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우선순위 문제 성찰을 촉구하다




  • 금요일엔 돌아오렴 4·16세월호참사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창비)
  • 416세월호 민변의 기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생각의 길)
  • 세월호를 기록하다 오준호 (미지북스)
  • 대형사고는 어떻게 반복되는가 박상은 (사회운동)
  • 팽목항에 부는 바람 인문학협동조합 (현실문화)
  • 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한울아카데미)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세상을 알았나요? 애 키우고 맞벌이하고 내 가정만 챙기면 될 줄 알았지. 나라에 해경 있고 경찰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다 알아서 해 주겠지 하고 살았지.”

“TV 자막이 떴어요. ‘전원 구조.’ 그때 부모들은 박수를 치면서 ‘그럼, 그럼, 우리나라가 어떤 나란데, 배 만들어서 수출하는 나란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랬어요. 그 배가 일본에서 가져 온 낡은 배인지도 모르고.”

“나는 이런 나라인 줄 정말 몰랐거든요. … 배를 가라앉혀 놓고는 애들을 건져왔대요. 이 더러운 나라, 이 더러운 나라…”


《금요일엔 돌아오렴》(416세월호참사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창비)에 실린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 유가족의 피눈물 나는 말들이다. 4·16세월호참사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소속 필자 열두 명은 유가족들을 심층 인터뷰해 참사 이후 유가족들의 활동과 심경을 담았다.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을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아무리 후회를 해도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용서할 수 없는 것이 있고, 씻기 힘든 분노가 있다. 기업들의 책임과 부패 유착은 물론이고 정부의 구조 실패, 거짓 언론플레이, 진상 규명 방해가 점차 밝혀지면서 이 내려놓을 수 없는 분노는 수백만 대중에게 확산돼 왔다.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을 찬성하는 서명에 6백만여 명이 참여한 것은 단순히 동정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집권당이 일년 동안 흑색선전을 펼쳤는데도 올해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투쟁 때 여전히 여론 다수가 유가족의 요구를 지지했다. 올해는 더 많은 10~20대의 학생, 청년들이 거리 시위에 나와 폴리스라인에 맞섰다. ‘세월호 세대’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이런 연대의 한복판에는 예방적인 안전 조처에서는 물론이고 구조에서조차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노동계급 사람들 사이의 본능적 연대의식이 있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보면 작가들이 특별히 의도한 것은 아닐 텐데도 평범한 노동계급의 애환과 비애가 가득하다.(일반인 희생자들도 단원고 교사, 화물 운전사, 가족 여행객 등 대부분 노동계급 사람들이었다.)


맞벌이를 하느라 (희생된) 애들을 평소에 잘 챙겨주지 못한 일, 갖고 싶은 것들을 충분히 사주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그런데도 부모를 원망하지 않고 밝게 살았던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

“수학여행 가기 전에 신발 하나 사달라는 거 사줄 걸. 가방만 하나 사줬더니 ‘엄마, 가방이 너무 비싸네? 신발은 갔다 와서 살게’ 하는 아들한테 ‘그래, 새 신발 신고 돌아다니면 발 아플 거야’ 그러면서 신발도 안 사주고 보낸 이 어리석고 답답한 엄마.”

못 믿을 기성 언론

달리 가진 것이 없어 자식이 유일한 ‘재산’이고 삶의 목적인 노동계급 사람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현재의 일상만이 아니라 미래의 일상까지 파괴된 사건이었다.

“출근하기가 싫어요. 회사에 왜 가는지를 모르겠어요. 다영이 학원비라도 보태려고 엄마도 회사를 다녔던 것이고, 나도 애들 위해서 노력했던 건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요. 목표의식이 사라졌어요.”


참사 당일, 언론은 ‘전원구조’ 오보만 한 것이 아니다. 정부가 순전한 엉터리로 대응하는데도 언론은 헬기 수십 대, 함정 수백 대, 잠수인력 수십 명이 동시에 투입돼 있다고 버젓이 보도했다. 언론의 오보에 팽목항 현장에 있던 유가족들이 격분한 것은 당연하다.

“[당일] 저녁 7시쯤에 몇몇 부모들이 돈을 걷어서 어선을 빌렸어요. … 애 아빠가 다녀와서는 ‘구조를 전혀 안 해. 보트 같은 것만 주변을 돌고 있어.’”


“배에는 앙카라는 게 있어요. 그걸로 유리창을 깨면 그 방 아이들은 다 살아서 나올 수 있었던 거예요. … (참사 당일 구조에 나섰던) 선주들이 나를 보자마자 하는 첫마디가 ‘해경 개새끼, 죽일 놈의 새끼들, 저 새끼들이 안 구했어’ 였어요. 나보다 성이 더 나갖고 ‘살릴 수 있었는데 안 살렸다’고 … 선원들 중에는 학생들이 유리창을 손톱으로 긁어대고 얼굴을 유리에 대고 숨을 거둬가는 그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참사의 구조적 원인 살펴보기

결국 수많은 사람들의 물음은 “왜?”로 압축된다. ‘왜 이런 사고가 나게 됐지? 왜 구조를 제대로 하지 않았지? 왜 정부는 진상 규명을 방해하지?’ 이것들이 응축돼서 ‘이게 나라야?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국가야?’라고 표현됐다. 이중 소수는 여기서 더 나아가 사회 시스템의 문제, 즉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로 의구심을 확대하고 있다.


《4·16세월호 민변의 기록》(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생각의 길),《세월호를 기록하다》(오준호, 미지북스),《대형사고는 어떻게 반복되는가》(박상은, 사회운동) 등은 ‘왜 이런 참사가 벌어졌는가’에 대해 답변해 보려는 진지한 시도다. 세 권 모두 읽어볼 만하다.


