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저나 ‘응답하라 1988’이 유행하더니, 88년 총선 결과(1여 다야인데도 여소야대가 된)처럼 될 수도 있다는 말이 현실이 돼 버렸다. 박근혜의 기를 모은 주문대로 당적만 봐서는 새로운 국회가 됐는데........ 

아성인 부산과 대구에서 탈당파 포함해 의석 3분의 1이 빠졌으니, 수도권 못지 않은 내상이다. 레임덕으로 아니 갈 수 없다. 이는 좌우 양쪽에서 박근혜 심판 투표를 한 결과로 본다. 왼쪽만이 아니라 보수층에서도 균열이 상당했다는 것. 이는 경제 상황의 악화 때문이라고 본다. 좌든 우든 정권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그럼에도/그러므로 ‘노동개혁’은 기업주들 대다수의 요구이므로 방식은 달라져도 멈추진 않을 것이다. 국민의당, 더민주당 의원들 상당수가 새누리당의 요구에 부분 협조할 것이다.
우리 쪽은 좀더 좋아진 여건 속에서 좀더 오른 사기로 16일 세월호 집회를 잘 치르고, 메이데이 전국 집중으로 찍으며 투쟁 건설로 가기를 바란다. 그 과정에서 진보·좌파 정치 재편도 아마 본격화될 듯하다. 정의당과 울산 쪽이 민주노총과 논의의 주도권을 형성하겠지.


민주노총 전략선거구들 중,
울산 동구 김종훈, 북구 윤종오, 경남 창원성산 노회찬의 당선.
경북 경주에서 당선은 못했지만, 권영국 변호사의 짧은 기간 큰 성과.
이곳들 모두 핵심 기반은 금속노조.(상급단체 없는 현중 포함, 노파심에 말하자면, 경주에서도 금속 경주 없이 15% 상회 득표가 가능했을까?)
경제 위기, 박근혜의 ‘노동개혁’, 일자리와 미래 불안 등이 그 지역들에서 계급투표 결집을 상당히 이뤄낸 듯하다.
노동운동은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지 않다. 허공에 떠다니는 담론들에 휘둘리지 말자.
....

아울러, 애초에 연합적 노동계 정당이 없이 진행된 선거에서 그런 당이 있었으면 있었을 그런 일(비례의 대폭 획득)이 벌어지지 않았다고 슬퍼하는 공상적인 평가도 말자.(울산, 창원 같은 곳에서는 진보·좌파 정당득표에서 손해를 많이 본 셈.)
무엇보다 비례의석이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10만 명 투표하는 선거구에서 3천 명 지지를 얻어야 3%인데, 이걸 모든 선거구에서 해 내야 비례 '1명' 생기는 것이다.
이게 활동과 기반의 누적없이 그냥 이뤄지는 게 아니다. 개혁주의 선거정치조차도 조직 노동자 기반 없이는 더욱 힘들다. 그러니 민주노총 우습게 본 집단들은 후회를 좀 해야 한다.

정의당은 정당투표 중간집계 보면 3월 여론조사 때 기세보다 (더민주당과 선긋기 부족, 물리적으론 지역구 후보가 너무 적은 것, 울산에 후보가 없는 것 등 여러 이유로) 뒷심이 부족했는데, 득표수로는 또 적은 게 아니다.(73% 개표에 1백20만 표를 넘어섰으니, 단순 산술 예측하면 최종 1백50만 표 정도) 많다고 할 수 없어도 노동계의 부분적 지지를 받은 정당으로서는 적진 않다.

