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한 방법으로 당선되고도 의원 배지 받아간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는 퇴출돼야 한다.”

새누리당 웹사이트 첫 페이지에 대문짝 만하게 내걸린 문구다. 새누리당으로 당선한 제수 씨 성폭행 미수 당선자와 논문 표절 당선자는 결코 의원직을 내놔라 하지 않는 새누리당이 진보운동에 헌신해 온 통합진보당 당선자들을 비난하는 것은 역겹기만 하다.



숨 쉴 때마다 부패의 악취가 나는 저들이 이런 선동을 할 자격이 있는가.



문제는 새누리당이 막상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를 국회에서 제명하려는 것이 ‘종북 주사파는 국회에 들어오면 안 된다’는 이유라는 것이다. 

조중동은 이미 3월부터 ‘경기동부연합이 장악한 통합진보당은 간첩 소굴’, ‘진보진영의 활동은 북한 지령에 따른 것’ 식의 황당무계한 저질 소설을 써대며 마녀사냥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

이런 색깔론 공격을 활용해 총선에서 우파 결집의 효과를 본 새누리당은 총선 이후에도 ‘통합진보당을 해체하라’며 공격해 왔다. 

결국 5월 22일 검찰이 나서 통합진보당 당원명부를 통째로 탈취해 갔다. 압수수색의 법적 요건도 채우지 않고 주먹과 방패로 “진보정당의 심장”을 강탈한 것이다. 

‘통합진보당’ 선거 부정 수사에 ‘민주노동당에서 13년 동안 입당ㆍ탈당한 약 20만 명의 명부’가 도대체 왜 필요한가. 공안당국의 당원명부 입수는 진보 대중을 위축시키고, 좌파나 공무원노조·전교조 등을 향한 또다른 공안 탄압을 위한 ‘강도 행각’일 뿐이다. 

무엇보다 선거로 당선한 이들을 사상 검열로 제명하겠다거나, 합법 정당의 당원 명부를 폭력 탈취한 것은 주류 지배자들이 위기에 빠지면 자유민주주의조차 우습게 여긴다는 걸 보여 주는 사레다.

결국 통합진보당 선거 부정은 진보정당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해 진보진영을 분열시키려는 사전 정지 작업인 것이고, 집권 우파의 ‘종북좌파 사냥’ 도발은 실제로는 진보진영과 반우파 투쟁 전체를 겨누고 있는 것이다. 

23일에는 서울경찰청 보안수사대가 북한 체제에 비판적인 급진좌파 단체 노동해방실천연대를 습격해 4명을 체포해 갔다. 또 경찰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 기금 모금이 불법이라며 수사에 들어갔다. 24일에는 쌍용차 분향소를 덮쳐 추모 물품을 부수고 영정을 쓰레기차에 실어가는 만행을 저질렀다. 

분노스럽게도 이 과정에서 남몰래 웃고 있는 것은 이명박과 그 일당들이다. 정권 실세들의 중대 비리들이 잇따라 폭로됐지만, 통합진보당 사태 뒤에 숨어서 위기를 넘기고 있는 것이다. 

최고 실세들인 최시중과 박영준이 구속된 파이시티 사건은 이명박 본인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비리와 대선자금 문제로 수사를 확대해야 하는데, 검찰은 은근슬쩍 개인 비리로 덮어버렸다. 

저축은행 비리도 측근들 뿐아니라 이명박과 절친이라는 하나은행 회장 김승유까지 걸려들고 있는데도 화제의 중심에 서질 못 하고 있다. 

무엇보다 불법 사찰 실무진의 핵심에 있던 진경락 문건이 폭로돼 사찰 사건의 몸통이 이명박이라는 게 명명백백히 밝혀졌는데, 이 사건도 가려지고 있다. 

결정적으로 ‘진보정당 죽이기’에 몰두하는 것은 집권 우파가 정치·경제 위기에 대처하려는 몸부림이다.  

2010년 이후 잠시 진정되는 듯하던 세계경제 위기가 최근 다시 격화되고 있다. 특히 수출 강화로 추락을 피해 온 한국 자본주의에게 유럽과 중국의 경기 침체는 커다란 위협이다. 

부동산 대출에 치중해 왔던 저축은행들의 잇따른 퇴출은 복마전 같은 비리를 드러냈을 뿐만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의도한 경기부양책이 실패했다는 것도 보여 준다. 

가계대출 부실화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실질적인 가처분소득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가는 내려올 줄 모른다. 이른바 ‘MB ‘물가 품목’ 중에서 공공요금을 뺀 30개에서 돼지고기와 달걀을 뺀 나머지의 가격이 모두 올랐다. 

이 때문에 대표적인 친기업 우파 신자유주의자인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한구마저 ‘물가를 잡으려면 대기업 독점 이익을 규제해야 한다’고 하는 등 지배계급 내부 갈등 위험은 커지고 있다.

