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최순실과 정유라가 누구시길래 이렇게’

썩어빠진 시궁창 박근혜 정부


<노동자 연대> 183호 | 발행 2016-10-19 | 입력 2016-10-18




미르 재단과 최순실(개명 전 이름, 현재 최서원) 문제를 세상에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얄궂게도 박근혜의 아군인 밤의 대통령 〈조선일보〉와, 박근혜가 측근 부패를 방지한다며 직접 신설해 임명까지 한 청와대 특별감찰관실이었다.


그러나 청와대의 격분에 〈조선일보〉가 먼저 나가떨어졌다. 이어 특별감찰관실이 공중분해됐다. 박근혜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대응은 도대체 ‘최순실이 누군데’ 하는 의혹만 키웠다.


그렇게 해서 최순실을 고리로 미르와 K스포츠 두 재단, 정유라와 차은택, 재벌들과의 정경유착 실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부패 계보 (크게 보기) ⓒ노동자연대

△“해도해도 않되는 망할새끼들”(정유라 레포트 중에서) 비밀스런 권력의 부패 복마전은 정경유착의 실상을 보여 준다. ⓒ 이미진


두 재단은 각각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창조 문화·스포츠 산업에 대한 기여를 표방했다. 즉, 박근혜의 임기 말과 퇴임 후의 치적 홍보용 성격이 큰 것이다.


이 재단에 재벌들이 (전경련을 통해) 보름 만에 8백억 원이 훨씬 넘는 돈을 걷어줬다. 친기업 정책 추진에 다걸기 하는 정부에 기업주들이 ‘성의’를 보인 것이다. 전경련 부회장 이승철과 정책기획수석 안종범이 모금의 주체였고, 최순실이 ‘회장님’으로 불리며 재단 설립을 총지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26일 설립신고를 한 미르재단의 설립 실무는 차은택 쪽이 맡았다. 그는 최순실이 박근혜에게 천거해 2014년 이후 출세가도를 달렸다. 2014년 8월 차은택이 몸담은 회사의 대표였던 김종덕이 문화체육부장관이 됐고, 12월에 외삼촌인 김상률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됐다. 차은택 본인도 올해 초까지 창조경제추진단장과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을 지냈다. 미르재단 초대 이사장 자리에는 차은택과 함께 영상홍보회사를 운영했던 인물이 앉았다.


올 1월 설립된 K스포츠재단에는 최순실의 단골 마사지센터 사장이 초대 이사장이 됐다. K스포츠재단은 최순실이 더 많은 것을 챙긴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엔 이유가 있었다. 승마선수이자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는 올해 초부터 독일에서 장기 해외 훈련을 시작했다. 이 훈련단 일행의 숙소와 훈련장 등 체류 관련 실무를 K스포츠재단이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이 재단의 첫 업무였던 셈이다. 이들은 20실 규모의 호텔을 통째로 빌려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사를 쓰는 상황에서 〈경향신문〉은 K스포츠재단이 국내 모 재벌에게 80억 원을 비인기 종목 도쿄올림픽 유망주 지원 명목으로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재단은 독일에서 비덱이라는 회사를 통해 선수를 관리하겠다고 했고, 이 비덱은 독일 현지 법인으로 최서원(최순실)과 정유라가 공동 지분을 가진 회사라는 것이다. 이젠 스포츠 투자를 빙자한 재산 해외 도피 의혹까지 생긴 것이다. (이 기사를 인쇄소로 넘길 시점에 한국과 독일에 더블루K라는 최순실 소유의 또 다른 K스포츠 재단 연계 기업이 폭로됐다. 독일의 더블루K는 비덱과 주소지가 같다고 한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결국 정유라는 지금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연결 고리가 돼 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정유라는 이화여대에 부정 입학했다. 정유라의 체육특기생 입학 지원 자격 자체가 미달이었다. 그러나 이화여대 입학처장이 총장에게 박근혜와 최순실, 정윤회, 정유라의 관계를 그림으로 그려가며 설명하는(“지금 누구의 딸이 우리 대학에 지원했다!”) 특별한 과정을 거친 뒤에 무난히 합격했다.




