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반대 파업

공공·금융 노동자 비난 신화를 논박한다


<노동자 연대> 181호 | 발행 2016-09-21 | 입력 2016-09-21






금융노조 파업을 사흘 앞둔 9월 20일 노동부장관 이기권은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을 볼모로 하는 공공·금융 총파업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이기권은 임금체계 개편이 “법으로 의무화됐다”는 억지까지 부렸다. ‘불법 파업’이라는 암시를 주고 싶어서였을 텐데, 그가 기자회견에서 내민 근거는 법 조항’(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아니라 법 제정 당시 ‘속기록’이다.


장관이 거짓말하고 억지 부리는 건 불법이 아닌가. 사실 근무지를 이탈해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신분을 속인 일이 들통나고도 경찰청장이 되는 정권에서 그게 뭐 큰 일이겠는가. 노인 기초연금 20만 원 등 표 받기 좋은 본인의 대선 공약을 모두 폐기 처분해 놓고도, 배신의 정치는 극도로 싫어해서 (다른 누구도 아닌) 본인에게 배신당한 국민에게 배신 정치인을 심판해 달라고 불법으로 선거 개입하는 박근혜가 임명한 장관다운 짓이다.


게다가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에서 노조와의 합의가 안 되면 무시하고 이사회 의결하라고 공식 재촉한 당사자가 이기권 본인이다. 이 결정들은 근로기준법 위반이 너무 명백해 불법 논란을 자초했고 죄다 소송에 걸려 있다. 특단의 계급적 판결이 아니라면 정부가 패하기 십상인데, 문제는 그런 불법이 노동자들의 파업 열기를 더 높였으니 파업을 조장한 책임을 묻겠다면 이기권 본인을 빼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기권이 대표로 말했지만, 금융·공공기관의 파업에 대해 정부와 기성 언론들은 하나같이 고임금 노동자들이 웬 파업이냐고 부르짖는다. 집단 이기주의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조선사들이나 한진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듯, 기업 부실에 책임을 져야 할 정부와 사주들은 별 책임도 지지 않는다. 대기업 이윤의 일부인 사내유보금만 해도 수백조 원에 이른다. 자본주의와 기업주들이 불러 온 경제 위기에 애먼 노동자들의 임금을 문제 삼으며 책임 운운하는 것은 가당찮은 억지일 뿐이다.


최근 리얼미터가 조사한 여론조사를 보면, 70퍼센트가 금융·공공기관의 부실 원인은 정부 탓이라고 답했다. 성과연봉제를 정부가 성급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답변이 63퍼센트, 성과연봉제는 공익성과 불합치한다, 사회문제를 악화시킨다는 답변이 둘 다 66퍼센트였다.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도 세 번은 통하지 않았듯이, 이 정권의 거짓부렁이 잘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연대도 소중하다. 이기권과 기성 언론들의 정규직·비정규직 이간질을 해 왔지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공공기관의 성과주의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빼앗는다”며 파업을 지지하고 이기권을 정면 반박했다.




공공부문은 위기에 같이 책임져야 한다?



도둑질한 돈도 아니고 사용자인 정부도 동의해서 책정한 공공부문 노동자 임금액을 이제 와서 문제삼는 것은 경제 위기 시대에 정부와 사용자들의 태세 전환을 잘 보여 준다. 정부는 공공부문의 임금 삭감으로 재정지출을 줄이고, 이를 지렛대로 민간 부문 임금 삭감으로 나아가려는 속셈일 뿐이다.


그러나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임금이 모두 높은 것도 아니고, 고용이 철밥통인 것도 아니다. 공공부문에서 성과주의 등 시장주의 논리가 보급돼 온 지 오래고, 또 임금과 복지 향상도 기획재정부의 예산 압박으로 크게 제약돼 왔다.


