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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개판 5분 전

측근들 자중지란이 의미하는 바



<노동자 연대> 139호 | 발행 2014-12-08 | 입력 2014-12-06
※ <노동자 연대>에 실린 기사의 순서와 구조를 약간 바꿔서 올립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부에서 난맥상이 불거졌다. 권력 실세 자리를 놓고 암투를 벌이고 있다는 추문이 공개된 것이다. 친동생 박지만과 정치 입문 때부터 측근인 정윤회가 주인공이다.


게다가 시발점이 된 <세계일보> 보도의 출처가 ‘청와대 내부 문건’이었다. ‘유신 스타일’ 박근혜가 “국기 문란”이라고 길길이 날뛸 만한 일인 셈이다.


공교롭게 폭로 시점도 박근혜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악, 정리해고 요건 완화, 복지 삭감, 노동자ㆍ서민 증세 등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위해 파상 공세를 벌이는 중이었다. 박근혜가 사태 진화에 초장부터 직접 나선 이유다.


박근혜는 ‘정윤회 실세설은 루머, 문건 유출이 문제’라고 사실상 검찰의 수사 방향을 제시했다. 청와대는 <세계일보>를 고소했다. <세계일보> 기자들은 25년 만의 언론사 압수수색에 대비하고 있다.


박근혜는 정권 핵심부에서 벌어진 분란 때문에 자칫 고통전가 공세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고 봤을 것이다. 레임덕이 예상보다 앞당겨 올 수도 있다는 걱정도 생겼을 것이다. 실제로 12월 4~5일에 공개된 여론조사들에서 국정수행 지지도가 떨어지고 부정적 평가가 늘었다.(한국 갤럽 조사에선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앞질렀다. 새누리당이 말을 아끼는 이유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번 추문에 정치 공세를 펼치지만, 그다지 시원치 않다. 기껏해야 세칭 ‘문고리 3인방’이라는 비서진을 ‘기밀 누설’로 고발하고, 전(前) 강원도지사 김진선이 정윤회의 횡포에 당한 피해자라고 부각하는 정도다. 김진선은 동계올림픽 유치를 주도하며 대중의 원성과 분노를 산 인물이다.


사실 박근혜 정부는 초기부터 부패 인사 문제로 여러 차례 곤경에 처한 바 있다. 또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항의 운동, 철도노조 파업, 세월호 참사 등 아래로부터의 저항과 광범한 분노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박근혜의 119 구실을 한 것은 새정치연합이었다.(노동운동 내 온건 개혁주의 지도부의 구실도 무시할 순 없다.)




박근혜의 아킬레스건 하나가 드러나다



사실로 확인된 것만 모아 보면, 박지만과 정윤회의 권력 다툼은 분명한 듯하다. 정윤회 측이 박근혜 정부의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도 사실로 보인다.


박지만 편에서 정윤회를 공격하는 보고서를 청와대 상부에 올린 뒤, 보고서 작성팀은 물론이고 박지만의 고교ㆍ육사 동기인 기무사령관과 국가정보원의 박지만 라인 간부들도 밀려났다.


게다가 정윤회의 비리 의혹을 조사한 문화체육부 간부들을 박근혜가 직접 좌천시키도록 지시했다. 정윤회의 전 부인도 박정희 정권 때부터 박근혜와 유착해 왔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처럼 선출직도, 절차를 거친 임명직도 아닌 인물이 정권 내부에서 영향력을 크게 발휘하는 것은 그 자체로 권력형 부패다. 권력을 독점해 비밀스런 소수 측근에 의존하는 (틀림없이 박정희에게서 배운) 박근혜의 통치 스타일이 큰 원인이다.


사실 박근혜의 통치 스타일은 더 큰 정치적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ㆍ안보 위기 속에서 지배계급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탄생했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위해서 지배자들은 권위주의적 스타일의 강성 우익 정부를 선택한 것이다.


각별히 우익적이고 부패한 인사들이 이 정권에서 많이 등용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따라서 자극적인 보도를 좋아하는 기성 언론이 ‘기춘대원군’이니 ‘십상시’니 하며 실세가 누구인지 다루는 것이 노동운동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현상만 보고 진정한 분석을 하지 않는 것이다.


다음 두 가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패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 등장의 맥락은, 민주화 이전 구체제와 더 밀접하게 연관된 인사들이 중용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들 모두 최고 통치자인 박근혜에게 충성하는 측근으로서 부패의 축을 형성하고 있다. 


통치 집단이 워낙 부패에 젖어 있는 자들이니 자신들끼리도 기득권을 더 많이 차지하려고, 갈수록 치열하게 경쟁했을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충분하진 않았지만 지속돼 왔고, 경제적·지정학적으로 정권의 불안정 요인들은 여전하다. 


따라서 이번 추문을 덮는 데 성공해도 이런 일(부패와 내부 갈등, 폭로)은 반복될 것이다.


계속되는 추문은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분출할 틈새 구실을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항이 거세지면, 측근들끼리의 갈등이 여권 전체의 내분이나 지배계급 전반의 갈등과 경쟁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박정희 정권은 노동자 투쟁과 부마항쟁을 강경 진압했지만 결국 그런 저항의 분출이 계기가 돼 내분을 겪다가 무너졌다.


적들은 파상 공세를 계속할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이 강력하기만 한 것도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도 박근혜는 고통전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강성 우익적 성격상 지금 정도의 타격으로 고통전가 공세를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세계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공산이 커지고 있다.그에 따라 한국 경제도 위기에 빠져 들어가는 조짐이 완연하다. 


그러므로 박근혜는 노동자 계급 공격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이럴수록 지배계급을 뭉치게 하려고 그들 ‘공동의 적’(노동자 계급)을 향한 공세에 더욱 매달릴 것이다.


따라서 정권의 내분 때문에 공무원연금 연내 개악 등이 물 건너 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저항 태세를 늦추는 것은 큰 실수다.


박근혜 정부는 이미 새정치연합의 협조를 얻어 의료ㆍ교육 등의 민영화를 강화할 서비스산업발전법 개악안을 국회에 상정했다.


결국 정권이 약점을 보일 때, 조직 노동운동이 저항의 태세를 굳건히 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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