《민변의 기록》은 민변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법률지원 특별위원회’를 꾸려 유가족을 지원하면서 파악한 것들을 나름의 틀로 종합 분석해 놓은 책이다. 이 책이 참사의 핵심으로 지적하는 것은 신자유주의 규제 완화와 정부의 무능이다. 안전 규제를 완화하고, 구조 같은 중요한 공공 업무까지 민영화하는 등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 공공성을 해체해 온 것이 참사를 낳았다는 것이다.


또한 검찰이 사고 원인이라고 밝힌 ‘급변침’이 실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지적은 침몰의 직접적 원인도 진상 규명 대상이라는 점을 잘 드러낸다. 세월호 인양이 실종자 수색뿐 아니라 진상 규명에도 중요한 이유다.


《세월호를 기록하다》는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한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재판 과정과 기록들을 재구성해 참사 진실에 다가가려 한 수작이다. 작가기록단 소속이기도 한 오준호 작가는 재판 기록으로 참사의 총체적 진실을 다 알 수는 없다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한다.


“위법성을 입증할 수 있는 행위만 기소하고 재판부는 검사의 기소가 적법한지 여부만 따지기 때문에 … 지난 이십 년간 대한민국의 모든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명분으로 … 사고가 일어날 전반적 조건을 숙성시켜 온 이 모든 행위들은 세월호 재판에서 관심조차 받지 못했다.”


결국 그의 결론은 “세월호 사고를 낳은 것은 우리가 ‘정상적인 상태’라고 여긴 바로 그 국가, 그 사회 시스템이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이 시스템 내 구성원들의 무책임과 비겁함은 “평범한 개인들도 자신의 행동으로 구조적 부정의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사회진보연대 박상은 활동가가 쓴 《대형사고는 왜 반복되는가》도 기업의 이윤 추구와 그것을 보장하려는 국가의 조처들이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이 책의 장점은 제목처럼 풍부한 국내, 해외의 대형사고 사례를 통해 대형 참사가 자본주의의 보편적 현상임을 보여 주는 것에 있다.


그럼에도 이 책들이 내놓은 대안들에는 조금의 아쉬움이 남는다. 안전 규제 강화, 민영화 중단과 원상 회복,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기업살인법 등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이미 국가가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 이런저런 조처들을 실행한 것이 문제가 된 터다. 왜 지금껏 국가는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 헌신해 왔을까 하는 의문이 여전히 남는 것이다.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이 ‘안전사회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에도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를 위한 국가인가

세월호 참사가 특정 정권만의 문제일까? 세월호 참사를 인문학적으로 성찰하려는 학자들의 논문집인 《팽목항에 부는 바람》(인문학협동조합, 현실문화)에서 김동춘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해경이 사기업인 언딘에게 구조를 위탁한 것은 정부의 기능 축소와 민간 위탁이라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 정책의 결과이므로 구조적으로 이 사고는 국가 시스템 전반과 연관되어 있다. 해군의 통영함이 출항하지 못한 것은 해군 비리 문제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고, 해경의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도 오래된 관료사회의 문제점이 누적된 것이므로 단순히 박근혜 정권 차원을 떠난 국가 차원의 문제다. 그렇게 본다면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세월호 사고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대형 참사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김 교수는 이런 통찰력 있는 분석을 “한국 시스템의 한 결과”로 스스로 제한한다. 이는 한국 지배계급의 통치 특성을 “전쟁 정치”로 규정하는 그의 분석이 자본주의 국가 일반과 한국 국가를 예리하게 구분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지적한 ‘절반의(또는 반의반의) 인민주권’, ‘안보 국가와 신자유주의 국가의 연속성’은 최근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보편(자본주의 국가 일반)과 특수(한국 국가)는 구분되지만 별개의 것이 아니다. 특수는 보편이 현실에서 구현되는 형식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찰의 지평을 확대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출간된 《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한울아카데미)에는 대형사고가 반복되는 원인을 다음처럼 분석하는 구절이 있다.

“시스템을 닫힌 체계로 인식하게 되면 기존의 시스템을 그냥 둔 상태에서 … 시스템을 지탱하는 암묵적 가정은 의문시하지 않고 시스템의 목표나 가치 그리고 전략을 그대로 둔 채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을 추가하게 된다.”


이 책을 쓴 연구자들은 사회의 우선순위를 공공성에 둬야 한다고 옳게 주장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의 지적과도 달리) 이를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가정에 도전하진 않는다. 앞의 책들처럼 이들이 지적하는 요인들, 즉 기업의 이윤 추구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 자체가 사실은 자본주의의 생래적 특징인데도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연구자들의 지적을 급진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 그러려면 우리는 더 물어야 한다. 왜 기업들의 이윤 추구가 이 사회와 국가운영의 우선순위가 됐는지 말이다. 사회의 우선순위는 정치, 민주주의, 계급(불평등과 차별)의 문제다. 따라서 이 질문들에 답하려면, (앞의 책들회피하는 것과 달리) 자본주의 경제와 정치(특히, 국가)에 대한 총체적인 마르크스주의 분석이 필요하다. 세상을 통찰하려면 현미경도 필요하지만 망원경도 필요하다. 마르크스주의는 둘 모두 해낼 수 있는 유일한 이론이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정부는 경제 위기 시대에 한국 자본주의를 위기와 저항 모두에서 구출하려고 등장한 강성 우익 정부다. 경제 위기 고통 전가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모두 ‘적’처럼 여기는 정부가 이윤 우선주의를 문제 삼는 유가족을 적대시하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는 것이다.(박근혜 정부의 대응을 이성의 발로로 보는 것은 이 체제가 노동계급이 보기에는 비이성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 사이에는 합리적 소통과 공감이 사실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도 보여 주는 것이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한 유가족이 너무 경황이 없어서 자기 아들 시신이 나왔다는 방송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체육관 인파에 섞여서 몰래 감시하던 사복경찰이 방송을 듣고 당신 아들 나왔다고 알려주기 전까지! 참사 당일 진도 현장에 배치된 해경의 5분의 4가 유가족 감시에 배치됐다(《금요일엔 돌아오렴》).


