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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17 복지국가와 세금 5
  2. 2009.11.20 드디어 시작된 예산 전쟁, 4대강만 반대하면 되나 4

복지국가와 세금

기사들 2010. 5. 17. 17:53


최근 보편 복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대부분 보편 증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약과 강조점의 차이는 있지만, 보편적 복지국가 유지 비용을 감당하려면, 누진세도 늘려야 하고, 세금 내는 사람의 숫자도 더 늘어나야 한다는 논리다.

<한겨레>가 14일 보도한 것(아래 표 참조)처럼, 70퍼센트가 넘는 많은 국민들이 보편적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면 세금을 더 낼 용의가 있다고 말한다.

지난 글에서 지적했듯이,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보편 복지국가를 유지하려 내는 세금 비용보다 돌아오는 복지 혜택이 더 많다면 해 볼 만한 일로 여겨질 것이다.

즉, [개인들이 받는 복지 수혜 비용을 사회임금이라 부른다면] 세금(노동자들이 시장임금에서 내는) 순(純) 사회임금이 더 늘어나느냐 마냐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바탕해서 보편 복지를 위해 보편 증세가 필요하다는 논자들의 주장을 검토해 보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 사회임금 문제와 관련한 더 초벌적인 내 분석은 (http://enlucha.tistory.com/40)을 참조하세요.]

대표적인 사회임금 중시론자인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정책보다 운동 … 노동조합 나서야”(<레디앙>, 423)라는 글에서 노동자도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실장은 이 주장을 위해 근거 두 가지를 댄다
.

첫째
, 이명박의 감세 정책이 부자에게만 유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 실장은 노동운동이 감세 운동을 했던 과거를 비판하며 감세가 부자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인게 드러났으므로 이제 노동자를 포함한 증세를 요구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둘째
, “보편 복지처럼 증세 주체도 가능한 많은 사람일수록 좋다 … 중간계층이 공공재원 마련에 참여하며, 이들이 부자들의 재정 책임 이행을 압박하는 주체로 성장”할 것이다. 의무를 이행한 만큼 권리의식도 높아질 거라는 논리다.

이런 논리로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이 최근 내놓은 사회복지세 도입 요구안도 비판한다
.

상위 5% 계층만을 과세대상으로 하는 진보신당의 ‘사회복지세’ 방안에 대해선 재검토가 필요하다. … ‘내라’보다는 ‘내자’가 훨씬 강력하다.” 

진보신당이 내놓은 사회복지세 요구는 소득세와 법인세 등의 고액 납부자에게 납부세액에 기초한 추가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대상은 주로 5퍼센트 고액 납부 개인과 기업에 집중된다.

오 실장은
사회복지세의 납세 대상이 너무 좁게 설정됐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복지세의 수입 목표액은 이명박의 부자 감세액 규모다. 이명박이 부자들에게 깎아 준 만큼 부자들에게 도로 내놓으라는 것인데, 이를 비판하는 것은 부자 감세를 원상 회복해야 한다는 오 실장 자신의 말과도 모순된다.

물론 세금을 더 내서라도 복지 혜택을 받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로 열악한 한국의 복지 현실이 진짜 문제다
.


그렇다고 노동자들이 스스로 먼저 증세하겠다는 의지를 제안하자는 오 실장의 “내자 운동” 계획이 옳다고 할 순 없다. 오 실장의 계획은 기껏해야 “병[증세] 주고 약[복지] 주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첫째
, 순사회임금의 획기적 증대 없는 노동자 증세는 빈부 격차를 더 심하게 한다.

부자감세는 정확히 말해,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법인세와 소득세, 특별소비세 등을 감면하면서부터다. 그뒤 지금껏 소득세와 법인세는 다시 오른 적이 없다.(↘, 사실 법인세는 2000년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감면되기 시작했다.)

반면에 2006
년부터 소득이 낮아 근로소득세가 면제되는 노동자 비율이 줄고 있다.(50→43퍼센트) 각종 세액공제 등 절세 혜택을 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근로소득세 총수입액에서 상위 10퍼센트의 비중은 5년째 늘어 2008년엔 64.3퍼센트가 됐다.

정부가 부자 세금을 깎아주고, 노동자에겐 절세 혜택을 줄여 근로소득세를 내는 노동자 수를 늘렸는데도 총 세금 수입에서 기업주를 포함한 상위 집단의 비중이 커진 것은 노동자들의 소득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는 뜻이다
. 불평등이 확대된 것이다.

임금 소득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일방적인 “보편 증세”는 빈부격차를 더 크게 할 것이다
. 오 실장이 이 점을 간과하는 건 시장임금과 대비한 사회임금만 강조하지, 진짜 중요한 순 사회임금을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기 때문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세금이 노동자들의 시장임금에서 나간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보편 증세로 세금이 늘어 시장임금이 줄어든다면, 사회임금이 늘어나는 것이 조삼모사일 수도 있는 것이란 얘기다. 또 이런 태도는 노동자들이 시장임금을 올리려고 벌이는 투쟁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오히려 무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런 방식은 당연히 노동자의 지지를 모으기도 힘들어 보편 복지를 쟁취할 동력도 만들지 못할 것이 뻔하다

둘째, 먼저 세금을 올린다고 정부와 기업주들이 양보할 거라는 보장이 전혀 없다.

