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통합'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11.05 10·26 이후 야권통합과 진보정치 11
  2. 2011.10.27 10·26 재보선 ― ‘탈정치’ 아닌 계급 불만 표출 2

10ㆍ26 재보선에서 진보정당은 위기와 가능성을 모두 보여 줬다.

우선 진보정당과 후보들은 무대 위에서 별로 시선을 끌지 못했다.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 경선에서 민주노동당 최규엽 후보가 얻은 표는 2퍼센트 남짓이었다. 야권연대를 위해 ‘어차피 사퇴할 후보’라며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심지어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조차 최규엽 후보 선거운동이 아니라 당선이 유력한 박원순 후보와 선을 대고 약속을 받아내기 바빴다.[각주:1]

진보의 독자성을 훼손해서라도 의회에 진출하는 게 실질적 개혁을 이룰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해 온 게 민주노동당 지도부였으니 누굴 탓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막상 민주노동당 후보들이 거둔 성적을 보면 성장 가능성을 볼 수 있다. 

민주당과 단일화하지 않고 출마한 민주노동당 후보들이 11~27퍼센트를 득표한 것이다. 이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는 거의 모두 낙선했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서울 노원구에서는 민주노동당이 당선했는데, 이는 민주노동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서울 양천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낙선한 것과 대조된다. 양천구에서 민주당은 박원순 후보를 지지한 표의 70퍼센트도 채 가져가지 못했다.

반MB ‘계급’투표를 한 노동계급 청년세대가 민주당을 마뜩잖게 여기고 있으며 이들 중 의미있는 수가 진보정당을 지지할 의향이 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것이 반한나라·비민주당 정서의 실체인 것이다[각주:2]

만약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대통합이 성공했다면 이 가능성은 더 커졌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부가 강령까지 후퇴시키며 친자본주의적인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추진하다가 진보대통합을 망쳐 버렸다.

그 결과 반한나라ㆍ비민주당 정서의 주도권을 안철수ㆍ박원순 등에게 내주게 된 것이다. 
안철수 현상에는 진보정당이 제대로 공백을 메꾸지 못한 탓도 있는 것이다. 

노동자ㆍ청년들이 계급적 각성을 하며 진보를 갈망하기 시작하는데, 노동자 진보정당의 존재감은 약해지는 역설을 자초한 것이다. 진보정당 지도자들의 뼈아픈 패착이 아닐 수 없다[각주:3].  
 

계급적 분노
 
한편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부가 그토록 그 영향력을 높이 평가했던 유시민과 참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매우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각주:4]. 참여당이 여전히 구 집권세력인 민주당의 아류[각주:5]로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의 분열까지 조장하면서 참여당과 통합하려 한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부의 정당성은 더욱 약화됐다. 

그런데도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자들은 또다시 진보신당을 탈당한 새진보통합연대에게 참여당과의 “원샷 통합”을 수용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노회찬ㆍ심상정 등 통합연대 지도자들도 이 압박에 무원칙하게 타협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각주:6] 사실이라면 유감스런 일이다. 

민주당의 아류로 비치는 참여당과의 통합 시도는 반한나라ㆍ비민주당 정서를 진보정당이 흡수하는 데 장애가 될 것이고, 민주노총에서 불필요한 분열을 재연할 것이다.

이는 지지자들에게 냉소와 환멸을 일으킬 것이고, 결국 진보정당의 정치적 존재감은 더 약화될 수 있다.

그리 되면
 ‘혁신과 통합’ 등 NGO 성향 인사들이 주도하는 야권통합 정당에 진보정당들이 들어오라는 압력도 커질 것이다. 

 
비록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나 친노의 주도력은 많이 약화됐지만, 야권연대의 선거적 힘은 입증됐기 때문이다. 이것은 두 번째 역설인데, 야권통합의 실질적 대주주인 민주당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야권통합론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참여당과의 통합을 고집하면 일관되게 이 압력을 거스르기도 힘들다. 참여당은 진보정당과 ‘소통합’ 이후에 ‘혁신과 통합’과 함께 야권대통합으로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참여당과의 통합이든 야권통합이든 모두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당” 노선을 위태롭게 하는 퇴행적 시도다. ‘노동 없는 정치’가 정치 불신의 근본 배경인데, 그 정치를 해야 할 당의 독자적 존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노동계급 청년세대는 이번 선거에서 1퍼센트 특권층이 지배하는 기성 정치 구조가 이들의 삶을 개선하지 못한다는 ‘계급적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청년들의 각성은 행동으로도 나타난다.
‘희망버스’와 최근 한미FTA 저지 운동이 그 사례다[각주:7]. 이들은 조직 노동운동의 투쟁에 대해서도 인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진보정치세력은 급진적인 가치와 정책을 중심으로 한미FTA 저지 투쟁이나 ‘99퍼센트의 저항 운동’ 등을 건설하며 이들의 분노를 행동으로 조직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각주:8] 