국가의 첫째 임무는 합법으로 폭력을 독점하고서 자본가 계급을 대표해,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계급 지배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를 운영하는 자들은 기업의 이윤 추구가 성공해 자본주의 경제가 성공하는 것이 그것에 기초한 국가가 부강해지는 길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들은 아래로부터의 저항을 예방하고 체제 내로 포섭하려고 통치의 절차상의 정당성을 위해 애쓰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다수 대중을 분열시키고 현혹시키는 일들을 매일매일 꾸며 낸다. 사람들은 오직 저항할 때나 격변적 경험 속에서 이를 문득 깨닫게 된다. (격변적 사건이나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 재난 때 저들은 유언비어 단속에 더 열중하는 것은, 바로 그 평소의 거짓말들이 탄로날까 봐서다. 규제 완화와 민영화가 좋은 것이다는 식의.)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가족들을 몰아붙일지는 정말 몰랐어요. 우리는 국민도 아닌 것 같아요. 대통령이 국회에 연설하러 왔을 때는 거의 경악 수준이었어요. 엄마들이 새벽같이 올라가서 대통령 눈길 한번 사로잡으려고 살려달라고 그렇게 외치는데 눈길 한번 안 주더라고. 그러면서 웃으면서 지나가더라고. 그게 사람인지요. … 대통령이 그러니 그 밑에 사람들은 어떨까 싶고.” (《금요일엔 돌아오렴》)


유가족을 외면한 박근혜의 눈길과, 국가를 믿고 구조만 기다리던 무고한 목숨들을 가차없이 외면한 이 사회 시스템은 결코 별개가 아니다.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자본주의 체제가 문제의 뿌리에 있음을 이해한다면, 자본주의에서 착취받는 노동으로 이윤을 만들어 내는 노동계급이야말로 자본주의 우선순위에 도전하는 주도적 세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노동자 연대> 149호 | 발행 2015-05-25 | 입력 2015-05-23
※짙은 회색으로 된 문장들은 지면 제약상 등의 이유로 축약한 것을 내가 덧붙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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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백 일과 여야 특별법 제정

진실과 책임을 밝혀내는 투쟁은 계속돼야 한다


<노동자 연대> 137호 | 발행 2014-11-10 | 입력 2014-11-08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10월 25일 청와대로 향하는 길을 가로막은 경찰 앞에서 “대한민국이 우리 아이들을 죽였다”고 원통해 했다.


“힘없는 부모라서 너희들을 죽게 했다”며 지은 죄도 없이 자책감에 시달리던 학부모 유가족들은 “진상을 못 밝히면 죽어서도 아이들을 볼 수 없다”며 넉 달 넘게 진상 규명 특별법 제정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은 끝내 유가족과 수백만 대중의 바람을 뿌리쳤다. 여야가 11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진상규명 ‘특별법’은 죽은 사람의 원통함을 풀기에도, 산 사람들이 안전사회에 대한 희망을 갖기에도 턱없다.



사진 출처: 민중의 소리



오히려 진상조사기구의 부실한 권한 때문에 진실의 알맹이를 덮고 참사의 책임자들에게 절차적 면죄부를 줄 가능성도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 등 독립적 조사를 위한 권한 자체를 애초에 배제한 것이 문제다. ‘조사의 결과’와 ‘수사의 결과’는 애초에 공신력과 무게감이 다르다.


조삼모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추천권을 유가족에게 준다지만, 위원회 자체의 권한이 취약한 점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동행명령이나 자료 제출 요청을 거부했을 때 제재가 약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원회의 재정과 인력을 총괄하는 사무처장을 새누리당 몫으로 해 그나마도 효과가 반감되게 생겼다. 조사위원의 자격 기준을 높여 놔 유가족 지지 위원이 과반수가 될 보장도 없다.


위원회 조사 대상을 기관이 아니라 장소로 해 놓은 것도 제약 요소다. 개인의 사생활과 재판 중인 사건을 청문회 대상에서 배제해 놓아 조사 범위의 폭을 좁혀 놓았다. 조사 기간도 최대 1년 6개월로 애초 요구한 최대 3년에 비해 절반밖에 안 된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위원회의 한계를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특별검사제로 보완할 수 있고, 이 특검 임명시 유가족의 의사를 반영하면 되지 않냐고 한다.


그러나 특별조사위원회가 특검을 지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점이 분명하지 않다.


위원회가 무력해지면, 차후에 구성될 특검은 더욱 효과가 떨어질 것이다. 특검은 (진상 규명을 방해해 온)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유가족에게는 기껏해야 후보 추천시 비토권만 준 것도 문제다.


용두사미 된 진상조사기구의 최근 사례



노무현 정부는 민주 개혁의 일환으로 과거사 청산을 추진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새누리당)과 우익의 거센 반발로 과거사 청산은 매우 상징적 수준에 머물고 말았다.


당시 대표적인 과거사 재조사 기구로는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국정원 과거사위)와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를 들 수 있다.


두 기구 모두 수사권과 기소권 없이 조사권만 있었다. 이 위원회들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허약한 권한 때문에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할 수 없었다고 증언한다.


