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니 부리는 박근혜, 내분 겪는 여당, 눈치 보는 야당12일 이후에도 투쟁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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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최순실 게이트가 폭로된 직후부터 열흘 새 두 번이나 대국민사과를 했다(10월 25일, 11월 4일). 11월 8일에는 국회의장 정세균을 만나 김병준 총리 지명을 철회하고 국회가 요구하는 사람을 총리로 임명하겠다고 했다.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던 박근혜가 두 번이나 머리를 조아리며 계속 아쉬운 소리를 한 것은 상황의 심각성 때문이다. 물론 늘 그랬듯이 책임 회피와 꼼수뿐인 거짓 사과였지만 말이다.

첫 번째 사과 이후 도리어 국정수행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폭락했다(한국갤럽 2주 연속 5퍼센트). 퇴진(탄핵 포함) 지지는 60퍼센트도 넘어섰다(리얼미터).

무엇보다 여론이 강력한 행동으로 보기 드물게 표출되고 있다. 11월 5일에는 약 20만 명이 광화문 일대에서 밤늦게까지 행진과 시위를 벌였다. 구호는 압도적으로 “박근혜 퇴진/하야”다. 국면 초기 역풍론이 무색하게도 투쟁이 커지고 퇴진 요구를 분명히 하면서 박근혜 지지율은 더 하락했다.

기회 ‘즉각 퇴진’을 목표로 대중투쟁을 강화하려 해야 한다. ⓒ사진 김명진

이 와중에도 새로운 폭로가 쏟아지고 있다. 박근혜가 기습적으로 임명하려 한 국민안전처 장관 박승주는 굿판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 자진 사퇴했다. 박근혜가 자신은 청와대에서 굿을 한 적이 없다고 굳이 해명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시늉뿐인 검찰 조사에서조차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다. 기업주들이 죄다 ‘삥 뜯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데, 안종범은 기업 대상 모금이 박근혜의 지시였다고 자백했다. 김기춘이 정권 비판 세력 죽이기를 위한 공작 정치를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박근혜 정권 자체가 범죄 집단이고, 청와대가 정경유착, 부정 축재의 사령탑이자 몸통인 것이다.

김기춘, 우병우 등 청와대 실세들과 최순실 등 ‘비선 실세’들이 정부 부처와 검찰 등 국가기관들을 움직여 기업들과 특혜를 거래하고 국가 예산을 자신들 호주머니로 옮겼다. 이것은 더한층의 매수와 특권 구축에 사용됐을 것이다. 다급해진 최순실, 장시호(최순실 조카), 차은택 등이 급매로 내놓은 부동산 시세만 5백억 원이 넘을 지경이다.

농단

이런 상황에서 미국 대선에서 한국 정부 예상과 달리 트럼프가 당선했다. 경제·안보 위기(불확실성)가 커지는데, 박근혜가 한국 국가를 다잡아 위기에 대처할 수 있을지 지배계급의 걱정도 커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는 이미 11월 아펙(APEC) 정상회의에도 불참하기로 했다. 한국 대통령의 불참은 아펙 정상회의 창설(1993년) 이래 처음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수습책을 놓고 여권 전체가 내분에 휩싸였다. 전 당대표 김무성은 박근혜의 탈당을 요구했고, 비박계는 당대표 이정현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서면, 친박이 모두 죽는다고 보기 때문에 이정현과 친박계는 버티는 중이다. 그러나 ‘최순실을 모르는 게 거짓말’이라고 말한 게 김무성이다. 박근혜와 최순실의 농단을 알면서도 빌붙어 출세와 특권을 챙겨 온 새누리당 전체가 공범 집단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대구·경북에서조차 민주당에 뒤쳐지기 시작했다. 의원총회에서 서로 쌍욕이 오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는 것이다.

국정 운영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자 청와대는 당선 하루 만에 트럼프와 통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야당을 향한 국정 정상화 압박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두 주류 야당들은 박근혜의 ‘2선 후퇴’만 요구하며 그에게 시간을 벌어 줬다. 특히, ‘문재인 당’인 민주당은 ‘책임총리’ 방안을 수용해 박근혜의 구원투수가 될 뻔했다.


박근혜는 한 걸음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

박근혜 4년의 교훈 중 하나는 박근혜의 통치 스타일과 개인의 개성이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계급의식적이지만 욕심과 의심도 많아, 재산뿐 아니라 권력도 측근 실세와만 농단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거짓말도 서슴지 않고, 죄의식도 없다. 그랬다면, 세월호 참사나 백남기 농민 문제에 그렇게까지 잔인하고 야비하게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복지 공약 파기하고도 그토록 뻔뻔하지 못했을 것이다.

박근혜 게이트가 부정 축재와 공작 정치가 결합된 형태인 이유이고, 기업주들이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위해 박근혜를 선택하고 지지한 이유다.

죄의식 박근혜는 천하의 모사꾼이다. 퇴진만이 답이다. ⓒ사진 조승진

그러니 ‘국회가 정해 주는 사람을 총리로 뽑고 내각 통할권까지 주겠다’는 박근혜의 방안도 의심해 봐야 한다. 총리의 내각 ‘통할’은 이미 단어 그대로 현행 헌법에 명문화돼 있다. 결국 헌법상 권한을 총리에게 주겠다는 것인데, 그것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권 성과연봉제 불법 도입에 앞장선 금융위원장 임종룡을 경제부총리로 임명한 것도 도발이다.

총리에게 내각 제청과 통할권을 주더라도, 대통령이 결제하고 총리 임면권도 갖고 있다.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권한을 회수할 수 있다. 이 방안은 조금도 후퇴가 아니다. 국정 마비 상황의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고 분열시켜 보려는 “덫”일 뿐이다. 타고난 모사꾼답다.

사실 두 번의 대국민 사과도 고개는 숙였지만, 기만적이었다. 빼도 박도 못할 사실만 인정했고 자신의 연루 혐의는 축소·부인하며 최순실 개인 비리로 떠넘겼을 뿐이다.

다행인 것은 사람들이 이제는 잘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국민담화가 오히려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이고, 검찰이 최순실에게 대국민담화를 보여 준 것은 공범끼리 소통하게 해 준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따라서 2선후퇴론, 책임총리론 등 박근혜 퇴진을 전제로 하지 않는 수습책은 아무 의미가 없고 단지 기만일 뿐이다. 즉각 퇴진을 위한 대중 투쟁을 이어가며 강화해야 하는 까닭이다.


주류 야당은 박근혜 구원투수가 될 것인가?

박근혜의 뻔한 수작을 덥썩 물으려 한 것은 민주당 현 지도부와 문재인이 내년 대선을 중립적으로 관리할 ‘중립’ 내각 수립에 온통 관심이 가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은근슬쩍 이를 묵인했다.

고통전가, 세월호, 복지 축소, 노동 개악, 사드, 민주적 권리 침해 등 4년 동안 눌려 왔던 대중의 분노가 분출하는 시기에 박근혜·새누리당과 협조해 그 분노를 가로막겠다는 것이다.

국민의당도 안철수·박지원이 서로 역할 분담하며 눈치 보기를 하다가 10일에야 박근혜 퇴진으로 당론을 정했다. 게다가 이 틈에 중립내각 총리 자리를 한 번 누려 보려고 야당의 퇴진 요구에 반대하는 손학규 같은 자들도 있다.

자본주의 야당들은 집권해도 경제 상황 때문에 고통전가 정책을 펴야 하는 처지에서 지금의 운동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기층의 압력 때문에 결국 야 3당 대표가 박근혜 제안을 거절하고 11월 12일 민중총궐기에 당 차원에서 참가하기로 결정했다.(야3당 지지율 합계보다 퇴진/탄핵 지지율이 더 높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퇴진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총궐기에 함께할 것을 민주당에 촉구하고 서울시 차원에서 집회·행진에 편의를 제공하기로 했다.

좋은 일이지만, 두 야당이 정략적으로, 그것도 이제야 운동에 올라타서는 대 여권 (협상) 압박용으로만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여태까지 뒤통수쳐 온 일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지금 거리의 대중 운동도 박근혜를 살려 준 어설픈 수습책에 만족할 것 같지는 않다. 12일 민중총궐기는 근래 보기 드물게 크고 정치적인 시위가 될 것 같다. 이는 운동이 수도권 바깥으로도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12일 집회의 성공은 박근혜를 더 위협하겠지만, 박근혜는 시간을 벌며 반격을 준비할 것이다. 다행히 이후에도 대중 투쟁 계획이 잡혀 있다. 대중의 자력 투쟁이 진짜 해법이다.


좌파가 자기 색깔 드러내지 말라는 주장은 틀렸다

박근혜 퇴진 운동 일각에서는 ‘운동권’(좌파)이 운동에 정치적 길라잡이 구실을 하려 하는 것은 시민의 자발성을 억누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9일 출범한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같은 단체들도 시민의 자발성을 보조하는 구실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와 ‘리더십’을 부정적으로 보고 이를 대중의 자발성 또는 ‘순수 운동’과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보는 운동주의적 주장이다. 운동의 단결을 위해 정치를 배제하자는 견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이 운동의 성격을 오해하는 것이다. 이 운동은 정권 퇴진 운동이라는 성격상 처음부터 정치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그래서 초기부터 민주노총, 노동자연대와 진보연대를 비롯한 정치 좌파, 정의당·노동당·민중연합당 등이 적극적인 일원이었다.

