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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4.14 박근혜 퇴진 슬로건에 대한 단상

※ 지난해 지방선거 직후에 메모처럼 쓴 글. 다시 보니, 흥미롭다.
다만 ‘박근혜 퇴진’ 슬로건 자체를 물신화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부분은 조금 과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당시나 지금이나 이 슬로건을 지지하지만 말이다. 

슬로건은 구체적 행동 목표나 당장 성취하려는 요구로 구성되기도 하지만, 중장기적 전략 목표로서 선전 차원에서 내놓거나, 분노의 표출을 상징화해 내놓을 수도 있다. 다만 전술에서 각각의 슬로건의 성격들을 잘 구분해야 한다. 1980년대 전반기에 ‘군사독재 타도’ 슬로건을 당장의 성취 요구 성격의 슬로건으로 여겼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것은 전략 목표였고, 분노의 표출이었다. 

그래서 슬로건과 관련해서는 특정한 슬로건이 어느 시점에서는 추상적(당장 성취하려는 목표가 아니라는 점에서) 슬로건일 수 있지만, 상황이 바뀌면 구체적 슬로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87년 6월항쟁 한복판에서 ‘독재 타도‘, ‘전두환을 몰아내자‘가 단지 선전 차원의 슬로건이기만 했을까. 이를 현실화하려고 하지 않은 부르주아 야당이나 좌파 내 계급동맹론자들이 문제 아니었을까.

또 반대로 운동의 발전이 상황에 맞춰 자연스럽게 더 급진적 구호로 가게 되기도 한다. 2008년 촛불운동 때, 운동이 계속 커지는데 이명박이 소고기 재협상은커녕 고시를 강행하려고 하자, 사기가 오른 참가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이명박 퇴진이 인기 구호가 됐다. 당시는 그것이 가능해 보였다. 또한 ‘이렇게 국민이 반대하는데 강행해? 우리 말을 안 듣겠다면 네가 물러나라’ 식의 상황 전개는 운동 성장의 논리적 귀결이었다.

그런 점에서 비춰, 지난해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의 초기에 운동의 공식 요구로 ‘퇴진’을 채택하지 않은 것이 당시의 결정적 걸림돌은 아니었다. 물론 박근혜를 표적으로 하는 것은 필요했고, 그 점에서 ‘박근혜가 책임져라’가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봤을 때, 진정한 문제는 퇴진 구호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려 한 것이었다. 운동이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퇴진 구호로 갈 수 있고, 초기에조차 분노의 표현과 선전 차원의 슬로건으로서 퇴진 구호가 가능했는데도, 이를 아예 금지시키려 한 것은 운동의 시작점부터 스스로 제약과 한계를 설정하고 가는 것이다. 이래서는 운동이 어느 수준 이상 성장할 수 없다. 왜냐면, 미리 자기제약을 해 버리면, 운동의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어떻게 더 성장하게 할 것이냐 하는 각도에서 전술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서 퇴진 요구는 자연스럽다. 이렇게까지 진실 규명을 방해하는데 대통령이 물러나야 진정한 진실 규명이 시작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상황 발전의 자연스러운 논리적 귀결인 점이 있다. 누구보다 유가족이 앞장서 대통령으로 인정 못 하겠다, 물러나라 하고 얘기한다. 

물론 아직 구체적 목표는 아니다. 11일 집회가 고무적이었어도 아직 1만 명도 안 되는데, ‘퇴진’이 손에 잡히는 목표는 아직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여전히 운동의 리더들 다수가 이를 언급하기 꺼린다는 점이다.

그러나 논리적으로도 정당성이 있다는 점, 박근혜 책임론을 강력하게 부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한 그렇게 되길 바란다는 점에서 퇴진 구호를 지지한다.

중요한 것은 슬로건을 현실화시킬 힘이다. 이것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추상적 슬로건은 공허한 소리가 될 것이고, 추상적으로만 옳은 스로건이 될 것이다. 민주노총의 파업 성공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유다.




박근혜 퇴진 요구가 유가족들을 분열시킨다는 주장에 대해

(2014.6.18)



1.진정으로 유가족들이 바라는 것이,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안 마련이라면, 참사의 책임자로서 박근혜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정당하다.(이 요구 자체는 유가족만의 요구가 아니다.) (자본주의라는 근원적 원인을 고려하더라도) 한국 자본주의의 현 최고위 통치자로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그 책임의 수준이 무엇이냐가 문제일 텐데, 침몰과 관련한 책임(민영화, 규제완화, 이와 연관된 부패 등), 구조 방기와 실패에 관한 책임(예산삭감 등으로 구조역량 파괴, 컨트롤타워 실패 등), 진상규명 노력 방해(언로 통제, 집회 탄압 등), 재발방지 대안 거부(규제완화 등 신자유주의 가속화 등) 등을 볼 때, ‘적폐’의 뿌리를 대변하는 박근혜가 책임지고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것이 합당하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 항의 슬로건의 두 기둥은 진상규명/책임자처벌과 박근혜 퇴진이어야 한다.)

그동안의 행태, 박근혜 세력의 본질을 볼 때, 박근혜가 정권을 계속 쥐고 있어서는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재발방지 대안 마련조차 무망하다.


2.세월호 참사가 드러낸 것은 자본주의 이윤경쟁체제가 노동계급과 평범한 다수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더는 유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 민중 모두의 문제다. 

물론 유가족들은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고 정치적 요구를 부담스러워할 것이다. 애초에 정치적 견해도 다를 것이다. 정부와 우파도 이를 이용해 ‘정치적 의도’, ‘순수 유족’ 등의 용어를 써 가며 유가족들을 위축시키고 분열시키려 한다. 

그러므로 유가족의 분열(=위축, 정치적 대응 회피)을 이유로 박근혜 퇴진 요구를 회피하는 것은 정부와 우파의 의도에 말리는 것이며, (일부 개량주의 세력은 ‘국민’이란 이름으로 후진적 생각에 영합하는 것) 운동의 자연스런 발전을 억눌러 도리어 우리 편을 분열시키게 된다. 


3.이는 운동의 요구와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협조를 하면서도 유가족을 설득해야 할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유가족과 우호적 협력을 하는 것은 필요하고 유용하다. 다만, 운동이 노동계급 전체를 대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 가장 강한 설득력은 운동, 특히 노동운동이 실제로 박근혜 정부를 패퇴시킬 수 있는 힘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럴 때, 보통 사람들의 여론과 유가족의 지지를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그때조차 일부는 거부감을 가질 수 있으나 세력관계가 진실 규명에 유리해지면 입장을 고집하지 않게 될 것이다.) 

박근혜가 세월호 참사 책임은 물론 지방선거 패배 결과도 뒤집어 엎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지금, 운동이 더 급진적으로 가야만 동력을 확대할 수 있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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