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거리로!박근혜·황교안 둘 다 물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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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은 짧은 기간에 적지 않은 정치적 변화를 일궈 냈다. 무엇보다 운동의 핵심 목표인 박근혜 정권 퇴진 가능성이 점차 높아져 왔다. 박근혜는 지금 직무 정지 상태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점차 현실화하는 크고 거센 대중 운동의 등장은 지배계급 전반에 당혹스런 일임에 틀림없다. 


지배자들은 한국의 경제·안보 위기 국면에서 자신들의 제1선호 정당인 새누리당(한나라당) 정권을 통해 고통전가와 우파적 통치를 구현하려 해 왔다. 박근혜를 박정희 ‘신화’의 계승자로 포장하고 후원이나 동맹의 관계를 맺어 온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한국 자본주의의 유력 기업인들이 대거 연루된 배경이다.


이 때문에, 운동이 승승장구하는 듯하면서도 정책 철회와 인적 청산, 정부의 태도 변화가 쉽사리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 적폐 청산’이라는 대중의 염원에는 (정책과 제도, 인적 청산 모두) ‘박근혜 제거’를 넘어서는 급진성이 함축돼 있다.


한편, 박근혜 정권 아래서 경제 위기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증가해 왔다. 이 두 요인 모두 박근혜 정권에 대한 기업인들의 실망과 불만이 커질 만한 요인이다.


위기 대처 방식을 둘러싼 지배계급 내 불신과 암투는 은밀한 치부들의 ‘대폭로’로 이어졌다. 정권을 지지하며 단단하게 얽혀 있는 듯했던 지배계급이 분열한 것은 불만에 찬 대중에게 자신감을 줬을 것이다.


특히, 박근혜의 일방적 노동 개악에 맞서 9월 말부터 일련의 파업과 대중 시위를 이어가던 노동자 운동은 이런 정치 상황과 상호 작용하며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의 탄생 초기에 그 구심점 구실을 할 수 있었다.


여러 굴곡을 겪었지만 결국 퇴진 운동은 6주 만에 박근혜의 국회 탄핵을 이끌어 냈다. 


강력한 ‘즉각 퇴진’ 염원은 자본주의 정치인들이(개혁파는 물론 다수의 수구파도) 탄핵 절차를 밟도록 강제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서울에서만 2백만 명 가까이, 전국으로는 2백30만 명이 넘게 시위에 참가한 12월 3일 다음 주에 결국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압도적으로 가결됐다.


이처럼, 어떻게든 ‘파국’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정국을 풀어 보려던 자본주의 야당들이 탄핵안 가결을 선택한 것에는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결정적이었다. 이는 지배계급 다수가 아래로부터의 압력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마음을 돌린 결과일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지배계급의 다수는 가장 부패하고 증오받는 박근혜 일당을 제거해 체제 안정을 재구축하려는 쪽으로 움직여 왔다. 탄핵안 가결 이후에는 이 점이 더 분명해 보인다.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권

그리하여 기업주들과 유착 관계가 매우 밀접한 인물들을 포함해 집권 여당이 분열했다. 새누리당 잔류파가 더 많기는 하지만, 이것이 친박의 건재를 뜻하는 건 아니다. 잔류파의 적어도 3분의 1이 탄핵안에 찬성했다.


특검도 전례를 깨고 검찰의 협조를 받았으며, 꽤 강한 수사를 펼쳐 왔다.(물론 기소와 재판 과정에서 유화적이 될지 두고봐야 하지만 말이다.) 보수 언론과 종편들은 박근혜와 최순실 일당에 대한 폭로를 여전히 지속한다.


무엇보다 재판관 구성이 보수 일색이던 헌법재판소가 오히려 탄핵심판 심리를 서둘러 진행한다. 탄핵 결정 지연 작전을 펴는 박근혜 측 대리인단에 이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황교안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대표적인 공안검사 출신인 박한철이 헌재소장 퇴임사에서 조속한 탄핵 결정을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의 핵심 기반이 오래도록 체제의 권력층과 수혜자층을 이뤄 온 세력이기 때문에 박근혜 제거 과정은 그리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다. 종기를 제거하려면 불가피하게 생살을 파 내고 피를 봐야 하는 것이다. 


법원이 삼성 이재용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혹한의 날씨에도 집회 참가자가 다시 수십만 명으로 늘어났다. 그 뒤 법원은 대신 김기춘과 조윤선을 구속했다. 헌재 재판관들은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변명하는 전 청와대 수석들에게 핀잔을 줬고, 특검 수사는 우병우에게 접근하고 있다. 특검은 특검의 1차 수사 기한이 끝날 때까지 유효한 청와대 압수수색영장을 받아 내 2월 3일부터 영장 집행 시도를 했다. 예상대로 박근혜가 거부하자 황교안에게 청와대 압수수색에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기까지 했다.


