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5일에 평화 행진을 한 것이 정권의 평화/폭력 프레임에 갇혀 집회의 실질적 요구가 오히려 부각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봤다. 심지어 그 때문에 경찰의 평화시위 프레임만 강화시켜줬다는 것이다.


완전히 자기모순적인 단견이다. 정작 그 프레임에 갇힌 건 그런 평가를 하는 사람들이다. 우습게도 판단 기준이 평화시위냐, 아니냐에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이 행진을 불허하려고 했다. 하지만 우리 쪽의 어리숙한 대응에 신나서 ‘오버’하다가 삐긋했고, 그 틈을 타 수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경찰의 단기 전술 목표는 실패했다.(물론 저들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보복할 것이다.)


언론 보도가 평화시위 프레임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폭력시위를 한 11월 14일은 그들이 우리 요구를 잘 보도해 주던가? 프레임 개념을 쓰는 많은 사람들이 특정한 프레임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에서 ‘힘’이라는 요소를 무시한다. 그들과 돈과 권력, 언론을 가지고 있다.


집회·시위의 목적은 참가자들의 사기와 연대의식을 높이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요구를 알리고 동참할 의지를 자극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참가하지 않은 사람들의 사기도 진작하려는 것이다.


그 점에서 평화/폭력은 그 목적에 종속되는 부차적인 것이다.(사실 그 여부를 우리가 100% 선택하기도 힘들다. 폴리스라인 따라서 행진만 하든 물리적 대결이든 둘 다 물신숭배하지 말라는 얘기다.) 12월 5일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시 모이냐가 중요했다. 그것 자체가 위축되지 않았음을 과시하는 효과를 낼 것이었다.


이날 집회 진행이나 내용적 구성에서 여러 차례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그건 내용의 문제였지 형식의 약점은 아니었다. 사실 그날 물리적 충돌론자들이 무엇을 할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 박근혜도 없는 청와대로 돌진? 경찰의 살인진압을 부각시켜야 하는 때 이목이 집중된 집회에서 불필요한 충돌이 어떤 효과를 냈을까? 참가자 다수는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었는가? 아마 일부가 그런 도발을 했다면 십중팔구 우리 편에게서도 욕을 먹었을 것이다.


사실 “노동개혁” 입법에 대한 박근혜의 재촉과 ‘노동계’의 반대 등에 관한 뉴스 보도가 (해당 매체의 가치판단을 떠나서) 계속 되고 있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주도했다는 사실 자체로 노동 개악 반대라는 의제는 어느 정도 전달되게 돼 있다.(그러니 언론 프레임 때문에 대중에게 잘 전달이 안 된다는 점만 일면으로 강조하는 사람들은 대중의 지각을 무시하는 것이다.)


게다가 3만 명 넘게 평화행진을 했는데 그게 못마땅한 사람들은 이 집회로 사기를 얻은 많은 사람들을 무시할 뿐아니라, 사실상 법원의 집회 허가 결정이 문제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바로 그것이 이날 동원 성공에 기여한 바가 있는데도 말이다. 맥락이 완전히 엉망진창인 것이다.


그래서 12월 5일 집회가 전투적이지 않았고 경찰의 손아귀에 놀아나서 문제라는 식으로 평가하며 현상적인 물리적 충돌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지금 박근혜의 개악 공세에 직면한 (그리고 반격의 계기를 잡을 기회를 이미 여러 차례 놓친) 노동자들과 피억압 대중에게 필요한 진짜 과제를 냉철하게(전략적으로) 돌아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걸 방해한다.


지금은 총궐기 같은 대규모 동원 집회는 중요하다.(특히 지금은 서울로 모이는 게 중요하다.), 다만 냉정히 말해 하루짜리 시위들을 몇 주 건너 한번씩 하는 수준으로는 박근혜 개악 공세를 막기 어렵다. 그것은 (우리 쪽 수단보다) 저들이 더 강도 높은 수단들을 필사적으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파업, 그것도 중요 사업장들이 적극 앞장서 기업들에 실질적 타격을 주는 파업이 필요한 이유다. 그래야 박근혜 정부가 움찔할 것이고, 지배계급 내부에서 지금의 막가파 강공이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에 회의가 생겨날 것이다.


