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2백 일과 여야 특별법 제정

진실 규명 요구와 투쟁은 왜 중요한가


<노동자 연대> 137호 | 발행 2014-11-10 | 입력 2014-11-08




제대로 된 진실 규명은 피해자들이 단지 운이 없어 비극을 당한 게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해 줄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낳은 이윤 경쟁 시스템의 잔혹하고 부패하며 무책임한 실상을 파헤치는 것은 사회를 바꿔 안전 사회를 만들자는 투쟁에 정당성을 입증해 줄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이런 참사가 필연적이라는 것, 즉 “돈보다 생명”인 사회를 위해서는 사회 운영의 우선순위를 놓고 노동 대중이 단결해 싸워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이런 참사의 반복이 필연적이더라도 그 빈도는 낮출 수 있다. 성역 없이 진실과 책임을 규명하는 것이 그 일에 도움이 될 것이다.


수사권ㆍ기소권


그러므로 새로 설치될 진상 규명 기구를 압박하며 진실을 더 많이 규명하려고 싸우는 것은 여전히 필요하다.


지난 반년간 증명됐듯이, 진상 규명은 노동계급과 그 자녀들을 생죽음으로 몰고 가고, 구조를 외면한 이윤 경쟁 체제의 기득권 집단과 싸우는 문제다체제의 수혜자ㆍ수호자 집단은 자신들의 치부가 온전히 드러나도록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본회의 표결시 위헌 운운한 새누리당 하태경의 발언을 보라.)


그러는 한편, 특별조사위가 한계에 봉착할 경우에 대비해 애초의 수사권ㆍ기소권 포함 특별법 요구를 유지해야 한다.


특별법 투쟁을 넘어 안전 사회로?



일부 좌파가 특별법 투쟁 때문에 안전 이슈가 주목받지 못했다는 식으로 양자택일식 주장을 펴는 것은 일면적이다.


물론 “이윤 앞에 안전이 희생되는” 구조가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그와 동시에 제대로 된 특별법을 통해 그 구조를 이루는 인간 집단들이 참사에 어떻게 연루됐고 영향을 미쳤는지 파헤치는 것이 결코 구조적 대안 마련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진상 규명 투쟁 중에 ‘제2의 세월호를 막자’를 막자고 호소한 의료 민영화 반대 운동이 2백만여 명의 지지 서명을 받은 것도 둘이 대립되지 않았다는 간접 증거다.


무엇보다 현실에서 특별법 투쟁은 참사 주범의 하나인 정부와 싸우는 핵심 전투였다. 그 상황에서 ‘특별법을 넘어 안전사회로’를 주장하는 것은 이런 전장을 회피하는 것일 뿐이다.


이런 태도는 특별법 투쟁 국면을 정리하고 싶어 한 온건파 리더들을 돕는 것으로 귀결되기 십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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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백 일과 여야 특별법 제정

진실과 책임을 밝혀내는 투쟁은 계속돼야 한다


<노동자 연대> 137호 | 발행 2014-11-10 | 입력 2014-11-08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10월 25일 청와대로 향하는 길을 가로막은 경찰 앞에서 “대한민국이 우리 아이들을 죽였다”고 원통해 했다.


“힘없는 부모라서 너희들을 죽게 했다”며 지은 죄도 없이 자책감에 시달리던 학부모 유가족들은 “진상을 못 밝히면 죽어서도 아이들을 볼 수 없다”며 넉 달 넘게 진상 규명 특별법 제정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은 끝내 유가족과 수백만 대중의 바람을 뿌리쳤다. 여야가 11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진상규명 ‘특별법’은 죽은 사람의 원통함을 풀기에도, 산 사람들이 안전사회에 대한 희망을 갖기에도 턱없다.