그 과정에서 반한나라ㆍ비민주당 개혁주의의 현재 수렴점인 진보적 NGO들과도 개방적으로 협력해 급진화하는 청년 대중과의 소통과 공동 실천을 강화한다면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것이 이 계급적 각성의 급진적 정서에도 부합하며, 정치적으로도 더 급진화시킬 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우리가 지지해 선출한 정부의 개혁을 지지하는 것이든 나쁜 정부에 반대하는 것이든] 그런 대중행동으로만 개혁을 성취하고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 글은 축약해 <레프트21>68호에 실렸다. ☞ 바로 가기

※ 서울시장 재선거 과정이나 박원순 시장 선거운동, 그리고 안철수 현상에 관한 내 논평은 이전 포스트를 보세요. 

 
  1. 박원순 선본은 나경원에게 역전당한다고 경고등이 켜진 시점에서 노조들과 협약을 맺었다. 민주노총은 우리는 박 선본의 집토끼가 아니라며 협약을 해야 선거운동과 조합원 투표를 조직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본문으로]
  2. 이를 좀 더 들여다 보면 이 흐름의 현재 정치적 수렴점은 NGO·의회 개혁주의로 보인다. 일부에서 민주노동당 대표냐, 야권연대당 대표냐 하는 비판을 듣는 이정희 대표가 당 바깥에서 인기가 높은 것도 이정희 대표가 상징하는 포지션이 여기에 딱 들어맞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수렴이 고정불변인 것은 아니다. [본문으로]
  3. 공식 정치에서 진보정당의 존재감 이 약돠되지 않았다면, 정치 지형상 급진화 속도는 더 빨랐을 가능성이 높다. [본문으로]
  4. 민주당도 출마한 두 곳에서 민주노동당 등과 단일화해 나갔으나 4퍼센트, 8퍼센트를 득표했다. 경기도지사 선거 때부터 보이는 참여당의 득표력 부진은 회복 기미를 찾기 힘들다. [본문으로]
  5. 어떤 이들은 본류로 보기도 한다.참여당 지도부가 주로 노무현 정부의 친위 정치인들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6. 통합연대가 최종 결정한 결정문의 문구로만 봐서는 참여당과의 원샷 통합에 찬성했다고 보긴 어렵다. 약간 섣부른 비판이었다. [본문으로]
  7. 더 멀리 가면 2008년 촛불항쟁도 그럼 흐름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본문으로]
  8. 다른 야당과는 필요하고 서로 의견이 같은 쟁점에서 독립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사안별 연대를 하면 된다. 통합과 사안별 연대는 다른 문제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이번 재보선을 서울시장 선거 중심으로 나름 정리해 봤다. 종합해서 보면, 반한나라·비민주당 개혁주의 정서가 새로운 흐름으로 결정적 영향을 미친 듯하다. 
 


1. 한나라당의 참패, 박근혜 대세론의 붕괴

자신들이 내리 세 번을 이긴 서울시장 선거에서, 그것도 불과 출마 선언 두 달 밖에 안 된 정치 신인 후보에게 보수층이 총결집한 선거에서 졌다는 것은 뭐라 변명할 여지가 없다. 생각할수록 통쾌한 일이다.

땅을 파면 파란 흙이 나온다는 강원도 인제에서조차 민주당에 73표차로 겨우 이겼고, 그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는 11퍼센트를 득표했다. 민심 이반의 깊이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마네기 후보가 보여 준 짜증나기 그지 없는 인신공격은 부메랑 도술을 부리며 비웃음의 대상이 됐을 뿐이다. 수첩공주의 수첩도 소용없었다.  
홍준표의 사실상 무승부 발언은 자기 자존심상 뱉은 말일 수도 있지만, 보수의 분열을 막으려는 고육지책일 수 있다.

