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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24 ‘파란색 1번’을 믿으란 말이냐: 천안함과 ‘안보 위기’ 4

결국 이명박은 천안함 사고를 북한의 도발로 단정하고 경고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천안함 합동조사단의 발표가 전혀 의문점을 해소하지 못했는데도 말입니다.( 조사단 발표는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결정적 증거라는 게 파란 매직으로 쓴 파란 1번 글씨[각주:1] 뿐이라는 건 이 사건의 진실을 캐내려던 사람들을 참 허무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합동조사단의 조사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70퍼센트가 넘는 조사에서도 대북 강경 대응에 찬성하는 여론이 과반을 넘지 않고, 이 사건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권 후보를 지지하기로 맘을 바꿨다는 사람이 그 반대 경우보다 많지 않거나 오차범위 안에서 많은 정도입니다. 딱히 현직 단체장인 한나라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각주:2].

오늘자 내일신문에서도 발표 신뢰가 70퍼센트가 넘는데, 증거가 부족하다는 응답이 50퍼센트에 육박합니다. 경향신문에선 조금 줄긴 했지만, 여전히 지방선거에서 정권 견제 투표를 하겠다는 응답이 다수입니다. 동아일보 여론조사조차 지방선거 지지 후보 결정에 별 영향을 못 미쳤다가 70퍼센트를 넘습니다.

이는 이 발표가 정부가 노린 최소한의 효과, 즉 보수층 결집 이상의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고, 정부의 엄청난 호들갑에도 다수의 사람들이 정부의 ‘안보 위기’ 과장을 믿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고 있다고 볼 근거는 없어 보입니다.

한국에서 북한 문

△북한 최고 포털사이트로 추정됨.

제가 가진 특성상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마도 합동조사단의 결과에 마지못한 신뢰를 보낸 것이라고 봅니다. 거리에서도 ‘안보 위기’의 긴장감 같은 건 찾기 힘듭니다. 인터넷의 다양한 패러디와 풍자는 덤이겠죠. (☞ 이미지 모음)

이러니 거짓말도 아주 크게 치면 믿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는 말이 전해져 오나 봅니다. 합조단의 발표는 꼼꼼히 읽어보면 모조리 '추정'입니다. (합조단은 잘 모르나 본데, 북한도 한글을 쓰는 국가입니다)

합조단은 북한 잠수정의 침투·탈출 경로도 설명 못하면서(파악 못했다고 스스로 인정) 북한 소행이라고 단정지었습니다. 이러니 전혀 북한 정권에 우호적이 아닌 사람들도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합조단 발표를 믿지 않으면 ‘친북’이라 합니다.

심지어 자기 말을 믿게 하려고 미군과 한국군의 해상 방위 능력을 완전히 ‘이뭐병’ 수준으로 만드는 ‘자해’도 서슴지 않습니다. 늘 실패한 국가라고 비웃던 북한의 무기 과학은 세계 최첨단 기술로 격상됩니다. 결정적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딱 ‘자해공갈단’ 수준입니다. “쳐맞아서 자랑이다”는 인터넷 패러디물의 비아냥은 이명박 정부의 거짓말과 진실 은폐에 염증이 난 사람들 심정을 대변해 줍니다.

△ 알았어, 욕하지마, 안 찍을께!

민주공화국’이란 나라에서 선출된 정부가 증거도 없이 무작정 정부 발표를 믿으라 강요하고, 믿지 않으면 처벌하겠다고 하니, 이젠 정부 자체가 불신의 대상이 됩니다.

게다가
정부는 천안함 사고의 진상과 관계없이 대북 호전주의로 돌진하고 있습니다.

정부 스스로 이 문제를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 문제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진정한 쟁점은 ‘이명박 정부의 신뢰도’입니다. 그래서 정부의 발표가 진실이라고 믿을 이유도 없고 믿어야 할 정당성도 없습니다.

