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은폐하려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은 무효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 특조위)가 5월 21일 6차 회의에서 특별법 시행령 전부 개정안을 의결해 정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특조위가 정부 시행령 발표 전에 내놨던 시행령안으로 유가족들과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가 지지했던 안이다.


핵심 내용은 세월호 특별법에 근거해 유가족 등의 추천으로 임명된 상임위원들의 업무 지휘·감독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진상규명·안전사회·지원 소위원회를 맡은 상임위원들이 “관련 업무를 각각 지휘·감독”하도록 했다. 반면, 정부 시행령은 ‘협의·조정’이라는 명목으로 정부가 관료 중에서 임명한 행정지원실장이 진상규명·안전사회·지원 등 실무기구를 감독하도록 돼 있다.


또한 세월호 특조위는 안전사회국의 활동 범위를 ‘정부조사결과(자료) 분석’으로 제약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또 안전사회기획과와 보고서 작성과를 신설해 특조위의 임무가 진상규명을 통한 안전사회 추구에 있음을 분명하게 표현했다.


물론 시행령 전부개정을 이뤄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 박근혜는 세월호 시행령 개정 투쟁이 계기가 된 국회법 개정에 3권 분립 위배라며 길길이 날뛰고 있다. 여당 내 갈등도 불사하면서 말이다.


가히 ‘유신 스타일’의 ‘시행령 정권’답다. 박근혜 정부는 여당이 국회 과반인데도, ‘국민적 논의’의 장이라 불리우는 국회 논의조차 불편하게 여겨 시행령 같은 행정입법에 의존해 개악들을 추진해 왔다. 최근에도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고 시행령을 손봤다. 국가정보원이 판사 임용에 개입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3권 분립을 무시해 온 것도 바로 박근혜 정부다.(3권 분립은 애초 국가기관들 사이에서 비선출 집단이 선출직을 견제하려고 고안된 제도로 노동계급에게 반드시 더 민주적인 것은 아니다.)


수사권·기소권 같은 권한도, 인적 구성의 독립성도 충분하지 않은 반쪽 조건에서 온전한 진상 규명을 위한 활동은 계속해서 암초에 부딪힐 것이다. 국가를 상대로 한 아래로부터의 대중투쟁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다.


정부를 상대로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쓰레기 시행령이 통과된 후, 유가족들을 포함한 4·16연대는 사회적(범국민 or 민간) 진상규명 운동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법적 권한이 없는 민간 조사기구가 의혹 제기 이상의 결과를 낼 수 있을지 누구도 확답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사회적 진상규명 운동의 구실이나 위상, 특조위 감시나 정부를 상대로 진상규명을 압박하는 활동과의 관계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내가 보기에, 사회적 진상규명 운동을 벌이면서도 여전히 국가에 진상규명을 요구할 필요성은 남는다.


첫째, 국가는 지배계급의 통치 수단으로 강제력을 합법적으로 독점하고 사회 전체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국가를 통해 실질 개혁을 이룰 수 있다고 보지 않더라도, 아래로부터의 운동이 국가를 압박해 그것을 매개로 우리 운동의 요구를 사회에 보편적으로 적용하려는 것은 정당하다.


강제력 있는 수사권 보장과 책임자 처벌 등은 현실에서 국가를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


둘째,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의 핵심 대상이 바로 국가다. 규제 완화, 민영화, 정경유착 부패 등으로 참사의 조건을 차곡차곡 쌓아 왔다. 또한 구조 실패 문제가 있다. 국가기관의 구조 능력 약화가 누적돼 왔고 박근혜 정부도 컨트롤타워 구실에 완전히 실패했다.


그런데 국가기관과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조사를 민간이 강제할 수 있을까? 역설이게도 국가기관의 혐의는 (혁명의 경우가 아니라면) 국가기관의 힘을 통해서만 밝혀낼 수 있다. 박정희 정권의 인혁당 살인 사건, 노태우 정권의 강기훈 누명 사건을 사법부가 재심해 ‘무죄’로 판결한 것이 그 사례다. 광주 학살과 쿠데타의 주범인 전두환과 노태우도 결국은 검찰과 사법부를 통해 단죄했다.


셋째, 국가와 정치의 문제를 ‘국가주의 반대’, ‘대중의 직접 정치’ 등의 이름으로 회피할 수 없다. 지배계급은 이윤지상주의를 문제 삼고 박근혜 정부에 도전하게 되는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을 불편하게 여긴 지 오래됐다. 노동절 시위 때 봤듯이, 상당한 수준의 국가 폭력이 이 운동을 향해 벌어졌다.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들에게도 소환장 발부 등 법적 협박이 이뤄졌다.


