기고 면피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물론 신속한 인양으로 그동안 진실 규명을 방해한 주범이 박근혜였다는 정도는 분명해졌다.

그러나 그 뒤로 벌어지는 일들은 해수부 관료들을 포함해 더 폭넓은 세력들이 세월호 참사의 공범이었다는 점도 보여 준다. 피해자 가족들을 이간질하는 공작정치가 가장 가증스럽다. 그런 작태로 그들이 얻으려는 건 결국 선체 훼손과 책임 규명 운동의 분열일 것이다.

대통령권한대행 황교안이 부패한 관료들에게 힘을 보탰다. 목포신항을 방문해 미수습자 가족을 만나고는 눈물까지 글썽였다면서 황교안은 희생자 유가족들은 스치지도 않고 가버렸다. 3년 전 박근혜의 국회 방문이 떠오른다. 과연 박근혜의 공범답다.

세월호를 인양하게 만든 대중 투쟁이 계속해서 중요한 이유다. 기성체제에 묵직한 압박을 가한 퇴진 운동의 여파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곳곳에서 박근혜 유산의 집행자들은 난관을 겪고 있다. 검찰이 특검의 수사 결과를 받아들여, 박근혜 구속영장에 삼성과의 뇌물죄 연관을 포함시킨 것도 한 가지 사례다. 무노조 삼성에서 삼성엔지니어링 노조가 결성돼 민주노총에 가입했다는 것은 또다른 사례다.

퇴진 운동의 다수를 이뤘고 이따금 집회 연단이나 행진차 연설을 통해 불평등과 부정의한 사회 구조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던 노동자들이 움직여야 한다. 특히, 노동계급 고유의 경제적 힘(생산수단 가동에 차질을 빚게 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문재인 대세론이 뜻하는 바

문재인이 결선 투표 없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됐다. 문재인의 왼쪽에서 지지를 늘려 왔던 이재명은 노골적인 우경화를 내세웠던 안희정에 근소하게 뒤진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둘의 지지율을 합친 것보다 문재인 지지율이 더 크다. 특히, 당 대의원 득표에서 문재인이 몰표를 얻은 것은 민주당이 ‘문재인당’이라는 걸 새삼 보여 준다.

주목할 점은 문재인 대세론이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 와중에 생겨났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까지도 문재인의 지지율은 반기문과 엎치락뒤치락하는 20퍼센트대였다.

퇴진 운동 초기의 최대 수혜자는 퇴진 여론에 일찍이 힘을 실은 이재명 성남시장이었다. 이재명 시장은 맨 먼저 공개적으로 박근혜 퇴진을 외쳤을 뿐 아니라 사드 배치 철회,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석방 등 기성 정치인들이 꺼리는 주장을 거리낌없이 하면서 퇴진 운동 참가자들의 염원을 잘 대변했다. 반면 문재인은 단 한 번도 퇴진 운동을 선도해 대변한 적이 없다.

박근혜에 대한 증오심과 혐오감은 정권 교체 열망과 연결되므로, 지난해 9월 이후 제1야당인 민주당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했다. 최근 지지율은 50퍼센트에 육박한다.

그러나 문재인 지지율은 1월이 돼서야 30퍼센트를 넘겼다. 때마침 지지층이 겹치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퇴해 당내 경쟁자가 줄고, 우파측 대표 주자이던 반기문이 사퇴했다. 운동이 정권을 격퇴하기 시작하면서 우파의 구심이 약화되고 정권 교체 열망이 커진 것의 반영이다.

운동이 (그 성과와 한계 모두 포함해) 만든 지형이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즉, 문재인 대세론은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의 결과물이지만, 그것이 올곧게 반영된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 필터(정치적 한계와 조건)로 걸러진 결과물이다.

따라서 썩 흡족하진 않아도 현재 대선 구도에는 정권 교체 가능성을 높여 박근혜와 새누리당 정권의 유산을 확실히 청산하고 싶다는 대중의 염원이 놓여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권 교체 열망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오른 상황이 (문재인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민주당 내부 세력관계와 결합되고, 또한 퇴진 운동의 부침과 한계가 결합돼, 결국 문재인이 득을 본 것이다.

최근 〈미디어오늘〉이 한 여론조사에서는 차기 정권의 제1과제로 적폐 청산을, 〈동아일보〉 조사에서는 ‘정권 교체를 통한 적폐 청산’을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가장 많이 꼽았다.