집권당 내부도 심상치 않다. 박근혜가 총선 승리 여세를 몰아 새누리당에 ‘박근혜 유일 체제’를 확립했지만, 이는 오히려 분열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정권에 공동 책임을 져야 하는 처지가 되면서, 이명박과 대립·갈등할 가능성이 더 커졌고, 대선 내부 경선 규칙을 둘러싼 비박 진영 대선 주자들과의 갈등 가능성도 더 커지게 됐다. 

게다가 정권에 맞선 언론 파업, 쌍용차 해고자 투쟁 등이 사회적 지지를 받고 있다. 민주노총의 8월 총파업 예고 뿐아니라 금속노조와 화물연대의 노동조건 개선 투쟁도 위협적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의 부패에 대한 대중적 분노가 이런 투쟁들에 대한 지지로 모아진다면, 그것은 기름바다에 불쏘시개를 던지는 격이 될 수 있다. 

지배계급 전반의 위기감 속에서 민주통합당도 혼란을 겪고 있다. 

당대표 경선에서 문재인과 안철수 연대를 주장하는 이해찬은 압도적 1위를 예상했으나, 문재인의 텃밭인 부산에서만 1등을 차지했다. 광주·전남에선 광주가 지역구인 강기정이 1위를 했다. 

후보들이 각자 자기 지역 기반에서 번갈아 1위를 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지지층을 단결시킬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없다는 뜻이다. 사실 경선 성적 상위권 후보들 모두 민주당의 중도화를 강조하고 있어 대중에게 별 기대감을 주지도 못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자들은 터져 나오는 이명박 정부의 비리와 우파적 정책들에도 뚜렷한 행동이나 목소리를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위기는 이처럼 이명박을 일관되게 반대하며 대안을 제시할 수 없으니 심지어 박근혜와도 차별화를 제대로 못하는 숙명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박근혜의 우파적 본질을 폭로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부패와 우파적 정책, 그리고 공안 탄압에 맞선 단결한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공안탄압에 대한 범진보 공동대응기구가 필요한 까닭이다. 

우리 편이 단결해서 반우파 투쟁을 건설해 현안 투쟁들과 효과적으로 결합시킨다면, 집권우파의 위기와 분열도 커질 것이고 사회 세력관계를 우파 우위로 되돌리려는 저들의 음모도 박살낼 수 있다. 



□ 통합진보당 사태에 묻혀선 안 되는 불법 사찰의 몸통


청와대 불법 사찰의 몸통이 이명박임을 증명하는 관련 문건이 5월 15일 폭로됐다.

불법 사찰 증거물 폐기 혐의를 뒤집어쓰고 구속됐었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 진경락이 숨겨놓은 파일이 발각된 것이다.

이중 2008년 8월 28일 작성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추진 지휘체계’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VIP[이명박]께 一心[일심]으로 충성하는 별도 비선을 통해 총괄 지휘”라고 돼 있다.

또 “ VIP 보고는 공직윤리지원관 → BH[청와대] 비선 → VIP(또는 대통령실장)”, “기획 총괄하는 국과장 인사는 BH에서 직접 챙겨야” 등의 표현이 줄줄이 등장한다.

이번에 두 번째로 구속된 진경락은 최근 교도소 면회에서 “나를 보호해 주지 않으면 현 정권이든 MB든 불살라 버리겠다”고 했다고 한 것도 중요한 정황 증거다.

즉, 이명박의 지시로 ‘영포라인’ 등 충성파 라인들로 비밀 조직을 만들어 이를 국무총리실로 ‘위장 전입’시킨 뒤, 이명박의 “하명”에 따라 정권 차원에서 반대자들을 사찰하고 탄압해 온 불법 사찰의 실체가 확인된 것이다.

분하게도 집권 우파와 조중동 등은 통합진보당 사태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돌리면서 이런 중대한 폭로가 낳은 위험에서 빠져 나가려 한다.

2010년 7월 청와대 불법 사찰 관련 압수수색 때는 미리 증거 인멸 시간을 주고는 압수수색 시늉만 했던 자들이 이번에는 기초 수사나 사전 협조 요청도 없이 군사 작전처럼 통합진보당 압수수색을 강행했다.

불법 사찰 증거물 폐기 당시 [사찰 업무에 관여했던] 청와대 민정수석이 바로 지금 검찰 수사를 총지휘하는 법무부장관 권재진이다. BBK 수사 때 이명박에게 면죄부를 줬던 자가 바로 ‘종북좌파와의 전쟁’을 선포한 현 검찰총장 한상대다.

이처럼 내뱉는 숨마다 악취를 풍기는 자들이 공안 탄압의 칼날을 휘두르며 자기들 치부를 덮는 것을 두고 봐서는 안 된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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