운동이 굳건히 유지되려면, 정부와의 갈등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국가를 무시하려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가도 우리를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새정치연합 등에게서 정치적으로 독립된 대중투쟁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 특조위에 의존하지 않되, 정부의 진실 규명 방해에 맞서 계속해서 싸우도록 독려·압박해야 한다. 사회적 진상규명 운동은 이런 전체 과정의 일부로 자리매김할 때 나름의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기회가 다시 온다면, 시행령만이 아니라 특별법 자체를 개정하는 투쟁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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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이 호소한 4월 11일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을 위한 총력 행동 광화문 집회는 유가족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분노도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 줬다.


집회 장소인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이 가득 차 길 건너 세종문화회관 계단까지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왔다.(주최측 추산 8천 명) 도보 행진 후 일주일 만에 집회 규모가 두 배가량으로 커진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쓰레기 시행령(안)’을 내놓은 지 2주 만이다.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사람들의 분노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열기는 구조 실패에 책임을 져야 할 박근혜 정부가 오히려 진상 규명을 가로막는 주범인 것이 정부 시행령(안)으로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 핵심부의 부패 추문이 터졌다. 이날 집회에서 이처럼 부패하고 무책임한 이 정부를 끝장내자는 주장들이 많았던 배경이다.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 1주기 논란을 피하려고 콜롬비아 출국 일정을 급하게 잡아야 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서인지, 이날 집회는 조직노동자들은 물론이고 대학생들의 적극적인 참가가 특히 두드러졌다. 대학생들은 청와대 방향 행진 시도에도 적극 앞장섰다.


이날은 박근혜에게 직접 책임을 묻고 시행령 폐기와 세월호 인양에 대한 답변을 들으려고 집회 후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 행진은 곧 경찰의 버스 장벽 쌓기로 가로막혔다. 결국 참가자 수천 명은 광화문 사거리, 종로 2가, 명동, 시청 등 도심 한복판을 위력있게 행진하며 거리의 시민들에게 지지와 동참을 호소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이 왜 필요한지, 정부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이 왜 폐기돼야 하는지 등.


그리고 통쾌한 거리 행진은 참가자들을 고무시켰다. 광화문 사거리로 돌아 온 행진 대열은 다시 한 번 청와대 방향으로 진격했다. 최근 정부의 군색한 처지 때문인지 시내 도심 행진은 전혀 제지하지 못한 경찰이, 경복궁 앞에서는 유가족들에게까지 최루액(캡사이신)을 뿌리며 유가족 포함 스무 명이나 연행하는 폭력성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참가자들은 자정 넘게까지 박근혜가 책임질 것을 요구하며 싸웠다. 


박근혜 정부가 진실 규명 방해 공작에서 물러서도록 하려면 세력관계가 우리 편에 유리해져야 한다. 16일, 18일 집회와 24일 민주노총 파업이 성공을 거둬야 하는 이유다. 민주노총은 총파업 요구 사안에 정부 시행령(안) 폐기를 포함시키고 18일 집회에 적극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더 많은 집회 참가,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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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월호 참사에 관해 밝혀진 부분적 사실들과 정황, 이 사회의 작동 원리들과 결합해 참사의 본질적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해도 법정 기구로 수사하고 그것들을 확정된 진실로 내놓는 것은 여전히 필요하다.


예를 들면, 참사 당일 박근혜의 7시간 실종과 관련해 중대 재난에 대한 정부의 보고 지휘 체계의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 국정원 실소유주 의혹도 밝혀야 한다. 그런데 은폐의 장본인이 박근혜 정부다. ‘숨기려는 자가 범인’이라는 세월호 집회 한 참가자의 팻말이 신랄하게 느껴진다.


따라서 국가를 상대로 진실 규명을 요구하며 싸우는 투쟁이 중요한 이유는 첫째, 이것이 피할 수 없는 전선이기 때문이다. 책임 규명은 조금이라도 참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 법정 기관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는 과정은 참사의 책임자들에게 강제력을 동원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진실 파헤치기에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셋째, 수사든 조사든 그 결과에 공신력을 부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은 광주 학살이 전두환 신군부의 짓인 것을 당연히 알았지만,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을 요구했다. 결국 1988년 국회 청문회, 1995년 전두환 노태우 구속과 유죄 판결로 광주항쟁은 ‘독재 정권의 민중 학살에 맞선 정당한 민중 저항’으로 국가적 차원의 공인을 받았다. 오늘날 우파들은 이를 함부로 뒤집지 못한다.


이 때문에 독립적인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진실 규명 기관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리고 특별법이 설령 애초 요구대로 통과돼도 투쟁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 점에서 정부에 요구하지 말고 대중 스스로 진상 규명에 나서자는 주장은 일면적이다. 또한 폐기가 아니라 문구 수정 등으로 조사위원회를 무력화시킬 정부 시행령안에 대해 문구 수정 수준에서 타협하자는 운동 내 일각의 태도는 진실 규명을 어렵게 할 뿐이다.