그러나 좌회전 신호 켜고 우회전한 노무현 정부의 재탕을 약속하는 문재인이 그런 염원을 충실히 대변하지는 못할 것이다.

안철수·안희정 등이 경제·안보 위기에 직면한 지배계급의 단결이라는 필요를 강조해 문재인이 상대적으로 왼쪽에 있는 듯도 하지만, 요즘 문재인은 왼쪽 깜박이도 확실히 켜려 하지 않는다. 대중의 기대치를 높일까 봐 몸을 사리는 것이다.

민주당 공식 후보가 되자마자 문재인은 현충원에 가서 이승만과 박정희의 묘역에 참배했다. 그 생물학적·정치적 후예를 자처한 대통령을 대중이 쫓아낸 지 채 한 달도 안 됐는데도 말이다. 물론 이재명과 안희정의 지지층을 최대한 흡수하려고 ― “좌우로 벌려!” ― 양쪽의 눈치를 어정쩡하게 보는 모양새는 계속될 것이다.

좌파는 선거를 간단히 기각해서도 안 되지만, 선거 그 자체보다는 유리해진 정치적 환경을 이용해 노동자 투쟁을 일으키려고 애써야 할 것이다. 퇴진 운동의 견인차였던 노동계급의 구실이 중요하다. 《공산당 선언》에서 한 마르크스의 유명한 말대로 “기존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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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이후국민의 정치보다 계급 정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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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탄핵(파면) 이후 공식 정치권은 대선 국면으로 급격히 이동했다. 60일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하고, 당선자는 바로 다음날 임기가 시작된다. 당선 후 취임까지만 두 달 넘게 걸리는 평상시 정권 교체 과정과 달라 공식 정치에서도 급박한 면이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대선 정국이 지배적이진 않다. 대세론의 영향도 있겠으나, 박근혜 일당의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당장 박근혜 본인의 조사와 구속 여부가 첨예한 쟁점이다.


3월 21일 오전 드디어 검찰에 조사 받으러 나온 박근혜는 ‘송구하고 조사 성실히 받겠다’고 밝혔다. 짜증도 묻어났지만, 이제는 특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현실을 의식해 검찰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구속이 당연 서로 난처한 박근혜와 검찰. ⓒ사진공동취재단

오늘 조사 결과에 따라 박근혜의 기소 내용과 구속 여부 등이 판가름 날 수도 있다. 검찰은 그동안 죽은 권력에 냉정했다. 그러나 정작 민주당은 박근혜 구속이 보수 결집이라는 역풍을 불러올까 봐 걱정하니 그 점도 신경 써야 한다. 1차 목표를 이룬 정권 퇴진 운동이라는 아래로부터의 압력도 신경 써야 한다. 이를 무시했다간, 차기 정권에서 개혁 대상 취급 받으면서 한동안 정치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탄핵 이후 오히려 탄핵 찬성 여론이 커졌고, 박근혜 엄격 수사, 구속 등에 대한 찬성도 좀 더 늘었다. 박근혜 지지층에서조차 늘었다. 헌재 평결로 국가기관(사법부)이 공식적으로 박근혜를 부패한 통치자로 규정하고 파면까지 한 것이 주는 효과일 것이다. 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청와대에서 버티고, 청와대에서 퇴거하는 날까지 지지세를 과시하고 헌재 판결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오만한 태도를 보인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적폐 청산

따라서 박근혜 본인의 검찰 조사, 구속 여부, 재판 진행과 유죄 판결 여부 등이 여전히 중요한 쟁점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 구조 방기 의혹과 우익적 블랙리스트 통치 등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와 재판에서 추가로 사실들이 밝혀져야 한다. 사람들은 뇌물죄 입증과 재벌 총수 구속도 바란다. 세월호 인양 문제도 적폐 청산 투쟁과 연계된 쟁점일 것이다.


