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 강부자, 병역기피, 탈세 … 고위 관료는커녕 통반장 자격도 없다




박근혜정부가 장관 한 명 없이 출범했다. 새 행정부가 개점휴업인 셈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는데, 이미 절반이 지난 정부 같은 느낌도 준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강력한 정치양극화 속에서, 복지공약 뒤집기로 득표층마저 흔들리면서 지지율이 추락했고, 뒤이어 내각 후보로 내놓는 인물들이 죄다 문제투성이라는 게 강력한 반작용을 낳은 것이다. 분노한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민주당도 대충 넘어가주기 매우 힘든 것이다.


[※ 3월 4일 아침에 앵그리버드보다 화난 얼굴에 스타카도 말투로 대국민 위협 담화를 박근혜가 했는데, 민주당이야 엄청난 압박을 받겠고 그래서 인사청문회 통과에는 좀더 수월해질 수 있겠지만, 상황을 뒤집지는 못할 것이다. 내가 물론 박근혜의 초기 위기를 과장해서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빠진 것처럼 보는 것은 아니다. 예상보다 빠르게 정치 위기를 겪고 있는 점을 지적하려는 의도다.] 


명진스님은 인사청문회를 보고 “누가 더 더러운 걸레인지, 방걸레인지 똥걸레인지, 걸레 경연대회같다”고 힐난했다


탈사모(탈세 사랑 모임)’, ‘전사모(전관예우를 사랑하는 모임)’ 같은 말이 나오는 박근헤 1퍼센트 특권층 우익 내각 후보 명단을 보는 “보통사람들”의 마음도 명진스님과 같을 것이다.   


[첫 지명자가 낙마한 ‘덕분에’] 가까스로 총리가 된 검찰 출신 정홍원은 한보그룹의 서울 수서지구 개발 비리 사건을 수사한 뒤에, 바로 그 한보아파트를 분양 받아 시세차익을 챙겼다


경제부총리 후보 현오석은 2001년 당시 고위층 특혜 분양 비리가 터졌던 경기 분당 파크뷰아파트를 분양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국방장관 후보 김병관은 군 재직 시절, 군사보호구역 해제 예정지를 미리 헐값에 매입했다가 되팔아 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차익이 무려 80배나 된다. 손자병법을 3백 번이나 읽었다는 실력이 투기와 위장전입에서 드러나는 듯하다.


안전행정부 내정자인 유정복은 자기 형이 있는 회사에 특혜를 주는 개입을 한 의혹을 명쾌하게 해명 못 하고 있다. 


특히, ‘전관예우’ 관행이 사법, 경제, 국방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드러났난 것이 시사적이다. 고위관료 집단과 기업주, 각종 이익단체 등 1퍼센트 세력이 권력과 특권을 매개로 얼마나 단단하게 얽혀 있는지 보여 준다.


검찰 출신인 정홍원과 법무장관 후보 황교안도 퇴직 후 대형 로펌에서 매달 수천에서 1억 원씩 보수를 받았다외교부 관료 출신인 윤병세도 대형 로펌에서 큰 돈을 받고 재산을 불렸다., 


경제기획원을 거쳤던 현오석도 전관예우 관행을 이용해 재정경제부에서 1억 원이 넘는 특혜를 받았다. 교육부 관료 출신인 서남수도 퇴직 후 사학재단에서 전관예우 혜택을 크게 받았다. 


김병관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까지 했던 전력을 이용해 국방부를 상대로 무기수입상의 브로커로 활동했다. 현 고위장성 연루 의혹까지 나올 정도다.


지갑만 썩은 게 아니라 생각도 썩었다. 반민주·반노동 문제가 두드러진다.


정홍원은 “국기 경례 거부하는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 자격이 없다”고 하는 자고, 황교안은 “[국가보안법은]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따라 그 개정이나 폐지가 논의될 수 없는 국가의 기간(으뜸이나 본바탕이라는 뜻)법”이라는 자다그는 “사유재산제도를 부인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 사용자가 처분가능한 범위 내의 사항이”어야 하므로 노동 관련 입법이나 정리해고 반대 파업이 모두 불법이라고 한 바 있다.


