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 안철수촛불에서 빌려간 돈으로 우익에게 선심 쓰려 한다

후원하기 트위터 공유 페이스북 공유 카카오톡 공유 카카오스토리 공유 밴드 공유 기사 제목과 주소 공유  인쇄

세월호 참사 3주기인 4월 16일은 대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 바로 전날이었다. 이날 3년 만에 처음으로 정권의 압박 없이 전국에서 수십만 명이 애도 물결에 참가했다.


이 때문에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기억식에는 자유한국당 홍준표만 빼고 원내 정당 4곳의 대선 후보들이 모두 참석해, 자신이 집권하면 유가족들의 요구를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몇 시간 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하자 네 후보가 모두 안전을 강조했다.


그러나 다섯 달 동안 정권 퇴진 운동에 참여해 매주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 속에서 정치의식을 발전시켜 온 사람들은 주류 대선 후보들의 겉모습이 다가 아님을 잘 안다.


문재인은 17일 첫 방문지로 대구를 찾아 중도보수층에 대한 구애를 지속했다. 투정 끝에 문재인 선대위에 합류한 박영선은 문재인이 이제 통합정부를 강조할 것이고, 적폐 청산 얘기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는 인천VTS 방문 뒤, 바로 인근 해군부대로 가서 안보를 강조했다. 안철수는 “튼튼한 자강안보”를 1순위 공약으로 내세우고 전략무기 대폭 증강을 내세웠다.


유승민은 인천상륙작전 기념 공원을 찾았다. 보수의 정치적 위기 돌파 시도를 유혈낭자했던 전쟁에 비유한 것이다. 참으로 유치하면서도 끔찍한 발상이다.


유일하게 세월호 추모를 거부한 홍준표가 서민 코스프레 한다고 가락시장에 가서 바닷가재 들고 사진 찍은 건 코미디이면서도 모욕이었다.홍준표는 기업이 잘 돼야 서민들도 잘 살 수 있다며 낡은 낙수론을 내세운다. 그러나 지금 기업과 기업주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고 노동강도를 높여 수익성을 회복하는 걸 경제 불황 완화책으로 삼고 있다. 기업의 수익성 회복 몸부림이야말로 경제 위기 시대에 노동계급 삶이 고통스러워지는 근원이다.

ⓒ출처 문재인 선거 캠프

ⓒ출처 안철수 선거 캠프

체제 수호 행보를 강화하라는 주문

한국 지배계급은 경제 불황이 깊어지고 동아시아에서 안보 위기가 고조된 조건에서 우경화 기조를 펼쳐 왔다. 그래서 세운 것이 박근혜 정권이었다. 이 정권이 대중 투쟁으로 속절없이 날아간 것이 몹시 언짢을 것이다. 그러나 구 여권 후보들을 곧바로 다시 미는 건 가망이 없다고 본 듯하다. 그래서 주류 야당 후보들에게 체제 수호 행보를 더 분명히 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사실 문재인이나 안철수 누가 당선해도 여소야대 정권이 된다. 기반과 전통에 비춰 볼 때, 누가 돼도 두 당의 연정이 먼저 거론될 것이다. 물론 우익이 대기업 기업주인 안철수에게 더 호감이 있는 건 명백하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야당의 대선 후보들로서 문재인과 안철수는 경제·안보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협치를 해야 하는 점도 잘 이해한다.

둘의 대결에 촛불의 염원이 반영되지 않는 까닭이다. 그리고 선진 노동자들 사이에서 안철수의 상승세에 반감이 생기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안철수의 상승세가 일단 멈춘 것은 전통적 야권 지지층의 경계심이 커진 것과도 관계있을 것이다.

촛불 덕분에 양강 구도로 떠오른 자들이 촛불의 염원은 사실상 개무시하고, 성장과 보수를 강조하며 군부나 보수 언론 같은 우익의 눈에 들려고 하는 게 꼴사납다. 빌려간 돈으로 엉뚱한 사람들에게 생색내는 격인데, 문제는 돈 갚을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전개될 정치 상황의 불확실성을 반영해 대선 지지율도 하루 이틀이 멀다 하며 요동치고 있다. 문재인과 안철수가 체제 수호적으로 기울면서 둘 중 누가 돼도 박근혜를 퇴진시킨 사람들에게 흡족하지 않은 상황이 되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의 조직과 의식이 발전해야 한다. 물론 체제의 핵심 동력인 이윤 생산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노동계급 투쟁이 발전해야 한다.



