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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02 집권당의 무한 위기 탈출 시도를 막아야


화수분처럼 쏟아내는 이명박 정권 실세와 일가 비리는 이들의 1퍼센트 본색을 잘 보여 준다.

지난해 SLS그룹과 저축은행들의 뇌물 로비 자금을 받아 실세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더니 결국 ‘상왕’ 이상득의 비자금 일부가 들통났다. ‘방통대군’ 최시중은 정권과 조중동의 방송 장악을 위한 미디어악법 날치기 대가로 ‘쇼핑백’으로 돈을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카메룬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을 발견했다고 외교부 보도자료까지 조작해 고위 관료들이 주식 시세 차익을 챙긴 CNK 사건을 두고 기획재정부 고위관료는 “자원 개발은 99퍼센트가 가짜라고 보면 된다”고 털어놨다.

1퍼센트 특권층과 정권 실세들은 특혜를 주는 대가로 부정한 돈을 주고 받아온 것이다. 오죽 이런 습성이 몸에 뱄으면 자기들끼리 당대표를 뽑으면서도 돈봉투가 돌았겠는가.

더 뻔뻔한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이명박은 퇴임 후 갈 집을 사는 데 국비를 사용했다. 급기야 자기들에게 유리한 선거 결과를 내려고 선관위 홈페이지를 사이버테러해서 투표를 방해하기까지 한다. 집권당이 국가기구를 ‘테러’한 것이다.

사실 소득세를 원천징수당하면서 이런 특권 정치에서 배제된 노동자들에게는 부자 정치인들이 부자 감세 등 1퍼센트 정치를 펴 온 것 자체가 합법적 부패라 할 만하다.

이명박 본인이 자신의 감세 정책으로 종부세를 9분의 1이나 덜 냈다. 지난해 상위 소득 0.8퍼센트가 총 66백여억 원의 세금을 덜 냈다. 4년 동안 총 부자 감세 규모가 약 90조 원이다.

이명박은 자기 친구들인 건설사와 땅부자들을 위해 막대한 세금을 부어가며 4대강을 파헤치고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을 고수했다. 그 대가로 많은 이들이 농지를 빼앗기거나, 전세 대란 속에서 서러운 경험을 해야 했다.

지난 4년 동안 10대 재벌의 유보이익은 3백조 원이 넘었는데, 이명박 정권은 이런 이익 보장을 위해 가장 공들인 일은 생존권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때려 잡는 일이었다.

정리해고 반대 파업 때 살인 진압에 시달렸던 쌍용차 노동자들은 벌써 20명이 정리해고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고, 용산에선 철거민 5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장 통제 강화로 현대차에서만 두 명이 자살했다.

각종 비리 혐의로 궁지에 몰린 이명박이 이제 와서야 골목 상권 운운하며 대기업 때리기를 하는 시늉을 하지만, 그 뒤에서 99퍼센트 민중을 고통에 빠뜨릴 한미FTA 발효를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이명박 정권의 부정부패는 1퍼센트 특권층 정부가 추구해 온 노선의 필연적 귀결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의 반MB 대안이 비리 색출을 위한 국정조사 같은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됐다. 이 무도한 정권은 진작 쫓겨나야 했고, 한나라당은 해체돼야 했다.

사실 지난해 말에 그런 기회가 왔다. 복지 확대 요구에 오세훈이 우파적 반격을 시도하다 역풍을 맞아 한나라당은 오히려 서울시장 자리만 뺏겼다. 그러자 정권은 밀리기 전에 쐐기를 박으려고 한미FTA 날치기를 강행했지만 도리어 거리에서 반대 투쟁을 만났다.

집권당이 거듭 역풍을 맞던 국면에서 선관위 디도스 공격이 한나라당의 소행으로 밝혀졌다.이것은 결정타로 보였고, 한나라당은 실질적인 해체 위기에 직면했다. 정권 내부에서 서로를 겨눈 생존 투쟁이 시작됐고, 그 결과 정권 실세 비리가 연이어 폭로됐다. 탈당 소동도 일어났다.


물타기


집권당 해체 위기를 막으려고 긴급 투입된 것이 박근혜였다. ‘공공의 적’ 이명박을 대신해 박근혜가 해야 할 첫째 임무는 한나라당 당권을 장악해 집권당을 향한 대중적 분노에 물타기를 하며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둘째는 그 과정에서 민주당을 국회로 다시 불러 들이는 것이었다.
 

MBC 자막 실수 뉴스. 새누리당 로고 패러디 버전. 한나라당 로고의 민소희 버전.


민주당이 지배계급의 제2당으로서 박근혜 비대위를 구원해 줬다. 애초부터 한미FTA 반대에 진정한 열의가 없었던 민주당이 투쟁 시늉마저 팽개치고 연말에 조건 없이 등원해 버린 것이다.

야권연대에 집착하며 민주당 꽁무니를 좇던 진보진영은 뒤통수를 맞았다. 그럼에도 박근혜 비대위의 본질을 폭로하며 공세를 늦추지 말아야 했다. 집권당의 자중지란 위기는 새해에도 계속됐기 때문이다. 친이계 고승덕이 친이계의 전당대회 돈봉투 건을 터뜨린 것이다.

사실 이명박 세력의 비리가 계속 터지는 것은 박근혜에게도 괴로운 일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세력도 청산돼야 할 낡은 부패 세력의 일부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또 한나라당이 해체 위기를 벗어나려면 공공의 적이 된 이명박과의 차별화에 성공해 대중적 공분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그 차별화 자체가 친이계와의 분열 위험을 안고 있는 목표다.