박원순 진영이 이런저런 허술함을 보였는데도, 우파의 막강한 네트워크 ― 행정, 언론, 교회 등 ― 를 동원했는데도, 한나라당이 참패한 것은 정치 불신의 핵심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줬다.  

게다가 20~40대의 젊은 노동자·대학생 사이에서 지지율이 형편없었다는 것은 한나라당의 불안감을 더 증폭시킬 것이다. 
이번 선거로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는 더 깊어질 것이고, 박근혜 대세론도 수도권에서 붕괴한 마당에 한나라당은 혁신과 보수화(오히려 더 반동적으로 가는) 사이에서 분열하고 자중지란을 겪게 될 것이다. 갖가지 폭로가 자기들 사이에서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것은 1퍼센트 정부와 체제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이다.[각주:1] 그러나 다음 선거가 필패라는 계산이 나온 세력은 오히려 악행을 더 밀어붙이려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보다 질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압력이 필요한데, 그것이 투쟁이다. 



2. 은폐된 민주당의 실패 

민주당은 자신이 지지하고 사실상 캠프를 주도한 박원순 후보의 당선으로 승리의 한 축에 끼여있지만, 실상은 엄청난 내상을 입은 선거였다. 

제1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를 못 냈고, 기초단체장 선거는 전북 두 곳 빼고 모두 패배했다. 특히 서울 양천구청장 선거는 박원순 후보가 앞선 곳이고, 진보신당 후보가 2퍼센트 대 득표에 머물렀는데도 10퍼센트 넘게 패했다. 박원순을 찍은 유권자가 10퍼센트 넘게 민주당 후보를 외면한 것이다[각주:2]. 서울 동대문구 시의원 선거구에선 그들이 민주노동당 후보를 찍었다.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선 참여정부 인사를 후보로 내고 문재인의 지원을 받았는데도 한나라당을 이기지 못했다. 협상 실패로 민주노동당과 따로 나온 곳에서는 부천 한 곳을 빼고 모두 낙선했고, 민주노동당은 10~20퍼센트 득표를 했다.  

야권연대의 주도력에도 손상을 입은 것이고, 자력으로 내년 총선·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도 드러내고 말았다. 단독으론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는 것은 10년이나 집권했던 제1야당에게는 큰 타격이다. 

또한 정치 지도자들 개인을 향한 대중적 추모 열기와 달리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냉정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 줬다. 

2010년 이후 주요 선거를 돌아봐도, 민주당 후보든, 참여당 후보든 노무현 정부 적자를 자임하는 후보는 야권의 전폭 지원을 받아도 당선하기 힘들었다. 한명숙이 그랬고, 유시민이 그랬다. 올해 김해 선거와 이번 재보선(부산)도 그렇다.

반한나라당 만큼이나 비민주당 정서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다시 확인된 것이다. 


■ 박원순 선거운동의 문제점은 선거 기간 중에 쓴 글에서 별로 달라질 것이 없어 여기서는 덧붙이지 않는다. ☞ 바로 가기


3. 위기와 기회, 진보정당

그래서 위기에 빠진 진보정당에게 기회가 있긴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서울 동대문구 시의원 선거와 강원 인제군수, 부천 시의원 선거, 제주 등에서 민주당과 경합했는데도 민주노동당 후보는 두 자릿수 득표를 했다. 

서울시장 선거 야권 후보 경선에서 존재감을 못 느낄 수준이었는데도 반MB 정서가 지배한 선거에서 이런 성적을 거둔 것은 강력한 반한나라·비민주당 정서의 한 켠에 무시 못 할 진보정치 지지층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것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거대한 불만이 대체로는 계급적 불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보정당은 이런 불만을 대변하는 데 갈수록 취약해 지고 있다. 진보 양당 통합에 실패한 것은 그런 점에서 큰 아쉬움을 준다.

그러나 겨우 기초의원 한 명 후보 내서 8퍼센트 얻은 참여당과 통합 못 한 게 이번 선거에서 약점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한다면 맞는 평가도 아닐 뿐더러 문제의 본질을 한·민 양당 구도 프레임으로 왜곡하는 것일 뿐이다. 자기비하인 것이다[각주:3]

자기 당 후보가 애초에 당선가능성 없던 선거에서 10~20퍼센트 득표로 선전했는데도 이를 높게 평가히기보다 야권이 분열하면 진다는 교훈부터 끌어내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의 평가[각주:4]는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부의 잘못된 노선을 그대로 보여 줄 뿐아니라 최근 진보정당의 무기력도 어느 정도는 설명해 준다.