그러나 이 운동의 초기에 좌파의 주도력이 오히려 대중의 자발성에 부합하고 그것을 더 북돋웠다. 10월 29일 집회가 그 예다. 당시 퇴진 요구를 꺼렸거나, 과단성 있게 행진을 조직하지 않았다면 그것이야말로 오히려 대중의 자발성을 억누른 결과가 됐을 것이다.

책임

온건한 진보 시민단체들도 주류 ‘야당’들과 연결돼 있다. 이 당들도 운동 바깥에서 언론 등 다양한 수단으로 운동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 이런 성격 때문에 참가자들도 기성 야당들부터 좌파들까지 정치적 주장과 계획에 관심이 크다. 정치적 지도가 필요함을 이해하기 때문에 통일된 구호(“퇴진/하야”), 중앙집중적 행진, 좌파와 노조의 깃발에도 거부감이 별로 없다.

따라서 이 운동의 성공에 일조하려는 정치세력들은 전망과 과제를 내놓아야 한다. 즉, 운동의 성격에 걸맞게 정치적 리더십을 제공하려 노력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다.

이처럼, 정치와 리더십을 배제하자는 주장은 운동에서 떼어낼 수 없는 것을 떼어내려 한다는 점에서 공상적이다.

따라서 온건 개혁 세력이 대중의 정서를 확인하고 뒤늦게라도 운동에 합류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무임승차하자마자 막무가내로 운전대부터 뺏으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노동운동과 선명 좌파의 주도력을 제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누구든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운동의 주도권을 농단하려 하지는 말아야 한다. 누구나 실천에서 입증 받으며 정직하게 기회를 노려야 한다.

물론 지금 박근혜 퇴진 운동 참가자들 다수가 좌파적 강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그래서 좌파는 개방적이면서도 급진적으로 운동을 이끌려고 노력해야 한다.

운동이 더 보편적이 되고 (사회적 내용 면에서) 심화하도록 노동자 투쟁과 연결되는 것도 조직해야 한다.

박근혜 퇴진 운동 다이어리

박근혜 하야 매일 촛불

매일 오후 7시 청계 파이낸스 빌딩 앞 
주최: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박근혜퇴진 비상국민행동


초유의 국정농단,
비호한 검찰도 공범이다!
검찰 규탄 집회와 행진

11월 17일(목) 오후 6시 30분, 강남역 8번출구


박근혜 퇴진! 4차 범국민행동

11월 19일(토) 전국동시다발, 수도권은 서울 집중(오후 6시 광화문)


박근혜 퇴진! 영남 노동자 대회

11월 23일(수) 오후 4시, 울산 현대중공업 정문


박근혜 퇴진 전국 촛불 집회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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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추미애 ‘영수’회담?민주당이 이러라고 1백만 명이 시위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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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11월 14일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퇴진”을 당론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당대표 추미애가 기습적으로 박근혜와 ‘영수’회담을 열기로 합의하고 한나절 만이다. 이 의총에서는 영수회담 합의에도 찬반 논쟁이 됐다고 한다. 이런 동향을 들었는지 청와대는 내일 회담이 오후 3시로 결정됐다고 속보를 날렸다.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날 영수회담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박근혜퇴진비상국민행동, 민주노총, 정의당, 참여연대 등 수많은 단체들이 민주당을 성토했다. 민주당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도 영수회담 결정뿐 아니라 우유부단하게 모호한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민주당과 문재인을 공개 비판했다. 이런 항의와 압력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은 퇴진을 당론으로 해 쏟아지는 비난을 피하려 한 듯하다.

그러나 민주당의 당론이 바뀌었어도, 추미애가 영수회담을 제안해 퇴진의 대상일 뿐인 박근혜를 현 정국의 중요한 행위자로 인정해 준 잘못이 사라지진 않는다. 그리고 사실상 문재인의 당이 된 민주당에서 추미애가 단독으로 그런 일을 벌였으리라고 믿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진실로 그렇다면, 문재인과 민주당 의원들은 오늘 추미애를 탄핵하고 영수회담을 중단시켰어야 한다. 퇴진 의견을 전달하러 만난다는 것도 어줍짢은 변명이다. 민주당도 참여한 12일 시위가 명백히 박근혜 즉각 퇴진의 뜻을 전달한 것인데, 민주당이 뭐라고 그 뜻을 다시 전달한단 말인가?

게다가 민주당을 여전히 믿기 힘든 것은, 오늘 오후에 바로 여야 원내교섭단체 정당들끼리 합의한 별도 특검 때문이다.

우선, 특검이나 국정조사 요구 자체가 즉각적인 정권 퇴진 요구와는 상충된다. 그 형태가 무엇이든, 또 아무리 선의로 봐 준다 해도, 지금 박근혜를 조사하자는 것은 박근혜의 죄목을 밝혀 단죄의 명분으로 삼자는 것인데, 이는 즉각 퇴진에 사실상 반대하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퇴진·탄핵을 바라는 60퍼센트 넘는 사람들이, 12일에 거리로 나온 1백만여 명이 박근혜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도 모르고 즉각 퇴진을 요구했단 말인가?

게다가 이 별도 특검 합의문을 보면, 수사 대상이 최순실로 한정돼 있다. 기만적인 검찰 수사에서조차도 수사 대상의 몸통이 바로 박근혜임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야합을 한 것이다.

따라서 영수회담 합의를 비판한 정의당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별도 특검 합의도 공개 비판해야 한다.

정리하면, 영수회담을 하고 (아무리 야당 추천이라도) 특별검사를 임명하게 하는 것은 궁지에 몰린 박근혜와 새누리당에게 숨 쉴 틈을 주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온 국민이 4년 동안 확인한바, 야당 대표가 단독 회담에서 퇴진하란다고 박근혜가 순순히 물러날 인간인가?

12일 시위를 보고 잠을 못 이뤘을 새누리당의 비주류가 집회의 인기 구호인 “새누리당 해체”를 자기들 입장으로 받고, 박근혜가 덥썩 추미애를 만나겠다고 하는 건 쏟아지는 소나기를 잠시 피하고 역공할 기회를 엿보려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그런 박근혜에게 우산을 씌워 주겠다는 “뜬금없는” 일을 벌인 것이다. 12일 1백만 퇴진 시위의 한 귀퉁이에 슬쩍 끼더니, 그 열망을 자신들의 정략적 이해를 위한 지렛대로만 삼으려 한 것이다. 박근혜 즉각 퇴진이 아닌 어떤 것을 타협책으로 내놓는다면 민주당이 스스로 배신자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박근혜퇴진비상국민행동과 그 소속 단체들은 옳게도 민주당을 강력히 규탄하고 즉각 퇴진 요구를 재확인했다. 퇴진행동은 애초 요구안에도 없는 별도 특검을 지지하지 말아야 하고, 더 크고 심화된 대중 투쟁 건설에 주력해야 한다.


ⓒ사진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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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민중총궐기 현장 소식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1백만이 청와대로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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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우고 있는 1백만 명의 민중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정권을 향한 노동자 민중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민중총궐기 본대회가 마무리되고 곳곳으로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7시 30분 현재 주최측은 1백만 명이 광화문과 시청광장 일대에 모였다고 발표했다. 행진 코스가 이미 인파로 가득차 행진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박근혜 퇴진 운동은 아직도 꼼수와 거짓말, 증거 은폐로 일관하는 박근혜 정부에 다시 강력한 일격을 가했고, 또 한 번 정치적 도약을 이뤄냈다.

지금 광화문 사거리와 서울시청 광장 두 점을 중심으로 그 일대의 모든 도로가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인파로 가득찼다. 경북궁역을 중심으로 사직터널부터 종로경찰서까지, 경복궁으로 향하는 세종문화회관 뒷편 길, 세종로, 태평로, 종로, 서대문 방향 도로, 청계천 1가의 양쪽 도로, 을지로 입구 도로 등. 사람이 너무 많아 시청역, 광화문역은 집회에 온 사람들이 나올 수 없을 정도다. 서울시는 광화문역을 무정차 통과시키고 서대문역 등 인근역에서 내려서 집회장에 가도록 안내하고 있다.

서울만이 아니라 미처 상경하지 못한 사람들이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곳곳에서 박근혜 퇴진 집회를 열었다.

‘하야’가 아니라 ‘하옥’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서 거의 전국민의 지지를 받는 수십만이 박근혜의 모든 악행들을 규탄하고 있다. 노조를 파괴하고 임금 삭감을 강요당한 세월, 청년들을 좌절케한 불평등한 현실, 너무나 끔찍하고 야비했던 세월호 참사와 진상규명 방해 공작, 백남기 농민을 죽게 한 살인진압, 청와대와 연결된 거의 모든 상층의 부패와 뻔뻔함이 오늘 분노와 항의의 도마에 올려졌다.