미국 지배자들에게 

무난한 파트너임을 보여 주려는 문&안


4월 16일 미국 부통령 마이크 펜스가 한국에 올 때 동행한 한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나는 차기 한국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결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드 조기 배치 여부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고 추측했다.

희망 섞인 관측일 뿐이다. 요즘 유력 대선 후보들, 특히 문재인과 안철수의 안보 행보를 보면 그런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미국이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차기 한국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인정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는 관측이 더 맞는 것 같다.

△사드 배치 문제에서 문 & 안 둘 다 말을 뒤집었다

안철수는 일찌감치 사드 배치 찬성으로 돌아섰다. 안보를 제일 공약으로 꼽으며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미국의 “전략자산”(핵무기!) 순환 배치를 추진하겠다는 주장들을 내놓고 있다.

안보 문제에서 ‘우클릭’ 하는 건 문재인도 오십보백보다. “북이 핵 도발을 계속하면 사드를 강행”하겠다면서, 10대 공약 최종본에서 ‘사드 배치 국회 비준 동의 추진’ 공약을 빼 버렸다. 기존 공약집에 있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재연장 여부 검토’도 최종본에서 사라졌다.

심지어 문재인의 공약에는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도 쏙 빠지고 없다. 박근혜의 적폐 중 사드 배치, 한일군사협정, ‘위안부’ 합의는 반드시 청산해야 할 것들인데, “적폐 청산” 대통령이 될 것임을 자임해 온 후보가 대선을 코앞에 두고 그 모든 청산 약속을 헌신짝 던지듯 내버리고 있다. 문재인은 군 장성을 대거 영입해 “별만 100개 이상”이라는 자랑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진보계 후보들이 목소리를 내서 왼쪽의 압력을 창출하는 것이 필요한데, 바로 안보 쟁점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약점을 보인다. 물론 사드 배치 철회와 ‘위안부’ 합의 무효와 재협의, 당사자간 다각도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자는 점은 차별점이다. 하지만 제국주의 반대와 평화의 관점이 아니라 한국의 “튼튼한 안보”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래서는 안보 문제에서 일관된 비판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 기사를 읽은 후에 다음 연결 기사를 읽기 바랍니다 : 볼품없는 적폐 청산에서도 뒷걸음질치는 문재인 기업주 출신답게 시장주의자 면모 강화하는 안철수

청년·학생 모여라! 분노의 촛불 세대를 위한 토론 광장 | 4월 29일(토) ~ 4월 30일(일) | 장소: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신세계관(연세대세브란스병원 맞은편) | 주최: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독자·지지자들의 후원으로 운영하는 노동자 정치 신문

1,000원 후원 정기구독전국 곳곳 거리와 대학에서 <노동자 연대>를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여야가 티격태격하다 ‘노동개혁’ 법안 합의 처리할 수도 있다



<노동자 연대> 164호 | 발행 2015-12-23 | 입력 2015-12-23



박근혜가 12월 22일 개각을 단행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실시한 개각의 요점은 최경환을 총선에 내보내고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유일호를 주저앉혀 새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만든 것이다.


신임 경제부총리는 박근혜표 ‘경제 살리기’ 법안들(기업 지원, “노동개혁”)의 국회 통과를 진두지휘해야 한다. 공공, 금융 등 “4대 개혁”도 추진해야 한다. 시장주의적 성장론자이자 박근혜의 심복 유일호를 그 자리에 내정한 까닭이다.


그런데 현역 의원인 그는 총선에 나가려고 바로 한 달 전에 국토교통부 장관을 사퇴했다. 반대로 최경환은 “국가비상사태”라더니 총선 출마를 위해 국회로 돌아갔다. 친정체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정권의 녹록지 못한 처지를 보여 준다.