특히, 총액인건비 제도 같은 임금 통제 정책 때문에 공공부문이야말로 임금 억제와 간접고용 비정규직, 허울만 좋은 무기계약직 양산의 주범이 돼 왔다. 인건비 총액을 제한해 놓고 정규직 임금이 오르는 게 문제라는 건 이자를 50퍼센트씩 받아먹으면서 왜 남의 돈 쓰고 안 갚냐는 고리대금업자와 다를 바 없는 억지다. 최근에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가 이런 압박을 더 전면화해 왔다. 지난해에도 멀쩡하게 정년이 있는 노동자들의 말년 임금을 대폭 깎는 임금피크제를 공공부문부터 도입했다.


최근 서울의 지하철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고로 숨진 노동자들이나, 경주 지진 발생일에 철로 수리 작업을 하다 사고로 죽은 노동자들이 모두 공공부문의 저임금 하청 노동자인 것은 단지 우연일까.


이런 비극을 봐도 공공부문에 충분한 임금과 안정된 일자리가 제공돼야 한다. 대체로 필수적인 공익 서비스에 충분한 인력이 배치되고, 노동자들에게 안정적인 고용과 임금을 보장해 숙련도를 높이고, 장시간 노동을 금지하는 것이야말로 사회 다수에게 유리한 일이다. 이렇게 되려면 오히려 정부가 공공부문에 양질의 일자리를 더 늘려야 한다. 노동계급 관점의 효율성이란 이런 것이다.


금융 고임금이 문제?



최근 금융 산별노조의 임단협 교섭을 파탄 낸 은행권 사용자들도 ‘예대마진이 줄어드는 등 실적이 악화되고 있으므로 성과연봉제로 임금을 삭감해야 한다’고 우기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의 예대마진이 줄어드는 것은 건설 등 위축된 기업들의 경기 부양을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탓이 더 크다. 그나마도 은행들은 예금 금리를 신속히 낮춰서 충격을 상당 부분 흡수하고 있다. 게다가 대출금리도 낮춰 가계대출 영업을 여전히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예대마진 수익이 줄었다고 해도 노동자들의 임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사실 최근 집값과 전월세 폭등 등으로 평범한 노동자들조차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은행의 예대마진 수익이 느는 것은 공익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물론 2년 전과 비교해 지난해 시중은행들의 수익이 2조 원 넘게 줄긴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3조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고, 최근 실적 하락 공포는 부실기업들로 인한 충당금 부담이 늘어난 탓이 크다. 역시 노동자들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여기에는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같은 금융공기업들도 해당된다. 도대체 이 은행들에서 부실기업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 청와대 서별관회의 등에서 대우조선의 부실과 분식회계를 알고도 계속 지원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정황까지 폭로된 상황에서 말이다.


오히려 그동안 은행권이 한때 10조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릴 때조차도 그중 상당수는 주주들에게 고배당으로 지급한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그런 수익을 위해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노동자 탓을 하지 말고, 주주 배당을 줄여야 마땅하다.


자본주의적 관계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임금은 노동력 사용권에 대한 대가(노동력의 생산비)이므로 임금 노동자가 (경영권·인사권의 이름으로 그 노동력을 이미 배치·사용한 결과로 얻게 된) 경영 실적에 책임질 아무 이유가 없다.


안보 위기에 웬 파업?



보수 언론은 북한 핵실험 등 국가적 안보 위기 상황에서 웬 파업이냐는 비난도 한다.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도 않는 사안을 끌어와 노동자 파업에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고 보자는 식이다. 김일성이 죽었는데 웬 파업?(1994년) 가뭄에 웬 파업?(2001년) 식이다. ‘파업은 무조건 안 된다’는 계급 본능적 히스테리다.


최근 동아시아에서 악화되고 있는 안보 위기는 근본적으로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강대국들 간의 동아시아 패권 다툼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다. 특히 이를 위해 미국이 한미일 간 군사동맹을 강화하려 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지렛대로 북한 악마화와 대북 압박을 활용한 것이 더 직접적인 배경이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 등 중국을 포위하는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에 확실히 줄을 서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야말로 수동적 피해자이기는커녕 한반도 주변의 안보 위기의 한 연쇄고리인 셈이다.