정유라가 학교를 안 나가서 학점 받기가 어렵자, 학칙을 바꿔 해외 훈련과 대회 출전 계획을 미리 내면 학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줬다. 그러나 올해 4월에 정유라가 냈다고 이화여대 당국이 국정감사에 제출한 계획표에는 올해 9월 시합의 ‘결과’까지 표시돼 있었다. 4월에 서류를 낸 것처럼 조작하다가 실수한 듯하다. 오죽하면 입학부터 학점까지 ‘시간을 달리는 소녀’라는 비아냥이 나오겠는가. 이런 대가로 이화여대는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을 싹쓸이했다.


대한승마협회가 마치 정유라의 매니지먼트 회사처럼 정유라를 특별 관리한 것도 드러났다. 그런데 지금 승마협회의 협회장을 비롯한 핵심 집행부는 모두 삼성전자 임원들이다. 이들은 정유라의 독일 훈련 비용을 승마협회 공식 사업비로 지출하려 했고, 국가대표 감독을 보내어 개인교습을 하게 했다. 이런 일들이 승마협회의 2020년 도쿄올림픽 금메달 프로젝트로 포장됐다. 삼성이 세계 최고 수준의 명마를 정유라에게 선물한 정황도 드러났다.


결국 청와대와 교육부, 전경련과 삼성, 이화여대, 일부 예술계·스포츠계 인사들이 모두 연루된 표면적 중심에 정유라가 있는 셈이다. 그 정유라와 박근혜를 잇는 고리가 어머니인 최순실이니 결국 박근혜와 최순실의 특별한 관계가 이 엄청난 권력형 부패 스캔들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그밖에도 실세로 부각된 정윤회(전 남편), 우병우(추천), 차은택(추천) 등 모두 최순실과 관련 있는 인물들이다. 최순실은 박근혜가 1970년대 청와대 시절 멘토처럼 따랐다는 최태민의 딸이다. 최순실은 그 시절부터 40년간 박근혜의 최측근으로 지내 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대통령 취임식 등 중요 행사에 박근혜가 입을 한복과 보석류까지 최순실이 골라 주고, 최순실이 추천한 개인 트레이너를 청와대의 고위직에 임명할 정도로 둘은 각별한 사이라는 것이다.


결국 기업주들이 정경유착으로 특혜를 받으려 한 것이든, 딸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 시나리오를 위해 권력을 이용한 것이든, 권력자가 둘 다 이용하다 들킨 것이든, 그 본질은 같다. 사익을 위해 국가권력이 동원된 전형적인 권력형 특권층 부패인 것이다.


물론 공식 직책도 없는 측근들의 권력형 부패가 문제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독재 정권들은 물론이고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 모두 임기 말에 대통령의 아들 또는 형이 연루된 권력형 부패가 드러나 정권이 약화됐다. 한국의 자본주의적 ‘민주주의’가 부패하고 불안정하다는 점이 다시금 드러난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보여 준 것


최순실 게이트는 첫째, 박근혜 정부의 부패한 정경유착 실상을 확실히 보여 줬다. 박근혜 측근들이 운영할 ‘듣보잡’ 재단을 위해 재벌들이 보름 만에 1천억 원 가까운 돈을 냈다. 삼성이 맡고 있는 대한승마협회는 마치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매니지먼트 소속사처럼 움직였다. 기업화된 대학(이화여대)도 이 대열에 끼었다. 이런 ‘자발적’ 지원과 헌납은 정권의 압박 탓도 있겠지만, 주로 노동 개악, 의료와 철도 등의 민영화와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각종 정부 사업에서의 특혜 등을 바라는 대가성이다.