사진 출처: 민중의 소리



오히려 진상조사기구의 부실한 권한 때문에 진실의 알맹이를 덮고 참사의 책임자들에게 절차적 면죄부를 줄 가능성도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 등 독립적 조사를 위한 권한 자체를 애초에 배제한 것이 문제다. ‘조사의 결과’와 ‘수사의 결과’는 애초에 공신력과 무게감이 다르다.


조삼모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추천권을 유가족에게 준다지만, 위원회 자체의 권한이 취약한 점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동행명령이나 자료 제출 요청을 거부했을 때 제재가 약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원회의 재정과 인력을 총괄하는 사무처장을 새누리당 몫으로 해 그나마도 효과가 반감되게 생겼다. 조사위원의 자격 기준을 높여 놔 유가족 지지 위원이 과반수가 될 보장도 없다.


위원회 조사 대상을 기관이 아니라 장소로 해 놓은 것도 제약 요소다. 개인의 사생활과 재판 중인 사건을 청문회 대상에서 배제해 놓아 조사 범위의 폭을 좁혀 놓았다. 조사 기간도 최대 1년 6개월로 애초 요구한 최대 3년에 비해 절반밖에 안 된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위원회의 한계를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특별검사제로 보완할 수 있고, 이 특검 임명시 유가족의 의사를 반영하면 되지 않냐고 한다.


그러나 특별조사위원회가 특검을 지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점이 분명하지 않다.


위원회가 무력해지면, 차후에 구성될 특검은 더욱 효과가 떨어질 것이다. 특검은 (진상 규명을 방해해 온)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유가족에게는 기껏해야 후보 추천시 비토권만 준 것도 문제다.


용두사미 된 진상조사기구의 최근 사례



노무현 정부는 민주 개혁의 일환으로 과거사 청산을 추진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새누리당)과 우익의 거센 반발로 과거사 청산은 매우 상징적 수준에 머물고 말았다.


당시 대표적인 과거사 재조사 기구로는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국정원 과거사위)와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를 들 수 있다.


두 기구 모두 수사권과 기소권 없이 조사권만 있었다. 이 위원회들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허약한 권한 때문에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할 수 없었다고 증언한다.


한홍구 교수는 8월 한 기자회견에서 조사권만으로는 ‘꽃삽으로 난지도를 파라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 교수는 국정원 과거사위에 참여했다.


국정원 과거사위는 위원회의 3분의 2가 시민사회단체 몫이었다.


면죄부


진실화해위 위원장을 역임한 안병욱 교수도 부족한 권한으로 부실한 조사를 하면 자칫 절차적 면죄부만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10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 토론회)


두 위원회 모두 정부 차원의 지지를 받아 과거 정권들의 비리를 파헤치는 기구였다. 그런데도 권한 부족과 기득권 집단의 저항으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하물며 현직 정권을 수사해야 하는 기구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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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반년

수사권·기소권 포함 특별법 요구를 접어서는 안 된다



<노동자 연대> 136호 | 발행 2014-10-20 | 입력 2014-10-18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특별법 야합 이후 세월호 항의 운동은 일시적 소강 상태다.


그동안 고비마다 원칙 있게 분투했던 가족대책위가 안타깝게도 애초의 특별법 요구 기조에서 후퇴했다. 유가족을 무시하고 배신하며 저질러진 두 주류 정당의 야합에 지치고 사기가 떨어진 듯하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의 온건파 리더들이 이를 추수하며 투쟁의 정당성과 목표를 손상시키는 것이 진짜 안타깝다.


박근혜 정부가 완강하게 버티고 있으므로 세월호 참사 책임 규명은 단시간에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우여곡절 속에서 또 격랑의 정국 속에서, 사람들의 원성을 살 사실들이 새롭게 폭로되거나 정권이 무리수를 두는 등의 변수가 생길 수 있다.


그러면 세월호 항의 운동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


이때 기회를 잡으려면 세월호 항의 운동은 몇 가지 쟁점에서 분명한 태도가 필요하다.