도대체 이런 상황이 노동자가 파업을 자제하고 임금을 삭감하면 해결되는가? 외부의 적에 맞선 국민적 단합을 위해 내부 갈등을 피해야 할 때라면, 왜 정부와 기업주들은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쉬운 해고와 임금 삭감을 관철하려고 지금 이 난리인가? 박근혜 식 관점이면 이 정부와 기업주들이야말로 국가적 국론 분열, 갈등 조장의 주범 아닌가?


진실인즉슨, 박근혜 정부와 기업주들은 경제·안보·정치 위기 속에서 한국 자본주의 지배자들이 적으로 보는 국내외 모든 상대에게 호전성을 발휘하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오히려 노동자들이 단단하게 파업 투쟁으로 박근혜 정부를 약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위기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획득하는 길이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 분량 제약 때문에 줄였던 부분 중 일부를 되살린 버전.


박근혜 2년

거듭 지연된 반동 공세와 팽팽해진 정치적 양극화




2012년 12월 박근혜가 당선하자마자 일주일 만에 노동자와 활동가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파 재집권에 실의와 좌절이 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비록 만만찮은 민심에 잘 보이려고 대선에서 “아버지[박정희]의 꿈이 복지국가”라는 흰소리를 해댔지만, 선진 노동자들은 대체로 그런 거짓말에 속지 않았다.(이 중 일부는 박근헤 당선으로 사기저하되기도 했지만 팽팽하던 세력균형이 바뀐 건 아니었다.)


이런 계급적 직관이 더 통찰력 있었다는 것이 취임식 전부터 분명해졌다. 박근혜 표 ‘신뢰의 정치’는 오로지 기업주들과 우파를 위한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핵심 공약이던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 원 지급’ 공약이 취임식도 하기 전에 폐기됐다. 기초생활보장 예산도 삭감했다. 당선 직후부터 대선 복지 공약은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고 어서 거두어들이라고 ‘조언’했던 조중동은 이런 조처들을 반겼다.


박근혜 정부는 의료 · 철도 · 은행 민영화 등을 공언하고 부자들에게 활로를 터 주려고 부동산 경기 부양책에 매달렸다. 그런 부담들은 은근슬쩍 노동자 증세로 때웠다.


결국,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그래서 내가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것’이라며 호통치던 박근혜 2년 아래서, 부자에겐 ‘증세 없는 복지’가 제공되고 노동자 · 민중에게는 ‘늘어난 것은 세금과 빚뿐’인 현실이 됐다.


이런 고통전가 정책이 성공하려면 노동자 투쟁에도 족쇄를 씌워야 했다. 기업 규제를 “암 덩어리”라며 ‘규제 완화를 위한 전쟁’을 선동하던 박근혜는 노동운동에는 온갖 제약과 탄압을 선물했다.


박근혜 정부는 20년 전 민주노총 창립 이래 민주노총 본부를 경찰력으로 침탈한 첫 정부였다. 해직자에게서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라며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시도했다. 형법 내란 선동 · 음모죄 조항을 부활시키고 국가보안법을 앞세워 진보당을 해산시켰다. 불법 채증과 통신망 사찰을 남발하며 집회 참가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집권 3년차에는 더 본격적인 고통전가를 추진하려 한다. 정리해고는 물론이고 일반 해고까지 그 요건을 완화하고, 임금체계 개편, 비정규직 확대 정책으로 임금비용을 대폭 줄이려 한다. 공무원연금 개악 시도는 정부 재정 부담을 줄일 뿐 아니라 국민연금 삭감, 전반적 임금 삭감으로 이어가려는 수작이다.



