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2백 일과 여야 특별법 제정

진실과 책임을 밝혀내는 투쟁은 계속돼야 한다


<노동자 연대> 137호 | 발행 2014-11-10 | 입력 2014-11-08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10월 25일 청와대로 향하는 길을 가로막은 경찰 앞에서 “대한민국이 우리 아이들을 죽였다”고 원통해 했다.


“힘없는 부모라서 너희들을 죽게 했다”며 지은 죄도 없이 자책감에 시달리던 학부모 유가족들은 “진상을 못 밝히면 죽어서도 아이들을 볼 수 없다”며 넉 달 넘게 진상 규명 특별법 제정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은 끝내 유가족과 수백만 대중의 바람을 뿌리쳤다. 여야가 11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진상규명 ‘특별법’은 죽은 사람의 원통함을 풀기에도, 산 사람들이 안전사회에 대한 희망을 갖기에도 턱없다.



사진 출처: 민중의 소리



오히려 진상조사기구의 부실한 권한 때문에 진실의 알맹이를 덮고 참사의 책임자들에게 절차적 면죄부를 줄 가능성도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 등 독립적 조사를 위한 권한 자체를 애초에 배제한 것이 문제다. ‘조사의 결과’와 ‘수사의 결과’는 애초에 공신력과 무게감이 다르다.


조삼모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추천권을 유가족에게 준다지만, 위원회 자체의 권한이 취약한 점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동행명령이나 자료 제출 요청을 거부했을 때 제재가 약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원회의 재정과 인력을 총괄하는 사무처장을 새누리당 몫으로 해 그나마도 효과가 반감되게 생겼다. 조사위원의 자격 기준을 높여 놔 유가족 지지 위원이 과반수가 될 보장도 없다.


위원회 조사 대상을 기관이 아니라 장소로 해 놓은 것도 제약 요소다. 개인의 사생활과 재판 중인 사건을 청문회 대상에서 배제해 놓아 조사 범위의 폭을 좁혀 놓았다. 조사 기간도 최대 1년 6개월로 애초 요구한 최대 3년에 비해 절반밖에 안 된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위원회의 한계를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특별검사제로 보완할 수 있고, 이 특검 임명시 유가족의 의사를 반영하면 되지 않냐고 한다.


그러나 특별조사위원회가 특검을 지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점이 분명하지 않다.


위원회가 무력해지면, 차후에 구성될 특검은 더욱 효과가 떨어질 것이다. 특검은 (진상 규명을 방해해 온)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유가족에게는 기껏해야 후보 추천시 비토권만 준 것도 문제다.


용두사미 된 진상조사기구의 최근 사례



노무현 정부는 민주 개혁의 일환으로 과거사 청산을 추진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새누리당)과 우익의 거센 반발로 과거사 청산은 매우 상징적 수준에 머물고 말았다.


당시 대표적인 과거사 재조사 기구로는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국정원 과거사위)와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를 들 수 있다.


두 기구 모두 수사권과 기소권 없이 조사권만 있었다. 이 위원회들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허약한 권한 때문에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할 수 없었다고 증언한다.


한홍구 교수는 8월 한 기자회견에서 조사권만으로는 ‘꽃삽으로 난지도를 파라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 교수는 국정원 과거사위에 참여했다.


국정원 과거사위는 위원회의 3분의 2가 시민사회단체 몫이었다.


면죄부


진실화해위 위원장을 역임한 안병욱 교수도 부족한 권한으로 부실한 조사를 하면 자칫 절차적 면죄부만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10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 토론회)


두 위원회 모두 정부 차원의 지지를 받아 과거 정권들의 비리를 파헤치는 기구였다. 그런데도 권한 부족과 기득권 집단의 저항으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하물며 현직 정권을 수사해야 하는 기구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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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 갈팡질팡하다가 배신하다



<노동자 연대> 135호 | 발행 2014-10-06 | 입력 2014-10-02


새정치연합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진상규명기구 설립은 애당초 포기했다. 그래 놓고, 특검 추천권 문제로 사안을 가두더니, 마침내 특검 추천에서 유가족 참여를 배제하는 합의를 했다.