오늘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다.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가장 많았고 교복 입은 청소년, 친구들과 무리 지어 나온 청년들의 활기찬 모습이 특히 눈에 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들도 인상적이다. 모두모두 박근혜 퇴진 손팻말들을 받아 들고 곳곳에서 열린 사전 대회들, 노동자대회, 본대회에 참가했다.

이미 전국의 전세버스가 동나고 있다는 소식 때부터 짐작됐지만, 오늘 낮 12시 전국의 교통 흐름을 전하는 뉴스에서는 천안 부근의 경부선, 서해고속도로 등에서 서울로 향하는 상행선이 하행선보다 더 밀리고 지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것은 지난 며칠간의 폭로가 사람들을 끌어낸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


전국 노동자대회 ― 백만 시위의 선두에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서다

오늘의 수십만 집회와 행진의 선두에는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서 있다. 강성 우익 정부의 등장으로 많은 이들이 당황해 하고 있을 때부터 저항의 선두에 서 왔던 노동자들이다. 금속 노동자들, 학생들과 함께 나온 전교조 교사들, 올 가을 파업 투쟁으로 오늘의 이 투쟁에 징검다리가 된 철도를 포함한 공공 노동자들, 보건 노동자들, 공무원 노동자들이 그들이다. 가족들과 함께 자리잡은 노동자들도 많았다.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는 2시부터 시작됐다. 10만 명이 훨씬 넘는 조합원들이 시청광장으로 통하는 모든 길목을 가득 메운 채 뜨거운 열기로 진행됐다.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은 민주노총이 계속 박근혜 퇴진 운동의 선두에 서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노총의 투쟁이 박근혜 퇴진을 위한 전 국민의 요구가 됐고 국민의 명령이 됐다. 민주노총의 투쟁이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위한 민중항쟁을 만들어 냈다! … 민주노총은 박근혜 퇴진이 전제되지 않으면 그 어떤 해법도 인정할 수 없다.

“우리의 투쟁이 대통령 얼굴 바꾸고 집권당 색깔 바꾸기 위한 항쟁인가? 재벌과 새누리당 권력이 망쳐 놓은 것을 원상 복귀해야 한다. 노동개악 폐기하고 재벌체제 해체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은 지금 고립됐고 두려워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나서면 농민, 빈민, 청년학생들이 함께 나서겠다고 한다. … 민주노총 총파업으로 박근혜 정권 끝장내자!"

노동자대회 내내 계속 깃발을 앞세운 노동자 대열이 사방에서 시청광장으로 모였고, 광장에 앉아서는 그 끝을 알기 힘든 대열이 박근혜 퇴진 운동의 가장 큰 동력이 누구인지를 웅변했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오늘 집회에서 보여 준 노동자들의 사기와 분노를 고무하려면 약속대로 대규모 거리 시위와 파업을 계속해서 조직해야 할 것이다. 퇴진 투쟁을 이끌어 온 노동자들이 이 국면에서 투쟁으로 더 선명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

ⓒ조승진

ⓒ조승진

ⓒ조승진


대학생과 시민 행진

대학생 1만 5천여 명은 대학로에서 집회를 하고 시청을 향해 행진했다. 이렇게 대규모의 대학생들이 모여 도심 거리 행진에 나선 것은 수 년만의 일이다. 대학로 청년총궐기 집회에 7~8천여 명이 모인 것도 대단했는데, 행진하면서 또 급속히 숫자가 불어났다.

수십 개 대학의 총학생회와 동아리, 청년 · 학생 단체 등 1백 여 곳의 깃발이 휘날렸다. 서울 소재 대학뿐 아니라 전남대, 부산대 등 지방에서 온 학생들도 많았다. 이들은 새벽 첫차를 타고 이곳으로 달려왔다.

학생들은 “박근혜는 지금 당장 퇴진하라”고 외쳤고, “오늘 당장 우리 힘으로 끌어내리자”고 외쳤다. 단 하루도 더 박근혜의 통치를 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오늘 안 내려 온다면 다음 주에도, 그 다음 주에도 계속 모이자고 했다. 학생들의 표정과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함께 행진한다는 것에 서로에게 벅찬 감동이었다.

특히 학생들은 너무나 선명한 이 사회의 불평등에 크게 분노했다. 집회에서 한 발언자는 오늘도 새벽 4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다 왔다면서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우리에게 이 나라는 너무나 살기 힘들지만 정유라 같은 자는 권력을 등에 업고 온갖 특혜를 얻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학생들이 종로 대로변에 들어섰을 때, 거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환호했다. 행진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고 박수를 치며 응원했다.

대학로 다른 한편에서 모인 1만 여 명의 ‘시민대행진’ 대열도 대학로에서 시청까지 행진했다. 416가족협의회의 유가족들도 노란색 잠바를 입고, “하야하라”가 적힌 띠를 등에 메고 1백50여 명이 행진했다. 유가족들은 누구보다 더 박근혜가 물러나기를 오랫동안 바랐을 것이다. 박근혜가 세월호 참사 관련 전 과정에서 보인 잔인함과 야비함은 오늘 집회와 행진에 나온 모든 사람에게 응어리진 분노로 남아 있다.

대학 동문회, 지역별 모임들, 합창단, 동호회, 연구회, 협동조합 등 전국에서 온 수백 개 시민 단체들이 깃발을 들고 참가했다. 이른바 ‘386 세대’로 불린 중장년층이 많았다. 자신들이 민주화를 이룩했다는 자부심으로 살았을 이들에게 박근혜 정권의 부정부패와 민주적 권리 침해는 자기 인생을 부정당하는 듯한 충격이었을 것이고, 이는 분노와 행동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이미진

ⓒ이미진


기타

오늘 낮 곳곳에서 사전 집회들이 열렸다.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농민들 3만여 명이 남대문 중심으로 피폐해진 농민들의 삶과 백남기 농민을 죽게 한 살인정권을 규탄했다. 빈민, 노점상들도 자신들의 집회를 열고 박근혜 정부의 비민주적인 고통전가, 복지 축소 정책에 항의하고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정의당도 2천여 명이 청계천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박근혜 정권 퇴진만이 현재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지도부와 의원들이 나왔다. 이틀 전 박근혜 퇴진을 당론으로 결정한 국민의당은 박근혜 하야 서명을 받았고, 민주당은 당원 수천 명과 청계천변에서 집회를 열었다. 오늘 대중의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했다면 두 당은 박근혜에게 더는 시간 벌기 할 시간을 주거나 국회 협상으로 아래로부터의 분노를 잠재우려는 시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


본대회

“몸통은 박근혜”, “박근혜 퇴진하라”, “새누리당 해체하라”, “2선 후퇴 말도 안 돼”, “박근혜는 범죄자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구호 등을 외치며 민중총궐기 집회가 오후 4시에 시작됐다.

시청광장 중심에 수많은 민주노총 조직 노동자들이 자리 잡은 가운데, 삼삼오오 온 수많은 학생, 청년,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민중총궐기에 함께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모였는지 이 무렵 시청 광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고, 휴대전화도 제대로 터지지 않을 정도였다.

지금 감옥에 갇혀 있는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의 메시지가 무대 위에서 소개됐다.

한상균 위원장은 자신은 박근혜 정권 퇴진을 선동한 죄로 감옥에 갇혀 있는데, “지금 불법권력에 부역한 자들이 한 명 한 명 감옥에 들어오고 있다” 하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그런데 우병우는 왜 소식이 없는지 궁금하다. 몇 백 명이 되더라도 불법권력에 부역한 자들을 남김없이 엄벌해야 한다. 불법 통치자 박근혜는 언제 들어올까? 11월 안에 박근혜 끌어내리고 구속시켜야 한다.”

한 위원장은 공범인 재벌들도 문제라면서 “불법 재벌들도 1.5평 독방으로 들어와야 한다” 하고 주장했다. 그리고 11월에 박근혜 퇴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동맹휴업, 동맹철시 등 국민파업을 만들어 달라면서 말이다.

살인정권 물러나라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위원장도 마이크를 잡았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백4명은 이 나라 주인이었다. 그러나 이 대한민국 정부는 그 고귀한 생명을 구하지 않았다.” 전 위원장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려는 사람들을 정부가 탄압해 온 것을 규탄하며, 그러던 정부가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때 “광기 어린 폭력 진압과 공격으로 백남기 어르신을 돌아가시게 했다”고 분노했다.

