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존재 자체가 적폐황교안과 각료들 사퇴하고 온갖 개악들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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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16일 헌법재판소에 낸 답변서에서 ‘세월호 참사에 직접적 책임이 없다’고 했다. 모욕도 이런 모욕이 없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긴 친박 정우택은 ‘개헌을 추진하고 좌파 집권을 막겠다’고 공공연히 떠들었다.

사실상 정권 자체가 국민에게서 정서적 정치적으로 탄핵 당한 상황에서도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은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를 계속 유지하려 한다.

새누리당 분당이 가속되고, 정권에 대한 원망과 증오도 커지겠지만, 지금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린 박근혜와 새누리당 친박은 권력 유지라는 이해관계를 위해 체면이나 여론의 눈치를 볼 여력도 없다.

△황교안 내각은 박근혜 악행의 공범들로 가득찬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다. ⓒ사진 출처 코리아넷

어떻게든 정치적 패퇴를 최소화해 재기를 도모하려면 그나마 남은 우파 지지층이라도 결집할 시간과 권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권력구조 개편 개헌으로 정국이 흐르면, 만에 하나 박근혜의 명예 퇴진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계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새누리당 비박계라고 본질적으로 다를 건 없다. 비박계는 황교안의 박근혜 정책 유지 기조에 대해서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 탄핵 소추위원 구실을 할 법제사법위원장 새누리당 권성동은 박근혜 탄핵에 부정적인 인물을 탄핵소추 대리인단의 총괄팀장으로 임명했다.


계급적

집권 여당이 이토록 추한 모습들을 보이는 까닭은 이들이 박근혜 정부 적폐의 공범들이기 때문이다. 박근혜의 온갖 반동적 정책들은 그저 측근 실세들의 사익 추구인 것이 아니다.

노동 개악, 복지 축소 등 고통전가 공격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기업주들의 계급적 이익을 보호하려는 정책들이었다. 사드 배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등은 미국 제국주의에 더욱 편승해 미국 중심 질서에서 한국 국가(즉 지배계급)의 위상을 높이고, 또한 이를 통해 기업들의 국제 경쟁에도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려는 것이다.

이런 계급적 이해관계 때문에 여러 난제 속에서도 박근혜 지지율이 일정하게 유지됐다. 비록 이런 꿈들이 미·중 갈등이나 경제 위기 회복 실패 등으로 모순과 위기를 겪고, 노동자·민중의 저항을 키워 왔지만 말이다.

드러난 사실들로 보건대, 세월호 참사는 침몰 원인부터 구조 실패까지 모두 ‘기업주 경제 살리기’와 ‘친제국주의 정책’이 결합되면서 낳은 비극이었다. 여기에 민중의 삶에 극도로 냉소적이고 공감 능력이 거의 없는 박근혜의 개성이 덧붙여졌다.

이런 실체적 진실을 감추려고 청와대는 국가기관들을 동원해 유가족들을 괴롭히고, 수사를 가로막고, 운동을 탄압해 온 것이다.

박근혜 퇴진 운동은 정책 철회와 더불어 인적 청산(처벌)도 해야 한다. 박근혜의 해괴망측한 개성과 행태를 알면서도 지배계급이 이를 감싸고 포장해 주며 대통령에 앉힌 이유를 이해하고 분쇄해야 한다. 그러려면, 재벌과 언론도 표적에 넣어야 한다.

단지 거리에서 국회로 장을 옮겨 새로운 입법을 하거나, 차기 대선에서 모종의 개혁 강령을 제시하는 문제로 적폐 청산 수단을 돌리면 이런 일들을 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해방 직후 반민특위가 실패한 사례는 청산 대상도 포함된 기존 국가기관에만 의존해서는 최소한의 청산도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전두환과 노태우의 구속과 처벌에도 여러 해에 걸친 강력한 대중 투쟁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야당

박근혜 정권의 적폐가 지닌 이런 계급적 성격 때문에 주류 야당들의 태도도 일관되지 않다. 애초 거리 운동의 거대한 압박에 밀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지만, 그것이 민중의 뜻을 온전히 대변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주류 야당들은 탄핵안 추진을 피할 수 없는 게 분명해진 상황에서야 움직였다. 이들은 이 과정을 자신들이 ‘민심’을 국회로 수렴시켰다는 식으로 포장해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려고 했다. 그러나 주지하듯이 주류 야당들은 역대 최대의 시위 이후에야 탄핵 절차를 밟았다.

