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재판‘빵 동기’가 된 부패한 권력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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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의 요구대로 한통속 범죄자들이 구치소 공동체가 되고 있다 ⓒ이미진

박근혜 일당의 재판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여전히 혐의를 잘 인정하지 않고 부인과 책임 전가로 버티지만, 대장이 구속된 마당에 이들의 ‘재판 투쟁’이 원활하지는 않은 것 같다. 4월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공범들의 재판이 동시에 열려 비리 재판의 뷔페 같았을 것이다.

4월 10일 최순실·안종범 재판에는 최순실의 태블릿PC를 JTBC 기자가 확보하는 과정을 도왔던 더블루K 입주 건물 관리인이 나왔다. 최순실 측 변호인은 “소유자가 있는데 그걸 가져가게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고 한다. 태블릿PC를 사용할 줄도 모른다면서 자기 것이 아니라던 최순실의 말이 거짓이었음을 실토한 셈이다.

최근 한 언론은 최순실이 청와대 문고리 비서관 3인방(안봉근, 이재만, 정호성)에게 3년간 3억 7천만 원을 건넨 정황을 박영수 특검팀이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아마 이들이 권력을 사적으로 농단하는 데서도 비서 구실을 한 대가였을 것이다.

정권 차원 뇌물 거래의 연결 고리 안종범은 그 와중에 깨알같이 개인적으로도 뇌물을 받은 혐의가 추가돼 재판을 받았다. 박근혜의 심부름을 하는 과정에서 김영재 등에게 명품 선물 등을 요구했다는 혐의다.

안종범은 “부끄럽다”면서도 특검이 수사 과정에서 부당한 압박을 가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특검은 조사 때마다 변호인이 입회했는데, 변호인이 방관했다는 말이냐고 반박했다.

10일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지원 문제로 구속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자 전 복지부장관인 문형표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홍완선의 재판도 열렸다.

이 재판에서는 이재용이 합병 전에 홍완선을 직접 만나 “무조건 성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 전 재판에서는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 결정을 한 후 홍완선이 안종범에게 결정 내용을 보고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공범들이 재판에서 창피를 당하는 시각에 박근혜는 특수부 부장검사까지 투입된 옥중 조사를 받았다. 구속 이후 벌써 네 번째 조사다. 특수부 검사가 투입된 것은 뇌물죄 혐의 때문일 것이다.

“경제 공동체”이자 “또 하나의 가족”으로 뇌물과 특혜를 주고받았다고 구속된 박근혜와 최순실, 이재용은 바로 그 뇌물죄 혐의 때문에 “유죄 운명 공동체”가 돼 있다. 뇌물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셋 모두 공범이 되고 형량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유죄 운명 공동체”

이 때문에 7일 재판이 시작된 이재용은 삼성이 낸 돈이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날 이재용 측은 박근혜와 이재용이 독대해 나눈 대화를 특검이 어떻게 아느냐고도 반론했다.

이에 특검은 이재용이 박근혜 독대 후 측근 임원들에게 대화 내용을 전했다는 진술을 일부 공개했다. 승마협회장을 맡아 정유라 지원을 처리한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박상진이 특검에서 한 진술이다. 이는 특검에게 카드가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르·K스포츠 재단에 돈을 낸 나머지 재벌 총수들에게 뇌물죄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추가 70억 원을 냈던 롯데 신동빈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지만 말이다. 검찰 특수본과 특검팀이 재단 출연금 전반의 성격을 뇌물로 볼지 조만간 협의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추가 지원을 하지 않은 기업들은 빠질 가능성이 높다.

성난 대중의 투쟁이 자아낸 압력 때문에 분노의 초점이 된 몇 명을 구속했지만, 가능한 한 ‘피해자’를 최소화하고 싶은 지배계급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다.

