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에 이어 진상규명 책임도 방기하는 냉혹한 통치자들




사고 예방 안전 조처를 방기하고 구조도 방기해 애꿎은 목숨 수백여 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이제 국가는 진상규명 책임마저 방기하고 있다.


노동계급의 많은 사람들은 지난 두 달여 동안 세월호 참사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몸서리를 쳐야 했다. 이윤 경쟁을 위한 비용 절감 노력이 어떻게 부패와 특권의 고리를 만들어 내는지, 이 고리가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과 생명을 우선순위에서 배제해 위험으로 내모는지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이윤 경쟁 체제와 그 체제의 수혜자들이 저지른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었다. 물론 체제가 만들어 낸 필연적 사고이기도 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는 1년에 2천여 명이 죽는 산업재해를 상징하는 이름이 될 수 있었고, 또 1년에 청소년 수백 명을 자살로 몰아가는 입시교육의 잔혹함을 상징하는 이름도 된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이 체제의 수호자들이 통치의 정당성을 해칠 진상 규명에 진심으로 협조할 리 없다. 부패에 물든 주류 정치인들은 체제와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기업주나 국가관료들(‘관피아’) 못지 않게 두려워한다.


치부


유가족들의 국회 농성 끝에 6월 2일 출범한 국정조사특위가 한 달 가까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이유다.


이런 점들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전국에 임시 반상회를 열고 생중계 체포 쇼까지 벌이며 세월호 참사 책임을 어떻게든 유병언 일가의 탐욕 문제로 한정하려 한다. 특히 새누리당은 정권 책임론으로 번질까 봐 어떻게든 실체적 진실 파헤치기를 방해하고 있다.


게다가 이 정부는 세월호 참사 책임만 피해가려 꼼수를 부리는 게 아니다.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낳을 수 있는 의료 민영화, 철도 민영화 등을 강행하고 있다. 심지어 국가 예산의 지원을 제대로 못 받는 소방 노동자들의 정당한 항의에 징계 협박을 하고 있다.


자본주의와 그 수혜자ㆍ수호자들이 우리를 계속 지배하는 한 노동계급에게 세월호 참사는 계속해서 진행형이다.



※ <노동자 연대> 1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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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윤 시스템에 도전하는 투쟁이 필요하다

국면 전환 시도, 위기를 맞다




6ㆍ4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박근혜의 국면 전환 시도가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유가족들이 성역 없는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국회에서 농성을 벌인 끝에 5월 29일 밤 집권당의 양보를 받아냈다. 


‘청와대 비서실과 국가안보실, 국가정보원 등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키고, 조사 대상 기관의 장들이 조사에 나오며, 조사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5월 초에도 유가족들의 청와대 앞 농성으로 KBS 사장이 사과하고 보도국장이 자리에서 물러났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믿었던 안대희 카드가 실패한 뒤 군색해진 박근혜의 처지가 드러난 것이다.(집권당의 지방선거 승리 전망도 썩 밝지 않은 듯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위기 정국에서 탈출하려고 박근혜는 채찍과 당근을 모두 사용해 왔다.


‘해양경찰청 해체’라는 충격 요법을 곁들인 대국민 담화 ‘눈물 쇼’도 보여 줬다. 


언론이 만들어 준 청빈ㆍ강직 이미지의 안대희를 총리 후보에 내정했다. 국정원장 남재준과 청와대 안보실장 김장수도 물러나기로 했다.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 원인은 유병언 일가”라며 속죄양 삼기도 하고 있다.(물론 이들은 죄 없는 속죄양이 아니다.)


박근혜는 예민해진 노동계급 사람들의 분노를 이런 조처들로 피해가려 한다. 그러면서도 정치적 저항에 대해서는 칼을 세웠다. 


경찰을 이용한 탄압을 부쩍 강화했다. 세월호 참사 항의 시위 참가자 수백 명을 연행했다. 참사 항의 교사 선언에 징계의 칼을 들이대려 하고 있다. 


심지어 세월호 유가족을 미행하다가 들켰다. ‘바다 경찰 해체’라더니 육지 경찰은 더 바빠졌다.


이런 대응은 예상됐던 것이다. 애초에 자본주의의 “적폐”가 쌓이고 쌓인 끝에 일어난 사고인 만큼 기업주들의 대변자 박근혜가 무엇을 해결할 수는 없다. 


박근혜는 어떻게 이 기회를 역이용해 의료와 철도 등의 민영화,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을 추진할까 하며 기회만 노리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 국면에서 반동의 추진력이 일시적으로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발목을 잡은 것은 역시나 부패였다. ‘관피아 척결에 앞장서겠다’던 안대희 본인이 전관예우(‘법피아’)의 ‘국가대표’였던 것이다.


안대희는 대법관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해 1년도 안 되어 수임료를 최대 27억 원이나 챙겼다. 개업 두 달 만에 십수억 원짜리 롯데캐슬을 산 것도 의심스러운데, 이마저도 탈세를 노리고 구입가를 축소 신고했다.


안대희는 2003년 차떼기 수사 때, ‘미래 권력’인 박근혜를 무혐의 처리했었다. 대가성이 명백했는데도 말이다. 박근혜가 안대희를 보은성 중용한 것 자체가 부패다.


결국 안대희는 박근혜 정부의 ‘관피아 척결 1호’가 됐다! 바로 이런 일이 두려워 ‘지방선거 전 내각 총사퇴’ 카드를 쓰지 못하고 총리만 교체했던 박근혜로서는 타격을 받게 됐다.


게다가 탄압을 강화했는데도 저항의 강도는 더 커지고 있다. KBS 두 노조가 어용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공동 파업에 들어갔다. 열기도 세고 지지도 높다. 민주노총은 6월 총궐기 시위를 예고했고, 약 1백30명의 교사들이 ‘박근혜 퇴진’ 선언을 했다.


이런 때야말로 친자본주의적 반동에 맞서 “돈보다 생명과 안전”을 외치며 싸워 왔던 조직노동자들이 제 힘을 발휘할 때다.


KBS 노조들처럼 세월호 참사와 각 작업장의 고유한 쟁점들을 서로 연결시켜야 한다. 그래야 이윤에 타격을 주는 투쟁을 할 수 있고 그래야 정부와 기업주들을 진정으로 압박할 수 있다.


※ <노동자연대> 127호에 실림. ☞ 바로가기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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