첫째, 수사권ㆍ기소권을 가진 독립적 수사기구를 요구해 온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반드시 참사의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해야 한다. 운동의 목적과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인내심을 갖고 원칙 있게 싸우는 것이야말로 운동의 동력을 유지하고 되살리는 길이다.


둘째,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데서 공범임이 드러난 새정치연합으로부터 독립적 자세를 분명히 해야 한다. 새정치연합 전 원내대표 박영선은 기소권을 요구할 수 없다고 7월부터 말했지만, 대책회의는 공식적으로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셋째, 세월호 참사는 국가가 노동계급 사람들의 구조를 외면한 계급 차별 문제이기도 하므로 조직 노동계급 운동이 구심점 구실을 해야 한다. 각종 민영화, 규제 완화 반대 등 안전과 생명을 의제로 한 투쟁들과 연계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 책임을 손톱 만큼도 지지 않겠다는 박근혜에게 실질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지겹다는 말은 마세요. 어떻게 자식이 지겨울 수 있습니까?”
―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여야 합의안 재평가? 정직해야 한다



수사권ㆍ기소권을 포함한 특별법 제정 요구에 5백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서명했다.


‘성역 없는 진상 규명으로 죄를 물어 재발을 막아야 한다’, ‘검찰 등 국가기관을 못 믿겠다’, ‘국가가 참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광범한 분노를 집약해 대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책회의의 리더들 다수는 이참에 수사권ㆍ기소권을 포함하는 특별법 요구를 정리하자고 주장한다.


여야 추가 협상 과정에서 ‘특검 추천 시 유가족 참여 보장’ 등을 요구해, 10월 안에 ‘특별법’을 만들도록 하자는 것이다. 사기저하와 조급함을 드러내는 단견이다.


이런 입장을 정당화하려고 일부 활동가들은 여야가 합의한 자료제출 요구권, 청문회권, 동행명령권 등을 매우 큰 성과라고 부풀린다. 


반면에 운동이 수사권과 기소권 등 ‘협소한’ 법 조항에 매몰된 것이 한계였다고 지적한다. 마치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신포도(여우가 못 먹게 된 포도를 신 포도일 거라며 자기 위안하는 이야기)’처럼 후퇴를 합리화하는 방어기제로 들린다.


그러나 실용주의적인 후퇴를 정당화하려는 정직하지 못한 평가는 운동에 도움이 안 된다.


지금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세월호 선장 이준석은 ‘동행명령권’이 발동됐는데도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백 번 양보해 그런 권한들이 어찌어찌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쳐도, 그 권한을 행사할 특별검사 자리에 믿을 만한 사람이 임명된다는 보장도 거의 없다.(새누리당은 그런 방식의 합의를 어떻게든 거부할 것이고, 새정치연합은 이번에도 그런 입장을 추수할 것이다.)


여야는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어려운 인사는 배제한다’고 합의했다. 새누리당은 국정감사에서 대한변협마저 ‘정체성이 의심스럽다’고 험담했다. 특별법 합의에 대비한 포석인 것이다.



왜 기존의 진상규명 특별법 요구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가



첫째, 여야는 물론 박근혜 정부까지 진상 규명의 적들끼리 합의한 특별법으로는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이 불가능할 것이 명백하다.


따라서 운동은 철저한 진상 규명 요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은 설사 훗날 정권이 바뀐 뒤에라도 밝혀질 수 있다. 끈질긴 싸움 끝에 제주 4.3 항쟁,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1980년 광주 학살 등의 진실이 수십 년 뒤에 확인됐듯이 말이다.


