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경화로 치닫는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최근 행보에 비판적 의견들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최근 행보에 비판적이면서 원칙적인 진보대통합을 지지하는 진보진영 인사들이 모임을 꾸려 토론회를 개최한 것이다.

이 모임에는 임성규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 민주노총 임원들부터 이병수 민주노동당 대구시당 위원장, 김혜영 민주노동당 전 충남도당 위원장, 정종권 진보신당 전 부대표, 김세균 진보교연 상임대표, 박노자 교수, 김정범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 등 진보 양당과 사회단체, 학계까지 포함하는 열아홉 명의 인사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최근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사적 소유 제한, 노동계급 정치세력화 등을 담은 기존의 좌파적 강령을 자본주의를 그대로 인정하는 진보적 민주주의 강령으로 후퇴시키고 국민참여당을 진보대통합에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비판적인 의견을 모아보자는 취지로 토론회를 제안했다.

그 첫 토론회가 718일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통합 진보 정당, 어떻게 건설돼야 하는가? ―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문제와 강령 문제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열렸다.

발제자로는 토론회 제안자들인 김세균 진보교연 상임대표, 임성규 전 민주노총 위원장, 차수련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박승희 민주노총 여성위원장, 정종권 전 진보신당 부대표 등이 나섰고, 그밖에 민주노동당 김성진 최고위원이 참석했다.

세 시간을 훌쩍 넘는 토론 시간 동안 김성진 최고위원을 빼고는 발제자들과 청중석 발언에서 국민참여당과 통합 움직임,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강령 후퇴를 우려하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김세균 진보교연 상임대표는 통합 진보 정당의 목표가 “[자본주의 극복을 담보하는] 신자유주의 반대 진보대통합”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사회의 기본 모순은 자본주의 모순이고, 주요 모순은 신자유주의 공세와 이 공세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 민중의 모습”이므로 진보대통합은 “주요 모순 해결을 목표로 해야 한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을] 반성은 안 하고 변명만 하는” 국민참여당은 통합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에 동의하는 세력들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통합 진보 정당의 강령에 관해서는 “사회주의 이상의 계승을 넣느냐 마느냐는 … 부차적 문제”지만 국민참여당이 대중적 진보정당을 만든다면 “차별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사회주의 이상과 원칙의 계승’은 강령에 명시적으로 밝히는 것이 좋겠다”고 주장했다.


박승희 민주노총 여성위원장은 “통합 진보 정당의 방향의 핵심은 노동 중심성의 강화 … 무엇보다 노동자의 당이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최근 행태들에 대해서는 “정세도 비관적이지 않은 데 왜 진보정당은 지금 거꾸로 가고 있느냐”며 비판했다.

통합 진보 정당의 노동 중심성 강화를 위해 “새 정당의 토대는 아래로부터 조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민주노동당의 경험에서 보듯 “투표와 세액공제만 하고 아래로부터 참여가 없는 제도만으로는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할 수 없다고 입증됐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임성규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조합원들은 … 갑자기 유시민하고 손잡는다고 하니까 헷갈려서 모르겠다 … 뒤에서 입이 찢어지는 사람들만 몇 사람 있고, 나머지는 다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성규 전 위원장은 백설기에 밀가루를 섞으면 이도저도 아닌 음식이 된다며, “밀가루를 붓는 게 바로 국민참여당을 포함시키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령 개정에 관해서도 “사회주의는 … 전 인류가 해 보지도 못한 것은 새로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순덩어리인 자본주의를 바꿔내거나, 아니면 자본주의를 극복해 새로운세상으로 가기 위한 목표를 잃지 않는 것이 진보의 첫번째” 덕목이라는 것이다.

그는 노동자 중심성 훼손도 비판했다. “임금 노동자는 노동부 통계로만도 16백만 명이다. 그 부양가족까지 2.9명을 곱해 거의 48백만 명이 다 된다. 자본가들은 한줌도 안 된다. 노동자들이 무시받는 진보정당[] … 진보의 탈을 쓴정당일 뿐이다.”


차수련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사회주의 강령을 삭제했을 때 크게 분노했고, 뭔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말로 발제를 시작했다.

20년 동안 노동운동 현장에 있으면서 나름대로 깨지고 당하고 하다 보니까 자본주의 모순과 폐해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인간을 비인간적인 구조로 내모는 사회를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자본주의를 뛰어넘자고 하는데,그 대안이 사회주의 아닌가?”