그리고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연내 인양이 어렵다고 한 것을 규탄하며, “이 모습이 바로 현 정부의 무능함과 무책임을 보여 준 것이 아니면 무엇이냐” 하고 말했다.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강조한 전 위원장은 “돈과 권력으로 국민의 안전까지 위험에 내몰며 정권만 지키려고 했던 박근혜 정권에게 이제 대한민국의 주인이 누구인지 일깨워 주자” 하며 세월호 가족협의회 부모들이 박근혜 퇴진을 위해 끝까지 함께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 씨도 무대에 올랐다. 그는 차분하지만 단호한 음색으로 연설했다. “지난해 아버지가 이 대회에 참석하고 사고를 당하셨다. 1년이 지났지만 정말 달라진 게 하나도 없고 현실은 점점 나빠져 가는 것 같다. 경찰의 물대포 직사로 아버지가 쓰러지셨는데, 오늘도 경찰이 전국에서 물탱크를 서울로 불러들였다고 한다. 이게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난 7월 박근혜의 사드 배치 발표로 지금까지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을 해 온 김충환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성주 주민들이 김천 시민, 원불교와 함께 사드 배치를 막으려고 싸워 왔다고 밝혔다. 그리고 록히드마틴과 최순실의 커넥션 의혹을 상기시키며 사드 배치 강행을 규탄했다. 이 시국에 박근혜와 국방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마저 밀어붙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드 배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하나다. 그리고 그 몸통은 미국의 엠디(MD)다.”

광장에 노동, 세월호, 백남기, 사드 등 박근혜 정부가 4년 동안 벌인 악행과 그에 맞선 저항이 모두 모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 칼끝은 일제히 청와대를 겨눴다. 김충환 위원장 말대로 “막장 드라마의 끝을 볼 때”가 왔다.

마지막 순서로 민중총궐기 결의문을 낭독한 후, 사회자가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참가자들이 진심으로 크게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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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

행진은 시청광장에서 소공동로 방향, 을지로 방향으로 시작됐다. 광화문 방향은 이미 사람들이 꽉 차 있어 매우 느리게 움직였다.

공공운수노조가 이끈 대열은 조계사를 거쳐 안국역을 돌아 효자동 입구까지 진출했다. 금속노조가 이끈 대열은 소공동로, 퇴계로를 거쳐 안국동에 도착했다. 이 행진 대열은 모두 경복궁역으로 향했다.

서대문 방향에서 광화문으로 온 사람들과 태평로 대열은 광화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뒷편 도로 등을 통해 경복궁으로 향했다. 충무로를 거쳐 안국역으로 진출한 대열은 안국동 삼청각 입구 사거리에 멈춰 있다. 이미 경북궁 앞 도로가 꽉 차 있기 때문이다.

행진 대열은 곳곳에서 박수와 환호를 받았고, 더 많은 시민들을 행진 대열로 끌어당겼다. 워낙 사람이 많아 이동하지 못한 대열들은 시청광장 무대 등 곳곳에서 집회와 자유 발언 등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경복궁역에서 청와대로 가는 길목 입구에 차벽을 쳤다. 7시 현재 차벽 앞에 무대를 설치하고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청와대 앞을 향해 그곳까지 간 대열답게 이 집회에서는 주류 야당들의 온건함과 눈치 보기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많고, 박수도 많이 받고 있다.

끝도 없이 늘어선 대열은 곳곳에서 해일처럼 청와대 방향으로 향했다.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 구호가 어지러울 정도로 울려 퍼지고 있다. 경복궁역 앞 도로가 좌우로 늘어선 대열이 수 킬로미터가 되도록 가득찼지만, 대열의 말미이던 태평로는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 박근혜 일당이 빼돌린 재산을 환수하고 박근혜를 구속해야 한다는 구호와 주장도 일주일 전보다 더 많았다.

참가자들은 밤늦게까지 광화문광장 무대의 공연과 발언에 집중했고, 상당수 참가자들은 경찰 차벽이 처져 있는 경복궁역 앞 방송차 앞에서도 집회를 이어갔다. 광화문 본 집회가 끝나갈 무렵, 낮에 수 년 만에 최대 1만5천여 명이 강력한 도심 행진을 벌였던 대학생들이 경복궁역 앞으로 행진해 와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청와대로 가서 7시간의 행방을 물어야겠다며 경찰 차벽 맨 앞에서 경찰에게 길을 열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오늘 집회와 행진은 박근혜 퇴진 운동이 불과 3주 만에 현재 한국 정치의 가장 강력한 행위자 중 하나가 됐음을 보여 줬다. 이제 새누리당은 당분간 오늘 서울 도심을 가득 메운 사람들과 저마다 목청껏 외치는 박근혜 퇴진 함성이 꿈에서까지 나타날 것이다. 주류 야당도 운동이 강력해서 쉽게 올라탈 수 없음을 알았을 것이다.

박근혜가 설사 또 사과를 하더라도 여전히 그것은 기만일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의 기만과 책략이 도통 분노한 대중을 달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국정수행 지지율은 2주 연속 5퍼센트대에 머물렀다. 한 정치평론가는 임기가 1년도 넘게 남은 대통령이 지지율 5퍼센트면, 지지층 재결집조차 안 된다는 뜻이고, (여론조사 오차범위까지 생각해 봐도) 이 정도면 지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독설을 했다.

바로 그 상황을 박근혜 퇴진 운동이 만들어냈다. 9월 말부터 이어진 노동자 파업들이 마지노선이라는 30퍼센트 벽을 허물었고, 이것이 안 그래도 경제 위기 때문에 분열하고 있는 지배계급 내 암투를 심화시키고 박근혜의 치부가 마침내 폭로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10월 29일부터 시작한 퇴진 운동의 단단한 강도가 박근혜를 그로기 상태로 내몰고 있다.

오늘 전국에서 모인 1백만 대열의 강력한 분노와 기세는 이 운동이 12일 이후에도 계속될 것임을 보여 줬다. 수도권 바깥에서도 이제 이 운동은 더 커질 것이다. 반드시 우리 힘으로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박근혜가 부패한 관료들과 비선실세들, 기업주들, 제국주의 강대국들과 함께하려 해 온 온갖 악행들을 중단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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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운동 다이어리

박근혜 하야 매일 촛불

매일 오후 7시 청계 파이낸스 빌딩 앞 
주최: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박근혜퇴진 비상국민행동


초유의 국정농단,
비호한 검찰도 공범이다!
검찰 규탄 집회와 행진

11월 17일(목) 오후 6시 30분, 강남역 8번출구


박근혜 퇴진! 4차 범국민행동

11월 19일(토) 전국동시다발, 수도권은 서울 집중(오후 6시 광화문)


박근혜 퇴진! 영남 노동자 대회

11월 23일(수) 오후 4시, 울산 현대중공업 정문


박근혜 퇴진 전국 촛불 집회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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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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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운동의 쟁점들박근혜의 꼼수와 주류 야당의 타협주의를 경계하라

 <노동자 연대> 184호 | 2016-11-01




검찰은 10월 31일, 혐의를 부인하고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최순실을 긴급체포해 서울구치소로 보냈다.

영국 히드로 공항에서 한국까지 오느라 힘드니 집에 가서 쉬라고 그냥 보내 준 지 하루 만이다. 이미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충분히 준 검찰이 이제 와서 강경하게 나오는 척하고 있다.

이미 박근혜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 여론은 10퍼센트대로 추락했고, 부정 평가는 80퍼센트대를 넘어섰다. 주류 정치학에서도 임기 말에 이런 지지율이 나오는 건 민란 수준이라고 말한다. 여론조사에서도 절반 넘게 퇴진이나 탄핵을 바란다.

실제로, 급하게 잡힌 10월 29일 ‘박근혜 내려와라’ 서울 집회와 행진에는 초등학생부터 70대 노인까지 3만여 명이나 모였다. 세종로 일부와 종로1가 전 차선과 인도를 꽉 채우고도 넘칠 정도였다. 이 대열은 청와대로 향하며 “박근혜 퇴진”, “박근혜 하야”를 줄기차게 외쳐댔다.

전국에서 이 집회에 보인 관심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범국민적 분노이고 총체적 불신이다. 박근혜의 온갖 악행들에 치를 떨며 지내 온 4년의 불만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이런 민심 때문에 금요일 밤부터 여권은 급하게 움직였다. 심야에 청와대 수석비서관 전원에게 사표를 제출하도록 지시했다는 속보가 나왔고, 토요일 오전부터 청와대 문고리 3인방 등과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이 시도됐다.

일요일(30일)에는 청와대 비서진 사표가 수리되고 새 민정수석이 발표됐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여야가 동의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거국중립내각”을 청와대에 요구했다. 최순실이 전격 귀국했고 하루 뒤 검찰 조사에 나왔다. 그리고 몇 시간 만에 구치소에 가게 된 것이다.

토요일을 전후로 여권의 급박한 대처를 보면, 성난 민심이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한 것으로 보인다. 시위의 규모와 강도는 지금 기층 민심을 대표할 뿐 아니라 정치적 초점을 제공해 반박근혜 여론을 더 지속·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발톱은 단지 감췄을 뿐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아직은 크게 물러선 게 아니다.