둘째, 지금 세월호 참사 국면, 특히 진상규명 국면이 빨리 끝나기를 가장 바라는 사람은 바로 박근혜다. 최종 책임자는 누가 뭐래도 박근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국회에서 기만적 특별법이 통과되면 유가족과 세월호 운동 지지자들에게 ‘이제 제자리로 돌아가라, 결과를 지켜보며 가만히 있어라’ 하고 대대적으로 떠들어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법이 끝났다는 인식을 주면, (의도치 않더라도) 정권의 국면 전환을 수용하는것처럼 비쳐 동력 확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셋째, 애초에 특별법 요구는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을 위해서였다. 검찰과 국회,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으로는 진실을 제대로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여야 야합 과정이나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는 이 주장이 옳았음을 입증해 준 과정이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정당할 뿐 아니라 필요한 요구를 포기해야 하나?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규명하고 단죄하는 일은 안전 사회를 만드는 첫 걸음이다. 참사의 책임자들은 자본주의 이윤 경쟁 시스템의 수혜자들과 통치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원래 기조를 지켜 원칙 있게 싸우는 것이 의제를 협소화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윤지상주의) 체제의 비정한 진실을 낱낱이 밝히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일각에선 국가에 의존하지 말고 대중 스스로 진상 규명 운동에 나서자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법률적 강제권이 없으면 이 참사에 연루된 사회 상층부 인사들을 강제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냉정한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결국 의도치 않게 민감한 쟁점을 회피하는 주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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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 갈팡질팡하다가 배신하다



<노동자 연대> 135호 | 발행 2014-10-06 | 입력 2014-10-02


새정치연합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진상규명기구 설립은 애당초 포기했다. 그래 놓고, 특검 추천권 문제로 사안을 가두더니, 마침내 특검 추천에서 유가족 참여를 배제하는 합의를 했다.


여권과 우익의 집요한 공격을 받던 가족대책위가 ‘이번에는 설마’ 하고 새정치연합과 협의했는데,새정치연합은 아주 제대로 배신을 했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를 핑계로 국회 등원을 거부해 왔지만, 따져 보면 정작 한 것도 없다.


장외투쟁을 한 것도 아니고, 전국 순회를 하며 진실 홍보나 서명운동에 도움 준 것도 아니다. 한 것이라곤 ‘유민 아빠’ 김영오 씨의 단식 중단을 설득하려는 제스처용 ‘동조 단식’뿐이었다.


이제 와서 내년도 정부 예산 심의에 참여해 자기 지역구나 유관 이익단체를 챙기고 싶은데, 그냥 들어가기는 눈치 보이니 특별법 합의라는 모양새가 필요했던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가족을 이용하고 버린 것이다. 세월호는 자신들의 정략적 이익을 챙기려는 핑계였을 뿐이다.


박영선은 트위터에 “이 땅에서 약자의 서러움과 눈물을 닦아 주는 일이 이렇게도 힘든 것인지 …” 하며 가증스런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새정치연합은 노골적으로 친자본주의적인 정당으로서 친기업 경제 살리기를 발목 잡는 모양새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새누리연합’이라 부르는 게 전혀 이상할 게 없다. 항운 규제 완화와 직결된 부패의 한 부분인 새정치연합이 진실 규명에 적극적일 리도 없다.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주요 NGO 대표들과 일부 종교 지도자들이 이런 새정치연합을 믿고 중재자를 자처하며 9월 30일 ‘여야는 물론이고 유가족들도 원칙을 양보하라’는 제안문을 발표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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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넉 달 반]

‘진실 파묻기’와 ‘친기업 경제 살리기’는 동전의 앞뒷면



세월호 참사의 감춰진 진상이 ‘제대로’ 밝혀진다면, 기업들과 국가 기관(국정원 포함)들의 부패와 무책임도 드러날 것이다. 민영화, 규제 완화 등과 연관된 유착과 무책임성도 드러날 것이다. 구조 지휘 책임을 내팽개친 박근혜의 ‘사라진 7시간’이 밝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는 7월 30일 재보선 승리 이후 세월호 참사 진실 파묻기와 ‘친기업 경제 살리기’로의 국면 전환에 올인해 왔다. 마치 유가족이 경제 살리기의 발목을 잡고 있는 듯 호도했다. 8월 26일 경제부총리 최경환, 29일 국무총리 정홍원 등이 나서서 경제 살리기 기자회견을 했다.


