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파와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의 당내 선거 부정 사태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고 눈이 벌개져 있다. 새누리당이 5월 6일부터 6일 동안 낸 논평 16개중 6개가 통합진보당 비난 논평이었다. 


통합진보당 일부 세력의 선거 부정은 명백히 용납할 수 없는 잘못이지만, 사실 새누리당의 부정부패에 대면 코끼리 앞의 비스킷이다. 


같은 기간에 벌어진 일을 보자. 울산에선 새누리당 경남도당 부위원장이 뇌물을 받아 먹고 구속됐다. 이명박과 오세훈이 서울시장을 할 때 저지른 파이시티 건설 비리가 드러나고 있고, 이명박의 ‘멘토’ 최시중과 ‘왕차관’ 박영준이 구속됐다. 


전당대회에서 대놓고 대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린 것도 새누리당이었고,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를 방해한 깃털들도 새누리당 보좌관들이었다. 


새누리당의 공세는 코끼리가 비스킷 뒤에 숨어서 자신의 치부를 감추려는 역겨운 것이다. 


그런데도 이 ‘부패원조당’은 이 공세를 색깔론 마녀사냥으로도 이어가려 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사태를 “북한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파쇼적 행태”라며, 자진해서 ‘검찰수사를 받으라’고 비난한다.



비스킷 뒤에 숨은 코끼리


조중동과 공안당국은 ‘통합진보당의 이석기가 민혁당 재건에 연루됐다’고 흘리며 ‘통합진보당=종북 주사파=간첩’ 공식을 만들어 마녀사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치부를 가리고 재재집권에 유리하도록 정치 분위기를 우경화시키려는 것이다. 진보진영의 누구도 이런 마녀사냥에는 동조하지 말아야 한다. 


한편, 이런 우파적 공세 속에서 새누리당은 갈수록 ‘박근혜 유일 체제’로 가고 있다. 원내 대표와 정책위 의장에 박근혜가 암묵적으로 지원한 친박 이한구와 진영이 뽑혔다. [이 글을 쓴 뒤, 예상대로 친박 황우여와 이혜훈이 나란히 당대표 선거 1,2위를 차지했다.]


한미FTA를 추진한 노무현 정부조차 ‘좌파’라고 공격한 ‘원조’ 우파 신자유주의자 이한구가 ‘박근혜당’에서 득세한 것은 박근혜의 쇄신 사기극이 거짓이라는 걸 잘 보여 준다.


무엇보다 우파 표를 ‘누룽지까지 긁어서’ 겨우 1당이 됐지만, 수도권과 청년층에서 명백한 한계를 보인 박근혜가 우파적 공세에 치중하는 것은 그 약점의 모순만 키울 것이다. 


게다가 이 와중에도 이명박 일가와 측근 비리는 꾸준히 터져 나오고 있다. 


이국철 SLS 접대 의혹, 불법 사찰, CNK 주가조작 의혹 등 권력형 비리가 터질 때마다 이름이 거론돼 온 박영준 구속은 이명박에게 위험 신호다.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온갖 추잡한 비리가 드러나고 있는데, 그중 불법 대출로 예금 수천억 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김찬경과 임석은 각각 이명박과 이상득과 가까운 관계였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진보진영의 공세는 안타깝게도 무디기만 하다. 통합진보당은 선거 부정으로 정치적 마비 상태가 돼 있다. 그동안 무원칙한 통합과 묻지마 야권연대 노선 때문에 민주당에 발목을 잡힌 탓도 크다.  


또 진보진영 일부에서는 박근혜가 총선에서 이명박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평가하며 무기력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명박 일당의 비리 폭로가 “박 위원장에게 큰 타격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우리의 딜레마”(<한겨레21>)라는 식이다. 


이런 생각 때문에 최근 진보진영 일각에서 ‘이명박 퇴진 요구가 역풍을 부를 수 있다’며 투쟁 회피성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근시안적 시각은 상황의 모순을 놓치는 것이다. 