특히 민주적 권리를 억누르며 공작 정치를 편 작태는 이미 확인된 사실만 봐도 청와대와 국정원, 검찰·경찰, 전경련 등이 얽힌 커넥션이 있었을 개연성이 크다. 이런 것들이 노동 개악, 교육 개악 등을 위한 사전 땅고르기 작업이자 돌파 수단으로 사용됐을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 통치의 부패상을 단죄하는 일은 박근혜 정권의 진짜 목적, 즉 고통전가와 친제국주의 정책들에 맞서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촛불이 해냈다 파면은 시작이다. 박근혜 정권의 유산 청산 투쟁을 벌여야 한다. 3월 11일 20차 범국민행동. ⓒ이미진


싸워야 할 박근혜의 유산이 남아 있다

〈한겨레〉가 3월 20일에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57.3퍼센트가 차기 정부는 진보개혁 성향이 돼야 한다고 답했다. 열에 여섯이 정권 교체를 지지하는 셈이다. 거의 모든 여론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상승했고, 새누리당 계승자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약화됐으며,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의 지지율은 올랐다.


퇴진 운동의 결과로 바뀐 세력관계가 이어지는 것이다. 보수의 유력 대선 주자들 중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반기문에 이어 황교안마저 불출마하게 된 것은 이런 세력관계 탓이 크다. 돈과 세력의 문제도 있지만, 그조차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니, 결집력이 생기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퇴진 운동 덕분에 차기 여당으로 유력해진 민주당은 오히려 우클릭하고 있다. 한국 지배계급이 처한 경제·안보 위기 때문에 민주당 등 자본주의적 야당의 대선 주자들은 집권해도 새누리당(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의 적폐를 일부 계승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이들 대부분이 대중의 개혁 기대치를 떨어뜨리는 데 열중한다.


문재인은 적폐 인물을 영입하고 안희정은 대연정 추진을 강조한다. 민주당으로 정권만 바뀌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 깊고 폭넓은 사회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대선이 별로 신나는 일이 아닌 이유다. 덕분에 정의당 지지율이 조금씩 오르는 듯하다.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를 석 달 간 지켜 온 황교안은 이제 박근혜가 쫓겨난 박근혜 정부를 유지하고 있다. 파면된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진 사표를 모두 반려한 것은 형사재판에서도 박근혜 일당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대선으로 시선이 쏠린 틈을 이용해 사드 배치를 강행하고 노동 개악, 철도노조 탄압 등을 포기하지 않는다.


황교안은 지배계급의 두려움과 복수심을 등에 업고 하루라도 빨리 노동자 대중의 높아진 자신감에 상처를 내려고 궁리할 것이다. 황교안은 얼마전 ‘노동자의 책’ 이진영 대표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데 이어 3월 20일에는 광주 ‘6.15 학교’ 활동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의 의도를 파탄 내고 지금의 성취를 더 전진시키려면 여전히 대중 투쟁이 중요하다.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 이후에도 고통전가 공세가 이어질 것이므로 더욱 그렇다. 지금의 유리한 세력균형을 이용해 노동과 공공, 교육 등 분야에서 펼쳐진 개악들을 청산하는 투쟁을 벌여야 한다.

ⓒ이미진


선거 위주가 아니라 대중 투쟁을 강화할 정치

헌법재판소는 박근혜를 파면한 이유를 이렇게 열거했다.

“해당 기업의 경영권 및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하고, “대의민주제의 원리와 법치주의의 정신을 훼손 … 공익 실현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다.”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라는 대통령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장일치로 파면 결정을 했지만, 탄핵 사유 자체는 대단히 보수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압력을 탄핵이란 헌법 절차로 수렴해 정치체제를 보호하려는 목적이 뚜렷이 드러난 것이다.


반면, 정권 퇴진 운동의 사회적 구성이 압도적으로 노동계급 대중이었기 때문에 이 운동의 바탕에는 불평등하고 불의한 사회 구조에 대한 계급적 불만이 자리잡고 있었다.


헌재의 이런 판결 때문에 박근혜 퇴진 운동은 계급적으로는 성과가 없고,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만 강화된 것일까? 아니면, 절차적 민주주의가 강화돼서 그저 좋은 결과인 것일까?


일단 그 결과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자본주의에서 민주주의가 도입된 것, 즉 부르주아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의 실질적 불평등에 맞서 노동계급이 투쟁으로 시민적·정치적 권리들을 확보하면서 일부 정치·사회적 기본권도 확보한 체제이다.


그래서 이른바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심화’는 양면성을 띠기 마련이다. 따라서 형식적 결과보다는 세력균형과 이를 반영하는 대중의 의식과 조직이 더 중요하다.