경제 · 안보 위기 


노동자들의 삶과 권리를 전반적으로 악화시키는 것이야말로 박근혜 정부의 진정한 존재 이유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근근이 버텼던 한국 자본주의도 곧 본격 위기로 빠져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져 왔다. 또한 경제 위기가 낳은 지정학적 불안정성은 동북아시아에서도 강대국 간 갈등을 낳고 있다. 이런 갈등을 배경으로 한 미 · 중 사이의 줄타기 문제와 남북 갈등 심화를 놓고 한국 지배자들 사이에서는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 · 안보의 이중 위기 속에서 우익 지배자들은 단호하게 노동자들을 공격해 경제 위기 고통을 전가하고 국가적 단속을 할 정부가 필요했다. 단순히 위기를 겪는 신자유주의 체제의 “안정적인 관리자”가 아닌 ‘공격수’가 필요했던 것이다. 유신 DNA의 박근혜가 딱 적임자였다.


박근혜의 당선 과정부터 국가기관이 총동원된 선거 개입으로 얼룩진 것은 이런 배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이런 지지 기반 때문에 집권 과정은 물론이고 정부의 인사 전반이 부패와 반민주적 인물들의 향연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신헌법의 기초자 김기춘, ‘미스터 국가보안법’ 황교안 등 엘리트 공안검사 출신, 군부 출신이 중용됐다. 심지어 미국 CIA에 협력했던 자까지 끌어들이려 했다.


올 2월 말에는 지지율 하락을 만회한다며 대통령 비서실장 자리에 현직 국정원장이자 공작정치의 대가인 이병기를 임명했다.


또한 박근혜 정부는 북한 위협론으로 ‘빨갱이 공포증’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주요 통치 수단으로 삼아 왔다(냉전적 반공주의). 이를 통해 자유주의 세력과 의회 내 진보정치 세력들을 위축 · 순치시키고 좌파의 영향력이 확산하는 것을 축소 · 차단하려는 것이었다.



거듭 지연된 반동 공세


그러나 박근혜의 이런 우경화 본색은 자주 벽에 부딪혔다. 복지 공약 파기와 인사 파동으로 박근혜는 취임시 지지율이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의 위선을 꿰뚫어 봤던 조직 노동자들이 정권 초기부터 고통전가 공세에 맞선 투쟁의 최선두에 서 왔고 이후 저항의 주 동력이었다.  박근혜 첫해 지지율 조사에서 부정적 평가가 가장 높고 지지율 하락 폭이 가장 컸던 때도 2013년 12월 철도 파업 때였다.


(※ 조직 노동자들은 대선 직후 잠시 우울함을 맛보기도 했고 개혁주의 리더들의 영향으로 정치적으로 명확하진 않았지만 세력균형에서 밀렸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곧바로 저항에 나섰다. 대선 결과는 실망스러웠지만 세력균형이 노동계급에게 불리하지 않았다는 것은 박근혜의 대선 때 언행과 공약이 실체와 달리 포퓰리즘적이었던 것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도 박근혜 정부에 타격이 됐다. 사건 자체가 사회 운영의 우선순위에서 노동자 계급의 생명과 안전이 뒷순위로 밀렸음을 드러냈다. 이에 더해 박근혜가 기업과 관료를 보호하려고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에 전혀 성의가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지자, 불신과 분노는 더한층 커졌다.





이런 어려움에도 박근혜는 2년 내내 통치권 강화를 위해 국가기관 전반에 낙하산 인사를 단행하고 정치적 압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이도 그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2013년 8월에는 노동운동 공격을 막 본격화하려는 시점에서 전교조 법외노조화에 제동이 걸리는 판결이 나와 타격을 입었다.(당시 전교조 조합원들의 강경한 법외노조화 거부 태세가 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2월에는 박근혜 당선에 국정원이 개입했다고 당시 국정원장 원세훈을 구속하는 판결이 나왔다. 검찰 내부에서 이 사건 수사를 놓고 한때 항명이 일어나 청와대가 검찰총장까지 날릴 정도로 사건 은폐에 애를 썼는데도 그리된 것이다.


3권 분립이 애초 선출되지 않은 사법부를 통해 선출된 의회와 대통령 등을 견제하려고 교묘하게 고안된 부르주아 지배 체제인 점을 감안하면, 3권 분립이 자본주의 우익 정부의 발목을 잡은 것은 역설적으로 보인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통치 스타일은 ‘유신’이지만 유신 체제 회귀는 아니고, 이 정부 아래서 팽팽한 세력균형 때문에라도 지배자들이 쉽게 ‘동의에 의한 지배’의 장점을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노동자 연대>의 전망이 옳았다고 볼 수 있다.