그러나 퇴진 운동에 참가한 대중의 정서 밑바탕에는 불평등과 부당함 등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깔려 있다. 지배계급으로서는 박근혜를 제거하면서도 이런 불만이 표면화되는 걸 막아야 한다. 즉, 박근혜는 제거해도, 박근혜가 추진하던 정책들은 계속 수행하고자 한다. 기업 경쟁력 보호·강화를 우선순위로 하고 고통전가를 국민적 담론으로 삼는 정치 말이다.


그래서 지배자들은 황교안 대행 체제의 안정은 건드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를 잘 아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탄핵안 가결 직후 황교안과 국정 협의체를 구성하고 새누리당과 개헌 협의체를 구성하려 했다.


지금까지 언급한 요인들 때문에,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의 밑거름이 됐던 운동들 중 말끔하게 요구가 해결된 투쟁은 아직 없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세월호 참사, 노동 개악, 사드 배치, 백남기 농민 사망, 국정교과서, 언론 장악 등을 6대 긴급 해결 과제로 내놓았다. 그러나 이 요구들은 야당들이 다수파인 국회에서도 전혀 긴급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한일 위안부 합의도 마찬가지다. 사드 배치 등에서는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말이 아예 후퇴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지배계급이 노동자·민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아마 ‘박근혜 일파 처벌 말고는 바뀌는 것이 없다’일 것이다. 제물을 던져 줄 테니 곧 제자리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최근 차기 대선 후보군에서 지지율이 더 높은 반기문이 낙마하고 대신 황교안이 보수 우파의 대표 주자가 되는 듯한 모양새에서 지배계급 내의 혼란스러우면서도 일정한 동향을 엿볼 수 있다.


지배계급의 안정 희구에 부응해 주류 야당들도 국회 탄핵안 가결 이후, 정치 체제의 안정을 위해 노력해 왔다. 주류 야당들은 전통적인 양날개 전략을 펴면서도 최근 중도 보수층 포섭에 골몰해 왔다. 사실, 중도 보수층 확보 경쟁 때문에 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하기까지 했었다.

정권 교체

지배계급의 안정 희구는 또한 차기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이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는 말년 병장처럼 처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재인과 안희정은 노무현 정부의 친기업·친제국주의 정책 추진에 한몫했던 당시 실세들이었다. 그들은 노무현 정부의 실패 요인을 정권이 지지층의 기대를 배신한 것이 아니라, 지지층의 기대가 ‘과했던 것’에서 찾는다.


이런 전도된 관점의 실천적 결론은 애초에 너무 많은 것을 약속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보다 문재인의 복지 공약이 별볼일없어 보였던 이유이고, 그래서 패인의 일부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2012년에도 너무 진보적으로 보였다고 후회한다.


운동의 성장 덕분에 문재인 대세론이 형성됐다. 그러나 거리에서는 인기가 별로 없고, 문재인도 운동 때문에 지지층의 기대가 커지는 게 부담스럽다. 그저 운동과 거리를 두면서도 이용은 하려 드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국민의당이 분당해 나간 이후 확연히 ‘문재인당’(친노당)으로 굳어져 온 민주당 안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벽에 부딪힌 배경으로도 보인다. 박원순 시장은 친노 출신도 아니고, 민주당 주류보다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책으로 엔지오와 노동운동 일부에서 기반을 구축하려 노력해 왔다. 탄핵안 가결 이후 박원순과 이재명의 지지율이 정체하거나 점차 하락한 것은 앞서 말한 공식정치의 흐름과 민주당 내 세력 관계와도 관계 있을 것이다.


박원순은 1월 초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면 안 된다며 “문재인 전 대표가 기득권 해체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촛불 민심의 청산 대상이지 주체는 될 수 없다”고 했다가 더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반대 의견을 무릅쓰고 박원순에게 불리한 당내 경선 룰을 밀어붙였다.


이는 운동이 그 근저에는 체제의 적폐에 대한 불만을 깔고 있지만, 지도적인 헤게모니를 행사하는 이데올로기는 주류 야당으로의 정권 교체 수준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기층에 혁명적 좌파가 단단히 자리 잡고 대중을 조직하는 모양새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자 운동이 강력하면서도 헤게모니는 행사하지 못하고 있음도 반영한다.


이런 상황에서 퇴진 운동 내 온건파가 퇴진 운동의 목표를 단계론적으로 야당으로의 정권 교체에 한정하고, 운동을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을 지원하는 것으로 방향지우려고 해 온 것은 운동의 정치적 한계가 되고 있다.