“노동개혁” 입법을 계속 추진할 심복 부총리도 필요하지만, 내년 총선 공천권 등에서 김무성·유승민 등을 견제할 당내 카드도 필요한 것이다. 기업주들을 위한 입법도 이뤄내고, 권력 누수도 막겠다는 몸부림인 셈인데, 조중동 같은 기업주 언론마저 개각을 비판한다.


그만큼 범여권이 일사불란하지 않다. 새누리당 소속인 국회의장 정의화가 개악 법안들의 직권상정(사실상 날치기)을 거부해 박근혜가 체면을 구겼다. 이 때문에 최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박근혜의 일방통행 스타일에 불만을 드러냈다. 물론 정의화가 입법부 수장으로서의 자존심을 세우는 수준 이상으로 버티진 않을 것이다. 그는 12월 22일에 쟁점 법안 합의를 중재하려고 시도했다.


무엇보다 온갖 탄압과 협박, 집회 금지 조처를 남발했지만, 경찰은 세 차례의 민중총궐기 집회를 막지 못했다. 11월 14일 대규모 민중총궐기(실제로는 노동자대회+α)에 이어 두 차례 더 이어진 민중총궐기는 노동자들이 박근혜 정권에 맞서 완강하게 싸우고 있음을 보여 줬다.


야당을 압박하려고 대통령 긴급명령권 얘기도 나오지만, 최근 박근혜 지지도 조사에서 부정적 답변이 한 달여 만에 50퍼센트를 넘는 여론의 역풍도 불고 있다.


“반기업으로 보이면 안 된다”


한편, 12월 16일 박근혜 정권을 “신독재”라고 규정한 새정치연합 문재인은 같은 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떤 법을 ‘재벌특혜법’이라는 식으로 규정짓고 논의 자체를 거부한다면 반기업 집단처럼 비칠 수 있다”며 쟁점 법안들의 논의 재개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1일 문재인은 김무성을 만나 각종 개악 법안들의 상임위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노동자 표를 의식해서 ‘악법 반대’ 꼬리를 흔들고는 정작 당론을 결정할 때는 ‘반기업 집단처럼 보이면 안 된다’는 계급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지금 새정치연합은 안철수의 탈당(과 동조 탈당)으로 어수선한데다 당내 주도권 쟁투로 말미암아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엇박자를 내면서 어제 한 말 다르고 오늘 한 말 다를 만큼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와중에도 새정치연합이 자본가들을 의식해 쟁점 법안 처리 의사를 밝혀 왔다는 점이다. 새정치연합은 “노동개혁 법안 반대”가 아니라 “합의 처리”를 말해 왔음을 알아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새정치연합의 행보에 노동자들의 삶과 조건을 의탁해서는 안 된다.




- 독자·지지자 들의 후원으로 운영하는 노동자 정치 신문을 정기구독/후원 하세요! 
정기구독하기 | 후원하기 (1천 원부터 가능)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경제적·지정학적 위기 심화로 여권의 분열도 심각해지다



<노동자 연대> 152호에 실린 기사. 지면 제약으로 생략한 내용 일부를 괄호로 첨가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 원내대표 유승민의 이전투구가 점입가경이다. 현직 대통령이 집권 여당 원내대표를 찍어내겠다고 한다.


공무원연금 개악의 대가로 야당이 요구한 국회법 개정안을 유승민이 수용한 것이 계기였다. 행정부의 시행령, 시행규칙이 국회가 만든 상위법에 위반될 때는 국회가 개정을 요청할 수 있게 하는 법이다.


※ 행정입법


행정권으로 법규를 정립하는 것 또는 그 법규를 말한다. 대통령긴급명령, 대통령긴급재정·경제명령, 대통령령, 총리령 및 부령 등이 있다. 박근혜는 각종 개악 조처들을 주로 대통령령(시행령)으로 밀어붙여 왔다. 