이제는 유죄 판결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전면 부인을 하는 수밖에 없는 박근혜는 10일 변호인단 9명 중 7명을 해임했다. 구속을 막지 못한 화풀이는 아닌 듯하다. 도움도 안 되면서 가장 설쳐 댄 유영하는 유임됐기 때문이다.

유영하는 부패의 말단 고리 구실을 했을 청와대 전 비서관 윤전추와 함께 박근혜가 면회를 하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결국 계속해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어떻게든 반격할 기회만 기다리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김기춘이 최근 측근 면회 과정에서 “최순실을 어떻게 모르겠냐”고 했다고 한다. 그동안의 부인이 뻔뻔한 거짓말이었음을 실토한 것이다. (이 신문이 인쇄에 들어갈 즈음 우병우는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최순실이 이감되기 전까지 이 위선적인 공범들이 모여 있던 서울구치소의 정문 현판 문구는 마침 “희망의 시작, 서울 구치소입니다”이다. 박근혜 일당의 유죄 판결과 실형 선고야말로 노동자·민중에게 작은 희망의 시작일 것이다.

청년·학생 모여라! 분노의 촛불 세대를 위한 토론 광장 | 4월 29일(토) ~ 4월 30일(일) | 장소: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신세계관(연세대세브란스병원 맞은편) | 주최: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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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수사 결과와 박근혜 파면권력 농단과 정경 유착의 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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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3월 6일 발표한 수사 결과를 봐도 삼성의 뇌물과 경영권 승계 특혜, 블랙리스트 통치, 최순실의 권력 농단 등 중대 범죄들의 몸통은 박근혜 본인이다.

결국 이 중 박근혜와 최순실의 권력 농단이 결국 박근혜 탄핵(파면) 사유가 됐다.


박영수 특검은 특검을 마친 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실체는 “크게 두 고리”라고 했다: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과 ‘정경 유착’. 그런데 그 두 고리를 잇는 점이 바로 박근혜다.


그러므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부패의 고리가 박근혜 정부의 친기업 정책과 연결됐다는 점에서 한국 자본주의의 추한 실상이 드러난 것이기도 하다.


삼성 총수 이재용은 무려 2백98억 원을 미르·K스포츠 재단과 최순실의 딸 정유라 등에 지원했다. 만일 박근혜의 말대로 최순실이 일개 사인(私人)이라면, 삼성이 왜 정유라에게 80억 원 가까운 돈을 지원했겠는가?


문제의 두 재단의 설립 실무를 최순실이 주도했지만, 최순실의 위세는 그와 박근혜의 특수한 관계(“경제 공동체”) 때문에 생긴 것이다.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을 위한 자금은 박근혜가 직접 재벌 총수들에게 요구했다. 청와대 수석인 안종범과 전경련이 중간 매개로 돈을 수금한 것이다.


이재용은 박근혜에게 경영권 승계 협조를 직접 요구했다. 특검 수사 결과, 이재용은 자기 개인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회사 돈을 뇌물로 쓴 횡령죄에, 뇌물의 대가로 정부 차원의 경영권 승계 지원을 받아 낸 뇌물죄를 동시에 저질렀다.


결국 박근혜의 지시로 박근혜의 장관 출신인 문형표가 나서 국민연금이 동원된 것이다. 국민연금이 이 과정에서 손실이 났든 안 났든 그건 부차적 문제다. 애초에 손대지 말아야 할 돈에 손을 댄 것이 진짜로 중대한 문제다. 대부분이 노동계급인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노후 연금을 기업주를 위해 동원한 것은 이중의 착취다.


그 결과 이재용은 거대 기업의 경영권을 무사히 승계했다. 게다가 박근혜는 대기업주들의 요구이자 삼성 이재용의 청원이기도 했던 서비스업발전법 등을 날치기 통과시키려고 애를 썼다. 이처럼 박근혜의 정경 유착은 부패한 한국 자본주의의 민낯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보수적인 헌재가 박근혜와 최순실의 극히 협소한 국정 농단만을 탄핵 사유로 삼고 이재용 등 재벌 총수와 정권의 유착 문제를 탄핵 사유로 삼지 않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위배

또한 특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화이트리스트 사건을 “청와대 최고위층의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 권력형 범죄”로서 “헌법의 본질적 가치에 위배되는 중대 범죄”라고 규정했다.