차 전 위원장은 국민참여당 통합에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국민참여당은 우리와 결이 다르다. 전해투 투쟁할 때, 대우정밀 노동자들이 단식하면서 쓰러져 나갈 때, 운동권 출신이라는 정치인들, 국회의원들 우리 앞에 코빼기도 안 비쳤다. 우리를 만나주지도 않았다. 그게 바로 우리와의 차이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은 집토끼, 들토끼 다 놓치는 것밖에 안 된다. … 노동운동 해 왔던 상황에서 볼 때, 이건 길이아니고 오히려 노동운동을 말아 먹을수 있다.”

그래서 이 난국을 타개하려면 민주노총이 나서야 한다. “민주노총이 잘 싸우고 제대로 할 때, 민주노동당이 제대로 선다. 민주노총은 투쟁조직이다. 각오하고 제대로 싸워야 한다.”


정종권 진보신당 전 부대표도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부를 비판하며 국민참여당과 통합에 반대하고 통합 진보 정당에 친사회주의 강령이 포함돼야 한다는 데 동조했다.

참여당과 통합하자는 것은 진보 독자노선을 포기하고 폐기하자는 것 … 미국식 양당구도로 가자는 것 … 그들은 한국을 통상국가로 본다. 진보와 통상국가론자가 함께할 수 없다.

참여당은 어떤 수식을 붙이든지 간에 진보가 아니라 자유주의 세력이다. 그래서 통합 진보정당에선 사회주의에 대한 우호성과 친화성을 표현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반면, 김성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행보가 비판의 초점이 되는 게 거북스럽다는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일관했다.

내가 왜 왔지 싶은 생각이 든다. 실제 민주노동당이 공식적으로 참여당 문제에서 결정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할수있는 이야기는 없다.

꿩먹고 알먹고 하려고 했는데, 꿩도 놓치게 생겼다. 꿩을 먼저 잡고 알은 나중에 먹으면 된다.

참여당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고, 이런 토론회도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김성진 최고위원은 “참여당 어떻게 볼것인가 하는 문제로 진보진영이 분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는데, 분열을 야기한 것은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진보정당이 아닌 국민참여당을 진보대통합에 참여시키려 하는 것인데, 이 문제를 회피하면서 분열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발언이었다.




청중석에서도 두 가지 쟁점을 놓고 비판적인 의견들이 쏟아졌다
. 특히 민주노동당 지도부이자 불성실한 발제를 한 김성진 최고위원에게 비판이 집중됐다
.

민주노동당 노년위원회 소속이라고 밝힌 참가자는 “노동자 계급의 관점에서 볼 때, 진보정당의 통합은 원칙이 있어야 한다. 신자유주의와 통합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하고 주장했다.

노동계급이 탄생했을 때부터 사회주의 사회를 실현해야 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 새세상연구소는 진보적 민주주의를 관철하고 설득하겠다고 하는데, 그것이 노동계급에게 설득되고 관철될 수 없다. 이것은 새로운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다.”


한 참가자는 “김성진 최고위원은 참여당 문제가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 없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이 토론회도 그렇다고 얘기했는데,이것은 부적절한 접근법이다.

이정희 대표 자신이 대표이고, 공인이고, 국회의원이다. 그런 분이 유시민하고 계속해서 정치적 밀월 의혹을 자아냈고, 공동 출판을 했다. 모든 언론이 다 얘기했다. 그런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비판도 않고 공식적인 결정을 한바 없다는 것은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

참여당과의 통합은 시간상 옳지 않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정책이나 이데올로기만으로 접근하는것도 충분하지 않다. 참여당의 기반을 보면, 진보 양당은 조직 노동자들과 맺고 있는 관계가 유기적이다. 그러나 참여당은 전혀 유기적이지 않다. 선거 때나 찍는다.

참여당의 돈은 어디서 나오나? 자본가들로부터 나온다. 자본주의 정부의 공직에 있었거나 지금 있는 자들에게서 나온다. 조직 기반도 민주노동당은 운동하는 사람들이 몸으로 뛰는 것이 조직 기반인 반면에, 참여당의 조직기반은 참여정부의 공직에 있던 자들이거나 자본가들이다.