탄핵소추안 가결 뒤에도 야당들의 스텝이 꼬이는 이유다. 그럼에도 야당들은 국회 탄핵안 가결 뒤엔 할 일을 다했다며 정작 황교안 내각은 건드리지도 않고 있다. 오히려 적폐 공범 황교안과 새누리당에게 박근혜 이후 국정 운영에 관해 협상을 하자고 채근하고 있다.

개헌 논란도 기껏해야 대선주자들의 유불리 차원에서 제기될 뿐이다. 권력구조 개편에 초점을 둔 개헌 논의는 박근혜의 명예 퇴진과 연결될 수 있어 위험하다.

박근혜의 악행과 적폐는 권력구조 문제가 아니라 경제 위기와 계급의 문제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가 신자유주의 개악과 노동운동 억압을 자행한 것이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었는가?

한마디로 주류 야당들은 진정한 적폐 청산에 진지하지 않다. 그러므로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은 더더욱 야당으로부터 독립적인 거리 투쟁에 의존해야 한다. 황교안과 반동적인 장관들의 사퇴를 요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 야당을 비판하고 폭로해야 한다. 국회에게 한 것처럼 헌재에도 투쟁의 압력을 넣어야 한다.

적폐 청산의 과제도 대중 투쟁의 성장과 유지에 달려 있다. 따라서 적폐 청산의 내용물은 야당의 사회 개혁 과제가 아니라 대중이 그 청산을 위해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요구들(행동강령)로 이뤄져야 한다. 노동자들의 작업장 투쟁과도 연결돼야 더 강력해질 것이다.

박근혜 퇴진 운동 다이어리


박근혜 하야 매일 촛불

매일 7시 광화문 광장(이순신 동상 앞)


박근혜 즉각 퇴진 9차 범국민행동

12월 24일(토), 광화문 광장


박근혜 퇴진 전국 촛불 집회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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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운동 논쟁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대중 투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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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9일 제4차 범국민행동은 전국에서 90만 명이 넘게 참가했다. 연 2주째 수십만 명이 서울 도심에 모인 것이다.

여전히 노동조합과 좌파가 행진을 이끌고 있다. 수능을 끝낸 청년들을 포함해 중·고교생도 열정적으로 참가한다. 밤 늦게까지도 수십만 명이 청와대 방향 행진에 동참해 퇴진 구호를 목청껏 외친다. 가장 인기 있는 구호는 “즉각 퇴진”, “구속”, “새누리당 해체” 같은 것들이다.

이런 시위가 거의 범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박근혜 국정수행 지지도는 3주째 5퍼센트였다가 이번 주에는 4퍼센트로 내려앉았다. 부정평가도 최대치인 93퍼센트이고, 새누리당 지지율은 12퍼센트로 추락했다.

리얼미터 조사나 <중앙일보> 조사를 봐도 박근혜 퇴진 지지는 80퍼센트에 이른다. ‘즉각 하야’와 ‘탄핵’ 등을 구분해서 물어 본 <중앙일보> 조사에선 ‘즉각 하야’가 40퍼센트로 가장 많았다.

이런 압력 때문에 여론과 정권 사이에서 눈치 보며 고심하던 검찰은 결국 20일 박근혜를 사실상 피의자(내용상 ‘주범’)로 규정한 중간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대 청와대 강경론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수사 내용 자체는 기만적인 내용을 여럿 품고 있고 ‘정치 검찰’을 전혀 믿을 수 없지만, 이 발표가 박근혜에게 타격을 준 것도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국가기관 하나의 이반이 공개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그동안 검찰은 정권의 철저한 하수인이었다.

결국 검찰의 이례적 태세 전환으로 청와대가 휘청거렸고, 국회에서의 탄핵 국면이 시작됐다.

청와대의 검찰 통제 라인인 민정수석과 검찰 지휘권을 가진 법무부장관이 잇달아 사표를 냈다.

검찰총장에게도 동반 사퇴 압력을 가한 의도도 있을 수 있지만, 이는 무엇보다 검찰이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반응이다. 박근혜는 닷새 동안 사표를 수리하지도 반려하지도 못하고 있다. 사표 반려 오보 소동까지 벌어졌다.

또한 국회의 탄핵소추 발의를 위한 움직임도 빨라졌다. 12월 초순에 표결이 이뤄질 수도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탄핵소추안 가결에 필요한 표를 확보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출마 선언도 한 적 없는 김무성이 불출마 선언을 하며 탄핵의 선봉으로 나섰다. 유승민은 “청산 대상과 야합하지 않겠다”고 했다. 우습다. 김무성은 개헌을 고리로 현재의 야권을 쪼개는 정계 개편을 시도해 집권 연장을 노리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유승민은 지난해 초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박이라는 말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친박”이라고 아부했던 자다.