한홍구 교수는 8월 한 기자회견에서 조사권만으로는 ‘꽃삽으로 난지도를 파라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 교수는 국정원 과거사위에 참여했다.


국정원 과거사위는 위원회의 3분의 2가 시민사회단체 몫이었다.


면죄부


진실화해위 위원장을 역임한 안병욱 교수도 부족한 권한으로 부실한 조사를 하면 자칫 절차적 면죄부만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10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 토론회)


두 위원회 모두 정부 차원의 지지를 받아 과거 정권들의 비리를 파헤치는 기구였다. 그런데도 권한 부족과 기득권 집단의 저항으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하물며 현직 정권을 수사해야 하는 기구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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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반년

수사권·기소권 포함 특별법 요구를 접어서는 안 된다



<노동자 연대> 136호 | 발행 2014-10-20 | 입력 2014-10-18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특별법 야합 이후 세월호 항의 운동은 일시적 소강 상태다.


그동안 고비마다 원칙 있게 분투했던 가족대책위가 안타깝게도 애초의 특별법 요구 기조에서 후퇴했다. 유가족을 무시하고 배신하며 저질러진 두 주류 정당의 야합에 지치고 사기가 떨어진 듯하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의 온건파 리더들이 이를 추수하며 투쟁의 정당성과 목표를 손상시키는 것이 진짜 안타깝다.


박근혜 정부가 완강하게 버티고 있으므로 세월호 참사 책임 규명은 단시간에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우여곡절 속에서 또 격랑의 정국 속에서, 사람들의 원성을 살 사실들이 새롭게 폭로되거나 정권이 무리수를 두는 등의 변수가 생길 수 있다.


그러면 세월호 항의 운동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


이때 기회를 잡으려면 세월호 항의 운동은 몇 가지 쟁점에서 분명한 태도가 필요하다.


첫째, 수사권ㆍ기소권을 가진 독립적 수사기구를 요구해 온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반드시 참사의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해야 한다. 운동의 목적과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인내심을 갖고 원칙 있게 싸우는 것이야말로 운동의 동력을 유지하고 되살리는 길이다.


둘째,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데서 공범임이 드러난 새정치연합으로부터 독립적 자세를 분명히 해야 한다. 새정치연합 전 원내대표 박영선은 기소권을 요구할 수 없다고 7월부터 말했지만, 대책회의는 공식적으로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셋째, 세월호 참사는 국가가 노동계급 사람들의 구조를 외면한 계급 차별 문제이기도 하므로 조직 노동계급 운동이 구심점 구실을 해야 한다. 각종 민영화, 규제 완화 반대 등 안전과 생명을 의제로 한 투쟁들과 연계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 책임을 손톱 만큼도 지지 않겠다는 박근혜에게 실질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지겹다는 말은 마세요. 어떻게 자식이 지겨울 수 있습니까?”
―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여야 합의안 재평가? 정직해야 한다



수사권ㆍ기소권을 포함한 특별법 제정 요구에 5백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서명했다.


‘성역 없는 진상 규명으로 죄를 물어 재발을 막아야 한다’, ‘검찰 등 국가기관을 못 믿겠다’, ‘국가가 참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광범한 분노를 집약해 대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책회의의 리더들 다수는 이참에 수사권ㆍ기소권을 포함하는 특별법 요구를 정리하자고 주장한다.


여야 추가 협상 과정에서 ‘특검 추천 시 유가족 참여 보장’ 등을 요구해, 10월 안에 ‘특별법’을 만들도록 하자는 것이다. 사기저하와 조급함을 드러내는 단견이다.


이런 입장을 정당화하려고 일부 활동가들은 여야가 합의한 자료제출 요구권, 청문회권, 동행명령권 등을 매우 큰 성과라고 부풀린다. 


반면에 운동이 수사권과 기소권 등 ‘협소한’ 법 조항에 매몰된 것이 한계였다고 지적한다. 마치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신포도(여우가 못 먹게 된 포도를 신 포도일 거라며 자기 위안하는 이야기)’처럼 후퇴를 합리화하는 방어기제로 들린다.


그러나 실용주의적인 후퇴를 정당화하려는 정직하지 못한 평가는 운동에 도움이 안 된다.


지금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세월호 선장 이준석은 ‘동행명령권’이 발동됐는데도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백 번 양보해 그런 권한들이 어찌어찌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쳐도, 그 권한을 행사할 특별검사 자리에 믿을 만한 사람이 임명된다는 보장도 거의 없다.(새누리당은 그런 방식의 합의를 어떻게든 거부할 것이고, 새정치연합은 이번에도 그런 입장을 추수할 것이다.)


여야는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어려운 인사는 배제한다’고 합의했다. 새누리당은 국정감사에서 대한변협마저 ‘정체성이 의심스럽다’고 험담했다. 특별법 합의에 대비한 포석인 것이다.



왜 기존의 진상규명 특별법 요구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가



첫째, 여야는 물론 박근혜 정부까지 진상 규명의 적들끼리 합의한 특별법으로는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이 불가능할 것이 명백하다.


따라서 운동은 철저한 진상 규명 요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은 설사 훗날 정권이 바뀐 뒤에라도 밝혀질 수 있다. 끈질긴 싸움 끝에 제주 4.3 항쟁,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1980년 광주 학살 등의 진실이 수십 년 뒤에 확인됐듯이 말이다.


