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ㆍ28 재보궐 선거 결과는 ‘민주당 중심의 묻지마 반MB 연합’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줬다. 

한나라당은 원래보다 네 석이 늘었다. 이명박의 심복들인 이재오와 윤진식이 모두 당선했다. 반면, 민주당은 세 석이나 줄었다. 

투표율과 득표율 등을 고려하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보수적 유권자들은 위기감 속에서 결집한 반면 반MB 정서는 결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반MB 정서가 줄어들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각주:1]

이명박 정부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하고도 4대강 사업과 친기업 반민주 정책을 조금도 바꾸지 않았다. 정부 여당 인사들의 온갖 추태와 막말까지 쏟아져 나왔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강용석의 성희롱 발언과 차명진의 최저생계비 관련 ‘황제 식사’ 발언은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몇몇 해외 공관은 국가보안법을 들먹이며 교민들에게 북한 식당을 이용하지 말라고 협박했고, 외교부장관 유명환은 ‘야당 찍은 젊은이들은 북한으로 가라’는 막말을 했다. 천안함을 계기로 한 북풍도 계속됐고 한미전쟁동맹도 동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했다. 

시늉

이처럼 반MB 정서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한나라당이 패배를 면하고 오히려 성과를 낸 것은 개혁과 진보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반MB의 대안으로 제시된 민주당 후보를 찍는 것을 내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지방선거 후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이 잘해서 그 당을 찍었다는 사람은 2.4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젊은 층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을 심판하기 위해 민주당을 찍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계속 투표장에 나올 마음이 싹 달아나게 행동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격전지였던 서울 은평에서 민주당이 ‘왕의 남자’ 이재오의 대항마로 내놓은 후보는 진보적인 것은 고사하고 개혁적이지도 않은 장상이었다. 

장상은 8년 전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국무총리가 되지 못한 바 있다. 당시 민주노동당도 그의 총리 취임에 반대했다. 한나라당의 부패한 특권층 후보들과 차별점을 찾을 수 없는 장상은 반MB 정서를 대변할 수 없었다. 

충주에서도 민주당 후보는 한나라당 출신 무소속 후보와 ‘반MB’ 단일화를 했다.

△민주노동당, 민주당, 국민참여당의 민주연합 사람들에게 전혀 대안적 연합이 되지 못했다.


더구나 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나 친기업 반민주 정책들에 단호하고 일관되게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다. 싸우는 시늉만 하면서 이런 쟁점을 선거 득표에 이용하려는 태도만 보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민주당 소속 고창군수의 성희롱에 눈감은 민주당은 한나라당 강용석의 성희롱 발언을 비난할 자격이 없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4대강에 찬성하는 전남도지사 박준영을 또다시 공천해 연임하도록 한 민주당이 이번 선거를 “4대강 반대 선거”라고 부른 것도 위선이었다. 

심지어 광주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대안도 없이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는 … 반미”라고 민주노동당에게 색깔론 공격을 하기까지 했다.  

결국 지방선거 때 이명박 심판을 위해 민주당에 투표했던 많은 사람들이 이번 재보선에서는 그런 열의를 가질 수 없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 패배로 불신 받는 ‘구 집권당’임을 증명했다.

존재감

이런 민주당과 묻지마 반MB 연합을 하자는 노선도 실패했다.  

서울 은평에서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진보 후보 단일화는 팽개친 채 민주당의 반MB 범야권 단일화에만 매달렸다[각주:2]

그 결과 ‘수도권 기반을 확장하겠다’는 이정희 신임 대표의 말과는 반대로 서울에서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진보정치의 존재감은 더 취약해졌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진보 후보 단일화를 외면하는 바람에 진보 후보로 나선 사회당 금민 후보는 5백 표도 얻질 못했다. 

광주 남구에서 44퍼센트나 득표하면서 선전한 오병윤 후보의 ‘민주당 심판론’이 충분히 먹히지 않은 것도 민주노동당이 전국적 차원에서 민주당의 아류로 비춰진 때문일 것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서울 은평과 광주 남구에서 서로 다른 메시지를 던지면서 진보적 대중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럼에도 오병윤 후보의 선전과 치열한 양당 구도 속에서도 박인숙 후보(인천 계양)와 박승흡 후보(강원 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가 각각 7.6퍼센트와 6퍼센트를 얻은 것은 민주당이 아닌 진보 대안을 바라는 대중적 정서를 가늠케 한다. 

결국 ‘반MB 대안’의 내용이 문제인 것이다. 

내분과 위기로 치닫던 이명박 정부는 7ㆍ28 재보선 결과를 한숨 돌리는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박사모가 이재오 낙선 운동을 벌인 것이 보여 주듯이 이명박 정부의 위기와 분열은 계속될 것이다.