김병관은 제대 후 “종북세력 척결의 결사대가 되겠습니다” 하고 떠들고 다녔다. 교육부장관 후보인 서남수와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 유정복은 청문회에서 5·16이 쿠데타냐는 질문에 즉답을 회피했다


[※ 토요일(2일)에 국정원장으로 내정된 남재준은 육사-육참총장 출신이다. 군 회식 때마다 애국가를 불렀다는데, 노무현 초기에 ‘정중부의 난’ 운운하며 나댔던 인물이고, 국정원의 방첩업무가 죽었다고 벼르고 있는 인물이다. 금융위원장 내정자 신제윤은 한미FTA 협상팀이었고, 2004년 전경련 파견 근무 후 친재벌 정책을 펴겠다고 호언했던 모피아 출신이다.]


한편, 국토부장관 후보 서승환과 통일부장관 후보 류길재는 박정희 쿠데타를 지지하고 동조해 고위직을 지낸 자들의 아들이다. 현오석은 유신 정권의 경제개발계획에 직접 참여했던 자다. 심지어 CIA 요원이라는 의혹을 받는 김종훈까지 신설 공룡부처[각주:1]에 내정했다. 


오죽하면,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조차 “무슨 고구마 줄기도 아니고 자고 나면 문제가 터지고 있다”고 하는 말이 나오겠는가. 당 지도부에서조차 일부 인사의 자진 사퇴 얘기가 나오자, 원내대표 이한구는 “좌파가 낙마시키려는 후보를 물러나게 할 수 없다”고 맞섰다.(누가 진정으로 파당적인가???)


여야를 떠나 이런 자들에게 장관이 적격이라는 말을 한다면, 그 입들에 걸레를 물리고 싶다.



※ 이 글은 <레프트21> 99호에 축약해 실렸습니다. 여기에 주말 사이 드러난 내용을 약간 보충해 넣었습니다. ☞ http://www.left21.com/article/12655


  1.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은, 미래창조과학부로 개인정보관리, 전자정부 관련 사항이 집중돼 이 새 부처가 ‘빅브라더’로 가는 길을 닦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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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레프트21>15호 "법 질서 확립? 너나 잘하세요~"


엊그제 113명의 야당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일방 표결로 정운찬이 국무총리가 됐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한나라당 김정훈 원내수석부대표가 "한나라당이 똘똘 뭉쳐서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제2의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고 하네요.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는 앞으로 반대파에 대해선 밀어붙이기로 일관하겠다는 겁니다. 청문회를 글로 배운 정운찬이나 서양식 아파트를 너무 사랑한 한식 전문가 백희영이나 자기를 처벌해야 하는 이귀남, 이런 자들을 그냥 그 자리에 앉히고 가겠다는 겁니다. (이런 내각이 친서민 내각? 그건 니 생각이고~)

정운찬의 총리 임명 반대는 단순히 정파적 반대 목소리가 아닙니다. 여론의 과반이 총리 임명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정운찬과 나머지 인물들의 비리와 혐의들이 주류 특권층의 부패한 실상을 여지 없이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정당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은 아니죠. 상대적으로 특권층 기반이 적었던 노무현 정부에서도 투기, 탈세 의혹으로 총리 후보가 낙마한 일이 두 번이나 있었습니다.

이 정권은 좀더 노골적입니다. 이들이 특권층의 3~4세대 들이라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커왔으니까요. 마치 "우리집은 가난해요. 아빠도, 엄마도, 집사 아저씨도, 정원사도, 식모도, 유모도......"하는 오래된 우스개소리처럼 말입니다. 