사실 박근혜도 그런 모순된 처지를 알기 때문에 비대위 내부 강경파들의 ‘정권 실세 용퇴·탈당론’과 거리를 둬 왔던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 비대위는 디도스 특검법을 도입하겠다면서 막상 본회의는 열지 않는 등 꼼수로 대중적 분노의 열기를 식히는 데만 급급해 온 것이다.

인적 쇄신’ 대신 박근혜가 우회로로 택한 것이 당명 변경과 당 정강·정책의 중도화다. “큰 시장, 작은 정부의 기조”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추구한다는 기존 정강을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강한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 경제 민주화를 실현한다”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

사실 신자유주의 이명박 정부도 2008년 금융 위기 직후 2백조 원에 육박하는 지급 보증을 하는 등 정부 개입이 결코 적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도 말로는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집권했지만 비정규직 악법을 추진했고 부자 감세와 한미FTA를 추진했다.

따라서 2007년 대선 때만 해도 ‘줄푸세’라며 강경한 신자유주의를 주장했고, 1퍼센트 특권정책의 종합판인 한미FTA 날치기에 적극 동참했던 박근혜의 ‘변신’은 눈속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것을 대단한 변화인양 홍보할 수 있는 것은 거리 투쟁이 가라앉고 저들이 말하는 일상적 의회정치가 복원돼 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최근에도 한미FTA 발효, 석패율제 등을 합의한 것에서 보듯, MB 심판보다 자본가당 간의 양당 구도 복원에 더 열심이었다.

한편에서 양당 구도 복원을 하는 과정에서 양당이 ‘좌클릭’을 경쟁적으로 했다는 것은 시사적이다. 이것은 완전하진 않지만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완충지대로서 이들 정당들의 변신·외연확장성을 [물론 과장해서도 안 되지만[각주:1]] 일면적으로 무시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그 점에서 통합진보당이 양당 구도에 협착된 것은 주체 역량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런 객관적 상황 변화와 의도적 배제에서 비롯했다고 본다.)


2중대
 
 

결국 이런 과정 속에서 1월 하순부터는 집권당이 끝도 모르던 추락에서 잠시 숨을 둘린 듯하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박근혜와 문재인의 지지율이 다시 오르면서 안철수와 진보정당들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도 두 당과 보수 언론들이 줄기차게 양 당의 좌클릭 효과를 과장하면서 진보정당을 배제하려는 노력을 펴면서 지배계급 양당 [공존] 구도가 복원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진보진영이 이명박 정권은 어차피 끝났다면서 선거 때 심판하자며 지금 아무런 정치적 동원을 하지 않는 것은 정확한 세력관계 평가와 그에 따른 진정한 과제를 외면하는 것이다

오히려 그 사이에 한숨 돌린 이명박은 희망버스 계좌를 뒤지고 참가자들을 소환하는 등 뒤통수를 치려고 하고 있다. 한미FTA 발효도 준비하고 있다. KTX 민영화도 하려 한다. 심지어 한중FTA를 추진하려 하고노동시간 단축을 명분으로 조직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 조건도 공격하려 한다. 

그래서  통합진보당이 민주당에게 먼저 야권후보 단일화를 먼저 제안하며 선거 국면으로 초점을 옮기는 것은 실수다. 저들에게 시간만 벌어주는 격이고, 그리 해서는 애초에 선거가 저들에게 유리한 전투 장소이므로 선거전도 오히려 힘들게 치를 수밖에 없다.

연말 한미FTA 투쟁 같은 거리 투쟁의 재개를 모색해야 한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거리의 여당이었고,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은 상승했었다. 여전히 기회는 있다.
 

집권당의 위기 요소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추락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명박과 한나라당 지지율은 지난해 말 곤두박질친 뒤로 회복 조짐이 아직 없다.

 
이명박의 부패 추문과 집권당의 내분도 쉬이 가라앉진 않을 것이다. 박근혜의 말뿐인 정강·정책 쇄신 ―경제민주화 포함과 흡수통일 배제 ―를 두고도 정몽준은 “정치적 계산으로 개입하면 할수록 꼬이는 것이 경제”라며 반발했고, 박세일은 “무원칙”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대중에게 계속 진정성 있는 개혁으로 비춰질지도 의문이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말대로 “한미 FTA를 이대로 발효되게 둔다면 경제민주화 정강정책을 아무리 넣어봐야 소용이 없다.” 박근혜가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임명한 검사 출신 정홍원은 2007년 대한 변협이 삼성 X파일 특검 때 그를 특별검사 후보 중 하나로 추천했을 때 친삼성 인사라고 항의를 받았던 인물이다.

박근혜의 두 마리 토끼 잡기는 여전히 모순 속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국정조사나 디도스특검법 등 한나라당의 협조가 필요한 국회 차원의 요구만 제기할 것이 아니라 거리로 나와 정권에 대한 대중적 항의를 불러 일으켜야 한다.
민중의 힘 같은 공동 투쟁을 위한 상설연대체는 이럴 때 구실을 하라고 만든 것 아니겠는가. 그래야 박근혜 비대위의 모순을 더 키워 집권당의 분열과 위기를 더 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조직 노동자들 일부가 보여 준 투지는 그런 투쟁 건설이 가능하다는 조짐을 보여 줬다. 현대차 노동자들이 연초에 하루 파업으로 요구 조건을 상당히 따냈고, MBC노조도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파업을 막 시작했다.

현 집권당이 직면한 위기의 깊이를 볼 때, 진보진영이 이런 투쟁들을 모아 정권 자체와 대결하는 투쟁을 진지하게 건설한다면 집권당의 위기를 진보 대안 건설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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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를 과장하면, 빅텐트론(야권단일정당론)처럼 독자적 진보정치의 존재 의의를 인정하지 않게 될 수 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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