이재오는 2008년 총선 때 이상득 불출마를 권유한 사람들을 이끌었던 장본인이다. 불안정한 경기 회복이라는 정치 위기의 뿌리도 사라지지 않았다[각주:3]

따라서 진보진영은 하반기 이명박 정부의 공세에 맞설 투쟁 태세를 갖춰야 한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교훈을 얻어 ‘묻지마’ 반MB 민주연합이 아니라 진보대연합으로 투쟁과 선거에서 (더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진보 대안을 구축하는 길로 나가야 한다. 기회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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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37호 | 발행 2010-07-31 | 입력 2010-07-29

  1. 다급해진 청와대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운운하며 중도실용 친서민 행보를 재개했고, 이재오는 당의 지원 없이 선거운동을 치르며 동정론에 호소했다. 한나라당은 강용석을 즉시 제명했다. [본문으로]
  2. 기반과 득표력이 미약한 사회당이 민주노동당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은 잘못이지만, 자꾸 민주연합 쪽으로 쏠려가 그런 종파적 제안의 명분을 만들어 준 건 민주노동당 지도부다. 특히, 이정희 신임 대표는 선거 내내 은평 선거에서 진보 후보 단일화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본문으로]
  3. 정치적 불신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2년이 넘게 격투를 벌이며 형성된 반MB 흐름이 제2차 친서민 행보에 달가와하거나 새삼 속지는 않을 것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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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7월 28일 국회의원 재ㆍ보궐 선거에서도 6ㆍ2 지방선거 때와 같이 한나라당이 참패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 이명박 정부가 선거에서 지고도 대중의 의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열망은 더 커지는 듯하다.

정부는 ‘4대강 죽이기’ 공사를 강행하고, 상속세 폐지를 운운하는가 하면, 참여연대와 한국진보연대를 마녀사냥하기도 했다.

물론 이명박의 반동 엔진이 약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집권당 내부 분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오죽하면, 이재오가 당의 도움 없이 혼자 선거를 치르겠다며 선을 긋겠는가.

한나라당이 이번 재보선에서도 패배한다면 이명박의 레임덕과 여권 분열은 더 가속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6ㆍ2 지방선거 때처럼 범야권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이런 흐름은 이명박의 오른팔이던 이재오에 맞서 야5당(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사회당)이 모두 후보를 낸 서울 은평 을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민주당이 이번 재보선 8곳에서 모두 사실상 양보를 거부하고 있는데도, 서울 은평구 시민단체ㆍ촛불모임 등 주민 수백 명이 서명해 야5당(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사회당)의 단일화를 공개 촉구했다[각주:1].

오른팔

“[이재오의 지역구라는] 상징성이 있[으니] … 대의를 생각해 야권연대를 성사시켜 달라”는 주문이다. 물론, 이들 다수는 “동의할 수 없는 후보”를 낸 민주당에 불만을 털어놨다[각주:2].

이런 불만에는 민주당을 향한 뿌리 깊은 불신도 깔려 있다.

광주 남구에선 시민사회단체들이 야 4당(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을 모아 오병윤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을 “[비민주당] 시민사회 단일후보”로 내세웠다. 이들은 이 지역에서 사실상 집권당 노릇을 하며 문제를 일으켜 온 민주당에게 이번 재보선에 후보를 내지 말라고 요구한 바 있다.

반이명박 정서 속에서도 존재하는 민주당 불신 정서는 민주당이 자초한 것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복지를 말하지만 부자 증세를 말하지 않고, 4대강 반대를 말하지만 4대강에 찬성한 후보를 공천하며, 반MB를 말하지만 일관되게 이명박에 맞서 싸우지 않았다.

이런 모순은 기업주들의 당이라는 근본 성격 때문에 생긴 것이므로 고쳐질 수가 없다.[각주:3]

그래서 지방선거 직후 집권당의 패인을 묻는 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잘해서’라는 사람은 2.4퍼센트에 불과했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이번 재보선을 진보 단일화와 독자 완주를 통해 독자적 진보 대안을 건설할 기회로 삼는 게 현명하다.

진보 후보들이 의미 있는 득표를 해야 이명박 정부와 기성 정당들에 진정한 압력을 줄 수 있다. 이것이 반MB 야권 단일화로 민주당을 당선시켰다가 그들이 이명박 정부와 타협하는 것을 보면서 실망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다. 실망에 실망을 거듭한 민주당의 10년 집권 경험이 바로 이것 아닌가.

진보 후보가 진보적 주장을 날카롭게 펴고 의미 있는 득표를 했을 때, 누가 당선하든지 진보의 만만치 않은 힘을 의식해 함부로 공격이나 배신을 하기 쉽지 않아질 것이다.

그동안 반MB 민주연합 때문에 민주당에 정치적으로 의존한 결과, 진보진영은 이명박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에 맞서 일관된 투쟁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부터 반년간 민주당을 추수하며 독립적 투쟁을 미루다 통과를 막지 못한 타임오프제가 대표 사례다.