배타적 지지를 받은 2012년 통합진보당 총선 정당득표가 219만여 표였다. 정의당이 잘 했다는 게 아니라, 그나마 기반과 누적된 활동, 인기있고 이름있는 진보정치인 등 요인으로 그나마 정의당에게 변화 염원 유권자의 정당득표가 나머지 당보다 쏠린 결과라는 말이다. 현재 나머지 세 당(노동당, 녹색당, 민중연합당)의 정당득표는 합쳐서 같은 개표율에서 약 30만 표로 2%가 안 된다. 그래도 산술적 추정치로 약 2백만 표 정도가 나올 것이다.
이는 2012년 진보정당(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녹색당) 총득표인 2백50만, 2014년 (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총 2백23만 표보다는 줄어든 것이지만, 그동안 분열과 진보당 해산 등으로 존재감 자체가 희미해졌던 얼마 전까지의 현실 등을 감안하면 그렇게 준 것도 아니다.(이번 총선에 줄었다기보다는 이전에 준 걸 회복하는 과정에서 이번 총선 수준의 득표를 했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그 정도는 울산과 창원의 쾌거가 만회하고도 남음이 있다.


(추가) 그 뒤로 정의당 득표율이 좀 올라서 단순 계산 예상보다는 득표가 쪼금 더 늘었다. 애초에 예전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처럼 노동계급 정당득표를 수렴할 공식화된 대표정당 없이 분열 여진이 남은 상태에서 진행된 선거에서 진보/좌파 네 개 합쳐 2백만 표를 넘긴 것이 나쁘지 않다. 그런데 그 대부분(4/5)이 정의당 몫이다. 득표율은 막판에 뒷심이 딸렸는데 득표수로만 보면 2년 전(지방선거)보다 갑절로 늘었다. 나머지 3당은 합쳐서 2%도 안 된다. 어떤 사람은 정의당이 너무 온건해서 그동안 박근혜에 대한 저항을 노,녹,민 3당이 대변해 왔다고 하는데, 그말대로면 반박근혜 저항이 2% 미만 지지를 받은 건가? 편견으로는 현실을 옳게(균형, 직시) 읽을 수 없다. 실은 정의당으로 상당히 수렴된 것이다.(각자 좌우 방향은 달라도 말이다.) 녹색당은 2년 전 것을 지켰고, 민중연합당은 긴급 프로젝트가 실패한 것인데, 노동당 결과가 좀 안타깝다. 분당 여진으로 2년 전보다도 많이 줄었다. 그럼에도 울산 중구 이향희 후보의 선전은 축하한다.(2위라는 순위도 그렇지만, 2년 전보다 1만 8천 표가 늘었다.) 다음 재편 국면에서는 누가 봐도 민주노총, 정의당, 울산 무소속's가 주도하겠다.
.

(추가)
개표 막바지인데 총선공투본에 참여한 네 당의 정당 득표를 모두 더하니 2백만 표가 조금 넘는다. 2012 총선, 2014 지방선거의 진보정당 합계와 비교해 조금 모자란 수치다.(여러 조건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그중 정의당이 165만 표를 넘겼다. 통합진보당 분열 후 치른 첫 전국선거인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의 광역별 비례득표를 더하면 전국에서 82만 표를 얻었다.(진보당 97만 표) 정당 지지가 두 배로 성장한 것이다. (관찰자의 마음이 무엇이든) 진보/좌파를 지지하는 변화 염원 대중이 정의당에 지지를 몰아 준 모양새가 됐다. 정의당에 대한 각자의 감정을 떠나서 좌파가 정의당 개혁주의에 균형있는 태도를 취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사실 일부 진보/좌파 정당 지지자들이 비례 1석 획득을 우습게 알아서 좀 한심했다. 3%는 10만 명이 투표하는 선거구에서 3천 명의 지지를 얻는 것이다. 비례 1석 얻으려면 이걸 모든 선거구에서 해야 한다. 정당비례제도가 생긴 이래 지난 총선까지 민주노총이 배타적 지지를 한 정당에만 그런 비례 의원이라는 영광이 주어진 이유고, 분열한 2014년에 비례 지방의원이 팍 줄어든 이유다. 그러니 역으로 정의당의 선전은 설사 소극적이라도 노동운동 지도자들의 지지와 노동 기반 없이는 설명하기 힘들다. 그러니 실사구시, 균형있는 태도가 필요하고, 조직 노동자들의 박근혜 심판이 적지 않게 정의당으로 표현됐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여야가 티격태격하다 ‘노동개혁’ 법안 합의 처리할 수도 있다



<노동자 연대> 164호 | 발행 2015-12-23 | 입력 2015-12-23



박근혜가 12월 22일 개각을 단행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실시한 개각의 요점은 최경환을 총선에 내보내고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유일호를 주저앉혀 새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만든 것이다.