자신들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를 어찌 발전시킬지 성찰해야지, 야권연대 협상의 지렛대로만 사용하려는 태도는 위험하다. 진보정당의 [독자적 성장이라는] 
원칙과 정체성이 취약해 지는 것은 자기 중심이 없다는 것이고, 스스로 야권연대의 부속물을 자처하는 것은 정세의 종속 변수를 자처한다는 뜻이다. 

이번 선거에서 보듯 아무리 야권연대의 주도력(박원순과 안철수 바람)이 민주당 바깥에서 불어도 야권 연대/통합시 지분은 민주당이 가장 크기 때문에 부차적 지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고, 민주당은 자본가정당이므로 노동자 진보정당에게 부차적 지위는 정치적 부속물의 지위를 자처하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묻지마 야권연대 노선을 고수한다면 진보정치세력의 분열이 새로운 양상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험난한 내부 논쟁이 예상된다. 이번 선거에서 보인 가능성은 참여당 문제로 진보대통합이 실패한 것이 얼마나 큰 실수인지 보여 준다.(정치는 그래서 ‘타이밍’이다.)  



4. 세대 투표? 계급 투표?

박원순 후보가 노동의 가치를 앞세우지도 않았고, 노동운동이나 노동자 진보정당 출신이 아니므로 계급투표를 잣대로 대는 것은 좀 어색한 일일 수 있다. 비교적 진보·개혁적인 색채가 짙지만, 신자유주의 등 진보의 대척점에 서 있는 정책과 가치에 원론적으로 반대하는지는 모호하다.

그러나 지역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20~40대/대졸 이상/직장인에서 득표율이 높았다는 것(나경원은 반대)은 이것이 계급 투표 성격을 띠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안철수·박원순 현상에 깔린 반한나라·비민주당 개혁주의 정서 밑바탕에 노동계급 청년층의 계급적 불만이 놓여 있다는 우리 분석(☞ 관련 글 보기)을 간접 입증하는 것이다. 

최근 KDI의 한 연구원은 ILO 기준으로 하면 현재 한국의 잠재적 청년실업률이 21.2퍼센트나 된다고 분석했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이 일자리와 복지를 악화시키면서 경제적으로나 심리적(미래 희망 상실)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바로 노동계급 청년층이다.

초임 삭감, 비정규직, 청년실업, 고용불안, 교육비, 비싼 물가와 양육비 부담 등이 모두 [그 이름도 기막힌] 3포 세대(연애·결혼·출산 포기)라 불리는 이들에게 집중된 문제다.


그동안 특권층 후보들이 여러 의혹으로 꼬꾸라질 때는 대체로 부정한 방법에 대한 분노가 많았다. 이회창 아들의 병역 비리 같은 것이 대표 사례다. 그러나 이번 나경원의 피부관리 1억 원 지출 의혹은 정치인이 특권층 부자라는 사실만으로도 대중의 미움과 분노를 산 것이다. 

경제 위기가 지속되고 1퍼센트 부자 정부의 계급 차별 정책이 지속되면서 경제적 양극화도 깊어졌지만, 정치적으로도 계급 분단선이 더 깊어진 모양새다. 이 각도에서 보면, 집권 이전에도, 집권 시절에도, 야당인 지금 자본가 정당인 민주당과 친자본주의 당인 참여당이 새로운 바람의 능동적 수혜자가 되지 못하는 걸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겨레>처럼 이를 세대 투표라 보는 것은 피상적인 단견이다. 

10월 22일(토)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전국비정규직노동자대회. 이들의 문제는 노동계급 청년층 다수의 삶과 요구와 다르지 않다. 이들을 함께 대변할 진보 정치가 필요하다.




5. 탈정치? 탈이념?

탈정치가 정당정치를 뜻하든 탈이념을 뜻하든 세대론자들과 마찬가지로 피상적이다. 

