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국정원 게이트’가 정권의 총체적 정치 공작에 관한 ‘이명박근혜 게이트’로 발전하고 있다.


애초 박근혜는 3월부터 커진 국정원 부정 선거 의혹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하 대화록)을 공개해 색깔론으로 물타기하며 상황을 무마하려 했다.


그러나 오히려 그 과정에서 대화록 공개 자체가 국정원과 연계해 대선 전부터 검토해 온 비밀 계획이었음이 드러나고 말았다.


물타기용인 줄 알았던 대화록 공개가 도리어 국정원의 선거 개입과 함께 “총체적 정치공작”이라는 같은 몸통의 일부였던 것이다.


결국 “몸통은 이명박과 박근혜이고 이들을 중심으로 국정원과 검찰, 경찰, 조중동이 총동원된 반동 정치 공작”이 지금 모든 의혹들의 본질인 것이다.


이 총체적 정치 공작의 목표는 경제·정치 위기를 탈피하려는 우파 지배자들의 노동자·민중 운동 단속이었고, 경제 위기 고통전가 같은 반동적 정책을 지속할 정권의 연장이었다.


민주노총과 전교조가 “내부의 적”이며 “더 이상 우리 땅에 발 붙이고 살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전 국정원장 원세훈의 ‘지시 말씀’이 이런 목표의 본질을 정확히 보여 준다.


그래서 <뉴스타파> 등이 밝혀낸 국정원의 인터넷 게시물에는 민주당보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비난이 더 많고, 민주노총과 전교조를 종북으로 모는 글들이 넘치는 것이다.


또한 저들은 이 목표를 실현할 수단으로 국가의 억압기구들이 ‘총동원’됐다. 2009년 경찰이 쌍용차 파업을 살인 진압하고, 검찰과 법원이 용산참사 항의 시위 참가자들을 죄다 기소해 벌금을 남발하고 있을 때, 국정원에선 “불법집회나 불법노조 … 정상화”가 강조되고 있었다.


시국선언 교사들과 민주노동당 후원 교사들 징계와 검찰 기소, 유죄 판결이 전국에서 벌어지던 2011년 초에도 원세훈의 ‘지시 말씀’은 “[전교조의] 확실한 징계를 위해 직원에게 맡기기보다 지부장들이 유관기관장에게 직접 업무를 협조[하라]”는 것이었다.


원세훈은 또 2011년 한미FTA 국회 날치기 통과 나흘 전에 “여론 악화되고 난 후 수습하려는 것은 이미 늦은 것이므로 치밀한 사전 홍보대책을 수립, 시행하[]”고 지시했다.


정부가 반동적 조처들을 할 때마다 국정원, 경찰, 검찰 등은 함께 움직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박근혜 대선 캠프의 총괄 선대본부장과 총괄 상황실장이 ‘까겠다’고 하던 대화록을 새 국정원장 남재준이 ‘깐’ 것이다.


이들은 NLL 대화록 공개로 색깔론 마녀사냥 분위기를 일으켜 정당성 위기도 덮고, 철도 민영화 등 각종 개악 조처에 대한 저항을 무력화시키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치 불안정을 더 심화시켰고, 민주주의 유린에 대한 대중의 분노에 부채질을 하고 말았다. 게다가 정치 공작의 진실이 폭로되면서 박근혜의 정치 위기는 더 깊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공개한 대화록의 진위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저들은 적반하장 격으로 국정조사 위원인 민주당 진선미 의원을 국정원이 고발하고, 국정조사를 방해하고 있다. 그 와중에도 철도 민영화 등 각종 개악 정책들은 밀어붙이겠다고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 총체적 정치 공작에 대한 분노와 저항을 부정선거 규탄에만 가둬서는 안 된다. 새누리당의 방해가 예상되는 국정조사 결과만 기다리고 있어서도 안 된다.


이런 적반하장에 대한 분노 때문에 항의 촛불 집회는 최대 4천여 명까지 규모가 커졌고, 시국선언도 대학생에서 이제는 교수와 종교계, 변호사, 언론계 등의 시국선언으로 번지는 것이다.


민영화 반대 파업을 준비하는 철도노조나 전교조 같은 곳들도 촛불집회 참여나 시국선언을 고려하고 있다.


저항 운동은 몸통인 박근혜(와 이명박)을 겨눠야 하고, 이들이 한 통속으로 추진해 왔던 각종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들에 대한 반대로 의제를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노동조합들의 투쟁과 촛불이 결합하면서 상승 효과를 낼 수 있다.


이것은 아마도 박근혜가 가장 피하고 싶고 두려워하는 모습일 것이다. 2008년에도 한미 소고기 협상 결과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했던 촛불운동이 입시교육, 각종 민영화 등에 대한 반대로 의제를 확장해 대중 참여의 폭을 크게 넓혔던 경험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새누리당 정권의 총체적인 정치공작을 파헤치는 일보다 대화록 추가 공개로 자신들이 ‘NLL 영토선’을 지킨 애국 세력이라는 것을 밝히는 데 더 치중하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진보 세력과 노동운동은 이런 민주당에만 의존하지 말고 독자적인 대중투쟁을 불러일으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행히도 시국회의로 모인 진보적 시민·사회운동 단체들은 대규모 촛불집회를 조직하고 있다. 의제 확장으로 주요 노조들이 조합원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퍼센트 가진 자들의 이익을 위해, 국정원, 경찰, 검찰을 총동원해 우리를 감시하고 잡아 가두며 억눌렀던 자들에 99퍼센트 대중 투쟁의 철퇴를 내려야 한다.


※ 이 글을 보완해 <레프트21> 108호에 실었습니다. ☞ 바로가기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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