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공습 반대 주장은 옳지만 구체적 대안도 제시해야

리비아 혁명에 대한 <레프트21>의 주장은 극단적 소수파적 주장이다. 하지만 이 주장이 옳은 주장이었음이 시시각각 드러나고 있다. <한겨레>, <경향신문>과 같은 언론들은 폭격이 시작됐을 때 이를 지지했다. 그러다 점점 서방 세력의 실체(민간인 사망, 아랍 세력의 냉대, 반제국주의 여론 확산)가 드러나자 은근슬쩍 군사 개입이 잘못됐다는 식의 기사를 쓰고 있다. <레프트21>만큼 시종일관 서방의 개입을 반대한 곳은 없어서 매우 반가웠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구체적 대안 제시가 없었다는 거다. 서방의 리비아 공습은 잘못된 것이지만, 궁지에 몰린 리비아 혁명 세력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공습 이외의 대안이 무엇인지 제시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주장에도 더 힘이 실린다.

나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 대안'들을 생각해 봤다. ‘서방은 군사공습하지 말고 동결한 카다피의 재산을 혁명 세력에 넘겨라’, ‘즉각 카다피와 모든 외교관계를 철회하고, 자국의 리비아 대사를 추방하라’, ‘혁명 세력이 승리할 때까지 리비아산 석유에 대한 거래를 즉각 중단하라’ 등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리비아 공습 잘못된 것 아니냐’ 하고 주장할 때마다 벽에 부딪혔다. ‘넌 카다피를 옹호하는 거냐’는 반응 때문이었다.

카다피도, 제국주의도 모두 거부하는 입장임을 명확히 보이려면 카다피를 혁명가로 착각하는 다른 좌파연하는 세력과 다르게 구체적인 주장을 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리비아 혁명을 지지하고 리비아 혁명에 대한 서방의 개입에 반대하는 <레프트21>의 주장에 공감하는 정원석 씨의 독자편지가 매우 반가웠다.

정원석 씨의 말대로 리비아에 대한 서방 개입에 반대하는 주장은 아직 상대적 소수파다. 그것은 그 주장의 근거나 명분이 취약하기 때문이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역겹게도 서방 열강이 리비아 혁명에 도움을 준다는 명분을 내세워 리비아 혁명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혼란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서방 개입 찬성론자들은 반대자 모두를 카다피 지지자로 쉽게 몰아세울 수 있다. <경향신문> 이대근 논설위원이 3월 31일에 <경향신문>에 쓴 칼럼에서 그렇게 했다.

그는 서방 개입 반대론을 비판하면서, 리비아 민중 항쟁을 사실상 지지하지 않으면서 서방의 리비아 개입에 반대하는 자주계열 활동가들의 논리(민주노동당 논평)를 비판하면서,  싸잡아 비판했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 집회까지 열면서 서방의 군사 개입 반대 활동을 주도하는 곳은 다함께나 사회진보연대처럼 반카다피 혁명 세력을 지지하는 급진 좌파들이다.

그래서 진정으로 카다피에 반대하고 민중 항쟁이 성공적인 혁명으로 발전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제국주의의 중동 개입에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정원석 씨의 글을 보면서 <레프트21>이 어느 정도 이 과제를 잘 수행한 듯하다고 생각했다.

한편, 정원석 씨는 ‘서방의 군사 개입이냐, 카다피 지지냐’ 하는 왜곡된 이분법을 깨려면 리비아 혁명 과정에 서방 개입이 아닌 [혁명 지원을 위한] 구체적 대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이 주장에 동의한다.

그런데 <레프트21>은 다양한 기사들에서 이미 대안들을 제시해 왔다.

가령, 정원석 씨는 카다피의 재산을 동결해 혁명세력에게 넘기라는 주장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레프트21> 53호 1면 기사 ‘리비아 폭격을 중단하라 – 아랍 혁명에 승리를’도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기사에서도 지적했듯이 이런 일을 해야 할 주체는 서방 국가들인데, 그들은 결코 그렇게 할 세력이 아니라는 점도 봐야 한다. 서방의 리비아 개입 목적은 혁명의 성공이 아니라, 석유 통제권과 중동 반란 확산 저지에 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구체적 대안’은 혁명 과정을 더 심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반카다피 혁명 세력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즉각 개선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요구와 이를 위한 노동자들의 계급투쟁을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반카다피 세력이 더 많은 리비아 민중의 지지를 확보해 카다피와의 투쟁에서 승리하고 새로운 리비아를 건설할 수 있다.

다른 한편, 정원석 씨는 ‘혁명 세력이 승리할 때까지 리비아산 석유에 대한 거래를 즉각 중단하라’는 요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단서를 달아 지지할 수 있을 것 같다.

