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자 인터넷 라디오 방송인 <나는 꼼수다> 열풍이 거세다. 

인터넷 다운로드 수는 이미 국내 1위를 넘어섰고[각주:1] 진행자인 김어준의 저서 《닥치고 정치》는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들의 토크콘서트는 20여 분 만에 매진된다고 한다. 

이 방송의 매력은 기성 언론이 외면하는 이명박 정부와 ‘1퍼센트’ 특권층의 기득권 지키기 ‘꼼수’에 대한 깨알같이 ‘꼼꼼한’ 폭로와 신랄한 야유다. 

<나꼼수>는 이명박의 BBK 의혹 총정리로 첫 회를 시작했다. 이명박의 내곡동 사저 의혹과 나경원의 고가 피부 관리도 이 방송에서 폭로됐다. 이 건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 특권층은 머리 속에 ‘자기 먹을 것’밖에 없는 “순결한 동물”이고 그 점에서 이명박은 “뇌가 완전 청순”하다고 야유한다. 

이런 속 시원한 폭로와 입담은 특권층 정부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과 반민주 행태(와 보수 언론)에 질린 노동계급 청년세대의 불만과 반보수 정서에 부합한다.

“쫄지 마라. 가능하다” 하는 진행자들의 말은 절망을 강요하는 체제의 벽 앞에서 위축되고 지친 청년들에게 위안이 될 만도 하다.[각주:2]

김어준은 이명박이 “국가를 수익모델로 삼는다”고 비판하는데, 이런 비판은 국가가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하고 투표로 나쁜 정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개혁주의적 각성과 맞아 떨어진다.

이들의 폭로가 풍자적 음모론의 형태를 띠는 것도 흥미롭다. 그것은 젊은 세대가 공식정치와 기성언론을 불신하는 정도가 엄청나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반보수·반특권층 정서와 접속하기 

진행자들의 친노 성향이 듣는 이에게 크게 부담감을 주는 건 아니다. 어차피 1퍼센트 특권층에 대한 반감은 그와 관계 없이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각주:3].

그 점에서 진중권이 폭로 저널리즘의 형식을 문제 삼아 “너절리즘”이라고 비판한 건 지나쳤다. 오히려 문제는 대안이다. 그것이 이 ‘나꼼수’ 자신의 잠재력을 갉아 먹는다. 지지자들의 진정한 기대에 그 대안이 못 미치기 때문이다.

김어준은 《닥치고 정치》[각주:4]에서 민주당이 “욕심만 많고 … 멍청한 큰 형”이라고 하면서도 진보정당이 “민주당을 포함한 보수와 자기들을 분리해 내겠다는 나홀로 전략”을 버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대중은] 진보 보수도 헷갈리고 … 신자유주의가 뭔지도 아직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엘리트적 관점에서 김어준은 문재인의 “타고난 애티튜드”에게서 희망을 찾는다. ‘개혁적’ 엘리트가 주도하는 범야권통합이 정권교체의 길이라는 것이다.[각주:5]

그런데 “문재인은 노 정권[의 실패]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 중 하나”(강준만)다. 문재인은 임기 동안 거의 청와대 요직에 있었다.

그는 올해 나온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서 한미FTA 체결 결과와 당시 협상 책임자였던 김현종을 극찬한다. 그 김현종은 기업들에게 유리한 FTA를 하려고 애썼다는 게 위키리크스에서 폭로됐고, 지금은 FTA로 가장 덕을 볼 기업 중 하나인 삼성의 사장으로 가 있다. 

그래서 최근 <나꼼수> 26회에 출연한 도올 김용옥이 민주당과 친노 정치인들을 겨냥해 “엉뚱하게 타협[해] … 진보라는 가치를 망쳐” 버렸다고 직설로 비판했을 때 ‘이빨’과 ‘깔때기’를 자처하는 진행자들은 아무런 토도 달지 못 했다.  

물론 이 모순과 난점을 해결하는 것이 사실  <나꼼수>의 몫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 정치세력화를 표방하지 않는 언론매체로, 스스로 그어 놓은 한계 때문이기도 하고, 그들 자신의 정치적 상상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히려 그 해결의 단초는 <나꼼수>에 열광하는 청년들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이야말로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를 해결할 주체의 중요한 구성 부분이 될 테니 말이다. 문제는 이들을 누가 세력화할 것이냐다.

그 점에서 
진보정치세력이 <나꼼수>로 모아지는 불만의 급류를 어떻게 포용해 진보적 대안으로 흐르게 할 수 있냐에 많은 것이 달려 있을 것이다. 진정한 진보는 대중 스스로 세상을 바꾸는 주역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진보정치 세력은 <나꼼수>에 호응하는 노동계급 청년세대의 불만이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제안하고, 그 안에서 급진적 대안을 토론해야 한다. 그런데 야권연대에 매달리고 한미FTA 체결 주역들의 일부가 만든 참여당과 통합하는 등의 행보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그런데 이미 이 청년들은 최근 희망버스와 계급투표, FTA 반대 운동, 99퍼센트 행동 등에 관심과 지지를 보이고 일부는 능동적으로 참가하면서 회고적 대안을 뛰어넘을 급진적 잠재력들을 발전시키고 있다. 

급진적인 것이, 저들에 대한 도발과 저항이, ‘입담’에만 머물 필요는 없다. 쫄지 마라. 가능하다!


※  이 글은 축약해서 <레프트21> 68호에 실렸다. ☞ 바로 가기 

 
  1. 매회 청취자가 수백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본문으로]
  2. 음모론도 이들 논리 전개의 특성인데, 이는 사람들에게 더 흥미진진한 과정이긴하다. BBK 같은 것은 설득력도 무지 높다. 이런 음모론의 배경은 정부와 특권층의 비밀주의와 보수언론의 보도 독점 때문이다. [본문으로]
  3. 노무현이 빈농의 상고 출신이란 점에서 대통령이 되고도 1퍼센트 특권층에게서 처음부터 경멸의 대상이 됐다는 것은 친노가 아닌 내게도 매우 역겨운 현실이었다. [본문으로]
  4. 일부가 이 책 제목을 본따 10·26 재보선에서 닥치고 투표를 SNS 등에서 구호로 내세웠는데, 심정을 공감하는데, 현명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폭력적 구호라고 하는 것도 오버다. 닥치고 ~하라는 건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하는 구호에서 적절할 듯하다. 닥치고 해고 철회, 닥치고 정규직화, 닥치고 FTA 폐기 등으로 말이다. [본문으로]
  5. 김어준은 자신이 친노라서 문재인을 미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반쯤은 그 말의 진정성을 믿는다. 그는 진심으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정권을 끝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물론 문재인에 더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 무의식적 영향이 전혀 없다고 볼 순 없을 것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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