정부 시행령(안) 폐기는 진실 규명을 향한 장도의 첫 발



박근혜가 대통령령인 특별법 시행령(안)을 전격적으로 내놓은 것은 확실히 기습 공격이었다.


그러나 이 기습이 정권이 무리수를 둔 결과가 될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세월호 항의 운동이 매우 빠르게 복구되고 있다. 4월 4~5일 도보 행진과 마무리 집회에는 수천 명이 참가했다. 최근 여론조사들에서도 정부 시행령(안) 반대와 세월호 온전한 인양 지지가 50~70퍼센트를 넘는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공분은 잠복해 있었을 뿐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격랑의 정국 속에서, 사람들의 원성을 살 사실들이 새롭게 폭로되거나 정권이 무리수를 두는 등의 변수가 생길 수 있다. 그러면 세월호 항의 운동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고 한 <노동자 연대>(136호)의 예측이 옳았던 것이다. 이런 전망 속에서 당시 <노동자 연대>는 불필요한 양보를 하지 말고 원칙을 지키며 끈질기게 싸우자고 주장했었다.


지금 4월 총파업을 준비하는 민주노총도 파업 요구안에 정부 시행령안 폐기 등 포함, 집회 적극 참가 등 세월호 참사 항의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교조도 “공무원연금 개혁 반대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저지를 위해 24일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연가 투쟁 형태로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자원외교 비리 수사에서 시작한 “부패비리 발본색원” 작업은 김기춘, 허태열 등 친박 핵심 인사들로 불똥이 튀었다. 이런 상황은 박근혜의 고통전가 공세와 세월호 진실 침몰시키기 공세의 동력이 약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


그러나 박근혜는 늘 해 왔던대로 정부 시행령(안)을 쉽게 폐기하진 않을 것이다. 또한 우리 편에 유리한 여론과 집회 참가 등 행동 규모 사이에 여전히 격차가 있다.


따라서 요구안 후퇴가 아니라 유리한 요소를 이용해 운동을 강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세월호 문제가 민주노총의 파업과 연계돼 4·29 재보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박근혜가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이를 통해 세력균형이 우리 편에 유리해지면, 정부 시행령(안) 강행도 어렵겠지만, 설사 이를 통과시켜도 다시 개정하거나 심지어 특별법 자체를 새로 만드는 운동을 자극할 수도 있다. 유가족은 물론 특별조사위 이석태 위원장 등도 불복종하고 싸우겠다고 투쟁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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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주기

진상 규명 노력마저 침몰시키려는 박근혜 정부




3월 31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416시간 광화문 집중 항의행동 농성 촛불집회’에서 세월호 유가족 ‘세희 아빠’ 임종호 씨는 “정부가 특별법 같지도 않은 특별법까지 무력화하려고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3월 27일 입법예고한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의 시행령(안)이 많은 이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있다.


이 시행령(안)은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를 사실상 관제기구로 만들어 무력화시키는 안이다. 조사 대상인 행정부 관료가 특조위에 임명직으로 와서 돈과 인력을 통제할 수 있게 해 놓았고, 특조위의 진상 규명 범위를 독자 조사가 아니라 정부와 검찰, 감사원 등이 내놓은 조사 결과를 검증만 하도록 해 놓았다.


참으로 뻔뻔하고 사악한 작태다. 참사 직후 ‘적폐 척결’ 운운하던 박근혜는 본인이야말로 참사를 낳은 자본주의 적폐의 수장임을 다시 한 번 자인한 것이다. 해양수산부가 앞장섰다지만, 시행령은 기본으로 대통령령(법률에서 위임받은 사항에 대해 대통령이 내리는 명령)이다.





세월호 참사 1년이 다 되도록 박근혜 정부는 구조를 못 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오히려 진상 규명 방해, 특별법 반대, 유가족과 항의 집회 탄압, 특별조사위원회 무력화, 유가족 마녀사냥 등 온갖 악행을 저질러 왔다. 그의 측근들도 “세월호 특조위는 세금 도둑” 운운하며 김빼기를 시도해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여야 야합으로 권한도 줄여 놓은 특조위를 아예 식물기구로 만들려는 것이다.(애초에 유가족이 요구한 특별법상 진상규명기구는 수사권, 기소권과 함께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성’이 핵심 요건이었다.)