그럼에도 집권 여당이 공개적으로 분열하기 시작한 것은 운동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왜 탄핵 절차에 종속되면 안 될까?

2주 연속 1백만 명이 거리로 나오는 상황에서도 박근혜가 물러나길 거부하고 한일군사정보협정, 국정 역사교과서 발행 등을 추진하고 노동 개악 등을 포기하지 않는 걸 보면서 박근혜 정권 퇴진을 바라며 거리에 나온 사람들 중엔 갑갑함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다.

운동 일각에선 국회 탄핵으로 ‘강제’로 박근혜의 권한을 정지시키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정말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문제가 해결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첫째, 박근혜 퇴진 운동과 여론의 중심이 거리에서 국회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당장 박근혜 폭로를 쏟아 내던 언론 보도들에서 국회 동향 보도의 비중이 커졌다.

특히, 탄핵을 하려면 새누리당의 표가 필요하기 때문에 새누리당 일부가 정치적 주체로 나서는 것을 용인하게 되고 이는 박근혜 악행의 공범들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영광을 누리던 새누리당 지도자들이 뻔뻔하게 탄핵 가결의 열쇠를 쥔 사람들마냥 비장한 모습을 연출한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는 이런 비박계 인사들을 붙잡느라 여념이 없다. 이 과정에서 내각제 개헌 등 밀약들이 벌어질 것이다. 여권의 공개적 분열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 이면도 봐야 하는 것이다.

김무성은 ‘뉴스룸’ 인터뷰에서 탄핵 추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수십만 명의 국민들이 모여서 분노를 표시 ... 국가가 불행한 상태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 빨리 탄핵의 틀 속에 집어넣어야 국민들의 분노도 좀 줄어들 것이고 그런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새누리당이 탄핵의 주체가 될 자격이 없다고 지적하고 새누리당에 표를 구걸하지 말라고 다른 야당들에게 요구한 것은 옳다. 그러나 심 대표가 야 3당이 공조해 국회 탄핵 절차로 가기로 합의한 것에 이미 이런 문제들의 씨앗이 있었다는 점도 봐야 한다.

△박근혜와 나쁜 정책들을 패퇴시킬 힘은 거리와 작업장에 있다. ⓒ조승진

헌재로 넘어간 뒤에도 마찬가지로 운동의 추이를 헌재 절차에 종속시킬 수 있는 압력은 여전할 것이다.

둘째, 지금 국회 탄핵으로 즉각 퇴진 요구를 희석시키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탄핵소추가 가결될 경우, 박근혜의 권한이 정지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탄핵심판 절차로는 박근혜의 임기 중도 퇴진이나 온갖 개악의 철회가 하나도 보장되지 않는다.


겹겹의 안전판

우선, 탄핵심판 절차는 국회가 원고(검사)가 돼서 헌법재판소에 박근혜를 탄핵해 달라는 것이다. 그때 헌재에서 검사 구실(소추위원)을 맡는 것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다. 지금 이 자리는 새누리당 권성동이 맡고 있다. 탄핵소추안 자체를 새누리당과 협상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면, 죄목이 단순한 측근 비리나 직권남용으로 협소화될 수 있다.

또한 헌법과 헌법재판소법, 그리고 노무현 탄핵시 헌재 판례를 종합할 때, 대통령 탄핵은 헌법상, 법률상 중대한 법 위반 행위를 근거로 하고 있다. (노무현도 선거법 위반은 인정됐다.)

박근혜 퇴진이든, 탄핵이든 그것은 명백히 정치적 사안인데, 형식적 법 위반을 따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법 제51조는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여기에 더해 현재의 헌법재판소 구성이 매우 보수적이라는 것도 봐야 한다. 최근에만 해도, 전교조 법외노조 합헌, 진보당 해산, 동성애 차별 군형법 합헌, 낙태 처벌 합헌, 몇 년 더 거슬러 가면 물대포 직사 합헌 등 쓰레기 같은 우익적 판결의 본산이었다.