이명박 정부 첫 내각 후보 중엔 "땅을 너무 사랑해서" 땅을 샀다는 환경부 내정자도 있었고, 유방암 진단에서 이상 무 판정을 받은 기념으로 남편에게 받은 선물이 강남 30평 오피스텔인 청와대 비서관 내정자도 있었죠. 오세훈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11평 집에서 어떻게 발 뻗고 자냐?"고 말했습니다. 도심에 30평대 '서민형' 오피스텔을 만들겠다면서 말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머리 속에 떠올릴 수조차 없는 일들을 이들은 당연하게 저지르고 내뱉습니다. 점점 가벼워지는 유리 지갑의 월급쟁이 노동자들은 상상도 못할 탈세와 위법을 저지르고도 처벌은커녕 무사히 장관직에 안착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이 사회의 정치 체제에 대한 사람들의 냉소와 환멸은 커집니다. "그놈이 그놈" "있는 놈들이 다 그렇지 뭐" "니들끼리 다 해먹어라". 내각 인사가 있을 때마다, 또는 고위층 비리 사건이 날 때마다 듣는 표현들입니다.

그 결과, 한나라당이 당장은 승리한 듯 보일지 모르지만, 더 깊은 곳에서 '통치'의 정당성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근시안적 '실용주의'는 주류 특권층이 독점하는 정치체제의 위기를 더 크게 만들 것입니다. (딱히 밀어붙이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정부죠, 사실)

이 문제가 조용히 넘가는 듯 보이는 건 한나라당의 생각처럼 사람들이 망각하거나 그 몹쓸 추진력을 사랑해서가 아닙니다. 현실을 바꿀 가능성에 아직 확신이 부족하고, 또 바꿔야 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을 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상시에 사람들은 사회에서 맡게 되는 지위와 권한이 능력에 따른 것이라고 배웁니다. 처음부터 그런 일에 맡게 교육되고 길러진 사람들이 사회 지도층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막대한 예산을 다루는 일, 공장을 짓고 투자를 결정하는 일, 외국에 나가 협상하는 일 등.

그래서  '민중'이 스스로 운영하는 사회보다 선덕여왕 같은 좋은 정치인이 나타나길 바랍니다. 주류가 가르치는 기성 교육은 4년에 한 번 5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만 국가의 주인이 되는 사회가 민주주의고, 이것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반민주적이라고 가르쳐 왔습니다.

그런데 이 사회를 다스리고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 죄다 "그놈이 그놈"이라면 도대체 누구로 바꿀 수 있습니까. 그렇다고 기름때 묻은 '공돌이공순이', 여염집의 '갑남을녀'가 장관을 하고 기업을 경영할까요? 이러니 "대안이 없잖아"하는 푸념에 빠지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 경제가 망가지고, 4대강 예산은 복지 예산을 갉아먹으며, 갈수록 살기 더 힘들어지는 현실을 보면, 쟤네들이 썩 그 일을 잘 하는 것 같지도 않네요. 조기 영재 교육 받아서 영어 백날 잘해 봐야 소고기 협상처럼 하고 온다면 특권층의 지위와 능력을 존중한다는 게 우리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게다가 그런 자들이 자기들이 만든 법적 의무조차 안 지키고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의 어려움을 이용해 배를 불려 온 자들이라면 말입니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구호로 의회 체제와 타협하고 왕제를 유지한 나라들이 있습니다. 이 표현을 빌어 고위 공직자 시비에서 드러난 이 나라 주류 특권층의 구호를 요약하면, "통치하고 군림하되, 책임지지 않는다"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제대로 '잉여' 존재인 겁니다.

그렇다면, 공장을 실제로 돌리는 노동자가 공장을 경영하고, 여염집의 갑남을녀가 경제와 사회, 정치에 대해 뜻을 모아 결정하는 게 그리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최소한 스스로 결과에 책임지는 결정들을 할테니까요.

또 어차피 사회가 돌아가는 건 노동계급 대중이 하는 일들 덕분입니다. 집과 도로를 만들고 제작과 운송을 기획하고 사회서비스를 관리하는 수많은 갑남을녀가 없다면 소수에 불과한 특권층이 뭘 할 수 있을까요.

냉소는 분노의 다른 표현입니다. 환멸과 냉소가 분노와 행동으로 바뀌는 데에는 불쏘시개가 필요합니다. 알리고 선전하며 대안을 주장하는 일, 즉 장작을 쌓는 일이 지금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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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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