검찰이 청와대에서는 경호실 요원들과 압수수색 문제로 대치까지 했지만, 정작 우병우는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비서진을 전면 개편하고 있지만, 우병우가 맡았고 검찰 통제 등을 하는 민정수석 자리에는 최재경을 임명했다. 최재경은 검찰 특수부 출신(최순실 수사는 특수부가 담당)으로 현 검찰총장과 매우 가깝고 검찰 조직 내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검찰 장악, 최순실 수사 개입 의지가 여전히 강력한 것이다.

최재경은 박근혜의 비선 멘토 그룹 7인회와 인연이 깊다. 김기춘과 가깝고 최병렬의 조카다. 김기춘, 최경환 등이 추천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최재경은 이명박의 BBK 사기 사건과 효성그룹 비자금 사건을 맡아 무혐의로 결론 내어 ‘면죄부 검사’라는 별칭도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제안한 거국중립내각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권한을 여야 합의로 호선한 총리에게 이양하는 것이 거국내각론의 핵심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방안에는 대통령 권한에 관해서는 말이 없다.

10월 31일 거국내각론을 포함한 정국 수습 방안을 논의하자던 국회의장과 새누리당·더민주당·국민의당 원내대표 회담에서 새누리당 정진석이 뜬금없이 먼저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 데서 알 수 있듯이, 새누리당의 거국내각론은 본질적으로 시간을 벌려는 용도다.


성난 파도

그럼에도 요즘 박근혜 지지율은 거듭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평일 촛불집회도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고 11월 5일과 12일은 더 많은 사람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압도적이다. 특히 12일 민중총궐기는 수십만 명 규모가 될 수도 있다.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새누리당도 분열이 공개적으로 커지고 있다. 비박계 의원들은 현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한다. 이미 대변인 등이 사퇴를 하며 지도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 초점은 박근혜의 마름인 이정현이다. 이정현이 당대표로 있으면 박근혜와 차별화를 제대로 못해 비박계 대선 주자들에게 불리할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의 숨통을 틔워 주는 것이 주류 야당들이다. 더민주당은 거국중립내각과 특검을 요구해 왔다. 정의당이 박근혜 하야 촉구 운동을 시작한 것과 대조적이다. 우상호는 아예 정의당의 하야 촉구 운동과 함께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특검이면 된다며 검찰의 부실 수사를 압박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현재 여권 추락의 반대급부로 더민주당과 문재인의 지지율이 올라가니, 자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 지금 수준에서 현상이 유지되길 바라며 오른쪽 눈치 보기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공상이다. 이런 정치 상황이 마냥 지속될 수 없다. 운동이 더 나아가거나, 아니면 여권이 반격해 안정을 찾게 될 것이다. 게다가 퇴진(탄핵 포함) 요구와 선을 그었으니 더민주당은 이제 여당과 협상을 벌일 카드도 없게 됐다. 10월 31일 원내대표 회동에서 정진석이 ‘그럼 대통령이 물러나라는 소리냐’고 우상호를 압박한 것에는 이런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지지율 10퍼센트대의 정부를 상대하면서도 협상 주도권조차 못 잡는 민주당과 보조를 맞추려다가는 아래로부터의 분노와 에너지, 이를 결집하는 데 필요한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반면, 정의당은 ‘박근혜 하야’를 공식으로 내걸고 전국에서 운동을 조직하고 있다. 반박근혜 투쟁의 선두에 서 왔던 민주노총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경북대, 영남대 등에서도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 선언이 나온다. 정의당의 박근혜 퇴진 캠페인이 민주당의 꾀죄죄함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몸통은 박근혜, 최순실은 깃털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은 박근혜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 둘의 관계가 일반인에게는 충격적인 점들도 있지만, 국가 운영의 수장인 박근혜를 단지 사인(私人) 최순실의 꼭두각시라고 보는 것은 사태의 진정한 본질을 흐린다.

누구를 통해서든 박근혜 정부가 지난 4년 동안 자행해 온 온갖 악행들은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려는 기업주와 기득권층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이었다.


연결고리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고 더 쉽게 자를 권리를 기업주들에게 주려는 것, 세월호 참사의 배경, 구조와 진실 규명 등 모든 과정에서 저지른 사악한 행위들, 친제국주의 군비 증강, 복지 삭감 등의 고통전가까지.

이런 일들이 박근혜, 또는 최순실 일당의 사리사욕만을 위한 것인가? 오히려 박근혜 정부의 정책들에 기업주들과 기득권층, 그리고 새누리당은 한마음으로 지지하지 않았던가.

박근혜가 대통령 권력을 얼마나 개인 재산처럼 여겼으면, 단지 수십년 친분이라는 이유만으로 선출도 검증도 되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어마어마한 권력을 행사하고 특혜를 챙겼겠는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최순실이 박근혜를 일부 대신해 정경유착 부패의 연결고리 구실을 한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부패는 단지 최순실 개인의 농단으로 환원될 수 없다.

또한 정권의 정치적 위기(때로는 경제 위기를 포함해) 때문에 여권 내 분열이 일어나고 그것이 상호 폭로(주로 부패 사건)를 자극해 위기가 증폭되는 것은 한국의 역대 정권 임기 말에 흔히 보던 일이다.

그리고 매번 ‘시종 권력’을 휘두르던 측근(대체로는 가족)이 대통령을 대신해 책임을 뒤집어 써 왔다. 박근혜와 최순실의 경우도 그런 듯하다. 그런데 측근 구속은 오히려 정권을 더 약화시켰다. 그러므로 박근혜의 수사 방해와 역습 기도는 계속될 것이다.

박근혜의 퇴진을 요구하며 행동해야 하는 이유다.

최순실은 깃털 10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최순실. ⓒ출처 <포커스뉴스>


박근혜-최순실의 헌정 유린?

지금 운동 안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 최순실 게이트 폭로 이후에는 ‘국정 농단’, ‘헌정 유린’에 대한 규탄이 많다.

국정 공백과 혼란을 위해 퇴진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반해, 정의당은 국정공백론에 맞서 박근혜 통치 자체가 오히려 헌정 유린이고 국정 문란이라고 퇴진론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헌정수호론은 일관되기가 힘들고 국정 정상화에 목적을 두므로, 자기제한적 전술에 의존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국정농단, 헌정유린론은 박근혜와 최순실 개인의 부패와 무능 문제로 지금 사태의 본질을 축소시켜 보게 하기 쉽다. 즉, 대한민국 국가시스템은 정상인데, ‘(혼이) 비정상’인 여성 둘이 망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봤듯이 과정이 아무리 비밀스러워도 박근혜 정부의 객관적인 정책은 완전히 계급적이었다. 그리고 자본주의 국가의 시스템 자체가 정경유착적인 것이다.

무엇보다 폭발적인 박근혜 퇴진 요구에는 4년 내내 노동자·서민을 쉴 새 없이 못살게 군 정책들, 가령 노동 개악, 복지 삭감, 민주적 권리 침해, 친제국주의 정책들을 중단하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국정 정상화는 이런 염원에 아무런 보증을 해 줄 수 없다.


‘거국중립내각’은 시간벌기용 사기다

거국중립내각론의 핵심은 총리를 여야 합의로 뽑아 대통령 대신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총리가 국회와 협의해 장관도 뽑아(어차피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하므로) 국정 운영을 하자는 것이다.

대통령 사퇴시 국정 공백을 우려한다며 더민주당의 문재인이 제안하고, 10월 말에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정국수습 방안으로 제시했다.

두 당의 쟁점은 박근혜가 대통령으로서 보유한 통치 권한을 포기할 것이냐, 한다면 어느 정도로 할 것이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정작 박근혜는 통치권을 양보하거나 축소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하다.

임기가 1년 반이나 남은 데다가 (최순실 게이트에서 봤듯이) 대통령 권력을 자기 사유물처럼 써 온 박근혜가 권한 이양을 할 것 같지도 않다.

이미 최재경을 민정수석에 앉히면서 검찰 통제 의지마저 드러냈다.

따라서 박근혜를 그대로 두고 새누리당과 거국내각 협상을 하는 것 자체가 표적과 쟁점을 흐리는 것이다.

노동 개악, 복지 축소, 교육 개악, 친제국주의, 민주적 권리 약화 정책들은 한국 지배계급 전체의 이해관계를 대변한 정책들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악행은 새누리당의 악행이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한통속으로 서로 감싸며 저질러 온 악행들이 이미 총체적 불신을 받는 마당에 왜 그들과 국정 수습 협상을 해 면죄부를 주고 반격의 시간을 벌게 해 주려 하는가?

따라서 지금 여권의 거국중립내각 요구에 응하는 것은 부패 공범인 여권에 정국 주도권을 넘겨주는 배신적이고 반동적인 짓이다.


대선관리 중립내각?


박근혜 정부의 부패와 악행을 심판하는 일을 철저하게 국회 내 협상으로 한정시켜 대중의 불만이 일터와 거리에서 투쟁으로 표출되는 것을 가로막는다.

대중은 최악과 차악이 정치권력을 분점하는 양당 체제의 구경꾼으로 있으라는 얘기다. 여야 간 특검 협상이 이런 미래를 예시한다.