둘째, 지금 세월호 참사 국면, 특히 진상규명 국면이 빨리 끝나기를 가장 바라는 사람은 바로 박근혜다. 최종 책임자는 누가 뭐래도 박근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국회에서 기만적 특별법이 통과되면 유가족과 세월호 운동 지지자들에게 ‘이제 제자리로 돌아가라, 결과를 지켜보며 가만히 있어라’ 하고 대대적으로 떠들어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법이 끝났다는 인식을 주면, (의도치 않더라도) 정권의 국면 전환을 수용하는것처럼 비쳐 동력 확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셋째, 애초에 특별법 요구는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을 위해서였다. 검찰과 국회,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으로는 진실을 제대로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여야 야합 과정이나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는 이 주장이 옳았음을 입증해 준 과정이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정당할 뿐 아니라 필요한 요구를 포기해야 하나?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규명하고 단죄하는 일은 안전 사회를 만드는 첫 걸음이다. 참사의 책임자들은 자본주의 이윤 경쟁 시스템의 수혜자들과 통치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원래 기조를 지켜 원칙 있게 싸우는 것이 의제를 협소화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윤지상주의) 체제의 비정한 진실을 낱낱이 밝히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일각에선 국가에 의존하지 말고 대중 스스로 진상 규명 운동에 나서자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법률적 강제권이 없으면 이 참사에 연루된 사회 상층부 인사들을 강제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냉정한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결국 의도치 않게 민감한 쟁점을 회피하는 주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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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더라도 원칙을 지켜 싸우자



<노동자 연대> 135호 | 발행 2014-10-06 | 입력 2014-10-02


9월 이후 운동이 다소 소강 국면을 보였다. 민주노총이 9월 27일 노동자대회를 취소하는 등 동원 노력을 소홀히 한 책임도 작지 않다. 특별법 제정이 쉽지 않은데다 집회 동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전망을 둘러싼 견해들이 여기저기 나오고 있다.


일부 NGO 지도자들은 특검 수준으로 요구를 후퇴하자고 주장한다. 그래야 국회 내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등 주요 NGO들과 일부 종교 지도자들이 30일 발표한 ‘제안문’이 그런 것이었다. ‘탈진영론’이 새정치연합의 배신적 타협을 정당화해 주는 맥락에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국회 파행에 가족대책위의 원칙적 태도도 한몫 한다는 식의 논리로 이용될 수 있어 위험하다. 실제로 가족들이 특검 추천권으로 후퇴했지만, 돌아온 건 배신과 모욕뿐이었다. 이른바 화해(중재)파들은 일말의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일부는 공식 입장도 아닌 ‘원로’들의 ‘제안문’을 대책회의 사이트에 올리고 온라인에서 홍보했다가 항의를 받고 내렸다.


한편, 일부 급진좌파는 특별법에 갇히지 말고 ‘안전 사회’나 ‘박근혜 퇴진’ 같은 더 폭넓은 의제로 투쟁하자고 말한다.(물론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발전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놓고 전선이 첨예하게 형성돼 있다. 이를 건너뛰어 다른 의제로 가자는 것은, 말은 좌파적이지만 실은 뜨거운 문제를 회피하는 태도다.


이 모든 상황들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가족대책위나 운동 참가자들이 고립감이나 피로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완강히 버티는 국가 권력을 상대로 원칙을 지키며 싸우는 일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며,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거치기 마련이다.


따라서 당장 어렵다 해도 원칙을 지키며 싸워야 더 많은 대중에게 그 올바름을 입증받아 운동을 성장시킬 수 있다.


특히 하반기 2대 핵심 투쟁 과제로 “세월호 참사 대응”을 꼽고, “현장 투쟁과 세월호 국면 적극 결합 기조를 실현”하겠다고 한 민주노총이 정말로 실질적인 구실을 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은 우리 모두를 위한 일



박근혜가 강경 대응을 지시한 9월 30일 아침 전남 신안군 홍도 해상에서 유람선 좌초 사고가 일어났다. 다행히 전원 구조됐다. 이번에도 먼저 도착해 구조를 시작한 것은 인근 어민과 유람선들이었다.

문제는 사고 선박이 27년 된 중고 선박을 수선하고 증축해 올해 5월 영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뒤에도 폐기 처분해야 할 낡은 배의 취항을 목포 해경이 허가해 준 것이다. 당시 홍도 주민들이 위험하다고 반대했는데도 말이다.

그동안 세월호 운동이 해 온 경고가 옳았다는 게 입증된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총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이윤이라는 체제의 우선순위에 도전하는 투쟁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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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 갈팡질팡하다가 배신하다



<노동자 연대> 135호 | 발행 2014-10-06 | 입력 2014-10-02


새정치연합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진상규명기구 설립은 애당초 포기했다. 그래 놓고, 특검 추천권 문제로 사안을 가두더니, 마침내 특검 추천에서 유가족 참여를 배제하는 합의를 했다.


여권과 우익의 집요한 공격을 받던 가족대책위가 ‘이번에는 설마’ 하고 새정치연합과 협의했는데,새정치연합은 아주 제대로 배신을 했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를 핑계로 국회 등원을 거부해 왔지만, 따져 보면 정작 한 것도 없다.


장외투쟁을 한 것도 아니고, 전국 순회를 하며 진실 홍보나 서명운동에 도움 준 것도 아니다. 한 것이라곤 ‘유민 아빠’ 김영오 씨의 단식 중단을 설득하려는 제스처용 ‘동조 단식’뿐이었다.


이제 와서 내년도 정부 예산 심의에 참여해 자기 지역구나 유관 이익단체를 챙기고 싶은데, 그냥 들어가기는 눈치 보이니 특별법 합의라는 모양새가 필요했던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가족을 이용하고 버린 것이다. 세월호는 자신들의 정략적 이익을 챙기려는 핑계였을 뿐이다.


