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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07 18대 대선 투표에 관한 내 생각


이번 대선은 새로운 경제 위기가 다가오는 전조 속에서 치러지고 있다.


투표를 앞두고는 노골적으로 말하지 않고 있지만, 기성 친자본주의 정당의 누가 당선돼도 어떤 형태로든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아직 결과를 예단할 순 없지만] 유독 박근혜가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는 상황이 적지 않은 이들에게 불쾌감과 불안감을 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박근혜는 18년간 독재 정치로 한국 정치를 피로 물들여 왔던 박정희의 딸이자 그 정치의 계승을 목표로 하는 반동적 우익이다.


박근혜는 유신체제에서 이미 정치활동에 참여해 독재 권력을 누렸던 자다. 박정희가 죽은 뒤에는 전두환 정권의 비호 아래 박정희가 강탈한 재산을 물려 받아 호위호식하며 살아온 자다.


그는 야당 시절,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같은 가장 기본적인 민주 개혁조차 “국가정체성에 어긋난다”며 극렬하게 반대해 왔다. 이명박이 추진한 부자 감세, 각종 사기업화, 기업의 공익적 규제 완화 정책 등은 박근혜가 2007년 내세운 ‘줄푸세’의 연장선이었다.


지금 박근혜 주변에는 군사독재 시절의 옛 영광을 그리며 사는 특권층 늙은이들과 1퍼센트 자본가들이 줄을 서고 있다. 전두환과 김영삼, 이건희와 정몽구, 방일영 등이 박근혜와 손을 잡고 있는 것이다.


저들은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에 저항할 노동자운동을 단속할 권위주의적 우익 정부가 필요하다고 여긴다.


바로 이것이 바로, 올라가진 못해도 내려가진 않는다는 박근혜 40퍼센트 지지율의 실체다. , 경제 위기와 저항에 대비해 똘똘 뭉친 1퍼센트 특권 우파들의 결집, 보수대연합이다.


물론 박근혜가 이긴다고 해서 박정희·전두환 체제를 곧바로 되살릴 순 없다. 그런 일을 허용할 만큼 노동자운동의 조직과 의식이 후퇴하거나 훼손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보수 대결집과 낮은 투표율 덕분에 당선한 정권은 오히려 취약한 기반 속에서 반동적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모순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박근혜가 집권하면, 당분간 우익들이 더 자신감을 얻어 더 반동적 목소리를 높일 것은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우파 정책이 면죄부를 받았다고 우기면서, 반민주·반노동 공세에 더 성마르게 나서고 싶어할 것이다. 저들은 이명박 정부 5년을 그런 기회로 삼으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박근혜의 집권에 반대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우리는 박근혜 집권을 저지하고 싶어하는 수백만 대중과 수십만 노동자들의 염원에 공감한다


노동자들은 박근혜 당선 후 반동적 우익들의 환호성을 듣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이다


이런 정치 양극화 때문에 1퍼센트 특권층과 보수 세력이 박근혜로 집결하는 만큼, 그 반대편에서도 그런 결집이 이뤄지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지금 선거에서 박근혜에 맞선 결집은 진보정치세력이 아니라 민주통합당의 문재인에게로 이뤄지고 있다. 노동자들의 염원이 뒤틀리고 굴절돼 정치 양극화가 부분적으로 왜곡되는 것은 현재 선거 구도에서 문재인이 유일하게 박근혜를 낙선시킬 후보로 돼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과 박근혜의 확장성 한계가 불러온 위기가 여러 차례 왔는데도, 박근혜 대세론이 끈질기게 살아남은 것은 민주당의 한계와 진보정치세력의 분열과 약화 때문이다.


우선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이전 10년 동안 정리해고를 도입하고 비정규직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한미FTA를 추진했고, 명분없는 미국의 전쟁에 군대를 파병했다.


기업과 부자에게 세금을 깎아주기 시작한 것도, 새만금 등 각종 환경파괴 개발 정책을 대규모로 추진한 것도 민주당 정부였다. 제주 해군기지에서 삽을 뜬 것도 그들이었다.


문재인은 딱부러지고 선명하게 이런 과거와 내용에서 단절하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이명박근혜 정권을 심판하자”면서도 새누리당과 합의해 진보정당을 국회 운영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새누리당과 달리 민중운동과도 어느 정도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지만, 그 뿌리는 명백히 친자본주의 정당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 이런 약점과 과거의 기억 때문에 그들은 반박근혜 정서를 가진 젊은 세대에서 충분한 지지를 끌어모으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진보정치세력이 분열·약화하면서 이런 상황에 제대로 된 선거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에 있다. 민주노총도 정치방침을 결정하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조직 노동운동이 분열해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 진보 후보들은 많아야 1퍼센트대 지지율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불가피하게 떨떠름한 심정으로 문재인을 지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문재인에게서 어떤 희망을 발견한다기보다는, 최선의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를 보고 싶지 않아서,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한다는 심정인 것이다.