그러나 영산대 한성안 교수가 구체적 수치를 들어 반박했듯이, 세월호 참사와 경기 위축은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말하는 ‘민생’은 평범한 노동자와 서민의 생계를 뜻하는 말이 결코 아니다. 기업 이윤 등 부자들의 수익을 가리키는 기업주들과 그 정치인들의 코드명이다. 그래서 박근혜가 안달하는 ‘민생’ 대책은 카지노와 영리 병원 허용, 크루즈산업 육성 등 기업주 돈벌이에 관한 것들뿐이다.


박근혜는 심지어 이번 일을 “재난재해 보험상품 개발 촉진 … 안전 산업 육성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안전’ 부문 민영화 등 재난을 본격적으로 상품화ㆍ시장화하자는 것이다. 8월 12일 내놓은 ‘제6차 투자활성화 대책’은 의료 민영화 등 이윤과 시장 지향적 정책들로 가득하다.


바로 그런 정책들이 세월호 참사의 일부 원인들이었다. 참사를 낳은 지옥문을 더 크게 열어젖히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가족들은 “사고가 나든 말든, 구조를 하든 말든 보험 상품만 많아지면 되냐”며 울분을 토한다. 도대체 보험 가입을 안 해서 애꿎은 목숨이 가라앉았다는 말인가.


이처럼 노동계급 자녀들 구조에는 관심도 없던 정부가 기업주들 구조에는 전력을 다한다.


이런 방향 전환을 위해 박근혜는 경찰력을 이용해 민주주의도 더 억압하려 한다. 박근혜는 지난해 민주노총 사무실을 습격한 강신용을 새 경찰청장에 임명했다. 그는 8월 25일 취임식에서 “도로 점거 [같은] … 불법 행위로 변질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에는 사전에 경찰력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우선순위


결국 세월호 참사 넉 달 반 동안 우리가 목격한 것은, 이윤 경쟁 체제인 자본주의에서 노동계급 사람들의 목숨과 안전은 전혀 우선순위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 위기 속에서 이 우선순위를 바꿀 수 없다고 선언하며 지금의 야비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 재ㆍ보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을 최대한 밀어붙여 보겠다는 의도이다. 체제의 위기를 강조해 정치적 위기를 단속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경제 살리기’ 기치는, 특히 박근혜가 “의회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부디 경제활성화와 국민안전, 민생안정을 위한 핵심 법안들을 이번 8월 임시국회에서 꼭 처리해[야 한다]”고 한 것은 새정치민주연합과 진보진영 내 자유주의ㆍ개혁주의 정치세력들 ― 체제의 우선순위에 근본적으로 도전할 의사와 의지가 없는 정치세력들 ― 을 겨냥한, 특히 ‘장외투쟁’을 겨냥한 압박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은 당연한 요구다



독립적 진상 규명 기구에 수사권ㆍ기소권을 달라는 요구는 결코 비현실적이거나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이 법안 자체는 사회 주류 변호사 단체인 대한변협이 함께 만든 것이다. 법학자 수백 명도 법리상으로든 사법제도상으로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의회 제도를 채택한 국가에서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는 한국 같은 경우가 오히려 흔치 않는 경우다. 검찰이 법무부장관 직속 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소권 요구가 “사법체계를 흔든다”는 반대 논리는 정권의 보위가 걱정된다는 말의 가증스런 앞가림일 뿐이다.


권력과 자본의 외압에서 그나마 자유롭게 구성된 ‘독립적 진상 규명 기구’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이므로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수사해서 문제라는 비난도 옳지 않다. 


새누리당은 ‘자력 구제 금지 원칙’을 운운하는데, 피해 유가족들은 진상 규명에 따른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고, 수사권과 기소권은 진상 규명을 위한 것이므로 유가족들의 요구는 자력 구제에 전혀 해당하지 않는다.(자력 구제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학살당하던 민중이 국가권력을 봉기 등으로 심판하는 혁명적 자력 구제는 정당하다.)