둘째, 박근혜의 통치 스타일과 부패한 인적 기반을 드러냈다. 박근혜의 권력 독점적 통치 스타일 탓에 잘 드러나지도 않은 민간인 ‘비선 실세’가 박근혜 권력의 그림자 속에서 엄청난 특권을 누려 왔다. 사진 몇 장 말고는 언론조차 어디 사는지 목소리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비선 실세’, ‘회장님’이라는 별칭으로 전횡을 휘둘러 온 것이다.(〈jtbc〉는 최순실의 대화 녹음 파일을 보도하면서, 본인 목소리를 비교·확증할 근거가 없어서 인용 보도 형식으로 처리했다.) 이런 비밀스런 실세 가족을 위해 정부와 공적 기관들, 재벌이 움직였다.


결국 세월호 참사 당일 근무시간에 사라져 놓고는 ‘사생활이니 묻지 말라’는 적반하장도 이처럼 권력을 사유물처럼 다뤄 온 특권층 DNA의 반영이었을 것이다. 이런 자들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나 파업 노동자들에게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라’고 비난하는 것은 정말로 역겨운 일이다.


셋째, 아군인 <조선일보>가 이런 비리를 캐려 한 것은 여권 내부의 균열을 보여 줬다. <조선일보>가 꼬리 내린 뒤 <한겨레>가 폭로를 이어간 것도 시사적이다. 정보원이 건재한 것은 여권 내 균열이 봉합된 게 아니라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은 중앙선관위가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한 새누리당의 ‘꼴통 친박’ 김진태 등을 빼고 기소했다. 선관위가 이에 반발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한 것도 권력 이완의 한 양상을 보여 준다.


행복 끝, 레임덕 시작


정권의 비밀스런 추문이 터져나오고 부패 폭로가 순식간에 박근혜의 턱밑까지 치달은 것은 실로 심각한 위기의 징후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정치자금을 헌납한 것을 두고 경총 회장이 ‘기업의 발목을 잡아 돈을 뜯어낸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은 시사적이다. 기업주 대표의 이런 냉소적 반응은 십중팔구 (측근 실세까지 챙겨주며) 이 정부와 정경유착을 한 대가가 시원찮아서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려고 대우조선과 롯데 등을 뒤졌으나, 자신의 부패도 함께 폭로됐다. 오죽하면 이명박이 ‘나도 못했는데, 박근혜는 더 못한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하기까지 했을까.


박근혜 정부의 국정 지지도도 최근 폭락했다. 19~40대에서 지지율은 10퍼센트대다.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율도 취임 후 최저다. 이런 지지율 폭락에는 경제 실패 등에서 드러난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반감과 염증이 근본적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요인들을 증폭시킨 것은 9월 하반기부터 이어지는 공공부문 노동자 파업이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11월 12일 대규모 민중총궐기도 예정돼 있다.


상처입은 야수가 사납듯이, 그럴수록 박근혜는 노동자 투쟁에 더 강경하게 나올 것이다. 노동운동은 위축되지 말고 박근혜의 취약성을 이용해 투쟁을 지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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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 청와대 이전투구

 

 

<노동자 연대> 140호 | 발행 2014-12-22 | 입력 2014-12-20  

 

 

청와대의 이전투구 양상이 가관이다.

 

최근 소동의 시작은, 청와대 전 공직기강비서관 조응천 등이 박근혜의 전 비서실장 정윤회에 관해 만든 보고서가 폭로된 사건이었다.

 

선출된 적도, 정당한 절차를 거쳐 임명된 적도 없는 정윤회 등이 청와대 비서실장(김기춘)을 교체하니 마니 하고 권력을 휘두르고 모의했다는 내용은 정권의 부패 실상을 미루어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보고서의 배후로 지목된 박근혜의 친동생 박지만 쪽 인사들이 보고서 작성 후 정권 요직에서 줄줄이 밀려난 것이 확인됐다.

 

이때만 해도 정윤회와 박지만 사이에서 벌이는 측근 간 권력 다툼인 것으로 보였다.