예를 들어
, 2002~2006년 사이에 건강보험 재정의 절반을 정부가 부담하는 특별법을 만들었지만, 이 기간 동안 정부 미납금액 규모가 37천억 원가량이다. 예상 보험료 수입액의 20퍼센트를 정부가 내기로 한 바뀐 법에서도 지난해까지 정부는 액수를 채우지 않았다.

전면 무상급식은 이미 예산이 있는데도 정부와 기업주들은 반대한다
. 무상급식이 다른 보편 복기 욕구를 자극해 부자 증세 압력으로 다가올까 두렵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기금 고갈론 사기극을 벌인 끝에 지급율을 낮췄다. 정부가 연기금에 기여해 수혜 대상을 늘려야 하는데 말이다.

이런 점 때문에 노동자들이 먼저 선 증세를 결의한다고 해도 그에 걸맞는 복지를 받으려면 결국 정부와 기업주를 상대로 투쟁에 나서야 한다.[각주:1]
정부와 기업주들에게 “내자” 운동이 압력을 넣는 효과를 낼 거라는 생각을 순진하다고 보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세금을 더 내겠다고 해도 여전히 거친 투쟁의 과정이 남는다면, 자진 증세의 뜻을 모으고 선언해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오히려, 권리(복지)에는 의무(증세)가 따른다는 저들의 복지 회피 논리에 도움만 주는 자충수가 되진 않을까.[각주:2] 오  실장 등이 진지하게 답해야 할 문제다.

오 실장은 “국가와 자본을 향한 요구투쟁 … 방식에만 의존하는 것”을 문제 삼는다. 그러나 문제는 “요구 투쟁” 방식이 아니라 “요구 투쟁”이 더 강력하지 못했던 것에 있다.

“복지는 권리”라고 단도직입으로 말해야 복지병이나 도덕적 해이를 들먹이는 저들의 담론 틀에 휘둘리지 않고 더 유리하게 싸울 수 있다. 뭉뚱그려진 사회임금 인상이 아니라 순 사회임금을 올리는 복지국가를 제안해야 한다. 그럴려면, 시장임금 인상을 가볍게 취급해선 안 된다.

기업주들은 노동자들의 투쟁이 감당 못 할 지경이 될 때에야 복지제도를 도입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개혁을 거부하면 혁명이 올 것 같을 때
, 보편 복지를 도입하기 시작할 것이다.

불평등한 현실을 생생하게 알리고 노동자들이 단결해 정부와 기업주에게 “보편 복지(권리)”를 “요구”하며 싸우도록 고무해야 하는 게 좌파의 할 일이다. 노동자에겐 무엇이든 요구할 권리가 있다.

 


※ 이 글은 <레프트21>31호에 실린 내 “복지국가는 양보가 아니라 투쟁으로 가능” 기사를 수정·보완한 것이다.

  1. 투쟁 없인 이명박이 서울시장 시절 마련한 버스준공영제 같은 게 나올 수 있다. 버스준공영제는 환승할인 서비스로 편한 면도 있지만, 세금이 서민 교통료 절감이 아니라 버스 회사들 이익 보전을 위해 쓰인다. 완전공영제가 우리의 세금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본문으로]
  2. 이것이 바로 1997년 집권한 영국 노동당 블레어 내각이 내세운 논리다. 이들의 ‘제3의 길’은 결국 사회적 자유주의 즉, 신자유주의의 포장된 버전(좌파 신자유주의)에 불과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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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이것이 "MB 양극화 예산"이다


16일(월)부터 국회 예산 심의 기간입니다. 그래야 올해 안에 예산안을 통과시켜 내년도 예산을 차질 없이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죠.

집권 여당에게는 밀어붙이기와 야당 달래기를 잘 섞어야 할 때입니다. 야당들이 이 때를 여당에게 양보를 얻어낼 기회로 여기기 때문이죠. 지역구 의원들에겐 자기 지역구 관련 예산을 늘리느라 바쁠 때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정부의 총액 예산 안에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정책의 예산을 늘리려 하니 어떤 이는 이를 두고 "예산 전쟁"이라고 합니다.

이런 예산  다툼이 단지 협잡인 것만은 아닙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누구를 위한 예산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느냐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죠. <레프트21>이 줄기차게 이명박 정부의 2010년도 예산안을 비판하고 폭로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올해 야당들은 4대강과 세종시 문제로 이명박 정부의 예산안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이 특히 4대강 예산과 세종시 문제에 열의가 높습니다.

이명박이 말을 뒤집은 탓에 세종시 문제가 한나라당 내분을 낳고 있고 4대강 반대 여론도 많지만 이들의 문제제기는 정략적인 면이 큽니다. 본질을 말하자면, 4대강이나 세종시 모두 대규모 토목 공사입니다. 세 당들은 단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에 유리한 토목 사업에 더 많은 예산을 넣기 위해 싸우는 것일 뿐입니다.