박영선은 트위터에 “이 땅에서 약자의 서러움과 눈물을 닦아 주는 일이 이렇게도 힘든 것인지 …” 하며 가증스런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새정치연합은 노골적으로 친자본주의적인 정당으로서 친기업 경제 살리기를 발목 잡는 모양새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새누리연합’이라 부르는 게 전혀 이상할 게 없다. 항운 규제 완화와 직결된 부패의 한 부분인 새정치연합이 진실 규명에 적극적일 리도 없다.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주요 NGO 대표들과 일부 종교 지도자들이 이런 새정치연합을 믿고 중재자를 자처하며 9월 30일 ‘여야는 물론이고 유가족들도 원칙을 양보하라’는 제안문을 발표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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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넉 달 반]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에 

조직 노동자 계급이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




단식 46일째 만인 8월 28일 세월호 유가족,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단식을 중단했다. 진상 규명 특별법이 만들어져서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김영오 씨가 단식을 중단한 건 “여당하고 유가족하고 대화하는데 진전도 없고 … 장기전이 될 것 같아서”였다( ‘김현정의 뉴스쇼’).


정부와 우익의 음해 공작이 노모의 건강과 둘째 딸 사생활까지 위협하는 것도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는 “[진도 체육관] 이틀째부터 정부가 나를 밥 먹는 데까지 계속 따라다녔다”며 정부의 통제 시도도 폭로했다.


그러나 “단식을 풀었다는 것 자체가 극한 대치를 누그러뜨리고 타협의 물꼬를 트는 측면이 있[다]”며 국회 협상에 기대를 걸자는 자유주의적 진단은 자의적인 것이다. 


바로 그런 해석을 우려해 김영오 씨는 단식 중단 기자회견 도중 가족대책위 대변인에게 문자를 보내 “문재인 의원 등 단식 중인 의원들에게 국회로 돌아가라는 것이 장외투쟁 중단하시라는 게 아니고, 단식이 아니라 또 다른 방법으로 힘을 모아 달라는 뜻”이라고 거듭 밝혔다. 시간이 걸려도 제대로 된 진실 규명 법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여전히 뻔뻔하다. 단식 중단이 자신들의 면담 등 소통 노력 때문이란다. 가족대책위는 곧바로 “부끄러운 줄 알라”고 일축했다. 새누리당과의 면담은 예상대로 별 무소득이었다.


박근혜 정권은 책임을 지기는커녕 진실 규명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 국가정보원이 김영오 씨 주치의를 불법 사찰한 일도 들통났다. 심지어 박근혜는 세월호 생존 학생들의 면담 요구도 외면했다. 생존 학생들은 자신들이 “구조된 것이 아니라 탈출했다”고 말한다. 눈앞에서 구경만 하던 해경들을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적반하장으로 박근혜는 참사 원인의 일부인 친기업 규제 완화와 민영화를 도리어 확대하려 한다. 노동계급 사람들과 그 자녀들의 생명 구조를 외면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것도 모자라, 살아남은 유가족과 나머지 노동계급의 삶도 유린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와 반감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김영오 씨가 병원에 실려간 6일 동안 동조단식자가 전국에서 약 3만 명에 이르렀다. 


8월 27일 금속노조 경기지부가 파업 후 광화문으로 집결해 ‘김영오 조합원 생명살림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홈플러스노조는 29일 파업을 하고 세월호 특별법 촉구 집회를 하고 광화문으로 행진했다.


조직 노동운동이 더 적극 나서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감춰진 진실을 밝혀내고 참사 책임자들 모두에게 크고 작은 책임을 묻는 일은 정의를 세우고 민주주의를 증진시키는 과정이다.


또,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자본주의 체제의 우선순위에 도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작업장 안전, 민영화, 핵발전 등의 문제도 의제화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조직 노동자들이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투쟁에 내 일처럼 나서야 한다. 실제로 내 일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 이런 참사 위험에 노출돼 있다.


문제의 원인이 이윤 경쟁에 있는 만큼 파업이라는 수단이 사용돼야 효과적이다. 파업으로 자본가들의 이윤을 공격해야 지백계급에게 최대한 압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노동자들이 내 일처럼 분노한 상황에서 하루 총파업 정도가 전혀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금속노조의 28일 상경 파업 대오 다수가 민주노총의 광화문 집회로 오지 않고 귀향한 것은 아쉽다. 파업과 세월호 문제를 직접적으로 연결시킬 좋은 기회였는데 말이다. 특히 그날 주력 대오였던 현대차와 기아차지부 집행부들의 협소한 경제주의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 <노동자 연대> 133호에 실림. http://wspap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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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석 달

여야의 기만적인 특별법 합의 시도 반대한다





7월 24일이면 세월호 참사 1백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다시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고가 일어나면 결과가 다를 수 있을까?”


구조 늑장과 무능ㆍ무책임으로 참사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관련 국가기관들과 박근혜의 행태를 보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조차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이들은 필수적인 안전 규제를 해체하고 구조 책임을 방기해서 노동계급 사람들과 그 자녀들에게 지옥문을 열었던 자들이다.


그런데 책임을 지기는커녕 그들은 이제 문을 가리고 숨기는 데에 급급하다. 범여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있다.


여야 합의 한 달 만에 겨우 시작된 국회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해당 기관들이 요청대로 자료를 제출한 비율이 3퍼센트에 불과하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7월 2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의 말실수를 빌미로 새누리당이 국정조사 일정을 거부하기도 했다. 명분은 ‘대통령을 욕되게 했다’는 것이다.


청문회 파행


당시는 해양경찰청 기관보고 중이었고, 청와대와 해경의 사고 당일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이날의 청문회 파행은 박근혜 정부 책임론을 어떻게든 피해 가려는 술책이었던 것이다.