아래로부터의 투쟁보다 선거를 중심에 놓게 되면, 대중은 정치적으로 수동화되기 십상이다. 더구나 당선에 도움되도록(광범위한 득표에 방해되지 않도록) 아래로부터의 행동과 요구를 일정 수준 아래로 자제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질 수 있다. 근시안적 효과에 정신 팔려 운동을 키우는 것을 게을리하면 금세 세력관계가 동요하는 것을 볼 것이다. 이제는 운동의 정치적 리더십이 중요한 열쇠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와 우파 세력이 설 연휴 직전에 준동했다. 운동 내 약점을 이용하려 한 것이다. 1천만 명 넘는 사람이 석달 넉달을 싸운 대가가 겨우 노무현 정부의 재탕이라면 그중 상당수는 허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법원은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을 시작으로, 이화여대 총장 최경희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한일 간 화해라는 공익적 목적을 감안할 때 명예훼손이라고 볼 수 없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을 모욕한 《제국의 위안부》의 저자 박유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사모들은 집회 동원을 강화했고, 같은 날 박근혜와 최순실이 특검을 비난했다. 헌재에서 박근혜 대리인단은 대리인단 사퇴설을 흘리며 지연 작전을 펴려 했다.


헌재 소장 권한대행인 이정미 재판관도 임기 만료(3월 13일)로 사퇴해 재판관이 7명만 남으면 탄핵 기각 가능성도 조금 더 커진다. 이 때문에 조기 탄핵 인정을 촉구하는 요구가 강하다.


그러나 이에 반대해 우파 일부는 헌재소장 박한철 후임(대통령 몫)을 황교안이 임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꼭 친박이 아니더라도 시간을 끄는 것이 크게 불리하지 않다고 보는 우파들도 있을 것이다.


‘분노의 산’

박근혜와 우파 일부는 2월 말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을 황교안이 거부해야 한다고도 강변할 듯하다. 박근혜가 <한국경제> 주필 정규재와의 인터뷰에서 “탄핵이 기각되면, 언론과 검찰을 정리하겠다”고 한 것은 이런 방향을 암시한다. 사실, 정치적 유폐 상태에 있던 박근혜가 난데없이 박정희 참배를 할 때부터 조짐은 보였다.


이런 수작을 통해 박근혜는 일말의 탄핵 기각 가능성을 붙잡으려 함과 동시에, 탄핵되더라도 특검과 헌재 판결의 정당성을 인정 않고 정치적으로 불복해 지지층을 결집시켜 장차 우파의 재기를 위한 발판을 놓으려 한다.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적자라고 할 수 있는 황교안으로 대선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어 정치적 면죄부를 받을 가능성을 높이고, 차기 대선과 총선을 대비한 정치적 구심점을 형성하려 한다. 경제·안보 위기가 심해져 차기 정권도 오래 못 가 정치적 위기에 빠질 가능성을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황교안은 트럼프와 단독 통화를 하면서 정치적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한미동맹 유지·강화라는 전통적 우파 의제를 부각하는 등 우파의 기대에 부응하려 노력하고 있다. 황교안은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협조 요청을 단칼에 거절했다.


따라서 대중 정서의 꽁무니를 좇느라 황교안 사퇴 요구나 황교안과의 대결에 소극적이었던 운동 내 온건파는 최근 황교안의 부상에 일부 책임이 있다.


이렇게 보면, 탄핵안 가결 이후, 특히 1월에 운동의 성장세가 멈춘 듯한 지금, 예전의 세력 균형을 공식정치에서 야금야금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져 왔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퇴진 운동의 정치적 한계도 볼 수 있다.


다행히 우파의 반격 시도가 큰 흐름 자체를 바꾸지는 못했다. 거리 시위 규모는 줄었지만, 대중의 분노와 자신감이 아직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금 거리의 운동을 다시 강화해야 한다. 광화문광장으로 집중해 중앙 국가에 대한 압박을 다시 높여야 한다. 우파의 압력이 집중되는 헌재에도 대규모 행진과 포위로 2월 내 탄핵 인정 결정을 촉구해야 한다.


2월 집회들이 크고 분노한 분위기에서 열리는 것이 중요하다. 오만방자한 박근혜와 그 잔당들에게 ‘거대한 분노의 산’이 건재함을 보여 주자. 지금부터 투쟁을 강화해 2월 25일 민중총궐기도 성대하게 치르고 일격을 날리자.


박근혜 퇴진 운동 다이어리


박근혜 하야 매일 촛불

매일 7시 광화문 광장


박근혜 즉각 퇴진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2월 11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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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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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이 박근혜의 적폐를 밀고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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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탄핵심판이 조기에 이뤄질 듯하다는 관측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내년 상반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올랐는데, 새누리당은 지지율 폭락과 함께 둘로 쪼개졌다. 정권 교체 가능성도 높아진 것이다.

연인원 1천만여 명이 참가한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이 두 달여 만에 만들어 낸 정치적 변화다. 민중의 투쟁과 분노가 오만방자한 집권당을 극심한 위기에 빠뜨렸다.