사람들이 의식하든 못 하든 1퍼센트 부자 정권의 부정의한 정책에 반대해, 그 정권 자체를 몰아내고 싶어하는 것 자체로 매우 정치적인 행위다. 그것은 반복하지만 계급적 정서이고, 진보적 변화를 바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정권 심판론이 어떻게 탈정치이겠는가. 그것도 ‘부자’ 정권 심판론이었다. 매우 계급적이다. 자유주의자들의 표현을 빌면, 이념적이다. 지금 대중은 의식했든 못 했든 매우 ‘이념’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기존 정치권에서 올곧게 이런 계급분단선을 명확히 이해하고 새 세대에 걸맞는 용어법으로 이를 대변하며 앞장서 실천하는 정당이나 인물이 없거나 미약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이런 급진화는 양식있는 ‘강남’ 좌파 지지에 머물러 있다

안철수나 박원순이 비록 ‘강남’좌파라 불리긴 하나, 그래도 그들은 실제로 특권층 정치와 거리를 둬 왔고, 그들이 대중에게 제시한 삶의 가치들이 특권층만을 위한 삶이나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고 사람들은 본다. 

그래서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부자와 가난한 이,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아니라 상식과 몰상식의 대결이라고 설명한 안철수 교수의 평가는 잘못됐다. 이것이 안 교수의 본심이라면 이는 안철수 현상의 모순을 선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다. 

그 모순은 다시 정리하면, 진보정치를 바라는 정서가 진보적 대중운동이나 진보정당 지지로 조직화하지 못하는 것이고, 오히려 진보정당의 분열과 무기력 때문에 진보적으로 ‘보이는’ 인물들을 수동적으로 지지하는 데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6. 야권 통합론의 부상

이렇게 봤을 때, 민주당 중심의 야권통합을 말해왔던 민주당은 일단 주도권을 상실할 위기에 빠졌다. 대선을 앞두고 사상 최약의 전력을 갖춘 민주당은 진로를 놓고 혼란에 빠질 것이다. 이 당내 혼란이 수습하기 어려운 것은 단순한 내부 알력이 아니라 당 바깥의 압력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도권을 완전히 잃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당 밖에서 야권통합을 말해왔던 ‘혁신과 통합’도 동력의 한 축인 문재인의 실패로 의기소침한(뻘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노무현 그림자를 미래지향적으로 걷어내야 하는 과제가 있지만, 이들이 어쨌든 주도력을 행사하려 하는 한 참여당은 당분간 화제도 되지 못할 것이다.[각주:5] 

그렇다고 해도 민주당만으로 안 된다는 것이지 민주당이 없어도 된다는 것은 아닌 점도 드러났으므로 야권통합론 자체가 가장 선거적 지분이 많은 민주당의 주도권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닌다. 그래서 야권통합을 형식적이나마 추구해 왔던 손학규 체제가 당장 흔들리진 않을 것이다.  

어쨌든 민주당만으로 한나라당 심판이 안 된다는 것이 분명해진 지금, 야권통합을 지지하는 정서는 더 강력해질 것이다. 엔지오 출신들도 꽤 유입될 텐데 그 포지션상 통합 정당론을 지지할 것이고 한 흐름으로 모아질지는 의문이다. 민주당 주도권을 인정하느냐 하는 문제도 변수가 될 것이다. 안철수 교수는 여유가 있으니 밖에서 지켜보는 입장을 유지할 것이다. 진보정당도 이 흐름을 이겨낼 배포가 없다.

이처럼 주축 세력들이 취약한데 야권통합론이 거세지는 것은 반MB 진영 안에서 논쟁과 모순을 키울 것이다[각주:6]. 그것은 각기 다른 계급을 대표하는 정치세력의 연합이 지닌 본질적인 모순이기도 하다. 

그것은 박원순 후보의 선거운동에서 드러났다. 박원순 선본은 자신들을 지지하는 노동운동 쪽에서 요구한 정책 협약 체결을 회피했다. 한미FTA 반대 표명 요구도 거부했다. 이런 식이니 평범한 다수 지지자들이 박원순 선거운동 방식에 실망했던 것이다. 

서로 다른 [계급의] 욕구들이 반MB 연대라는 이름으로 뒤섞여 있는 것이다. 이번 박원순 후보 선거의 정책 총괄은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담당했던 교수라고 한다. 노무현 정부는 알다시피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부동산 경기 폭등으로 문제를 심화시킨 당사자다. 