천안함 사건의 진상이 무엇으로 밝혀지든 한반도가 군사적으로 불안정해진다면, 그것은 이명박 정부가 책임져야 할 일입니다.


이럴 때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발표를 믿어주는 게 이명박에겐 매우 큰 힘이 될 겁니다. 미국마저도 인정한다면? 정부가 생거짓말을 치는 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 만합니다.

그러나 미국이야말로 이런 조작의 원조입니다. 미국이 1965년 베트남 전쟁을 시작하면서 계기적 명분으로 내세운 사건이 통킹 만 사건(1964년)입니다. 베트남의 호치민 정부가 통킹 만에서 작전 중인 미군함 매독스 호를 어뢰로 공격했다는 것이었습니다[각주:3].

이 사건은 나중에 미국의 조작(자작극)으로 밝혀졌습니다. 조작된 증거로 10년이나 베트남 민중의 삶과 영토를 유린하는 참혹한 전쟁을 일으킨 겁니다[각주:4].

이런 일은 21세기에도 반복됐습니다. 2002년 미국 부시 행정부는 유엔조사단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숨겨져 있다고 뉴욕 쌍둥이빌딩을 무너뜨린 9·11 테러의 배후에, 즉 알카에다의 배후에 후세인 정부가 있다고 단정했습니다.

부시가 거짓 증거로 유엔의 지지까지 받아가며 침략 전쟁을 시작했지만, 미국이 승리해 이라크를 점령하자 역설이게도 그 거짓말이 드러났습니다. 미군이 장악한 그 땅에 대량살상무기는 없었던 것입니다. 여지껏 사담 후세인과 알카에다의 연계도 전혀 밝혀진 게 없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때 세계의 인구 다수가 전쟁 전부터 부시 행정부의 말을 믿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전쟁 전인 2003년 2월에 이미 3천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이라크 전쟁 반대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런 정치적 압력 때문에 미군은 군사 작전도 제약을 받았습니다. 이라크의 저항세력도 강렬하게 저항했습니다. 결국, 부시의 거짓말은 들통났고, 이런 정당성 위기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 실패에 주요한 배경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 여파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두 경우에서 우리는 세 가지를 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전쟁광들은 진실을 매우 싫어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전쟁광들은 진실이 알려진 뒤에도 전쟁 노력을 곧바로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명박도 안보 위기 조장 시도를 당분간 계속 할 것입니다.

그래서 셋째 교훈이 중요합니다. 어떤 무시무시한 전쟁광도 진실을 다수가 알아채고 저항에 나서는 걸
막지는 못했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선 1996년 북풍 사건이 있습니다. 그해 총선을 앞두고 판문점에서 북한군이 한국군 초소를 향해 총격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선거에 이용하려고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의) 김영삼 정부가 북한 군부를 매수해 총격을 ‘요청’한 사건이었습니다.

이런 전례를 봤을 때, 이명박은 우리가 믿든말든 전쟁 위기를 조장하는 언동을 계속 해댈 겁니다. 46명의 죽음을 이용해 훨씬 더 많은 죽음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위험한 전쟁 몰이를 선동하는 겁니다.

그럴수록 정부는 심각한 정당성과 신뢰의 위기를 확인할 뿐이지만, 이미 도박을 시작했기에 바로 그 신뢰의 위기 때문에 더욱 과장과 호전적 선동에 매달려야 하는 신세입니다.

저들의 호전적 선동은 저들은 한 톨 만큼의 정당성도 없습니다. 전쟁 몰이에 필요해 46명의 죽음은 부각하지만, 정부와 군부의 무능만 드러내는 금양호 선원들의 죽음은 외면합니다. 저들은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으로 죽어간 ‘산업 역군’에게는 단 한번도 그런 관심을 보여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들이 말하는 안보는 ‘국민의 다수인 평범한 다수의 안전’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저들에겐 자신들의 기득권 체제, 지배체제, 통치 질서를 지키는 게 ‘안보’입니다. 글자 그대로 그들의 안보관으론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안전, 평화가 ‘안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진보진영 일부 인사들이 이명박 정부의 천안함 대응을 비판하면서 (민주당 일부 인사를 따라) '안보 무능' 어쩌고 한 것은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부적절합니다. 그건 저들이 소유한 의제 안에서 싸움을 거는 겁니다. (약간 과장하는 감이 없진 않지만) 차라리 “전쟁이냐, 평화냐[각주:5]하고 묻는 게 낫습니다.