박근혜식 반동이 거듭 지연된 것 때문에 이 정부는 우익 기반 안에서도 점차 신뢰를 잃어 왔다. 이 때문에 올해 박근혜는 더더욱 전면적인 반노동 공세를 관철하려고 악착같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애초에 이런 공격을 위해 집권한 정부가 집권 3년차에야 이를 본격화하겠다는 것은 노동운동의 상황이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는 것도 보여 준다.



노동자 민주주의


이렇게 봤을 때, 정치적 양극화가 팽팽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 국면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노동운동이 저항의 선두에 섰지만 손에 쥐는 성과를 얻은 것도 없다는 점도 봐야 한다. 여기에는 운동의 정치, 특히 노동운동 상층 리더들의 개혁주의 정치의 문제가 있다.


실제로 적지 않은 개혁주의 지도자들이 박근혜 정부의 유신 회귀 반민주 세력에 맞서 새정치민주연합, 중간계급 등과의 계급 협력적 방식으로 싸우자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부르주아 민주주의, 즉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의 성격을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는 노동자 계급의 투쟁이 성장해 ‘강압’만으로는 이를 다루기 어려워지자, 어쩔 수 없이 자본가 계급이 부르주아 지배 체제에 노동자 민주주의 요소를 ‘일부’ 허용한 체제다.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 합법적 임금 인상 투쟁, 복지 확대, 정치적 표현과 결사의 자유 등.


이는 민주주의의 동력이 노동자 투쟁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부르주아 민주주의 자체가 노동계급에게 권력을 분배해주는 체제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부르주아 민주주의 아래서 노동계급과 자본가들 사이의 화해는 일시적인 것일 뿐이다.(사회 운영의 우선순위 문제를 제기하는 진정한 민주주의는 오로지 아래로부터의 노동계급 권력이 부르주아 민주주의와 단절하는 과정에서만 시작될 수 있다.)


때문에 계급을 가로질러 협력하자는 전략은 민주주의를 방어하는 것에서조차 효과적 방식이 못 된다. 자본의 이윤에 타격을 주는 노동계급의 고유한 투쟁 방식(이자 가장 강력한 힘)을 사용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이 야권연대에 기대를 걸고 자기 제한적으로 싸운 경우들이 그렇다.


부르주아 야당으로서 새정치연합은 자신들의 권력 접근을 보장할 절차적 민주주의의 일부 요소를 보호하는 문제 외에는 진지한 열의가 없다. 철도 파업, 연금, 세월호 참사 등에서 거듭 입증돼 왔다.


이런 분석이 노동운동에게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 위기가 계속될 것이므로 그에 따른 안보 위기, 정치 위기도 지속될 것이다. 이에 따른 지배계급의 동요와 신경질적인 탄압도 벌어질 것이다. 이는 박근혜가 가려는 길과 그가 느끼는 위기감을 동시에 보여 준다. 지금 박근혜는 주한 미국 대사 피습 사건을 국면 전환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


둘째, 노동운동은 계급투쟁적 전략으로 저항에 나서야 한다. 노동운동의 투쟁 태세가 확고하고 강력해 보일 때만 지배자들 안에서, 박근혜와 그 지지 기반 사이에서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셋째,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사회적 내용이 노동자 민주주의이므로 정치적 요구를 내건 투쟁뿐 아니라 부문적 경제투쟁들도 중요하다. 중요한 점은 두 가지 형태의 투쟁을 결합하는 것이고, 무엇보다 둘 모두 이윤에 타격을 주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노동자들의 투쟁이 단순히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향상시키는 수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런 일들을 효과적으로 해 내려면 ‘정치’가 중요하다. 공식정치에 선거로 대응하는 것만이 노동자 정치가 아니다. 이간질에 맞서 노동자 계급을 단결시키기, 북한 위협 등 안보를 이용해 노동자 운동을 위축시키려는 시도 등을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혁명적 마르크스주의 정치가 노동계급 운동 안에 더 많이 뿌리 내리고 성장해야 한다.