혁명 세력이 장악한 유전지대에서 석유 판매 대금은 당분간 혁명 자금과 사회개혁을 위한 재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원석 씨의 문제제기에 대한 더 자세한 답변은 이 주제와 관련한 <레프트21>의 최근 기사들을 추천한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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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혁명이 서방의 군사 개입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간교하게도 서방 열강들은 군사 개입 목표를 카다피 제거와 민주화 시위대 보호로 삼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여러 글을 써 왔는데, <레프트21>에 실린 독자편지에 여러 관련 기사들과 겹치지 않는 내용으로 답변을 해 봤습니다.

리비아 혁명에서 서방 개입이라는 난제

배상진

지난 호 기사에서 리비아 혁명에 대한 두 편향, 즉 독재 국가를 옹호하는 한심한 주장과 민주주의의 'ㅁ'도 가져오지 못할 서방의 개입을 지지하는 어리석은 주장을 비판하는 기사가 실렸다. 이 주장은 노동계급의 자기해방이라는 측면에서 원칙적으로 옳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한 가지 맹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만약 서방이 실제로 군사적 개입을 통해 카다피 세력을 공격할 때다. 원칙적으로는 카다피와 서방세력에게 모두 반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혁명적 시기에 이러한 충돌이 벌어질 때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가? 이것은 이후 북한이나 쿠바 등에서 벌어질 혁명의 중요한 전략, 전술 문제가 될 수 있다.

리비아 민중들은 제국주의 세력과 제휴해 카다피를 우선 축출하는 데 총력을 쏟아야 하는가? 아니면 카다피 세력과 우선 협상하면서 서방 세력부터 몰아내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하는가? 그것이 아니라면 두 세력을 동시에 축출하는 전략을 써야 하는가? 셋째라고 한다면 원칙상 옳을지는 모르지만 역량이 분산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효과적인 전략인지에도 다소 의문이다.

어떤 전략을 쓰고 어떤 세력과 일시적으로 제휴를 하든, 서방과 카다피 모두 궁극적으로는 리비아 민중의 적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폭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폭로와는 별개로 리비아 민중의 권력 장악을 위한 시도에서 이 문제를 건너뛰고 생각할 수는 없을 듯하다.

<레프트21> 52호 | 독자편지 online 입력 2011-03-17



사실, 이 문제를 놓고 <레프트21>이 여러 기사를 싣고 있으니 먼저 이 기사들을 참고하길 바라며 몇 가지를 덧붙이고자 한다.(중동의 민중 반란 기사 모음: 여기누르세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리비아 군사개입을 결정하자마자 영국과 프랑스 정부는 곧바로 전투기 출격과 군사 작전을 펼치고 있다. 정확히 8년 전, 미국과 그 동맹들이 이라크 침략을 개시했던 날이다.

이제 리비아 주요 도시는 서방 전투기와 함대의 폭격을 받는 처지가 됐다.
비행금지구역이 평화 조처가 아니라 리비아 전역을 향한 군사 작전이라는 비판자들의 주장이 옳았다는 게 드러났다.

이미 수십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도 있다. 전례를 볼 때 민간인 사망은 필연적이다. 1999년 세르비아 공격 때 나토(NATO)가 자랑한 ‘정밀폭격’은 방송국, 병원, 발전소 등을 부숴 버렸다.


카다피는 민중 혁명이 서방 제국주의 사주를 받은 것이고, 자신은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 거짓 선전을 정당화할 기회를 얻었다. 서방의 폭격으로 카다피의 입지는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

전쟁 그 자체의 논리에 따라 공중 폭격은 지상군 투입으로 이어질 것이다. 1999년 나토의 코소보전쟁(세르비아 공격) 때도 78일간 무차별 폭격을 했지만 결국 지상군이 투입돼서야 코소보를 점령하고 협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지상군 투입은 더 큰 인도적 재앙을 낳을 것이다.

이것은 혁명세력의 명분과 발언권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당분간 혁명 세력은 주변화될 것이다. 이것이 민중 혁명에 도움이 될까.

서방 열강은 중동 혁명을 차단하고, 석유와 패권을 지키려는 전쟁을 시작했다. 저들은 동결된 카다피의 재산을 혁명세력에 제공하는 등 혁명세력을 직접 강화시키는 방안은 수행하지 않았다. 저들은 최첨단 무기를 동원해 중동에서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려 한다. 민중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폭탄이 민중을 해방시킨다는 새빨간 거짓말에 속아서는 안 된다.