여권과 우익의 집요한 공격을 받던 가족대책위가 ‘이번에는 설마’ 하고 새정치연합과 협의했는데,새정치연합은 아주 제대로 배신을 했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를 핑계로 국회 등원을 거부해 왔지만, 따져 보면 정작 한 것도 없다.


장외투쟁을 한 것도 아니고, 전국 순회를 하며 진실 홍보나 서명운동에 도움 준 것도 아니다. 한 것이라곤 ‘유민 아빠’ 김영오 씨의 단식 중단을 설득하려는 제스처용 ‘동조 단식’뿐이었다.


이제 와서 내년도 정부 예산 심의에 참여해 자기 지역구나 유관 이익단체를 챙기고 싶은데, 그냥 들어가기는 눈치 보이니 특별법 합의라는 모양새가 필요했던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가족을 이용하고 버린 것이다. 세월호는 자신들의 정략적 이익을 챙기려는 핑계였을 뿐이다.


박영선은 트위터에 “이 땅에서 약자의 서러움과 눈물을 닦아 주는 일이 이렇게도 힘든 것인지 …” 하며 가증스런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새정치연합은 노골적으로 친자본주의적인 정당으로서 친기업 경제 살리기를 발목 잡는 모양새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새누리연합’이라 부르는 게 전혀 이상할 게 없다. 항운 규제 완화와 직결된 부패의 한 부분인 새정치연합이 진실 규명에 적극적일 리도 없다.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주요 NGO 대표들과 일부 종교 지도자들이 이런 새정치연합을 믿고 중재자를 자처하며 9월 30일 ‘여야는 물론이고 유가족들도 원칙을 양보하라’는 제안문을 발표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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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에 이어 진상규명 책임도 방기하는 냉혹한 통치자들




사고 예방 안전 조처를 방기하고 구조도 방기해 애꿎은 목숨 수백여 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이제 국가는 진상규명 책임마저 방기하고 있다.


노동계급의 많은 사람들은 지난 두 달여 동안 세월호 참사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몸서리를 쳐야 했다. 이윤 경쟁을 위한 비용 절감 노력이 어떻게 부패와 특권의 고리를 만들어 내는지, 이 고리가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과 생명을 우선순위에서 배제해 위험으로 내모는지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이윤 경쟁 체제와 그 체제의 수혜자들이 저지른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었다. 물론 체제가 만들어 낸 필연적 사고이기도 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는 1년에 2천여 명이 죽는 산업재해를 상징하는 이름이 될 수 있었고, 또 1년에 청소년 수백 명을 자살로 몰아가는 입시교육의 잔혹함을 상징하는 이름도 된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이 체제의 수호자들이 통치의 정당성을 해칠 진상 규명에 진심으로 협조할 리 없다. 부패에 물든 주류 정치인들은 체제와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기업주나 국가관료들(‘관피아’) 못지 않게 두려워한다.


치부


유가족들의 국회 농성 끝에 6월 2일 출범한 국정조사특위가 한 달 가까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이유다.


이런 점들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전국에 임시 반상회를 열고 생중계 체포 쇼까지 벌이며 세월호 참사 책임을 어떻게든 유병언 일가의 탐욕 문제로 한정하려 한다. 특히 새누리당은 정권 책임론으로 번질까 봐 어떻게든 실체적 진실 파헤치기를 방해하고 있다.


게다가 이 정부는 세월호 참사 책임만 피해가려 꼼수를 부리는 게 아니다.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낳을 수 있는 의료 민영화, 철도 민영화 등을 강행하고 있다. 심지어 국가 예산의 지원을 제대로 못 받는 소방 노동자들의 정당한 항의에 징계 협박을 하고 있다.


자본주의와 그 수혜자ㆍ수호자들이 우리를 계속 지배하는 한 노동계급에게 세월호 참사는 계속해서 진행형이다.



※ <노동자 연대> 1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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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윤 경쟁으로 돌아가는 자본주의 체제에선 재연될 수 밖에 없다 

- 박근혜에게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하다




5월 9일 새벽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청와대 앞에 주저앉았다. 