기사 원문: <노동자 연대> 144호 | online 입력 2015-03-12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결국 이명박은 천안함 사고를 북한의 도발로 단정하고 경고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천안함 합동조사단의 발표가 전혀 의문점을 해소하지 못했는데도 말입니다.( 조사단 발표는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결정적 증거라는 게 파란 매직으로 쓴 파란 1번 글씨[각주:1] 뿐이라는 건 이 사건의 진실을 캐내려던 사람들을 참 허무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합동조사단의 조사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70퍼센트가 넘는 조사에서도 대북 강경 대응에 찬성하는 여론이 과반을 넘지 않고, 이 사건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권 후보를 지지하기로 맘을 바꿨다는 사람이 그 반대 경우보다 많지 않거나 오차범위 안에서 많은 정도입니다. 딱히 현직 단체장인 한나라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각주:2].

오늘자 내일신문에서도 발표 신뢰가 70퍼센트가 넘는데, 증거가 부족하다는 응답이 50퍼센트에 육박합니다. 경향신문에선 조금 줄긴 했지만, 여전히 지방선거에서 정권 견제 투표를 하겠다는 응답이 다수입니다. 동아일보 여론조사조차 지방선거 지지 후보 결정에 별 영향을 못 미쳤다가 70퍼센트를 넘습니다.

이는 이 발표가 정부가 노린 최소한의 효과, 즉 보수층 결집 이상의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고, 정부의 엄청난 호들갑에도 다수의 사람들이 정부의 ‘안보 위기’ 과장을 믿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고 있다고 볼 근거는 없어 보입니다.

한국에서 북한 문

△북한 최고 포털사이트로 추정됨.

제가 가진 특성상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마도 합동조사단의 결과에 마지못한 신뢰를 보낸 것이라고 봅니다. 거리에서도 ‘안보 위기’의 긴장감 같은 건 찾기 힘듭니다. 인터넷의 다양한 패러디와 풍자는 덤이겠죠. (☞ 이미지 모음)

이러니 거짓말도 아주 크게 치면 믿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는 말이 전해져 오나 봅니다. 합조단의 발표는 꼼꼼히 읽어보면 모조리 '추정'입니다. (합조단은 잘 모르나 본데, 북한도 한글을 쓰는 국가입니다)

합조단은 북한 잠수정의 침투·탈출 경로도 설명 못하면서(파악 못했다고 스스로 인정) 북한 소행이라고 단정지었습니다. 이러니 전혀 북한 정권에 우호적이 아닌 사람들도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합조단 발표를 믿지 않으면 ‘친북’이라 합니다.

심지어 자기 말을 믿게 하려고 미군과 한국군의 해상 방위 능력을 완전히 ‘이뭐병’ 수준으로 만드는 ‘자해’도 서슴지 않습니다. 늘 실패한 국가라고 비웃던 북한의 무기 과학은 세계 최첨단 기술로 격상됩니다. 결정적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딱 ‘자해공갈단’ 수준입니다. “쳐맞아서 자랑이다”는 인터넷 패러디물의 비아냥은 이명박 정부의 거짓말과 진실 은폐에 염증이 난 사람들 심정을 대변해 줍니다.

△ 알았어, 욕하지마, 안 찍을께!

민주공화국’이란 나라에서 선출된 정부가 증거도 없이 무작정 정부 발표를 믿으라 강요하고, 믿지 않으면 처벌하겠다고 하니, 이젠 정부 자체가 불신의 대상이 됩니다.

게다가
정부는 천안함 사고의 진상과 관계없이 대북 호전주의로 돌진하고 있습니다.

정부 스스로 이 문제를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 문제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진정한 쟁점은 ‘이명박 정부의 신뢰도’입니다. 그래서 정부의 발표가 진실이라고 믿을 이유도 없고 믿어야 할 정당성도 없습니다.