 

박근혜처럼 권위주의 통치 스타일의 정부에서는 상명하복식 권력 집중 때문에 비밀주의가 만연하고, 따라서 측근들이 월권을 하고 전횡을 휘두르는 부패상이 특히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근혜가 나서서 ‘보고서 내용은 찌라시고, 보고서가 유출된 게 국기 문란이고 진짜 문제’라고 사실상 정윤회 편을 들었다.

 

박근혜의 발언은 그대로 검찰의 수사 가이드라인이 됐고, 검찰은 박근혜가 불러준 대로 수사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비호 덕분인지 정윤회는, 검찰에 불려갈 땐 국가정보원장도 통과한다는 보안검색대도 거치지 않고 위세 있게 검찰청에 들어가 조사를 받았다.

 

빨리 덮겠다는 의도였겠지만, 박근혜 스스로 측근 간 스캔들 문제를 자신이 직접 연루된 권력 스캔들로 키운 꼴이 돼 버렸다. 정윤회가 ‘진돗개가 되겠다’고 한 지 5일 만에 박근혜가 해명한답시고 ‘청와대 실세는 진돗개’라고 한 것은 이런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 한 편의 코미디였다.

 

또한 청와대 내 통제력에 이완 조짐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박지만 부부에 대한 1백 쪽 분량의 동향 보고서도 봄에 청와대에서 유출됐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정윤회 보고서 작성자인 박관천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에 회의감이 든다”며 “언젠가는 내가 말할 날이 있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보고서 유출자로 몰린 최모 경위는 청와대의 압박이 부당하다며 자살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정부 지지율도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무리 떨어져도 40퍼센트라던 지지율이 12월 2~3째 주에는 3곳에서 30퍼센트대로 떨어졌다. 특히 전통적 여권 지지층에서 지지율이 하락한 것이 눈에 띈다.

 

이뿐 아니다. 지금의 정치적 위기가 깊어지면, 여권에서 박근혜 세력과 이명박 세력 간 분열이 발전할 수도 있다. 지금 이명박계는 혹시라도 박근혜가 위기 모면용으로 자신들을 속죄양 삼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대응 카드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박근혜는 일단 우익 내 균열을 봉합하려고 종북 몰이로 방향을 틀었다. 헌법 ‘죄판관’들은 당초 예상보다 선고기일을 앞당겨 진보당 해산과 의원직 박탈을 결정했다.


 

 

경제 위기와 통치자들의 위기감


 

박근혜의 조급하고 신경질적인 대응은, 정권의 위기감을 보여 준다.

 

최근 세계경제 상황이 다시 악화하면서, 한국 경제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노동자 계급에게 본격적인 경제 위기 고통전가 공세를 벌여야 할 상황인 것이다.

 

이 정부는 11월부터 노동자 계급 전반을 향한 파상공세를 시작했다. 공무원연금 연내 개악 시도, 의료 민영화, 해고 요건 완화, 통상임금 개악 등.

 

그런데 역시 청와대의 부패와 분열이 발목을 잡고 있는 듯하다. 정권 내부의 추한 균열이 드러나고 정권의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자칫 고통전가 드라이브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ㆍ안보 위기에 겹쳐진 정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박근혜는 더욱 더 강성 우익적 본색을 강화할 것이다. 그것이 내부 균열 봉합에도 유리하다고 볼 것이다.

 

지배계급 처지에선 고통전가의 필요성이 절박할수록 대중의 불만과 저항을 단속할 필요도 더 커지기 때문이다. 박근혜 본인이 정치권에 들어 온 이래로 줄곧 강성 우파의 대변자였다.

 

따라서 진보당 해산 결정을 기다렸다는 듯이 진보당 통장을 압류하고 보궐선거 일정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하는 따위의 야비함이 바로 박근혜 정부의 본색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무리수를 동원해야 할 정도로 박근혜 정부의 위기감이 크다는 것도 드러났다.