저들이 이렇게까지 나오는 이유는 세월호 참사가 노동계급과 민중의 안전을 우선순위에서 배제하고 무시하는 이윤 경쟁 체제의 수혜자들이 만들어 낸 비극이기 때문이다. 이 체제의 수혜자들과 통치자들은 이익과 권력으로 유착돼 있다. 이런 유착 구조가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떤 비극을 선물했는지 드러나는 걸 그들이 반길 리 없지 않은가. 이들을 대변하는 박근혜 정부가 한사코 참사의 진실 규명을 방해하고 심지어 진정한 애도의 감정조차 표명한 바가 없는 이유다. 


정권에 불리한 이 쟁점이 다시 부각되고 그 때문에 재.보선에 영향을 주는 상황도 고려했을 것이다. 또한 세월호 쟁점이 민주노총의 파업 투쟁과 영향을 주고받는 것도 걱정될 것이다. 최근 새정치연합의 문재인 지도부가 보인 우클릭도 이런 행보에 힘을 보탠 듯하다.


전날인 3월 30일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과 정부의 시행령(안) 폐기를 촉구하려고 청와대 면담 요청을 하려던 ‘동수 아빠’ 정성욱 씨, ‘성호 아빠’ 최경덕 씨가 폭력으로 연행되기까지 했다. 이날 경찰의 폭력 봉쇄로 곳곳에서 유가족과 시민, 학생들이 고립되고 부상을 당해야 했다.


이래 놓고 정부는 보상금 문제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유가족의 끈질긴 항의가 돈 때문인 것처럼 보이게 해 국가(정부) 책임론에 물타기하려는 것이자 세월호 참사 이슈를 정리 수순으로 내몰려는 수작이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거의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측이 요구한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지지하는 의견이 60퍼센트를 넘는다. 이는 당장 행동으로 표출되진 않아도 이 운동의 저변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들이 무력화하려는 반쪽짜리 특별법도 5백만 명이 넘는 지지 서명을 배경으로 그나마 제정될 수 있었다.





지금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와 ‘(사)4 · 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4 · 16 가족협의회)’ 등은 3월 30일부터 참사 1주년인 4월 16일까지 416시간 시민긴급행동을 선언했다. 매일 저녁 광화문 촛불집회, 도보행진, 온라인 항의, 신문 전면 광고, 주말 대규모 집회 등이 계획돼 있다.


‘유민 아빠’ 김영오 씨 등 유가족들도 광화문광장 북단에서 맨몸으로 농성을 시작했다. 경찰이 천막 등의 설치를 막았기 때문이다. 비가 온 3월 31일 밤을 이들은 비닐 천 하나로 새워야 했다.


박근혜 정부의 꼼수와 탄압을 막아 내고 진실 규명을 위한 걸음이 앞으로 나가려면, 세월호 1주기를 맞아 다시 고조되는 관심과 지지를 행동으로 모아 내야 한다. 민주노총이 조직하는 4월 총파업과 총력 투쟁이 세월호 참사 항의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 이 글은 4월 1일에 <노동자 연대>에 실렸습니다. 더 자세한 소식은 ☞여기로



주요 투쟁 일정


4월 16일까지 매일 광화문 세월호광장 촛불집회

4월 4~5일 시민·가족 도보 행진(안산~광화문)  ※4월 5일 오후 5시 도착 예정.

4월 11일 시행령 폐기 세월호 인양 촉구 국민대회
4월 16일 참사 1주기 범국민추모제
4월 18일 세월호 참사 1년 전국 집중 범국민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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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백 일과 여야 특별법 제정

진실 규명 요구와 투쟁은 왜 중요한가


<노동자 연대> 137호 | 발행 2014-11-10 | 입력 2014-11-08




제대로 된 진실 규명은 피해자들이 단지 운이 없어 비극을 당한 게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해 줄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낳은 이윤 경쟁 시스템의 잔혹하고 부패하며 무책임한 실상을 파헤치는 것은 사회를 바꿔 안전 사회를 만들자는 투쟁에 정당성을 입증해 줄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이런 참사가 필연적이라는 것, 즉 “돈보다 생명”인 사회를 위해서는 사회 운영의 우선순위를 놓고 노동 대중이 단결해 싸워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이런 참사의 반복이 필연적이더라도 그 빈도는 낮출 수 있다. 성역 없이 진실과 책임을 규명하는 것이 그 일에 도움이 될 것이다.


수사권ㆍ기소권


그러므로 새로 설치될 진상 규명 기구를 압박하며 진실을 더 많이 규명하려고 싸우는 것은 여전히 필요하다.


지난 반년간 증명됐듯이, 진상 규명은 노동계급과 그 자녀들을 생죽음으로 몰고 가고, 구조를 외면한 이윤 경쟁 체제의 기득권 집단과 싸우는 문제다체제의 수혜자ㆍ수호자 집단은 자신들의 치부가 온전히 드러나도록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본회의 표결시 위헌 운운한 새누리당 하태경의 발언을 보라.)