이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역설이게도 정권 퇴진 운동이 아직 그 목표를 이룬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정도에서 멈추려고 그 많은 사람이 영하의 날씨에 눈비 맞고 거리에 나온 것이 아니다.

사실 박근혜의 ‘비선’ 통치가 문제가 된 마당에, 박근혜의 ‘공식’ 업무가 정지됐다고 정권의 악행이 멈출 거라고 생각할 근거가 애초에 없었다. 박근혜는 구속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탄핵심판의 시간을 끌 것이다. 우파는 여전히 호시탐탐 역전 기회를 노린다.

그럴수록 운동은 황교안과의 대결이라는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지금 정치적 유폐 상태의 박근혜를 대신해 권한대행 황교안이, 잠시 멈춘 강성우파 정권의 시계를 다시 돌리려 한다. 황교안 내각이 설사 은밀한 부패의 몸통은 아닐지언정, 그 부패와 융합해 박근혜 정권이 벌인 반민중·반민주적 학정의 몸통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박근혜 퇴진이 기정사실화됐으니, 차기 대선을 겨냥한 입법·개헌 과제 목록 작성과 정권 교체를 위한 야당 후보 암묵적 지원에 더 신경을 쓰자는 일부 세력들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익의 새 아이콘으로 등극한 황교안

황교안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정원 권한을 늘려 공작정치를 부분 합법화할 국가사이버안보법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정부 입법을 발의한 것이다.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그가 여소야대 국회에 어떻게 맞서려 하는지는 잘 알 수 있다.

그는 ‘미스터 국가보안법’이라는 별명답게 국가보안법 위반 신고자 포상액도 20억 원(종전 5억 원)으로 대폭 올렸다. 한일 ‘위안부’ 합의 1년을 맞아서는 “[이보다] 더 좋은 합의가 어떤 것이냐”며 기존 합의를 옹호하고, 차기 정권에서도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적폐 청산 요구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다.

한 종편 채널은 경찰청이 11월 19일 퇴진 운동 주말 행진을 경복궁역까지 허용한 것을 황교안이 질책했다고 보도했다. 권한대행을 맡은 후, 경찰이 주말 시위에 더 전진 배치된 것이나, 부산에서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경찰 폭력으로 막으려 한 것도 황교안의 우파적 통치 유지 기조와 연관돼 있을 것이다.

이런 황교안 아래서 적폐 장관들의 행태도 여전하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만든 문화체육부의 장관 조윤선은 ‘내부 제보자를 데려와 봐라’ 하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가임기 여성 전국 지도를 만들어 지자체별 경쟁을 시키겠다는 황당한 짓을 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장관은 세월호 참사 추가 ‘진상 규명’에 반대했다. 노동개악을 추진해 온 노동부, 한일 ‘위안부’ 협상을 옹호하는 외교부 등 여전히 변함이 없다.

일부 우파 언론과 논평가들은 정권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도 밀리지 않는다며 황교안을 우익의 새 아이콘으로 치켜세운다. 심지어 정통 보수의 차기 대선 주자로까지 거론한다. 벌써 황교안을 대입한 대선 여론조사가 발표되고 있다. 황교안 내각을 겨눈 투쟁의 중요성이 더 커진 것이다.

한통속 황교안 내각과의 전투나 헌재 압박 등에서도 성과를 거두려면, 지금까지의 성과를 거두게 한 바로 그 힘을 여전히 중시해야 한다. 그것은 독립적인 대중 투쟁의 힘이다. ⓒ이미진

현 시점에서 개헌 논의는 본질 흐리기다

애초 박근혜 정부의 존재 이유는 경제 위기의 책임과 고통을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고 이를 잘 관철하려고 우파적 통치를 실행하는 것에 있었다.

지배계급 다수는 더는 보호하기 힘들 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박근혜를 제거하고 고통전가 기조를 조금이라도 더 유지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이를 ‘국정 정상화’라고 부른다. 탄핵 인용 결정이 1월 말에 나올지 모른다는 예측까지 나오는 이유다. 특검이 박근혜를 압박하는 강도도 세지고 있다(물론 다 믿을 수는 없지만).

전경련의 기관지라 할 만한 〈한국경제〉는 “모두가 경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다”며 운동의 압력 때문에 기업 규제 완화가 늦춰지는 것에 짜증을 부렸다.

그러나 폭발적인 대중 저항 때문에 노골적인 우파 통치 기조를 대놓고 유지하기는 힘이 드니, 현 상황에서는 황교안 체제를 지지하면서 여야정 협치를 주문한다. 더는 기존 정치체제의 안정을 흔드는 일들(야당들이 운동을 지지하며 그 요구를 국회에서 대변하는 일)은 중단하라는 것이다. 위기 속에서 박근혜를 도마뱀 꼬리 자르듯 버리고 이제는 지배계급이 큰 틀에서 단결(협치)하자는 것이다.