오히려 (사고 원인의 일부인) 규제 완화와 구조 방기의 책임을 나눠 져야 하고, 조사 대상이 돼야 할 박근혜의 충복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 진정한 문제다.(수사 대상인) 피의자가 수사권을 갖겠다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비문명적인 야만이다.


결국 저들이 거부할수록 진실과 책임 규명의 알맹이가 통치자들의 부패와 무책임을 밝히는 문제라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따라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독립적 진상규명 기구가 꼭 필요하고, 이 기구가 설립된 뒤에도 엄청난 방해 공작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진정한 ‘책임 규명’을 위해서는 정권과의 (정치적인) 정면 대결을 감수할 태세를 갖춘, 지금보다 더 강력한 대중투쟁이 필요하다. 조직 노동운동이 중추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 <노동자 연대> 133호에 실림. http://wspap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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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석 달

여야의 기만적인 특별법 합의 시도 반대한다





7월 24일이면 세월호 참사 1백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다시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고가 일어나면 결과가 다를 수 있을까?”


구조 늑장과 무능ㆍ무책임으로 참사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관련 국가기관들과 박근혜의 행태를 보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조차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이들은 필수적인 안전 규제를 해체하고 구조 책임을 방기해서 노동계급 사람들과 그 자녀들에게 지옥문을 열었던 자들이다.


그런데 책임을 지기는커녕 그들은 이제 문을 가리고 숨기는 데에 급급하다. 범여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있다.


여야 합의 한 달 만에 겨우 시작된 국회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해당 기관들이 요청대로 자료를 제출한 비율이 3퍼센트에 불과하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7월 2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의 말실수를 빌미로 새누리당이 국정조사 일정을 거부하기도 했다. 명분은 ‘대통령을 욕되게 했다’는 것이다.


청문회 파행


당시는 해양경찰청 기관보고 중이었고, 청와대와 해경의 사고 당일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이날의 청문회 파행은 박근혜 정부 책임론을 어떻게든 피해 가려는 술책이었던 것이다.


국정조사특위 위원장 새누리당 심재철은 유가족들의 청문회 모니터링을 한 명으로 제한했다. 새누리당 조원진은 국정조사 파행에 항의하는 유가족에게 ‘나서지 말라’는 폭언도 했다.


여권의 이런 행태를 보면,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라도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이 정권 퇴진 요구와 결합돼야 함을 알 수 있다.


제1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여당 견제 구실도 못 한다. 오히려, 지지율이 하락하고 여권 내 통제력이 다소 약화된 박근혜를 돕는 결과를 내고 있다. ‘새누리 2중대’라는 비아냥까지 듣는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국정조사 준비만 부실한 것이 아니라 여권의 조직적 방해에도 속수무책이다.


그리고 공작정치 전문가 이병기의 국가정보원장 임명에 사실상 동의해 줬다.


10일 청와대 회동을 통해 국정 협의 모양새를 취한 것은 ‘국가대개조 범국민위원회’ 따위로 신자유주의적 국가 개조를 추진하는 박근혜에게 ‘국민적 합의’를 추구한다는 소통 이미지만 제공해 줬다.


노동계급의 분노에 직면해 난관에 처한 박근혜를 새정치연합이 구해 주려는 것은 이들이 현 통치체제를 유지하는 데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친자본주의 정당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조기 레임덕은 국가적 위기’라는 식이다.



가족대책위의 특별법을 수용하라



이처럼 공식 정치 영역에서 기대할 게 없는 상황에서 ‘세월호사고희생자/실종자/생존자가족대책위원회’가 대한변호사협회의 도움을 받아 독자적인 특별법(안)을 제출한 것은 정당하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권한을 가진 독립적 기구’가 구성돼 임무를 맡아야 한다. 기구 성원의 절반은 피해자 가족이 추천하는 인물들이어야 한다.(검찰과 경찰 등을 도저히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독립기구가 위력을 발휘하려면, 검찰과 똑같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 대책이 수립돼 실제로 실행되려면 철저한 진상규명에 바탕해 이 기구가 내놓은 대안들이 구속력을 가져야 한다. 기구의 활동시한은 최대 3년까지 보장돼야 한다.