세종시 원안대로 행정부처가 옮겨가봐야 현지민들에겐 집값 좀 오르고 서비스업이 조금 활성화되는 것 말고 어떤 이득이 있을까요. 그렇다고 기업도시로 바꾸면 현지민들이 취업할 일자리가 특별히 늘어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FTA 실험 도시가 될 확률이 크죠.

충남 서산의 동희오토 공장은 기아차 '모닝'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주 공장인 화성보다 생산성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공장은 전원 비정규직 공장으로 유명하죠. 그래서 서산에는 동희오토에 일 안 해 본 젊은이가 드물 정도지만  거꾸로 거기서 일하다 안 잘려본 젊은이도 드물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불황기에 이렇게 기업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 아니라면 실질적으로 일자리를 늘릴 만한 시설 투자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업도시형 수정안도 별 볼 일 없긴 매한가지입니다. 송도형 기업도시라면 오히려 평범한 현지민들에겐 재앙입니다.

그래서 진짜 예산 싸움은 세종시냐 4대강이냐, 아니면 세종시 원안이냐 수정안이냐에 있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가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폭 추경예산을 늘렸던 지난해와 올해 예산과 달리 '작은 정부' 지향을 분명히 하며 예산 축소와 지출 통제를 표방했기 때문에 (그 결과로 복지예산이 대폭 삭감됐죠) 진보 진영의 예산 싸움은 단순히 주어진 총액 안에서 우선순위를 다투는 문제로만 다룰 수 없습니다.


지출을 늘리라고 말해야 하고 지출을 줄이는 근본 배경에 대해 말해야 합니다. 정부의 세금 수입이 줄었습니다. 수입이 줄었는데 균형 예산을 하려면 지출을 줄여야죠. 정부의 수입이 줄어든 것은 재벌과 부자에게 대규모 감세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재벌과 부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줘 그들에게 돈을 많이 쥐어줘야 투자가 활성화돼 경기가 살아나고 그러면 상품 판매와 고용이 늘어나 오히려 세금이 늘어날 거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실패한 레이거노믹스 플랜은 현실에서 복병을 만납니다. 정부 전망대로 하더라도 지난해 말과 올초 최악의 경기 침체에서 벗어난 대가로 내년 늘어날 세금 수입은 정부의 감세 규모에 못 미칩니다.

그래서 부자 증세와 공공·복지 지출 증대가 우리의 구호가 돼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주요 진보적 엔지오들이 '재정건전성' 악화를 MB예산안의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것은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빚더미 예산"이라 표현했고 정창수 함께하는시민행동 연구원은 "빛의 속도로 늘어나는 빚"이라고 지적합니다.

물론, 늘어나는 국가채무의 부담을 서민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고 4대강은 낭비 예산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비판엔 나름 합리성도 있지만 균형 재정 기조는 기본적으로 시장주의적 발상입니다. 바탕에 수익성 논리가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이런 논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예산을 늘려서 4대강과 세종시 사업을 모두 진행하자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여당일 때는 그런 논리로 늘 복지예산 축소를 정당화했습니다.

마침 투기자본감시센터 활동으로 친분이 있는 송종운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 연구원이 최근 한 토론회에서 저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발표한 적이 있어 이런저런 자문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송 연구원은 복지예산 확충 같은 예산 각론과 더불어 정부 재정 정책의 기조로서 "수익성 vs 공공성"이라는 거대담론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도 "재정건전성 문제의 근본 원인이 과다 지출이 아니라 과소 세입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저는 지금 채무 수준에선 재정건전성이 화두가 되는 것 자체를 거부해야 한다는 봅니다. 오 실장님과 약간 생각이 다른거죠.

예산을 무한정 늘릴 수 없다해도  '필요'가 먼저고 여기에 수입을 맞춰야 합니다. 여전히 한국은 OECD 평균보다 GDP 대비 국가재정 비율이 10퍼센트 넘게 낮습니다. 건전성이 문제가 아닌 거죠.

당연히 부자 증세가 '필요'를 맞춰야 합니다.(자칫 통화량 증가로 지출 확대를 실행하려단 인플레이션으로 '시망'할 겁니다) 우리는 부자 감세를 철회해 삭감된 복지 예산을 원상복구하고 오히려 부자 증세로 공공·복지 지출을 더 늘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업 살리기에만 특단의 대책을 추구할 게 아니라 평범한 다수를 살리는 데도 특단의 대책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민주노동당이 이정희 의원의 대표 발의로 소득세-고용안정세-자본이득세 등 부자증세안을 발표한 것을 환영합니다.

숫자만 나오면 당황하는 제가 몇 번의 기사로 부끄럽게도 마치 예산 전문가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괴로운 일이지만 공부하고 또 공부하고 묻고 또 묻는 길밖엔 없는 것같습니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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