신임 경제부총리는 박근혜표 ‘경제 살리기’ 법안들(기업 지원, “노동개혁”)의 국회 통과를 진두지휘해야 한다. 공공, 금융 등 “4대 개혁”도 추진해야 한다. 시장주의적 성장론자이자 박근혜의 심복 유일호를 그 자리에 내정한 까닭이다.


그런데 현역 의원인 그는 총선에 나가려고 바로 한 달 전에 국토교통부 장관을 사퇴했다. 반대로 최경환은 “국가비상사태”라더니 총선 출마를 위해 국회로 돌아갔다. 친정체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정권의 녹록지 못한 처지를 보여 준다.


“노동개혁” 입법을 계속 추진할 심복 부총리도 필요하지만, 내년 총선 공천권 등에서 김무성·유승민 등을 견제할 당내 카드도 필요한 것이다. 기업주들을 위한 입법도 이뤄내고, 권력 누수도 막겠다는 몸부림인 셈인데, 조중동 같은 기업주 언론마저 개각을 비판한다.


그만큼 범여권이 일사불란하지 않다. 새누리당 소속인 국회의장 정의화가 개악 법안들의 직권상정(사실상 날치기)을 거부해 박근혜가 체면을 구겼다. 이 때문에 최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박근혜의 일방통행 스타일에 불만을 드러냈다. 물론 정의화가 입법부 수장으로서의 자존심을 세우는 수준 이상으로 버티진 않을 것이다. 그는 12월 22일에 쟁점 법안 합의를 중재하려고 시도했다.


무엇보다 온갖 탄압과 협박, 집회 금지 조처를 남발했지만, 경찰은 세 차례의 민중총궐기 집회를 막지 못했다. 11월 14일 대규모 민중총궐기(실제로는 노동자대회+α)에 이어 두 차례 더 이어진 민중총궐기는 노동자들이 박근혜 정권에 맞서 완강하게 싸우고 있음을 보여 줬다.


야당을 압박하려고 대통령 긴급명령권 얘기도 나오지만, 최근 박근혜 지지도 조사에서 부정적 답변이 한 달여 만에 50퍼센트를 넘는 여론의 역풍도 불고 있다.


“반기업으로 보이면 안 된다”


한편, 12월 16일 박근혜 정권을 “신독재”라고 규정한 새정치연합 문재인은 같은 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떤 법을 ‘재벌특혜법’이라는 식으로 규정짓고 논의 자체를 거부한다면 반기업 집단처럼 비칠 수 있다”며 쟁점 법안들의 논의 재개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1일 문재인은 김무성을 만나 각종 개악 법안들의 상임위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노동자 표를 의식해서 ‘악법 반대’ 꼬리를 흔들고는 정작 당론을 결정할 때는 ‘반기업 집단처럼 보이면 안 된다’는 계급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지금 새정치연합은 안철수의 탈당(과 동조 탈당)으로 어수선한데다 당내 주도권 쟁투로 말미암아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엇박자를 내면서 어제 한 말 다르고 오늘 한 말 다를 만큼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와중에도 새정치연합이 자본가들을 의식해 쟁점 법안 처리 의사를 밝혀 왔다는 점이다. 새정치연합은 “노동개혁 법안 반대”가 아니라 “합의 처리”를 말해 왔음을 알아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새정치연합의 행보에 노동자들의 삶과 조건을 의탁해서는 안 된다.




- 독자·지지자 들의 후원으로 운영하는 노동자 정치 신문을 정기구독/후원 하세요! 
정기구독하기 | 후원하기 (1천 원부터 가능)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