수사권·기소권


그러나 기존 국가기구, 특히 검찰과 행정부에 대한 불신에 기초한 가족대책위 측의 특별법을 양대 정당이 요구 그대로 수용할 리 없다. 두 당 모두 이런 국가기관들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착해 있다. 이미 두 당의 논의가 가족대책위를 배제한 채 이뤄져 왔다.


새누리당은 물론 새정치연합이 낸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안)도 이에 턱없이 못 미친다.


그래서 피해자 가족들의 특별법 제안을 지지하는 서명이 벌써 3백50만 명을 넘어섰다. 가족대책위는 민주노총 노조들의 공장 안까지 들어가 서명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이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


안전 관리와 구조 과정의 새로운 비리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서 주류 정당들도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7월 16일까지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합의한 배경이다.


두 당이 세월호 특별법을 만든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별 실효 없던 특검 수준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대중적 압력을 만드는 데 노동운동이 구심점이 돼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7~8월 임단투 등 개별 투쟁들과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 운동을 결합해, 파업과 시위를 포함한 총력 투쟁을 벌이는 것이다.





<노동자 연대> 130호 |  발행 2014-07-14 | 입력 2014-07-12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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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참사의 주요 책임자다

박근혜 퇴진 요구 정당하다




박근혜는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면서도 진짜 자기 책임은 모두 떠넘겼다.


박근혜는 “해경의 구조업무가 실패”라며 “해경을 해체”하겠다고 말했다. “구조ㆍ구난 업무는 사실상 등한시 … 해양안전에 대한 인력과 예산은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경 조직 ‘해체’는 부분적으로 박근혜가 이미 한 일이었다. 올해 초 정부의 예산 삭감 지시로 ‘인명 구조, 수난구호명령, 선박 좌초ㆍ전복 대처’를 담당하던 지방 해양경찰청들 수색구조계가 없어졌다.


역대 최초로 재난관리 예산을 줄이고 있는 것도 박근혜 정부다. 올해 광역자치단체 17곳 가운데 절반에서 방화두건 등 소방관 개인안전장비 예산을 줄였다. 중앙정부는 국비 지원을 회피했다.


박근혜는 “적재중량을 허위로 기재한 채 기준치를 훨씬 넘는 화물을 실었는데, 감독을 책임지는 누구도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박의 과적과 화물 결박 현장 점검을 문서 제출로 하게 해 감독 기능을 없앤 것이 바로 박근혜 정부다. 선장의 선박 안전관리 보고 의무도 없앴다.


박근혜는 “기업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입히면서 탐욕적으로 사익을 추구하여 취득한 이익은 모두 환수 … 문을 닫게 만들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기업의 사익 추구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들을 “쳐부술 원수”라며 ‘전쟁을 벌이자’고 선동한 것이 바로 박근혜다. 바로 이 때문에 요양병원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시행령이 유보된 사이에 전남 장성 요양병원의 참사가 일어났다.


박근혜는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보상을 회피한 삼성을 감싸며, 충분히 보상하겠다는 공약을 저버렸다. 독재 장물이자 유산으로 물려받은 정수장학회, 영남대재단 등에서 돈벌이를 위해 노조 탄압을 일삼아 온 것도 바로 박근혜다.


항의운동과 작업장 투쟁의 연결


결국 한국 자본주의의 최고위 통치자로서, 친기업 규제 완화의 주범으로서 박근혜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대상자다. 박근혜 정부는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걸림돌일 뿐이다.


