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스럽게도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묻지마” 야권 단일화에 갈수록 집착하고 있다. 5+4 협상이 결렬된 후에도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4+4를 추진하고 있다.

인천에서는 진보신당을 빼고 야권 단일화에 합의했다. 안동섭 민주노동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4월 1일 유시민과 ‘손 맞잡고’ 민주당에 단일화를 촉구했다. 광주·전남에서도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과 연대를 회피하며 4+4 협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에서도 민주노동당은 진보 후보 단일화엔 별 열의가 없다. 그 탓에 ‘진보진영 2010 지방선거 대응을 위한 서울 연석회의’(진보서울연석회의)가 서울시의원 후보 둘을 단일후보로 선출했지만,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민주대연합과 진보대연합은 양 손에 쥘 수 있는 떡이 아니라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라는 걸 민주노동당 지도부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당 안에서 반발도 만만치 않다.

3월 21일 서울시장 후보 선출에선 이상규 서울시당 위원장이 단독 등록했는데도 65퍼센트밖에 지지를 얻지 못했다. 흔치 않은 일인데, 이 후보가 반MB 야권단일화를 노골적으로 추구한 데 따른 반발이 있었던 것이다. 

권영길 의원도 3월 30일 국민대 정치대학원 특강에서 “민주노동당이 민주당과 진보신당 사이에서 ‘그래도 단일화 해야 한다’고 홀로 외치[는] … 이런 구도는 잘못된 구도”라고 비판했다. 진보신당과 한편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중앙대의원인 이호성 씨(한국노총 조합원)는 민주노동당의 선거방침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과 연합해서] 구청장이나 지방의원 몇 석 차지해도 [정체성은] 더는 ‘민주노동당’이 아닙니다. 당선을 위해 영혼을 파는 겁니다.”

잘못된 구도

박금석 전 지부장 직무대행을 민주노동당 경기도의원 후보로 출마시킨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고동민 조합원은 민주노동당의 선거연합 방침으로는 계급 투표를 조직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 평택시장 후보는 과거 시장 시절, 지역의 노조를 탄압한 잡니다. 한나라당에도 있었구요.
“이런 사람을 놓고 [시장 후보를 내 주고 시의원 단독 후보를 보장받는] 단일화 논의를 하면 조합원들에게 계급 투표를 호소할 수 있겠습니까.”

노동운동의 ‘메카’인 울산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 3월 31일 현대차 4공장 차체4부 조합원들의 회식 자리를 방문한 민주노동당 김창현 울산시장 후보는 스스로 “반응이 썰렁하네요” 하고 말해야 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조합원 다수가 “진보가 둘이 나와 될 게 뭐 있노. [따로 나오면] 투표 몬 한다”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반MB’ 정서를 내세우며 민주대연합을 정당화한다.

물론, 이명박 정부를 향한 반감은 아주 크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든 선거에서 이명박 정부를 패퇴시키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것이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선거연합을 정당화할 순 없다.

윤태석 의료연대 서울대병원분회 부분회장은 “반MB는 맞다고 볼 수 있는데, 의료 민영화 등을 추진했던 민주당이 반MB 동맹을 할 만한 정당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고 말했다.

탄압이 심한 철도노조의 청량리역 연합지부 유균 지부장도 “민주당은 철도가 민주노조를 띄울 때부터 투쟁만 하면 탄압했던 자들”이기 때문에 “민주당은 죽어도 찍기 싫다”고 했다.

이런 난처한 상황을 피하려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진작에 진보대연합을 적극 건설해야 했다.

그러나 두 당은 말과 달리 실천에서 진보대연합은 실종됐다. 진보신당은 5+4도 탈퇴했지만, 진보연합에도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한 전교조 활동가는 “한나라당 패배에 ‘묻지마’ 기대감을 갖게 되는 건 대안세력이 부실한 탓”이라고 설명한다. “대안이 없으니 기대감도 크지 않고 ‘안티’에만 집착하게 되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지방선거 방침도 다소 모호하게 결정됐다.

민주노총은 3월 24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진보정당 통합을 대중적으로 책임 있게 공식화하는 정당의 후보” 중  지지 서약서를 쓰고 단일화한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결정했다.

진보정당들의 단결을 바라는 현장 조합원들의 정서를 반영한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지도부도 이 결정을 수용했다.

그러나 “‘반MB연대 단일후보’”도 “민주노총의 요구를 실현”할 수 있다면 지지할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이 연합한 후보가 한편에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진보신당이 독자 출마한 선거구에서 민주노총은 누굴 지지할 것인가.

쌍용차지부 고동민 조합원은 이런 태도가 장기적으로는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올해 선거연합은 총선·대선을 보고 하는 건데, 그래서 더 위험하다고 봅니다. 여기서 재미 보면, [계속 이 구도로 갈 텐데] 대선 때까지 민주당 2중대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 진보정당에게 선거는 계급투쟁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려는 것 아닌가요. 지금 거꾸로 간다는 느낌이에요.”

한 공무원노조 활동가는 하루 빨리 진보 양당이 진보의 원칙을 지켜 단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진보정당들이 선거에 따로 나오는 건 이혼한 부모들이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묻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냐. ... 단결해 싸우는 게 제일로 중요한 때다. 공무원노조도 나눠졌다가 다시 합쳤지 않나.”

진보정당들은, 특히 민주노동당은 계급투쟁에서 노동자들을 분열·약화시킬 선거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진보의 재통합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 이 글은 <레프트21> 29호에 실린 기사를 좀더 보충한 글입니다.

현장 조합원들이 민주노동당의 반MB연대를 비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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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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