특검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박근혜의 지시 아래 김기춘과 조윤선 등이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문화계 단체와 개인들을 옭아매고 배제하는 방식으로 쓴 것이 블랙리스트 통치다.


특검은 “전혀 진보 또는 좌파라는 분류를 받은 바 없는” 문학동네가 문인들의 세월호 참사 추모글을 모아 책을 낸 것을 ‘좌편향’이라고 낙인 찍고 불이익을 준 것에 주목했다.


중앙정보부 출신의 김기춘이 주도한 이 블랙리스트 통치에 우익적이고 반민주적인 사상이 작용하지 않았을 리 없지만, 특검은 세월호 추모조차 좌편향으로 낙인 찍은 것은 “이념적”이라기보다 친박이냐 아니냐 하는 “정파적” 악행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규정했다.


“청와대의 입장에 이견을 표명하는 세력은 ‘반민주’ 세력으로 규정한다는 인식” 자체가 특검이 보기에 “정파적”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블랙리스트를 통해 예술가들을 옭아맨 것은 권력을 남용해,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자유민주주의를 해친 일이라는 것이다. 특검은 불법적인 블랙리스트 통치만으로도 헌법 위배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점에서 헌재의 박근혜 탄핵 사유에서 블랙리스트 문제가 빠진 것은 유감이다.

세월호 참사는 탄핵 제1의 사유다 박근혜 탄핵 인용 직후 발언하는 유경근(예은 아빠)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사진 조승진

세월호 참사

헌재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의 대처에 문제가 있었지만, 직책의 성실 수행 여부는 탄핵심판 절차의 판단 대상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 세월호 참사에 분노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 판단에 동의할 수는 없다.


세월호 참사 구조 문제는 단순히 부작위에 의한 대통령의 의무 이행 실패 문제로만 볼 수 없다. 박근혜는 구조에 완전히 실패했을 뿐 아니라, 그 참사 원인, 구조 실패 과정을 밝혀 내려는 모든 노력을 방해하고 중단시켰다. (이는 헌법의 관점에서 봐도 국민 의무의 배반이다.)


세월호 특조위를 무력화시키고 결국 해산시켰을 뿐 아니라 특검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수사도 가로막고 결국 황교안을 통해 특검을 해산시켰다.

특검은 대통령의 대면 조사, 청와대 압수수색이 “실행되지 않아 대통령의 구체적 행적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특검은 주로 오전에 청와대에 들어와서 박근혜의 머리 손질을 해 주던 전담 미용사에게 청와대가 4월 15일에 ‘내일은 들어오지 않아도 된다’는 연락을 받았음을 밝혀냈다.


그리고 특검은 박근혜의 피부미용시술을 한 것으로 밝혀진 시기와 이 전담 미용사들이 청와대에 들어간 날을 비교해 “주로 미용시술이 있었던 날(또는 그 다음날)은 ○○○, △△△가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았을 개연성은 있음”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특검은 세월호 참사 당일의 7시간뿐 아니라 “4월 15일 저녁부터 4월 16일 오전 10시경까지 무엇을 하였는지”에 관한 최소 20시간의 의혹을 제기한 셈이다.


이런 의혹은 추가 수사의 필요성을 제기할 뿐 아니라, 적어도 직무유기에 의한 과실치사일 개연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박근혜가 세월호 참사 3년 동안 진실 규명을 끝내 가로막고 심지어 헌재의 당일 행적 규명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음을 봤을 때, 그 개연성에 대한 의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헌재 판결과 달리, 단지 당일 직책 수행의 성실성 문제는 아닌 것이다.