박근혜는 국회법 개정이 시행령으로 국정을 추진해 온 자신의 통치 행위에 제동을 거는 것으로 봤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각종 개악을 행정입법에 의존해 왔다. 거추장스러운 국회 논의를 거치지 않고 청와대와 행정부가 바로 개악을 추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애국법 등 반민주적 조처와 신자유주의 조처들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의존했던 미국 부시 정권과 비슷한 수법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시행령 25개가 상위법을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시행령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사측이 일방 추진할 수 있게 하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의료민영화를 간접적으로 허용하는 의료법 시행령도 문제다.


시행령 개정만이 아니라, 시행령 악용도 문제다. 특히 노동 관련이 그렇다. <매일노동뉴스>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이 “월권 백화점”이라고 이름 붙였다. 전교조에게 ‘노조 아님’ 통보를 한 것도 바로 이 시행령(9조 2항)에 근거를 둔 것이었다.(9조 2항은 박근혜가 개정한 것은 아님.) 


시행령을 앞세워 자본가들을 위한 고통전가 개악 드라이브를 추진해 온 박근혜에게 개정 국회법이 매우 성가신 방해물이었을 것이다. 안 그래도 노동자 투쟁, 세월호, 정윤회 의혹, 메르스 공포 등으로 지지율 하락 추세에 있는데, 여당 지도부가 야당과 합의해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박근혜는 레임덕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역설이게도 박근혜의 히스테리는 오히려 박근혜가 여당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고, 정치 위기를 증폭시켰다.


그러나 국회법 개정을 둘러싼 여권 내 갈등은 좀 더 근원적인 배경을 갖고 있다.


유승민은 올해 원내대표 당선 직후, 박근혜가 말해 온 “증세 없는 복지”를 “허구”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중국을 의식해 조심스러운 청와대와 달리 사드 도입을 공공연히 주장해 왔다. 지난해에는 “청와대 얼라들”에게 “일관된 국가안보전략”이 없다며 단호한 한미동맹을 요구하기도 했다.


따라서 여권 내 갈등은 세계경제 위기와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한국 지배계급 내의 불안감과 이견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태의 심화·발전으로 지배자들이 2012년 대선 때처럼 박근혜를 일치단결해 지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 그런 점에서 이번 갈등 사건은 국가기구 내에서 의회와 행정부의 갈등이라는 요소도 배경에 있다. 의회 입법과 행정입법 간의 충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요소가 두드러지지 않는 것은 여권의 태생적인 권위주의적 속성, 정세의 불확실성, 박근혜 협박의 이중 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공천 숙청


사실상 정계은퇴를 요구하며 유승민과 비박계의 퇴로를 막아 놓은 탓에 갈등이 쉽게 봉합될 수도, 항복을 받아낼 수도 없는 처지가 됐다. 박근혜가 ‘선거 심판’을 운운한 탓에 유승민은 물론이고 김무성 등 비박계는 여기서 물러서면 내년 총선에서 공천 숙청을 당할 거라고 걱정한다.(유승민 다음은 김무성? 얘기가 계속 나오는 이유, 순망치한설은 개연성이 꽤 있다.)


이는 부르주아 정치인들 일반에게는 양보하기 힘든 이해관계 문제다. 또한 현직 대통령인 박근혜와 달리 차기 총선과 대선을 염려해야 하는 의원들은 여론과 노동운동의 저항 태세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박근혜의 지시가 잘 먹히지 않는다.