이명박을 때려야 박근혜도 괴롭다


터져 나오는 이명박의 부패는 집권당을 장악한 박근혜에게 [정권심판론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더 강력한 차별화(숙청)를 하라는 압력을 주지만, 우파 결집으로 간신히 총선에서 승리한 박근혜에게 이명박과의 단절은 쉬운 과제가 아니다. 


자칫 차별화 강도를 높이다가 우파 분열을 촉진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명박 쪽에서 계속 문제가 터지면, 조만간 정몽준 등 비박계 대선 후보들과 이명박과의 차별화를 놓고 경쟁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새누리당이 ‘박근혜당’이 돼 갈수록 박근혜도 정권심판론의 대상이라는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에 대한 공격이 박근혜에 대한 공격과 구분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총선 전후로 박근혜는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같은 문제에서 이명박과 한몸으로 움직여 왔다. (18대 국회에서 세종시 문제 정도를 빼면, 박근혜가 이명박과 충돌하는 표결은 한 적도 없다.)


이런 박근혜의 ‘쇄신 사기극’이 사람들에게 그럴싸하게 보였다면, 그것은 오로지 민주당의 ‘정권심판론’이 대중의 분노치에 한참 모자라 차별성을 찾기 힘들어서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 민주당이 신자유주의를 추진한 경력과 그 기반 때문에 “원래 한미FTA는 공격 사안인데 수비 사안이 돼 버렸다.”(문성근) 당장 미래저축은행의 임석이 박지원 등 김대중 정부 실세 출신들과 연줄을 이어 왔다는 증언들이 나오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진보진영이 박근혜의 우파적 본질을 폭로하면서도 이명박의 부패에 대한 대중의 공분을 언론 파업, 쌍용차 투쟁,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과 결합시킨다면 우파를 분열시키며 우리 편이 전진할 수 있다.


진보진영은 더는 ‘묻지마 야권연대’와 민주당 중심의 선거심판론에만 매달리지 말고, 대중적 반우파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 이 글은 <레프트21>81호에 “통합진보당 위기 뒤로 숨으려는 부패 우파 ― 끌어내서 타격해야 한다”는 제목으로 일부 축약해 실렸습니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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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덕이 한나라당을 최종 정리하는 역할을 할 줄이야.” 정두언의 탄식이다.

2008년 당 대표 경선 당시 박희태 쪽에서 돈봉투를 뿌렸다는 폭로는 풍전등화의 한나라당을 ‘올킬’하는 태풍이 되고 있다. 차떼기당·성나라당에 이어 ‘돈봉투당’이 된 것이다. “깊은 한숨이 전염병처럼 방을 돌았다”는 1월 초 한나라당 의원 오찬 풍경은 이런 위기감의 한 단면이다.

난파선의 침몰이 시작되면서 여기저기서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가히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다.

친이계와 연합해 박근혜를 견제하던 정몽준은, 총부리를 돌려 친이계가 당시 자신을 견제하려고 박희태를 지원했다고 폭로했다. 사실상 돈 살포 배후로 이명박과 이상득을 지목한 것이다.

홍준표는 친이계 핵심 안상수와 겨뤘던 2010년 당대표 선거에서도 돈과 향응 제공이 있었다고 폭로하더니, 10일에는 이명박과 박근혜가 겨룬 2007년 대선 경선에서도 돈봉투가 돌았다고 폭로했다. 대선 경선 돈봉투 의혹 폭로에는 친이계 출신 원희룡도 가세했다.

돈봉투 자금 출처로 이명박의 대선 잔금도 거론된다. MB 측근인 청와대 정무수석 김효재가 돈배달을 했다는 의혹이 일자 검찰은 돈봉투 전달자가 박희태의 비서라고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김효재와 박희태(의 비서들은) 모두 돈봉투와 디도스 의혹에 연루돼 있다. 박희태는 이명박과 이상득의 지원으로 당대표를 하고 국회의장까지 올랐다.

이제 한나라당과 정권 실세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냈던 인명진도 비례대표 돈 공천 의혹을 제기했다.