박근혜의 탄핵 사유에는 세월호 참사도 포함됐어야 했다. 보수적인 헌재가 세월호 참사를 탄핵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촛불 운동 속의 많은 사람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탄핵 제1의 사유였다.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책임자 처벌을 위한 기층의 운동은 계속될 것이다.

박근혜 퇴진 운동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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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북한 3대 세습을 비판하면서 삼성과 <조선일보>, 대형 교회 등의 세습도 비꼬았다.

남한도 그러니 북한도 문제삼지 말자는 주장이 아니라면, 소수 지배자들이 권력과 부를 독점하고 세습하는 행태는 남북이 다르지 않다는 이런 통찰은 정확한 것이다.


그런데 자칭 ‘민주·진보’라는 사람들 일부가 이런 비교를 부당하다고 비판한다.

사회민주주의연대는 “정권의 세습이라는 문제와 기업 경영권이나 재산이나 직업의 세습이라는 문제를 같은 차원에서 뒤섞어 물타기하는 궤변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이 단체의 공동대표인 주대환은 이런 비교가 “더 나쁜 경우”라고 단정한다.

국민참여당 유시민은 “기업은 사적 권력”으로 “한 기업이 세습 때문에 망하면 다른 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하니까 간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들의 주장에서 공통으로 발견할 수 있는 생각은 우리가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업은 ‘사유재산’이므로 이를 ‘상속’하는 것은 ‘공공의 것’인 정치 권력을 ‘세습’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 주장을 들으면, 삼성과 <조선일보> 등이 그 이른바 사적인 권력과 부를 이용해 선출된 정치권력을 좌지우지해 온 일들이 떠오른다. 이들의 범죄는 단지 시장질서를 어지럽힌 데 있지 않다.

이들은 정치권력과 유착돼 있고 자신들이 로비로 만든 법을 위반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들의 지위에 도전하는 행위를 결코 ‘관용’하지 않는다.

삼성은 무노조 경영과 세습을 위한 불법을 가리고, 이른바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위해 수조 원대 비자금으로 행정·사법부 관료들을 관리해 왔다. 

<조선일보>는 상속세 폐지 등 꾸준히 부자 감세를 부르짖으며 보편적 복지 염원을 매도해 왔다. 면세 혜택과 신도 성금으로 덩치를 키운 대형 교회들은 진보 개혁에 반대하는 일에 신도를 동원한다.

이명박 정부는 이에 호응해 1백조 원이 넘는 부자 감세를 실시하고 부동산 부자를 위해 4대강죽이기를 강행하며 대기업을 위한 알짜 공기업 매각과 의료 민영화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사적 권력들이 공공의 것인 권력을 사실상 사유화하려 온갖 방법을 다 쓰는 현실에서 시장과 사기업은 ‘사적 영역’이므로 공적 논의의 장에서 다룰 필요 없다는 주장은 부당하다[각주:1].

오히려 이런 분명한 사례들에서 우리는 자본주의에서 돈과 권력이 결코 분리돼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세습된다.

올해 7월 기준으로 억대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자가 220명이다. 이 가운데 열두 명은 보유 총액이 각자 1백억 원을 넘는다. 모두 재벌가의 자식들이다. 이들이 재산을 세습하는 것은 그것이 보장해 주는 권력()까지 세습하는 것이다.

이처럼 주식도 주요한 세습 대상이란 점에서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이고, 주주들이 인정했으므로 삼성 세습 같은 일이 북한 세습과 다르고, 별 문제 없다는 주장도 틀렸다[각주:2].

사실 주주들은 배당금과 차익으로 투자의 대가를 모두 받아간다. 그러고도 세습 받은 주식으로 기업의 주인 행세를 한다는 건 불공정한 일이다[각주:3]

이처럼 소수 지배자들이 세습을 통해 평범한 다수를 지배할 특권을 대물림한다는 점에서 남한 자본주의도 북한의 정치·경제 구조와 다를 바 없다.

