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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17 허니문 대신 비터문 된 박근혜

박근혜 정부의 임기 초 위기가 심상찮다. 예상보다 빨리 시작해 생각보다 오래 가고 있다.


그나마 ‘협박근혜’ 본색으로 몽니를 부린 덕에 취임 후 보름 만이지만 장관들 일부나마 모아놓고 첫 국무회의를 할 수 있었다.


경제와 안보 위기 속에서 ‘성장’과 ‘안보’를 핵심 기조로 내세우는 우파 정권이 아직도 경제부총리와 국방장관을 임명 못 하고 있는 것도 박근혜의 모순과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지지율 하락과 불통 행보 때문에 집권당 내부와 우파 사이에서 불협화음이 드러났다. 우파적 인물들인 국무총리 내정자 김용준과 헌법재판소장 내정자 이동흡을 낙마시키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한 것은 우파 신문 <동아일보>였다. 이재오 등 친이계가 ‘불통’ 정치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사실 많은 경우에 부르주아 정당과 언론들 사이에는 임기 초 행정부에게 협조해 주는 불문율(“허니문”)이 있다. 그들만의 신사협정인 것이다. 임기 초에는 공약 이행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도 상승한다. 박근혜는 역대 최강의 보수대연합이 밀어준 정부였다.


그런데도 임기 초가 허니문은커녕 ‘비터문’이 된 것은 무엇보다도 정치 양극화가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의 장관 내정자들이 하나같이 불법 비리의 복마전이고 ‘박정희 유전자’를 품은 우파 일색인 것이 반우파 정서를 자극했다. 여기에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던 박근혜가 복지공약을 뒤집자 박근혜에게 표를 찍은 사람들까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사실 정부조직법 협상에서 줄곧 양보를 해 온 것은 민주통합당이었다. 심지어 박근혜가 대국민담화에서 표독스럽게 협박하자 겁먹은 민주당은 법무장관 황교안 등이 임명되도록 도와줬다.


이런 민주당이 정부조직법 통과에 선뜻 합의를 못 해 주는 것은 바로 기층의 분노와 압력 때문이다. 언론운동단체들은 민주당이 미래창조과학부의 방송산업 관할 영역에 관해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고 지금도 강력하게 성토하고 있다.


NGO 단체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와 ‘노년 유니온’ 등이 박근혜와 복지부장관 진영을 사기죄와 허위사실공표죄로 고소했다. 통치의 정당성에 문제제기를 한 셈이다.


악화하는 경제와 안보 상황도 박근혜의 우파 본색을 재촉했다.


우선 경제 위기 조짐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용산 개발 사업이 “단군 이래 최대 헛삽질”이 된 것은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 줄 뿐 아니라 경기 폭락의 불안감을 더 키우는 요인이다. 게다가 북한 핵 실험 이후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급속히 고조됐다.


이런 상황들이 박근혜를 밀어줬던 반동적 지배자들을 조급하게 만들고 있다. 핵심 기반이 이런 상태니 박근혜도 취임 초에 이런저런 민심잡기 쇼를 벌일 시간적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결국 경제 위기 조짐, 안보 위기를 배경으로 정치 양극화가 깊어지는 정치 환경 속에서 박근혜 본인도 신속하게 측근과 핵심기반에 의존하는 것으로 기운 것이다.


정당성의 위기가 커질수록 인사와 통치 방식의 우경화는 갈수록 선명해질 것이다. 벌써 안보 위기를 이용한 통합진보당 마녀사냥 조짐이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는 “4대악 근절”을 내세우며 “법과 질서”를 통한 권위주의 통치 방식을 강화하려 한다.


사실 이런 모순과 위기의 요소들은 박근혜가 선택한 환경이 아니다. 박근혜는 정치적 자본가로서 민심잡기 쇼로 좀더 시간을 벌고 싶었을 것이다. 게다가 취임 1년 만에 전국 지방선거가 있는 것도 부담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의 앞날은 반동과 동요가 주요한 특징이 될 것이다. 대중의 불만이 조직된다면, 집권당은 서로 부패를 폭로하며 분열할 수 있다.


의도치 않게 박근혜의 위기를 촉발한 구실을 했지만, 민주당은 어정쩡하고 수줍은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양극화 속에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민주당 모두 지지율이 하락했다.


이처럼 행정부와 국회 모두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새 정치”를 앞세운 안철수가 조기 등판했다. 그 때문에 4·24 재보선이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그런데 안철수는 정부조직법 협상에서 “제발 빨리 협상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정치”를 하라고 주문한다.


공식정치에 대한 거대한 불신 덕분에 안철수가 부상할 수 있겠지만, ‘양극화 봉합’ 노선은 그를 지지했던 일부 반우파 청년들에게 ‘모호하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서울 노원병 선거구에 출마하면서 억울하게 이곳의 의석을 뺏긴 진보정의당에 대한 진지한 배려도 없었다.


이런 행보들은 안철수 발 정계개편이 박근혜 정부의 실패에 대비한 지배계급의 플랜B 구실을 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 준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진영은 각자도생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경제 위기와 정치 양극화는 진보진영 안에서도 원칙적 태도와 타협적 태도의 양극화를 낳기 때문에 백가쟁명 상황은 좀더 오래갈 듯하다


성장과 안보를 빌미로 희생과 침묵 강요에 맞서 반제국주의·반자본주의·반우파·노동자 투쟁이라는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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