박근혜는 대국민담화에서조차 (실종자 가족들의 간절한 소망을 외면하고) ‘수색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국회에 찾아온 유가족들을 피해 숨기까지 했다. 청와대와 국정원을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시키라는 요구를 듣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러니 민간기구가 수사권을 가지고 성역 없이 조사하도록 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오죽하겠는가.


이런 점에서 주요 시민단체 지도자들이 정권 퇴진 요구에 한사코 반대하는 것은 운동의 전진에 장애가 돼 왔다. 


그렇다고 ‘거국 내각 구성’이나 ‘대한민국 안전사고 노동자 조사위원회를 만들자’는 식으로 첨예한 쟁점을 피해 가는 것도 무기력해 보인다. 


박근혜가 유병언 일가를 속죄양 삼아 책임론을 피해 빠져나가려고 하는 상황에서 ‘실소유주 처벌’을 강조하는 것도 실속 없긴 마찬가지다.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이 박근혜에게 물러나라고 외치는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노동운동이 세월호 참사 항의 투쟁을 자극제 삼아 자신들 고유의 투쟁들(민영화 반대, 비정규직 반대, 작업장 안전 확보 등)을 연결시킨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KBS 노동자들처럼 말이다.



박근혜의 “국가 개조”는 신자유주의적 개조다



박근혜의 “국가 개조”는 오히려 반노동ㆍ친기업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들과 제도들, 인물들이야말로 참사를 재앙으로 만든 원흉인데도 말이다.


박근혜의 정책 기조는 이렇다.


첫째, 국가기관 불신 정서를 역이용해 공무원ㆍ공공부문에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는 경제 혁신 3개년 계획과 공공부문 ‘정상화’가 국가 개조 방향이라고 못 박았다.


이 계획들에 담긴 온갖 민영화, 규제 완화 등의 친기업 정책들이야말로 세월호 참사를 만들어 낸 주요 요인들이다. 의료 민영화와 철도 민영화도 굳건히 추진하고 있다.


이것은 공공 노동자들에 대한 칼날이기도 하다. 정부는 대국민담화 다음날 공무원연금을 20퍼센트나 깎는 개악안을 내놓고 여론의 눈치를 살폈다.


둘째, 박근혜는 관료직 자체에 더 많은 전문경영인과 친기업 전문가들을 끌어들이려고 한다. 이것이 박근혜가 ‘민관유착’(정경유착) 근절 대안으로 공직 개방을 하겠다는 것의 본뜻이다.


이렇게 되면, 민간(대체로 기업)에서 공직으로 영입됐다가 본래 자기 기업으로 돌아가는 것(회전문 인사)을 누가 막겠는가. 이 ‘신형 관피아’야말로 정경유착의 합법화다. 이런 제도는 국가 운영에 친기업 원리를 더 많이 반영하겠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노무현 정부 아래서 삼성전자 사장 출신 진대제가 장관으로 임명돼 삼성 특혜 시비가 있었는데, 이런 인사를 국장, 과장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갈수록 분명해지는 ‘구조 방기 의혹’



국가의 용서받지 못할 범죄가 갈수록 또렷해진다. 세월호 침몰 당시 해경이 사실상 잠수 구조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게 점점 밝혀지고 있다.


해경과 유착해 구조 작업을 독점한 언딘의 기술이사는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들은 구조가 아니라 배 인양을 위해 갔으며, 해경이 지시한 첫 잠수는 침몰 다음날(4월 17일) 오전이었다’고 밝혔다.


해체 방침으로 자기 방어가 힘든 해경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언딘의 의도를 고려하더라도, 해경의 구조 방기는 다른 여러 증거들과 일치한다.


침몰 당시 45명을 구하고 최근 <한겨레>와 인터뷰한 진도 인근 어민 김현호 씨도 ‘해경이 구조 작업에 열의가 없었고 오히려 세월호 접근을 막았다’고 말했다.


정말 “단 한 명도 구조하지 않은 정부”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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