지배계급은 분기탱천한 수백만 명의 즉각 퇴진 요구를 회피할 수 없다고 판단하자, 기존 헌정 체제(헌법) 안에서의 ‘탄핵’ 절차로 그 분노를 수렴하려 했다. 체제의 ‘민주성’에 대한 신뢰를 키울 수도 있는 것이다.


반면, 그렇게 만든 힘이 아래로부터의 대중 투쟁에서 나왔다는 점을 봐야 한다. 노동계급 안에서는 퇴진 운동의 효과로 정치의식이 높아지고 조직화도 진전할 것이다. 탄핵 이후 정당 지지도 조사에도 이런 조짐이 부분적이고 간접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활력

길어지는 경제 위기 때문에 다음 정권도 고통전가 공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우리도 모여서 투쟁하면 뭔가 이룰 수 있다”는 대중의 자신감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아래로부터의 활력을 노동계급의 자력 해방 투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혁명적 정치와 전략이 중요하다. 그 정치는 대의제 의회민주주의 지지자들이 말하는 정치와 다르다. 


가령 최장집 교수 등은 의회 정당 정치가 제대로 민의를 대변하지 못해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진단하고, 헌법상 절차로 해결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래서 대중의 활력이 의회 정당들을 강화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진정한 변화의 동력을 오히려 약화시킬 처방이다.


특히, 국가의 문제를 봐야 한다. 20세기 말 유럽 각국에서 연쇄적으로 개혁주의 정부가 들어섰지만 하나같이 배신으로 귀결됐다. 몇 번 좌우 정권 교체가 일어났지만, 결국 확인된 것은 주류 정치의 배신이 투표만으로는 바로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혁주의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기존 자본주의 국가를 운영하게 되는데, 그 국가는 자본주의 경제에 매여 있다. 장기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개혁주의 정당들도 기업 이윤을 위해 노동계급을 공격해야 한다는 압력을 피할 수 없다.


이런 문제들에 대처할 힘은 결국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며 자본주의의 이윤 생산을 담당하는 노동계급 자신의 행동이다. 대중 파업과 시위 둘 다 필요하다. 의회적 개혁주의 정당을 선거에서 지지할 때조차도 독립적인 대중 투쟁을 중심에 둬야 하는 이유다.

 
분노의 촛불 세대를 위한 토론 광장 | 4월 29일(토) ~ 4월 30일(일) | 장소: 서울(추후 공지) | 주최: 노동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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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뿐 아니라

특별법 정부 시행령(안) 폐기도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인양을 공식 발표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전후해 항의 운동이 다시 부상하자 유가족들의 요구 중 하나를 마지못해 수용한 것이다. 끈질기게 싸워 온 유가족과 우리 운동의 성과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5월에 인양이 가능하다는 기술 검토를 마쳤고, 실종자 수색을 중단하자고 유족들을 설득하던 11월에는 먼저 인양 얘기를 꺼냈다. 인양해서 실종자를 찾자는 것이었다.


물론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인양을 검토한 것은 침몰 원인 등 진상 규명과 희생자 수습보다는 사건을 빨리 정리해 버리려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구조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언딘의 기술이사는 당시 ‘구조가 아니라 배 인양을 위해 갔다’고 밝힌 바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이미 인양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으면서도 “세금 도둑” 운운하며 유가족을 고립시켜 인양을 회피하고 진상 조사와 시신 수습까지 방해해 온 것이다.


그러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의 정부 시행령(안) 입법예고가 자충수가 됐다.


독립적인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지 못한 반쪽짜리 특별조사위원회마저 완전히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는 오히려 정부가 진실 은폐 주범이라는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그래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과반의 사람들이 유가족들의 ‘시행령(안) 폐기’와 ‘세월호 인양 결정’ 요구를 지지했다. 또한 세월호 1주기를 맞아 16일, 18일에는 수만 명이 서울 도심 한복판을 행진하며 정부에 항의했다. 특히 18일에는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의 봉쇄선을 뚫어 기세를 보여 줬다.


여기에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리스트에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 현직 국무총리, 현직 도지사 등 정권 핵심 실세들의 이름이 줄줄이 흘러 나왔다. 대통령 자신이 불법 대선 자금 의혹의 주인공이 되게 생겼다.


부패한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4·29 재·보선 표심에 영향을 미치거나, 해고 요건 완화 시도 등에 맞서 민주노총이 벌일 일련의 파업 투쟁들과 만난다면, 정권으로서는 더 큰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재·보선의 특성상 결과 예상이 쉽지는 않지만, 만일 여당이 패하면 박근혜의 국정 통제력은 급속히 약화될 것이다. 국정 수행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도 30퍼센트대로 다시 떨어졌다.