그러는 한편, 특별조사위가 한계에 봉착할 경우에 대비해 애초의 수사권ㆍ기소권 포함 특별법 요구를 유지해야 한다.


특별법 투쟁을 넘어 안전 사회로?



일부 좌파가 특별법 투쟁 때문에 안전 이슈가 주목받지 못했다는 식으로 양자택일식 주장을 펴는 것은 일면적이다.


물론 “이윤 앞에 안전이 희생되는” 구조가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그와 동시에 제대로 된 특별법을 통해 그 구조를 이루는 인간 집단들이 참사에 어떻게 연루됐고 영향을 미쳤는지 파헤치는 것이 결코 구조적 대안 마련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진상 규명 투쟁 중에 ‘제2의 세월호를 막자’를 막자고 호소한 의료 민영화 반대 운동이 2백만여 명의 지지 서명을 받은 것도 둘이 대립되지 않았다는 간접 증거다.


무엇보다 현실에서 특별법 투쟁은 참사 주범의 하나인 정부와 싸우는 핵심 전투였다. 그 상황에서 ‘특별법을 넘어 안전사회로’를 주장하는 것은 이런 전장을 회피하는 것일 뿐이다.


이런 태도는 특별법 투쟁 국면을 정리하고 싶어 한 온건파 리더들을 돕는 것으로 귀결되기 십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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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백 일과 여야 특별법 제정

진실과 책임을 밝혀내는 투쟁은 계속돼야 한다


<노동자 연대> 137호 | 발행 2014-11-10 | 입력 2014-11-08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10월 25일 청와대로 향하는 길을 가로막은 경찰 앞에서 “대한민국이 우리 아이들을 죽였다”고 원통해 했다.


“힘없는 부모라서 너희들을 죽게 했다”며 지은 죄도 없이 자책감에 시달리던 학부모 유가족들은 “진상을 못 밝히면 죽어서도 아이들을 볼 수 없다”며 넉 달 넘게 진상 규명 특별법 제정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은 끝내 유가족과 수백만 대중의 바람을 뿌리쳤다. 여야가 11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진상규명 ‘특별법’은 죽은 사람의 원통함을 풀기에도, 산 사람들이 안전사회에 대한 희망을 갖기에도 턱없다.



사진 출처: 민중의 소리



오히려 진상조사기구의 부실한 권한 때문에 진실의 알맹이를 덮고 참사의 책임자들에게 절차적 면죄부를 줄 가능성도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 등 독립적 조사를 위한 권한 자체를 애초에 배제한 것이 문제다. ‘조사의 결과’와 ‘수사의 결과’는 애초에 공신력과 무게감이 다르다.


조삼모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추천권을 유가족에게 준다지만, 위원회 자체의 권한이 취약한 점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동행명령이나 자료 제출 요청을 거부했을 때 제재가 약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원회의 재정과 인력을 총괄하는 사무처장을 새누리당 몫으로 해 그나마도 효과가 반감되게 생겼다. 조사위원의 자격 기준을 높여 놔 유가족 지지 위원이 과반수가 될 보장도 없다.


위원회 조사 대상을 기관이 아니라 장소로 해 놓은 것도 제약 요소다. 개인의 사생활과 재판 중인 사건을 청문회 대상에서 배제해 놓아 조사 범위의 폭을 좁혀 놓았다. 조사 기간도 최대 1년 6개월로 애초 요구한 최대 3년에 비해 절반밖에 안 된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위원회의 한계를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특별검사제로 보완할 수 있고, 이 특검 임명시 유가족의 의사를 반영하면 되지 않냐고 한다.


그러나 특별조사위원회가 특검을 지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점이 분명하지 않다.


위원회가 무력해지면, 차후에 구성될 특검은 더욱 효과가 떨어질 것이다. 특검은 (진상 규명을 방해해 온)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유가족에게는 기껏해야 후보 추천시 비토권만 준 것도 문제다.


용두사미 된 진상조사기구의 최근 사례



노무현 정부는 민주 개혁의 일환으로 과거사 청산을 추진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새누리당)과 우익의 거센 반발로 과거사 청산은 매우 상징적 수준에 머물고 말았다.


당시 대표적인 과거사 재조사 기구로는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국정원 과거사위)와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를 들 수 있다.


두 기구 모두 수사권과 기소권 없이 조사권만 있었다. 이 위원회들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허약한 권한 때문에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할 수 없었다고 증언한다.


한홍구 교수는 8월 한 기자회견에서 조사권만으로는 ‘꽃삽으로 난지도를 파라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 교수는 국정원 과거사위에 참여했다.


국정원 과거사위는 위원회의 3분의 2가 시민사회단체 몫이었다.