야권통합론이 연합정당 건설로 가려면 노동을 어떻게 대변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제기될 텐데, [그리고 이것이 한 관건이 될 텐데] 통합론의 한 축인 조국 교수 같은 경우는 노동이 정당정치에서 대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노동정치 노선은 애초에 노동운동 스스로 정치세력화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사민주의 정당의 성격상 불가피하게 정치와 운동 영역의 역할 분담이 이뤄지겠지만, 최장집 교수나 조국 교수 등이 말하는 기존 개혁 엘리트 정치인의 대리주의와는 결이 다른 면이 아직은 크다. 

그러므로 야권통합론 부상은 선거 평가와 마래 전망을 놓고 진보정당 안팎에서 다시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야권통합론의 계급연합 모순은 대선 이후 집권 전망에서도 논쟁꺼리가 될 것이다. 

진보정치세력에게는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눈앞에 와 있다.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의 변화 흐름은 단기적으론 선거 연대가 유리해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론 독자적 정치세력화로 가야 한다는 걸 보여 줬다. 문제는 단기 과제와 중장기 과제가 현실에서 구현될 땐 서로 충돌한다는 것이다. 


7. 앞으로 필요한 것은?

이상을 종합하면, 세계경제 위기와 한국 지배자들의 고통전가 정책 때문에 세계적인 흐름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노동계급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대중 사이에서 정치적 급진화가 수 년간 진행돼 왔다. 이것이 안철수·박원순 현상의 진앙지다. 지금은 이 급진화가 반한나라·비민주당 개혁주의로 수렴되고 있다. 대체로 반보수·반재벌·반신자유주의 정서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이것은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최근 99퍼센트 점거 운동처럼 행동으로 분출되고 있는데, 여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이들을 대변할 마땅한 정치세력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즉 당선 후 행태가 실망스러울 경우 직접행동주의로 표출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진보정당은 이들을 대변할 자격 조건은 되는데, 규모와 역량이 아직 부족하고 시야가 매우 협소하다. 지금의 ‘묻지마 야권연대’ 노선을 중단하고 진보정치의 급진적 혁신과 재통합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이 정서를 행동으로 끌어내야 계급 의식의 전진과 노동자 진보정치의 주도력을 되살릴 수 있다. 당장은 노동계급 청년들의 분노가 선거를 계기로 표출된 것인 만큼 당선한 후보와 세력에게 초좌파적 냉소와 반감을 보내기보다 그 기대감이 약속을 지키라는 요구와 행동으로 발전하도록 조직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각주:7].

박원순 후보가 모두를 대변하겠다고 이런 요구들 수용을 회피하며 우선순위를 잘못 설정하면 집권 초기에 지지층과 먼저 갈등하기 시작해 그나마 있던 개혁 동력마저 상실한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조직 노동운동은 이런 불만을 노동운동의 의제로 받아 안아야 하는데, 그 방식은 대중투쟁을 회피하는 선거 방식이 아니라 노동계급 고유의 힘을 발휘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희망버스2.0’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급진화를 더 촉진할 수 있다. 좌파는 유연하되, 충분히 급진적이어야 한다



  
  1. 그 점에서 박원순 진영의 약점을 이유로 기권주의 태도를 취한 사노위, 사회진보연대 등 일부 좌파들의 결정은 아쉽다. [본문으로]
  2. 이것이야말로 창피한 일일 텐데, 양천구청장에 당선한 한나라당 추재엽은 보안사에 근무한 독재정권 출신이며, 그 시절 고문 가담 의혹이 터진 반민주 인사다. [본문으로]
  3. 민주노동당은 존재감이 약해진 정도지만, 참여당은 거의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은 그들을 민주당의 아류라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내 참여당 통합론자들은 현실을 똑바로 봐야 한다. [본문으로]
  4. 10월 27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 모두 발언. 물론 이는 민주당과의 총선 협상을 염두에 두고 민주당에게 경고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5. 민주노동당이 통합하자고 불러주기 전까지는 말이다. [본문으로]
  6. 안철수의 행보가 큰 변수가 될 수 있겠다. [본문으로]
  7. 당장은 박원순 후보의 집회으 자유 보장과 광장 개방 약속이 눈에 띈다. 이 약속 이행을 통해 한미FTA, 한진, 비정규직, 등록금, 유성, 강정 등을 모아 한국판 99퍼센트 점거 운동을 시작할 수도 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