그래서 박근혜는 서둘러 이완구를 사퇴시키고 세월호 인양 계획을 발표했다. 이완구는 지난해 세월호 특별법을 누더기로 만드는 데 앞장선 인물이기도 했다. 정부의 부패 스캔들을 이용해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이 전진한 것이다.



꼼수: 시간 벌기하면서 탄압하고 이간질시키기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자신들의 치부를 파헤칠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에 협조할 생각이 전혀 없다. 만일 지난해 결정해 인양 작업을 시작했다면,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간에 배를 건져 올려 침몰 원인을 조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이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인양 결정 지연이 진실 규명을 막으려는 정부의 꼼수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세월호 인양은 나중에라도 방해 공작을 펼 수 있으니 마지못해 수용하면서도 정부 시행령(안) 폐기는 한사코 피하고 도리어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을 탄압하는 것만 봐도 정부 의도를 알 수 있다.


그래서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4·16 가족협의회)’는 “인양 선언을 환영하지만 아직 신뢰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4·16 가족협의회’는 시행령(안)을 즉각 폐기할 것을 강조해 요구했다. “선체 인양을 위한 모든 과정을 ‘4·16 가족협의회’와 공개적으로 협의하면서 신속히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진상규명 특별법 정부 시행령(대통령령)을 즉각 폐기[해야] … 합니다.


정부는 인양 계획 발표라는 사이드스텝을 밟는 동시에 탄압의 훅을 날리고 있다. 경찰은 18일 집회에서 광화문 봉쇄가 뚫린 것을 빌미 삼아 수사본부까지 차려 ‘시위 참가자들을 처벌할 것’이며, ‘주최 측에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청구하겠다’고 협박했다. 벌써 당일 집회 참가자 두 명이 구속됐다. 구조 당시 교신 기록을 조작한 해경 지도부는 처벌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 이후 1년 동안 보여 준 것은 구조에는 무능, 진실에는 모르쇠, 진압에는 최선, 탄압에는 신속뿐이었다. 이런 정부가 정당한 집회를 불법 폭력으로 매도하고 유가족과 집회 참가자들에게 탄압의 칼날을 겨누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범죄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의 과제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 참가자들이 경찰 탄압에 위축될 이유는 없다. 박근혜가 요구 하나를 수용한 것 자체가 운동의 정당성을 입증한 것이다. 게다가 부패 스캔들로 정부가 집권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따라서 정부 시행령(안)도 문구 수정 같은 정부 꼼수를 단호히 거부하고 폐기를 목표로 뚝심 있게 싸워야 한다. 또한 그런 점에서 ‘불법 폭력 시위’, ‘매국 행위’, ‘유가족이 아닌 외부 세력의 선동’, ‘정치투쟁으로 변질’ 따위의 비방에도 단호하게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각별히 우파적인 정부를 상대로 싸우는 중이다. 이런 야비한 정부와 맞서 싸워 참사의 진실과 책임을 규명해 내려면, 운동의 규모를 더 키워야 하고, 무엇보다 조직 노동운동의 힘과 연결돼야 한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은 노동운동이 요구해 온 ‘이윤보다 인간을’ 우선하는 사회를 만들려는 투쟁의 일부다. 노동계급은 자신들의 요구와 투쟁이 바로 평범한 사람들 다수의 보편적 이익을 대변한다는 점을 보여 줘야 한다.


결정적으로 노동자들의 파업은 정부를 물러서게 할 잠재력이 있다. 중요한 것은 잠재력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이는 노동운동 내 좌파 활동가들과 투사들의 몫이다.


대규모 시위와 행진도 계속돼야 한다. 4월 24일 민주노총 파업 집회부터 25일 집회, 5월 1일 노동절 집회 등이 중요할 것이다.


마침 유가족들도 4월 24일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에 대거 참가하기로 했다. 유가족들은 파업을 지지하고,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을 위한 투쟁에 노동자들도 함께해 줄 것을 호소할 것이다. 5월 1일에는 1박 2일 철야 행동도 호소하고 있다.


이 투쟁들에 더 많은 노동자들이 함께해야 한다.


<노동자 연대> 147호 | 발행 2015-04-27 | 입력 2015-04-24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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