천안함 사건의 진상이 무엇으로 밝혀지든 한반도가 군사적으로 불안정해진다면, 그것은 이명박 정부가 책임져야 할 일입니다.


이럴 때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발표를 믿어주는 게 이명박에겐 매우 큰 힘이 될 겁니다. 미국마저도 인정한다면? 정부가 생거짓말을 치는 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 만합니다.

그러나 미국이야말로 이런 조작의 원조입니다. 미국이 1965년 베트남 전쟁을 시작하면서 계기적 명분으로 내세운 사건이 통킹 만 사건(1964년)입니다. 베트남의 호치민 정부가 통킹 만에서 작전 중인 미군함 매독스 호를 어뢰로 공격했다는 것이었습니다[각주:3].

이 사건은 나중에 미국의 조작(자작극)으로 밝혀졌습니다. 조작된 증거로 10년이나 베트남 민중의 삶과 영토를 유린하는 참혹한 전쟁을 일으킨 겁니다[각주:4].

이런 일은 21세기에도 반복됐습니다. 2002년 미국 부시 행정부는 유엔조사단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숨겨져 있다고 뉴욕 쌍둥이빌딩을 무너뜨린 9·11 테러의 배후에, 즉 알카에다의 배후에 후세인 정부가 있다고 단정했습니다.

부시가 거짓 증거로 유엔의 지지까지 받아가며 침략 전쟁을 시작했지만, 미국이 승리해 이라크를 점령하자 역설이게도 그 거짓말이 드러났습니다. 미군이 장악한 그 땅에 대량살상무기는 없었던 것입니다. 여지껏 사담 후세인과 알카에다의 연계도 전혀 밝혀진 게 없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때 세계의 인구 다수가 전쟁 전부터 부시 행정부의 말을 믿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전쟁 전인 2003년 2월에 이미 3천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이라크 전쟁 반대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런 정치적 압력 때문에 미군은 군사 작전도 제약을 받았습니다. 이라크의 저항세력도 강렬하게 저항했습니다. 결국, 부시의 거짓말은 들통났고, 이런 정당성 위기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 실패에 주요한 배경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 여파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두 경우에서 우리는 세 가지를 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전쟁광들은 진실을 매우 싫어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전쟁광들은 진실이 알려진 뒤에도 전쟁 노력을 곧바로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명박도 안보 위기 조장 시도를 당분간 계속 할 것입니다.

그래서 셋째 교훈이 중요합니다. 어떤 무시무시한 전쟁광도 진실을 다수가 알아채고 저항에 나서는 걸
막지는 못했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선 1996년 북풍 사건이 있습니다. 그해 총선을 앞두고 판문점에서 북한군이 한국군 초소를 향해 총격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선거에 이용하려고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의) 김영삼 정부가 북한 군부를 매수해 총격을 ‘요청’한 사건이었습니다.

이런 전례를 봤을 때, 이명박은 우리가 믿든말든 전쟁 위기를 조장하는 언동을 계속 해댈 겁니다. 46명의 죽음을 이용해 훨씬 더 많은 죽음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위험한 전쟁 몰이를 선동하는 겁니다.

그럴수록 정부는 심각한 정당성과 신뢰의 위기를 확인할 뿐이지만, 이미 도박을 시작했기에 바로 그 신뢰의 위기 때문에 더욱 과장과 호전적 선동에 매달려야 하는 신세입니다.

저들의 호전적 선동은 저들은 한 톨 만큼의 정당성도 없습니다. 전쟁 몰이에 필요해 46명의 죽음은 부각하지만, 정부와 군부의 무능만 드러내는 금양호 선원들의 죽음은 외면합니다. 저들은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으로 죽어간 ‘산업 역군’에게는 단 한번도 그런 관심을 보여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들이 말하는 안보는 ‘국민의 다수인 평범한 다수의 안전’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저들에겐 자신들의 기득권 체제, 지배체제, 통치 질서를 지키는 게 ‘안보’입니다. 글자 그대로 그들의 안보관으론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안전, 평화가 ‘안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진보진영 일부 인사들이 이명박 정부의 천안함 대응을 비판하면서 (민주당 일부 인사를 따라) '안보 무능' 어쩌고 한 것은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부적절합니다. 그건 저들이 소유한 의제 안에서 싸움을 거는 겁니다. (약간 과장하는 감이 없진 않지만) 차라리 “전쟁이냐, 평화냐[각주:5]하고 묻는 게 낫습니다.