헌법재판소의 최근 보수적 판결 내역 (크게 보기) ⓒ조사·정리 이재환

이들은 검찰 수사나 특검 수사에 불명확한 점이 많다고 시간을 끌 것이고, 최악의 경우 심판 절차를 중지시키고 재판을 지켜보자고 할 수 있다. 이미 증거를 상당히 인멸한 것으로 추정되는 박근혜가 대면조사까지 계속 거부하면 혐의 입증이 쉽지 않아 재판은 시간을 마냥 잡아먹을 수 있다. 박근혜와 우파에게는 겹겹의 안전판이 있는 것이다.

결국은 이 상황에서도 정부와 헌재 등을 압박하는 것은 아래로부터의 운동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야당을 무비판적으로 대하며 대중 동원과 투쟁을 뒷전으로 미룬다면, 권한대행인 황교안이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를 정상적으로 이끌 수 있다. 황교안은 망신살이 뻗칠대로 뻗친 박근혜보다는 더 자유롭게 나쁜 정책들을 지속하고 공안탄압 등 역습을 시도할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모를 리 없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탄핵 추진으로 가는 것의 속내는 무엇일까? 이들은 탄핵소추를 가결해 박근혜의 권한을 정지시킨 것으로써 자신들이 운동의 요구를 국회에서 대변한 것으로 체면을 세우고 정국의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계산일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인 사태의 책임은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헌재에 넘겨 버리는 것이다.

총리 교체에 목매면서 퇴진 요구와 거리를 두고 영수회담이라는 무리수까지 두던 민주당이 총리 교체보다 탄핵이 우선이라고 하는 것은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로 박근혜 임기가 길어지고 반박근혜 반감이 유지되는 것이 내년 대선에서는 자신들에게 더 유리하다는 속내일 공산이 크다. 바로 같은 이유로 민주당은 운동 초기에 박근혜 중도 퇴진을 반대했다.

그래서 무책임한 것이다. 박근혜 퇴진 요구는 온갖 개악들을 철회·중단시키자는 염원이기도 한데, 주류 야당들의 탄핵 프로세스에선 그런 전망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야당들도 일정하게 운동의 성장을 필요로 한다. 현재 자기들이 대 여권 관계에서 일정한 주도권을 쥔 것은 운동이 급부상한 덕분이기 때문이다. 대신 운동을 자신들의 정국 주도를 위한 부속물로 만들기를 바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국회 탄핵 절차는 위험한 도박이다. 만에 하나, 도저히 쓸모없어진 박근혜를 지배자들이 중도 퇴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1972년 미 의회의 닉슨 탄핵 시도는 결국 닉슨 체제의 광범한 부패망이 아니라 닉슨 개인의 거짓말만을 문제 삼아 제거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광범하게 시스템의 문제와 연결시키는 운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광범한 운동을 건설해 노동계급과 피억압 민중이 체제의 광범한 문제들을 제기하며 스스로 행동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필요한 이유다.

박근혜 퇴진 운동은 주류 야당들의 무책임성을 비판하고 국회 논의와 무관하게 계속 “즉각 퇴진” 운동을 건설하겠다고 선포해야 한다. 이 점에서 진보정당인 정의당이 국회 탄핵 공조에 합류한 것은 옳지도 현명하지도 않다.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있을까

한국의 검찰은 태생부터 ‘산 권력에 충성하고, 죽은 권력에는 칼을 대는’ 정치검찰이었다. 더군다나 현직 대통령 수사는 그 자체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박근혜를 공개적으로 들이받은 것은 악화될 대로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근혜에 일방적으로 충성하는 집단으로 보여서 만에 하나 차기 정권에서 개혁 대상으로 치부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계산일 것이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국가기관 하나의 이반으로 박근혜의 권력 누수가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체제 수호의 전위부대인 검찰이 개과천선한 것은 전혀 아니다. 검찰은 아직 뇌물죄, 제3자뇌물죄 적용 등을 회피했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는 유죄 판결을 받아도 죄질과 형량은 매우 낮게 된다.(탄핵심판은 ‘중대한 헌법적·법률적 위반’을 요건으로 한다.) 그래서 현재의 검찰 공소장으로는 박근혜가 심지어 무죄를 받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무엇보다 뇌물죄 배제는 뇌물을 바치고 온갖 특혜(정의당 추산 3조 7천억 원)를 받아 온 삼성, 현대, SK, 한화 등 주요 기업주들이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게 해 준다. 게다가 박근혜가 검찰을 통제하는 인적 가교 구실을 해 온 김기춘과 우병우는 혐의조차 안 걸고 있다.