 

 

멈추지 않을 박근혜의 도발,

단호한 투쟁과 정치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이 의미하는 바는, 첫째 정치 위기 속에서도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 계급 전반을 향한 고통전가 공세를 계속할 것이라는 것이다.

 

둘째, 이런 공세가 우익만 강화시키기보다는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사실 그동안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부패 인사 문제, 복지 공약 철회, 서민 증세 등으로 박근혜 정부의 통치 정당성은 약화돼 왔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응은 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최근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한 비난 여론에서 보듯 반기업 정서도 상당하다.

 

친기업 경제 살리기로 돌진하려는 박근혜에게 이런 상황은 상당한 난관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는 조직 노동자 운동이 선두에 서서 (비록 방어적인 과정이었지만) 박근혜의 고통전가 공세가 쉽게 전면화하지 못하는 방어막 구실을 해 왔기 때문이다.

 

호각지세를 이룬 세력균형에서 박근혜 정부의 무리수는 도리어 노동자들의 아래로부터의 저항을 자극할 수도 있다.

 

민주노총 선진 노동자들의 정서도 이런 방향인 듯하다. 예상을 뒤엎고 한상균 후보가 1위를 한 민주노총 임원선거 1차 투표 결과가 좋은 증거다.

 

따라서 노동자 운동이 진보당 해산 결정에 위축되지 말고 박근혜 정부와 기업주들만큼 단호하게 싸울 태세를 갖춰야 한다.(※ 민주노총 임원 선거에서 전면적인 투쟁을 호소하는 한상균 후보에게 투표해 당선토록 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이런 일들을 잘하려면, 노동자 계급을 투쟁으로 단결시킬 정치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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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개판 5분 전

측근들 자중지란이 의미하는 바



<노동자 연대> 139호 | 발행 2014-12-08 | 입력 2014-12-06
※ <노동자 연대>에 실린 기사의 순서와 구조를 약간 바꿔서 올립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부에서 난맥상이 불거졌다. 권력 실세 자리를 놓고 암투를 벌이고 있다는 추문이 공개된 것이다. 친동생 박지만과 정치 입문 때부터 측근인 정윤회가 주인공이다.


게다가 시발점이 된 <세계일보> 보도의 출처가 ‘청와대 내부 문건’이었다. ‘유신 스타일’ 박근혜가 “국기 문란”이라고 길길이 날뛸 만한 일인 셈이다.


공교롭게 폭로 시점도 박근혜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악, 정리해고 요건 완화, 복지 삭감, 노동자ㆍ서민 증세 등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위해 파상 공세를 벌이는 중이었다. 박근혜가 사태 진화에 초장부터 직접 나선 이유다.


박근혜는 ‘정윤회 실세설은 루머, 문건 유출이 문제’라고 사실상 검찰의 수사 방향을 제시했다. 청와대는 <세계일보>를 고소했다. <세계일보> 기자들은 25년 만의 언론사 압수수색에 대비하고 있다.


박근혜는 정권 핵심부에서 벌어진 분란 때문에 자칫 고통전가 공세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고 봤을 것이다. 레임덕이 예상보다 앞당겨 올 수도 있다는 걱정도 생겼을 것이다. 실제로 12월 4~5일에 공개된 여론조사들에서 국정수행 지지도가 떨어지고 부정적 평가가 늘었다.(한국 갤럽 조사에선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앞질렀다. 새누리당이 말을 아끼는 이유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번 추문에 정치 공세를 펼치지만, 그다지 시원치 않다. 기껏해야 세칭 ‘문고리 3인방’이라는 비서진을 ‘기밀 누설’로 고발하고, 전(前) 강원도지사 김진선이 정윤회의 횡포에 당한 피해자라고 부각하는 정도다. 김진선은 동계올림픽 유치를 주도하며 대중의 원성과 분노를 산 인물이다.