배상진 씨는 서방의 개입을 반대하는 주장이 ‘노동계급의 자기해방이라는 측면에서 원칙적으로 옳다’고 지적하면서도 카다피와 서방 군대에 동시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 ‘원칙적 주장’의 “맹점”이라고 주장한다. 역량이 분산돼 혁명에 불리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최근 리비아 혁명 세력이 초기보다 위축된 상황을 보고 하는 주장인 듯하다. 이해할 만한 그 사정에도 이 주장은 좀 혼란스럽다. 원칙적으로 옳은 주장이 그 주장이 반대한 실제적인 상황이 오면 쓸모없어진다는 말이니까.


나는 배상진 씨가 먼저 자신의 원칙을 따라 “제국주의 군대가 카다피를 물리치는 것을 ‘자기해방’을 뜻하는 혁명이라 부를 수 있을까” 하고 질문해 보길 바란다.

서방 군대가 카다피를 제거하는 것은 결코 혁명이 아니다. 그래서 서방 개입에 침묵하거나 용인하는 것이야말로 ‘일관된 혁명 전략’을 포기하는 것이다.

서방 지배자들은 리비아 해방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들이 사우디아라비아·UAE 군대가 미군 제5함대 기지가 있는 전략적 요충지 바레인의 민주화 시위 진압을 위해 바레인에 진격한 것에는 침묵하고 있다.
 
그들은 동결한 카다피의 재산을 혁명 세력에게 제공하거나 심지어 무기를 제공하는 등 혁명세력을 직접 강화하는 정책은 한사코 거부했다.

서방의 군사 개입과 절친 동맹인 사우디 등의 바레인 진격 시점이 유사한 것은 본격적으로 제국주의와 아랍의 그 동맹자들이 반혁명을 시도하고 있다는 증거로 보인다.


게다가 리비아는 식민 지배에서 독립한 지 60년밖에 되지 않았다. 군사 개입을 주도할 미국은 1986년 수도 트리폴리를 폭격해 민간인 수백 명을 죽였다. 서방 강대국들은 20여 년 동안 경제 제재로 리비아에 가난을 강요했다.

서방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우리가 지금 보다시피, 단지 카디피만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리비아 민중의 머리 위에서 서방의 폭격이 벌어지는 것을 뜻한다.

혁명 역량에 관해 말하자면, 민중 혁명의 힘은 단순히 군사력의 크기로 결정나는 것이 아니다. 구체제가 아무리 잔인해도 그 옹호자들은 결국 피억압 민중 안에서 반혁명 군대를 모집하는 것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결국 혁명의 힘은 우리 편을 확고하게 단결시키고 구 체제에 묶여 있는 민중을 혁명의 편으로 끌어당겨, 저들을 약화시키고 우리 편을 강화시키는 능력에 달려 있다.

이는 리비아의 진정한 혁명가들이 혁명의 사회적(계급적) 내용을 더 심화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혁명이 더 많은 정치ㆍ사회적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미 중동의 민중이 이렇게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보여 줬다고 생각한다.

프랑스대혁명에서도 러시아혁명에서도 구체제를 지지하는 제국주의의 군대는 혁명의 대의로 단결한 민중의 힘을 이기지 못했다. 이것은 혁명세력의 강령과 실천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구체제가 아니라 혁명에 가담하는 것이 진정한 이익과 해방을 얻을 수 있다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1970년대 베트남과 2006년 레바논에서도 압도적인 무장력을 갖춘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대는 각각 베트남 인민 게릴라와 레바논 헤즈볼라를 이기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리비아 혁명세력은 군사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 서방 강대국의 방해와 구체제 이탈 인사들의 존재 때문에 혁명을 더 심화시키거나 서방 개입에 일관되게 반대하지 못하는 듯하다. (비록 구체제 이탈 인사들의 존재는 혁명의 강점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폭격이 시작된 지금 리비아 혁명가들이 서방 개입에 무기력하게 대응한다면, 독재자도 싫어하지만 식민 지배 경험과 강대국들의 경제 봉쇄 때문에 제국주의도 혐오하는 민중을 자기 편으로 끌어 당기거나 단결시키지 못할 것이다.

리비아에서 온갖 “난제”를 해결할 혁명 전략은 서방의 군사 개입에 일관되게 반대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혁명의 사회적 내용을 더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공개 포럼 안내]
○ 서방의 “인도주의적” 개입 ― 누구에게 이익인가? _24일(목) 7:30 대학로 한성대 에듀센터 807호

○ 서방 군사 개입은 왜 중동 혁명의 걸림돌인가? _24일(목) 7:30 강남역 8번출구 모임전문공간 모토 S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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