그 방안 하나가 개헌 정국을 조성하는 것이다. 12월 30일자 〈조선일보〉의 사설 제목은 “역사적 개헌특위 출범, 통치 끝내고 협치 열어 달라”이다. 탄핵안 가결 직후 야당들이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것이나, 1월 30일 여야 주류 4당(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 개혁보수신당)이 1월 임시국회를 열고 개헌특위를 가동하는 것에 합의한 것은 ‘위기 속 단결(협치)’을 주문한 지배계급 여론에 부합하는 행위다.

그러나 현행 헌법 아래서, 군사독재 정권의 핵심 일원인 노태우가 집권해서도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강력할 때에는 “물태우” 소리를 들었고, 한때 지지율 90퍼센트를 구가하던 김영삼은 “산 송장” 소리를 들었으며, 김대중은 임기 초 반 년이나 총리를 임명하지 못했다. 노무현은 그 스스로 “권력은 시장에게 넘어 갔다”고 푸념했다.(그럼에도 노동계급을 향한 공격은 줄기차게 계속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아래서 대통령과 국회 모두 새누리당이 지배하고, 우파 지배자들이 이 정권을 전폭 지지하는 상황이 이른바 제왕적 권력 현상의 실체다. 계급적 이익(과 정권 존속)이라는 커다란 목표를 위해 서로서로 감싸 주고 덮어 준 것이다. 이명박의 ‘4자방’ 비리를 박근혜(의 검찰)가 덮어 준 일이 한 사례다.

그러므로 현행 헌법의 조문 때문에 박근혜 게이트 따위가 생겼다고 보는 것은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잘못(적폐와 책임)을 가리고 면제해 주는 허구적 담론에 가깝다. (피억압 대중에겐 헌법이 국가권력을 더 제약하고 기본권을 더 많이 보장하는 게 좋겠지만, 그것이 권리로 보장되는 것은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강력할 때이다.) 퇴진 운동 일각에서 특정 지지 후보에 대한 유불리를 따져 개헌 정국에 섣불리 부화뇌동하다가는 운동이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

오히려 불평등 사회를 더 공고히 해 온 박근혜의 학정 때문에 민중이 겪은 좌절과 분노, 투쟁이 적폐 청산 요구에 더 반영돼야 한다.

헌재가 박근혜를 조기 탄핵할 수도 있다

박근혜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심리에 무더기 사실조회 신청을 내며 시간을 끌고 있다. 최순실도 거의 모든 혐의를 부정하고 있다. 이들 모두 탄핵 결정을 최대한 늦추려 한다. 친박 우파도 헌재 앞 시위를 벌이며 “탄핵 무효”를 외친다.

그러나 박근혜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헌법상 형사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는 형사재판 식으로 탄핵심판을 하자는 것은 세력 균형 변화를 꾀할 시간을 벌어 보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도 박근혜 탄핵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실 자신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헌법재판관 구성인데도, 박근혜가 시간을 끄는 의도가 무엇이겠는가? 정말로 자신 있다면, 우주 최강급 독점욕을 가진 박근혜가 헌재 심리를 빨리 해서 권좌로 복귀할 생각을 하지 않고 왜 시간을 끌려고 하겠는가?

이는 헌재 탄핵심판이 단순히 사실 심리가 아니라 정치 재판임을 알기 때문이고, 그것이 정치·사회적 세력 균형에 영향을 받게 됨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 수백만의 거리 투쟁이 국회를 압박해 압도적으로 탄핵소추를 가결토록 만든 것은, 박근혜를 탄핵하라는 거대한 압박이 헌재에 가해져 있음을 뜻한다.

이런 세력 균형 때문에 지배계급 다수도 만신창이가 된 박근혜의 존재를 부담으로 여기고 빨리 털어 버리고 싶어하는 것 같다. 애초 빠르면 3월초에나 결정이 될 것 같다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헌재소장인 박한철의 퇴임 전인 1월 말(설 연휴 전)에 결론이 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대두되고 있다. 헌재는 주 2회 심리를 하겠다며 속도를 내고 있다.

비선의 농락이 문제의 본질인가?

기존 정치 시스템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고, 박근혜와 연계된 소수 비선 실세들의 농단과 농락이 박근혜 게이트의 본질이라고 보는 것은 피상적이다.

박근혜의 특수한 개성이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드러난 이 권력형 부패의 실체에서 그런 문제들은 부차적일 뿐이다. 어떤 면에서는 박근혜만의 특수성도 아니다. 계급 사회의 고위층 중에 자기 연설문을 직접 쓰는 자가 몇 명이나 되는가. 대의기구와 대중의 의사와 무관하게 비밀스런 측근들과 정책을 상의하는 일도 흔한 일이다.