사실 박근혜 정부는 초기부터 부패 인사 문제로 여러 차례 곤경에 처한 바 있다. 또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항의 운동, 철도노조 파업, 세월호 참사 등 아래로부터의 저항과 광범한 분노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박근혜의 119 구실을 한 것은 새정치연합이었다.(노동운동 내 온건 개혁주의 지도부의 구실도 무시할 순 없다.)




박근혜의 아킬레스건 하나가 드러나다



사실로 확인된 것만 모아 보면, 박지만과 정윤회의 권력 다툼은 분명한 듯하다. 정윤회 측이 박근혜 정부의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도 사실로 보인다.


박지만 편에서 정윤회를 공격하는 보고서를 청와대 상부에 올린 뒤, 보고서 작성팀은 물론이고 박지만의 고교ㆍ육사 동기인 기무사령관과 국가정보원의 박지만 라인 간부들도 밀려났다.


게다가 정윤회의 비리 의혹을 조사한 문화체육부 간부들을 박근혜가 직접 좌천시키도록 지시했다. 정윤회의 전 부인도 박정희 정권 때부터 박근혜와 유착해 왔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처럼 선출직도, 절차를 거친 임명직도 아닌 인물이 정권 내부에서 영향력을 크게 발휘하는 것은 그 자체로 권력형 부패다. 권력을 독점해 비밀스런 소수 측근에 의존하는 (틀림없이 박정희에게서 배운) 박근혜의 통치 스타일이 큰 원인이다.


사실 박근혜의 통치 스타일은 더 큰 정치적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ㆍ안보 위기 속에서 지배계급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탄생했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위해서 지배자들은 권위주의적 스타일의 강성 우익 정부를 선택한 것이다.


각별히 우익적이고 부패한 인사들이 이 정권에서 많이 등용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따라서 자극적인 보도를 좋아하는 기성 언론이 ‘기춘대원군’이니 ‘십상시’니 하며 실세가 누구인지 다루는 것이 노동운동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현상만 보고 진정한 분석을 하지 않는 것이다.


다음 두 가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패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 등장의 맥락은, 민주화 이전 구체제와 더 밀접하게 연관된 인사들이 중용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들 모두 최고 통치자인 박근혜에게 충성하는 측근으로서 부패의 축을 형성하고 있다. 


통치 집단이 워낙 부패에 젖어 있는 자들이니 자신들끼리도 기득권을 더 많이 차지하려고, 갈수록 치열하게 경쟁했을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충분하진 않았지만 지속돼 왔고, 경제적·지정학적으로 정권의 불안정 요인들은 여전하다. 


따라서 이번 추문을 덮는 데 성공해도 이런 일(부패와 내부 갈등, 폭로)은 반복될 것이다.


계속되는 추문은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분출할 틈새 구실을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항이 거세지면, 측근들끼리의 갈등이 여권 전체의 내분이나 지배계급 전반의 갈등과 경쟁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박정희 정권은 노동자 투쟁과 부마항쟁을 강경 진압했지만 결국 그런 저항의 분출이 계기가 돼 내분을 겪다가 무너졌다.


적들은 파상 공세를 계속할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이 강력하기만 한 것도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도 박근혜는 고통전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강성 우익적 성격상 지금 정도의 타격으로 고통전가 공세를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세계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공산이 커지고 있다.그에 따라 한국 경제도 위기에 빠져 들어가는 조짐이 완연하다. 


그러므로 박근혜는 노동자 계급 공격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이럴수록 지배계급을 뭉치게 하려고 그들 ‘공동의 적’(노동자 계급)을 향한 공세에 더욱 매달릴 것이다.


따라서 정권의 내분 때문에 공무원연금 연내 개악 등이 물 건너 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저항 태세를 늦추는 것은 큰 실수다.


박근혜 정부는 이미 새정치연합의 협조를 얻어 의료ㆍ교육 등의 민영화를 강화할 서비스산업발전법 개악안을 국회에 상정했다.


결국 정권이 약점을 보일 때, 조직 노동운동이 저항의 태세를 굳건히 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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