검찰이 지금 여론의 압박 때문에 뇌물죄 혐의 적용을 위한 수사를 하겠다는 둥, 우병우를 수사하겠다는 둥 말을 흘리고 있지만 온전히 믿기만 해서는 안 된다. 운동의 지속적 압력이 있어야만 뇌물죄 기소가 가능해질 것이다.

 설사 뇌물죄로 기소하더라도 수사를 부실하게 해 놓으면 사법부가 재벌들의 혐의를 벗겨 줄 수 있다. 검찰은 면피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정치자금 사건으로 정권마다 대통령의 친형, 아들 등이 옥고를 치렀지만, 재벌들이 뇌물죄로 유죄 판결을 받거나 구속된 적은 별로 없다.

물론 살펴볼 것은 있다. 검찰이 그동안 운동과 여론이 더 큰 압력을 가할 때마다 조금씩 수사를 진전시켜 왔다는 점이다.

검찰은 박근혜 퇴진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10월 27일에야 비로소 7명짜리 수사팀을 특별수사본부로 격상시켰다. 29일 집회 다음날에 이를 중수부급으로 격상시켰고, 그 주에 최순실을 구속했다. 11월 5일 집회 전날 검사 32명을 투입해 특별수사본부를 역대 최대 규모로 늘렸고, 집회 다음날 우병우를 소환하고 안종범과 정호성을 구속했다.

11월 12일 민중총궐기 다음날에는 박근혜 조사 방침을 밝혔고, 11월 19일 집회 다음날에는 박근혜를 피의자 신분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검찰의 수사가 정치적 세력균형을 살피는 ‘정치’ 수사라는 방증이다. 운동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여권의 역습에 허를 찔리면, 검찰은 금세 발을 빼려 할 수 있다.

박근혜 퇴진(과 구속)의 핵심 열쇠가 국회나 수사와 재판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더 강해지는 데에 있다는 뜻이다. 전자는 뒷북치기일 뿐이다.


특검은 양날의 칼

지난주에 국회를 통과한 ‘최순실 특검’은 검찰에 대한 불신과 더 철저한 수사를 명분으로 사람들의 지지를 구했다.

그러나 수사 대상에 박근혜가 명시되지 않았고, 출범에만 사실상 한 달 가까이 걸리는 점, 수사 기간이 70일밖에 안 되고, 그나마 연장이 가능한 30일은 바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허점이 많다.

검찰이 그나마 늦게라도 확보한 증거들을 모두 특검에 전달할 가능성도 별로 없다. 그동안의 특검이 권력의 심장부를 제대로 찔러서 유죄 처리한 적이 없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이 나라에서 검찰 권력의 주된 수단은 기소 독점주의였기 때문에 검찰은 이에 반하는 특검에 반감이 많다.

지금도 특검은 박근혜와 검찰 양쪽에 시간 끌기의 핑계가 되고 있다. 박근혜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특검의 수사를 받겠다며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있다. 검찰은 특검 출범 전에 면피용 결과를 내놓으려고 서두르고 있지만, 특검이 출범하면 검찰이 부실 수사를 해도 면피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의 반발이 박근혜와 싸우게 하려면 특검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대중 운동을 더 강화해야 한다.

박근혜 퇴진 운동 다이어리


박근혜 하야 매일 촛불

매일 오후 7시 청계 파이낸스 빌딩 앞 
주최: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박근혜퇴진 비상국민행동


박근혜 퇴진 6차 범국민행동

12월 3일(토)


박근혜 즉각 퇴진! 박근혜 정책 폐기!
11.30. 총파업

11월 30일(수) 전국 동시(수도권 오후 3시 서울 도심)


박근혜 퇴진 전국 촛불 집회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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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주기

진상 규명 노력마저 침몰시키려는 박근혜 정부




3월 31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416시간 광화문 집중 항의행동 농성 촛불집회’에서 세월호 유가족 ‘세희 아빠’ 임종호 씨는 “정부가 특별법 같지도 않은 특별법까지 무력화하려고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3월 27일 입법예고한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의 시행령(안)이 많은 이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있다.


이 시행령(안)은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를 사실상 관제기구로 만들어 무력화시키는 안이다. 조사 대상인 행정부 관료가 특조위에 임명직으로 와서 돈과 인력을 통제할 수 있게 해 놓았고, 특조위의 진상 규명 범위를 독자 조사가 아니라 정부와 검찰, 감사원 등이 내놓은 조사 결과를 검증만 하도록 해 놓았다.