여권은 분노의 초점을 분산시키고 관심을 돌리려고 몇몇 파격적인 인사들을 거론하면서 관망을 촉구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려 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대중의 즉각적 분노가 식기 시작하면 우파가 다시금 반격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진정 박근혜를 퇴진시켜 그 악행을 중단시키려면 국회가 아니라 일터와 거리에서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이명박이 국가 재산을 빼먹는 데 관심이 있었다면, 박근혜는 나라를 자기 재산처럼 생각한 것 같다.

박근혜를 퇴진시켜 그 악행을 중단시키려면 국회가 아니라 일터와 거리에서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박근혜 퇴진 운동 다이어리


박근혜 하야 촉구 촛불

매일 오후 7시 청계 파이낸스 빌딩 앞
주최: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박근혜 퇴진 전국 촛불 집회 일정


2016 전국 노동자대회 / 민중총궐기

11월 12일 2시 / 4시 시청광장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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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박근혜 퇴진” 함성으로 가득 메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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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진

“박근혜는 퇴진하라”, “박근혜는 하야하라”

두 구호가 청계광장에서 종로 1가, 그리고 광화문까지 거리를 가득 메웠다.

10월 29일 5시 철도노조의 결의대회부터 청계광장으로 모이기 시작한 행렬은 거리 행진을 시작한 7시 반경에도 끊이지 않았다.

노인들, 동료들과 함께 온 직장인들, 어린 아이와 손잡고 나온 부부와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나온 청년·청소년들까지 참가자들의 구성은 참으로 다양했다. 특히 집회와 시위에 처음 나온 듯한 10~20대 젊은이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밤늦게까지도 ‘역사적 순간에 함께하자’며 친구들과 자리를 지켰다.

집회 후 참가자들이 청계광장에서 거리로 나오는 데에만 30분이 넘게 걸렸다. 행진 과정에서 더 불어난 행진 대열은 5만여 명에 이르렀고, 행진 선두가 세종문화회관 앞에 이르는 동안 종로1가 차도 전체와 인도까지 가득 메운 인파는 종각 사거리까지 이어졌다.

충격적인 최순실 게이트의 실상이 본격적으로 폭로된 지 일주일 만에 수만 명이 모여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이는 박근혜 퇴진 요구가 단지 최순실 사건에 대한 불만에서만 비롯한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최순실 게이트의 몸통도 사실 따져 보면 박근혜다.) 퇴진 요구는 4년 내내 노동자·서민을 쉴 새 없이 못살게 군 박근혜 정부를 향한 분노이자 노동 개악과 교육 개악, 고통전가 정책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주말 집회에서 성난 민심이 표출될 것을 걱정해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가 긴급 회동을 하고 청와대 수석들의 일괄 사표를 받고 정호성 등 문고리 권력들까지 압수수색을 하는 쇼를 벌였지만, 이미 봇물 터지듯 분출한 분노를 잠재울 순 없었다.

오히려 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그새 증거 인멸을 어느 정도 해놓고 이제 와서 쇼를 한다고 반응했다. 박근혜의 어떤 말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여러 언론사들이 내보낸 인터넷 생중계마다 수만 명의 시청자들이 몰려 이 집회에 전국적인 관심이 쏠렸음도 알 수 있었다.

하루 전 백남기 농민 부검 영장 재청구를 포기한 경찰은 급변한 정치 상황 속에서 곤혹스런 처지를 드러냈다. 차벽이나 물대포 협박을 하지도 못했다. 해산 방송을 하면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운운하는 저자세의 표현도 썼다. 수만 명이 순식간에 광화문광장까지 진출해 박근혜 퇴진을 외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럼에도 맨몸의 시위대에게 최루액을 쏘는 등 비열한 본능을 감추진 못했다. 심야까지도 수천 명이 “비켜라”,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경찰과 대치했다.


청계광장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 촛불” 대회는 오후 6시에 시작됐다. 6시를 한참 앞둔 이른 시각부터 시청역, 종각역, 광화문역 방면에서 사람들이 청계광장으로 몰려 들면서 집회 시작 전부터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가 됐고,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고조됐다. 주최측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대열 뒷편에서는 무대 발언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참가자가 적을 것이라던 경찰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청계 광장에 모인 사람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참가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미진

연단에 선 발언자들이 박근혜 퇴진의 정당성을 주장할 때마다 대열에선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백남기 농민 사망 직후부터 경찰의 부검 시도에 맞서왔던 백남기투쟁본부 공동대표인 가톨릭농민회 정현찬 회장은 "국민 여러분의 힘으로 백남기 농민을 지켜냈다"면서 "더이상 국민들을 고통으로 몰지 말고 박근혜 정부는 즉시 퇴진하라"고 포문을 열었다.

박근혜 퇴진 보건의료인 선언을 주도한 우석균 보건의료연합 정책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재벌들을 폭로했다. "재벌들은 박근혜 정권의 공범이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수백억 원을 삥 뜯긴 듯이 얘기하지만, 그 돈을 바친 직후 박근혜 정부는 노동개악, 의료민영화, 공공서비스 민영화 담화문을 발표했다"면서 "사유화된 국가권력으로 노동자 서민 등쳐서 재벌에 돈을 갖다준 것이 최순실게이트의 실체"라고 주장했다.

33일째 파업을 하고 있는 철도노조 김영훈 위원장은 ‘시국선언’을 낭독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불편해도 괜찮아라며 응원해 준 덕분에 파업을 한 달 넘게 이어가고 있다"며 감사를 표하고 투쟁을 이어겠다고 해 더 큰 환호를 받았다.

진보 정치인들도 집회를 지지하며 박근혜 퇴진을 요구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민주노총 의원단의 김종훈 의원,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이재명 성남시장이 함께 나와 박근혜가 퇴진하는 것이 해법이며 싸워서 퇴진시켜야 한다고 호소해 참가자들의 자심감을 북돋웠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 특혜에 연루된 총장을 학내 투쟁으로 사퇴시킨 이화여대의 김승주 학생(노동자연대 학생그룹)의 발언도 큰 박수를 받았다. 김승주 학생은 박근혜가 그리 떠들던 법과 질서를 스스로 박살냈다며 사퇴만이 유일한 사과라며 퇴진 투쟁을 이어가자고 호소했다.


행진

행진은 장관이었다. 청계광장에서 종각사거리로 나가 광화문으로 향한 대열은 순식간에 세종문화회관 앞부터 광화문 사거리까지를 가득 메웠다. 맨 앞의 대열이 경찰 저지선과 대치하는 동안, 중간 대열에서는 주최측의 방송차를 이용한 자유발언대가 마련됐다.

△행진 시작 30분이 지나도록 여전히 청계광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미진

자유발언대에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분노한 청소년들이 줄을 이었다. 분노한 대학생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한 초등학생은 “박근혜 이모가 잘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어른이 나왔다며 박근혜 ‘이모’가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고등학생들의 발언이 많아 많은 사람이 고무됐는데, 학생들은 우리가 살아야 할 세상이 이래선 안 된다고 기염을 토했다.

초등학교 때 엄마와 함께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에 나왔고 중학교 때 또 엄마와 함께 세월호 집회에 나왔다는 고등학생의 발언도 인상적이었다. “우리 엄마의 오빠가 서해 페리호 사건으로 돌아가셨는데, 또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면서 “잘못된 세상이 바뀌지 않아서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 같다.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집회가 기획되고 홍보된 지 3일 만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분노를 가득 안고 모인 것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폭로한 부패하고 추악한 실상 때문만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온갖 악행들에 치를 떨며 지내 온 4년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29일 집회와 행진은 박근혜가 심화시킨 불평등과 불안정, 고통전가에 대한 항의였다.

그래서 박근혜 퇴진 요구가 정당하며 상당한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음도 보여 줬다. 즉 운동이 계속될 것임을 보여 준 것이다. 그러려면, 지금껏 그래왔듯이 조직된 노동자들이 앞장서야 한다. 청계광장 집회에서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은 ‘박근혜를 끌어내리기 위해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으로 앞장서겠다’고 했다. 오늘 참가자들은 환호와 박수로 이 약속을 지지한다고 표현했다. 노동운동이 실질적인 투쟁계획을 세우고 실행해 이런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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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최순실과 정유라가 누구시길래 이렇게’

썩어빠진 시궁창 박근혜 정부


<노동자 연대> 183호 | 발행 2016-10-19 | 입력 2016-10-18




미르 재단과 최순실(개명 전 이름, 현재 최서원) 문제를 세상에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얄궂게도 박근혜의 아군인 밤의 대통령 〈조선일보〉와, 박근혜가 측근 부패를 방지한다며 직접 신설해 임명까지 한 청와대 특별감찰관실이었다.


그러나 청와대의 격분에 〈조선일보〉가 먼저 나가떨어졌다. 이어 특별감찰관실이 공중분해됐다. 박근혜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대응은 도대체 ‘최순실이 누군데’ 하는 의혹만 키웠다.