대통령과 만나고 싶다고 했다. 대통령이 책임지고 진상을 밝혀 달라고 하소연하고 싶었다. 아이들을 살릴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묻고도 싶었다.


그러나 ‘부모를 흉탄에 잃은 사람으로서 가족의 아픔을 이해한다’던 박근혜가 하소연하러 온 유가족들에게 들이댄 것은 따뜻한 위로와 환대가 아니라 방패 든 경찰 1천여 명과 경찰 차벽이었다. 


‘무능한 엄마ㆍ아빠여서 미안하다’며 땡볕을 가릴 천막도 양산도 마다하고 길바닥에서 면담 요청 결과만 기다린 유가족들에게 박근혜는 물 한 모금, 방석 하나 주지 않았다. 


대신 그 시각에 박근혜는 각료들을 모아 놓고 민생대책회의라는 것을 열었다. 


“이번 사고로 인해 서민 경기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 불안이나 분열을 야기하는 일은 국민 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도 했다. 


유가족과 서민 대중(민중)을 이간시키려 한 말들이다. 또한 ‘많은 아이들 목숨보다 기업주들의 돈벌이가 더 중요하다’고도 선언한 것이다. 


이 말은 세월호 참사를 지켜본 수많은 사람들의 비통한 심장에 가시를 박아넣었다. 이 가시는 기업 규제 완화를 위해 빼낸 기업주들의 손톱 밑 가시였을 것이다.


박근혜의 발언이야말로 세월호 참사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낸다. 자본주의 체제와 그 국가의 우선순위는 기업 이윤에 있지, 평범한 다수의 생명과 안전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이윤을 위한 맹목적 돌진 과정에서 국가와 자본의 탐욕ㆍ부패ㆍ무책임이 쌓이고 쌓여 노동계급의 자녀들, 승객과 일부 선원들을 직접ㆍ간접으로 살해한 사건이다.


이는 작업 중에 다친 노동자에게 들어갈 산업재해 보험료를 아끼려고 119 구급차를 부르지 않아 결국 죽게 만든 제2롯데월드 건설현장 사고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은폐 범죄와 다르지 않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때 진실을 은폐하기에만 급급해 수백만 명을 위험에 처하게 한 간 나오토 일본 정부의 범죄와 다르지 않다.


박근혜의 발언은 이윤 지상주의에 대한 지배자들의 강박적 집착을 보여 준다. ‘국가 개조’에 나서겠다는 박근혜의 발언은 가증스럽게도 국가 불신 정서를 역이용해 공무원과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겠다는 말로 들린다.


분노


청와대 앞 농성이 정권책임론을 더 자극할까 봐, 박근혜 정부는 KBS 사장의 사과를 지시하는 양보 제스처도 취했다. 


그리고 청해진해운 실소유주와 일부 선원들을 살인죄로 기소해 속죄양 삼고 있다.(물론 모든 속죄양이 죄가 없는 건 아니다.) 이 정도로 대중의 분노가 진정이 안 될 것이므로 해경에서도 속죄양이 일부 나올 것이다.


이런 일들은 참사 전 박근혜의 ‘높은’ 지지율과 달리 이 정권이 그다지 강력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실제로, 5월 10일 안산과 서울 등지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는 합쳐서 3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였다. 5월 17일 서울 집회의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박근혜는 5월 14일, 쌍용차 대한문 농성 시위자들에게 불법 시위 3진아웃제를 적용하겠다고 협박했다. 명백히 참사 항의 시위를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이 주력해 온 철도와 의료 등의 민영화 반대, 작업장 안전, 핵발전 중단, 비정규직 차별철폐 등의 의제들은 하나같이 이윤체제의 우선순위에 도전하는 문제들이다.


자본의 이윤 동기에 제동을 걸 능력이 있는 노동자들이 노동계급 고유의 투쟁 방법을 사용하며 저항의 중심에 서야 하는 이유다. 노동계급은 자신의 의제들이 이 사회의 보편적인 이익을 대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할 수 있어야 한다.


※ <노동자연대> 126호 게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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