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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9.22 참여연대 20년과 NGO 개혁주의의 정치 참여

〈노동자 연대〉134호 기사 보기 ☞ http://wspaper.org/article/14906


참여연대 20년과 NGO 개혁주의의 정치 참여




현재 서울시 선출직 공직자의 투톱이라 할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 교육감은 참여연대 창립자들로 둘 다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지냈다.


그 참여연대가 ‘진보적 시민운동’을 표방하며 창립한 지 20년이 됐다. 


참여연대는 초기부터 노동운동 친화적인 활동들을 해 왔고, 각종 개혁 입법 쟁취에 앞장서 왔다. 낙천ㆍ낙선 운동 등 부패 반대 활동은 국민적 지지를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신자유주의 정책들에 저항하는 운동에도 비교적 함께해 왔다.


박원순과 조희연의 당선에서 보듯, 참여연대는 이 사회의 특권층 부패과 차별, 이윤 시스템에 분노하고 사회를 조금 더 인간적으로 바꾸고 싶어하는 진보적 청장년층에서 아직도 영향력이 상당하다.


그런데 참여연대는 20년 동안 엄격한 내규로 구성원들의 정치 참여를 제한해 왔다.


이는 비정치적이고 중립적인 시민운동을 표방하는 것이 입법을 위해 좌우파 모두와 협력할 수 있고 국민적 압력에도 유리하다는 NGO식 실용주의 발상이기도 하다. 


2005년까지 국회에서 제정된 법의 12.1퍼센트, 14대에서 17대 국회까지 개정된 법의 5.3퍼센트가 참여연대 주도 법안이었다.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기층의 압력을 대변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공식정치 안에서도 명망성을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초에 ‘진보적’ 시민운동을 표방한 단체가 순전히 비정치적일 수는 없다. 그래서 실제로는 주류 보수 정당의 경쟁 정당, 즉 민주당과의 협력에 주로 의존해 왔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까지 참여연대는 정부와의 협력적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비중이 꽤 높았다. 집행위원 이상 임원 40명이 정부 위원회 1백1개에 참여했다.


선출직 공직자로 진출한 임원 출신들도 압도 다수가 민주당이었다(소수는 진보정당).


반면, 2008년 이명박 정부 이후 군중집회, 농성 등을 포함한 직접행동의 비중이 이전보다 세 배 가까이로 늘었다. 우파 정부가 진보적 NGO들을 거버넌스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참여연대의 정치 방침은 독자 정치세력화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정치적 당파성을 외면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예를 들어, 박원순 시장과 조희연 교육감과는 당선 과정에서부터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에는 1백36개의 거버넌스 위원회가 존재한다.


그런데 민주당 집권시 비판을 아끼고, 운동을 민주당의 보조물로 제한하려 해 온 것이 참여연대의 문제였다. 


예를 들어, 최근 박원순 시장의 우경화 행보에도 참여연대의 예리한 비판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9월 3일 참여연대 등 여러 진보 단체들이 주최한 서울시의 제2롯데월드 프리오픈 규탄 기자회견문에서 프리오픈을 결정한 박원순 시장의 이름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가 지지자들에게 실망과 환멸을 준 집권 후반기에 참여연대 회원이 20퍼센트 넘게 감소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또,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나 국정원 정치개입 규탄 촛불시위,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운동에서 참여연대는 참가자들의 민주적 의사를 반영하기보다 운동 안으로 민주당 개혁파 입장을 전달하는 벨트 구실을 해 왔다.


그런데 최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이태호 사무처장은 ‘탈진영론’을 주장한다.


“[사회의] 보수화보다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진영화에 맞서야 할 것 같다. …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야 한다. 진영 논리는 사회 발전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복지를 위해서 세금을 더 걷으려면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대화 상대가 보수일 수 있다. 시민운동이 조금 더 건전해지려면 상대와 협력하고 대화해야 한다. 진영 간의 모욕과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


고통전가에 여념이 없는 박근혜 정부와 노골적인 협력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동안 참여연대가 운동 안에서 민주당 개혁파를 대변하는 구실을 해 온 것을 감안하면, 이런 계급 협력주의는 최근 새정치연합에 가해지는 중도화(우경화) 압력과도 관계가 있는 듯하다. 또한 국회가 ‘진영 논리’로 마비되면 NGO식 실용주의도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진보정당들조차 존재감이 약화된 조건에서 NGO 개혁주의가 민주당 의존증을 버리기는 힘들 것이다. 이는 최근 세월호 진실 규명 특별법 여야 협상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안에서 참여연대 리더들이 취한 태도로도 드러났다.


더 근본적인 사회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이라면 참여연대보다 더 급진적이고 독립적인 노동자 정치가 필요하다.



□ 기사에는 없는 내 덧붙임.


우경적 탈진영론의 문제



이태호 처장의 탈진영론은 노동자 운동이 양당 체제에서 벗어나 계급적 독립성을 추구하자는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과도 존중하고 소통하자는 것이므로 운동의 예각을 약화시키는 우경화 주장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탈진영론이 나오는 맥락은 강준만 교수의 “싸가지 없는 진보” 담론이 뜬 것과 일맥상통으로 보인다. 


사실 그동안 운동들을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두 당 사이의 진영논리 안에 가둔 것은 NGO 개혁주의와 자유주의, 그리고 진보정당의 주요 개혁주의 리더들이었다. 그들은 ‘전략적 야권연대’라는 명목으로 노동운동과 기층의 저항을 민주당 지지라는 양당 간 진영 논리에 가두려 해 왔다.


노동운동이 세월호 책임 규명, 민영화, 연금 개악, 서민 증세 등 공분의 쟁점들에서 파업과 거리시위로 앞장서 투쟁하며 의제화할 때, 이런 식의 진영화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진정성이 진정 인정 못 받는 이유



이태호 처장은 최근 <한겨레> 인터뷰에서 ‘진보진영이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 체결에는 우파 정부를 대할 때처럼 싸우지 않은 것이 지금 운동이 [중간 대중에게]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시 노동운동과 농민운동, 좌파는 2007년 내내 ‘노무현 퇴진’을 내걸면서까지 한미FTA 체결에 격렬하게 저항했다. 상반기에 대규모 투쟁이 있었고, 금속노조도 파업에 나섰다. 시위대 수만 명이 경찰의 물대포 등 폭력 진압을 뚫고 광화문까지 진격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가 영하의 날씨에 물대포를 쏜 것도 이 때다.


물론 이 투쟁이 동원한 사회·경제적 힘은 노동자 운동 상층 지도자들의 자기 제약을 넘어서지 않았다. 또한 反FTA(신자유주의)·反제국주의·反우파를 기치로 한 진보대연합적 정치 대안 구축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


서로 다른 요인을 뒤섞어 사람을 현혹하는 것은 궤변이다. 대중의 불신은 ‘과거’가 아니라 ‘지금’ 때문에 생긴다. ‘왜’ 지금 우파 정부에 맞선 저항을 전투적으로 완강하게 건설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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