면죄부


진실화해위 위원장을 역임한 안병욱 교수도 부족한 권한으로 부실한 조사를 하면 자칫 절차적 면죄부만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10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 토론회)


두 위원회 모두 정부 차원의 지지를 받아 과거 정권들의 비리를 파헤치는 기구였다. 그런데도 권한 부족과 기득권 집단의 저항으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하물며 현직 정권을 수사해야 하는 기구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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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반년

수사권·기소권 포함 특별법 요구를 접어서는 안 된다



<노동자 연대> 136호 | 발행 2014-10-20 | 입력 2014-10-18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특별법 야합 이후 세월호 항의 운동은 일시적 소강 상태다.


그동안 고비마다 원칙 있게 분투했던 가족대책위가 안타깝게도 애초의 특별법 요구 기조에서 후퇴했다. 유가족을 무시하고 배신하며 저질러진 두 주류 정당의 야합에 지치고 사기가 떨어진 듯하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의 온건파 리더들이 이를 추수하며 투쟁의 정당성과 목표를 손상시키는 것이 진짜 안타깝다.


박근혜 정부가 완강하게 버티고 있으므로 세월호 참사 책임 규명은 단시간에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우여곡절 속에서 또 격랑의 정국 속에서, 사람들의 원성을 살 사실들이 새롭게 폭로되거나 정권이 무리수를 두는 등의 변수가 생길 수 있다.


그러면 세월호 항의 운동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


이때 기회를 잡으려면 세월호 항의 운동은 몇 가지 쟁점에서 분명한 태도가 필요하다.


첫째, 수사권ㆍ기소권을 가진 독립적 수사기구를 요구해 온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반드시 참사의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해야 한다. 운동의 목적과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인내심을 갖고 원칙 있게 싸우는 것이야말로 운동의 동력을 유지하고 되살리는 길이다.


둘째,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데서 공범임이 드러난 새정치연합으로부터 독립적 자세를 분명히 해야 한다. 새정치연합 전 원내대표 박영선은 기소권을 요구할 수 없다고 7월부터 말했지만, 대책회의는 공식적으로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셋째, 세월호 참사는 국가가 노동계급 사람들의 구조를 외면한 계급 차별 문제이기도 하므로 조직 노동계급 운동이 구심점 구실을 해야 한다. 각종 민영화, 규제 완화 반대 등 안전과 생명을 의제로 한 투쟁들과 연계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 책임을 손톱 만큼도 지지 않겠다는 박근혜에게 실질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지겹다는 말은 마세요. 어떻게 자식이 지겨울 수 있습니까?”
―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여야 합의안 재평가? 정직해야 한다



수사권ㆍ기소권을 포함한 특별법 제정 요구에 5백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서명했다.


‘성역 없는 진상 규명으로 죄를 물어 재발을 막아야 한다’, ‘검찰 등 국가기관을 못 믿겠다’, ‘국가가 참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광범한 분노를 집약해 대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책회의의 리더들 다수는 이참에 수사권ㆍ기소권을 포함하는 특별법 요구를 정리하자고 주장한다.


여야 추가 협상 과정에서 ‘특검 추천 시 유가족 참여 보장’ 등을 요구해, 10월 안에 ‘특별법’을 만들도록 하자는 것이다. 사기저하와 조급함을 드러내는 단견이다.


이런 입장을 정당화하려고 일부 활동가들은 여야가 합의한 자료제출 요구권, 청문회권, 동행명령권 등을 매우 큰 성과라고 부풀린다. 


반면에 운동이 수사권과 기소권 등 ‘협소한’ 법 조항에 매몰된 것이 한계였다고 지적한다. 마치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신포도(여우가 못 먹게 된 포도를 신 포도일 거라며 자기 위안하는 이야기)’처럼 후퇴를 합리화하는 방어기제로 들린다.


그러나 실용주의적인 후퇴를 정당화하려는 정직하지 못한 평가는 운동에 도움이 안 된다.


지금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세월호 선장 이준석은 ‘동행명령권’이 발동됐는데도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백 번 양보해 그런 권한들이 어찌어찌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쳐도, 그 권한을 행사할 특별검사 자리에 믿을 만한 사람이 임명된다는 보장도 거의 없다.(새누리당은 그런 방식의 합의를 어떻게든 거부할 것이고, 새정치연합은 이번에도 그런 입장을 추수할 것이다.)


여야는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어려운 인사는 배제한다’고 합의했다. 새누리당은 국정감사에서 대한변협마저 ‘정체성이 의심스럽다’고 험담했다. 특별법 합의에 대비한 포석인 것이다.



왜 기존의 진상규명 특별법 요구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가



첫째, 여야는 물론 박근혜 정부까지 진상 규명의 적들끼리 합의한 특별법으로는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이 불가능할 것이 명백하다.