(※ 새누리당의 의회 정치인들 입장에선 박근혜와 확 갈라서는 게 차기 선거에서 좋을지 그 반대일지, 분열이 어떤 효과를 낼지 판단하기가 애매한 정세고, 그 때문에 일시적으로는 봉합하는 모양새를 보일 수도 있다. 이 문제의 변수는 여당 바깥의 저항과 여론이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박근혜는 지배계급 내 반대를 무릅쓰고 황교안을 총리로 앉혀 놓은 것이다. 황교안은 노동운동과 사회 운동에는 공안 통치를 시도하고, 여야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정치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사정 정국을 펼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여권 분열 상황에서도 박근혜는 각종 개악을 밀어붙이는 한편, 집권당 분열이 노동운동에 자신감을 줄까 봐 탄압도 강화하려 할 것이다. 이 점을 걱정하기는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 숙청을 연상시키는 박근혜의 여권 내부 협박은 길게는 균열도 키우지만, 당장은 협조를 받아내는 즉 이중(역설) 효과도 발휘한다. 첫째, 박근혜의 협박은 무엇보다 뒤를 캐는 사정 협박이다. 둘째, 분열이 낳을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새누리당 의원들에게도 있다.
박근혜 메시지의 논리 구조는 ‘여당이 단결해야 한다/안 그러면 외부 세력에게 당한다/그런데 단결이란 나를 중심으로 뭉치는 것이란 뜻’으로 구성돼 있다. 새누리당 누구도 대전제를 거부할 수 없다. 그러나 순환논법이므로 박근혜와 다른 의견 자체가 단결을 해치는 배신이자 분열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조직 노동운동을 다루는 데서는 아직은 별다른 충돌이 엿보이지 않는다. 이는 노동운동의 저항 수위가 충분히 높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전제가 위협받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새누리당 내 비박계가 박근혜와 충돌하는 것이 차기 총·대선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표면적으로는 복종과 협력이 일어날 것이다. 이러니, 박근혜에 맞선다고 유승민 등을 띄워주는 게 얼마나 형편없는 짓인가.) 


그러나 박근혜의 탄압이 강력함을 뜻하기보다는 정치 위기의 발로임을 앞서 지적했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박근혜의 위기와 여권의 분열을 신자유주의 공세 거부 투쟁을 조직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노동운동이 더 쉬운 해고, 더 낮은 임금을 보편화하려는 공격에 더 격렬하고 단호하게 맞서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여권의 내분을 봉합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런 공격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이 여권 내 갈등의 주요 요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편, 박근혜가 여당의 원내대표를 정권의 걸림돌이라고 공개 선언한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야당으로서 얼마나 꾀죄죄한지를 보여 준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 진정한 야당은 투쟁하는 노동운동 뿐이라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지금껏 각종 민영화, 노동조건 개악 시도, 복지 삭감 시도에 진정한 조직된 반대를 제공한 것은 조직 노동운동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노동운동은 박근혜의 고통전가 공세를 막아낼 만큼 충분히 잘 싸우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예고한 7월 파업뿐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 개악과 공공부문 2차 정상화 조처를 막을 저항 구축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여권 내 분열을 이용해 노동운동을 전진시키자.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박근혜 씨는 "제왕적 (우익) 야당 총재"에 최적화된 인물이라는 것이 내 관찰인데. 매사에 권력투쟁 프레임, 만사가 남 탓, (계급본능형) 멸시와 증오의 수사, 선거 승리 우선주의, 자기편과도 협력 부재 등. 그래서 박근혜 씨의 포텐이 폭발한 전성시대는 2004~5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현직 대통령이 여당 원내대표를 콕 찍어서 정치적으로 죽이겠다는 식으로까지 말할 때는 그 후과가 결코 투정 부리기에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실 국회법 개정안 통과는, 계속 지적해 왔듯이, 국회를 우회한 시행령(대통령의 행정명령) 통치를 통치스타일로 해 온 박근혜에게는 실질적 위협이었을 것이다. 세월호만이 아니라 의료민영화 등이 시행령 방식으로 추진돼 왔다. 


(※ 내가 볼 때 이 스타일은 단지 유신스타일만이 아니라, 2001년 9·11 테러 후 조지 부시의 통치 스타일에서 차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당시 반테러 열풍을 이용해 부시는 애국법 등으로 민주적 권리들을 제약했으며, 이 과정에서 국회를 통하기보다 행정명령을 발하는 방식을 애용했다.)


단지 청와대 주인의 캐릭터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기서 세 가지 역설을 볼 수 있다.


첫째, 새누리당을 대상화해 적대시하는 듯한 언사는 역설적으로 새누리당 장악의 의지다. 이것이 관철될지 안 될지는 정치·경제 상황과 계급세력관계에 달려 있다.