물론 이런 저질스런 자들에게 박해를 받고 힘겹게 지내왔다는 것이 노동자·민중 운동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긴 하다. 그들의 부정 축재와 특권은 국민적 박탈감도 자극했다.

일각에선 노동운동과 좌파를 겨냥해 ‘초점을 흐리거나 참가자들을 불편하게 할 요구는 자제하고 쟁점을 최소화하자’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박해받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지지 호소는 광장에서 큰 지지를 받는다. ‘노동 의제는 시민에게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아전인수식 주장을 펴거나, 민주당 등을 곤란하게 할까 봐 노동 의제를 일부러 배제하려는 사람들만 광장에서 노동이 외면 받는다는 (실제 경험과도 다른) 주장을 한다.

그러나 1천만 넘는 사람들이 영하의 날씨에 눈비 맞아가며 광장에 모여 청와대로, 총리 관저로, 헌재 앞으로 행진하는 것은 단지 박근혜 일당의 은밀한 사생활 때문만은 아니다. 애초에 가진 자들을 위해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민중을 천대하는 정책들에 정권의 명운을 걸어 온 자들을 향한 반감과 증오가 그 전부터 전개돼 온 노동자 투쟁을 발판 삼으면서 (스스로도 놀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뛰쳐 나올 수 있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실체는 ‘박근혜가 시녀에게 지시받거나 농락당한 것’이 아니다. 정권이 자신의 권력(검찰 등)을 이용해 국가예산, 친기업 정책들을 대기업들과 부당 거래하며, 상호간에 부당한 재산과 특권을 챙겨 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작정치 수단도 동원됐다.

가령 세월호 참사에 관해 정부 대응 잘못을 지적한 감사원 보고서가 청와대를 거치며 윤색됐다는 폭로가 나왔다. 세월호 유가족의 항의를 묻어 버리려고 다양한 여론 조작 방법이 동원됐다.

국민연금으로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도왔는데, 엉뚱한 학생들을 탈락시키며 최순실의 딸을 이화여대에 보내는 것에 그 삼성이 수십억 원을 들여 협조한 것도 그런 사례다. 그런 주고받기 속에서 이들은 고통전가와 세월호 참사 항의 탄압하기 등 온갖 악행에 서로 협조해 왔다.

지금도 구속된 최순실은 국정조사를 당당히 거부한다. 서울구치소에서는 최순실 혼자만 식수와 온수로 샤워할 수 있다고 한다. 여전히 정권의 비호를 받는 이런 특혜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누리지 못했을 것들이다.

따라서 주범은 박근혜 정권인 것이고, 정권의 존재 자체가 적폐인 것이다. 이는 적폐 청산이 결코 몇몇 개혁 입법(당연히 개헌)으로 환원될 수 없고 많은 정책들의 폐기와 함께 인적 청산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운동이 황교안 퇴진과 내각을 향한 공격을 강화해야 하고, 이것이 적폐 청산 투쟁의 알맹이를 이뤄야 하는 이유다.

지금은 어느 정도의 피로감과 안도감, 목표의 일차적 성공에 따른 낙관 등으로 운동의 기세가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하다. 여전히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오지만, 12월 9일 이후 조금씩 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뿌리 깊은 증오가 겨우 박근혜의 직무정지 정도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박근혜 일당이 범죄 혐의를 부인하며 헌재에서 시간 끌기로 나오는 것이 분명해지자, 12월 17일 행진에서 조기 탄핵을 촉구하는 헌재 앞 행진 대열이 (전 주와 다르게) 크게 형성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운동이 혁명이나 항쟁 수준은 아직 못 되기에 제도상 방법인 헌재의 탄핵심판을 촉구하는 것으로 표출되지만, 하루라도 빨리 이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지겨운 자들을 끝장내고 싶어 하는 마음은 여전한 것이다.

따라서 퇴진행동은 다수 굴곡을 겪더라도 올곧게 대중의 염원을 대변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정치적이고 투쟁적인 리더십 발휘를 회피할수록 이 운동을 차기 대선에 이용해 먹을 생각만 하는 주류 야당의 보조물로 운동을 조율시킬 뿐이다. 그것은 이 운동의 잠재력을 갉아먹어 전진을 방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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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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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변화의 동력은 대중 운동으로부터 나온다 12월 17일 세월호 유가족을 포함한 사람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탄핵 소추 사유’는 … 전혀 사실이 아니고, 그것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 각하 또는 기각되어야 마땅 … [헌법은]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낮고, 1백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촛불 집회에 참여하면 임기를 무시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 [세월호 구조]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고 … 대통령에게 국가의 무한 책임을 인정하려는 국민적 정서에만 기대어 헌법과 법률의 책임을 문제 삼는 것은 무리”

12월 16일 박근혜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핵소추 답변서 일부다. 박근혜는 거대한 박근혜 퇴진 여론을 또다시 바보 취급했다.