따라서 운동은 철저한 진상 규명 요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은 설사 훗날 정권이 바뀐 뒤에라도 밝혀질 수 있다. 끈질긴 싸움 끝에 제주 4.3 항쟁,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1980년 광주 학살 등의 진실이 수십 년 뒤에 확인됐듯이 말이다.


둘째, 지금 세월호 참사 국면, 특히 진상규명 국면이 빨리 끝나기를 가장 바라는 사람은 바로 박근혜다. 최종 책임자는 누가 뭐래도 박근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국회에서 기만적 특별법이 통과되면 유가족과 세월호 운동 지지자들에게 ‘이제 제자리로 돌아가라, 결과를 지켜보며 가만히 있어라’ 하고 대대적으로 떠들어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법이 끝났다는 인식을 주면, (의도치 않더라도) 정권의 국면 전환을 수용하는것처럼 비쳐 동력 확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셋째, 애초에 특별법 요구는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을 위해서였다. 검찰과 국회,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으로는 진실을 제대로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여야 야합 과정이나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는 이 주장이 옳았음을 입증해 준 과정이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정당할 뿐 아니라 필요한 요구를 포기해야 하나?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규명하고 단죄하는 일은 안전 사회를 만드는 첫 걸음이다. 참사의 책임자들은 자본주의 이윤 경쟁 시스템의 수혜자들과 통치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원래 기조를 지켜 원칙 있게 싸우는 것이 의제를 협소화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윤지상주의) 체제의 비정한 진실을 낱낱이 밝히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일각에선 국가에 의존하지 말고 대중 스스로 진상 규명 운동에 나서자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법률적 강제권이 없으면 이 참사에 연루된 사회 상층부 인사들을 강제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냉정한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결국 의도치 않게 민감한 쟁점을 회피하는 주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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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더라도 원칙을 지켜 싸우자



<노동자 연대> 135호 | 발행 2014-10-06 | 입력 2014-10-02


9월 이후 운동이 다소 소강 국면을 보였다. 민주노총이 9월 27일 노동자대회를 취소하는 등 동원 노력을 소홀히 한 책임도 작지 않다. 특별법 제정이 쉽지 않은데다 집회 동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전망을 둘러싼 견해들이 여기저기 나오고 있다.


일부 NGO 지도자들은 특검 수준으로 요구를 후퇴하자고 주장한다. 그래야 국회 내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등 주요 NGO들과 일부 종교 지도자들이 30일 발표한 ‘제안문’이 그런 것이었다. ‘탈진영론’이 새정치연합의 배신적 타협을 정당화해 주는 맥락에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국회 파행에 가족대책위의 원칙적 태도도 한몫 한다는 식의 논리로 이용될 수 있어 위험하다. 실제로 가족들이 특검 추천권으로 후퇴했지만, 돌아온 건 배신과 모욕뿐이었다. 이른바 화해(중재)파들은 일말의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일부는 공식 입장도 아닌 ‘원로’들의 ‘제안문’을 대책회의 사이트에 올리고 온라인에서 홍보했다가 항의를 받고 내렸다.


한편, 일부 급진좌파는 특별법에 갇히지 말고 ‘안전 사회’나 ‘박근혜 퇴진’ 같은 더 폭넓은 의제로 투쟁하자고 말한다.(물론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발전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놓고 전선이 첨예하게 형성돼 있다. 이를 건너뛰어 다른 의제로 가자는 것은, 말은 좌파적이지만 실은 뜨거운 문제를 회피하는 태도다.


이 모든 상황들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가족대책위나 운동 참가자들이 고립감이나 피로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완강히 버티는 국가 권력을 상대로 원칙을 지키며 싸우는 일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며,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거치기 마련이다.


따라서 당장 어렵다 해도 원칙을 지키며 싸워야 더 많은 대중에게 그 올바름을 입증받아 운동을 성장시킬 수 있다.


특히 하반기 2대 핵심 투쟁 과제로 “세월호 참사 대응”을 꼽고, “현장 투쟁과 세월호 국면 적극 결합 기조를 실현”하겠다고 한 민주노총이 정말로 실질적인 구실을 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은 우리 모두를 위한 일



박근혜가 강경 대응을 지시한 9월 30일 아침 전남 신안군 홍도 해상에서 유람선 좌초 사고가 일어났다. 다행히 전원 구조됐다. 이번에도 먼저 도착해 구조를 시작한 것은 인근 어민과 유람선들이었다.

문제는 사고 선박이 27년 된 중고 선박을 수선하고 증축해 올해 5월 영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뒤에도 폐기 처분해야 할 낡은 배의 취항을 목포 해경이 허가해 준 것이다. 당시 홍도 주민들이 위험하다고 반대했는데도 말이다.