그렇게 해서 최순실을 고리로 미르와 K스포츠 두 재단, 정유라와 차은택, 재벌들과의 정경유착 실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부패 계보 (크게 보기) ⓒ노동자연대

△“해도해도 않되는 망할새끼들”(정유라 레포트 중에서) 비밀스런 권력의 부패 복마전은 정경유착의 실상을 보여 준다. ⓒ 이미진


두 재단은 각각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창조 문화·스포츠 산업에 대한 기여를 표방했다. 즉, 박근혜의 임기 말과 퇴임 후의 치적 홍보용 성격이 큰 것이다.


이 재단에 재벌들이 (전경련을 통해) 보름 만에 8백억 원이 훨씬 넘는 돈을 걷어줬다. 친기업 정책 추진에 다걸기 하는 정부에 기업주들이 ‘성의’를 보인 것이다. 전경련 부회장 이승철과 정책기획수석 안종범이 모금의 주체였고, 최순실이 ‘회장님’으로 불리며 재단 설립을 총지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26일 설립신고를 한 미르재단의 설립 실무는 차은택 쪽이 맡았다. 그는 최순실이 박근혜에게 천거해 2014년 이후 출세가도를 달렸다. 2014년 8월 차은택이 몸담은 회사의 대표였던 김종덕이 문화체육부장관이 됐고, 12월에 외삼촌인 김상률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됐다. 차은택 본인도 올해 초까지 창조경제추진단장과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을 지냈다. 미르재단 초대 이사장 자리에는 차은택과 함께 영상홍보회사를 운영했던 인물이 앉았다.


올 1월 설립된 K스포츠재단에는 최순실의 단골 마사지센터 사장이 초대 이사장이 됐다. K스포츠재단은 최순실이 더 많은 것을 챙긴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엔 이유가 있었다. 승마선수이자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는 올해 초부터 독일에서 장기 해외 훈련을 시작했다. 이 훈련단 일행의 숙소와 훈련장 등 체류 관련 실무를 K스포츠재단이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이 재단의 첫 업무였던 셈이다. 이들은 20실 규모의 호텔을 통째로 빌려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사를 쓰는 상황에서 〈경향신문〉은 K스포츠재단이 국내 모 재벌에게 80억 원을 비인기 종목 도쿄올림픽 유망주 지원 명목으로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재단은 독일에서 비덱이라는 회사를 통해 선수를 관리하겠다고 했고, 이 비덱은 독일 현지 법인으로 최서원(최순실)과 정유라가 공동 지분을 가진 회사라는 것이다. 이젠 스포츠 투자를 빙자한 재산 해외 도피 의혹까지 생긴 것이다. (이 기사를 인쇄소로 넘길 시점에 한국과 독일에 더블루K라는 최순실 소유의 또 다른 K스포츠 재단 연계 기업이 폭로됐다. 독일의 더블루K는 비덱과 주소지가 같다고 한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결국 정유라는 지금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연결 고리가 돼 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정유라는 이화여대에 부정 입학했다. 정유라의 체육특기생 입학 지원 자격 자체가 미달이었다. 그러나 이화여대 입학처장이 총장에게 박근혜와 최순실, 정윤회, 정유라의 관계를 그림으로 그려가며 설명하는(“지금 누구의 딸이 우리 대학에 지원했다!”) 특별한 과정을 거친 뒤에 무난히 합격했다.




정유라가 학교를 안 나가서 학점 받기가 어렵자, 학칙을 바꿔 해외 훈련과 대회 출전 계획을 미리 내면 학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줬다. 그러나 올해 4월에 정유라가 냈다고 이화여대 당국이 국정감사에 제출한 계획표에는 올해 9월 시합의 ‘결과’까지 표시돼 있었다. 4월에 서류를 낸 것처럼 조작하다가 실수한 듯하다. 오죽하면 입학부터 학점까지 ‘시간을 달리는 소녀’라는 비아냥이 나오겠는가. 이런 대가로 이화여대는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을 싹쓸이했다.


대한승마협회가 마치 정유라의 매니지먼트 회사처럼 정유라를 특별 관리한 것도 드러났다. 그런데 지금 승마협회의 협회장을 비롯한 핵심 집행부는 모두 삼성전자 임원들이다. 이들은 정유라의 독일 훈련 비용을 승마협회 공식 사업비로 지출하려 했고, 국가대표 감독을 보내어 개인교습을 하게 했다. 이런 일들이 승마협회의 2020년 도쿄올림픽 금메달 프로젝트로 포장됐다. 삼성이 세계 최고 수준의 명마를 정유라에게 선물한 정황도 드러났다.


결국 청와대와 교육부, 전경련과 삼성, 이화여대, 일부 예술계·스포츠계 인사들이 모두 연루된 표면적 중심에 정유라가 있는 셈이다. 그 정유라와 박근혜를 잇는 고리가 어머니인 최순실이니 결국 박근혜와 최순실의 특별한 관계가 이 엄청난 권력형 부패 스캔들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그밖에도 실세로 부각된 정윤회(전 남편), 우병우(추천), 차은택(추천) 등 모두 최순실과 관련 있는 인물들이다. 최순실은 박근혜가 1970년대 청와대 시절 멘토처럼 따랐다는 최태민의 딸이다. 최순실은 그 시절부터 40년간 박근혜의 최측근으로 지내 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대통령 취임식 등 중요 행사에 박근혜가 입을 한복과 보석류까지 최순실이 골라 주고, 최순실이 추천한 개인 트레이너를 청와대의 고위직에 임명할 정도로 둘은 각별한 사이라는 것이다.


결국 기업주들이 정경유착으로 특혜를 받으려 한 것이든, 딸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 시나리오를 위해 권력을 이용한 것이든, 권력자가 둘 다 이용하다 들킨 것이든, 그 본질은 같다. 사익을 위해 국가권력이 동원된 전형적인 권력형 특권층 부패인 것이다.


물론 공식 직책도 없는 측근들의 권력형 부패가 문제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독재 정권들은 물론이고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 모두 임기 말에 대통령의 아들 또는 형이 연루된 권력형 부패가 드러나 정권이 약화됐다. 한국의 자본주의적 ‘민주주의’가 부패하고 불안정하다는 점이 다시금 드러난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보여 준 것


최순실 게이트는 첫째, 박근혜 정부의 부패한 정경유착 실상을 확실히 보여 줬다. 박근혜 측근들이 운영할 ‘듣보잡’ 재단을 위해 재벌들이 보름 만에 1천억 원 가까운 돈을 냈다. 삼성이 맡고 있는 대한승마협회는 마치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매니지먼트 소속사처럼 움직였다. 기업화된 대학(이화여대)도 이 대열에 끼었다. 이런 ‘자발적’ 지원과 헌납은 정권의 압박 탓도 있겠지만, 주로 노동 개악, 의료와 철도 등의 민영화와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각종 정부 사업에서의 특혜 등을 바라는 대가성이다.


둘째, 박근혜의 통치 스타일과 부패한 인적 기반을 드러냈다. 박근혜의 권력 독점적 통치 스타일 탓에 잘 드러나지도 않은 민간인 ‘비선 실세’가 박근혜 권력의 그림자 속에서 엄청난 특권을 누려 왔다. 사진 몇 장 말고는 언론조차 어디 사는지 목소리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비선 실세’, ‘회장님’이라는 별칭으로 전횡을 휘둘러 온 것이다.(〈jtbc〉는 최순실의 대화 녹음 파일을 보도하면서, 본인 목소리를 비교·확증할 근거가 없어서 인용 보도 형식으로 처리했다.) 이런 비밀스런 실세 가족을 위해 정부와 공적 기관들, 재벌이 움직였다.


결국 세월호 참사 당일 근무시간에 사라져 놓고는 ‘사생활이니 묻지 말라’는 적반하장도 이처럼 권력을 사유물처럼 다뤄 온 특권층 DNA의 반영이었을 것이다. 이런 자들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나 파업 노동자들에게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라’고 비난하는 것은 정말로 역겨운 일이다.


셋째, 아군인 <조선일보>가 이런 비리를 캐려 한 것은 여권 내부의 균열을 보여 줬다. <조선일보>가 꼬리 내린 뒤 <한겨레>가 폭로를 이어간 것도 시사적이다. 정보원이 건재한 것은 여권 내 균열이 봉합된 게 아니라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은 중앙선관위가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한 새누리당의 ‘꼴통 친박’ 김진태 등을 빼고 기소했다. 선관위가 이에 반발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한 것도 권력 이완의 한 양상을 보여 준다.


행복 끝, 레임덕 시작


정권의 비밀스런 추문이 터져나오고 부패 폭로가 순식간에 박근혜의 턱밑까지 치달은 것은 실로 심각한 위기의 징후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정치자금을 헌납한 것을 두고 경총 회장이 ‘기업의 발목을 잡아 돈을 뜯어낸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은 시사적이다. 기업주 대표의 이런 냉소적 반응은 십중팔구 (측근 실세까지 챙겨주며) 이 정부와 정경유착을 한 대가가 시원찮아서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려고 대우조선과 롯데 등을 뒤졌으나, 자신의 부패도 함께 폭로됐다. 오죽하면 이명박이 ‘나도 못했는데, 박근혜는 더 못한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하기까지 했을까.