다른 일당도 대장을 잘 따랐다. 재판과 국정조사 청문회 등에서 최순실, 김기춘, 우병우 등 핵심 실세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거나 모른다고 잡아뗐다.

이들은 권력을 조금이라도 더 연장하려고 박근혜 헌재 심리와 최순실 등의 형사재판을 연계해 시간을 끌어 보려 한다. 그러나 탄핵심판은 형사재판과 다르고 형사재판의 사실 다툼에 종속돼야 할 필연적 이유가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노동자들에게는 성과 해고제, 성과 연봉제를 강요하며 피눈물을 흘리게 하던 자들이 정작 자기들이 쫓겨날 때가 되자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물러나라고 하면 되냐’고 한다. 이 꼴을 보고 있자니 피가 거꾸로 솟는다.

박근혜가 뻔뻔한 답을 내놓는 것은 시간 끌기뿐 아니라, 자신의 우익 지지층에게 헌재를 압박할 논리와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박근혜가 11월부터 우익 기독교 세력과 접촉해 대형 기도회 등을 촉구했다는 의혹을 〈CBS〉가 폭로했다. 17일에 헌재 앞에서 집회를 연 박사모 등 우익 동원에 돈이 살포되고 있다는 의혹도 곳곳에서 나왔다.

따라서 정권 퇴진 운동이 헌재에 조기 탄핵 결정을 압박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박근혜의 대타로 나서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를 이끄는 황교안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는 국가기관이 총동원된 더러운 대선 개입 정치 공작(이것도 부패의 양상)에 힘입어 출범했다. 우파 전체와 기업주들은 똘똘 뭉쳐 선거에서 그를 지지했다. 개인 호주머니로 들어갈 돈인 걸 다 알면서도 꼬박꼬박 더러운 돈을 입금했다. 심지어 같잖은 아이를 말에 태워 명문대에 입학시키려고 수십억 원씩 내놓았다.

박근혜 정부가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계급에 떠넘기고 자본가 계급 전체의 이익을 수호하려고 탄생한 정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는 그 자체가 적폐다. 이 정부가 온갖 악행을 일삼으면서 내세운 것이 바로 ‘법과 질서’였다. 박근혜의 법치주의는 가진 자들에게서 못가진 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특권과 횡포에 항변하지 못하게 때려잡는, 가진 자들의 주먹이다.

바로 이 법치주의를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시작해 국무총리로서 떠받쳐 온 것이 황교안이다. 따라서 황교안이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를 이끄는 것도 그 자체로 박근혜의 적폐다. 퇴진 운동은 황교안과 장관들의 사퇴를 분명하게 주장하면서 싸워야 한다. 야당(특히 민주당)과의 협력을 위해 이를 전면에 내세우길 꺼려서는 안 된다.

△운동을 민주당 집권을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제약하면 패배를 자초할 수 있다. ⓒ조승진


야당의 동요

박근혜가 시간을 끄는 동안 황교안은 국정 역사교과서, 사드 배치, 노동 개악, 한일군사정보협정 등을강행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협치’를 하자며 야당과의 개별 회담을 추진하는 것도 공작 정치의 재탕이다. 법리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헌재소장 박한철의 임기 연장설을 흘린 것도 되치기 시점을 잡으려는 간 보기다. 지난 17일 서울 집회는 전과 달리 무장한 진압 경찰들이 경복궁역과 안국역 등에 전진 배치됐다.

지배계급은 거의 수직으로 솟구쳐 오른 대중 투쟁에 놀라서 우왕좌왕하다가 이제는 박근혜 개인을 제거하는 쪽으로 옮겨가는 듯 보인다. 그런 혼란과 당혹감 속에서도 그들 모두가 동의하는 점이 있다. 대부분 노동계급 성원인 시위 참가자와 지지자들이 자신들의 힘에 대한 자기 확신을 유지하고 키우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폭발적인 거리 시위는 (바라는 바를 아직 충분히 이루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등장 두 달 만에 파죽지세로 박근혜의 공식적인 직무정지와 집권당의 분당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이제는 곳곳에서 제동을 걸려 한다.

지배계급이 우파 언론을 통해 박근혜 개인의 치부는 계속 폭로하면서도 야당들에 황교안 내각의 안정에 협조하라고 촉구하는 이유다. 대통령과는 달리 황교안은 야당 의원수만으로도 제거가 가능한데도(총리는 과반이면 탄핵소추 가능) 공식 야당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황교안에게 여야정 협의체를 주문한다. 주류 야당도 자본주의 수호 원칙은 새누리당과 공유하기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자본가 계급에 국정 수습 능력을 보여 주려는 것이다.

