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2)


이석기 의원 ‘내란 음모’ 의혹 사건으로 본격화한 박근혜의 반동 공세는 전교조 법외노조화각종 복지 공약 파기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이 발표한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 중간수사 결과에는 별다른 증거가 없었다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격으로 종북몰이 효과가 떨어질 듯하자통합진보당 간부 3명을 추가 구속하고 ‘NLL 대화록’ 마녀사냥도 다시 끄집어냈다.


다만 이번에 앞장선 것은 국가정보원이 아니라 검찰이었다이런 일에 검찰을 앞세우려고 입증되지도 않은 혐의로 망신을 줘 가며 채동욱을 찍어낸 것일 테다국정원이 계속 전면에 나서는 것에 사실 정치적 부담이 있다무엇보다 검찰은 합법적으로 사찰과 법적 탄압을 할 수 있다.


유신 스타일은 살려도 유신체제를 부활시킬 순 없는 한계를 보여 주는 것이다이는 저들과 노동계급 사이에 여전히 팽팽한 사회적 세력관계 때문이다.


노동운동 마녀사냥 분위기 속에서도 새로 조직된 티브로드 노동자들은 본사 점거를 불사하며 싸워 큰 양보를 받아냈다그것도 원청이자 악덕 고용주로 이름난 흥국재벌을 상대로 말이다.


애초에 표를 얻으려고 ‘안보’와 ‘성장’ 대신자기 본성과 기반에 어긋나는 ‘경제민주화’와 ‘복지’ 깃발을 소심한 민주당에서 훔쳐낸 것도 바로 세력관계 때문이었다이제 본격화하는 경제 위기 속에서 이 거짓 약속들을 노골적으로 팽개쳐야 하는 것이 박근혜의 모순이다.


최근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지지율이 하락했는데이는 8월초를 떠오르게 한다경제민주화를 포기하고 ‘노동자 증세’를 발표한 직후 지지율이 급락했는데이번에도 기초연금 공약을 파기한 여파로 보인다.


그런데 박근혜는 여전히 더 많은 공약 뒤집기를 해야 한다씨름 선수도 아닌데 말이다고교 무상교육과 반값등록금에 이어얼마 되지도 않는 아이들 기저귀값 지원 공약도 포기했다.


이런 모순 속에서 경제 위기 고통전가라는 반동 공세를 하려니이에 대한 반감이 정치적 급진화로 발전할 수 없도록 정치적 마녀사냥을 벌이는 게 필요했던 것이다통합진보당 마녀사냥 등으로 전통적인 지배이념인 ‘안보’와 ‘성장’을 되살리려고 했던 것이다.


또한 박근혜의 반동 공세에는 북한이 올초 3차 핵실험 성공으로 안보 위기가 격화된 점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그러므로 박근혜의 신경질적인 마녀사냥은 반복적으로 계속될 것이다.


사실 유신체제로 돌아갈 수 없는 박근혜가 반동적 공세를 ‘국민적 합의’로 포장하려면 사실 민주당이 필요하다.


최근 무리수를 두면서 비리정치인의 대명사인 서청원을 국회로 복귀시키려는 것은 새누리당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 민주당을 어르고 달래는 구실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기 대처를 위해 박근혜가 친정체제를 구축할수록 독재와 부패의 곰팡이 피고 악취나는 인물들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것도 박근혜의 모순이고 약점이다.


문제는 정치적 반대파들이 박근혜의 모순과 약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NLL 대화록을 빙자한 친노 마녀사냥과 통합진보당 마녀사냥에 굴복해 국정원 대선개입 폭로로 형성된 국정원 개혁 정국에 제대로 얻은 것도 없이 국회로 복귀해 버렸다.


이러니 박근혜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는데도민주당 지지율은 20퍼센트 대에서 오를 기미가 없다애초에 모든 노인에게 20만 원씩 지급하는 복지 확대 공약을 회피·거부한 민주당이 기초연금 공약 파기 건을 반전의 기회로 잡기에도 역부족이다.


민주당이 이토록 지리멸렬한데도 진보정당들은 분열과 온건화로 좀처럼 존재감을 회복하지 못 하고 있다마녀사냥 반대부자 증세 등으로 박근혜의 모순을 치고 나가야 했는데 진보정치 세력들은 그런 실력과 단호함, 힘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운동은 검찰과 청와대 사이에 균열을 내기도 했지만박근혜에게 국정원 개혁을 강제하거나 반동 공세를 중단하게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그 지도부들이 민주당에 의존하면서 쟁점을 확대해 박근혜 정부에 총체적으로 맞서는 운동으로 발전시키길 거부한 것 때문에 오히려 운동의 잠재력은 제약을 겪었고 그 기세가 한 풀 꺾였다.


다행히도 최근 노조 탄압과 복지 후퇴와 먹튀민영화 등을 놓고 공동으로 행동을 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월 2일엔 이런 다양한 의제의 연대체들이 모여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민주노총은 고무적이게도 이런 흐름을 10월 26일 대규모 공동 집회로 발전시키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NGO 지도자들이나 일부 노동운동 지도자들은 이런 투쟁들을 정기국회 기간에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는 용도로만 여기는 듯하다이런 대중투쟁이 지속될 수 있도록 공동투쟁체라는 조직으로 발전하는 것에 반대한다.


이들은 반박근혜 연대체가 진영 논리로 비칠 거라고 말한다박근혜야말로 각종 개악의 주체이고정치적 반대 세력을 ‘종북’으로 매도하며 보수대연합 진영을 공고히 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런 모순된 주장은아마도 박근혜와 지속적으로 대결하는 투쟁과 대안을 만드는 것이 이미 국회로 복귀해 박근혜와 거래하려는 민주당을 곤란하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의 반동 공세에 맞선 연대투쟁을 건설하는 과제는 노동운동 좌파들의 책임이 되고 있다. 노동운동이 자신의 요구를 걸고 싸워야 한다. 또한 단결하고 주도해서 박근혜 반동에 맞서는 더 광범위한 운동을 건설하려 해야 한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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