압력

그래서 설사 당선 못 하더라도 진보 후보의 의미 있는 득표가 장기적으로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는 독립적 진보 정치대안 건설에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 후보가 더 많은 지지를 얻을수록 이런 미래를 더 앞당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회당 금민 후보의 진보 단일화 논의 제안에 응하겠다는 이상규 후보의 말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마침 진보신당도 은평에서 진보 단일 후보를 지지하겠다며 단일화를 촉구했다.

서울 은평 을 사회당 금민 후보 개소식. 진보 단일화를 하려면 민주노동당이 먼저 반MB 단일화의 미련을 버려야 한다.


‘진보 단일화’가 맞다. 이명박 정부에 맞서 진보적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민주당·국민참여당이 아니라) 두 진보 후보 사이에 커다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권 혁신이 아니라 야권 교체"(금민)라는 말이 호소력 있다.

두 후보는 정부 재정을 통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나 전 국민 기본소득 도입 등 진보적 정책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지배계급의 고통전가에 반대하는 진보적 가치와 운동을 대변한다.

그러므로 민주노동당은 범야권 단일화 미련을 버리고 은평에선 진보 후보 단일화에 나서고, 유일한 진보 후보가 된 나머지 세 곳에서는 독립적 진보 대안 건설을 위해 완주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유감스럽게도 “어떤 살신성인 다해서라도 야권연대 만들어 내야한다”며 또다시 반MB 야권 단일화에 매달리고 있다.

반MB 야권 단일화를 위해 “살신성인”까지 하겠다면서 동시에 “이제는 민주당이 양보할 차례”라고 매달리는 것은 구차하게 보이기도 한다[각주:4]. 정책과 정치 노선을 우선해야 하는 진보정당의 정체성과도 맞지 않다.

이 같은 ‘민주당 양보론’을 두고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도 “시장에서 … 흥정하는 것처럼 비춰”진다고 비판했다.

행여나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또다시 민주당과 단일화를 추진하려 하면 진보진영 전체로부터 흔쾌한 지지를 받기도 힘들 것이고 진보대통합은 그만큼 멀어질 것이다. 수도권에서 진보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과제도 더욱 멀어질 것이다.

사회당도 “민주노동당의 [6ㆍ2 지방선거 방침에 관한] 책임 있는 평가와 성찰”을 후보 단일화 협상의 ‘조건’으로 내걸거나 자당 중심의 단일화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각주:5]. 협력적 논의를 거부하는 것 같은 이런 태도는 진보 후보 단일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태도가 아닐 것이다.

※ 이 글은 <레프트21> 36호에 실린 내 기사를 거의 원문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원문 주소: http://www.left21.com/article/8391  
관련 기사: 김세균 서울대 교수의 진보대연합론 단상(短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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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결국 이 모임은 결렬됐다. 민주노동당 선본 관계자는 중앙 시민단체가 주도한 협상도 실패했는데, 지역 단체들이 요구한다고 되겠느냐고 논평했다. 쟁점이 민주당의 양보 문제였기 때문이다. 즉, 이말의 뜻은 전국 단위 조정도 거부하는 민주당이 은평 하나에서 그냥 양보하라는 말을 수용할 리 없다는 것이다. [본문으로]
  2. 여기에는 좀더 진보적이고 진취적인 후보를 바랐던 사람들의 불만과 해당 지역 위원장의 출마를 바라던 내부 불만(그 흔한 공천 파동)이 섞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본문으로]
  3. 그래서 진보진영이 민주당과 하는 연합을 정당화할 때, 자신들의 모순을 감추려고 민주당이 변화가능하다는 듯이 말하는 것은 의도했든 아니든 일종의 사기극이다. 이 사기극이 사실이 되는 길은 민주당에게 아주 작은 변화만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일이 반복되면, 민주당을 견인하겠다는 진보진영의 말문만 막히게 되는 것이다. [본문으로]
  4. 앞뒤도 안 맞아 보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살신성인은 자기가 죽겠다는 뜻인데, 민주당에게 양보하라는 말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을까. [본문으로]
  5. 이와 같은 내용의 질문에 사회당 관계자는 단일화를 요구한다고 민주노동당의 민주대연합 방침에 입 다물 수는 없지 않냐고 답했다. 약간 동문서답인데, 비판하지 말하는 게 아니라 단일화 협상의 '조건'인 것이 실효성 있냐는 질문이었다. 이 동문서답에서 사회당이 연대연합(공동전선) 전략전술에서 발전이 더디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조건을 걸면, 연합의 필요성 호소보다도 연합 상대를 불신한다는 것부터 드러내는 셈이 되고, 사실상 실현가능성도 없다는 점에서 진지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했으면 한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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