국정조사특위 위원장 새누리당 심재철은 유가족들의 청문회 모니터링을 한 명으로 제한했다. 새누리당 조원진은 국정조사 파행에 항의하는 유가족에게 ‘나서지 말라’는 폭언도 했다.


여권의 이런 행태를 보면,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라도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이 정권 퇴진 요구와 결합돼야 함을 알 수 있다.


제1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여당 견제 구실도 못 한다. 오히려, 지지율이 하락하고 여권 내 통제력이 다소 약화된 박근혜를 돕는 결과를 내고 있다. ‘새누리 2중대’라는 비아냥까지 듣는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국정조사 준비만 부실한 것이 아니라 여권의 조직적 방해에도 속수무책이다.


그리고 공작정치 전문가 이병기의 국가정보원장 임명에 사실상 동의해 줬다.


10일 청와대 회동을 통해 국정 협의 모양새를 취한 것은 ‘국가대개조 범국민위원회’ 따위로 신자유주의적 국가 개조를 추진하는 박근혜에게 ‘국민적 합의’를 추구한다는 소통 이미지만 제공해 줬다.


노동계급의 분노에 직면해 난관에 처한 박근혜를 새정치연합이 구해 주려는 것은 이들이 현 통치체제를 유지하는 데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친자본주의 정당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조기 레임덕은 국가적 위기’라는 식이다.



가족대책위의 특별법을 수용하라



이처럼 공식 정치 영역에서 기대할 게 없는 상황에서 ‘세월호사고희생자/실종자/생존자가족대책위원회’가 대한변호사협회의 도움을 받아 독자적인 특별법(안)을 제출한 것은 정당하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권한을 가진 독립적 기구’가 구성돼 임무를 맡아야 한다. 기구 성원의 절반은 피해자 가족이 추천하는 인물들이어야 한다.(검찰과 경찰 등을 도저히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독립기구가 위력을 발휘하려면, 검찰과 똑같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 대책이 수립돼 실제로 실행되려면 철저한 진상규명에 바탕해 이 기구가 내놓은 대안들이 구속력을 가져야 한다. 기구의 활동시한은 최대 3년까지 보장돼야 한다.


수사권·기소권


그러나 기존 국가기구, 특히 검찰과 행정부에 대한 불신에 기초한 가족대책위 측의 특별법을 양대 정당이 요구 그대로 수용할 리 없다. 두 당 모두 이런 국가기관들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착해 있다. 이미 두 당의 논의가 가족대책위를 배제한 채 이뤄져 왔다.


새누리당은 물론 새정치연합이 낸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안)도 이에 턱없이 못 미친다.


그래서 피해자 가족들의 특별법 제안을 지지하는 서명이 벌써 3백50만 명을 넘어섰다. 가족대책위는 민주노총 노조들의 공장 안까지 들어가 서명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이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


안전 관리와 구조 과정의 새로운 비리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서 주류 정당들도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7월 16일까지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합의한 배경이다.


두 당이 세월호 특별법을 만든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별 실효 없던 특검 수준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대중적 압력을 만드는 데 노동운동이 구심점이 돼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7~8월 임단투 등 개별 투쟁들과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 운동을 결합해, 파업과 시위를 포함한 총력 투쟁을 벌이는 것이다.





<노동자 연대> 130호 |  발행 2014-07-14 | 입력 2014-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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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규명과 박근혜 퇴진은 한묶음 요구다



최근 <뉴스타파>는 배가 기울고 가라앉기 시작한 사고 시점이 해경과 검찰의 발표보다 한 시간가량 더 앞선다는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다. 


JTBC <뉴스9>도 급변침 시점을 진주관제센터가 완전히 놓친 것 아니냐는 의혹에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다. 한편, 해경 등이 사고 당시를 촬영한 동영상 원본을 이미 삭제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런 것들을 조합하면, 어떤 이유든 관련 국가기관들의 구조 방기가 참사(구조 실패)의 핵심일 개연성이 더욱 커진다.(불가항력의 사고가 아니었다는 뜻) 구조는 물론이고, 이 자들은 진상도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해경 등이 이미 선박의 복원력 상실 대처 과정에 개입하고 있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정부 차원의 각종 규제완화에 더해 관리당국이 불법 과적과 무리한 출항 등을 눈감아 준 결과로 말이다.


이 과정을 정확히 밝혀내 체제의 야만적인 실상을 폭로해야 한다. 물론 이런 일들이 있었든 없었든 체제의 우선순위가 잉태한 국가기관들의 구조적 무책임과 무능이라는 문제를 피해갈 순 없다.


따라서 국가기관들은 모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의 공범들이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를 참사의 공범들에게 맡길 수 없다. 


특별법으로 수사권을 위임받은 민간기구가 진상을 규명해 실체적 진실(책임 소재와 재발 방지 대안)을 밝혀내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유가족들의 요구는 완전히 정당하다.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요구 서명은 시작한 지 2주 만에 1백만 명이 넘어설 정도로 광범한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 과정을 체계적으로 방해하고, 여전히 세월호 참사의 구조적 원인이 된 정책들을 강행하겠다는 박근혜의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천 번 만 번 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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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참사의 주요 책임자다

박근혜 퇴진 요구 정당하다




박근혜는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면서도 진짜 자기 책임은 모두 떠넘겼다.


박근혜는 “해경의 구조업무가 실패”라며 “해경을 해체”하겠다고 말했다. “구조ㆍ구난 업무는 사실상 등한시 … 해양안전에 대한 인력과 예산은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경 조직 ‘해체’는 부분적으로 박근혜가 이미 한 일이었다. 올해 초 정부의 예산 삭감 지시로 ‘인명 구조, 수난구호명령, 선박 좌초ㆍ전복 대처’를 담당하던 지방 해양경찰청들 수색구조계가 없어졌다.