다만 객관적으로 필요한 이 수단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그럼 그렇게 가도록 하는 데서 무엇이 더 효과적일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행동에 더 동참하게 하면서 파업으로 갈 수 있는 자신감을 얻도록 노력하고, 그것을 통해 지도부의 진지한 파업 조직을 압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가, 아니면 충동적이고 불필요한 충돌로 역습의 빌미를 제공해 한사코 전면 투쟁을 회피하는 일부 상층 지도자들이 투쟁을 미루는 일을 정당화할 수 있게 해 줄 것인가.


분명히 전자로 가는 길이 쉽지 않다. 어렵다. 시간이 촉박한데, 시간이 걸리는 과제다. 그렇다고 거칠 수밖에 없는 단계단계들을 의욕만으로 건너 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시 말해, 지금은 단순히 ‘나가자 싸우자’만으론 부족하고, 잘 벼려진 ‘정치’가 중요하다. 시야가 협소하지 않고 계급 분석이 정확한. 수동(관조)적이지 않으면서도 조급하거나 경솔하지 않은. 그리고 책임성! 있는.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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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제2차 민중총궐기

정부 탄압에도 많은 노동자들이 시위에 참가하다


<노동자 연대> 162호 | online 입력 2015-12-06


12월 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차 민중총궐기에는 노동자, 농민, 청년 등 5만여 명(주최측 추산)이 참가했다.


이들은 노동 개악 중단, 교과서 국정화 철회, 공안탄압 중단, 백남기 농민 진압 책임자 처벌 및 대통령 사과 등을 요구하며 서울시청 광장에서부터 대학로까지 행진을 했다. 행진은 주말 도심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에게도 호응을 받았다.


무엇보다 노동 개악 입법 시도에 맞서 16일 파업을 결정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이날 참가자의 다수였던 점은 시사적이다. 금속노조는 민중총궐기 본대회 전에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동자들은 12월 2일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노동개악 관련 법안을 합의처리 하기로 야합한 것에 분노했다.


이밖에도 대학생, 청소년들도 꽤 규모있게 참가해 인상적인 행진을 벌였다.


바로 이틀 전까지 박근혜 정권과 경찰은 강도 높게 엄포를 가했었다. 이날 집회를 원천 불허할 것이고, 참가자 전원에게 색소 물대포를 뿌려 모두 검거하겠다고 협박했다.


복면금지법, 테러방지법 등의 도입 논의도 급물살을 탔다. 심지어 검찰청장 김수남은 복면금지법이 제정도 안 됐는데, 복면 시위대를 가중해서 구형하겠다는 ‘초법적’ 헛소리를 지껄이기까지 했다.(대통령께서 초월적이시니, 뭐...) 정권이 일부 우익 조계사 신도의 협조를 얻어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게 모욕적인 위협을 가한 일도 있었다.


이 모든 일들이 1차 총궐기와 파리 테러 참사 직후, 박근혜가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테러리스트에 비유하며 강경 탄압을 지시한 뒤에 벌어진 일들이었다.


강경 공안탄압 공세를 통해 박근혜 정권은 백남기 농민을 사경에 이르게 한 살인 진압의 책임을 면피하고, 하반기 노동 개악 등 각종 악법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노동자·민중 운동을 위축시키려 한 것이다.


그러나 정권의 이런 ‘오버’가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사람들은 위기감 속에서도 큰 반감을 느꼈고 어떤 형태로든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싶어했다. 특히 노동 개악 입법이 코 앞으로 다가와 노동자들의 분노가 더 컸던 듯하다.


게다가 경찰의 집회금지 통고를 취소해 달라는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엄포를 놓던 경찰이 체면을 구긴 통쾌한 일이 있었다.


결국 이날 집회와 행진은 박근혜 정권의 협박에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한 피억압 대중이 위축되지 않고 반격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이날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서 “2차 민중총궐기 그리고 국민대행진이 더 큰 민중의 항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민주노총은 총파업 투쟁으로 함께하겠다” 하고 약속해 큰 박수와 호응을 받았다.


이제 더는 새정치연합에 기대지 말고, 민주노총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12월 16일부터 시작하기로 결정한 노동개악 저지 파업을 실질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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