참으로 뻔뻔하고 사악한 작태다. 참사 직후 ‘적폐 척결’ 운운하던 박근혜는 본인이야말로 참사를 낳은 자본주의 적폐의 수장임을 다시 한 번 자인한 것이다. 해양수산부가 앞장섰다지만, 시행령은 기본으로 대통령령(법률에서 위임받은 사항에 대해 대통령이 내리는 명령)이다.





세월호 참사 1년이 다 되도록 박근혜 정부는 구조를 못 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오히려 진상 규명 방해, 특별법 반대, 유가족과 항의 집회 탄압, 특별조사위원회 무력화, 유가족 마녀사냥 등 온갖 악행을 저질러 왔다. 그의 측근들도 “세월호 특조위는 세금 도둑” 운운하며 김빼기를 시도해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여야 야합으로 권한도 줄여 놓은 특조위를 아예 식물기구로 만들려는 것이다.(애초에 유가족이 요구한 특별법상 진상규명기구는 수사권, 기소권과 함께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성’이 핵심 요건이었다.)


저들이 이렇게까지 나오는 이유는 세월호 참사가 노동계급과 민중의 안전을 우선순위에서 배제하고 무시하는 이윤 경쟁 체제의 수혜자들이 만들어 낸 비극이기 때문이다. 이 체제의 수혜자들과 통치자들은 이익과 권력으로 유착돼 있다. 이런 유착 구조가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떤 비극을 선물했는지 드러나는 걸 그들이 반길 리 없지 않은가. 이들을 대변하는 박근혜 정부가 한사코 참사의 진실 규명을 방해하고 심지어 진정한 애도의 감정조차 표명한 바가 없는 이유다. 


정권에 불리한 이 쟁점이 다시 부각되고 그 때문에 재.보선에 영향을 주는 상황도 고려했을 것이다. 또한 세월호 쟁점이 민주노총의 파업 투쟁과 영향을 주고받는 것도 걱정될 것이다. 최근 새정치연합의 문재인 지도부가 보인 우클릭도 이런 행보에 힘을 보탠 듯하다.


전날인 3월 30일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과 정부의 시행령(안) 폐기를 촉구하려고 청와대 면담 요청을 하려던 ‘동수 아빠’ 정성욱 씨, ‘성호 아빠’ 최경덕 씨가 폭력으로 연행되기까지 했다. 이날 경찰의 폭력 봉쇄로 곳곳에서 유가족과 시민, 학생들이 고립되고 부상을 당해야 했다.


이래 놓고 정부는 보상금 문제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유가족의 끈질긴 항의가 돈 때문인 것처럼 보이게 해 국가(정부) 책임론에 물타기하려는 것이자 세월호 참사 이슈를 정리 수순으로 내몰려는 수작이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거의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측이 요구한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지지하는 의견이 60퍼센트를 넘는다. 이는 당장 행동으로 표출되진 않아도 이 운동의 저변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들이 무력화하려는 반쪽짜리 특별법도 5백만 명이 넘는 지지 서명을 배경으로 그나마 제정될 수 있었다.





지금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와 ‘(사)4 · 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4 · 16 가족협의회)’ 등은 3월 30일부터 참사 1주년인 4월 16일까지 416시간 시민긴급행동을 선언했다. 매일 저녁 광화문 촛불집회, 도보행진, 온라인 항의, 신문 전면 광고, 주말 대규모 집회 등이 계획돼 있다.


‘유민 아빠’ 김영오 씨 등 유가족들도 광화문광장 북단에서 맨몸으로 농성을 시작했다. 경찰이 천막 등의 설치를 막았기 때문이다. 비가 온 3월 31일 밤을 이들은 비닐 천 하나로 새워야 했다.


박근혜 정부의 꼼수와 탄압을 막아 내고 진실 규명을 위한 걸음이 앞으로 나가려면, 세월호 1주기를 맞아 다시 고조되는 관심과 지지를 행동으로 모아 내야 한다. 민주노총이 조직하는 4월 총파업과 총력 투쟁이 세월호 참사 항의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 이 글은 4월 1일에 <노동자 연대>에 실렸습니다. 더 자세한 소식은 ☞여기로



주요 투쟁 일정


4월 16일까지 매일 광화문 세월호광장 촛불집회

4월 4~5일 시민·가족 도보 행진(안산~광화문)  ※4월 5일 오후 5시 도착 예정.

4월 11일 시행령 폐기 세월호 인양 촉구 국민대회
4월 16일 참사 1주기 범국민추모제
4월 18일 세월호 참사 1년 전국 집중 범국민대회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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