따라서 기업주의 권력과 부를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문제삼지 않는 종류의 개혁주의 정치로는, 아무리 북한 세습을 비판해도, 막상 지금 여기에서 우리 삶을 개선하거나 기업의 횡포에 맞서 삶을 보호할 힘을 발휘할 수 없다[각주:4]. 주대환이나 유시민 등은 기껏해야 시장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 북한 세습을 비판할 뿐인 것이다[각주:5].

그것이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고 자조한 노무현 정부 수준의 개혁이 처참하게 실패한 까닭이다[각주:6].

물론 국가와 자본이 항상 유착하기만 하는 건 아니다. 삼성의 비자금과 로비, <조선일보>의 악다구니는 그래서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사적 세습 권력들이 단순히 정부를 지배하는 관계라면 뭐하러 그렇게 애를 쓰겠는가.

무엇보다 삼성 같은 거대기업들을 개인의 소유물로 인정해 주는 것은 옳지 않다.

오늘날 거대기업들이 조직하는 생산은 세계적 규모에서 협력적 노동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각 기업들이 고용한 노동자들이다[각주:7]

사실, 개인 소유로 감당할 수 없게 커진 경제단위당 생산력을 자본주의 방식으로 조직한 게 주식회사다. 마르크스는 “[주식회사는] 자본주의 생산양식 그것의 한계 안에서 사적 소유로서의 자본을 철폐하는 것”[각주:8]라고 말한 바 있다.

심지어 국민 세금으로 특혜도 준다. 2008년 한 해 삼성전자 혼자만 1조 원이 넘는 세금을 감면 받았다. 이 돈이면 1년간 서울에 있는 모든 유치원···고등학교에서 무상급식을 할 수 있다. 삼성그룹 자체가 파산 위협에서 국가의 도움으로 살아났다.

노동자의 노동과 국가의 보호가 없다면 이건희 일가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각주:9]. 이건희 없는 삼성은 존재할 수 있어도, 노동자 없는 삼성은 그럴 수 없다.


기업과 경제를 세습의 대상이 아니라 노동계급이 주도하는 사회적 소유와 민주적 계획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 이 글은 <레프트21>43호에 실은 내 기사에 몇 가지 내용과 각주을 덧붙인 글이다. 바뀐 글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기사 원문 주소: http://www.left21.com/article/8753)

※ 격주간 신문의 특성상 약간 뒤늦은 감이 있다. 지난 번처럼 이 글도 보론을 써 조만간 올릴 예정이다.



  1. 신자유주의의 탈정치화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인데, 형식과 달리 매우 보수적인 실천을 낳는다. [본문으로]
  2. 주주총회는 1주식 1표다. 얼마나 자본주의적인가. 즉 얼마나 비민주적이고 불평등한가. 재산 액수대로 표 수가 정해지는 ‘주주 민주주의’를 인정한다면, 북한 세습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본문으로]
  3. 세습받을 정도로 규모 있는 지분이 돼야 경영권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4. 경제 위기 시대에 보편 복지 도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사유재산과 사유기업이 정치의 영역 밖이라면 무슨 수로 부자 증세를 할 것인가? [본문으로]
  5. 시장자본주의가 더 우월하다, 시장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없다. 두 생각 모두 취지는 달라도 시장 자본주의가 최선이고, 이걸 벗어나는 체제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들의 북한 비판은 시장자본주의 틀 안에 있다. [본문으로]
  6. 요즘 들어 좌고우면하며 우경화한 진보정당들이 대안정당으로 부상하지 못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7. 삼성전자의 거대 수익은 순전히 반도체 노동자들의 땀값, 목숨값이다. [본문으로]
  8. 사적 소유와 사회적 생산의 모순을 지적한 것으로서 발전하는 생산력이 갈수록 사적소유라는 자본주의의 형식(생산관계)과 모순(충돌)을 일으키는 것을 뜻한다. [본문으로]
  9. 국가의 보호라는 것도 상당수는 노동자들의 수행하는 노동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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