미국 역사가 하워드 진은, 주류 양 당 사이의 사소한 차이가 노동자·민중에게 의미있는 차이가 되는 경우는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진정한 압력을 권력자들에게 행사했을 때라고 충고한다.


무엇보다 다가오는 경제 위기 고통전가 공세에 맞설 투쟁을 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시기와 방식은 다르더라도 친자본주의 정당의 후보들이 집권하면 내핍 정책과 공격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이미 이명박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복지를 삭감한 긴축 예산으로 짜 놨고, 레임덕 속에서도 공공서비스의 사기업화 정책을 추진할 기반을 닦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아마 박근혜가 집권하면 좀더 빨리 더 노골적으로 공공부문 공격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자신감있고 강력한 것은 아닐 거라는 것과 그들의 계급적 처지 때문에 반동적 공세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모순되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은 자신이 어떤 사회적 염원 속에서 집권했는지 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워 하며 사회적 협약을 맺자는 방식으로 [사실상은 고통전가인] ‘고통분담’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낙선한 우파의 신경질적이고 반동적 압박에 얼마나 일관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바로 이런 점들 때문에 박빙의 상황 속에서 박근혜와 문재인 둘 다 99퍼센트 대중을 위한 시늉뿐인 개혁에 대해서조차 점점 말을 아끼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철탑 농성과 경고 파업, 쌍용차와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고공 농성은 이처럼 대선에서 주류 후보들이 진정한 진보 의제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자본주의를 방어하는 후보보다 자본주의 체제를 반대하거나 이의제기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원론적으로 더 좋은 일일 수 있다. 실제로도 이정희, 김소연, 김순자 후보는 지금 훌륭하고 통쾌하게 노동운동의 대의와 투쟁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나는 진보 독자 후보들의 목소리에 공감하고, 이들에 대한 투표 심정을 이해한다.


그러나 진보진영이 분열한 탓에, 선거에서 이들의 존재감이 너무 미약하다. 현대차,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이 광범한 사회적 지지를 받고 있는데, 이런 지지를 1퍼센트도 안 되는 득표로 대표한다고 말하기는 좀 곤란하다.


1997년과 비교해도 당시 권영길 후보는 민주노총 위원장이었고, 연초에 정권을 강타한 대중파업의 지도자였다. 자신감을 갖고 민주노총은 독자 후보 출마를 공식 결의했다. 그렇게 해서 민주노총 조합원 3분의1 가량이 권영길 후보에게 투표했고, 여기에 상대적 소수의 진보 대중의 표가 합쳐진 것이 30만여 표였다.


이 표는 충분하지도 않았지만, 누가 돼도 독자 정치세력화를 가겠다는 일종의 종자돈이 됐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진보 후보는 분열돼 출마한 탓에 어떤 후보도 그런 득표에 한참 못 미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투표로 분열하기보다 투쟁에서 단결하는 입장을 채택하는 것이 더 낫다. 우리 모두 다음 정권에서 투쟁을 조직하는 데서 함께할 사람들이다. 진보 후보들은 선거 영역과 달리 투쟁을 조직하고 건설하는 데서는 훨씬 더 큰 능력과 영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경제 위기 고통전가 공세에 대비한 ‘투쟁 태세 갖추기’를 투표의 주요 목적으로 해야만, 박근혜가 당선하는 최악의 경우에도 다소 더디더라도 우리가 향후 투쟁 건설을 위한 영햘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조직 노동자들 다수가 문재인이 내키지는 않지만, 박근혜가 되는 꼴은 보기 싫다고 말한다. 노동자를 구속하고 해고한 민주당 정권이지만, 문제는 그 반대편에 노동자를 고문하고 학살한 정권의 후계세력들이 모여 있다. 


그러므로 박근혜가 되건 문재인이 되건 똑같다고만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중요한 것은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전개하는 데서 노동자들의 의식, 계급의식에 어떤 상황이 유리한가다.


대다수 노동자들은 박근혜 당선으로 반동적 우익과 자본가들이 기뻐하고 의기양양해 하는 모습을 보지 않은 것만으로도 안도할 것이고, 이는 투쟁 태세를 갖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2012년 대선에서는 “아무런 환상 없이 문재인에게 박근혜 반대 투표를 하자, 그리고 누가 되든 투쟁을 준비하자!”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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