이상득을 캐던 검찰은 이명박 정권에서 이상득·강만수 못지 않은 실세인 방송통신위원장 최시중의 뒤를 캐기 시작했다. 수백 억 규모의 비리 의혹이다. 게다가 ‘상왕’ 이상득은 물론이고 내곡동 사저 의혹으로 부인과 아들도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이 개입된 게 분명하다면 대통령 탄핵 사안”이라는 선관위 사이버테러 사건도 여전히 이명박의 뒷목을 잡고 있다.

한편, 검찰은 디도스 사건이 최구식과 박희태의 비서 둘이 공모해 ‘공을 세워 윗선에 더 잘 보이려고 일으킨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공을 세우려고 범행을 기획·실행했다는 비서관들이 범행 전 또는 범행 성공 뒤 ‘의원님’들께 ‘전과’를 왜 알리지 않았는지 여전히 미스터리다.

이상득과 최시중을 건드린 검찰의 이런 허술함이 오히려 청와대 개입설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 관계자는 돈봉투 사건을 두고 “실비를 보전해 주는 관행까지 문제 삼아 의혹을 제기하면, 여야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어리석게 돈 살포를 두둔해 제 무덤을 파는 언행을 계속하고 있다.

이명박으로선 레임덕을 넘어 자칫 데드덕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데드덕


일부에서는 박근혜 쪽에서 친이계를 공격하고 물갈이 하기 위해 ‘돈봉투’를 터뜨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음모론은 지금 한나라당이 직면한 위기를 과소평가하는 것이고 박근혜 비대위의 상황통제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생각은 ‘주류 엘리트가 지배하는 집권당의 부패와 정치 위기’라는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지금 상황은 누구의 음모로 누가 희생되는 문제가 아니다. 한나라당 주류 모두 부패의 주범이고, 바로 그 때문에 폭발 직전인 대중의 불신과 분노가 원심력으로 작용해 분열과 해체 위기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BBK 소방수를 자임해 2008년 공천을 받은 뒤 “이상득의 양아들”이란 소리까지 들었던 고승덕이 공천 갈등 속에서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 자체가 원심력이 더 커진 현 위기의 방증이다.

이런 상황은 비대위로 전면에 나선 박근혜에게도 치명타다. (박근혜의 전력과 본질을 더 알고 싶으신 분은 링크한 기사를 참조하시오. ☞ 바로 가기

우선 강경 친이계 일부(와 비리 혐의자들)이 박근혜 음모론을 믿고 보복 폭로를 하려 한다면 그것은 또다른 부패 폭로 아귀다툼 복마전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박근혜 라인도 한나라당 부패한 우파 정치의 중심에 서 왔던 세력이기 때문이다. 

△명박과 친박 모두 쪽박찰 날이 임박하고 있다. 틈을 주지 말고 투쟁으로 압박해야 한다. ⓒ사진 출처 청와대


박근혜로 치면, 박정희 독재의 정치적 복권을 추구하고, 박정희가 부정축재한 자산으로 떵떵거리며 살아온 것이다. 또 박근혜는 2002년과 2008년 두 번이나 한나라당에서 분열한 전력이 있다.[각주:1] 누가 누굴 몰아세울 처지가 모두 못 되는 것이다

박근혜가 우파적 부패 정치를 청산하려면 자기 살점을 베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적전 분열은 박근혜의 대선가도에도 치명타다. 
그래서 박근혜는 인적 쇄신론과는 약간 거리를 두고, 정책 쇄신론에 비중을 둬 온 것[각주:2]이다. 대선에 도움을 받으려면 이명박과 완전히 갈라설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박근혜와 이명박 사이에 퇴임 후 안전 보장 등을 놓고 밀약이 있다는 설까지 나온 바 있다박근혜는 한나라당 정강에서 “보수” 용어를 삭제하자는 의견은 ‘논의된 바 없다’고 즉답을 피했지만, ‘현정권 실세 자진 용퇴론’은 개인의 의견이라며 분명하게 거리를 뒀다