역대 최초로 재난관리 예산을 줄이고 있는 것도 박근혜 정부다. 올해 광역자치단체 17곳 가운데 절반에서 방화두건 등 소방관 개인안전장비 예산을 줄였다. 중앙정부는 국비 지원을 회피했다.


박근혜는 “적재중량을 허위로 기재한 채 기준치를 훨씬 넘는 화물을 실었는데, 감독을 책임지는 누구도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박의 과적과 화물 결박 현장 점검을 문서 제출로 하게 해 감독 기능을 없앤 것이 바로 박근혜 정부다. 선장의 선박 안전관리 보고 의무도 없앴다.


박근혜는 “기업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입히면서 탐욕적으로 사익을 추구하여 취득한 이익은 모두 환수 … 문을 닫게 만들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기업의 사익 추구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들을 “쳐부술 원수”라며 ‘전쟁을 벌이자’고 선동한 것이 바로 박근혜다. 바로 이 때문에 요양병원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시행령이 유보된 사이에 전남 장성 요양병원의 참사가 일어났다.


박근혜는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보상을 회피한 삼성을 감싸며, 충분히 보상하겠다는 공약을 저버렸다. 독재 장물이자 유산으로 물려받은 정수장학회, 영남대재단 등에서 돈벌이를 위해 노조 탄압을 일삼아 온 것도 바로 박근혜다.


항의운동과 작업장 투쟁의 연결


결국 한국 자본주의의 최고위 통치자로서, 친기업 규제 완화의 주범으로서 박근혜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대상자다. 박근혜 정부는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걸림돌일 뿐이다.


박근혜는 대국민담화에서조차 (실종자 가족들의 간절한 소망을 외면하고) ‘수색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국회에 찾아온 유가족들을 피해 숨기까지 했다. 청와대와 국정원을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시키라는 요구를 듣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러니 민간기구가 수사권을 가지고 성역 없이 조사하도록 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오죽하겠는가.


이런 점에서 주요 시민단체 지도자들이 정권 퇴진 요구에 한사코 반대하는 것은 운동의 전진에 장애가 돼 왔다. 


그렇다고 ‘거국 내각 구성’이나 ‘대한민국 안전사고 노동자 조사위원회를 만들자’는 식으로 첨예한 쟁점을 피해 가는 것도 무기력해 보인다. 


박근혜가 유병언 일가를 속죄양 삼아 책임론을 피해 빠져나가려고 하는 상황에서 ‘실소유주 처벌’을 강조하는 것도 실속 없긴 마찬가지다.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이 박근혜에게 물러나라고 외치는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노동운동이 세월호 참사 항의 투쟁을 자극제 삼아 자신들 고유의 투쟁들(민영화 반대, 비정규직 반대, 작업장 안전 확보 등)을 연결시킨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KBS 노동자들처럼 말이다.



박근혜의 “국가 개조”는 신자유주의적 개조다



박근혜의 “국가 개조”는 오히려 반노동ㆍ친기업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들과 제도들, 인물들이야말로 참사를 재앙으로 만든 원흉인데도 말이다.


박근혜의 정책 기조는 이렇다.


첫째, 국가기관 불신 정서를 역이용해 공무원ㆍ공공부문에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는 경제 혁신 3개년 계획과 공공부문 ‘정상화’가 국가 개조 방향이라고 못 박았다.


이 계획들에 담긴 온갖 민영화, 규제 완화 등의 친기업 정책들이야말로 세월호 참사를 만들어 낸 주요 요인들이다. 의료 민영화와 철도 민영화도 굳건히 추진하고 있다.


이것은 공공 노동자들에 대한 칼날이기도 하다. 정부는 대국민담화 다음날 공무원연금을 20퍼센트나 깎는 개악안을 내놓고 여론의 눈치를 살폈다.


둘째, 박근혜는 관료직 자체에 더 많은 전문경영인과 친기업 전문가들을 끌어들이려고 한다. 이것이 박근혜가 ‘민관유착’(정경유착) 근절 대안으로 공직 개방을 하겠다는 것의 본뜻이다.


이렇게 되면, 민간(대체로 기업)에서 공직으로 영입됐다가 본래 자기 기업으로 돌아가는 것(회전문 인사)을 누가 막겠는가. 이 ‘신형 관피아’야말로 정경유착의 합법화다. 이런 제도는 국가 운영에 친기업 원리를 더 많이 반영하겠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노무현 정부 아래서 삼성전자 사장 출신 진대제가 장관으로 임명돼 삼성 특혜 시비가 있었는데, 이런 인사를 국장, 과장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갈수록 분명해지는 ‘구조 방기 의혹’



국가의 용서받지 못할 범죄가 갈수록 또렷해진다. 세월호 침몰 당시 해경이 사실상 잠수 구조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게 점점 밝혀지고 있다.


해경과 유착해 구조 작업을 독점한 언딘의 기술이사는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들은 구조가 아니라 배 인양을 위해 갔으며, 해경이 지시한 첫 잠수는 침몰 다음날(4월 17일) 오전이었다’고 밝혔다.


해체 방침으로 자기 방어가 힘든 해경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언딘의 의도를 고려하더라도, 해경의 구조 방기는 다른 여러 증거들과 일치한다.


침몰 당시 45명을 구하고 최근 <한겨레>와 인터뷰한 진도 인근 어민 김현호 씨도 ‘해경이 구조 작업에 열의가 없었고 오히려 세월호 접근을 막았다’고 말했다.


정말 “단 한 명도 구조하지 않은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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