요즘 한국 군부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국지전 정도는 해 보고 싶다는 듯 들리는데, 북한이 강경하게 반응하니 실제로 한반도에서 긴장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남한 군부와 집권당은 남북한의 ‘적대적 상호의존’ 관계를 한껏 이용하려는 듯 보입니다. 

친북 낙인 협박에 굴복하지 말고 계속해서 천안함 진실을 계속 캐묻고 이명박 정부의 신뢰도를 문제 삼아야 합니다. 과거의 북풍 전력을 끄집어 내 저들의 추악한 과거=진짜 진실을 보여줘야 합니다.

‘안보 위기’를
빙자한 민주적 권리 억압을 비판하고 경고하며 싸워야 합니다. 이명박이 천안함 관련해서 미국 정부의 협조를 받는 대가로 주려는 것들(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 등)에 반대해야 합니다. 천안함 소재로 한 정쟁 중단 따위를 합의하면 안 됩니다.

△1천3백 톤 천안함을 박살내고도 그을림 하나 없이 멀쩡한 어뢰 추진축, 그 어뢰에서 무사히 살아남은 무적의 파란 매직 글씨.

‘Made in MB’인 군사적 위기 조성에도 반대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으로 한반도 불안정이 커진다면, 남북 양비론이 아니라 순전히 이명박 정부(와 이에 동조한 미 오바마 정부[각주:6])의 탓이라는 걸 분명히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야 일부러 대북 긴장을 조성해 국내 권위주의 통치 강화에 활용하는 행태에 맞설 수 있습니다. 대북적대정책은 민주와 복지를 갉아먹는 주범입니다.

‘파란색 1번’은 일종의 코드처럼 보입니다. 남한산 파란 1번들이 우리에게 ‘북한산’ 파란 1번이 결정적 증거임을 믿으라고 강요합니다. 그러나 ‘북한산’ 파란 1번의 증거 능력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남한산 파란 1번 자체를 믿지 않습니다. ‘1천3백 톤 전함을 침물시키고 살아남았다는’ 이 파란색 1번’과 한동안 싸워야 할 듯 합니다.




  1. 1번만 증거로 인정하는 더러운 정부!!! ㅋ 이 어뢰가 ‘11번가’ 쇼핑몰에서 구입한 건데, 앞뒤가 지워져서 ‘1번’만 남았다는 설(說)도 있군요. [본문으로]
  2. 야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딱히 오르지 않는 것은 별도의 설명이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민주당이 지난 10년 동안 정말 별 볼 일 없는 행적을 보인 게 젤 큰 요인이 아닐까 합니다. [본문으로]
  3. 미국 의회는 이 사건을 빌미로 통킹 만 결의를 하고 이듬해 2월부터 침략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1971년 뉴욕타임스가 미 국방부의 보고서(펜타곤 페이퍼)를 인용해 조작 사실을 폭로했고, 훗날 당시 국방장관인 로버트 맥나마라가 조직 사실을 인정합니다. [본문으로]
  4. 이 전쟁에서 베트남 민중은 2백만 명이 넘게 죽었습니다. 미군도 수만 명이 죽었으며, 파병 한국군도 5천 명 넘게 죽었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5. 선거로만 치면,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이 막판에 써먹어 효과를 좀 봤죠. 이번 선거에서 통할지는 두고봐야 알겠네요. [본문으로]
  6. 한국의 어떤 정당도 이명박의 황당무계한 결정적 증거를 인정하는 미국정부를 비판하지 않고 있음.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