그러나 이제 박근혜 비대위도 어쩔 수 없이 검찰에 돈봉투 의혹 등을 수사해 달라고 의뢰해야 하는 처지다. 박근혜의 바람과 달리 ‘헤쳐모여 식 재창당론’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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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정두언, 남경필 등 친이계 출신 쇄신파들은 해체 후 재창당이 아니면 탈당하겠다고 박근혜를 압박했다. 사실상 이명박과 결별하자는 것이다. 자칫하면 한나라당이 난파선에서 유령선으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11일 열린 박세일의 자칭 중도신당 창당발기인대회에는 예전 같으면 한나라당 공천 후보로 줄을 섰을 전직 의원과 고위 관료 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그러나 창당을 주도한 인물들의 면면만 봐도 ‘보수낡은당’인 이 당은 한나라당을 대체하기보다 보수대분열의 한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만사돈통당


그것은 쓰나미 같은 반한나라당 태풍의 뿌리가 반보수·반특권층 정서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 돈봉투 의혹이 터지기 전 여론조사에서 이미 한나라당의 쇄신을 믿을 수 없다는 답변이 절반을 넘었고, ‘이 당의 가장 큰 문제점이 부자정당’이라는 응답이 40퍼센트나 됐다.

최근 <한국일보> 여론조사에서는 2004년과 비교해 자신이 보수 지향이라는 답변이 8.5퍼센트나 줄었다. 특히 20·30대는 자신의 성향이 보수라는 답변이 11퍼센트 남짓에 그쳤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층에서조차 “보수” 용어 삭제에 절반이 찬성했다.

따라서 박근혜의 딜레마는 계속될 것이다. 아무리 중도층에 구애를 해도 어지간한 변화로는 반한나라당 정서를 달래기 힘들 것이 분명하다. 오히려 강경 우파들이 작은 변화마저도 ‘좌파’ 운운하며 반발해 ‘보수대분열’만 낳을 가능성이 더 크다.

박근혜식 공천 쇄신이 동아줄이 되기도 힘들 것이다. 상황이 워낙 더러워서 이름값 있는 누구라도 이런 시궁창에 오길 꺼릴 것이 분명한 데다, 백번 양보해 설사 1급 청정수를 갖다 붓는다 해도 시궁창에 부은 물이 1급 청정도를 유지할 순 없다.

민중당 출신의 이재오와 ‘따먹문수’, 사법 정의를 지키는 소신 개혁 검사로 이름 날리던 ‘보온상수’와 ‘막말준표’, 이들 모두 1996년 신한국당 창당시에는 성공적인 개혁 공천으로 불렸다. 2000년 총선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영입 인사는 오세훈이었다.

10년이나 야당으로 지낸 뒤에는 그 때처럼 쌈박한 영입이 쉽지 않은 듯하다. 이명박이 주도한 2008년에조차 조전혁과 강용석 따위가 세대교체 영입파들이었다.

그럼에도 저들은 역겨운 쇼를 하며 일부를 달래 불만을 무마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돌려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칠 것이다.

이미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비대위는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회의’ 등을 개최하며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좌파 마녀사냥을 다시 확대하려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거짓말과 꼬리 자르기를 통해 디도스와 돈봉투 사건을 적당히 덮어 버리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위기를 무마할 시간을 주지말고 밀어붙여야 한다. 총선까지 기다리지 말고 뿌리부터 썩은 정권에 대한 분노를 지금부터 행동으로 조직해야 한다.

최근 유사 전례로 비교되곤 하는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도 처음엔 사건 주범 모두 진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2년 만에 대통령 닉슨이 사임하는 사태로 발전했다. 베트남전 반대 운동과 흑인 민권운동 등이 정권의 위기를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1퍼센트 특권층 정치의 위기’를 진보 대안 세력의 성장 기회로 삼으려면 정권을 총체적으로 반대하는 대중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 이 글은 축약해 <레프트21> 73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1. 2002년은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만들었다고 복당했고, 2008년엔 자신만 남고 공천탈락한 친박계들을 탈당시켜 친박연대로 선거에 임했다. [본문으로]
  2. 박근혜 비대위는 정책적으로 완고한 신자유주의보다는 국가 개입을 상대적으로 강조하는 경향 정도로 볼 수 있겠다. 물론 이를 두고 완전한 중도화라거나 커다란 차별화라고 볼 순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예민한 정국에서는 미묘한 정책적 차이가 훨씬 더 큰 정치적 균열에 이바지할 수도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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