박근혜 정부의 국정 지지도도 최근 폭락했다. 19~40대에서 지지율은 10퍼센트대다.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율도 취임 후 최저다. 이런 지지율 폭락에는 경제 실패 등에서 드러난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반감과 염증이 근본적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요인들을 증폭시킨 것은 9월 하반기부터 이어지는 공공부문 노동자 파업이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11월 12일 대규모 민중총궐기도 예정돼 있다.


상처입은 야수가 사납듯이, 그럴수록 박근혜는 노동자 투쟁에 더 강경하게 나올 것이다. 노동운동은 위축되지 말고 박근혜의 취약성을 이용해 투쟁을 지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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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 주에 쓴 기사인데, 이제 올림.


박근혜 정부의 급전직하 위기 ─ 저항을 건설하자


<노동자 연대> 182호 | 발행 2016-10-04 | 입력 2016-10-03


새누리당 대표 이정현이 야당 규탄 단식을 7일 만에 중단했다. 국정감사 거부도 중단하기로 했다.


애초 이정현의 단식은 박근혜와 직결된 권력형 부패 의혹이 연이어 터진 상황에서 부패 스캔들에 쏠리는 시선을 분산시키고 국감 거부 방침이 당내에 관철되고 유지되도록 하는 수단이었다. “프레임 전환”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박근혜에 대한 국민적 의혹 → 여야 간 대권 진흙탕 싸움)


그러므로 비장함보다는 비웃음을 더 많이 산 이정현의 단식은, 집권당 대표가 ‘밀실 단식’ 퍼포먼스를 벌여야 할 정도로 이 정부가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에 처했음을 보여 줬다.


박근혜는 양보하고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 자체가 레임덕 위기를 키울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러나 지금은 레임덕 위기를 막으려 무리수를 둘수록 정권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커져 가는 상황이다.


△다중적 위기 박근혜는 경제 위기, 권력형 부패 추문,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혼란에 빠져 있다. 박근혜 정부가 무능하고 임기 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노동자 투쟁이 버티고 있고, 구조조정 시도 등이 지배계급의 단결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사진 이미진



청와대와 전경련의 증거 인멸 시도


박근혜는 이번 국감이 싫었을 것이다. 야당들에게 정부의 실정들을 말로라도 공개적으로 따져 물을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사드 현안이 있는 국방위원회의 국감 진행 문제를 놓고 친박 강경파들이 특히 민감했던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9월 30일에는 우병우 감찰 과정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의 강제 모금 의혹을 조사(정식 감찰을 위한 사전 조사)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특별감찰관실에 대한 국정감사가 파행으로 끝났다. 박근혜는 9월 23일에 이석수의 사표를 수리하고 27일에 (감찰관이 공석이라는 이유로) 나머지 인원들까지 모두 해임했다. 이로써 이들이 기관증인으로 국감에 나올 수 없게 됐다. 차라리 9월 23일 이전에 이들의 사표를 수리하고 해임했다면, 일반 증인으로라도 부르는 게 가능했다. 사실상 특별감찰관실 해체로 국감 증인 출석을 계획적으로 가로막은 것이다.


같은 때 전경련도 미르·K스포츠 재단은 청와대 측이 아니라 자신들이 주도해 만든 것이고 돈도 자기들이 알아서 걷은 것이라며 ‘해체’ 방침을 밝혔다. 그리고 두 재단과 돈을 낸 대기업들이 일제히 관련 서류를 파기하기 시작했다.


결국 새누리당의 국감 거부야말로 부패한 기득권 ‘귀족’들을 위한 파업인 것이다.




다중적 위기로 정치적 혼란에 빠진 박근혜 정부


총선 참패 이후 박근혜 정부에게는 난관의 연속이었다.


총선 직후에는 경제 위기와 구조조정을 부각하며 지지율 회복을 노렸지만, 오히려 구조조정의 속도와 방법, 책임 소재 등을 둘러싸고 지배계급 내 이해 다툼만 거세졌다. 정권과 기업주들의 무능과 무책임만 드러낸 한진해운 파동이 한 사례다.


롯데와 대우조선을 털다가 의도치 않게 현 정권의 대우조선 부실 책임론이 터져 나왔다. 구조조정 컨트롤타워 구실을 하려던 ‘청와대 서별관회의’가 도리어 국회 청문회 대상이 되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우파들을 단합시키는 의제인 안보 문제도 부각했지만, 사드 배치 문제는 텃밭이라던 경북 성주에서 대대적인 저항에 직면했다. 지금은 김천시로 저항이 번졌다.


게다가 핵발전소와 핵폐기장이 있는 경북 경주와 울산 일대에서 큰 지진이 나면서 정부의 대처 능력 부실이 또 드러났다. 영남이 오히려 지지율 추락의 진앙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병우를 시작으로 최순실, 안종범 등 최측근 비리가 줄줄이 폭로됐다. 미르·K스포츠 재단 정치자금 모금 의혹에는 박근혜 자신이 연루된 걸로 보인다. 여기에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인 김재수 임명 강행도 악재가 됐다.


한마디로 뭘 해도 잘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위기감 때문에 노동자 파업을 두고 불법 운운하며 협박하고, 백남기 농민 사망, 세월호에 대해 야비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궁지에 몰릴수록 대중을 상대로 가시돋힌 독설이나 퍼붓고 비루한 측근에만 더 의존하는 행태는 반감만 키울 뿐이다.


이런 정치 상황은 노동자 투쟁에도 유리한 조건이 된다. 9월 23일에 금융노조 하루 파업은 공공부문 노동자 5만여 명의 파업으로 바통을 넘겼다. 9월 29일, 10월 1일 집회는 수만 명이 결집했다. 오랜만에 하루 전면파업을 한 현대차지부도 사측에 수조 원의 타격을 주며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파업 투쟁이 익숙치 않은 노조부터 전통적인 민주노총의 오른팔 노조까지 모두 파업으로 정부와 맞서는 건 시사적이다. 조직된 노동자들이 박근혜에 맞선 저항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더 단호하게 투쟁하면 전진할 수 있다.



미르·K스포츠 재단 건립 비리, 노동자 임금 투쟁 비난 자격 없다


오랫동안 비선 실세 의혹을 받아 온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이 국정에 깊이 개입한 정황이 폭로되며 박근혜의 턱밑까지 치부가 드러나고 있다.


△소싯적(1979년) 최순실(좌)과 박근혜. ⓒ사진 출처 <뉴스타파>



최순실은 박정희 정권에서 박근혜가 퍼스트레이디 구실을 대신할 때, 측근으로 알려진 최태민의 딸이다. 최순실과 박근혜는 그때부터 40년간 측근 관계를 유지해 왔다.


얼마 전까지 그녀의 남편이던 정윤회가 실세 의혹을 받아 온 점과 그 딸이 이화여대 입학 과정에서부터 제공받은 엄청난 특혜를 보면, 최순실이 박근혜와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 짐작이 간다. 오죽하면 실제 권력 서열은 최순실이 1위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개인적인 측근이 공적인 권력의 후광으로 전횡을 휘두르는 것이야말로 부패한 권력의 전형이다.)


그러니 최순실 측근이 이사장인 ‘듣보잡’ 재단이 재벌들에게서 순식간에 8백억 원이나 되는 돈을 받아낸 일이 단순히 최순실 개인의 비리겠는가? 창조경제 기여를 목적으로 한 이 재단들의 수백억 모금 과정에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안종범이 가담하고, 모금액 규모가 재계 서열대로이며, 재단들의 위치도 공교롭게 모두 박근혜의 삼성동 사저와 1킬로미터 근방이라는 점은 이 ‘불법 정치자금 게이트’의 몸통을 짐작케 한다.


그래서 박근혜가 아군인 <조선일보>와 유혈 낭자한 전투를 치러가며 청와대 민정수석 우병우를 보호하고, 자신이 임명한 특별감찰관 이석수를 내친 것은 모두 의혹 추적이 이 재단의 모금 문제로 모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경련 기관지나 다를 바 없는 <한국경제> 김정호 수석논설위원이 11개월 전에 쓴 칼럼은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몇몇 기업에 물었다. 미르에 왜 돈을 냈냐고. 답은 ‘내라니까 냈다’였다. 누가 내라고 했느냐고 다시 물었다. ‘다 아시면서’라는 꼬리 없는 답이 돌아왔[다.]”(<한국경제> 2015.11.19. “이런데도 법인세를 올리자고?”)


이런 강제 모금에는 기업주들을 검찰, 국세청 등이 지속적으로 압박해 온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노동법 개악 등 강성 친기업 행보를 하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협조 성격도 있었을 것이다. 법인세 인상을 하지 말라는 앞선 <한국경제> 칼럼의 제목이야말로 돈을 낸 기업주들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박근혜와 재벌들의 유착물인 권력형 부패 스캔들에서 나는 악취는 그들이 노동계급 공동의 적임을 보여 줄 뿐이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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