공식 야당들에게는 우파들과 타협해 공정한 대선 관리 내각이 돼 주는 게 더 중요하기도 할 것이다. 야권 후보들의 단일화를 조율할 시간도 필요하니, 대체로 3월 초로 예상되는 탄핵심판 시계가 더 빨라지는 것도 별로 바라지 않을 수 있다.

야당과의 공조가 우선돼선 안 된다

탄핵소추안 가결로 한 번 정점을 찍은 뒤로, 운동 초기에 있었던 지배계급의 부분적 용인이 줄어드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듯하다. 이 운동에도 정치적 분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박근혜 개인만을 제거하길 원하는 자들과 박근혜 정권을 제거하길 원하는 더 급진적인 자들 사이의 분화 말이다.

엔지오들은 민주당의 개혁파 정치인들을 밀어 정권 교체를 이루고 싶어하는 자신들 고유의 프로젝트 때문에라도 운동이 이제는 민주당(특히 박원순) 대선 승리의 보조물로 가기를 바라는 듯하다. 운동이 더 자신감을 얻고 급진적이 되는 것은 민주당(심지어 박원순)에게도 불안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야당들과 계급을 초월한 국민 연합 정권에 참여하길 바라는 자민통계는 거리 운동을 강조하면서도, 야당 비판을 삼가고 그들과 동맹하길 바라는 점에서는 엔지오들과 보조를 맞춘다.

정의당도 민주당과의 연립정부를 염두에 두느라 말을 아끼고 있다. 황교안 사퇴 요구와도 분명한 선을 긋고, 정략적 개헌 논의를 대놓고 거부하지도 않는다. 새만금에 카지노를 유치하려 한 국민의당을 비판한 정의당 전북도당을 중앙당이 견제하는 일도 벌어졌다. 〈레디앙〉 보도에 따르면, 정의당 한 의원은 전북도당에 “굳이 이 국면에서 이렇게(국민의당과 대립하는 것을 뜻함) 해야 하느냐”고 질책하기도 했다.


민중의 힘

그러나 진보정치세력이나 노동운동이 한사코 자본주의 시스템을 고수하는 민주당과 연립정부를 세운다는 계획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전략이다.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는 그 수호자들로 하여금 가차없는 착취자·억압자가 되라고 압박하기 때문이다.

즉, 경제 침체가 계속될 것이므로, 진보 세력이 포함된 민주당 정부조차 고통전가 정책을 추진하라는 지배계급의 압력을 이겨내기 힘들 것이다.(박근혜의 권력 농단이 현행 헌법 상 대통령 권한이 너무 커서 벌어졌다고 하지만, 같은 헌법 아래서 노무현은 ‘권력이 시장에 넘어갔다’고 무기력을 호소하고 지지층을 배신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진보 세력이 그 정부 안에 머물려고 하면, 투쟁 대상에 대한 정치적 혼란을 줘 노동자·민중이 효과적으로 저항하는 데에 해가 된다.

지금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 안에서 이런 전략은 ‘운동의 성공을 위해 야당 지지가 필요하니, 운동의 요구와 수위를 낮추자’는 압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틀린 주장이다.

첫째, 꼭 온건한 주장이 운동의 저변을 넓히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 지금처럼, 박근혜 개인뿐 아니라 그의 정부에 증오심을 갖고 불만과 분노가 분출하는 상황에서는 투쟁적인 목소리가 필요하다. 이 강력한 거리 운동이 (‘역풍’론 걱정을 거부하고) 처음부터 과감하게 “박근혜 정권 퇴진”을 기치로 탄생했듯이 말이다. 조직 노동운동과 좌파가 이를 처음에 제안해 성공을 거둔 배경이다.

둘째, 대중보다 오른쪽에 있으려는 정책은 패배를 자초하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퇴진 운동의 동력인 거대한 분노와 자신감을 운동이 온전히 표현하지 않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운동 자체가 가라앉고 그렇게 될수록 주류 야당들조차 운동의 요구에 냉담해질 것이다.

벌써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퇴진행동의 온건파들이 야당들을 압박하려고 22일 국회에서 연 “6대 긴급 현안 연내 해결 촉구 토론회”에 주류 야당 지도자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주최측은 야 2당의 원내대표들이 올 것을 기대했는데, 오지 않았다고 불만을 털어 놨다. 운동을 민주당의 집권을 뒷받침하는 수준으로 제한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대신 정치적 독립성을 추구하며 대중 투쟁 중심성을 유지해야 한다. 아래로부터의 힘을 극대화해야 한다.

박근혜 퇴진 운동 다이어리


박근혜 하야 매일 촛불

매일 7시 광화문 광장(이순신 동상 앞)


박근혜 즉각퇴진! 조기탄핵! 적폐청산!
송박영신:10차 범국민행동의 날

12월 31일(토) 오후 7시(본집회), 광화문 광장
▶ 자세한 일정 보기


박근혜 퇴진 전국 촛불 집회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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