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철거민'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12.15 진보에서 멀어지는 심상정의 ‘연합정치’

진보신당 심상정 전 대표가 ‘문제적 발언’을 쏟아내며 ‘연합정치’ 행보를 재개했다.

심 전 대표는 11월 17일 민주당의 이른바 486 의원 모임인 ‘진보행동’ 출범식에 진보 정치인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해 “386세대”란 말 대신 “87세대”라는 표현을 쓰자며 공통점을 부각했다.

그는 23일 부산 ‘진보광장’ 토론회에서 “나는 개혁세력에게 … ‘개혁세력이 진보 이슈를 먹어버려라’고 얘기한다. 반면에 진보 세력에게는 ‘개혁세력의 힘을 먹어버려라’고 얘기한다. 양 쪽 다 성찰이 필요하다. 이렇게 좁혀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11월 17일 심상정의원이 민주당 모임에 참가해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출처 민주당


심 전 대표가 했다는 “성찰”은 이렇다.

“용산, 비정규 집회... 열심히 외치고, 농성하고... 공허한 일이었다. 그들과 ‘함께 비를 맞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는 비를 함께 맞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각주:1]

이제 그에게 진보적 개혁의 주체는 국가기구에 올라탄정부(집권) or 의회에 있는 ― 엘리트들이고 대중은 수동적인 개혁의 수혜 대상일 뿐인 것일까.

이런 발상에 따라 그는 (민주당을 포함하는) “야당 간 비정규직 문제 해결 위한 상설협의체를 제안”했다[각주:2].


그래서 “개혁세력이 진보 이슈를 먹어버려라” 하는 말은 민주당이 비정규직 같은 이슈에 관심을 보여 연합의 명분을 만들어 달라는 말로 들린다.

그러나 진보세력에게
‘개혁세력의 힘을 먹어버려라’ 하는 그의 주문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까[각주:3].


투쟁은 “공허”하니 민주당과 연합하자?


근로자파견법과 비정규직 악법 등을 만들어 비정규직을 공격해 온 장본인인 민주당과 손잡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무망한 일이다. 그것은 오히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우리 편의 입장을 후퇴시키고, 투쟁을 가로막을 수 있다[각주:4].


이래로부터 투쟁이 “공허”하다며, 민주당과 하는 협력을 통한 ‘위로부터 개혁’을 강조하는 그는 국가기구의 위신과 권능을 인정하는 태도까지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3년 만에 상승[常勝]의 최정예 우리 군은 연전 연패의 당나라 군대가 되어가고 있는 … 우려스런 현실”이라는 주장은 그의 이런 태도를 보여 준다. 이라크 파병, 주한미군 등 침략적 한미군사동맹에 반대해 왔던 그로선 명백하게 진보에서 후퇴하는 변화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 부원장 노항래는 “이제 진보·개혁 진영이 이명박 정부의 ‘안보 무능’을 물고 늘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는데[각주:5], 심 전 대표가 어떤 정치세력과 코드를 맞추고 있는지 보여 주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성찰”을 통해 민주당의 “87세대”와 차이를 “좁혀 나가”는 방식이다.

따라서 자신의 ‘연합정치’는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연합’이라는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그 스스로 진보의 가치에서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볼 때, 그의 ‘연합정치’는 진보적 대의와 강령에서 후퇴하는 선거공학적 정계 개편 시도에 가깝다.

심 전 대표가 “공허”하다고 폄하했지만, 용산 철거민들은 “열심히 외치고, 농성한” 덕분에 그나마 총리 사과와 생계 보장을 받아냈다. 최근에는 기륭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구호대로 “함께 비를 맞은” 사람들과 끈질기게 싸워서 승리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투쟁 속에서 자본가 야당과는 다른 진보적 대안을 건설하는 일이다.


※ 이 글은 다듬고 축약해 <레프트21> 46호에 실었습니다. ☞주소: http://www.left21.com/article/9008

  1. 11월 23일 부산 진보광장 강연회에서. 출처는 심상정 블로그. 그래선지 그가 속한 진보신당이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지원에 열중하는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울산을 방문하지 않았다. 다만, 부산에 입원해 있는 분신한 황인화 조합원에게만 위문 방문을 했다. [본문으로]
  2. 11월 13일 전태일 40주기 추도식에서. [본문으로]
  3. 개혁세력이 진보의 이슈를 붙잡는 게 공동의 의제로 연합의 명분을 만드는 것이라면, 진보세력이 개혁세력의 힘을 먹겠다는 것은 사실은 진보세력이 개혁세력과 조직을 합친다는 뜻이다. 더 정확하게는 진보정당들이 더 큰 민주당 등에 들어가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본문으로]
  4. 이것이 이명박의 비정규직법 개악 막기, 촛불항쟁 때 소고기 수입 막기, 미디어법 개악 막기, 타임오프제 막기, KEC/MBC 파업 등에서 숱하게 반복된 일이다. [본문으로]
  5. 12월 2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한 진보신당 상상연구소와 평화네트워크 공동 주최 토론회에서.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