둘째, 박근혜의 새누리당 장악 의지는 거꾸로 집권당 내 레임덕 공포가 박근혜를 사로잡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보인다. 이제서야 말이다!


셋째, 역설이게도 위기를 끝내려는 청와대의 시도가 위기를 증언했고 더 증폭시켰다. 이제 레임덕 위기는 박근혜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범위의 이슈가 됐다.


박근혜의 노발대발 오리발닭발은 외려 유승민의 사퇴를 어렵게 해놓았다. 사실상 정계은퇴를 요구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게 물러선다고 당청 갈등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비박계에게 정권재창출을 위한 단합은 공천 숙청을 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승민이 제거되면, 김무성은 안전할까? 그렇다고 황교안이 지휘할 사정 위협이 만만한 것도 아닐 것이다.


의도치 않게 서로 발목이 묶인 것이다. 어느 한쪽이 치고 나가야만 돌파구가 생길 텐데, 그에 대한 리스크가 너무 커서 서로 확신을 갖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제 미래가 없는 (현재만 있는) 현직 대통령 박근혜는 밀어붙이는 수밖에 없고, 차기 총선과 대선을 바라봐야 하는 새누리당으로서는 들이박지도, 완전히 수그리기도 힘들게 된 것이다.


결국 당분간 이도저도 선택을 못 하는 상태로 갈등만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이러다가 황교안이 대선 후보로 나서는 일이? ㅋ) 고로 당청 관계만 놓고 보면, 박근혜는 외통수인 상황이니 변수는 새누리당(그 안에서도 유승민, 이것은 셋째 역설의 한 표현이다)에게 있는 셈이다.


차기 선거와 여론을 신경써야 하는 새누리당에게는 정치·경제 상황과 기층 대중, 특히 노동운동의 저항에 대한 부담이 더 크다. 지금이 노동운동에게 단결된 투쟁으로 반격을 개시하기에 불리하지 않은 때인 이유다.


물론 박근혜는 바로 이런 위험성을 제기하며 여권의 단합을 촉구할 것이다. 그렇다고 여권 단합이 두려워 싸우지 말아야 하는가? 투쟁을 자제하면, 정반대 결론으로 날 것이다. 박근혜 정권에 대한 저항이 적어진다는 것은 여권이 분열할 이유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역설이 발생하는 배경에는 경제·안보 위기 때문에 지배계급 안에서 불확실성이 커져 온 문제가 있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노동운동이 잘 싸우지는 못해도 죽지는 않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조직된 반대를 제공할 수가 있다. 이 정부가 이 길로 갈수록 대중과는 멀어지게 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임무를 수행할수록 정치 위기는 커지는 것이다.


그러나 공식정치 영역으로 오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투쟁 영역에서의 조직된 반대가 이곳에서는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를 만회할 만큼 조직된 반대 투쟁이 거세지는 않다 보니, 부상을 입고도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조금씩 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객관적 위기가 강요하는만큼 노동자투쟁이 발전하지 못하는 것이 이런 역설들을 낳고 있다. 따라서 저항이, 더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 박근혜는 공무원연금 개악에 성공했고, 공안정국의 기초를 놓으려 한다. 더 쉬운 해고와 더 낮은 임금을 위한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위해 그 전초전으로서 공공부문 2차 ‘정상화’를 밀어붙이려 한다.


이 시도가 엄청난 반대에 부딪힐 것이라는 점, 따라서 박근혜의 길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걸 노동운동이 저들에게 ‘확신’시켜야 한다.


그나저나 대통령이 여당을 국정 방해자로 지목해 몽니 부리는 걸 보면, 대한민국 국회엔 야당이 없나 보다. 아니면 대통령 머릿속에 야당이 없거나. 진짜 야당은 노동운동 뿐인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더더욱 분발하자. 


(※ 그리고 박근혜랑 싸운다고 다 좋은 사람인 건 아니다. 그런 게 진짜 나쁜 진영논리적 사고고, 하등 도움이 안 된다. 이명박 때 이명박 깐다고 이상돈, 김종인 띄워주다가 뒤통수 맞은 일을 잘 기억들 하시라.)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