요즘 한국 군부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국지전 정도는 해 보고 싶다는 듯 들리는데, 북한이 강경하게 반응하니 실제로 한반도에서 긴장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남한 군부와 집권당은 남북한의 ‘적대적 상호의존’ 관계를 한껏 이용하려는 듯 보입니다. 

친북 낙인 협박에 굴복하지 말고 계속해서 천안함 진실을 계속 캐묻고 이명박 정부의 신뢰도를 문제 삼아야 합니다. 과거의 북풍 전력을 끄집어 내 저들의 추악한 과거=진짜 진실을 보여줘야 합니다.

‘안보 위기’를
빙자한 민주적 권리 억압을 비판하고 경고하며 싸워야 합니다. 이명박이 천안함 관련해서 미국 정부의 협조를 받는 대가로 주려는 것들(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 등)에 반대해야 합니다. 천안함 소재로 한 정쟁 중단 따위를 합의하면 안 됩니다.

△1천3백 톤 천안함을 박살내고도 그을림 하나 없이 멀쩡한 어뢰 추진축, 그 어뢰에서 무사히 살아남은 무적의 파란 매직 글씨.

‘Made in MB’인 군사적 위기 조성에도 반대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으로 한반도 불안정이 커진다면, 남북 양비론이 아니라 순전히 이명박 정부(와 이에 동조한 미 오바마 정부[각주:6])의 탓이라는 걸 분명히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야 일부러 대북 긴장을 조성해 국내 권위주의 통치 강화에 활용하는 행태에 맞설 수 있습니다. 대북적대정책은 민주와 복지를 갉아먹는 주범입니다.

‘파란색 1번’은 일종의 코드처럼 보입니다. 남한산 파란 1번들이 우리에게 ‘북한산’ 파란 1번이 결정적 증거임을 믿으라고 강요합니다. 그러나 ‘북한산’ 파란 1번의 증거 능력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남한산 파란 1번 자체를 믿지 않습니다. ‘1천3백 톤 전함을 침물시키고 살아남았다는’ 이 파란색 1번’과 한동안 싸워야 할 듯 합니다.




  1. 1번만 증거로 인정하는 더러운 정부!!! ㅋ 이 어뢰가 ‘11번가’ 쇼핑몰에서 구입한 건데, 앞뒤가 지워져서 ‘1번’만 남았다는 설(說)도 있군요. [본문으로]
  2. 야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딱히 오르지 않는 것은 별도의 설명이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민주당이 지난 10년 동안 정말 별 볼 일 없는 행적을 보인 게 젤 큰 요인이 아닐까 합니다. [본문으로]
  3. 미국 의회는 이 사건을 빌미로 통킹 만 결의를 하고 이듬해 2월부터 침략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1971년 뉴욕타임스가 미 국방부의 보고서(펜타곤 페이퍼)를 인용해 조작 사실을 폭로했고, 훗날 당시 국방장관인 로버트 맥나마라가 조직 사실을 인정합니다. [본문으로]
  4. 이 전쟁에서 베트남 민중은 2백만 명이 넘게 죽었습니다. 미군도 수만 명이 죽었으며, 파병 한국군도 5천 명 넘게 죽었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5. 선거로만 치면,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이 막판에 써먹어 효과를 좀 봤죠. 이번 선거에서 통할지는 두고봐야 알겠네요. [본문으로]
  6. 한국의 어떤 정당도 이명박의 황당무계한 결정적 증거를 인정하는 미국정부를 비판하지 않고 있음.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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