물론, 이 당의 평당원들 중에는중간계급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후에 이들을 끌어오는 게 맞다. 그 당과 통합해선 안 되고, 노동계급이 힘을 길러서 점점 자본가들보다 강화되는 것을 통해 중간계급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민주노동당 김어진 서초구위원장은 당원모임에서 나온 얘기를 소개하며 김성진 최고위원이 당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주 금요일에 지역 당원모임을 했는데 당원들이 ‘탈당 절차가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탈당 절차를 물은 한 당원은 한미FTA 문제가 논쟁될 때 노무현을 이해해 줘야 하지 않겠냐면서 불편해 하셨던 분이다그 분이 참여당은 민주당의 아류 정당이라고 했다그분은 정체성을 말했다이런 당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바로 국민참여당 문제 때문에 강령 문제가 그토록 중요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성진 최고가 내일 수임위에서 … 적어도 정체성이라는 단어와 참여당이 민주당의 아류라고 말한 당원들의 목소리에 지도부가 귀를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를 전달하기를 촉구한다.” 


민주노동당 당원이라는 민주노총 건설 조합원도 민주노동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군대 간 아들이 휴가 나와서 ‘아빠는 좌빨’이라고 하는 얘기 들으면서도 민주노동당을 지지했는데. 왜 윗대가리들이 모여서 사회주의 강령을 없앴는지 이해할 수 없다. 사회주의 강령을 없애고 국민참여당과 통합한다고 하는데, 노무현 정부 때 포항에서 건설노조 집회할 때 [경찰 진압으로] 죽은 하중근 열사랑 집회 할 때 같이 있었다.

노동조합의 궁극적인 목적이 뭔가. 공장의 주인이 되는 것 아닌가. 그게 사회주의다. 이상한 말 붙이지 말고. 우리는 노동자 정당으로 사회주의 정당으로 남아야 한다.”


다른 참가자도 참여당에 비판적이었다.

진보대통합 하자고 하다가 왜 갑자기 참여당 통합이 나오나. 민주당은 바로 김주익 열사를 죽였던 당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 김진숙 씨를 죽이려고 한다. 참여당이 변했다지만, 나는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이 변한 것 같다. 이정희 대표의 과거가 궁금해진다.

한진투쟁 승리, 유성 투쟁 연대하기 위해, 비정규직 투쟁 연대하기 위해 진보대통합 하자고 한 것이다. 따라서 진보 정파들이 투쟁 속에서 협력하기 위한 통합이어야 하고, 이명박에 맞서 진보적 대안을 건설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집권 전략을 제시하는 진보대통합이 돼야 한다.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대안을 제시할 때 참여당의 지지자들 마저도 진보대통합으로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병수 민주노동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발제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참여당과 통합에 있어서 민주노총 중집 등에서 현실적으로 그건 안 된다는 입장을 내는 게 가능한가? 그런 것만 있다면, 국참당과 통합도 상당히 막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연석회의가 참여당과 통합으로 갈 때, 우리 대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의견을 듣고 싶다.”


이날 토론회를 후원한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의 정용건 위원장이 발언을 했다.

민주노총 중집에서는 참여당과의 통합 문제에 대해 우려스럽다고 확인한 바 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참여당과 통합을 고집하면] 민주노총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참여당과 통합하는 문제를 고집하면, 결국 가고 싶은 사람들은 가면 된다. 우리가 소수파처럼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다.”


청중 토론이 끝나자 발제자들 몇 명이 답변을 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김성진 최고위원은 청중 토론에서 비판의 초점이 된 것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람 불러다 놓고 이러시면 안 된다 싶다. 현재 지형에서 봤을 때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

이에 김세균 진보교연 상임대표가 민주노동당의 비공식 주장을 폭로하며 비판했다.

78일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이 비공식적 자리에서 참여당과 같이 해야겠다고 요청을 했다. 자신들을 지지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얘기를 듣고보니 문제가 심각하게 느껴졌다.

참여당과 연합하는 문제는 … 당대회에서 논의할 사항이다. 이 문제도 강력하게 주장해 주길 바란다.”

토론을 마무리하며 사회를 맡은 김인식 민주노동당 서울 중구위원장은 “지역 수준에서도 이런 토론회를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준 데가 있다. 앞으로 이런 토론이 더 확산돼야 한다. 오늘은 입장을 내는데 집중했다면, 어떻게 공동으로 실천할 수 있을까 하는 점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80여 명의 참가자들은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무원칙한 연합정치 행보를 비판하는 의견에 공감했다. 특히 민주노총 소속 참가자들이 비판적 의견을 많이 낸 것은 원칙있는 진보대통합,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에 도움이 되는 진보대통합을 위한 노력이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줬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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