그동안 세월호 운동이 해 온 경고가 옳았다는 게 입증된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총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이윤이라는 체제의 우선순위에 도전하는 투쟁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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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석 달

여야의 기만적인 특별법 합의 시도 반대한다





7월 24일이면 세월호 참사 1백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다시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고가 일어나면 결과가 다를 수 있을까?”


구조 늑장과 무능ㆍ무책임으로 참사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관련 국가기관들과 박근혜의 행태를 보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조차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이들은 필수적인 안전 규제를 해체하고 구조 책임을 방기해서 노동계급 사람들과 그 자녀들에게 지옥문을 열었던 자들이다.


그런데 책임을 지기는커녕 그들은 이제 문을 가리고 숨기는 데에 급급하다. 범여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있다.


여야 합의 한 달 만에 겨우 시작된 국회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해당 기관들이 요청대로 자료를 제출한 비율이 3퍼센트에 불과하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7월 2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의 말실수를 빌미로 새누리당이 국정조사 일정을 거부하기도 했다. 명분은 ‘대통령을 욕되게 했다’는 것이다.


청문회 파행


당시는 해양경찰청 기관보고 중이었고, 청와대와 해경의 사고 당일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이날의 청문회 파행은 박근혜 정부 책임론을 어떻게든 피해 가려는 술책이었던 것이다.


국정조사특위 위원장 새누리당 심재철은 유가족들의 청문회 모니터링을 한 명으로 제한했다. 새누리당 조원진은 국정조사 파행에 항의하는 유가족에게 ‘나서지 말라’는 폭언도 했다.


여권의 이런 행태를 보면,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라도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이 정권 퇴진 요구와 결합돼야 함을 알 수 있다.


제1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여당 견제 구실도 못 한다. 오히려, 지지율이 하락하고 여권 내 통제력이 다소 약화된 박근혜를 돕는 결과를 내고 있다. ‘새누리 2중대’라는 비아냥까지 듣는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국정조사 준비만 부실한 것이 아니라 여권의 조직적 방해에도 속수무책이다.


그리고 공작정치 전문가 이병기의 국가정보원장 임명에 사실상 동의해 줬다.


10일 청와대 회동을 통해 국정 협의 모양새를 취한 것은 ‘국가대개조 범국민위원회’ 따위로 신자유주의적 국가 개조를 추진하는 박근혜에게 ‘국민적 합의’를 추구한다는 소통 이미지만 제공해 줬다.


노동계급의 분노에 직면해 난관에 처한 박근혜를 새정치연합이 구해 주려는 것은 이들이 현 통치체제를 유지하는 데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친자본주의 정당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조기 레임덕은 국가적 위기’라는 식이다.



가족대책위의 특별법을 수용하라



이처럼 공식 정치 영역에서 기대할 게 없는 상황에서 ‘세월호사고희생자/실종자/생존자가족대책위원회’가 대한변호사협회의 도움을 받아 독자적인 특별법(안)을 제출한 것은 정당하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권한을 가진 독립적 기구’가 구성돼 임무를 맡아야 한다. 기구 성원의 절반은 피해자 가족이 추천하는 인물들이어야 한다.(검찰과 경찰 등을 도저히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독립기구가 위력을 발휘하려면, 검찰과 똑같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 대책이 수립돼 실제로 실행되려면 철저한 진상규명에 바탕해 이 기구가 내놓은 대안들이 구속력을 가져야 한다. 기구의 활동시한은 최대 3년까지 보장돼야 한다.


수사권·기소권


그러나 기존 국가기구, 특히 검찰과 행정부에 대한 불신에 기초한 가족대책위 측의 특별법을 양대 정당이 요구 그대로 수용할 리 없다. 두 당 모두 이런 국가기관들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착해 있다. 이미 두 당의 논의가 가족대책위를 배제한 채 이뤄져 왔다.


새누리당은 물론 새정치연합이 낸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안)도 이에 턱없이 못 미친다.


그래서 피해자 가족들의 특별법 제안을 지지하는 서명이 벌써 3백50만 명을 넘어섰다. 가족대책위는 민주노총 노조들의 공장 안까지 들어가 서명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이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


안전 관리와 구조 과정의 새로운 비리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서 주류 정당들도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7월 16일까지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합의한 배경이다.


두 당이 세월호 특별법을 만든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별 실효 없던 특검 수준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대중적 압력을 만드는 데 노동운동이 구심점이 돼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7~8월 임단투 등 개별 투쟁들과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 운동을 결합해, 파업과 시위를 포함한 총력 투쟁을 벌이는 것이다.





<노동자 연대> 130호 |  발행 2014-07-14 | 입력 2014-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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